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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김상봉 지음 / 꾸리에

"철학의 쓸모가 남아있다면 이 책이 그 증거다"
기업이 누구의 것인지 묻는다면 대개 사장이나 회장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기업 구조나 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다손 치더라도 대답은 주주를 넘어서기 어려울 터. 기업의 주인이 노동자라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말)하는 건 기업주뿐이다. 그래서인지 이 질문은 누구도 묻지 않는 바보 같은 물음이 되었다.

철학자 김상봉은 25년 전 일기장에 “왜 사장은 선거를 통해 뽑으면 안 되는가?”라고 적었다. 여기에서 시작한 사유의 고리는 자본주의의 탄생에서 기업국가에 이르는 역사적 과정을 바탕으로 자유와 소유 그리고 권력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 보통의 철학은 이쯤에서 폼을 재며 세상을 바꾼 양 멋을 부린다. 그런데 거리의 철학자 김상봉은 다르다. 거침 없이 철학 위에 현실을, 현실 속에 철학을 세운다. 앞선 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 여러 나라의 사례를 분석하며 ‘노동자 경영권’의 근거를 탄탄하게 쌓아간다. 기업이 삶의 지평을 모두 잠식한 지금, 노동자의 주체성을 회복할 공간은 바로 기업이다. 그리하여 이들이 노예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철학이 세계 전체, 존재 전체를 생각하는 보편적 학문이란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 자본주의라는 체제와 노동자라는 삶이 만나는 주식회사에 대한 총체적 물음과 생각, 아직 철학의 쓸모가 남아있다면 이 책이 바로 그 증거다. 이런 철학자가 동시대를 사유한다는 데서 인간으로서의 자긍심마저 느낀다면 과장일까. 진실이다.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노예로서 지배자와 싸우는 것은 차라리 쉬워도 긍지 높은 자유인으로서 책임지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진보 정치권 언저리에서 떠돌았던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말은 그 말을 입에 올리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정치권에서 노동자의 집단적 세력 강화를 뜻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참된 의미에서 정치는 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주체로서 형성하는 활동에 존립한다.(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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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수업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나이에 지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사는 법"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 불어나는 일만 남은 나이, 중년. 이 책은 모든 중년들에게 나이에 떠밀려 걱정만 끌어안고 무기력하게 견디는 것이 답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묻는다. '이제 중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당신은 이제껏 맛보지 못한 '진짜 시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정년을 맞이해도 30~40년 일해 온 시간과 정년 후 80세까지의 자유시간이 맞먹는다. 100세를 넘어 이제 150세 시대에 돌입했다며 여기저기서 분주하다. 이 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에 풀었다. 생활경제평론가로서 정년 후의 창업, 해외 장기 체류, 시골생활, 주택 대출금, 퇴직금, 건강검진 등 누구나 고민할 법한 실질적인 내용들에 대해서까지 상세하게 조언한다. 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황혼 이혼,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중년에 미리 생각해 보고 준비해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 중년 이후의 삶을 불안해 하는 이들에게 중년 이후는 더이상 버티는 시간이 아닌 자유인으로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회의 시간이라는 희망을 전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함께하면 좋은 책 :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
<은퇴 후 8만 시간>
<150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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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재인

"이 구역의 신참입니다. 가가 교이치로라고 합니다."
본격 미스터리에 작별을 고한 <명탐정의 규칙>과 그 후속작 <명탐정의 저주>가 분수령이었을까. 본격 미스터리 대신에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을 주로 내놓는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의 행보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 외도(?)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신참자>는 독자들이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운 이름, 가가 형사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신참자>야말로 독자들이 원하던 평범(?)한 설정의 미스터리 연작 소설집이다. 에도 시대의 정취를 간직한 도쿄 니혼바시의 닌교초 거리를 배경으로 ‘신참’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비밀과 음모를 분쇄하는, 팬들 모두가 반길만한 스토리다. 그렇다면 완성도는 어떤가? <신참자>는 2010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문예춘추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는 건재하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하나만 더 묻겠는데, 자네 대체 뭐하는 놈이야?”
그러자 가가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부채를 펼쳐 얼굴에 대고 펄럭거리면서 대답했다.
“뭐하는 놈이기는요. 이 동네에서는 신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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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
강영우 지음 / 두란노

"故 강영우 박사가 남긴 마지막 희망 메시지"
1944년 양평에서 출생한 강영우 박사는 중학교 시절 사고로 실명한 후, 이어 모친과 누나를 잃고 맹인 고아가 되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연세대학을 졸업하고 아내와 도미,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1976년 한국 최초의 시각 장애인 박사가 되었다.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냈으며,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겸 루스벨트 재단 고문으로 7억 명에 가까운 세계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하였다. 2006년 미국 루스벨트 재단 선정 127인의 공로자에 선정되었고, 2008년 국제로터리 인권상을 수상하였다. 암 투병 중 지난 2012년 2월 23일 소천했다.
 
