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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치히를 찾아간 것은, 2006 독일 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을 앞둔 1월7일. 그때부터 10일까지 이 유서깊은, 그러나 가난해 보이는 도시에 머물렀다.

라이프치히는 베를린을 제외한 옛 동독 지역 도시들 중 유일하게 내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도시다. 라이프치히 시민들은 ‘친구가 되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이라는 내년 월드컵 모토처럼, 조 추첨식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8일 오전 10시, 시 외곽에 위치한 젠트랄 슈타디온(중앙경기장)에서 시 당국이 세계 각국 언론인 200여명을 초청해 월드컵을 맞는 기쁨을 설명하는 미디어투어 행사가 열렸다. 젠트랄 슈타디온은 옛 동독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 있던 자리다. 시 정부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과거 1만5000석 규모의 축구장이 있던 곳에 4만4000석 규모의 새 경기장을 지었다. 경기장 외벽은 옛 동독시절 모습 그대로여서, 화려한 시가지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설고 다소 음울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인구 50만 명의 라이프치히 시에는 월드컵 조추첨 행사는 쉽게 접하기 힘든 빅 이벤트였다.




과거 동독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었다는 젠트랄 슈타디온.

하지만 새로 지었다는 이 경기장도, 지방정부의 재정을 반영하듯

서독의 경기장들에 비하면 작고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축구장은 축구장! 난생 처음 그라운드의 잔디를 밟아봤다!



미디어 투어에서 만난 할레의 소녀들. 전통 복장을 입고 초콜릿을 홍보하는 중.

내가 초콜릿을 좀 좋아했더라면 많이 먹어줬을텐데 말이다.


베켄바워 독일월드컵준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옛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를 조추첨 장소로 정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혔었다. 시민들에게 이번 행사는 이 도시가 ‘잊혀진 도시’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독일TV의 지빌르 리히트 기자는 “이번 행사는 라이프치히 시민들 뿐 아니라 모든 동독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치히는 동독 정부의 지원을 받던 체육대학이 있었으며 동독 엘리트 체육의 상징이다.

그런가하면 1988년 이곳 성니콜라이 교회 앞에서 열린 민주화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공산주의 동독의 붕괴를 예고한 전조이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라이프치히는 실업률 18%에 정부 지원 없이는 시 재정이 유지되지 못하는 낙후된 지역이 되고 말았다. 


누가 독일 아니랠까봐... 역시 여기도 스산하고 음산하고 한산한 분위기...

 

 그런대로 멋진 거리. 저런 건물들은 마음에 드는데.

 

 여기는 ‘New City Hall'. 처음에 이름만 듣고 새로 지은 건물인 줄 알았더니,

그냥 이름이 그렇다는 거였다. 건물 안에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폐허처럼 썰렁해서 좀 놀랐다.


 

독일에서 가장 이뻤던 것, 도시마다 세워진 크리스마스 장터.




 

크리스마스 장터의 인형들.

 

 성토머스 교회의 이쁜 문. 여기에 바하의 묘가 있대요.


 

 바하와 멘델스존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아냈음.

바하: 뚱뚱하고 얼굴 넓적

멘델스존: 긴 파마머리



순서가 바뀌었네;; 이게 바로 성 토머스교회입니다.

저 교회를 나와서 어느 고풍스러워보이는 쇼핑몰 앞을 지나다가,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온다는 (파우스트를 안 읽어봐서 내용은 모르겠고)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너무 바빠 독일에서 제대로 못 먹기도 했지만, 아무튼 독일에서 먹은 것들 중에 제일 맛있었다. >.<

(참 싸가지없고 교양 없는 여행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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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1-1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 동상 앞에 걸터앉아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흥얼대던 때가, 재작년 여행때 유일하게 cdp안 가져온거 후회했던 때였어요. 헤헷...
인상적이었던 건 주말의 1유로짜리 공연.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 아마 드레드덴 슈타츠카펠레 다음으로 오래된 악단이 아닌가 싶은데 - 단원들이 종교음악 연주를 하더군요. 그 소리의 아름다움에 넋나갔던것두, 미칠듯 부러워했던것두 기억나구요. 헤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걸보니 그리워하나봐요. 구경 잘했어요. =)

paviana 2006-01-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잼있는 여행기 올라온 것을 왜 전 이제야 봣을까요? ㅠㅠ
제가 연말에 글케 바빴나? '아프리카도 다녀오셨더라구요. 하하 뒷북이지요..
라이프치히가 동독이었다는것을 지금에야 알았답니다.
전 사진 속의 저런 동네에 광분하는지라, 사진 잼있게 보고 갑니다.
바하와 멘델스존의 차이도 확실히 배우고 가요.^^
벌써 여행기 끝난것은 아니지요? 기다릴게요.ㅎㅎ

