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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행동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좋은 이별> 이후 2년 만의 새 책, 소설가 김형경 심리에세이 "
소설가 김형경이 2년 만에 네 번째 심리에세이를 출간했다. 여행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와 관련된 심리를 설명한 심리여행에세이 <사람풍경>, 삶의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한 심리치유에세이 <천 개의 공감>, 이별 이야기와 문학 작품을 통해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 애도심리에세이 <좋은 이별>, 그리고 새롭게 선보인 심리훈습에세이 <만 가지 행동>. 김형경의 심리에세이 시리즈는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수혜자 입장에서 쓴 책이라는 점에서 여느 심리에세이와 차별화된다. 작가가 직접 정신분석을 받은 후 오랜 훈습 기간을 거쳐 체득한 내용을 생생하게 알려준다. 또한, 난해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을 문학, 종교, 신화 등 다양한 분야를 동원하여 쉽게 설명하고, 현실적 해결책을 마련해준다.
 
<좋은 이별> 말미에 “통찰은 마술이 아니다. 통찰 이후에는 긴 훈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언급했을 뿐, 훈습의 구체적 방법이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신분석적 치료 과정에서 내면의 변화나 성장을 이루는 것은 통찰이 아니라 훈습의 성과였음에도 불구하고 훈습 과정을 글로 쓰지 못했던 것은 지나치게 개인적 경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새 책에서는 정신분석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는 작업, 즉 ‘훈습’의 과정에서 행했던 다양한 시도,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를 편안한 문체로 솔직하게 풀어낸다. 전작 만큼이나 완성도 높은 이 책도 자기 내면의 문제로 전전긍긍해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다독일 뿐 아니라, 치유를 넘어 변화와 성장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저도 답답했어요. 선생님은 자꾸 두성을 쓰라고 하시지만, 그걸 쓸 줄 알았으면 벌써 썼지요.”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멘티가 멘토링 과정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그동안 내가 심리에세이에 쓴 말들도 저 멘토의 말과 같았구나 싶었다. ‘양가성을 통합해야 한다’, ‘의존성을 끊고 분리, 개별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만 썼지 양가성을 통합하는 법, 분리를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내면의 변화나 성장을 이루는 것은 통찰이 아니라 훈습 과정의 성과였지만 너무 개인적인 경험이라 쓸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두성을 쓸 줄 알면 벌써 썼지요.”라는 말을 들은 이후, 두성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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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설득 당하는가
조 내버로, 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 위즈덤하우스

"왜 나도 모르게 OK하는 걸까?"
FBI요원이 차를 타고 범인을 연행 중이다. 요원은 범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범인은 흥분된 상태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그러자 요원은 더이상 다그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범인이 주로 언급하는 단어를 사용해 이전에는 들을 수 없던 그의 새로운 범행 사실을 알게 된다. 법원 앞에 도착해서야 범인은 자신이 모든 걸 털어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차!' 그러나 쏟아진 말은 다시 담을 수가 없다.

비단 범죄자만 이런 일을 겪는 건 아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또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설득당하고 뒤돌아서자마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분위기에 휩쓸려, 때로는 설득하는 사람이 믿음직스러워 보여서, 때로는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 동의한다.

<FBI 행동의 심리학> 저자의 최신작이다. 저자는 새 책에서 이처럼 대다수의 설득이 언어보다는 비언어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팔짱을 끼는 것은 긴장했다는 의미라든지, 왼쪽을 바라보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증거라든지 하는 진부한 얘기가 아니다. 상대의 표정, 목소리 톤, 자세, 동작, 신체접촉, 옷차림, 장소 등 보디랭귀지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것들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통해, 말보다 한 차원 높은 방식으로 상대가 모르게 상대를 설득하는 법을 제시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비즈니스는 설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득을 잘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설득당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창한 말솜씨가 설득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성공적인 설득에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비언어적 지능'의 힘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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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의 성장소설 "
가파른 계단을 내려간 후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서른여덟, 손바느질 가게를 운영하며 별스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여자 둘녕은 지난 시간과 사랑했던 기억을 반추한다. 부모와 떨어져 살게된 이후 그녀가 지내게 됐던 외할머니의 집. 용각산 냄새, 계몽사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부뚜막의 사카린,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와 같은 소설, 낡은 과월호 잡지, 생명선을 더 길게 긋겠다며 손바닥에 댔던 연필칼. 그 시절을 둘녕은 감각으로 기억한다. 자매처럼 지내게 된 이모의 딸 수인과 함께했던 정적이고 다정한 나날들.
 