이 책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단란하게 보냈던 유년 시절부터, 시각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불의의 사고, 그 이후에 닥친 집안의 불운과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순간까지, 일생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아내 석은옥 여사와 글로벌 리더로 키운 두 아들에 관한 이야기, 자신과 함께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다. 강영우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이 결코 고통의 시간들이 아니었으며,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축복의 시간들이었다고 고백한다.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도 생의 마지막 힘을 쏟아부은 유고작은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이자,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귀한 선물이다. 
 
대표작으로는 <원동력>, <오늘의 도전은 내일의 영광>,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꿈이 있으면 미래가 있다> 등이 있다.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모든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함께 희망을 보게 한 우리 시대의 예수님의 제자가 바로 강영우 박사이다. _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
 
그는 꿈과 믿음이 있는 자에게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 산증인이 되었다. 이 책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진액을 쏟으며 우리를 위해 남긴 소중한 믿음의 유산이다. _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생의 마지막 힘을 다해 세상에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마무리한 이 책은 모든 이들, 특히 절망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다.  _ 김병수 (전 연세대학교 13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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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지음 / 부키

"키운다던 파이는 누가 먹어 치우고 있는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장하준이 돌아왔다. 이번엔 정밀 진단을 위해 셋이 함께다.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2005년 <쾌도난마 한국 경제>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난 이들의 거침없는 직설이 다시 시작됐다. 세 사람은 경제 현안에 대해 애매하거나 멈칫거리는 일 없이 명쾌한 해석과 처방을 내놓는다. 그 칼날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 동안 벌어진 주요 사건들, 이를테면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진보의 착각, 리먼 사태, 부동산 거품, 재벌 해체, 신자유주의 포퓰리즘 거기에 청년 창업까지, 두루 다루면서도 면면이 날카롭다.

대립과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우리 사회, 지금의 선택에 따라 10년 뒤, 50년 뒤의 모습이 결정 되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우리에게 과연 가능한 선택지는 무엇일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저자는 이 책이 그 방향을 보여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오늘 우리의 경제 현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보여 주는 책인 동시에 앞으로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그리하여 공은 다시 독자에게로 넘어간다. 과연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장하준_저는 복지가 반(反)경제적이고, 반(反)생산적이라고 말하는 분들께 여쭤 보고 싶은 게 많아요. 만약 그렇게 복지가 나쁘다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이 제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죠?... / 이종태_반(反)복지파들은 그런 문제에도 정확한 답을 내놓던데요. 스웨덴은 우파가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라고요. / 장하준_...자칭 우파라는 스웨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비장한 어조로 '지금 스웨덴의 조세 부담률은 50퍼센트나 된다. 너무 높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결론이 예상밖이었어요. '그래서 45퍼센트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스웨덴 우파를 한국에 데려오면 보수 세력은 아마 빨갱이라고 욕하지 않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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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정민 지음 / 김영사

"정민 교수가 찾아낸 고전의 바늘 끝"
사자성어는 네 글자에 응축한 삶의 태도이자 세상에 대한 사유의 결정체다. 각각의 글자에 담긴 생각의 깊이, 글자 사이사이를 잇는 시간의 폭이 만만찮다.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새롭게 만들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다면 사자성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전학자 정민 교수는 옛 것을 빌어 지금을 말하고, 옛 글에 비추어 오늘을 읽어낸다. 물론 우리도 이쯤은 할 수 있다.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치라는 습정투한(習靜偸閑)을 보면, 정신없이 바쁜데 한 일은 없는 내 삶이 떠오른다. 모든 재앙은 입에서 비롯한다는 의미의 화생어구(禍生於口)를 보면 말 실수로 일을 그르쳐본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문제는 읽을 때뿐이라는, 금세 잊는다는 데 있다. 달아났던 마음을 잠시 돌려세우는 데 그치니 읽고 또 읽어도 삶이 바뀌지 않는다.

