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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난 김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갈레아노의 책 중에서.

친애하는 에두아르도:
과거 산 로렌소 구장 자리에 세워진 까르푸 수퍼마켓에 얼마전 간 일이 있었다네. 어릴 적 나의 영웅이었고 네 시즌 연속 산로렌소의 득점왕이었던 호세 산필리뽀와 함께 갔었지. 우리는 냄비와 치즈, 줄줄이 소시지로 둘러싸인 곤돌라 사이를 걸어갔다네. 그런데 계산대로 가까이 가자 산필리뽀는 갑자기 팔을 열어젖히면서 나에게 말했지. "바로 이 곳에서 치른 보까와의 경기가 생각나는군". 그는 통조림과 소고기, 야채를 가득 실은 수레를 잡고 있는 뚱뚱이 아줌마 앞으로 가로지르며 이렇게 말했네. "역사상 가장 빠른 골이었지".
그는 마치 코너킥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정신을 집중하고, 나에게 얘기했다네. "그 당시 막 데뷔한 5번 친구에게 말했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골 에어리어 쪽으로 내게 힘껏 공을 차게나, 괜찮을테니까 흥분하지 말고 차란 말이야.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고, 깔데비야라는 그 친구는 너무 놀라 이렇게 생각했겠지. '만일 내가 그렇게 안 차면 어찌될까' 하고 말이야".
그리고 산필리뽀는 나에게 마요네스 통에 들어있던 밧데리를 가리켜 소리쳤지. "바로 여기로 공이 온거야!"
쇼핑 나온 사람들은 놀라서 당황하며 우리를 쳐다보았어. "공은 센터 뒤쪽에 떨어졌고 나는 앞으로 밀치고 뛰어들어갔는데 공이 나를 살짝 비껴 나서 저기쯤, 저기 보이지? 바로 저기 쌀이 있는 곳쯤에 굴러가고 있었지". 그는 나에게 진열대 밑을 가리키고는 푸른색 상의와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토끼처럼 잽싸게 달리기 시작했다네.
"나는 공을 힘차게 찼고, 그리고는, 뿜!" 그는 왼발 슛을 날렸지. 우리 모두는 30여년 전에 골문이 있었던 계산대 쪽을 보려고 몸을 돌렸고, 면도 종이와 라디오 밧데리가 있는 바로 그 곳, 저 위로 공이 골인되는 듯한 것을 느꼈다네. 산필리뽀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기뻐했지. 손님들과 계산대의 아가씨들도 손이 부르트도록 힘찬 박수를 보내주었다네. 나는 거의 눈물이 나올 뻔했지. '갓난아이' 산필리뽀는 1962년의 바로 그 골을 재연한 것이었다네.  (산필리뽀의 골)

1969년, 산또스 클럽이 바스꼬 다가마와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펠레는 사뿐사뿐하게 땅을 밟지도 않고서 상대편을 제치면서 번쩍 하는 사이에 필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어느 새 공을 가지고 아크 부분까지 들어왔는데, 그것이 전부였다. 그는 넘어지고 말았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펠레는 공을 차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10만여명의 관중들은 펠레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가 찰 것을 요구했다.
펠레는 마라카낭에서 많은 골을 넣었었다. 1961년 플루미넨세 클럽과의 경기에서 7명의 선수와 골키퍼까지 드리블로 제치면서 성공시킨 것과 같은 화려하고 멋진 골들도 이곳에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페널티킥은 달랐다. 사람들은 어떤 신성함 같은 것을 느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떠들고 법석거리는 관중들도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마치 누구의 명령에 따르기라도 하는 듯, 관중들의 외침이 일시에 뚝 그쳤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고, 아무도 숨을 쉬지 않았다.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필드에도 마찬가지였다. 펠레와 골키퍼 안드라다는 단 둘이서, 서로를 응시하며 기다릴 뿐이었다. 펠레는 페널티킥의 하얀 지점에 있는 공 가까이 서 있었다. 안드라데는 열두 걸음 떨어진 저 앞 골포스트 사이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복한 채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골키퍼는 공을 건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펠레는 공을 네트에 박아넣고 말았다. 그것이 그의 천번째 골이었다. 프로축구 역사상 어떤 선수도 천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제야 관중들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고, 어두운 밤을 밝히며 미칠 정도로 기쁨에 겨운 어린아이들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펠레의 골)

책장을 넘기면서 몇 번이나 숨이 막힐 뻔했다. 격정과 감동의 순간들, 땀과 눈물. 숨겨진 비정함을 차갑게 비꼬면서도 동시에 그 열광의 순간을 포착해낸다. 우루과이 출신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펼쳐놓는 이야기에는 축구, 월드컵, 선수들, 인간애와 역사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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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3-1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어요. 그런데 품절..으..어디가서 구한담.

