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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읽다가. 문득 마주친 문장에서, 머리 속에 잠시 어떤 생각들이 뒤섞여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들 때 "너의 피부색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네 피부색"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어느 쪽이든 나는 이 끔찍한 순환론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것이 원래의 문장이다. 파농은 흑인이었고, 저것은 그가 맞부딪쳐야 했던 현실이었다.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 맞부딪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들 때 "네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네가 여자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어느 쪽이든 나는 이 끔찍한 순환론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건 어떤가. 다시 파농의 글.

항상 흑인 선생이고 흑인 의사고 그렇다. 점점 더 상처를 받으면서 나는 사소한 구실에도 치를 떨었다. 예컨대 한 (흑인) 의사가 단순한 의료사고라도 내면, 그것은 그 의사 한 개인의 종말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모든 (흑인) 의사 지망생들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래, 흑인 의사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니?

저 문장에서도 '흑인'을 '여성(여자)'로 바꾸면 그것은 그대로 나의 이야기이다. 파농을 여성의 관점에서 읽으려고 애당초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파농의 책은 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에 대한 이야기이고, 파농은 흑인의 관점에서 제국주의라는 적과 탈식민주의(해방)라는 과제를 바라본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파농 또한 남자이기 때문에 파농의 분석에서 예시되는 사례들은 극히 남성적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의 관점에서 성차별/가부장적 차별이라는 적과 양성평등(인류해방)의 과제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잉해석 내지는 지나친 상상이라고 비웃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같은 책에 나오는 파농의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한 가지 형태의 비인간적인 행위와 다른 한 가지 형태의 비인간적인 행위 사이에서 우열을 가려내려는 것은 매우 유토피아적인 망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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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4-12-0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선생님이시군요. 그런 일이 어디 한두번이라야 말이지요. 그쵸? ^^

바람구두 2004-12-01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가끔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아줌마스럽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딸기 2004-12-0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는(남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남성성이 좀 있는 여성이랑, 여성성이 좀 있는 남성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도 리뷰의달인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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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4-11-2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 ^^

마냐 2004-11-30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아직 아니었어?ㅋㅋ

딸기 2004-11-3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엣, 뭐야! 달인의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했는데!

숨은아이 2004-11-3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
 

또다시 배용준 때문에 난리다, 일본은. 하긴, 지난 3월 일본에 온 이래, 지금껏 텔레비전만 틀면 한국드라마, 음식코너에선 한국요리 소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으니, 새삼 '난리다'라고 하기도 어색하지만. 그런데 어제 오늘 방송 분위기는 전과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그넘의 '욘사마'가 뭔지... 10명이나 다쳤다고 하니 언론들이 떠들어댈만도 하다.
이제부턴 '한국 헐뜯기'로 돌아가는 거냐고? 그렇지는 않다. 일본이란 나라,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고, 서로간에 구원(舊怨)도 많다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고, 욘사마 하나로 모든 관계를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아무튼 어제오늘 여기 방송 분위기를 보자면- 후지TV에선 한국의 방송보도를 잠깐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MBC에서 서울 시민 인터뷰 한 내용. "사실 여기선 배용준씨 가지고 그렇게는 (난리를 치는 건) 아니잖아요. 잘 이해는 안 가요"라는 서울 아줌마의 코멘트. "한국에선 배용준 갖고 그렇게 난리를 안 친다"는 것이 후지TV 뉴스에서 하고팠던 얘기였을 것이다. 신문들도 어제의 '불상사'를 떠들어댔고, 몇몇 신문에선 유감을 표현한 배용준의 기자회견을 '사죄회견'으로까지 지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후지TV는 토요일마다 '천국의 계단'을 내보내고 있고, 아사히 TV건 뭐건, 일본 방송들 경쟁적으로 한국드라마 방영하는데 아주 웃겨 죽겠다. 내가 본 것만 해도-- 며칠전 세어봤더니, 지금 일본에서 방영하고 있는 한국드라마가 여덟개인가 그렇다. 배용준이 드라마에 그렇게 많이 출연했는지, 일본 와서 알았을 정도니깐. 후지TV 등등이 어제오늘 욘사마 열풍을 조금 '꼬아서' 보도한 것도, 내가 보기엔 그닥 마땅찮다. NHK에서 하도 겨울연가를 팔아먹으니깐 그거 꼴보기 싫어 저러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좀 든다. 자기들끼리도 경쟁을 하고 있으니깐.