정민 교수는 군더더기를 찾기 힘든 간결한 문장에 날카로운 사유를 담아 흐트러진 생각에 ‘일침’을 놓는다. 생각을 잡아둘 뿐 아니라 막힌 생각까지 뚫는 ‘정문일침’ 말이다. 마음, 공부, 사물, 세상으로 이어지는 100개의 바늘 끝이 답답한 마음부터 복잡한 세상까지 차례로 풀어주길 기대한다. 곁에 두고 때때로 읽어야 마땅한 책이다.
 -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추천사 : 나는 저만치 던져두고, 사람들은 세상을 위해 싸운다. 사생결단하고 싸운다. 잃어버린 나를 어디서 찾을까? 달아난 나와 어디서 만날까? 똑바로 보고 올바로 살고 싶은데 세상은 진흙탕 속, 먼지 구덩이다. 혀는 칼이 되고, 말은 독침이 되어 여기저기서 날아와 박힌다. 정신도 덩달아 몽롱하다. 이럴 때 정문일침이 필요하다. 그 한 바늘 끝에 막혔던 혈도가 풀린다. 달아났던 마음이 화들짝 돌아온다.(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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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북스피어

"귀신은 내 마음이고, 사람은 내 마음이고, 세상은 내 마음이니까"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서양의 마더 구즈나 일본의 괴담 이야기들을 분석하는 학자들은 그 이야기들이 구전되는 계층의 욕망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감각적 욕망에서부터 계급적 열망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투영시킨 전래 민담은 그 자체로 이야기하는 사람 혹은 해당 시대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정확한 원전이 없이 ‘말하는’ 구전 이야기는 ‘나는 무엇을 꿈꾼다’는 고백인 셈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수많은 내용으로 변형되어 구전된 모습은 그 갖가지 꿈들의 타래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고 싶지 않았는가. 따라서,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집 <흑백>은 그 고백에 주목한다. 저택 한 켠의 바둑 두는 방에서 누군가는 말하고 누군가는 듣는다. 으스스한 내용의 괴담이 말하는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듣는 사람은 거의 말이 없고, 약간의 질문을 하거나 맞장구를 칠 뿐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괴담의 껍질이 벗겨진다. 말하던 사람은 자신의 괴담이 일종의 고백이었음을 깨닫고, 듣는 사람은 그들의 숨겨진 열망을 마음 속으로 쓰다듬는다. 말하고 듣는 단순한 과정을 통해 결핍은 위로를 얻는다. 이는 에도 시대 이야기를 무엇보다 자기자신의 치유와 기쁨을 위해 썼다고 했던 미야베 미유키 자신의 고백이며, 소설가와 독자의 관계, 또는 인류와 함께 앞으로도 영원할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찬양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연들과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이 단지 말하기와 듣기라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사람을 보듬는다. <흑백>은 괴담 소설집인 동시에 미야베 미유키와 독자들이, 또한 세상 모든 이야기꾼들과 그들의 관객들이 함께 이루어 온 작은 기적들에 대한 묘사다.
 
아, 물론 괴담집 답게 꽤 으스스하니까 너무 훈훈하기만 할까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귀신은 있어요.”
오후쿠는 웃음을 멈추고, 다시 또렷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치카는 그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오후쿠의 눈동자도 입가도,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진지하다.
“분명히 있어요. 있지만, 그 존재에 생명을 주는 것은 우리들의 여기랍니다.”
(중략) “마찬가지로 극락도 존재하지요. 여기에 있답니다. 제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언니는 극락으로 건너갔어요.” 
-p.32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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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지음 / 문학동네

"모두 늙어 죽습니다만…"
총 2부로 구성된 13편의 연작 단편집. 각 단편들은 등장인물들과 공통된 정서를 공유한다. 여러분은 책을 훑다가 2부 중반 쯤에서 파워포인트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단편을 만나게 될 텐데, 이런 식으로 과감한 실험이 이뤄지는 책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깡패단의 방문>은 제니퍼 이건의 전작 <킵>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까, 제니퍼 이건은 포스트모던 작가들의 롤리팝 버전이 아니었다.
 
책을 다 읽을 즈음에 비로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작 단편집이 일종의 장편소설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을 일컬어 각 악장들로 이루어진 교향곡이라고 묘사한 리뷰는 설득력이 있다. 극복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쇠락이라는 제1주제가 끊임없이 변주되는 가운데, 비로소 그 위력을 실감한 청년들의 가망 없는 투쟁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눈빛이 카운터파트로 제시된다. 마치 바그너의 악극처럼 하나의 인물은 하나의 주제(혹은 동기)가 되며, 이 각각의 주제들은 <깡패단의 방문>이라는 곡 전체를 통틀어 수 차례 등장하면서 제1주제의 위력을 뒷받침한다. 즉, 이 소설의 모든 인물들은 쇠락의 증거다. 누군가의 빛났던 순간을 담은 단편과 그/그녀가 완전히 무너진 단편이 시간차를 두고 등장한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무너진 단편 속에서는 또 다른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연쇄작용인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질문이 숨어 있다. 시간이 지속적인 쇠락이라면 어째서 희망의 총량은 줄어들지(혹은 감쇄하지) 않는가?
 