딸기 2005-03-1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품절됐더군요. 이 책 정말 재밌는데. 저는 울며웃으며 봤어요.

날개 2005-03-1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이 엉망이란 얘기가 있던데, 어떻든가요? 사고싶은데 망설여져요..

딸기 2005-03-1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물으신다면, 이 책은 무조건 추천입니다!

딸기 2005-03-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번역이라면... 별로 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축구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은, 고유명사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 문제였는데, 이 책은 반대로 거의 대부분 스페인어 식으로 표기해놨습니다. 영국의 찰스왕세자를 무려 까를로스로 써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장력으로 보자면, '축구는 어떻게-' 쪽이 훨씬 낫고요, 갈레아노의 책은 번역 문장이 맘에 안 들었어요.
 

축구에 대한 책이라면, 축구에 대해 뭘 좀 아는 사람이 번역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또, 번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나와있는 고유명사들, 자기가 모를 땐 검색이라도 좀 해보는 편이 좋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투린- 토리노 .이탈리아 지명은 이탈리아 식으로 읽어줘야 한다. 유벤투스의 홈은 토리노다.
오빌리크- 오빌리치. 베오그라드를 연고로 둔 축구팀 이름이다.
욤 키퍼- 욤 키푸르 .유대교 최대 명절인 속죄의 날
플로렌스- 피렌체. 이것도 이탈리아 식으로 읽어줘야 한다.
토튼엄 호츠퍼- 토튼햄 핫스퍼. 호츠퍼라는 팀 이름은 첨 들어본다. 얘네, 꽤 유명한 팀이다.
바르카- 바르샤. FC바르셀로나의 애칭은 '바르샤'다. 스페인어, c에 꼬리가 붙은 글자. 이걸 모르면서 축구에 대한 책을 번역했다니.
루이스 반 갈- 루이스 반 할. 네덜란드 출신의 유명한 감독이다. 번역자는 '반 갈은 바르카의 감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프티부아르- 코트디부아르. 설마 이걸 몰라서 틀린 건 아니겠지. 오타;;라고 믿고 싶다.
라지오- 라치오. 이것도 모르면서 축구 책을 번역하냐고!
아세날- 아스날. 정말이지 할말을 잃게 만든다.
클린핸즈- 차라리 '깨끗한 손'이라고 쓸 일이지. '
마니풀리테'란 말은 고유명사처럼 굳어져 있다. 미국 사람이 '마니풀리테'를 영어로 옮겨서 클린 핸즈라고 쓴 모양인데, 그걸 그대로 '클린 핸즈'라고 적냐.
잔니 아그넬- 피아트社 주인인 Agnelli 가문을, 앞쪽엔 '아넬리'라고 쓰고 뒤에는 '아그넬'이라고 썼다. 정확한 표기는 '아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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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5-03-1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어 어이가 없군요.

딸기 2005-03-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역자가 아주 무성의하게 번역한 것 같지는 않은데... 옮긴이 註도 꽤 많고요.
근데 저런 것들이 자꾸 거슬려서 말이지요. 한 두 개도 아니고...

깍두기 2005-03-1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걸 다 아는 딸기님이 존경스럽습니다^^

sweetrain 2005-03-1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딴건 몰라도 왜 토리노가 투린이냐고요. 다른 도시인줄 알았네요,.

sweetrain 2005-03-1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제 이벤트에 오셔요...

딸기 2005-03-1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유럽 클럽축구 광팬이었거든요. ^^

딸기 2005-03-1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영어로는 토리노를 Turin 이라고 쓰잖아요. 번역자가 그걸 영어식으로 읽은 모양이예요. 그래서 피렌체도 플로렌스가 되고...

