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을 싫어한다. 공(ball) 공포증... 몸치에 몸꽝에... 암튼 그렇다.
지난주 토요일, 우리 꼼꼼이 유치원 운동회가 열렸다.
워낙 공사다망 무사분주한 엄마인지라... 영 미심쩍은지 선생님이 여러번 확인을 했다.
"꼭 오실거죠? 아빠도 오실 거죠? 엄마아빠 같이 하시는 순서가 많으니깐 꼭 오셔야 해요"
"그럼요 그럼요 꼭 가야지요"
그러면서 속으로 걱정했다. 어쩌지... 달리기 같은거 시키면 어쩌지...
토욜 아침, 아이 봐주는 꼼꼼이 이모(내 여동생)가 "오늘 원복 안 입혀가도 된대"
이렇게 말하는 걸 잠결에 듣고서, 이쁜 흰 티셔츠에 청바지 입혀서 데리고 갔다.
동네 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는데, 120명 정도 되는 아이들 중에
원복 안 입고 온 애는 우리 애밖에 없었다. 청팀백팀 머리띠 안 갖고 온 애도
우리애밖에 없었다. 아으아으-- 이런 엄마는 되지 않으려고 했는데.
짱나. 꼼꼼이도 눈치가 있다. 자기 혼자 뷁스런 옷 입고 서있으려니 기분이 요상했을 거다.
그런 경험 많아서 나도 아는데,, 이럴 때 엄마를 보통은 원망하지(초등학생일 경우).
하지만 얘는 아직 어려서, 자기 혼자 딴옷 입은 건 알지만,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라
혼자 멍~~하니 서있었던 것 같다.
시작부터 꼬여서 -_- 결국 애 아빠가 집에 다시 가서 원복 가져왔는데
이미 아이는 놀라고 당황한 뒤였다. 워낙에 확성기/불꽃놀이/음악공연/어두운곳/놀이공원
기타등등 몽땅 안되는 애다. 어째서 그렇게 겁이 많고 소심한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다. 수백명 뛰어다니고 확성기 웅웅거리니깐 겁에 질려서
내도록 엄마 옆에 붙어 울기만 했다. 우리 가족은 행사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하고,
폐회도 하기 전에 운동장을 나섰다.
날씨는 맑았지만 썰렁했다. 하루종일 제대로 몸을 움직여보지도 못했던 우리는
추워서 계속 덜덜 떨었다. 자전거 타고 갔는데, 오는 길에 애가 잠이 들어버려서
(자전거에 아이를 태워가지고 다닐 때의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이거다-아이가 잠드는 것)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목전에 두고 길가 까페에 들어가서 아이 재워놓고 기다렸다.
이런 '까페 버티기'는 하도 많이 해봐서 이젠 어디 갈때면 까페부터 눈으로 '확보'해놓는다.
한심한 가족이었당...집에 돌아와서 짬뽕 시켜먹으면서 아이를 무쟈게 구박했더니 결국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