책을 읽고, 여러분 자신에게 물어보시기 바란다.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소설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선언하는 21세기 소설 –커커스 리뷰

우리는 끝없이 다른 사람의 삶에 엮여들었다가 빠져 나온다. 또 그 후에도 기억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깡패단의 방문>은 그것이야말로 시간이라는 깡패들에 맞서는 우리의 보호막임을 보여준다. –타임

열세 개의 장이 각각 인물들의 한순간을 떼어내 보여줄 뿐이지만, 제니퍼 이건은 그 이야기들을 세심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엮어낸다. –내셔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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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위로와 치유, 2012 세계문학상 수상작"
한때는 4대보험 안에 살았다. 조직 컨설팅을 맡은 남자에게 사람들은 굽신댔고, 사내에서 가장 예쁜 여자와 연애를 했다. '마타 하리' 진주에게 회사 기밀을 유출한 후, 임도랑의 인생은 곤두박질쳤다. 고시원 살이, 노숙, 불판닦기,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 하루하루 돈이 될만한 일을 전전하다 드디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자신보다 더 가치있는, 비싼 개들을 산책시키는 일을 맡게된 것. 웬만한 강남 아파트보다 비싼 개 '라마'를 성실하게 산책시키며 남자는 인생역전의 기회를 생각한다. 이 개의 주인인 그 여자와 이어질 수 있다면… 과연 이 남자는 다시 사회적 보장, 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오랜 기간 4대보험 바깥을 전전했던 전민식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최선을 다해 불판을 닦고, 있는 힘을 다해 정성들여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이렇듯 성실하게, 출구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99%에게 위안과 치유의 경험을 안겨줄 이야기다. 멋부리지 않은 문장, 깔끔한 이야기 전개가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박범신, 김형경, 은희경 등의 심사위원에게서 “상처입은 존재들이 패배 속에서도 만들어내는 치유의 풍경을 훈훈하게 그린, 사람 냄새가 나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그녀와 나 사이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었다. 나는 계산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허겁지겁 핸드백을 챙겨 나를 따라 나왔다. 술집 밖으로 나온 그녀가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댁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내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그랬어요.”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혼자인 사람들의 냄새를 맡게 돼요.”
그녀가 내 어깨에 더 바싹 밀착해왔다. 그녀의 팔은 떨렸고 숨은 고르지 않았다.
“살아야 하니까.”
모래로 쌓을 그녀의 삶. 그녀는 지금 그걸 인정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타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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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습
황상민 지음 / 생각연구소

"어른아이를 위한 홀로서기 설명서"
<한국인의 심리 코드>, <짝, 사랑>에서 유쾌하고 시원하게 마음 속 문제를 풀어준 황상민 교수. 가장 한국적인 심리학자라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서른 살 청춘에게 응원가를 보낸다.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서 보여준 내공을 오롯이 책으로 담아냈는데, 친절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어루만지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실제 사연을 분석해 촌철살인 처방전을 전한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는 서른이 넘으면 자기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삶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자괴감, 독립을 꿈꾸지만 한편 자유를 겁내는 어른아이들에게,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만이 함께 설 수 있다며 손을 잡아 일으키고 등을 밀어 나아가게 한다. 막무가내로 몰아세우거나 어물쩍 위로하며 넘어가려는 태도가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두고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 ‘나’를 누르는 게 아니라 ‘나’를 살리며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황크라테스’의 산파술로 들려준다. 심리치유를 넘어 심리해방을 외치는 황상민 교수의 직설적 조언이 젊은 영혼들의 자아독립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추천사 : 인생시계에서 서른 살은 아침 아홉 시다. 하지만 한국의 ‘서른아이’는 아직 잠이 덜 깬 채로 책상에 앉아 조금만 더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독립연습>은 준비가 덜 됐다고 앙탈을 부리는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감사는 대신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석한다. 냉철한 조언과 독창적 심리 처방을 통해 사랑도, 관계도, 삶도 모두 ‘나’를 알아야 해결된다는 사실을 마침내 인정하게 만든다.(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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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되는 재미있는 어휘사전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논술과 토론이 술술 풀리는 시사/교양 어휘사전"
논술과 토론에 등장하는 단골 주제들은 물론, 아이들이 들어는 봤지만 직접 설명할 수 없었던 단어들의 개념을 정리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시사/교양 사전이다. 연관 개념, 반대 개념, 인과응보 관계의 어휘가 2개씩 짝을 이루어 소개되는 구성이다. 각 어휘의 단순한 뜻풀이를 담은 것이 아니라, 그 배경지식과 연관 어휘까지 함께 익히도록 설명한다. 뉴턴과 만유인력, 나비 효과와 카오스 이론, 지구 온난화와 온실가스, 제로섬 게임과 윈윈 효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역사, 정치, 경제, 과학, 상식, 인물, 문학 등 다양한 범주의 키워드를 두루 망라한다. 생소한 용어에 미리 겁을 먹을 필요 없을 만큼 쉽고 명료하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결국은 손님 수에서 승패가 갈린다'
파레토 법칙이란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발표한 '불평등 정도에 관한 경제 법칙'을 말해요. 이것은 전체 겨로가의 80퍼센트가 전체 원인의 20퍼센트에 의해서 일어나는 현상을 일컬어요. 예를 들면, 백화점을 찾는 전체 고객 중 20퍼센트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퍼센트를 구매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파래토의 법칙을 '2대 8의 법칙'이라고도 해요.


