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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눈 밝은 독자의 선택, 황정은"
<백의 그림자>로 2010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황정은.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한 시적인 문장이 담긴 소설은 조용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가의 이름은 눈 밝은 독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웹진문지문학상 등의 작품집에 추천되며 독자의 기대에 부응해온 아홉 편의 단편이 소설집 <파씨의 입문>에 실렸다. 두번째 소설집이다.
 
세계는 나쁘고, 인간은 연약하다. 덫을 놓아 쥐를 잡으면서도 쥐의 두통을 걱정하는 사람들, 연인의 곁에 원령이 되어 남았으면서 그 이의 집에서 풍길 생강냄새를 걱정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피부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유독약품을 쓰는 직장은 그만두면 된다고 말하는 자들, 죽어가는 고양이를 거세하며 귀를 베어가는 이들은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가. 황정은은 약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기록한다. 분노하지도, 체념하지도 않는, 안을 향하는 시적인 문체로. 약한 것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끝내는 ‘그림자를 잃게’ 되는 세상, 아름답고 저린 황정은의 문장들이 귀한 이유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파씨는 어제저녁에 추웠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추울 예정입니다, 아저씨도 춥습니까, 거긴 춥습니까, 세계는 춥습니까, 파씨는 세계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거기가 춥고 아저씨가 너무 추워서 지금 울고 있다면 세계는 빌어먹게 나쁜 곳입니다,라고 씁니다. 파씨의 선생님이 파씨를 불러내어 이것은 위문편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파씨의 선생님은 파씨에게 새로운 편지지를 내주며 편지를 다시 쓰라고 말합니다. 진심을 담아, 세계 평화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세요,라고 제대로 된 위문편지를. 그러니까 위문慰問이라니 깜짝이지 싶지만 어쨌건, 진심을 다한 위문으로 위문편지를 쓰라고 말합니다. 파씨는 종이에 안녕하세요, 한 줄을 적고 나머지를 빈 채로 남겨둡니다. 왜냐하면 파씨는 조그맣고, 조그만 파씨의 조그만 평화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세계의 평화 같은 거대한 것은 파씨가 감히 소원해볼 수 없는바, 파씨는 편지를 빈 채로 내버려두고 부엌으로 내려가서 불을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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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뇌
라이오넬 타이거,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신의 존재보다 중요한 물음, 인간은 왜 종교를 믿는가"
신은 정말 존재할까?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 당대의 지성들이 이 물음에 도전했지만 현실의 결론은 ‘아직 알 수 없다’ 쪽이다. 아무리 종교를 비판하고 과학의 우월성을 입증해도 ‘인간의 종교성’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소모적인 논의의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다. 신의 존재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 왜 인간이 수많은 증거들에도 신을 떠나지 않는지를 탐구하는데, 각각 인류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두 저자는 뇌과학 실험을 통해 인간이 왜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하고 내세를 믿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을 찾아간다.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와 결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뇌는 불확실한 상황을 싫어한다. 확실해질 때까지 상상하거나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스트레스는 때로 인간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종교는 이런 뇌의 약점(?)을 파고들어 확실하고 분명한 데다 균형까지 잡힌 아름다운 체계를 뇌의 입맛에 맞게 전해준다. 이렇듯 신(종교)이 뇌를 위안해주고, 뇌는 믿음이란 호르몬을 분비하며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인간을 종교에 묶어둔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당연히 기존의 신 존재 논쟁이나 종교와 과학의 대결을 살펴볼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종교는 충분히 유용하고 가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여러 판단을 잠시 미루고, 신에 대한 믿음을 작동시키는 뇌를 살펴봄으로써 어쩌면 종교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건 아닐까.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종교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종교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아닌데도 최근의 격렬한 종교 논쟁에는 과학적 해석이 결여되어 있다. 이 책의 창조적인 설명들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신앙에 대한 우리 자신의 노력과 시도들을 도와줄 것이다.(멜빈 코너, 에모리 대학교 인류학과 및 신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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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제임스 하킨 지음 / 더숲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세계 금융의 주류인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보통사람들',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 음악시장이 열광하고 있는 한류 음악, 정치·사회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집시킨 작은 인터넷 방송… 정치·경제·문화·사회적으로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현상은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주류(mainstream)의 종말. 우리는 왜 더 이상 기존의 주류를 좋아하지 않을까.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하킨은 이 물음에 '니치 Niche'로 대답한다.