한 소녀의 성장의 기록이 이도우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펼쳐진다. 베스트셀러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맑은 감수성이 여전하다. 인생 첫 감명과 기쁨을 주었던 책,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손에 잡힐 듯한 선명한 추억이 따스하고 쓸쓸한 공감을 일으킨다. 구체적이고 서정적인 기억이 가득한 이도우식 성장소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장터에서 산 흔한 잠옷일 뿐이었지만, 오로지 잠을 위한 옷이 생긴다니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종일 입었던 내복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일이 왠지 고상하고 격식을 갖춘 일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다음 장날을 기다리며 밤마다 책을 읽었다. 이모 내외는 둘 다 교사여서 외가엔 학교에서 가져온 읽을거리들이 꽤 꽂혀 있었다. <소년중앙>, <어깨동무> 같은 소년 잡지들과 마을 이장이 나눠준 <어린이 농민>과월호도열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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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피터 노왁 지음 /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부끄러운 현대 문명의 민낯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섹스, 폭탄, 햄버거가 현대 문명을 이끌었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에서 무기, 병균, 금속을 인류 문명의 원동력으로 설명했듯, 이 책은 포르노, 전쟁, 패스트푸드에서 현대 문명의 속성을 끄집어낸다.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에서 영감을 얻는 저자는, 에메랄드빛 화면에서 투시 기법을 떠올리고 이내 걸프전의 야간 폭격 장면으로 생각을 이어간다. 이런 식으로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물건이 군사 기술의 혜택(?)으로 탄생했음을 보여주고는, 이 기술 발전의 자본 토대이자 기술 이용의 주체인 포르노 산업, 패스트푸드 산업과의 삼위일체를 증명한다. 침실의 메모리폼에서 전장의 핵폭탄까지 인류가 누리는 현대 문명의 요소요소를 짚어가며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주변에서 눈에 띄는 어떤 걸 고르더라도 저자는 앞서 말한 삼각형 안에서 그 물건의 내력을 밝혀줄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밝혀진 현대 문명의 민낯은 어쩐지 놀라움과 두려움보다는 즐거움과 편안함에 가깝다. 저자가 기술 이데올로기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집중하기 때문인데, 군사 기술의 발전으로 민간인 희생이 줄어든다는 식의 설명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기술은 결국 시장에 나온다'는 진실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인류에게 필요한 실천적이고 생산적인 변화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힘을 갖는 까닭이다. 악덕이 베푸는 미덕에까지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연악한 인간의 삶을 둘러싼 현대 문명의 그릇을 제대로 살펴볼 이유는 충분하다.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우리가 지금 즐기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자기만의 내력을 가졌다. 이 내력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바로 문화사에 관한 책이다. 그러므로 문화사를 읽는 묘미는 현재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인류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지식의 네트워크를 종횡무진 오가는 저자를 만난다는 것은 문화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행운이다.(이택광,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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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2012 이상문학상 대상, 5년 만에 만나는 김영하 장편소설"
한 소년이 저쪽을 보고 있다. 어딘지 완고해 보이는 모습. 화려한 조명 속에서도 소년은 외롭게 서있다. 광신도와 남창, 걸인과 사기꾼이 부유하는 고속터미널의 화장실에서 태어난 소년 제이. 교차하는 길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평생을 길 위에서 살게 되리라 예감했다. 제이에겐 다른 이들에겐 들리지 않는 것들이 들린다. 사춘기가 될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던 동규의 공포를 들었고, 개장수에게 고통 받는 개들의 외침을, 학대당하는 소녀의 고통을 느끼는 의자의 신음을 들었다. 그는 울부짖는 고아들의 왕이 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5년 만에 만나는 김영하의 장편소설은 버림받는 사람들의 야생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 특유의 감각적이고 날 선 문체로, 어떤 현실이 클로즈업된다. 야생의 길 위, 원조교제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가출소녀는 임신하지 않기 위해 화장실서 두 발을 모아 쿵쿵 구르고, 아이들은 피는 찬물로 닦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들에게 이런 지식을 가르쳐준 세상은 과연 누구인가. 이들이 내는 외로움의 소리, 그 목소리가 아프게 들린다면 아마 우리에겐 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일 테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죄, 잘못, 인간, 동물.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구분하는 게 바로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잘난 척을 하는 거예요. 내가 인간이다. 내가 제일 위에 있다. 나는 죄를 안다. 동물은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동물을 죽여도 된다. 이런 식이에요.”
원장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래서 네가 잘했다는 거냐? 남에게 피해를 입혔잖니? 그건 도둑질과 똑같은 거야. 안 그래?”
“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있어요.”
“그게 뭐냐?”
“고통을 외면하는 거예요.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주지 않는 거예요. 세상의 모든 죄악은 거기서 시작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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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경제학자 우석훈의 일상 들여다보기"
경제학자 우석훈의 첫 산문집인 <1인분 인생>은 마흔 살의 일상을 구성하는 것들, 또래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 ‘마흔’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동안 신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첫 글을 쓸 때는 대학 시간강사였고, 중간에 작은 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기도 했으며, 지금은 영화사의 자문을 맡고 있다. 대기업 소속 경제학자도 해봤고, 정부 소속 경제학자도 해봤고, 시민단체의 정책실장으로 집회 현장에 앉아 있는 경제학자도 해봤다. 그는 마흔이 넘어서야 ‘내가 과연 1인분 인생을 살았던가, 혹시라도 많은 사람들의 묵묵한 희생 위에 나 혼자서만 잘난 척한 것 아닌가’ 자문하게 되었다. 이번 새 책은 소소한 일상을 그대로 담은 것이기도 하지만, 20대와 30대에 대한 반성글이기도 하다.
 