한국에 있을 때 동남아 한류 어쩌구 하면 그냥 그저그런 정도인줄만 알았다. 아마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일본의 욘사마 열풍, 한류 붐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을 못할 것이다--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도대체 겨울연가 포스터는 일본 전역에 몇장이나 깔려있는 것이기에, 어딜 가든 욘사마 얼굴을 보게 되냐고 -_- 며칠전 큐슈에 갔다가, 오르골 가게에 들렀다. 역시나, 또 겨울연가 포스터. 그리고 "겨울연가 주제가 오르골 있습니다"라는 친절한 안내판.
이런 정도는 너무나너무나 당연한 거라서 이젠 신기하지도 않다. 늘 만나는 아줌마 친구들이 있는데, 배용준은 기본이고 원빈 권상우 이병헌 얘기 다 나온다. 서울에 있는 언니들하고 권상우가 좋네 원빈이 좋네 떠들다가 여기 아줌마들 만나면 대화가 그대로 이어진다. 내가 한국인이니까 한국  얘기를 하다보니 탤런트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요사이 한국드라마 모르면 일본사람들하고 못 논다. 오죽하면 내 주변 일본아줌마들 사이에선 내가 기무라 타쿠야를 좋아한다는 것이 '뉴스' 취급을 받을까. 아줌마들끼리 욘사마 얘기 실컷 하다가, "이치고상(내 일본이름)은 기무라 타쿠야 드라마를 본대요, 글쎄!" 자기들끼리 이러면서 웃는다. 기무타쿠 예전 드라마들 너무 재미있는데, 솔직히 요샌 일본 드라마들 재미 없다. 현재 TV에서 방송해주는 드라마는 한개도 안 보고 있다. 일본어가 딸리기도 하지만 재미가 영 없거든. 그도 그럴 수밖에. 온통 한국드라마 수입해다 내보낼 뿐, 자기네들 드라마에는 신경 안 쓰고 있으니깐.

'겨울연가'. 서울에 있을 때 물론 나도 이 드라마를 열심히 봤었다. 좋아하냐고? 안 좋아한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저 드라마, "재밌었다" 혹은 "화면이 이뻤다"고는 말할 수 있을지언정 '좋은 드라마' '훌륭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가지도 얘기 안되는, 진정 말안되는 스토리. 사람의 기억이 무슨 포스트잍이냐, 떼었다 붙였다 하게.. 후까시도 한두번이지, 진짜 해도해도 너무하는 드라마에, 해도해도 너무하는 감독이 아닐 수 없다.

허나 어쩌랴. 저것이 '효자'인 것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발산한 효과 덕에 나의 일본생활이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일단 주변 사람들이 우호적이고, 한국에 대해 관심들이 많고, 자기들 입으로도 '요즘 한국 붐이라서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들 한다. 한국 얘기 해주면 재밌어하고, 특히나 한국 연예인들 얘기를 해주면 재밌어한다. 한국에서 온 내가 해주는 얘기가 아줌마들한테는 나름대로 '특종'인 셈이니깐.
그래서 나는 종종 아줌마들한테 한국 연예인들 얘기를 해주곤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얘기, 예를 들자면-- 이영애는 한국에서 톱스타다, 이영애 데뷔했을 때 진짜 이뻤다, 원빈은 꽃미남이다, 요새 권상우 잘나간다, 최지우는 발음이 안 좋다, 뭐 이런 거. (웃기게도 여기 사람들도 최지우 혀짧은 것을 안다. 혀짧은 발음은, 언어가 달라도 구별이 가는 모양).

