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황금나침반 / 2007년 2월
절판


이스라엘 군 역사학자 마틴 반 크레펠드는 "미국이 이라크를 어떻게 공격했는지 세계는 똑바로 보았다. 이미 밝혀졌듯이,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이런 지경에서 이란 지도층이 핵무기를 건조하길 포기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 헛발을 짚으면서 이란에게 강력한 핵무기의 필요성을 깨우쳐 준 셈이다.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무력 시위가 이란과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증거는 아닌 듯하다. 몇 년이나 앞서 공격 신호를 보내는 것도 현명한 짓은 아닐 테니까. 목적은 더 억압적인 정책을 채택하도록 이란 지도부를 자극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 정책으로 내분이 조장되면 미국이 군사행동을 감행할 정도로 이란이 약해질 수 있다. 또한 강압 정책은 이란을 고립시키는데 참여하라고 워싱턴이 우방국에 압력을 가하는 데도 유리하다.-132쪽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과이어는 그 이유를 워싱턴의 악의적 행동과 위협에 비추어 검토했다. 초강대국 미국과 그의 강력한 동반국, 게다가 다른 핵 보유국까지 이란을 에워싸고 있다. ...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의 위협은 워싱턴이나 런던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심각하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와도 같은 상황이다.
...미국의 다른 행위들도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에 따르면 핵 억제력을 개발하려는 인도의 결정은 1991년 걸프전과 1999년 세르비아 폭력으로 굳어졌다.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미국도 섣불리 전쟁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인도는 이런 교훈을 잊지 않았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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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황금나침반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촘스키의 책, 신선미가 떨어져서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는데 어째 또 한권 뚝 떨어졌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동안 우르르 쏟아져나왔던 책들이 전작들 울궈먹기 짜깁기로 펴낸 듯한 느낌이 많았던 것에 비해 이번엔 이라크전 이후 상황에 대한 내용들이 꽤 들어가 있다. 촘스키가 이제 어찌나 유명한지, 원제는 ‘실패한 국가’인데 한국어판 제목은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로 바뀌었네그랴.

눈길 끌었던 대목.

내게 오늘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력 사용의 정당성을 규정하는 일이라 대답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인도적 개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증명이라는 무거운 짐이 남는다. 게다가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우리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179쪽]


이 부분은 요새 관심 많이 갖고 있는 주제인데, 인도적 개입이 때로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럴 때에 판단 기준은 무엇이 될까? 피터 싱어가 ‘세계화의 윤리’에서 얘기한 대로, 현재로서는 ‘유엔의 판단’이 가장 타당한 기준이 될 것 같다. 유엔이 강대국 논리에 좌우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유엔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 유엔이 강대국 입김에 휘둘리기만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유엔이 분명 이라크전을 반대했었음을, 끝내 승인을 거부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미국은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전쟁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전쟁이란 무시무시한 것에 비판이라는 온건한 매를 드는 것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유엔의 무기력함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유엔이 인정하지 않은 침략전쟁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 군대까지 보냈던 나라, 그 나라의 정부와 그 나라 국민들의 자세를 반성해보는 일 아닐까. 한국인들의 절반은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다. 적어도 한국인들의 절반은, ‘힘의 논리’와 연결지어 유엔의 무기력함을 욕할 자격이 없다.