롱테일 법칙은 파레토 법칙과는 반대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에요. 그러니까 롱테일 법칙은 80퍼센트의 사소한 다수가 20퍼센트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에요. 크리스 앤더슨이라는 사람이 주장한 이론이며, 롱테일은 말 그대로 '긴 꼬리'라는 의미예요.


즉 파레토 법칙은 성과물의 80퍼센트는 20퍼센트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주장이고, 롱테일 법칙은 사소한 80퍼센트가 20퍼센트의 핵심 소수보다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에요. 그래서 롱테일 법칙을 역파레토 법칙이라고도 불러요. - 본문 42~4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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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라이더를 위한 개념어 사전
조광제 지음 / 생각정원

"철학, 개념으로 세계를 엮다"
보통 철학 입문 시간에 제일 먼저 하는 게 ‘철학’의 개념을 정리하는 일이다. philo가 어떻고 sophia가 어떻고 하는 그 이야기 말이다. 철학에서 개념은 그만큼 중요하다. 철학의 세계에서 벗어난 삶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다르면 소통이 불가하고, 공동체의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정치(精緻)하게 개념을 논하지 않아도 잘 살아간다. 그런데 굳이 정색하고 개념, 그것도 철학의 개념을 논하는 까닭은 무얼까.
 
철학아카데미에서 10년 넘게 대중과 호흡해온 철학자 조광제는 이 책을 쓴 까닭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개념어는 생각의 시작이다. 시작이 바로 서야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개념어는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해왔다. 개념끼리의 대립과 논쟁, 개념의 발전과 쇠락을 따라가면 사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개념들은 단순한 용어 설명이 아니라 당대를 반영하고 이후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철학뿐 아니라 인류 삶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화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기초, 존재, 인식, 관계, 경험, 언어, 현상, 신(新) 존재. 7개의 범주에 가지런히 배치한 80개의 개념어는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전개되어, 읽어가는 와중에 자연스레 철학사 전반의 흐름과 당대의 주요한 철학적 과제를 알 수 있다. 저자의 바람은 이런 사유 훈련을 통해 나와 공동체의 근본적인 관계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까지 나아가자는 데 있지만, 철학에 입문하는 초심자는 예습하는 마음으로 철학책깨나 읽은 숙련자는 복습하는 마음으로 일독하기에 맞춤한 책이다.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철학적 반성의 결과들 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 바로 철학적인 개념들이다. 철학적인 개념들은 여느 다른 개념들, 예컨대 물리학이나 사회학 혹은 예술학이나 종교학 등에서 활용되는 학문적인 개념들의 기초로서 작동한다. 그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개념들은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살면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뭇 경험적인 개념들에 대해서도 기초로서 작동한다.(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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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피로한 자여, 이 책을 보라!"
이 책은 나오자마자 세간의 주목을 끌며 화제에 올랐다. <피로사회>라는 공감 백배의 제목 때문일까, 아니면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인의 저작이어서일까.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손이 가는 건 오늘 한국을 사는 사람들의 본능적 선택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이 책의 메시지는 70쪽 남짓한 본문처럼 간결하다. 근대 규율사회에서 서양을 지배해온 금지, 강제, 의무 등 부정성의 패러다임은 20세기 말 성과사회에서 능력, 성과, 자기 주도 등 긍정성의 패러다임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여기에서 만들어진 성과주체가 자기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며 스스로를 마모시킨다는 말이다. 열심히 일해도 떠날 수 없고, 박카스와 우루사로도 해소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사실 이 책은 문예비평에 가까워, 본문에서 프로이트, 푸코, 아감벤, 아렌트 등 현대 사상가들의 당대 해석을 비평하며 자신의 ‘피로사회’ 개념을 구성한다. 하지만 이런 사상가들의 논의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쉽게 맥락을 따라갈 수 있다. 동시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 세계 해석이자, 자기 착취의 사회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절실한 철학적 진단이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추천사 :   사람들이 편안하게 마주하고 있는 한 시대의 확신을 한 편의 짧은 에세이로 이토록 간단히, 그러면서도 이토록 강력하게 뒤흔들어놓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디 차이트)
 
