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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 떠난 그곳에서 시간을 놓다
박혜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 나이가 되도록 혼자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바다건너 외국은 커녕, 우리나라의 바닷가라도 혼자 다녀온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참으로 내 자신이 한심해 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에 자괴감 마저 드니...참나. 여행은 혼자서 떠나는 것과, 친구와 떠나는 것과, 가족과 떠나는 것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것마다의 느낌이 다르다. 다른 느낌은 그래도 몇번씩은 느껴 보았는데 유독 혼자서의 여행의 느낌 만큼은 누려보지 못했으니,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인지 책을 보면서도 과연 그때의 기분이나, 감정이 어땠을지 솔직히 다가오지 못한다.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줘도 말이다.
해외여행은 참으로 많이 다녔다고 자부를 했는데, 모두가 가족아니면 친구, 동료들과의 추억뿐만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혼자만의 추억을 간직할리 만무하고, 주변에서 혼자 배낭여행이라고 떠난다고 하면 "야, 대단한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만다. 아마도 나의 성격과 여행에 대한 편견에서 오는 문제이리라. 솔직히 나는 몇십, 백만원들여 해외여행을 하기보다는 그돈으로 나 하고 싶은거, 사고 싶은거 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은 며칠 뚝딱 다녀오면 그만 아니던가...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 예를 들면 이런것. "50만원 들여 가까운 일본을 가기는 모하러가. 차라리 그 돈으로 멋진 디지털 카메라나 한대 사지 모" 결국 여행의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카메라는 적어도 오랜기간 나와 함께 하지 않겠는가라는게 나의 주장이었다.
또 한가지 혼자서 여행을 안하는 이유는 외로움이 싫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낮선 곳에서의 두려움일지도 모르겠고,,,그러면서도 늘 마음속에는 배낭하나 짊어메고 이름모를 도시로 떠나는 것을 동경하곤 했었다. 많은 여행책을 둘러보면 한결같이 나오는 말이, 여행은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 여럿이보다 더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음. 혼자라는 것에 대한 공포감. 그리고 오래동안 어쩌면 죽을때까지 생생하게 남을 추억추억들.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는 세계 곳곳의,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 보다는 후미진 골목이나 마을을 여행하며 저자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감성적으로 풀어놓은 여행수필집이다. 풍부한 사진이 볼 거리를 제공해준다. 다양한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도 있고, 여행에서의 느낌도 들여다 볼 수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왜 나는..."이라는 후회도 들게 만든다. 저자의 여행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호흡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에게는 그리 강하게 와 닿지를 못했다. 혼자만의 여행을 해본적이 없는 관계로...
그래도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덕분에 조금은 여행이라는 바이러스에 조금은 감염이 된 듯싶다. 혼자는 떠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이와 떠나고 싶은 충동은 일어났으니 말이다. 지금 처럼 비가올때 외국의 낮선 도시의 뒷골목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상상을 해본다. 아마도 그 빗속으로 뛰어들지도 모르겠다.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는 재미있게 잘 만들어 졌다는 느낌이 든다. 나에게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여행의 정보와 느낌을 주었으니 말이다. 한두가지 아쉬운점은 사진에 묻혀 글들이 읽기가 어려웠던점과, 물론 글들사이에 대강은 어느나라 어느 도시정도의 정보는 나오는데, 사진 마다 어디에서 찍은 곳인지 캡션을 달아주었더라면 더욱 생생하게 다가 왔을텐데라는 투정아닌 투정을 해본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글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글을 너무 이쁘게 쓸려고 한 흔적이 엿보였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투박하고 서툰 표현들이 오히려 정겨울때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