딸기 2006-01-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러고보니 매너님이 저 동네 취향이로군요.
전 게반트하우스라는 것, 저기 가서 처음;;들었어요. 그런데 안 가봤습니다 -_-
 

여행은 그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서 상상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역사와 문화, '삶'이 새겨져 있지 않은 땅이 어디 있겠냐마는. 하지만 상상한다는 것은 참 즐거운 동시에 힘든 일이기도 하다. 어떤 때에는 스쳐가는 한 장면 속에서 퍼뜩 머리 속에 무언가가 밀려들어오면서 '이 사람들, 이러저러 했나보다' 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상상하기 위해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난 독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독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은 나의 지나온 35년을 아무리 뒤져봐도 정녕 한번도 없다. 그러니 이 나라에 대해서 '애정' 따위를 갖고 있었을 리도 없고, 이 사람들에 대해 상상해보려 해봤자 상상 같은 것이 도대체 되지를 않았다. 그러니 나의 '독일 여행'은 꽝이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당초의 목적이 내년 월드컵이 열리는 곳들을 탐방한다, 뭐 그런 것에 있었다보니-- 그렇다면 목적은 달성한 것인가? 어쨌든 이 경기장 저 경기장, 본의 아니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하듯이 들러보긴 했다. 하지만 축구의 생명은 경기에 있다! 우스꽝스러운 말이지만, 경기가 열리지 않고 있는 썰렁한 경기장은, 그 썰렁함에서 '연극이 끝난 후'의 텅 빈 소극장 혹은 불 들어온 영화관과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많이 가보진 못했지만 경기가 열리기 직전 축구장의 환호성과 웅성거림, 그 환상적인 두근거림을 경험해본 사람에게 텅 빈 축구장은 썰렁함 이상의 서글픔 같은 것을 안겨준다.


그래도 소득이라면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를 방문한 일. 내 살아생전에 이 곳에 다시 가볼 일이 있으려나? 독일에 가기 바로 며칠 전에 영화 '레알'을 봤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누캄프, 올드 트래포드, 알리안츠 아레나. 이런 경기장들을 찾아다니며 '정말로'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로얄석은 아니더라도 경기가 꽤 잘 보이는) 관중석에 앉아 레알과 유벤, 혹은 레알과 맨유 정도의 챔스 결승전을 관람할 수 있다면! 혹은 바르셀로나와의 더비라도 좋다!


어쨌든 알리안츠를 방문한 것만해도 감지덕지이긴 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지난 7일, 2006년 독일 올림픽 개막전이 열리는 남부 뮌헨의 주경기장 알리안츠 아레나를 미리 찾았다. 아직 월드컵이 열리기까지는 반년 가까이 남았지만, 독특한 외양으로 독일인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는 이미 축구팬들의 `성지(聖地)'가 되어 있었다.

이 경기장은 뮌헨을 연고로 한 두 프로팀 `바이에른 뮌헨'과 `TSV1860' 두 팀의 홈구장으로, 이 두 팀과 알리안츠 생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두 팀은 뮌헨 올림픽 때 쓰였던 올림피아 슈타디온을 쓰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5월 알리안츠 아레나가 개장하면서 이 곳으로 옮겼다. 새 경기장이 문을 연지는 반년 남짓 지났지만, 유서 깊은 도시 뮌헨에서 이 곳은 어느새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개장 이래 지금까지 경기장 투어에 온 사람이 25만명이 넘는다고 구장 측은 설명했다. 축구장은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시설임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알리안츠 아레나였다. 우리나라처럼 월드컵 경기장에 할인점과 찜질방까지 몰아넣지 않아도, 명문 클럽 바이에른뮌헨의 인기에 힘입어 이 경기장은 자체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관광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스름녘에 바라본 알리안츠 아레나. 계절이 계절인지라 꽤 추웠고, 밤에는 진눈깨비까지.