미국의 중동 패권 약화와 아시아 에너지 연대 부상 가능성에 대한 부분, 그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로서 인도가 갖고 있는 위상 등에 대한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이란의 분석가 아이자드 아흐마드는 “서구 세계가 쥐고 있는 세계 에너지의 공급권을 극복하고, 아시아의 절대적인 산업 혁명을 이루고자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에너지 안보망’에서 이란은 향후 10년 내에 실질적 중심축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한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며,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가 중요한 변수이다. 인도는 이란과의 석유 파이프라인 협상에서 철수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거부했다. 하지만 IAEA의 반(反)이란 결의안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편에 서면서 그들의 위선에 동참했다. 지금까지 이란이 그런대로 준수해 온 듯한 NPT 체제를 인도는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큰 틀에서의 이야기인 셈인데, 어쨌든 인도가 ‘캐스팅 보트’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글에서는 한국도 얘기되는데, 노무현 정권 들어서 한미관계의 균열이 외부에 많이 비치면서 한국의 ‘독립성’이 좀 높게 평가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옆에 있는 이상, 촘스키의 전망이 아주 틀릴 것 같지도 않다. 가설로만 놓고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촘스키는 또 베네수엘라의 메르코수르 규합 움직임과 친 중국 행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중국의 관계가 피상적으로는 많이 다뤄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상호 접근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직까지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공략전’은 아프리카를 상대로 한 것에 비해 덜 부각돼 있어서 짐작하기도 힘들다. 우고 차베스는 볼리바르의 후계자를 자처하면서, 아직 ‘통합국가’까지는 아니지만 범 라틴아메리카 경제권 구상을 공개적으로 내걸고 있다. 이 쪽 행보는 어떻게 될까?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큰 궁금증은, 이라크의 앞날과 미국의 입장에 대한 것이다. 이라크가 과거 미국이 침공했던 그 어느 나라들보다도 전략적으로 미국에 중요한 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궁금한 것은, 옳건 그르건 미국이 갖고 있는 ‘재건된 이라크’의 상(像)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좌파 중에서도 크리스토퍼 히친스나 프랑스 외무장관을 맡은 인도적 개입론자 베르나르 쿠슈네르 같은 사람들이 부시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한 반면 키신저와 브레진스키, 후쿠야마 같은 이들은 반대했다. 미국의 전통적 보수파들이 부시 행정부를 비판한 것은, 결국 부시행정부에 전후 이라크의 총체적인 그림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 혹은 그 그림이 너무도 이상주의적인 것이라 불가능하다는 점을 갈파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그림조차 저렇게 망가져버린 지금, 미국은 어떤 ‘통제 전략’을 갖고 있는가? 최소한 이라크인들의 민주주의 의지와 수준은, 미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태에서 말이다. 어쨌든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으니, 무식한 놈들의 무식한 짓이 가져온 이 야만적인 결과에 차마 입 벌리고 할 말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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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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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재미있다. 도킨스니까. 유머러스하면서 정곡을 콕콕 찌른다.

이 책은, 진화론을 비판하는 작자들이 하는 말이 왜 개소리인지를 까발리는 책이다(도킨스의 책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그렇듯이 ‘점잖은 말’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는다. 도킨스는 대단히 인텔리전트하면서도 점잖지 않은 사람이니까).

 

자연선택은 점진적, 누적적인 과정이다. 어느날 갑자기 인간이 튀어나올수 있냐고, 박테리아가 어떻게 인간이 되냐고 묻는 ‘무식한 창조론자들’에게 도킨스는 점진성과 누적성을 무기로 반격을 가한다.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그리고 먼젓번 진화의 누적된 성과를 발판삼아 진화를 거듭하면서 박테리아가 두손 두발 달린 동물로 변화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창조주는 없다. 진화의 방향성 같은 것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이며 자동적인 과정인 자연선택에 미리 계획한 의도 따위는 들어있지 않다. 자연선택은 마음도, 마음의 눈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통찰력도 없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만약 자연선택이 자연의 시계공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눈먼’ 시계공이다. (28쪽)

도킨스는 자연선택이 낮도깨비가 아닌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과정임을 보여주면서 지적설계론 등의 여러 외피를 걸치고 등장하는 반(反) 과학적인 창조론자들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더불어 ‘복잡성’ ‘계획’처럼 커다란 오해를 불러왔던 진화 연구의 개념들을 정리하고, 진화론을 의도적으로 오해, 왜곡했던 서양의 여러 학자들 혹은 지적 전통의 논리를 깨부순다.

 

처음 생물학 쪽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줬던 사람은, 내겐 스티븐 제이 굴드였다. 굴드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하지만 역시 도킨스. 정확히 이 두 사람이 ‘대립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 책 전반부에서 도킨스는 창조론자들의 억지 주장에 반박하고, 후반부에서는 굴드와 엘드리지 같은 ‘단속평형론자들’을 비판하는 데에 지면을 할애한다. 진화 연구자인 굴드가 괜시리 목소리 높여 “다윈과 다른 걸 발견했다!”고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아 다윈이 틀렸나보다” 오해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도킨스가 보기에 굴드의 주장은 다윈의 것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다윈이 맞았음을 반증하는 논리에 불과하다.