틈새시장이라는 의미의 니치마켓이라는 용어는 경제학에서 이미 사용해왔다. 다만 이 때의 니치란, 주류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주변적이고 소극적인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니치 개념을 뒤집는다. 저자는 기존 중간층의 소멸과 잡식성으로 변한 대중 사회를 보여주며 이제 미래는 기업과 조직 및 모든 분야에서 '니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는 과테말라 커피와 향이 풍부한 자바산 커피, 감미로운 케냐 블렌드 사이의 차이에 대해 알기를 열망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드는 순간,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는 순간, 마음도 정답도 사라진다. 책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거미줄처럼 얽힌 지금의 니치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니치를 먼저 점유할 수 있는 다양한 지침을 제시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잡식성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별나고 극단적인 결합으로부터 문화적 메뉴를 마음껏 골라잡는, '픽 앤 믹스'하는 방법을 체득했다... 내가 토요일 오후에 축구 경기를 시청한다는 이유만으로 저녁에 오페라 극장으로 향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누군가 자연식품 매장 홀 푸드에서 쇼핑을 한다고 해서 기세 좋게 투표소로 달려나가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는 인과 관계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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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밝은세상

"누군가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대표작 <빅 픽처> 이후로도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섞는 실험을 계속 진행 중이다. 신작 <파리 5구의 여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 피다가 들켜 삶의 터전을 한 방에 잃어버리고 파리로 도망 온 전직 대학교수가 주인공이다. 그처럼 가진 것 없는 이방인들에게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아니다. 파리 5구와 10구 사이의 파라디스 가에 프랑스 인은 거의 없다. 그곳은 가진 것 없는 이방인들이 마치 격리 당한 것처럼 모여 지내는 구역이다. 전직 대학교수였던 미국인 해리 역시 파라디스 가로 밀려나 희망이 거의 없는 삶을 영위할 각오를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업’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고 해리는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 여인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녀는 다음 약속을 늘 직접 지정한다. 지정한 장소에 지정한 시간에만 만날 수 있다. 그에게 어떤 다짐도 약속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를 궁금해하고 얘기 듣기를 원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점은 더욱 늘어간다.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가는데, 그들은 모두 해리를 괴롭히거나 불쾌하게 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일까?
 
스토리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지만, 걱정 않으셔도 된다. 여기까지는 전개에 불과하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전형적인 이야기꾼 류의 소설가이고, 구비구비 더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작가의 팬들은 아직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다. 케네디는 여전히 여러분이 좋아하는 글을 선사하는 중이다.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니지?”
“진실이 뭔지 나도 잘 몰라. 미안해.”
“왜 자기가 미안해? 남자들은 어차피 다 거짓말쟁이인데.”
“노코멘트.”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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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선물"
2011년 1월 22일,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의 소설을 그리워하는 독자들을 두고도 시간은 흘렀다. 다시 1년, 故박완서 작가 1주기에 맞춰 마지막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친절한 복희씨>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과, 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신경숙, 소설가 김애란이 추천한 세 편의 소설을 모아 엮었다.
 
“문학은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인간으로서의 자기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하는 데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인간이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던 노작가의 목소리대로, 박완서의 마지막 소설집은 끝끝내 살아남은 이들에게 인간다움을 묻는다. 전쟁과 가난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가 ‘그리운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순간, 칼날 같은 통찰이 삶의 모순을 깨닫게 한다. ‘그래요. 사람은 참 겹이 많지요.’(72쪽) 그 겹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죽을 때까지’ 쓰려했던 작가, 박완서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소설집이다. 
소설 MD 김효선

소설가 신경숙 :  어젯밤에는 내내 잠을 못 자고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꼼짝못하게 하는 당신이 쓴 작품 속의 문장들이 통째로 떠오르기도 했고, 당신이 내게 베풀어준 사랑들이 구슬들처럼 잠자리를 굴러다녔습니다. 무엇보다 여기 올 때 당신을 뵙지 못하고 전화 통화만 하고 온 것(정말이지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이 후회스러워 돌아눕고 돌아눕고 했습니다.