<1인분 인생>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과 일상의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 편안하게 펼쳐낸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삶의 문제들을 놓고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침없이 쓴소리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야옹구’를 처음 병원에 데려가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고양이 수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과 이명박 정권이 4대강으로 비게 된 세입을 맞추기 위해 반려동물에게도 부가가치세를 물린다는 것)을 계기로, 갖가지 단상과 깨달음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식이다. 우석훈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은 경제학자의 다채로운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지만, 삶의 고민과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옆집 아저씨 같이 친근한 경제학자 우석훈이 전하는 1인분의 삶은 쉽고, 유쾌하고, 가공할 만한 깊이를 지녔다. 정치, 경제, 사회, 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우리의 일상과 찰지게 버무려낸 그의 글은 머리만 깨우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도 흔든다. _ 방송인 김미화

삶을 계산하며 지내기보다는 삶의 쓴맛 단맛을 몸소 다 맛보기로 맘먹은 경제학자의 일상은 장난끼 넘치고 사랑도 넘치고 무엇보다 인간적이었다. 우석훈은 1인분 인생으로 일상을 무사히 사는 법의 무게 중심점을 구하려 한다. _ CBS PD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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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이대로 가다간 다 같이 망한다 "
성장률 0%, 가계부채 1500조, 실업자 300만. 어느 저개발 국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머지않아 닥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위험한 경제학>, <세금 혁명> 등 부동산과 세금 등의 문제에서 탁월한 혜안을 보여줬던 선대인 소장이 이 99%를 소외시킨 1%의 나라, 대한민국의 경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봤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그의 분석은, 국민 누구나가 내 나라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계에 처한 과거 성장 방식의 문제를 밝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이 책은, GDP 등의 가짜 성장으로 이목을 끌고 정작 개인의 주머니는 얇아지는 경제 구조, 1% 재벌 이데올로기가 산업 생태계에 끼치는 치명적인 피해, 모피아와 하우스 푸어 그리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이 시대의 '비정규' 청년들까지 사회에 만연한 경제 스트레스와 개개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 요소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 분석에서 나아가 상생의 경제, B급이 죽지 않는 생활인 국가, 99%를 위한 세금 혁명 등 지금 당장 바꾸고 행동하면 10년 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실천적 해법까지 함께 담았다. 크게는 시스템 개혁부터 작게는 개인의 일상적 변화까지 앞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살아 낼 대안적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 책은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한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한다. 그 재생의 가능성은 경제 전문가도 대통령도 아닌 '우리'에게 달려있다. 
 - 경제영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슬픔과 분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참혹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제대로 알아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미래도 전망할 수 있고, 그 미래를 바꿀 단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비극으로 시작하지만 희극으로 끝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희극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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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없는 자본주의
조이스 애플비 지음 / 주경철, 안민석 옮김 / 까치글방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찾아낸 자본주의의 가능성"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방법은 많다. 애덤 스미스는 거래하고 교환하려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을 근거로 자연스러운 출현이라 설명했고, 전통적인 질서가 무너지는 19세기의 혼란을 목격한 마르크스는 새로운 계급관계의 형성에서 변화의 원동력을 찾았다. 21세기에 이른 자본주의는 이제 다른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체제로 자리잡았다.
 