굴드와 도킨스는, 도킨스의 회고(‘악마의 사도’)에 나온 것처럼, “석양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만한 사이는 아니”었고 쌈박질 깨나 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적어도 두 사람 모두 창조론에 맞서 싸웠던 진화론자였던 것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굴드가 다위니즘에 대한 오해를 불러왔다고 아주 잘근잘근 씹는데, 독자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 둘 다 맞다. 진화의 사이사이 ‘빈 공간’과 도약이 있는 것도 맞고, 점진적 누적적으로 진화하는 것도 맞다. 무식한 독자는 저런 학자들이 멋진 글들로 싸워주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도킨스의 논지는 명료하고, 표현과 사례들은 재미있다. 여러 동물들의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은 비밀스런 힌트 마냥 재미있었다. 박쥐, 상어, 가오리 같은 동물들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도킨스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진화 실험. 그는 이 책에서 희한하게 재미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가지고 진화를 설명한다.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대체 무슨 작업을 하는 것인지, 컴퓨터가 과학자들의 작업을 어떻게 ‘진화’시켰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델이어서 재미있었다.

“눈 앞에 이 우아한 형태(시뮬레이션 속의 이상한 도형)가 나타나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큰 환희를 느꼈을지 독자들은 모를 것이다. 마치 가슴 속에서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주제곡)의 첫부분이 장엄하게 울려오는 것 같았다.” (110쪽) 정말 도킨스다운 표현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소금 결정 커지듯 광물 결정 커진 것이 생명체의 진화로 탈바꿈했을지 모른다는 부분. DNA를 가진 작은 단위들이 모여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의 전단계로 규소 같은 광물의 결정 결합을 상정한 것이 재미있었다(정확히 말하면 도킨스의 이론은 아니고 케언스스미스라는 다른 학자의 아이디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이론이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얘기했던 meme (문화적 정보전달 단위)과 연결되는 부분은 시사점이 많은 듯. 요즘 큐빗이니 뭐니 해서 ‘정보전달자’를 가지고 지금까지 과학에서 등장한 ‘최소단위’를 대체하려는 주장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흙’에서 태어나 ‘유전자’를 지나 ‘생각’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진화’라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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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5-2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드에 대한 잡지글을 읽고 이것저것 좀 찾아봤더니 결국은 도킨스로 오게 되더라고요..제대로된 굴드책과 도킨스 책을 한권씩 읽어본다가 올해의 목표일듯 해요.근데 과학책들은 은근 비싸고 은근 절판이 빨라요.흑흑

딸기 2007-05-2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은근 비싸고 은근 절판이 빨라요.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고 번역이 매우매우 훌륭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
 
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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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 대학교의 화학자 그레이엄 케언스스미스가 주장하는 ‘무기광물질’ 이론은...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를 셜록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케언스스미스는 DNA`단백질 기구가 비교적 최근에 출현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대략 30억년 전 정도 되는 비교적 최근에 그것들이 출현했다는 말이다. 그전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복제자가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룩한 누적적인 자연선택이 있었다. 그러던 중 DNA가 출현했고 그것이 훨씬 효율적인 복제자로 판명되자 원래의 복제 시스템은 DNA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잊혀져갔다.
...케언스스미스는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생물은 스스로를 복제하는 규산염 같은 무기 결정에 바탕을 둔 존재라고 믿는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유기물 복제자 즉 DNA는 나중에 그 역할을 넘겨받았거나 찬탈한 것이 된다. ... 케언스스미스는 최초의 복제자가 진흙이나 점토에서 발견되는 무기물의 결정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원자들은 용액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우연히 결정을 만나면 결정의 표면에 있는 적당한 위치에 끼어들어가는 자연스런 경향이 있다. 가끔 결정은 용액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씨’가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것은 먼지일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가져온 작은 결정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이론에서 점토와 다른 광물 결정들이 하는 역할은 지구상에 최초로 출현한 ‘저급한 수준’의 복제자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어느 순간에 ‘고급 수준’의 DNA로 대체되었다.-254쪽