소설가 김애란 :  나는 여전히 선생이 만들어낸 골목 안에서, 시장에서, 학교 또는 주택가에서 내가 아는 장소, 내가 사는 세계와 만난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빨리 크느라 제대로 크지 못해,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개의 기관을 기워붙인 듯 괴상한 얼굴을 가지게 된 한국에서, 오늘과 어제가 쉽게 작별하고, 내일을 오늘인 양 자꾸 우겨대는 이곳에서, 사십구 년, 이미 반 세기에 가까운 시차를 사이에 둔 선생님의 근본과 나의 근본은 어찌 만나나. 어둠 속 뿌리는 물길을 어떻게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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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조 사코 지음, 정수란 옮김 / 글논그림밭

"21세기 비극의 현장, 피의 잉크로 그려낸 현장 르포"
비극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팔레스타인>의 작가 조 사코가 다시 그린 가자 지구 이야기. 2002~2003년 가자 지구를 다시 찾은 사코는 유엔 보고서에 짧고 모호하게만 언급된 1956년 민간인 학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1956년 11월, 이스라엘 군인은 가자의 칸 유니스 마을에서 275명, 라파에서 111명을 학살했으며 이는 유엔의 집계를 신뢰할 경우의 수치이다. 이 같은 사건은 지나간 역사의 한 각주가 아니라 최근까지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다.

인터뷰에 응한 거의 모든 인물은 그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그려졌으며, 최대한 실명을 실었고, 상대가 신원을 밝히는 걸 꺼릴 경우에만 간략히 스케치했다. 실존 인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참극의 현장을 되살린 사코의 방식은 그가 발견한 절망을, 제3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작고 좁은 틈새를 제공한다.

풍자와 유머는 일절 차단하고 모래 맛 텁텁한 현실만 남겨놓은 작품.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가깝고, 확신에 차고, 밝게만 보이던 '정의'라는 단어는 사코의 세계에서 어느덧 멀고, 두렵고, 무거운 무엇으로 변해있다.
- 만화 MD 김재욱

작가의 말 :  내가 가자에 있을 때, 거기 젊은 사람들은 1956년 조사를 종종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지금 공격당하고 집이 부서지는 마당에 역사를 다루는 게 무슨 쓸모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는 그렇게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둘은 끝나지 않는 연속선 같은, 안개처럼 뿌연 역사의 일부분이다. - 조 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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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에릭 라이너트 지음 / 부키

"항상 부자이거나 더 가난한"
왜 어떤 나라에서는 3시간 근무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을, 다른 어떤 나라에서는 똑같은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3일을 일해야 벌 수 있을까. 책은 르네상스 이후부터 현재의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낸 경제학자들, 경제서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장하준 교수가 '경제학 부문에 인간문화재가 있다면 이 사람'이라고 격찬한 에릭 라이너트 교수는 엄청난 양의 자료와 그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지식, 예리한 통찰력으로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은 신고전파 경제학이 과거 500년 전에 이미 밝혀놓은 성공적인 경제 발전의 방법을 의도적으로 역사에서 지웠다고 지적한다.

경제 발전을 한갓 자본 축적과 보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절대 '발전'의 공식이 아니며 오히려 가난한 이를 더 가난하게, 대열에서 영원히 멀어지도록 하는 공식이라고 단호히 주장한다. 제1세계 사람들이 음식을 덜 먹는다고 제3세계 사람들의 허기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1세계가 농업을 그만둔다고 해서 제3세계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조화로운 발전, 책은 역설로 비칠 수 있는 두 단어의 조합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최선의 방법을 제안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의 글:  경제학 부문에 인간문화재 제도가 있다면 에릭 라이너트 교수는 그 1호로 지정되어야 한다. 라이너트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제 사상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자본주의 발전사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경제 발전과 경제학의 발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무너뜨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에서 그가 보여 주는 역사적 통찰력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에만 쓰이지 않고, 지난 30여 년간 후진국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아 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책이다.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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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사람들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심흥아, 유승하, 이경석 지음 / 보리

"기억하는 마음만으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습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동 4가 남일당 건물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 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0년 1월 9일 참사가 일어난 지 355일 만에 철거민 다섯 명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이 즈음 여섯 명의 만화가가 모여 <내가 살던 용산>을 그렸습니다. 생명을 잃은 이들이 어떤 삶을 살다 왜 망루에 올랐는지, 무엇을 외치고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유가족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기록했습니다. 작가들의 바람은 하나였습니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다시 2년이 흘렀습니다. 살아남은 7명의 철거민은 3년 동안 차가운 감옥에서 살아왔습니다. 최근에야 국회에 강제퇴거금지법이 발의되었지만 이 법이 통과되어 우리의 살 곳을 지켜줄 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만화가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용산을 찾아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철거민 문제가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 이들이 왜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철거민의 목소리와 시선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분명하게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보호받는 세상 말입니다.
 