미국 역사학회 회장을 지낸 원로 역사학자 조이스 애플비는 이런 식의 설명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는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 사회, 문화, 정치, 윤리를 포괄적으로 바라볼 때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논리적 인과관계에 따른 보편적인 패턴으로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그 역시 자본주의의 표상 영국에 주목하지만 관점은 다르다. 보통 18세기 산업혁명을 자본주의 홍기의 기점으로 삼는데, 그는 16세기 농촌에서 변화의 씨앗을 찾는다. 효율적 식량생산에서 비롯한 노동력과 자금의 이동이 산업혁명을 만나 폭발하는 과정을 살피고, 각각의 국가가 이 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장대한 서사로 재구성한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지금의 자본주의가 엄청난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문화체제임을 확인하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끄트머리에 선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책 역시 부패, 불평등, 생태 등 절실하고 거대한 질문에 봉착한 자본주의의 오늘을 적시한다. 제목처럼 '가차없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비판하며 정부의 규제를 지지한다. 이런 자정능력이 앞서 말한 새로운 가능성이냐고? 그렇지 않다. 이 변화무쌍한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를 바로잡거나 뛰어넘을 가능성은 거대한 체제와의 싸움이 아니라 삶의 터전에 근거한 작은 싸움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사의 우연이라 할 이 작은 틈 하나가 이 책에서 발견한 그리고 각자의 세계에서 발견할 새로운 가능성이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은 근대 경제사의 개관을 제공하는 일종의 입문서이지만, 결코 피상적 수준에 머물지 않으며 상당한 깊이를 보여준다. 이처럼 전체적인 조망과 세밀한 묘사를 아우르는 서술을 통해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한편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정보와 설명을 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서 숙고할 기회를 준다.(주경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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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

"사나이 테무진, 광야의 중세가 손에 잡힌다"
조드는 유라시아 대륙과 같은 건조지대에서 일어나는 재앙이다. 물이 부족한 곳에서 가뭄과 추위가 겹치면 가축이 한꺼번에 수천 마리씩 죽어나간다. 하얀 조드, 얼음 조드, 검은 조드… 죽음의 땅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욕구, 그 두려움이 유목민을 떠나게 했다. 테무진이 초원의 왕이 된 이유 역시 죽음의 땅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초원의 왕이 된 사나이 ‘테무진’을 다루었지만, 이 이야기는 한 영웅의 정복서사에 집중하지 않는다. 소설은 광야의 중세, 어느 유목민족의 풍속을 집요하게 재현해낸다.
 
초원의 모래 바람과 날고기의 비린내, 걱정과 슬픔을 생각하지 않는 유목민의 유랑이 손에 잡힐 듯하다. 누차 방문하고 직접 체류하며 작가 김형수는 유목민의 시와 노래를 모았다. 사냥과 전쟁, 정복과 살육, 살아있는 유목민의 말 로 12세기의 초원이 그려진다. 위대한 사나이 테무진의 시대, 대초원처럼 광활한 이야기를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이 추천했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삶이란 그렇게 몽롱한 것이다. 아름답고 참혹하다.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갈수록 생존경쟁은 더욱 사납고 무섭고 치열했으니, 사방이 터진 벌판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울타리는 동료의 육신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들 인간이 미워서 고개들을 들고 있다. 밤이 되면 눈물이 발등을 적실 것이다. 그 순간에도 뚜벅뚜벅 저녁이 오는데, 넓은 광야에서 아직 쉴 자리를 찾지 못한 처량한 무리는 당장에 깔고 누운 여우 꼬리만 한 햇살이 달아날까 봐 엉덩이를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우둔한 짐승이 어떻게 초원을 경영한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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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핸드북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알라스테어 스미스 지음 / 이미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통치자는 왜 국민보다 측근을 더 챙길까?"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바람이 요동치는 요즘, 정치의 본질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는 요긴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독재자의 핸드북>이지만 거의 모든 정치인이 권력을 얻고 지키는 걸 최고의 목표로 삼는 현실이니, 이들이 어떻게 통치자의 지위를 획득하고 유지하는지에 관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동시에 유권자에게는 통치자의 속성을 꿰뚫어 어떻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반가운 책이다.
 
구조는 간명하다. 지도자들은 정치 지형을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는데, 명목 선출인단은 선거권을 가진 모든 사람, 실제 선출인단은 통치자가 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지 세력, 승리 연합은 권력 획득과 통치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이 세 가지가 구성되고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정치 체제가 달라지고 통치자의 지배 원리도 영향을 받는다. 충분한 보상을 꾸준히 해주어야 하는 승리 연합은 최소 규모로 유지하는 게 좋고, 말 그대로 ‘명목’에 가까운 명목 선출인단은 최대 규모로 유지하는 게 좋다. 물론 이를 움직이는 핵심은 돈이다. 정치 영향력이 적은 사람들(개별 국민)의 돈을 빼앗아 권력 유지에 큰 영향력을 가진 측근(승리 연합)에게 주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듣고 이건 독재고,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이 책에 따르면 독재와 민주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같다는 말이다.
 
