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나보다 열살 어린데, 직업은 디자이너. 뭘 디자인하냐면, CI 같은 그런 걸 한다. 이런 걸 디자인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다.
올봄 취직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가 타워팰리스 옆 대림아크로빌에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 동네에 대해선 신문에서만 읽어봤고, 실제로는 근처에 가본 적도 없다. 우와, 취직했구나. 요즘 취직하기 힘들다는데 잘 됐다. 하긴, 널 안 뽑으면 누굴 뽑겠니... 다들 이렇게 덕담 아닌 진담으로 축하를 해줬었다. 솔직히 그 애가 하는 일이 어떤 건지 나는 통 모르기 때문에 그쪽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타워팰리스(이름이 끝내주자나, 타워로도 모자라서 팰리스라니) 옆에서 일한다고 하고, 또 얘네 사무실이 30몇층에 있다고 한다. 그 얘길 들으니깐 얘가 진짜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사회 생활 삼개월차에 들어간 친구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읽었다. 워낙 씩씩한 아이라 걱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안 하고 있었지만,
내가 하는 작업이 연습이 아니라 '실전' 이어서 좋다. 뭘 흉내내면서, 그냥 연습할려고하는게 아니라, 비록 흉내는 낼지라도, 자본주의 세상에 나와서 팔리고 이용되는 거야말로, 가장 흥미진진하고 가슴 뛰게 하는 것 같다.
이모양 이꼴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부끄럽게 느껴지는 글. 난 평소에 내 일에 대해 투덜거리는 편은 아닌데(사실 거의 안 투덜거린다 왜냐면 재밌기 때문이다), 요샌 불평이 좀 생겼더랬다.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돈을 너무 쪼끔 줘서... ㅠ.ㅠ
자본주의 세상에 나와서 팔리고 이용되는 거야말로, 가장 흥미진진하고 가슴 뛰게 하는 것 같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쩐지 가슴속이 탁 트이는 듯한 기분. 설명하긴 힘든데, 아무튼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