조선인 2005-03-1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 어? 제가 아는 그 딸기님 맞죠?

mannerist 2005-03-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건 다 봐주겠는데 바르카... -_-;;;;;;;; 순간 책상 속에서 일자도라이바를 찾았습니다. 쿨럭;;;;; 저건 정말 용서가 안되는군요

딸기 2005-03-1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조선인님 ^^ 가끔씩 딸기가 변신을 하고 그럽니다.
매너님, 열받죠!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바르카, 바르카... 엄청 짜증나더군요.

mannerist 2005-03-1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냥 맘같에선 호나우도, 과르디올라, 젠덴, 피구(음. 좀 거슬리긴 하지만 바르샤가 피구한테 한 게 있으니-_-), 히바우도, 클루이베르트(삽질만 하긴 했으나 바르샤는 바르샤)거기에 요즘 잘 나가는 호나우딩요까지 불러와서 번역자 불러놓고 그 황금발들로 다구리-_-를 했으면 좋겠다는. 음... 이거. 아프겠죠? -_-ㅋ

2005-03-16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3-17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하다, 심해. 정말 딸기에게 딱 걸렸군. (추천은 저랍니다. 호호)근데 저 책 이번주에 나온거 같던데...빠르기도 하셔라. 안그래도 딸기님 생각했는데. 근데...'한때 광팬'? 이젠 접으셨남요? ^^;

딸기 2005-03-17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이거 리뷰해야 한다니깐요.
한때 광팬이었고 지금도 마음은 광팬인데...
울나라 케이블방송들이 제 수준을 못 따라와주고 있거든요.

숨은아이 2005-03-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긴이와 편집자가 축구팬이 아닌 모양이에요.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투린이나 플로렌스는 고쳐야 하는데. (제가 딴 건 모르고 그 두 개만 알기 땜시. ㅎㅎ)

딸기 2005-03-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저도 잘 모르는 다른 오류들도 많이 있겠지요.
제 눈에 띈 것만 저정도였으니깐요. 이노무 눈탱이는 왜 저런것만 본담.

딸기 2005-03-1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는 책은 아니예요. 오류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보시면 돼요.
사실 고유명사 표기엔 문제가 많지만 번역 문장은 매끄러운 편이거든요.

릴케 현상 2005-03-1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로 그건 편집자 책임일 것 같네요

딸기 2005-03-1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출판사 시스템을 잘 몰라서...

릴케 현상 2005-03-1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바람직한 시스템이 아니라면 사장 책임이라고 해 두죠^^

딸기 2005-03-1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사장 책임!
말 되네요. ^^
 

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 멕시코시티, 마닐라, 라고스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유리, 캔, 종이를 찾아 모으고 음식 찌꺼기를 놓고 까마귀와 싸움을 벌인다
▲ 진주를 찾아 자바의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 콩고의 광산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선다.
▲ 페루의 광산 갱도에서 어린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두더지가 된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폐가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묘지에 묻힌다.
▲ 콜림비아와 탄자니아에서는 커피를 수확하다 살충제에 중독된다.
▲ 과테말라의 목화밭과 온두라스의 바나나 농장에서도 살충제에 중독된다.
▲ 말레이시아에서는 새벽부터 별이 뜨는 밤까지 고무나무 수액을 채취한다.
▲ 미얀마에서는 철로를 놓는다.
▲ 인도 북부에서는 유리 만드는 가마에서, 남부에서는 벽돌 굽는 가마에서 열에 녹을 지경이다.
▲ 방글라데시에서는 하루 종일 끝없이 일해도 임금을 한푼도 못 받거나 거의 못 받으며 300가지가 넘는 일에 종사한다.
▲ 아랍 왕족을 위해서는 낙타 경주를 하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를 흐르는 라플라타 강 유역의 농장에서는 말을 타고 소와 양을 모는 목동이 된다.
▲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스리랑카의 콜롬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브라질의 레시페에서는 주인의 식탁을 차리고 거기에서 떨어지는 음식 부스러기를 먹으며 산다
▲ 콜림비아의 보고타 시장에서는 과일을 팔고, 상파울루의 버스 안에서는 껌을 판다.
▲ 페루의 리마, 에콰도르의 키토,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길모퉁이에서는 자동차 앞 유리창을 청소한다.
▲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와 멕시코의 과나후아토의 거리에서는 신발을 닦는다.
▲ 태국에서는 옷 바느질을 하고, 베트남에서는 축구화에 바늘땀을 넣는다.
▲ 파키스탄에서는 축구공을 꿰매고, 온두라스와 아이티에서는 야구공을 꿰맨다.
▲ 스리랑카의 농장에서는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차나 담배를 따고, 이집트에서는 프랑스 향수 제조소로 보낼 재스민을 딴다.
이란, 네팔, 인도의 어린이들은 동이 트기 전부터 자정이 넘을 때까지 카펫을 짠다. 부모가 돈을 받고 빌려준 아이들이다. 누군가 구출하러 가면 아이들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우리의 새 주인이신가요?"
▲ 부모가 100달러에 팔아넘긴 수단의 어린이들은 섹스 산업에서 일하거나 안 하는 일 없이 다 한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중에서.