다시 1년이, 2년이 흐르겠지요. 어딘가에서는 재개발이 한창일 테지요. 한편에서는 돈을 벌고 한편에서는 집을 잃겠지요. 뿌연 공사판 먼지에 가려 철거민의 눈물과 용역의 폭력은 보이지 않을 테지요. 용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철거민의 시간은 어제의 용산에 멈춰 있지만, 폭력의 시간은 내일의 용산을 짐작게 합니다. 기억하는 마음만으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보금자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이제 각자의 망루에 올라야 할 때입니다. 폭력의 시간을 멈춰야만 사람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외롭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철거민들에게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철거민들을 ‘돈 몇 푼 뜯어내려고 하는 떼쟁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아리나, 세입자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당연한 권리를 바라는 것임을 모두가 알게 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철거민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이 보호받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다음 세대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있었다니, 지금은 정말 좋아졌네.”라고 말하는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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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나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2012년, 이상문학상의 선택 김영하!"
이상문학상의 36번째 작품집이 새로운 옷을 입고 출간됐다. 대상은 <검은 꽃>, <오빠가 돌아왔다>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특유의 도시적 감수성으로 사랑 받아온 김영하가 수상했다. 수상작은 <옥수수와 나>. 소설을 쓸 수 없는 소설가가 불륜과 의혹, 광기와 혼돈을 겪는다. 지리멸렬한 일상과 환상적 기법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김영하의 자선대표작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김영하의 문학적 자서전, 소설가 염승숙이 쓴 작가론이 함께 실렸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결산한다’는 취지에 맞게, 주목할 만한 작품들도 함께 실렸다. 하성란, 김경욱 같은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과 최제훈, 조현, 조해진, 김숨 같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고루 읽어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상상력과 실험성, 이야기 읽기의 고전적 즐거움이 함께 담겨있다. 김영하는 소설가란 ‘글만 안 쓰면 참 좋은 직업’이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독자란 ‘글을 읽을 수 있어 참 즐거운’ 이들이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그게 과연 그렇게 간단할까? 너는 관념에서 출발해 거기에 사실의 살을 붙여가는 일을 하잖아.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거기에 육체를 더하는. 그러니까 네가 뭐라고 떠들든 너 역시 관념을 먼저 처리해야 할 거야.”
“소설은 그런 게 아냐. 매우 육체적인 거야. 심장이 움직이면 마음은 복종해. 우리는 시인이나 평론가와 다른 몸을 갖고 있어. 문학계의 해병대, 육체노동자, 정육점 주인이야.”
“너의 그 확신이 나는 불길해.”
누가 철학자 아니랄까봐 냉소적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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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 주효숙 옮김 / 까치글방