위대한 사상가의 짧은 에세이. 한병철은 영리하고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오늘의 성과사회를 진단하고, 심심함과 분노라는 처방을 제시한다.(쿨티베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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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지음 / 문학과지성사

"바다에 다다를 즈음, 강은 사라져 버렸다"
그의 ‘마지막 왕국’ 연작을 접해 본 독자들이라면 키냐르의 이번 신작에 놀랄지도 모른다. 장르를 종잡을 수 없었던, 소설이라고도 다른 그 무엇이라고도 정의할 수 없었던 기존의 작품들에 비하면 <빌라 아말리아>는 무척 평온한 ‘소설’이다. 마치 잠언집처럼 도처에서 반짝거리던 키냐르의 문장들은 이야기와 묘사 속으로 숨어들었다.
 
동거중인 남자의 불륜을 목격한 뒤 인생을 송두리째 다시 시작하는 50대 여성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말에 의하면 여성적인 글쓰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의 전작들처럼 영원히 짜맞출 수 없을 보물지도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가 아니다. <빌라 아말리아>에서 세계는 탐색의 대상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으로 이미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은 강물을 관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물 자신이다. 느리게, 그러나 기필코 흘러가고야 마는 강물이다.
 
강의 종착지는 물론 바다다. 바닷가에 위치한 ‘빌라 아말리아’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강물은 흘러갈수록 그 자신의 일부를 떼어냄으로써 작아지고, 결국 바다에 다다르는 순간에는 마치 발원지처럼 작은 샘물로 변해 있다. 끝으로 다가갈수록 최초의 상태로, 보다 온전한 ‘삶’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는 어느덧 환갑을 넘긴 파스칼 키냐르가 죽음에 대해 쓴 기나긴 우화인 듯하다. 그는 말한다. 자발적으로 잃어버릴 것. 빼앗길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질 것.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사라질 것. <빌라 아말리아>는 인생을 빼앗긴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주어진 제안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제안. 그래서 이 소설은 영영 계속될 작은 꿈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그녀는 지아 아말리아의 집을, 테라스를, 만(灣)을, 바다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모든 사랑에는 매혹하는 무엇이 있다. 우리의 출생 한참 후에야 습득된 언어로 지시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무엇이 있다. 한데 그토록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제 남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오라고 부르는 집이었다. 그녀가 매달리려는 산의 내벽이었다. 풀과 빛과 화산암과 내부의 불이 있는 후미진 곳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용암의 상부 돌출부에 이를 때마다 매번, 강렬하고 임박한 어떤 것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것은 행복감을 주는 정체불명의 존재 같은 것이었다. 그 존재가 어떻게 그녀를 알아보고, 안심시키고, 이해하고, 알아듣고, 인정하고, 편들고, 사랑하는지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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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유은혜 지음 / 동아일보사

"남의 집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내가 꿈꾸는 집, 그리고 인생"
유지 보수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되파는 것이 쉽지 않다, 겨울에 춥다... 아무튼 아파트가 더 편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단독주택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은 이러하다. 그러나 손바닥만한 마당에 꽃과 채소가 푸르러 여름이면 고기에 상추쌈을 싸먹고 싶고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를 벗어나 나만의 소울이 담긴 공간을 갖고 싶어질 때, 단독주택은 포기할 수 없는 영원한 꿈이 되어버린다.

단독주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해 집 구하기부터, 고치기, 그리고 오래오래 살기까지의 방법을 담은 이 책은 허세만 가득 담긴 잡지 표 집 자랑은 지양한다. 대신 서울 한복판 30평대 아파트를 팔아 도심과는 조금 멀어졌지만 단독주택도 짓고 대출금도 갚은 신혼부부, 8년 동안 집값이 오를까 전전긍긍하며 아파트만 메뚜기 뛰기 하다 얼마 전 땅콩집으로 이사해 온 부부의 이야기들은 가득하다. 또한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집 안팎의 다양한 사진들과 도면, 인테리어 및 시공업체까지 공개하니 단독주택의 꿈이 현실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단독주택만이 우리 모두가 꿈꿔야 할 이상적인 거주형태인가?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문제는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가 아니라 내가, 우리 가족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를 무턱대고 비난하지도, 단독주택을 이유 없이 미화하지도 않는다. 현실의 집을 통해 꿈의 집을 탄탄하게 그려나가는 법을 이 책은 진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가정/실용 MD 도란