결국 이런 물음이 남는다. 독재든 민주주의든 정치와 통치의 본질이 이와 같다면,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더 나은 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미국 50개 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도자가 높은 비율의 인구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했던 주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르고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한다. 종합하면 승리 연합의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통치자가 승리 연합이 아닌 실제 선출인단과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하는 일, 결국 투표로 힘을 보여주고 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다행히 올해 두 번의 기회가 있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괴짜경제학>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저자들은 여러 가지 참신한 사례들을 펼쳐놓는다. 이들이 제시하는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 정부는 단 하나도 찾아내기 힘들 정도다. 앞으로는 궁지에 몰린 정치인이 ‘국가를 위해’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일해야 한다는 주장을 듣게 되면 ‘국가’라는 단어를 ‘출세’로 바꿔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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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스트레스 
오은영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오은영 박사의 ‘마음 성장 육아 백과’ "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스트레스’는 아이의 성장 발달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또 그만큼의 독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아동 문제의 원인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그것들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점점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육아,교육 정보나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은 차고 넘치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내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아이이기 때문에 어른과 다른 데서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게다가 부모의 관심이나 교육법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아이 관점에서 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연령별, 상황별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아이’ 입장에서 말해준다. 왜 그런 상황이 스트레스인지,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꼼꼼히 설명한다. 가히 아이 ‘마음 성장 백과’라 할 만 하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 속에서 : 부모들은 ‘아이의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아이의 스트레스에 대해 공부해 왔다. 수많은 책을 보면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 해야 하는 행동이 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이의 스트레스에서 헤매는 것은, 지금까지 부모들이 접해 왔던 정보에 ‘아이의 입장’, ‘아이의 목소리’, ‘아이의 마음’ 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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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셸 실버스타인 지음 / 살림

"<아낌없이 주는 나무> 셸 실버스타인의 작별인사"
전 세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셸 실버스타인이 마지막까지 남겨 놓은 인생의 가르침이 담긴 유고작. 1999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발표되지 않았던 글과 기발한 일러스트를 한데 모은 마지막 책이다.

미국에서 셸 실버스타인의 작품은 보다 착한 삶을 살기 원했던, 혹은 그런 삶을 목격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안겼다. 그는 늘 비우고, 나누고, 기다리는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조용히 비판한 작가였다. "셸 실버스타인을 읽지 않고는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지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따뜻한 글 145편을 싣고 있다. 눈앞의 현실에 가려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되새기게 하는 글들, 팍팍한 현실과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로 인해 불안해하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글들이다. 재치있는 말놀이부터 인간의 감정에 대한 사색까지,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는 셸 실버스타인이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짧은 엽서 모음 같은 책이다. 
소설 MD 최원호