이렇게 한류는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 궁금한 것은, 한류가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하는 것이 아니겠슴둥? 분명한 것은, '욘사마'로 시작된 한류가 일본에서 적어도 한국 꽃미남 탤런트/배우들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요리,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분명 높아지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지금 구구절절이 자판을 두드리게 된 것은-- 지금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는 드라마 때문이다. 초난강(요샌 일본 사람들도 '쿠사나기 츠요시'가 아니라 '초난강'이라고 부른다)이 방금전 한국말로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늙은 엄마 품에 안기는 장면이 나왔다. 자이니치, 즉 '재일 조선인'을 주인공으로 한 단막극인데 초난강이 조선인 역할을 맡았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한류는 필히 '역사'에 닿을 수 밖에 없다. 몇달전 이곳 TV에선 재일조선인이 겪는 차별과 사랑을 다룬 연속극이 방송되기도 했는데, 꽤 유명한 여자탤런트가 주연을 맡았지만 드라마 자체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시도(재일조선인 문제를 다룬) 자체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겨울연가'는 확실히 말도 안되는 드라마다. 그런데 그 말도 안되는 드라마를 통해 한류가 형성되고, 그 흐름이 결국 일본 내에서 '터부'를 건드리고 있다. 일본에 있는 조선인들에게 역사문제가 터부였듯이, 일본인들에게도 자이니치 문제(총체적으로 역사문제)는 분명 터부였을 것이다. 그 금기가, 겨울연가 혹은 욘사마라는 희한한 계기를 통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철벽같던 모든 금기들은 아주 작은 균열로 인해 깨지기 마련이다. 일본에서 한류가 그런 균열을 확대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의 욘사마열풍을 아마도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을 한국인들을 위해, 한국의 언론들도 양국에서 터부를 건드리는 작업을 좀 해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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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11-2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걸 보면, 역사는 확실히 우연들이 많이 개입하는 것 같아요.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나 할까,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 ... (이게 아닌감???)

로드무비 2004-11-2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웬 글을 그렇게 잘 씀둥?^^)

얼마 전 춘천에 닭갈비 먹으러 갔더니 겨울연가 때문에 단체관광 온

일본 아줌마 한 떼가 명동닭갈비라는 집 전체를 빌렸더군요.

아무튼 그들 때문에 외화 수입이 막대한데 예쁘게 보고 진심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속으로 경멸하면서 벗겨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미완성 2004-11-2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신기해요. 왜 하고 많은 드라마 중에서 하필이면 하필이면 그게 '겨울연가'인지 말이예요. 제 생각으론 모래시계같은 드라마가 성공해주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라는 바램이 있긴 합니다만.

TV를 그렇게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한국 언론은 그야말로 '욘사마 열풍'의 단면만을 보여주지요. 봐라 어떠냐 얘가 일본가서 돈 엄청 벌어온다, 봐라 욘사마가 뜨니까 일본 아줌마들 자지러진다, 인터뷰할 때도 욘사마가 얼마나 좋느냐 물어보면 일본 아주머니들 대부분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사랑해요!'라던가 부들부들 떠는 모습만 나와요. 그러면 보는 저로썬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싶으면서도 뭐 춘천같은 곳에선 그야말로 일본인 관강객들 덕에 닭갈비 소비가 성황이라 하니 사람들이 사람으로 안보이고 '다 저 사람들이 와서 우리 돈벌어주는 거지..'하며 돈으로 보이구요. 이런 열풍을 가지고 더 발전시키려 하기보단 여기에 어떻게 기대어 돈 좀 벌어보고 이걸로 화제꺼리 삼아 가릴 거 가리고 숨길 거 숨기려고만 드는 것 같고....



어찌되었거나, 일본에서의 한류열풍이 그리 대단하다니 정말 신기한데요? mbc에서 해주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도 나고..딸기님 생활에 보탬이 되어준다니 그거야말로 가장 큰 좋은 점이로군요.


로즈마리 2004-11-2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도 남대문 시장이나, 명동 등 관광거리에서는 겨울연가 사진이 떡하니 붙어있는 걸 봅니다. 우리는 대개 신경 못 쓰지만, 지나는 일본인들을 의식한 포스터들이겠죠. 일본 고교생들이 수학여행도 많이 오는가봐요. 가끔 마주치는 일본인들은 대개 한국어를 잘 하고, 스스로도 한국어 배우는 게 일본에서 붐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데도 소통이 되는 건 분명 욘사마 덕분일듯. 정말 딸기님 말씀대로 이 한류가 터부시되었던 역사문제와 연결될 수 밖엔 없을 듯 해요. 얼마 전 한 일본인과 이화여고를 가서 유관순에 대해 설명해주었는데, 그는 그 이름을 기억하려 하더군요.. 좀 의외였습니다. 이순신 이야기도 좀 했구요. 첨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좀 불편했었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물어볼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역사쪽 문제가 건드려질 수 밖엔 없는 것 같아요.