"2000년 전 로마의 하루는 당신의 오늘보다 아름답다"
4012년 지구인이 2012년에 살았던 조상의 삶을 살펴보려면 어떤 도시를 둘러보는 게 좋을까? 뉴욕? 베이징? 아니면 서울? 우리가 2000년 전 인류의 삶을 살펴보려면 선택은 하나다. 2000년 전 로마 제국의 국경선은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달했고, 제국의 중심 로마는 사람의 수와 다양성에서 지구 최고인 데다, 정치, 문화, 예술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렸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인의 24시간>은 2000년 전 어느 날 로마의 하루를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새벽녘 희미한 별빛을 따라 거리로 나온 주인공은 상점과 학교, 신전과 법정을 지나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를 구경하고 화장실과 공중목욕탕에서 몸과 마음을 비운다. 어느새 해는 지고 파티가 시작되는데 유혹하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로마의 낮은 문명의 빛이었고 로마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긴 역사의 흐름에서 하루를 떼어내는 일은 오해와 편견을 전제한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벗어난 거대한 흐름은 삶을 포착할 수 없다. 저자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온전한 하루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스냅 사진 찍듯 10분 단위로 다양한 포즈를 잡아내고, 접사 사진 찍듯 담벼락의 낙서와 검투사의 핏방울까지 그려낸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40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2000년 전 로마의 하루가 오늘날 로마에서 관심을 모은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2000년 전 로마의 하루가 우리의 오늘보다 아름답기 때문 아닐까. 이 책과 함께 로마를 거닌다면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 게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어떤 의미에서 나는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2000년 전의 그때 그 장소를 그 모습 그대로 탐색하듯이 전하고 싶었다. 독자들이 고대 로마의 거리를 걷고, 거리에서 풍기는 냄새와 향기를 맡고, 사람들의 시선과 웃음을 교환하고, 가게와 집 그리고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경로와 방법을 통해서 우리는 제국의 수도에서 ‘당당한’ 로마 시민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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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당신은 소비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베스트셀러 1위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산 적이 있다. 포인트 카드를 쓰고 있다. 그밖에 보험을 혜택별로 들었거나 내 아이를 위해 매장에서 가장 비싼 분유를 사고, 헐리웃 모델이 매고 파파라치 사진에 찍힌 잇백을 샀다. 세계적 마케팅 전문가이자 <쇼핑학> 의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위의 문항 중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한다면 이미 당신은 마케팅의 덫 한복판에 걸려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케터와 광고회사들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교묘한 심리 전술과 음모들을 폭로한다. 다양한 심리실험과 사례, fMRI를 이용한 두뇌 스캔 결과는 저자의 주장에 힘을 더한다. 우리는 항상 경기 침체, 해고, 대출을 걱정한다. 암에 걸릴까 봐, 지진이 일어날까 봐, 아이가 유괴 될까 봐 걱정이다. 쇠고기 속에 있는 대장균이나 우유에 들어 있는 환경호르몬, 생선 속 수은 역시 큰일이다. 사람들이 내 지저분한 손톱과 엉망이 된 머리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게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견디지 못한다. 이 책은 오늘날 숨어 있는 설득자들이 우리를 '결제하도록' 만드는 계략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그들'이 우리를 알고 있듯 우리가 '그들'을 파악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상품' 앞에 서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무엇을 왜 사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결론을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심금을 울리는 광고나 우리를 에워싼 공포와 불안을 뚫을 수 있는 현명한 힘을.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이처럼 완벽은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슈퍼마켓에서 완벽한 모양의 햄버거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거대한 도살장에서 대량으로 도축된 쇠고기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느질이 완벽하고 색상이 똑같은 청바지들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노동 착취가 만연한 한 중국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바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오늘날 많은 마케터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인상'을 불어넣기 위해,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비진정한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작고 미묘한 형태로 불완전한 요소들을 제품에 삽입하고 있다. ...줄기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양배추나 토마토, 뿌리에 흙이 잔뜩 묻어 있거나 줄기에 잎들이 매달린 채소들... 과일이나 채소를 파는 노점상에서 갈겨쓴 것을 그대로 따라 한 가격표, 또는 흙먼지가 군데군데 묻은 나무 상자, 촌스러워 보이는 종이 가방, 대충 손으로 싼 것 같은 포장들 역시 같은 맥락이다(이런 것들도 실제로는 기계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한 해외 공장에서는 일부러 스티커를 삐뚤게 붙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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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이외수 추천, 혜민 스님의 마음 공부법"
마음이 어지럽다. 어지러운 마음을 겨우 붙잡고 무언가에 몰두해본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몰두해야지 하면서도 마음은 쉬이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 무심코 책을 뒤적이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멈춘다. ‘힘들어하는 당신이 곧 나이기에 오늘도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날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그 말이 마음을 다독인다. 적잖이 위로가 된다.

수십만 트위터리안을 비롯,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기도하는 이는 바로 혜민 스님. 하버드 재학 중 출가한 혜민 스님은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또 한 번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전작 <젊은 날의 깨달음>이 일상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은 산문집이었다면, 이번 책은 트위터에 올린 마음의 기록과 에세이를 모아 엮은 것으로 각종 인생 문제들에 대한 지혜로운 답을 담은 책이다. 차분한 느낌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마음의 평안과 따듯한 위로를 건넨다.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우리 민족은, 식사하셨습니까, 어디 가십니까 하는 식의 질문들을 일상적인 인사말로 사용해온 민족입니다. 그대는 이 질문들에 어떤 대답을 하면서 살아오셨나요. 제대로 공부하신 스님들은 라면 먹었습니다, 학교 갑니다 따위의 대답은 하지 않습니다. 모든 질문을 도(道)를 묻는 질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혜민 스님의 지혜로운 대답이 들어 있습니다. 필독을 강추합니다. _ 소설가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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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헨리 키신저 지음 / 권기대 옮김 / 민음사

"한중 수교 20년, 키신저에게 배운다"
2012년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다. 70년대 말 중국이 개혁실용주의와 대외개방정책을 펼치며 죽의 장막을 걷기 시작했고,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 게임을 거치며 교류를 이어오다 92년에 이르러서야 양국이 문호를 열었다. 본격적인 동북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이자 G2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역사의 기점이 되는 순간이다.