빨간 불, 파란 불, 하얀 불이 들어온 모습.


8유로를 내고 경기장 투어에 들어갔다. 추운 날씨임에도 15~20명씩 그룹을 지어 차례로 투어를 기다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독일은 물론,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관광객과 함께 경기장을 돌아봤다.

독일이 세계에 월드컵의 상징으로 새롭게 내세운 회심의 역작답게, 6만6000석 규모의 경기장은 위용이 대단했다. 월드컵을 반년 남짓 앞두고 구장측은 잔디가 덜 자란 부분에 불을 밝혀 잔디가 빨리 자라게 하는 시설을 시험하고 있었다. 구장측은 내년 봄이 되면 월드컵에 맞춰 잔디를 모두 다시 깔아 최상의 상태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라운드 외곽 중앙에는 바닥이 열리면서 선수들이 등장할 수 있게 해놨다. 안내원은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이 등장하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설명했다.





바이에른뮌헨 선수들이 쓰는 연습장과 운동실, 의무실 등 내부 시설을 돌아보는 동안 해가 기울었다. 오후 5시가 되자 알리안츠 아레나의 외벽에 불이 켜졌다. 눈에 띄는 타이어 모양의 외벽은 반투명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파란색, 빨간색, 흰색의 불이 교차해 들어오게 돼 있다. 바이에른뮌헨의 경기 때는 파란색, TSV1860의 경기 때는 빨간색이 들어오고 두 팀이 맞붙을 때에는 두 가지 색깔이 나뉘어 켜진다.

운전자들을 현혹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조명은 법규로 엄격히 규제된다. 외벽을 구성하는 수만 개의 플라스틱 조각에 5초 안에 모두 불이 들어와야 하며, 색깔의 변화는 30분 이상의 간격을 두고 이뤄져야만 한다. 화려한 외양과 달리 경기장 내부는 온통 회색이었다. 안내원은 "이 곳에서는 모든 이들이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화려한 색깔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경기장의 건설에는 3억4000만유로(약 4150억원)가 소요됐다. TSV뮌헨의 구단주가 시공사인 알파인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곡절을 겪은 뒤 지난 5월30일 공식 개장했으며 6월1일 바이에른뮌헨과 독일 대표팀의 친선경기로 알리안츠 아레나의 역사가 시작됐다.

구장 주변의 인프라는 독일연방 16개 주 가운데 가장 부유한 바이에른 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재정비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도심에서 경기장까지의 거리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주정부는 뮌헨을 둘러싼 A99 순환도로를 재포장하고 도심에서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6호선 연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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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1-0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페이퍼 보면서 잠깐 다른 분이시려니 생각했는데...헤헤~ 해가 바뀌니 닉네임이 조금 바뀌었군요. 해가 바뀌어도 딸기님이신 거 여전하시지만..^^;;.

깍두기 2006-01-0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리안츠는 보험사 이름인 줄로만 알고 있었고
아레나는 제 동생이 하는 게임방 이름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독일의 지명이었군요.
헤헷, 딸기님! 먼 이국땅에 계시는구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즈마리 2006-01-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전 독일에 환장해 있어요. 독일을 방문하셨다니, 부러워 죽겠습니다. 축구는 제게 그다지 땡기는 대상은 아니지만, 축구장 사진이 너무 예쁘네요. ^^

이리스 2006-01-0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축구장 투어 같은 것도 있군요. ㅋㅋ
조명이 바뀌니 참 예뻐 보입니다. 호호호호호~

반딧불,, 2006-01-03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저도 보험회사 이름인 줄 알았답니다.
어쨌든 좋은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새해 복마니 받으소서.

딸기 2006-01-04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험회사 이름 맞습니다.
알리안츠=보험회사 이름
아레나=arena, 경기장
알리안츠 후원으로 만들어진 경기장이란 뜻입니다.
우리 팀이 월컵 첫 경기를 하게 될 프랑크푸르트 경기장 이름은
원래 '발트 슈타디온'(숲의 경기장) 이었는데요,
독일 코메르츠방크 후원으로 새로 지은 뒤에 '코메르츠방크 아레나'로 바뀌었대요.

