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님 서재에 가보니 가지가지 가지요리가 올라와 있다.
아랍 쪽에 가면 가지 또는 호박 속을 파서, 순대처럼 안에 고기 볶은 것 채워넣어 먹는데,
어느 분 댓글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먹는 모양이다. 몰랐다.
보라색 가지, 노란색 가지... 이 녀석이 eggplant 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것들이 주로 거위알이나 달걀 같이
동그랗고 노란 것들이어서였다고 한다.
나는 가지를 먹지 않는다. 하고 많은 것들 중에 보라색 물컹한 것을 먹고싶지는 않다고 해야 할까.
어릴적 집에서 가지요리를 먹은 적도 없고, 내가 가지요리를 해본 적도 없다.
솔직히 나는 가지를 자세히 들여다본 일도 없고 요리되지 않은 상태의 것, 그 속살을 본 적도 없다.
시장에서 본 시퍼런 겉모습만 보았다고나 할까.
아, 어째서 보라색인거야, 포도도 아닌 것이. 송글송글하지도 않은 것이.
그런데 며칠전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다보니에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가지를 먹이지만 않는다면, 당신과 결혼하겠어요."
첫사랑에게 이렇게 말했던 여자는, 가지요리를 하루가 멀다하고 먹어대는 집안의 남자와 결혼을 한다.
자존심 강한 여자는 어느날 자기가 맛있게 먹었던 것이 가지요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적어도 가지에 대해서만은 그 자존심을 접는다. 그리고 가지는,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재료가 된다.
훗날 첫사랑을 만나 '노년의 사랑'을 하게 된 여자는 강을 거슬러오르는 유람선에서
승객들과 승무원들에게 맛있는 가지 요리를 해준다.
나는 가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본 일 없이, 나처럼 가지를 먹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 남자는 외국 여행 때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달걀 요리인 줄 알고
eggplant 요리를 시키는 용감함을 보여줬다. 우린 지금도 둘 다 가지를 먹지 않는다.
그럼 세상은 역시나, 가지를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 두 종류로 나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