하이드 2004-11-28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중국권도 난리지요. 제작년 홍콩 출장 갔을 적에 OECD rep 들이 다 모였는데, 노래방에서 보아 노래, 신승훈 노래 부르더라구요. ( 전 모르는 노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엽기적인 그녀에 나왔던 노래) 그러고 보니 그때는 가을동화 하고 있을 적이었는데, 겨울연가도 역시나 히트. 그것 때문에 한국말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홍콩 친구가 지난달에 나왔다 들어가기도 하구. 그런데, 대만에서는 '대장금'이 최고 인기라는데,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인기 있는건 참 좋아보여요.

저도'겨울 연가' 는 한 번도 안 봤습니다. -_-a

딸기 2004-11-2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장금은 요새 NHK 위성방송에서 해주고 있어요. 한국에서 대장금 보다가 일본 오느라고 뒷부분 못봤는데, 지금 저희집은 위성이 없어서(위성이 있는 집도 있냐 -_-;;) 결국 또 못보고 있네요. 대장금도 보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 인기인가봐요. 한국드라마가 워낙 많이 들어오니깐, 앞으로 품질이 좀 가려지겠죠, 이곳 시장에서도.

한국드라마 좋아하는 어떤 아줌마한테 제가 이것저것 얘기해주면서 "내년에 일본에서도 방송될 드라마가 있는데, 대장금이라고--" 했더니 이 아줌마가 "아, 장금이, 지금 위성에서 보고 있어" 하더군요. 이 아줌마는 신승훈 팬이래요. ^^

벗겨먹는것도 좋은데(국익??), 하지만 근시안으로만 보면 장기적으론 결국 안좋잖아요. 그 점을 잊지 말고서, 벗겨먹더래도 수준 있게 벗겨먹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지금 일본내 한류를 피상적으로 '욘사마 뉴스'로만 다루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예요. 아직까지는요. 하지만 앞으로 이 한류가 굽이를 치겠죠. 흐름이 높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구부러지고 할 거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 매니아가 되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만이 매니아들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거거든요, 결국.

저는 다방면에 매니아;;라기보단 빠순이 광팬질을 해봤기 때문에 그 심리를 알아요. 아마도 욘사마 좋아하는 일본 아줌마들, 앞으로 한국을 미워하거나 혹은 무관심해하긴 힘들 겁니다.^^

숨은아이 2004-11-28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토요일에 남이섬 들러 두밀리의 통나무집으로 엠티를 다녀왔어요. 체감온도가 영하를 육박하고 진눈깨비 휘날리는 악천후였는데도 관광객 수가 대단하더군요. 남이섬은 오로지 욘사마 지우히메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 ㅎㅎ

에레혼 2004-11-2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생생한 일본 리포트이군요.

'욘사마' 열풍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도, 실제로 일본에서의 체감 열기는 어느 정도인지, 우리 언론이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제법 부풀리고 있는 게 아닌가 반신반의했거든요.....

생생하고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추천은 당근!]

마냐 2004-11-3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전후보상 판결, 그리고 엊그제 문부상 망언....한류에 가려진 한일 기류는 여전히 싸늘하군.

딸기 2004-11-3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열은 항상 변두리에서부터 오는 법이지. 한류, 즉 일본의 '욘사마 열풍'을 '내부의 국외자' 시선으로 보는 글을 하나 올려볼까 하는 중. :)

sooninara 2004-12-1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처음 뵙겠습니다..^^

저도 키무타쿠에 반해서 일본 드라마를 밤새 본적이 있었죠..일어를 못하지만 다음카페등에서 보다보니 자주 나오는 감탄사등은 외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프라이드' 잼나게 보긴했는데..역시 예전 작품들이 더 좋았던듯..

재일한국인이 나오는 드라마..'동경만경'이라고..대충 챙겨보았는데..