딸기 2006-01-04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즈마리님 저는 독일이 하나도 안 땡겼거든요
지금도 안 땡깁니다. (그래도 여행기는 계속 올릴거니깐 계속 염장받으세요 ㅋㅋ)

낡은구두님 축구장투어같은 것도 있어요 ㅋㅋ
저기서 월컵 개막전 보면 을매나 좋겠습니까
 

'월드컵을 향하여'라고 하니깐 되게 웃기네;;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독일에 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행 목적이 목적이다보니... 경기장 순회에 그쳤던 게 사실이고, 여행 내내 관심사는 '조 추첨식'에 가 있었으니 말이다.

여행의 당초 목적이었던 월드컵 조 추첨식 이야기부터. (여행담이라기보단 월드컵담이다 ^^;;)

추첨 전에 무려! 로타어 마테우스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마테우스가 날 만나줄리는 만무하고, 조추첨이 열릴 예정이던 라이프치히 노이어메세 컨벤션센터에서 어정거리다가... 어떤 작자들(카메라를 들고 누군가를 쫓아가는 작자들은 뻔하다, 방송 기자들이다)이 누군가(카메라를 든 누군가에게 쫓기는 작자는 뻔하다, 유명인사다)를 따라가는 걸 목격했다. 내가 누구인가? 구경거리가 있으면 당연히 구경을 해야지.
마테우스였다. 솔직히 나는 마테우스가 유명하다는 것만 알지, 축구선수로서 마테우스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나는 세계적인 유명인사인 펠레를 김포공항에서 본 적도 있지만 역시나 펠레의 축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마테우스가 컨벤션센터에 등록하고 있는 걸 옆에가서 찍었음

마테우스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의 경기를 눈여겨봤다면서 “한국은 독일팀과의 경기에서 대단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월드컵을 아주 잘 치러낸 것처럼 한국팀은 멋진 경기들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팀은 계속 향상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팀을 경계하고 싶었는지, 혹은 무시하고 싶었는지, “지난번엔 한국이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했지만 이번에는 유럽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며 “한국팀이 지난 대회에서와 같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12월 9일 저녁에 열린 추첨식에서는 마테우스가 바로 우리가 속한 4번 그룹의 추첨을 했다. 우리를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같은 G조에 집어넣은 것이 바로 마테우스다. (덕택에 내가 고생했다구...)

조추첨식은 재밌었다.
내가 월드컵 조추첨식장에서 추첨을 지켜보다니! 꿈이야 생시야~~
혼자 속으로 대단히 감동하면서 조추첨식을 지켜봤다. 추첨이 진행되는 동안 참관인석에서는 국가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조추첨식 전에 있었던 공연들, 다 재밌었어요~

하지만 한국은, 이름이 불리기까지 어찌나 오래 기다려야 했던지.

4번 그룹에서도 마지막 사우디아라비아와 둘이 남을 때까지 이름이 불리질 않았다. 옆에 앉아있던 축구협회 관계자들, '손에 땀을 쥔다'는게 아마 이런 걸 말하는 것이었을게다. 브라질, 크로아티아, 호주가 있는 F조의 마지막 남은 자리에 일본의 이름이 불렸을 때.. 이러면 안되지만 속으로 조금 고소하면서, "최악은 피했다"며 다들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 한국이 프랑스, 스위스, 토고가 있는 G조로 결정되자 다소 안도. 옆에 축구협회 김주성 이사가 앉아있었다. 예쁘게 생겼더라 ^^ 조추첨결과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최악의 케이스는 피했으니 우리 팀이 해볼만 하다"고 해서, 나도 괜히 안심...

재밌었던 것은 본선 참가 자체만으로 기뻐한 나라들 표정이었다.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호주... 최강 브라질팀과 한 조가 되었지만 객석의 참관인들이 수건을 흔들며 좋아라했고, 우리와 같은 조가 된 토고 사람들은 유니폼을 흔들고 전통 호루루기를 불며 몇초간 골 셀레브레이션을 연상케하는 몸짓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긴장됐던 추첨장에 한순간 웃음이 퍼졌을 정도.