책 속에서 : 고백하건대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 역시 돈이 얼마나 있으면 괜찮은 단독주택에 살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런데 실상 사람들을 만나보니 돈이 ‘1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함께 하는 가족이 꿈꾸는 삶, 그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그림 속에 단독주택이 있다면 집값이 오르고 내리고는 크게 중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는 적어도 비싼 값에 ‘팔기 위한 집’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집’이 1순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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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인디고 연구소와 지젝이 함께 사유한 공동선의 가능성"
인디고 서원 부설 인디고 연구소가 기획한 공동선 총서의 첫 책이다. 공동선이란 우리 앞에 펼쳐진 공동 투쟁의 장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이다. 편하게 접근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를 가능한 미래로 바꾸고자 하는 기획으로 보아도 좋고, 자유와 평등, 해방의 공동체를 이루는 근본 구조의 이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들의 첫 번째 만남이, 유연하면서도 전복적인 사고로, 불가능해 보이는 공동선의 도래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온 슬라보예 지젝인 건 필연이다. 이어지는 만남이 가라타니 고진과 알랭 바디우라니 오랜만에 마주하는 알차고 힘 있는 기획이다.
 
지젝은 ‘공동선이란 자유를 향한 공동투쟁’이라 정의한다. 배제된 자와 포함된 자를 가르는 자본의 장벽을 허물고 마주하는 보편적 해방의 장, 여기에 이르기 위해 정치적 이론화 작업과 실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선’은 선험적 결론이 아니라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찾아내야 할 ‘새로운 대의’이자 ‘우리의 과업’이다. 지젝을 아는 이에게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지젝을 모르는 이에게는 세계를 다시 사유할 도전이 되지 않을까. 세계적인 철학자에게 가르침을 얻거나 한국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자세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마주한 세계를 함께 사유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신선하고 반갑다.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은 국내의 지젝 관련 책들 중 최초의 인터뷰집이다. 이 책에서는 지젝이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 말해왔던 사유의 궤적과 정치적 지향점이 압축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충실한 주해를 통해 그의 사상사적 연대기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강단 속에서 압살당한 이론과 철학이 아니라 이 세계의 육체를 절개함으로써 우리 삶의 실재를 드러내는 이론과 철학의 생생한 육성을 마주할 수 있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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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ee57 2012-03-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얘기

시몬느 2012-03-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소개한 글 중에 짧지만 가장 탁월한 소개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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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의 눈
서경식 지음 / 한겨레출판

"경계에서 띄운 따스한 연대의 시선"
서경식, 그와 그의 가족이 겪은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표다. 그런데 서경식은 우리의 시선을 여기에 묶어두지 않는다. 한 걸음 가까워졌다 싶으면 또 저만치의 사유로 끊임없이 경계를 확장한다. 생각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말, 글, 삶으로 우리와 우리 바깥 모두를 돌아보게 하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끊임없이 전한다. 언젠가는 경계에서 띄운 따스한 연대의 시선이 ‘우리’를 달라지게 할 거라는 믿음이 그와 그를 읽는 우리의 공감이리라.
 
이번 책은 <시대를 건너는 법>에 이은 한겨레 신문 칼럼집이다. 색다른 건 이번 칼럼 ‘디아스포라의 눈’을 연재하는 가운데 2년을 그가 한국에서 지냈다는 점이다. 하나의 경계를 건너와 새로운 경계를 마주한 서경식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욱 가까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1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당시 그는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간 후라서 사고 전후 일본의 상황을 꾸준히 전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바깥으로 내몰린 삶 하나하나를 보듬고, 이들을 내몬 국가주의를 고발한다. 세 번째 추천 이유는, 자신의 교통법규 위반에서 국가권력의 비정함을 찾아내는 소시민의 페이소스다. 이럴 때 보면 정말 귀여운 아저씨다. 실례가 아니라면 볼을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긴장과 이완을 오가며 칼럼집에 리듬을 불어넣은 편집자의 손길도 추천의 이유로 올린다. 전체 4부 구성은 다소 밋밋한 감이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글과 글을 단단히 엮어둔 편집자의 씨줄과 날줄을 만날 수 있다. 모처럼 만난 고품격 버라이어티 인문 에세이를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이 책으로 더 많은 이들이 서경식을, 그의 사유를, 그의 시선을 만나길 기대한다.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서경식 선생은 전공이 없다. 그는 비전문가이고 그가 가르치는 것은 교양이다. 교양은 없고 전공만 있는 시대에, 인문학적 기초는 없고 붓질만 남은 시대에,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관심은 없고 나만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시대에, 때로는 타인의 고통마저 우아하게 소비되는 시대에 서경식은 고통과 기억의 감수성이라는 신발을 신고 역사의 보고로 가는 길을 내고 있다.(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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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의로운가
이정전 지음 / 김영사