이제 시선을 넓혀 바라보자. 앞서 나열한 사건들은 모두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비롯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헨리 키신저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을 오가며 미국과 중국의 첫 정상회담부터 최근까지 양국의 관계를 조율한 실무자이자 정책 결정자다. 이번 책은 그가 평생에 걸쳐 기록한 외교 현장과 최근 해제된 기밀 문서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 중국을 포착하고,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당대 최고의 실력자를 직접 만나며 이해한 중국 근현대사의 유장한 흐름을 그려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 책은 넓게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난 반세기 세계 질서 재편의 과정이고, 좁게는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에 대한 양국의 이해와 비전을 살펴볼 기회라 하겠다. 게다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외교 막후의 내밀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에 아편 전쟁부터 시작하는 긴 역사적 안목 그리고 중국과 서구를 바둑과 체스에 비교하는 재치까지 한데 담았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발 앞서 중국을 만나고 깊이 있게 분석해낸 키신저의 글에서 앞으로 올 20년을 그리며 준비하는 일도 함께 해나가야 할 때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국제 정치의 탁월한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키신저는 그의 독특한 현실 정치 감각과 역사적 통찰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에게는 국내 정치 이념 논쟁의 좁은 시야를 벗어나 세계 외교의 실상을 볼 수 있도록 자극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성찰하게 해준다. 이 책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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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마이클 톰슨 지음 / 양철북

"당신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 친구의 힘"
놀이터에서 소꿉 장난을 하는 유아들, 친구들과 이집 저집 몰려다니며 노는 초등학생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기를 손에서 떼지 못하는 청소년들.. 부모 입장에서는 언제나 두근두근 가슴 졸이며 바라보게 되는 내 아이의 친구 관계. 아이들에게 우정은 다른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아이들 또한 친구 문제를 시시콜콜히 부모에게 상담하지도 않으니, 우울하고 지쳐 보이는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짐작조차 어렵다.

갈등과 배신, 화해가 난무하는 친구 관계, 때론 따돌림이나 폭력 문제까지.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아이들.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아이들 사이의 복잡다단한 심리 관계와 만나게 되고, 그 바탕에는 ‘또래 집단’이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은, 아이들과 그 또래 집단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있은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불량한 아이’가 ‘착한 아이’를 괴롭힌다는 거친 수준의 이해를 넘어서는, 아이들의 숨겨진 세계 ‘또래 집단’에 대해 이야기한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저자의 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균형감각을 상실합니다. 상스러운 욕을 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 당신의 딸이 친구들의 압력에 무릎을 꿇고 결국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특히 그렇겠죠. 당신의 아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고 가치관을 훼손하는 집단의 힘은 가공할 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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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변양균 지음 / 바다출판사

"한국 경제의 반면교사, 노무현과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정치 영역에서 한국 사회의 권위를 걷어내고 민주주의를 한 걸음 진전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 반면, 경제 영역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였으며 심하게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 대통령’을 환호한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은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전 실장의 노무현 경제 정책 비망록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경제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정리할 적임자라 하겠다. 물론 다른 입장에서 보면 자기 변호라 볼 수도 있겠으나 복지, 주택, 세금 등 지금도 논란의 중심에 선 여러 영역들을 당시에 어떻게 평가하고 계획했는지 살펴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특히 이 책의 말미에 담은 참여정부 미완의 과제는 해당 정권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현재의 문제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에 좋은 나라,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여전히 대다수 국민의 꿈이기 때문이다.-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변양균, 그는 필요 이상의 비난과 필요 이상의 죗값과 필요 이상의 희생을 치렀습니다. 사실 그는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학식을 지닌 경제학자이자 전문성과 이론을 겸비한 유능한 정통 관료입니다. 참여정부 시작부터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전반을 보좌하고 입안하고 실행한 참모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의 증언이 책임 있고, 실증적이며, 사실관계를 가장 정확히 짚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그의 재능이 다시 우리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쓰이길 바랍니다.(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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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설
오타베 다네히사 지음 / 돌베개