수상내역 : 
2011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올해의 책 선정
2011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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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2-02-2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드> 관심이 가네요. 몽골초원을 누비는 테무진의 모습. 그리고 그의 이야기.
황석영 작가와 고은 시인의 추천까지....
꼭 읽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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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이념의 철조망을 넘나드는 나이스한 연애소설"
남자의 이름은 김수영. 항일 독립운동가의 손자이자 원로 국사학자의 차남, 해병대 제대 후 사법고시 합격, 판사생활 3년 만에 국회에 진출한 기린아, 보수정당 새한국당 의원이다. 여자의 이름은 오소영. 미모의 진보노동당 대표의원이자 8년 전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노동계 대모, 대통령 후보 오문영의 여동생이다. 언론법 날치기를 앞두고 여자는 소화기로 문짝 대신 김수영을 가격하고, 둘은 고소고발을 불사하는 사이가 된다. 이렇게 만난 유이한 미혼 국회의원인 둘이 몰래 연애를 시작하는데… 이념의 철조망을 넘나드는 이 연애가 ‘해피’한 결말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국가의 사생활>의 작가 이응준이 단단히 작정하고 써낸 본격 로맨틱 코미디. 출신성분, 이념, 무엇 하나 어울리는 게 없는 남녀의 연애가 경쾌하게 펼쳐진다.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한다고 속삭이는 속물 국회의원, 언론법 날치기, 국회 육탄전, 만남의 순간마다 정치현실이 예리하게 결합한다. 시인이자 소설가, 영화 각본가이자 감독인 작가의 경력이 십분 발휘되었다. 깔끔하고 개성 있는 문장, 빠른 장면 전환,  ‘사랑’에 대한 심오하고도 철학적인 질문들까지, 읽는 맛이 다양한 ‘나이스’한 연애소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나는 철들고 나서부터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생각한 적 한번도 없어. 인간이 짐승만큼 아름답고 조화로웠다면 지구가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인간이 짐승보다열등하다는 건 인류의 역사가 증명한다.”
“……”
사랑? 만약 인간이 동물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녔다면 인간의 사랑에는 상처를 무릅쓰고 자부심이 가득하리라. 짐승의 사랑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어떤 남자가 사랑에 빠진 수컷 늑대와 수캐 들처럼 쉴 새 없이 짖어 대겠는가? 또한 바다사자와 말코 손바닥사슴처럼 사투를 벌이겠는가? 어떤 약아빠진 남자가 사마귀 수컷들처럼 암컷과 사랑을 나눈 뒤 기꺼이 잡아먹히겠는가. 어느 사내가 수벌처럼 여왕벌의 혼인비행에 목숨을 내걸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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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간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250년 전, 조선의 세자가 세상을 떠났다. 좁고 어두운 뒤주 속에서 굶어 죽었다. 명령을 내린 건 다름 아닌 아버지, 왕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세자의 아들은 훗날 왕이 되었다. 조선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이 사건은, 르네상스라 불리는 18세기의 빛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지만, ‘권력과 인간’이라는 영속의 물음 속에서 면면히 흘러왔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오늘날의 논의는 크게 둘로 나뉜다. 사도세자가 미치는 바람에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광증설’과 당파 싸움에 휘말려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당쟁희생설’이다. <사도세자의 고백>으로 잘 알려진 이덕일이 후자를 주장하는 반면, <한중록>을 주요 사료로 삼은 이 책은 광증설에 무게를 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동시에 이를 둘러싼 권력 투쟁과 인간의 욕망을 읽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영조의 탄생까지 거슬러올라가고 뒤로는 정조의 통치까지 내려와, 백여 년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도세자의 죽음을 바라본다.
 
아쉽게도 이 책을 읽는다고 사도세자의 죽음이 명쾌하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거의 모든 사료를 읽고 촘촘하게 구성한 이야기는 제법 설득력이 있지만, 이 역사의 재구성이 다다른 곳은 250년 전 뒤주가 아니라 인간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권력에의 의지와 욕망이기 때문이다.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 이 논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온전히 역사의 진실뿐일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죽인 영조, 그 권력을 잇기 위해 아비를 되살린 정조의 그림자는 지는 해의 꼬리를 여전히 놓지 못한 듯싶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적 부를 가지고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조선이 임금들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경제적인 부도 자본가의 것이 아니다. 설사 자신이 힘을 써서 쌓았다 해도 그것을 대대손손 물려줄 권한까지는 없다. 일시적으로 위임된 권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런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생존까지 흔들기도 한다. 나누지 않는 권력은 외롭고 위태롭다.(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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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 이봄

"일곱 가지의 공포, 그 기원을 찾아서"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는 국내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기독교 문화의 일곱 가지 원죄를 빗대어 일곱 가지의 공포를 주제로 그림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얼핏 무시무시한 그림들로 가득 차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림 자체가 공포스러운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특별히 무서워 보이지 않는 그림들 속에 숨겨진 두려움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역사 속에서 비극적으로 산화한 인물들을 그린 작품들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읽힌다.

일곱 가지의 주제 중에서 첫 주제와 마지막 주제가 각각 운명과 죽음인데, 이 두 주제는 서로 통하며(유일하게 확실한 운명이란 죽음 뿐이다), 그 안에 담긴 다섯 가지의 공포들은 이 두 주제 사이에서 파생된다. 기존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가 각 주제별로 산발적인 무서움을 찾아낸 것에 비해, 이번 책은 운명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통일된 주제로 제시되어 보다 완성된 결론에 다가서고 있다. 여전히 읽기 쉽고 흥미로운 소재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선택해도 좋은 교양 미술서다.
 - 예술 MD 최원호

책 속에서 : 회화를 역사로서 읽는 데서, 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데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택한 장치가 바로 ‘무서움’이었습니다. 무서움은 상상의 친구입니다. 상상에 의해 공포가 생기고, 공포에 의해 상상은 날개를 펼칩니다… 일견 무서운 것이 아무것도 그려 있지 않은 그림일지라도 그 시대와 문화와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얽힌 여러 관계를 알아가는 사이에, 공포는 서서히 화면에서 스며 나와 그림의 모습을 바꾸어 놓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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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요 네스뵈 지음 / 비채

"흡입력과 깊은 뒷맛을 겸비한 인상 깊은 스릴러"
스릴러 소설계에서 갱도의 카나리아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열혈 팬들은 작년에 처음 출간된 요 네스뵈의 소설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재미있는 설정을 드물게 겸비한 젊은 작가가 출현했다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그 예감을 확인할 때가 왔다. 요 네스뵈의 주력 시리즈인 ‘헤리 홀레 시리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본작 <스노우맨>이 발간되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스노우맨>은 재미있다.
 