베켄바워가 공들고 뭔가 하고 있음

조추첨식은 프란츠 베켄바워 독일월드컵준비위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는데, 가히 '베켄바워의, 베켄바워를 위한' 행사다시피 했다. 추첨 전 행사가 1시간30분여 동안 열렸다. 32개국 국기로 만든 대형 축구공, 어린이들의 가장행렬과 마술쇼, 가수의 공연과 댄스... 축구공을 형상화한 중앙의 대형 무대는 화려한 네온 불빛으로 장식됐다. 영화 `굿바이 레닌'을 만들었던 호어스트 에켈 감독(이름 알아듣느라고 고생함)이 축구를 소재로 한 유머러스한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이거 어디서 구할수 있으면 구해서 다시 좀 보고 싶다. 꽤 재밌었다.



조추첨하는 모습.

독일은 과거와 현재의 축구영웅들을 총동원해서 축구 강국의 자부심을 과시했다. 과거 3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독일은 베켄바워 준비위원장을 비롯해 위르겐 클린스만 현 대표팀 감독 등 과거 우승의 주역들을 무대에 불러냈다. 마지막에는 현재 대표팀 주장인 미하엘 발락을 등장시켰는데... 말하자면 내년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내년 월드컵, 어떻게 되려나...
우리가 우승...은 쫌 심하고, 4강...도 무리겠지? 8강까지만 올라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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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2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강이면 족합니다~

urblue 2005-12-2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 레닌 재밌었는데, 그의 단편 영화가 더 궁금하군요. ^^
16강이면 족합니다~, 2.

mannerist 2005-12-2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중3때 미국 월드컵... 후반전에 악착같이 밀어부친 태극전사들의 몸부림보다도 - 제 기억이 맞다면 그때 당시 가장 아깝게 16강 탈락한 국가로 한국이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맞나요? 아니면 또 스포츠 찌라시들의 헛소리였나 -_-ㅋ - 홍명보의 통쾌한 중거리슛보다도, 더욱 더 놀라웠던 건 현 대표팀 감독 클린스만 첫 골이었어요. 수비수 하나 등지고 완전히 몸 꺾어 날린 한 방의 터닝 발리슛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ㅎ

하긴-_- 제가 워낙에 테크니션에 열광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오대영 스코어때도 정작 제가 열광한 건 베르캄프 大人의 간결한 볼터치와 귀신같은 몸놀림이었으니까요. 아우... 그거 어떻게 다시 볼 수 없나...

딸기 2005-12-2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린스만은 독일에서 이제 거물 취급을 받기 시작하는데(현 국대 감독) 마테우스는 어쩐지 좀 급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라이프치히에선 어느 고급 호텔에 마테우스는 방을 잡았는데 클린스만은 못 잡았다고 해서 신문에 "클린스만이 마테우스보다 못한가"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답니다.
클린스만의 그 골, 아마 매너님이 얘기한 골일 것 같은데, 조 추첨식에서 자료화면으로 보여줬어요. 매너님 테크니션을 좋아하는군요. 저는 테크니션 스타일보다는 발바리 스타일(아일랜드의 데미안 더프, 독일의 뇌빌 같은 선수)을 좋아하고, 중후하거나 짐승같은 타입(비에리 내지는 호나우두)에 열광하거든요.

만두님, 유어블루님.. 16강은 약해요, 약해... 더 해야죠! ㅋㅋ

mannerist 2005-12-2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테크니션도 뭐 화려한 기술로 눈 흐리는 스탈 말고,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날렵한 움직임, feel이 있는 선수들 말에요. 98년도 월드컵땐, 센터서클에서 날라온 롱패스 원터치로 받아넣은 라울 보고 시험기간 매점떡볶이 먹으면서 저게 사람새끼냐 생난리도 쳤어요. ㅎㅎㅎ 나이지리아 vs 스페인 전이었는데 올리세였나요. 진짜 로케트같은 중거리슛 날려서 2:3으로 스페인 셧아웃시켰던게. 그게임도 진짜 재밌었는데. ㅎㅎㅎ

재작년 이후 축구 혐오증이 도저 신경 끈지 꽤 됐는데... 그때 이야기 다시 떠올려봐도 재밌네요. 이야기 나온김에 매너 인생의 축구 경기 세 개만 꼽자면...