"독서에 도전이 필요합니까?"
늘 즐겨 읽는 책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독서가 (굳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이나 던지며 가만 앉아있는 대신에 일단 도전하기로 결심한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예술의 역설>은 천천히 헤쳐가기에 좋은 중고급 교양서의 미덕을 거의 모두 갖춘 책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역설>은 우리가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예술’이라는 개념을 확립한 근대 및 그 이전 시기를 추적하는 개념사 탐색이다. 이 추적 과정에 많은 이론들이 걸려드는데, 이는 책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음을 뜻한다. 어떻게 예술이 기술에서 분리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스피노자의 우주론이 호출되는 식이다. <예술의 역설>은 일말의 사전지식도 없이 즐거움 반 학습 반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전공 혹은 관련 전공(미술이나 서양철학 류의)이 아니라면 작심하고 읽어야 한다. 관련 서적을 뒤지고 구글이나 위키피디아도 들락거려야 한다. 저자 주만 30페이지, 문헌 목록만 50페이지에 달하는 이 부담스러운 책은, 그러나 도전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책의 논리 전개가 잘 정돈되어 있다. 용어 자체를 설명하는(아리스토텔레스의 ‘하비투스’ 같은) 대중 교양서처럼 모든 걸 안내하지는 않지만, A였던 개념이 어떻게 B라는 개념으로 전개되는지를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짚어간다. 이는 <예술의 역설>이 기본적으로 개념사의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개 과정에서 등장하는 개념들이 생소하거나 당장 이해되지 않을 수 있으나, 책 본문의 전개는 가지런하고 선명하다. 본문이 난해하다는 이유로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비슷한 장점으로 번역의 용이함을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일본 학술도서의 번역 결과물이 여타 언어(특히 재앙과도 같은 프랑스 현대철학 번역물들)에 비해 사고 날 확률이 적다. <예술의 역설> 역시 종종 어투가 어색하고 딱딱한 감은 있지만, 종잡을 수 없는 문장 앞에서 헤매는 일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갖는 유용함을 들 수 있다. 현재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예술’의 개념을 잉태한 근대 예술론의 발생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은 모든 분야의 예술 작품(특히 현대 미술)을 ‘읽는’ 일에 큰 도움을 준다. 서양 철학/사회학의 인식 틀과 맞물린 미학 개념을 파악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탐구 주제를 독자들이 직접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덤이다.
 
이래도 고민이 된다면 다시 자기자신에게 물어보시기 바란다. “독서에 도전이 필요합니까?” - 예술/대중문화 MD 최원호

책속에서: 
originality라는 개념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성립된(즉 original이라는 말이 ‘독창적’이라는 번역어에 대응하는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18세기 중엽이지만, 이미 그 이전에도 original이라는 술어는 예술 이론의 내부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근대적인 originality 개념의 특징을 이루는 것은 무엇일까? 이후 논의할 내용을 미리 언급하자면 originality의 origin의 소재所在가 예술가가 모방해야 할 외적 자연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가의 내적 자연 속에서 추구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originality의 origin(원천)의 소재 변천을 명확히 함으로써 근대적 이념인 독창성의 의미도 해명될 것이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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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부
윌리엄 암스트롱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유유

"쉽고 빠른 공부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지 마시오"
쉽고 빠른 공부를 원한다면 이 책은 무용하다. 원제 ‘Study is hard work’가 보여주듯, 공부란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은근과 끈기로 노력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왕도다. 이 책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에 중심을 두고 태도와 방법을 이야기한다. 우선 듣는 법과 읽는 법, 자료를 정리하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법 등 공부의 일반적 방법론을 정리하고, 외국어, 수학, 과학, 역사 등의 개별 영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나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이 책은 수학 문제 풀이는 골치가 아프고, 외국어는 익힐 때까지 쓰고 또 써야 한다는 진리를 확인해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초를 배우는 일은 지루하고 따분하다. 하지만 기초를 배우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는 수준에 이를 수 없다. 요령을 앞세우지 않는 이 책의 공부법을 읽다 보면 오히려 왜 공부를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잘하기보다는 즐기기 위한 공부를 실천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다. 우리의 공부는 결코 짧지 않다. 평생을 두고 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공부하는 법’부터 배울 일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배움은 학교에서 시작되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 배우는 것은 일부일 뿐이다. 배움은 삶 속에서 지속되고 또 그래야만 한다. 선생에게 배우는 것은 원리일 뿐이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배우고 익힌다. 그렇게 잘 살 때 우리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배우고 익히는 일은 쉽지 않다. 이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힘든 일에서만 기쁨이 생겨난다. 그러니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끊임없이 배우고 틈날 때마다 익혀야 한다.(강유원,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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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북스