최근에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스릴러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도입부가 인상적이고 전개부로 이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작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도나토 카리시나 넬레 노이하우스의 경우도 그랬다. 그래야 일반 독자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맨> 역시 눈사람에 얽힌 으스스한 도입부에서 본론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스노우맨>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런데 그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유럽 스릴러 특유의 음울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놓치지도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요 네스뵈를 주목하게 만든다. 속도와 정서, 서로 상극의 특성을 지닌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는 작업은 무척 어렵고, 요 네스뵈는 그 까다로운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혹시 겨울의 끝자락을 장식할 재미난 소설이 한 편 필요하다면, 마침 겨울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오슬로 경찰 강력반을 만나 보시기를 권해 드리는 바이다.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나는 현재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사후를 안심할 수는 없다. 요 네스뵈라는 천재적인 작가가 곧 내 존재를 압도하고 엄청난 기세로 나를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엘로이(작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요 네스뵈, 나의 새로운 히어로 해리를 소개합니다. –마이클 코넬리(자가)
 
헤닝 만켈은 은퇴를 고려하고 스티그 라르손은 우리 곁을 떠난 지금, 요 네스뵈야말로 북유럽문학의 희망이다. 등줄기를 서늘하게 하는 역작 <스노우맨>은 모든 영미권 작가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인디펜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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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2012-02-2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 추천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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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국가와 결별해야 할 분명한 이유"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10년 전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지역주의, 연고주의 등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전근대성을 드러낸 박노자의 예민한 감각에, 대부분 놀랐고 몇몇은 깨달았다. 10년 만에 돌아온 박노자의 국가론은 더욱 예리한 시선으로 국가주의를 도려내고 보다 폭넓은 시야로 비폭력 평화주의를 그려낸다. 게다가 ‘폭력으로 유지되는 국가와 결별하기’란 분명한 목적 때문인지 구성과 전개가 촘촘하다. 우선 국가의 계급적 본질을 드러내고, 전쟁으로 국가의 극명한 폭력성을 증명한다. 여기에 평화주의 요소가 강한 종교가 어떻게 국가주의, 군사주의와 결탁했는지, 전쟁영화와 전쟁놀이, 일본제국주의와 군사독재를 통해 국민이 어떻게 국가폭력에 길들여졌는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믿어온 민주주의의 허상을 아프게 파헤친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의 목적은 고발이 아니라 결별이다. 그렇다면 박노자가 기획하는 새로운 만남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가 말하는 국가폭력과의 투쟁은 결국 계급사회와의 투쟁이자 평등사회를 위한 투쟁이다. 시체 위에 오줌을 싸는 미군을 보며 느끼는 불편함과 분노는 인간의 본능일 터, 전쟁의 종식이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깨달음에 이른다면, 이런 세계관의 변화가 진보의 시작 아닐까. 물론 결별의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권하는 까닭은, 헤어져야 할 분명한 이유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정말 국가가 당신을 지켜주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또 10년을 기다리기에는 박노자도, 우리도 너무 늙었다. 
사회과학 MD 박태근

추천사 :   불편한 책이 좋은 책이라 했다. 그의 글이 주는 불편함은 그가 박람강기의 지식 전개를 통해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정보와 자극을 주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의 약점을 너무나 잘 지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 책에서 그렇게 강조했듯이 한국에서 보다 근본주의적인 평화운동이 나타나서 대중적 지지를 얻을 때가 된 것 같다. 이 점에서 그의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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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굿바이, 애덤 스미스"
이상한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국가대표 기업이 성공하면 모두가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협력과 공생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경제에서 만큼은 경쟁과 탐욕이 절대 선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나라이다. 경제의 새로운 문법을 찾는 젊은 경제학자,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이 이 이상한 나라를 들여다봤다. 세계의 0.01%라고 하는 하버드 대학생들은 왜 맨큐의 경제학 수업을 거부했을까? 경제는 성장했다는데 삶이 더 팍팍해지고 어려워지는 이유는? 안철수와 스티브잡스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본심은?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풍경을 탐사하며 점점 더 깊숙한 불안의 늪으로 잠기는 이 시대의 삶을 명쾌하게 분석한다. 그동안 믿고 섬겼던 '탐욕의 질서' 그리고 '성장과 번영의 패러다임'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하고 어떻게 '예고된 대몰락'으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 이상한 나라의 경제를 만들어 낸 매트릭스의 본질을 뒤집을 새로운 경제 문법을 찾는다. 99%를 위한 월스트리트 점령의 의미도, 뒤늦게 '공생'을 들고 나온 기득권층의 고민도,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경제 위기 이후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경제 문법도 모두 이 이상한 나라의 뒤틀린 경제를 벗어난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책은 인간의 선의와 신뢰에 기댄 경제에서 희망을 찾는다. 함께 만든 경제가 멀리 간다고 말한다. '희망'을 나눌 당신을 기다린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하버드 졸업생은 전 세계 금융기관과 공공정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일 하버드가 그 학생들에게 폭넓고 비판적인 경제학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이들의 행위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강의실을 나가 대학의 기업화에 반대하는 보스턴 전역의 시위에 참여합니다. 이 시위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령 운동(Occupy movement)'의 일환입니다. ...우리는 오늘 교수님이 기본적 경제 이론에 대해 적절한 토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하며 수업을 거부합니다. 또한 경제 정의에 대한 미국의 담론을 바꾸려는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서 수업을 거부합니다. 맨큐 교수님, 우리의 우려와 수업 거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경제학10'을 우려하는 학생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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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법륜 스님 지음 / 정토출판