몇해전 외신에서 읽은 이야기. 아프리카에 베냉이라는 나라가 있다. 빈국 중에서도 최빈국이다. 노예제도는 링컨과 함께 끝났다고?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베냉의 어린이들(가난한 부모가 팔아넘긴 아이들) 200여명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노예선'이 대서양을 항해하고 있었다. 국제해양경찰이 정보를 입수해 배를 기습했다. 아이들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바다만이 알고 있다.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였나, 제목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그 책에, 동남아의 낚시꾼들 얘기가 나온다. 지구의 어느 지역에서는, 아이를 줄에 묶어 배에서 늘어뜨려 바다에 집어넣는단다. 아이들이 미끼가 되고 갈고리가 되어 해산물을 채취한다. 아이들 몸이 물 위로 떠오를까봐 돌멩이를 같이 묶어서 집어넣는단다.

재작년 영국에선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어린 흑인소녀의 시신이 토막난채 템즈강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은 종교집단이 어린 소녀(베냉 같은 곳에서 노예로 팔려왔을 것이 뻔한)를 종교의식의 제물로 삼은 뒤 시체를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진주에도 양식진주가 있고, 천연진주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후자가 더 비쌀 것이다. 진주 목걸이 한 알 한 알이 아이들의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주 좋아하지 말자. 다이아몬드도 좋아하지 말자. 그넘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아프리카에선 '소년병'들이 살육전의 도구가 되고 목적이 되어 죽어간다. 
나이키 축구화도 좋아하지 말자. 세계적으로 '아동노동 착취' 악명 높은 기업이 나이키다. 미국에선 나이키의 아동착취 문제로 소송까지 붙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3세계 진출해서 세계경영 하고 있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자. 어느 나라에서 어린아이들 부려먹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정력 딸리기로 소문난 울나라 남자들, 동남아 '영계 매춘' 아직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에이즈나 팍팍 걸려버렸음 좋겠다.

나 역시 무죄가 아니다. 우리 딸 한 달 유치원비 35만원. 비싸다. 종일반이라서 더 비싸다. 아직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구몬 수학에 영어 피아노 발레 가르치면 한달에 수억 들어갈 것이다. 내 아이만 잘 키우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거꾸로 된 세상', 남의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다. 남의 나라 얘기 할 것 없이 돌아보면 내 주위에도 못 입고 못 먹는 아이들이 허다할 것이다. 내 아이 잘 키워서 거꾸로 된 세상에 떨어뜨려놓으면 뭐하나, 세상부터 바로 되어야지.
못나고 못된 엄마는 오늘도 생각한다. 아이야, 나는 저 책을 읽으면서 너를 생각했단다. 지금쯤 빨간 가방 메고 유치원에 갔을 너를, 그리고 너.만. 생각해왔던 나를. 엄마가 너와 함께 '네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할 수 있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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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3-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뜩합니다. '효자동 이발사'도 생각나고... 쓰린 얘기들이네요.

딸기 2005-03-1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뜩하지요. 어쩌면 가장 섬뜩한 것은, 세상 일에 무관심한 바로 내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효자동 이발사'는 뭔가요?

nemuko 2005-03-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생각 안할 수 없지요. 가끔은 제가 조기교육 혹은 과잉공급되는 사교육에 대해 갖는 불만이, 어쩌면 내 자식에게는 미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침에 좋은 글 읽고 많은 생각 하고 갑니다.
추천^^

클레어 2005-03-1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퍼갑니다. 흐~

하루(春) 2005-03-1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자동 이발사'는 영화예요. 절대권력에 머리 조아리는 소시민 얘기인데 재밌더라구요.

서연사랑 2005-03-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딸기님의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딸기 2005-03-1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추천하셔요 ^^

balmas 2005-03-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젠장, ...
추천하고 퍼갑니다. 흑.

로드무비 2005-03-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추천하고 퍼갑니다.