"21세기의 필수 교양, 다윈 지능!"
지난 2009년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었다. 다윈이 되살아난 듯 세상은 시끄러웠으나 해가 바뀌고 바람은 이내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다윈의 진화론은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영향을 끼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원리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생물학자 최재천은 이를 ‘다윈 지능’이라 명명한다.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융합하는 통섭의 시대, 경쟁과 갈등을 넘어 협력과 화합이 절실한 공감의 시대에, 다윈의 진화론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두가 이해해야 할 필수 교양이자 세계를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세계의 지성들이 진화론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지식 세계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며 ‘다윈 지능’의 현재를 보여주는 한편,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다윈 지능’에 동참하여 스스로와 세계를 진화시킬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이 제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학 MD 박태근

책속에서:  생명의 의미와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훌륭한 이론, 진화론. 150여 년간의 혹독한 시련과 담금질을 통해 더욱 강건해진 다윈의 진화론은 21세기를 열어 나갈 집단 지능의 전형이다. 토머스 헉슬리에서 J.B.S. 홀데인, 윌리엄 해밀턴,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도킨스 등 수많은 지성들에 의해 계승, 발전되며 다윈의 지혜는 인류의 지식 생태계를 그 무엇보다 풍성하고 다양하게 이끌었다. 통섭의 시대, 공감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에게는 다윈 지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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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신작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의 작가 이금이의 신작 동화집.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현실과 꼭 닮은 초등학생들의 일상과 내면을 담는다. '보통의, 평범한'이란 수식어로 설명하기 아쉬운, 그들 저마다에게는 너무나 특별할 감정과 변화의 순간들에 주목하는 작가. 그간의 여러 작품에서 드러난, 믿음직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이금이 작가의 면모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서사, 자극적인 사건이나 튀는 캐릭터 없이도 꽉 찬 만족감을 주는 것은 바로 오늘의 10대의 삶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묘사, 그에 대한 공감과 반가움 때문일 것이다. 표제작 '사료를 드립니다'는 이별이 우리 가슴에 긋는 선명한 자국을 어루만진다.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강아지 장군이와 헤어진 주인공이, 강아지를 분양해 간 가족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의 말: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 역시 하나의 씨앗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상에서 얻은 그 씨앗들은 내 마음을 건드렸던 최초의 순간을 잊지 않고 이야기 나무로 자라 주었습니다. 이번 책의 주인공들은 비교적 평범하고 일반적인 환경의 아이들입니다. 얼핏 보기엔 큰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그들의 마음에도 주름지고 응달진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주고 대신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 이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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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
김훈민.박정호 지음/ 한빛비즈

"경제학자들은 인문학을 어떻게 읽을까?"
어렵고 끝없기로 유명한 인문학과 복잡하고 난해하기로 소문난 경제학.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것만 같은 둘이 만났다. 재미없겠지 싶은데 거침없이 책장이 넘어간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지루하고 딱딱할 것 같은 인문학과 경제학을 신기할 만큼 쉽고 즐겁게 잇는다. 저자가 메운 인문학과 경제학의 간극엔 흥미는 물론이거니와 두 분야의 지식이 두루 쌓여 더 넓고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볼 수 있게 한다.

영화 '시네마 천국' 토토의 기다림과 헤어짐으로 한계효용 원리를 설명하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에겐 시간비일관성의 함정을 주의하지 못했던 점을 조언한다.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아편전쟁을 2008년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는 엔론사태와 비교하며 풀어서 설명해주기도 한다. 역사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숨어있는 경제원리를 짚어내고, 우리가 왜 이 모든 것들에서 경제학을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경제학자? 어렵지 않다. 이 책의 독자라면 누구나, 인문학의 여백 속에 숨어 있는 살아 숨 쉬는 경제학을 목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낮은 요금을 받는 것은 홈즈가 돈에 연연하지 않고 사건의 흥미도를 중요시하는 캐릭터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소설 속의 도구이다. 하지만 경제학적 시각으로 보면 홈즈의 사례금 책정방식은 그에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1급 가격차별하에서 기업의 이윤은 극대화되는데, 셜록 홈즈 시리즈를 보면 이러한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셜록 홈즈가 왓슨과 함께 베이커 가에서 하숙을 한 것은 혼자서 하숙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같이 하숙을 시작할 무렵에 왓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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