우리나라 드라마 공식을 따라 하느라고 교통사고,기억상실,혈연에 대한 비밀등을 비비꼬았더군요..그리고 영화 '클래식'하고 비슷한 부분이 얼마나 많던지..배경음악도 한국가수 노래라서 가슴이 뿌듯했엇다죠..다만 박용하가 너무 폼잡고 나와서 느끼했고.

시청률이 잘 나올 드라마는 아니었어요..그래도 이런 시도가 계속된다면 좋겠습니다..

딸기 2004-12-1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수니나라'님이신가요? 아이디가 재미있네요 ^^

키무타쿠, 아무리 봐도 괜찮단 말예요. 그쵸?
 

아티누스 카페(카페의 이름은 여전히 기억이 안 남) 얘기에서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

대한민국의 젊은 남녀들은 카페에 증말 많이 간다. 나도 마찬가지다. 앞으론 '젊은 남녀'의 범주에서 벗어날 일만 남았지만, 나도 참 카페 많이 드나들었다. 내가 카페에 다니기 시작했던 것은 1988년의 일이다. 공부잘하고 얌전하고 모범생이어야만 했던 내가 철딱서니 없이 카페바람이 들어서 집 근처 카페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카페에 앉아 폼 한번 잡아보기 위해 떡볶이 값 한푼두푼 모아야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다 -_-;;
그때는 카페에 다녀야만 했던 절체절명의 이유가 있었다. 나는 무려 연애질 중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하기사 여중생들이 원조교제까지 하는 마당에) 그땐 이성교제 따위를 하다가 들키면 아마 선생들한테 작살났을 걸.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카페질은 우리동네, 서울에선 상당히 촌스런 분위기였던 서대문구 홍제동 바닥을 벗어나 대학로까지 이어지는 팽창일로를 내닫았다.

무악재 고개를 넘어 중앙청 앞을 지나고 비원앞을 지나갈 즈음이면, 돈화문 맞은 편에 '굴뚝새와 우리들은'이라는 어정쩡하게 분위기 있는 낡은 카페가 있었다. 고2 때는 거의 한달에 두번 꼴로 거기에 갔었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를 거기서 보낸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카페 벽에 내가 남긴 낙서만 해도 한두개가 아닐걸. 왼갖 똥폼은 다 잡는다고, 친구들이랑 기타 치고 앉아서 조숙한척 '민중가요' 노래집 한권을 다 떼는 것을 비롯하야 연애편지 쓰기, 남의 연애 상담, 기타등등 기타등등...
나와 내 친구들이 '굴뚝새'라고 불렀던 그 카페 부근에는 '나무요일' 같은 카페스런 이름을 한 카페들이 있었다. 여기서부터 대학로로 이어지는 카페들이 싫어질 때면 인사동에 지금도 남아 있는 '차마당'이라든가, 지금은 없어졌는지 알수 없는 '오래된 이야기' 같은 카페들을 찾아다녔다. 나의 여고시절은 카페 없이는 되돌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대학교 때는 멀리까지 진출할 생각을 못하고, 그저 학교 주변의 까페들을 맴돌았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 근처의 골목들은 그닥 분위기 좋고 폼나는 동네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단골 카페는 있었다. 대학시절이 끝날 무렵엔 이미 '쟈뎅'이란 놈이 들어와서 그 카페들의 대부분은 없어져버렸지만.
그렇게 대학 졸업 무렵엔 이미 사라져버린 카페들 중의 하나는 '커피뱅크'라는 곳이었다. 이름을 통해서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겠지만... '세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방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 대신에 이 곳에는 만화책들이 있었다! 뭐 대단한 만화들은 아니고, 보물섬 같은 것들. 그리고 다방 분위기와 안 어울리게 지적인 모드를 연출해내던 안경 낀 주인아줌마. 이 아줌마는 까닭없이 나를 귀여워해줬었다.
엄청 더운 날, 그리고 뭔가 기분전환거리가 필요한 날, 일년에 한두번쯤, 예를 들자면 농활에서 올라온 직후라든가, 그럴 때에는 커피뱅크에서 파.르.페.를 먹었다. 아아, 파르페! 그 얼마나 화려하고 폼나면서 로만치크 퐁퐁 솟아오르는 이름이던가... 카페 분위기처럼 역시나 촌스럽게 생겼지만 당시만해도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메뉴였던 파르페...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연중행사 수준이었고, 대부분은 그냥 커.피.를 마셨다. 어쩌다가 냉커피가 먹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실은 여름날의 대부분) 나는 커피를 시키고, 물 갖다주는 뽀이(아마도 같은 학교 학생 알바였겠지만)한테 얼음을 달라고 했다.
뽀이는 얼음물을 한컵 갖고온다. 나는 차디찬 글라스에서 얼음만 송송 건져 냉커피를 만들어먹곤 했다. 헌데... 이노무 뽀이가, 그런 내가 무쟈게 얄미웠더랬나보다. 어느 해였나 여름이 지나갈 무렵, 얼음을 갖다달라고 했더니 찻숟가락에다가 얼음 한 개 얹어서 달랑달랑 갖다주는 것이 아닌가! 이 사건으로 나의 '자작 냉커피' 시대는 끝나고 말았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홍대 앞 카페들을 애용하고 있다. 아티누스 카페와 함께 홍대 부근 내가 자주 가는 또 한곳의 카페는 사튀로스다. 이 두 곳의 공통점이 있다. 다름 아니라, 커피 갓이 무려 7000원! 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의외로 편한 구석이 있다. 누구 만나서 줄창 떠들 일 있을 때. 적어도 다섯 시간 이상 앉아 있어야 하는 때에 나는 저 두 군데 중 한 곳을 간다. 사튀로스는 커피 마시면 과일을 공짜로 주는데, 다섯명 정도가 함께 가면 커피 넉잔 시키고 과일 네 접시 먹는 것이 기본 원칙. 아티누스 카페에선 커피 시키면 오렌지 한 조각하고 와인빙수 주니깐 다섯시간은 너끈히 버틸 수 있다. 비싼 커피 마시는 거니깐 주인 눈치 안 봐도 되고, 또 저 두 집의 경우는 '주인'은 없고 알바생만 잔뜩이니깐...