문화의 진화는 여러 면에서 DNA에 기초를 둔 진화보다 빠르다. 이것 때문에 또다른 ‘넘겨받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새로운 종류의 복제자가 주도권을 넘겨받기 시작했다면 그것들은 장차 그들의 부모인 DNA를(그리고 케언스스미스가 옳다면 조부모인 점토를) 저 뒤편으로 떨쳐버릴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는 컴퓨터가 선두에 설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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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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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얼굴은 괴물처럼 일그러져 있어서, 왜 그런 모습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일그러진 얼굴은 원하는 방향으로 초음파를 발사하기 위한 절묘한 형태이다.
-56쪽

매미에는 세 가지 종이 있으며, 각기 모두 17년 변종과 13년 변종을 갖고 있다. 13년 변종과 17년 변종으로의 분화가 각각 독립적으로, 최소한 세 차례 일어난 것이다. 14년, 15년, 16년이라는 중간 주기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무시되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 세 번에 걸쳐서. 왜 그럴까? 모른다. 단지 13이라는 숫자와 17이라는 숫자가 소수(素數)라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소수란 1과 자신을 제외한 어떤 수로도 나눌 수 없는 수를 말한다. 주기적으로 대규모로 발생하는 동물들은 천적이나 포식자, 기생충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굶어죽게 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대규모의 발생이 소수의 연주기를 가지도록 조심스럽게 조절된다면 천적들이 매미의 생활사를 거기에 맞추기가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172쪽

남반구에 있던 거대한 초대륙 곤드와나가 갈라지기 시작한 때는 공룡의 시대라 불리는 중생대였다. 남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가 나머지 땅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와 오랜 세월 동안 고립되어 있었을 때 그 대륙들은 공룡과 오늘날 포유류의 조상이 될 몇가지 동물들을 실은 독립된 화물칸이 된 셈이었다. ... 수백만 년이라는 진화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공룡의 빈 자리는 채워졌다. 그 자리를 채운 동물은 대부분 포유류였다. 원시포유류는 세 지역에서 전혀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바로 사건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멸종된 남아메리카의 자이언트그라운드나무늘보를 닮은 동물이 구대륙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아메리카의 다양한 포유류에는 멸종된 자이언트기니피그가 포함된다. 이 동물은 지금의 코뿔소만한 크기였지만 쥐와 같은 설치류이다.(‘지금의’ 코뿔소라는 말을 쓴 이유는 구대륙의 동물군에는 한때 이층집만한 거대한 코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175쪽

최근까지도 오세아니아와 신대륙에는 고양이과에 속하는 맹수와 개과에 속하는 맹수가 없었다.(푸마와 재규어는 구대륙의 고양이로부터 진화되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두 대륙 모두에 유대류로서 그에 상응하는 종류가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주머니늑대(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라고도 불림)가 있었는데, 이 동물이 사람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리고 일종의 ‘스포츠’로서 어마어마한 수가 도살되었고아직도 생생한 기억 속에서 비극적으로 사라져갔다. 주머니 늑대를 딩고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딩고는 더욱더 최근에 인간(애버리진)이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여온 진짜 개다.
남아메리카 대륙에도 진정한 개와 고양이 종류는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오세아니아처럼 유대류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대단한 것은 구대륙의 검치호랑이를 빼닮은 틸라코스밀루스일 것이다. 틸라코스밀루스는 아가리를 검치호랑이보다 더 넓게 벌릴 수 있어서 훨씬 더 무시무시했을 것이다. 틸라코스밀루스라는 이름은 이 동물의 외양이 검치호랑이 Similodon와 주머니늑대 Thylacinus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졌다.-179쪽

오스트레일리아에는 또 땅을 파는 개미핥기가 있는데 바로 바늘두더지이다. 바늘두더지는 유대류가 아니라 단공류라고 불리는 알을 낳는 포유류인데 이들은 태반류와의 유연관계가 멀다. 이들과 유대류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유대류가 우리에게 더 가까운 친척이다.
...아프리카에는 이상하게 생긴, 개미 먹는 곰 또는 땅돼지(남아프리카산 개미핥기의 일종)가 있는데 특별히 땅을 파는 종으로 분화된 것이다. 유대류든 단공류든 또는 태반류든 개미핥기의 특징은 대사율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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