깍두기 2005-03-1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잘못한 게 많군요. 아, 우린 정말 나쁜 사람들이어요.

마냐 2005-03-1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바다만이 알고 있다..니. 제길.

울보 2005-03-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표 찍고 퍼갑니다.....

딸기 2005-03-1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셔요 ^^

killjoy 2005-05-17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도 될까요
 

술탄 살라딘
타리크 알리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M&B(미래엠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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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스 판 데어 호프 외 지음, 김영중 옮김 / 서해문집
1권
(준비된 수량0권)
가격 : 9,600 원
마일리지 : 290원 (3%)

 

이렇게 되고 말았다 ㅠ.ㅠ

지난번에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쌓여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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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책꽂이, 두번째.

로버트 하인라인, 시간의 블랙홀
하인리히 침머, 인도의 신화와 예술 (허걱... 이 책 일부분을 대학교 때 영어본으로 읽었는데, 그 뒤에 이 책을 안 읽은 줄 알았다. 작년에 친구에게서 이 책이 번역돼 나왔다는 얘길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제보니 읽었더랬구나. 아무래도 치매다)
차윤정, 삼림욕 숲으로의 여행
무함마드 깐수, 세계 속의 동과 서
(책도 재미있게 읽고, 깐수 교수님 인터뷰까지 했었다 ㅋㅋ)
김성종, 제3의 정사 (시간이 많았나보군)
시로야마 사부로, 날마다 일요일
로베르트 반 훌릭, 종소리를 삼킨 여자
(전~~~혀 생각 안 남)
채희문, 슬픈 시베리아
이현영, 시민을 위한 통일론
노라 로버츠, 토크쇼
(시간이 정말 많았었나보다)
기형도, 잎 속의 검은 잎
안유미, 검은 강
강덕치, 아빠와 함께 가는 스페인 자전거여행기
앨빈 토플러 외, 제3물결의 정치
(미래학 서적을 탐독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쯧.)
한지연 외, 여자는 어떻게 죽어가는가.
강성호 외,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맑스주의 연구

맑스주의...라는 단어가 제목에 떡하니 들어가 있는 책을 읽어본 것이 대체 언제였던가. 저 책의 독후감은 이렇게 돼 있다.
"사회과학 서적을 읽어보려 해도 도통 나오지가 않아 굶주림을 느끼던 터에, 정말 오랜만에 이 책이 나왔다... 개괄적인 ML주의 성립사와 함께 성립과정에서 내재된 모순을 밝히는데 참신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오히려 이 책의 가치는, 강성호의 글이 함께 실렸다는데에 있다."
지금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독후감을 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_-

삐에르 부르디외, 상징폭력과 문화재생산
김창남, 대중문화와 문화실천
조정래, 아리랑
이은정, 머리에도 표정이 있다
(미용사 아줌마가 쓴 책이었는데, 나중에 이 아줌마랑 직접 만나서 느무느무 재미있게 수다를 떨었더랬다)
임영태, 문밖의 신화
양귀자, 천년의 사랑
(이 책도 한때 유행했었지)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나중에 지오노에 폭 빠졌더랬는데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
김혜련,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재니스 우즈 윈들, 진정한 여성
(어, 여성과 이런저런 관련이 있는 책들도 꽤 읽었더랬구나)
박일문,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신병현, 문화 조직 그리고 관리
에드가 모랭, 유럽을 생각한다
(너무나 좋아했던 책이다. 책 버리기 좋아하는 내가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몇 안되는 책.)
박태견, 앨 고어 정보초고속도로
양승국, 한국 연극의 현실
장소현, 툴루즈 로트랙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혁명
(으으... 정말 인터넷 초창기였다)
정해국 외, 대안은 없는가
일본경제신문사, 멀티미디어에 관한 57가지 질문
(이 책이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혀있었는데... 난 이 책을 내가 안 읽은 줄 알고 버리질 못하고 있었다. 이제보니 읽었군!)
움베르토 에코,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최태만, 미술과 도시- 예술가의 눈에 비친 도시와 삶
베르나다크 부셰, 피카소- 성스러운 어릿광대
(당시까지만 해도 미술에 관심이 있었는지 미술 책들도 꽤 보이네.)


그러고 보니, 책이라는 것-- 읽고 나서 그냥 잊혀져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명작'으로 꼽히는 책들이 얼마나 위대한 저서들인가를 새삼 깨닫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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