반면에 이대 후문 라리는 커피가 비싸면서 써비스를 안 준다. 신문에 라리에 대해서 난 거 보니깐 호텔급 서비스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서비스는 별로 안 중요하고, '써비스'가 중요하거든. 라리는 비싼 커피 팔면서 써비스도 안 주고, 또 알바생들이 아니라 사명감을 가진 뽀이 같은 사람이 써빙을 한다. 이거 아주 별로...다. 신경쓰이자나...
특히 맘에 안 드는건, 재떨이에 꽁초 한개 밖에 안 버렸는데 재떨이 새걸로 바꿔놓고 가는 것. 진짜진짜 신경쓰인단 말이다!

일본에 온 뒤로는, 돈이 읎다, 돈이... ㅠ.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후까시 잡고싶어 죽겠는데 돈도 없고, 또 얼라가 있다보니.. 흑흑..
그래도 아무튼 도쿄스런 분위기는 내봐야겠기에, 하라주쿠에 몇번 갔었다. 요요기 공원에서 딸네미랑 놀다가, 졸려 하면 유모차에 태워 거닐면서 재운다. 그리고 유모차까지 끌고서(진짜 주책맞지?) 그럴싸한 커피숍에 앉아 한잔 하는 것이다. 이것도 꽤 재밌다. 유모차...에 쏠리는 시선을 빼면.
아니면, 도쿄에서도 제법 뽀다구나는 오다이바, 지유가오카, 이런 곳에 가서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가 딸네미랑 같이 논다. 빨대 구부러뜨리기, 냉수에 설탕 녹이기, 뭐 이런걸 하면서. 카페를 좋아했던 십대 소녀는 삼십대 중반의 아줌마가 되었고, 변함없이 카페를 좋아하고, 카페에서 책 읽기, 카페에 앉아 창밖 내다보기를 좋아한다. 카페에서 그동안 나눴던 이야기들은 다 어디에 틀어박혀 있으려나. 마음속에? 에이, 그러면 주책에 더해 궁상맞기까지 하지. 그저 나는 카페에 앉아 누군가와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흘려보내는 것이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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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페보다는 길거리 벤치. ^^

하이드 2004-11-24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 갔을때 아침마다 도투루에서 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면서 그날 계획을 짜곤 했는데, 비싼 커피는 적성에 안 맞아요. 7000원 막 그런거요. 별다방이나 콩다방에서도 맨날 오늘의 커피만 사약스럽게 해서 마시곤 하죠.