1. 98년 4월 잠실에서 일본 상대의 황선홍 복귀전. 비와서 운동장 개판이었는데 서정원이 기가막히게 찔러준 공 황선홍이 치고들어와 받는 순간 수비랑 엉켜 공 뜨고 "젠장 또 X됐다"하는 순간 믿어지지 않는 각도로 몸 던지며 황선홍 발리슛, 가와구치 키 넘겨 골인~ 거기에 죽~ 카메라 앞에 미끄러지는 황새. 모 대학 기숙사 TV시청실 난리 났었슴다. ㅎㅎ

2. 유로 2000 준결승전 이탈리아 vs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살벌한 파상공격을 지독하게 불리한 판정 속에서 끝까지 막아내고 끝내 승부차기에서 3:1로 네덜란드 셧아웃. 칸나바로/네스타/말디니大人의 카데나치오의 위력에 처음으로 지키는 축구가 재미있을수도 있구나 보여줬죠. 평점 10점의 로보캅 톨도도 빼놓을 수 없고요. ㅎㅎㅎ

흐흐. 그것 말고 유로 2000의 잉글랜드 - 포르투칼이랑 한일월드컵 16강도. ㅎㅎ 쩝. 작년하고 올해 앓은 축구혐오증이 좀 풀리려나요. 내년에는. 그래도 월드컵인데. =)

숨은아이 2005-12-28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622227


앗, 좀 전에 22222 지나셨네요. 축하~! ^^

숨은아이 2005-12-2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월드컵이 좋은 점이 있다면 몰랐던 아프리카 나라를 하나씩 알게 되는 것. ^^

딸기 2005-12-2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축구를 혐오하면 안되죠 ^^
숨은아이님, 아프리카 나라를 하나씩 알게 되는 것, 저도 그게 참 좋아요.
우리는 보통 유럽과 미국 아니면 모르는 걸 자랑으로 여기다시피 하는데
내년 월컵 모토가 '친구를 만드는 시간'이랍니다.
우리도 친구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듯한 기분. 히히.
 

뮌헨에 갔었다.
전혜린이 노닐었다는 슈바빙... 같은 데는 못 가보고
축구장만 들여다봤다.
알리안츠 아레나, 장엄한 축구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뮌헨 시내 (어디인지는 모름;;)에서 본 사자들.
사자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독일 사람들은.

 

빨간 사자.



초록 사자

 

여자 사자, 남자 사자...

여행기...치고는 넘 썰렁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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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12-2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사자가 너무 늙어보여요 -.- (댓글치고 너무 생뚱맞죠?) ^^;;

별족 2005-12-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니세프 뭐, 이런 데서 커다란 목각 곰에 각국의 예술가가 색을 입혀 전시한다고 하는 그런 뉴스를 본 적 있는데, 그 때 본 곰들과 분위기기 비슷~
참, 딸기님께 인사나 한 적 있나요? 없으면 인사로 쳐 주세요.

페일레스 2005-12-2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딸기님 안 보이신다 했더니 독일 다녀오셨군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용. 고인돌 사자까지... 흑. 알리안츠 아레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_+

딸기 2005-12-2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별족님 반갑습니다.
페일레스님, 독일 다녀왔어요. 차근차근 풀어놓을께요
(그런데 풀어놓을 것이 있을라나 -_-;;)

2005-12-23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5-12-24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안그래도 **언니가 스트레스 만땅으로 받고 있었나봐.
현재 우리 부서 인원 구성이... 부장이랑 **언니랑, 베이징에 갈 ** 선배랑 미스퀵 뿐...
암튼 셋이서 대가리 쥐어짜고 있으려니 그 머리가 그 머리인지라.
이제는 주말판이고 뭐고, 모든 것이 한계에 부딪친 느낌.
나는 한동안 짜증이 마구마구 나다가--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
지난주, 지지난주 내가 없어서 **언니랑 미스퀵 둘이 일했을 거고
담주엔 미스퀵 휴가가서 **언니랑 나랑 둘 뿐...
이젠 ㅠ.ㅠ -> 요것도 안 나온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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