"법륜 스님 신작! 참자유, 참행복을 위한 마음수행법"
<기도>, <스님의 주례사>, <엄마 수업>, <방황해도 괜찮아>에 이어 새롭게 출간된 법륜 스님의 신작 <깨달음>. 이 책은 <기도>의 연장선상에 놓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작 <기도>에서 자기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도의 힘, 그리고 기도를 통한 마음 다스리는 법, 화 내려놓는 법에 관한 핵심적인 메시지를 펼쳐냈다면, ‘내 눈 띄기’란 부제의 <깨달음>에서는 짤막한 일화를 통해 ‘지금 깨어있음’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가르침을 전한다. 불교에 국한되지 않고 전 독자층이 읽어볼 만한 내면 수행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일에 얽매여 후회하는 삶, 타인을 원망하는 삶, 좌절하는 삶을 살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두려워한다. 법륜 스님은 행복과 불행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바깥에 의존해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깨어 있는 연습을 끊임 없이 해나가야 한다고 설파한다. 붓다의 근본 가르침에 근거한 마음수행법을 쉽게 풀어낸 이 책은 참자유, 참행복에 이르는 길로 안내해줄 뿐만 아니라,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기도>
<엄마 수업>
<스님의 주례사 >
<방황해도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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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수전 힐 지음 / 문학동네

"저기, 그 뒤에. 아니 그 뒤에…"
21세기, 영화 속에서 좀비들은 달리기 시작했고 유령들은 누가누가 더 기괴한 몰골인가를 다투는 중이다. 공포 소설들의 템포도 점점 빨라지고 자극적인 표현이 늘어났다. 바야흐로 스펙터클의 시대다. 시청각적 자극, 혹은 그에 상응하는 심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쪽이 대세다. 이제 고딕 호러가 설 자리는 거의 없어 보인다. 고딕 호러가 아무리 쥐어짜 봐야 ‘유령의 집’ 이상의 공포스런 상황은 만들어 낼 수 없다. 어둠이 공포까지 가려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어둠은 단순히 배경으로 존재할 뿐 아니라 내러티브까지 장악한다. 기괴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해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의 시야는 이중으로 제한되고 그들의 정신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 막막함이 고딕 호러의 매력이다. 보이지 않아서 미칠 것 같은 심정이다. 물론 여기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미스터리가 도전의 대상이 아니라 압도적인 초현실로 자리잡는 작품은 더 이상 와 닿지 않는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이 장르의 전성기에 비하면 세상의 밤은 너무 밝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딕 호러는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어둠의 위력을 아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어둠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동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진실은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어둠은 앨리스의 ‘원더랜드’ 바로 맞은편에 있는 왜곡된 시공간이다. 오감이 뒤틀어지는 그 칠흑 같은 밤을 기억하거나 혹은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이 장르를, 그리고 <우먼 인 블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먼 인 블랙>은 추천 가능한, 잘 쓰여진 고딕 호러다. 그러니 이제 당신 자신에게 질문할 차례다. 혹시 아무것도 없는데 분명히 뭔가가 느껴졌던, 그런 어둠을 겪어 본 적이 있는지? 
소설 MD 최원호

아래 작품들을 좋게 보았다면 <우먼 인 블랙>도 추천 : 
영화 <소름>
영화 <샤이닝>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에드거 앨런 포
<모래 사나이> -E.T.A.호프만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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