아, 그리고 라리는 웨이터가 젊고 잘생겼어요. ( 소근) ///ㅂ///

딸기 2004-11-2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길 걷는 것 좋아하세요? 마음 통하는 친구와 좋은 길 걷다가, 쌀쌀할 때 자판기 커피 뽑아마시면 너무나 좋지요.

미스하이드님, 도토루는 정말 싸요. 지금도 커피 190엔... ^^ 라리 웨이터 ㅋㅋㅋㅋ

새벽별님, 나중에 서울 가면 언제 한번 파르페 먹으러 가요.
 

나는 좀 단순하다.

그러니깐...

알라딘에 수년전 올렸던 서평들을 드래그해서 복사하고-> 삭제하고-> 다시 올리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지. 안그래? 단순하거나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하거나... 난 이 모두에 해당된다고나 할까.

이해를 못하겠어, 알라딘 서재의 '이동' 기능을... '수정' 기능도... ㅠ.ㅠ

 

그래도 아주 단순하지는 않아서, 예전 리뷰들을 다 다시 올리지는 못하고, 80%는 지워버린 것 같다.

단순노동을 반복하기 앞서 몇가지 생각을 했다.

1. 과연 이런짓까지 해가면서 올려야 할 정도로 훌륭한 리뷰인가(質良保存)

2. 이 리뷰를 올리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弘益書評)

 

그런데 저런걸 생각하는건 단순한 내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그래서 새로운 기준을 수립.

0. 길면 남기고, 안 길면 버린다(短捨長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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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1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올리신 서평을 보며 제가 "고마워요"를 누른 게 몇 번인데... 1, 2번은 의심치 마시옵소서.

딸기 2004-11-1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기준은 0번이었지만, 그것이 동시에 1번과 2번을 충족시켰다는 얘기도 되겠군요. 오, 놀라워라~~~~~~ 히히히 숨은아이님 고마워요. 실은 저는 알라딘 서재질을 열심히 하기 전에는 다른 분들의 서평을 안 읽었더랬어요. 신문 서평은 물론이고. 그런데 여기서 돌아다니다 보니까 알라딘엔 정말 고수들이 많더군요! 저같은 사람이 뭣도 모르고 서평 올리기 부끄러워질 정도로.

미완성 2004-11-16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같은 분이 이리 심오하게;; 반성을 하시니 저같은 사람이 리뷰 올리기 전에 심호흡 한 번 하며

"괜찮아, 이렇게 못 써도. 난 예쁘니까" 라는 얼토당토않은 자기 위안을 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 ㅜ_ㅜ

그..이동기능이라는 게, [리뷰] 카테고리 안에서 비공개 폴더 -> 공개폴더로 옮기는 작업 아니온지..?! 에이 아시믄서~

딸기 2004-11-1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 저도 '이동' 기능은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되는 거예요. 이동하면... 없어져버려요, 글이.

그래서 비공개 폴더의 리뷰를 '수정' 눌러서 카테고리를 바꿨거든요.

그래도 없어져버려요, 대부분. 어떤 건 남기도 했지만,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죠...

근데 멍든사과님, 굉장히 이쁘신가봐요. ^^

panda78 2004-11-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옛날 서평 다시 올려주셔서 기쁩니다. ^^

(며칠 전에 브리핑 뜬 거 보고는 어라? 내가 딸기님이란 분의 서재를 즐찾했었나? 했더랍니다. 언제 바꾸셨어요? ^^;;;)

딸기 2004-11-1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판다님, 그동안 여기 안 들르셨던 게지요! (토라져서 벽보고 서있다)

다시 바꿨어요, 아무래도 '스트롱'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서요 ^^

panda78 2004-11-18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알라딘을 안 들렀어요. ^^ 며칠 전부터 다시 시작..

(그리고 들어와서 글 읽으면서도.... 며칠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으니... - _ -;; 둔해도 보통 둔한 게..)

딸기 2004-11-18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판다가 둔하잖아요(후다닥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