"왜 더 자유로운 시장보다 더 정의로운 시장이 되어야 하는가"
경제학자들의 말처럼, 자본주의 시장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울까.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게 자본주의 시장을 꽃 피웠던 미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 여파는 급속히 번져 마침내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고 있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 찾기에 바쁘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지옥 끝까지 좇아가는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의 새 모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을 리콜하라>의 이정전 서울대 교수의 새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열광하던 2012년 대한민국의 '시장 경제의 정의'와 사회 지도층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주가폭락, 물가상승, 빈익빈 부익부, 만성적 실업 앞에 쓰러진 이들에게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의의 관점에서 풀어 강의하듯 설명해준다. 저자는 우리 삶의 의미와 현대사회의 위기를 염두에 두고 자본주의 시장의 위력을 보다 큰 틀에서, 보다 근원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본주의의 미래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기업을 이끄는 리더십과 나라를 이끄는 리더십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한다. 첫째, 최고경영자는 자기 의사대로 불도저식으로 일을 추친할 여지가 많이 있지만,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거의 모든 정치 현안에 관해서 강력한 반대파가 늘 존재한다. ...따라서 최고경영자와는 달리 대통령은 반대파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탁월한 협상력이 있어야 하며, 반대파를 끌어안을 수 있는 참을성과 포용성도 있어야 한다. ...셋째, 최고경영자는 광고나 상술을 통해서 자사의 상품을 시장에 알리다가 잘 안 되면 다시 포장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바꾸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대통령은 그렇게 시험 삼아 해보았다가 잘 안 되면 집어치우는 식의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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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김선우 지음 / 창비

"사랑하는, 아름답고 아픈 세상에 바치는 김선우의 시"
5년 전 김선우는 말했다. 당분간 시를 떠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이후 5년, 소설과 에세이를 쓰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온 김선우가 오랜만에 시집을 엮었다. 크레인 위 ‘온몸에 얼음이 박힌 채 살아온 한 여자의 일생’을 보며 “세상 모든 돈을 끌어모으면 여기 이 잠자리 한마리 만들어낼 수 있나요?(80쪽)”라고 묻고, 살처분당하는 소와 돼지를 보며 “병들지 않았는데 왜 내가 죽어야 해요? 왜 함께 죽여야 해요?(34쪽)”라고 되묻는다. 시로 화한 질문 속, 세상의 부조리가 마음을 친다.
 
시는 처절하되 명랑하다. 시는 꽃을, 똥을, 밥을 말하고, 끝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차가운 기계에서 막 빠져나온 따끈한 가래떡의 명랑함으로, 꽃 한송이를 오래 보다 연분홍 시집을 읽는 다정한 마음으로. 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 (80쪽) 신을 만들 시간이 없으므로 우리에겐 시가 있다. 비참함을 슬퍼하는 것,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것, 이 순연하고 질긴 마음들만이 우리의 혁명을 응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이상하지 않니? 지구 곳곳 대도시의 거리엔 죽은 사람들이 걸어다녀. 죽은 지 너무 오래되어 죽은 걸 잊어버린 사람들. 묘지가 없어도 서운하지 않은 사람들.
 
이상하지 않니? 식량은 충분한데 한편에선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가. 죽어가는 아이들 옆에서 배불리 먹은 걸 토하다 죽어버린 사람들이 걸어다녀. 색색으로 물들인 죽음들을 쇼핑하는 누군가들ㅡ

무덤 속은 시끄러워.
아무도 울어줄 사람이 없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고요하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자의 무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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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마녀의수리수리 약국
김소민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제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다른 사람과 영혼을 바꿀 수 있는 캡슐이 내 손에 들어온다면? 작고 소심한 동동이가 선택한 운명의 상대는 바로 얄미운 여동생 묘묘! 동동이보다 키도 훨씬 크고 힘도 세고 시도때도 없이 오빠를 못살게 구는 고약한 왈가닥, 여자 깡패에게 복수할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묘묘가 먹어야 할 캡슐이 아빠 입속으로 들어간 순간, 이 행복한 상상은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엄마 없이 두 아들 딸을 홀로 키우는 약사 아빠의 몸 속에 들어간 아들. 아빠의 소개팅을 대신 치러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동동이 앞에는 마법처럼 '영혼이 훌쩍 자라는' 놀라운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영혼을 바꾸는 캡슐을 제공한 댓가로 게임 아이디랑 비밀번호가 내놓으라는 게임광 마녀 할머니나 떡볶이 집 소개팅, 만원어치 택시 드라이브 같은 아기자기한 소동이 시종일관 웃음을 끌어낸다. 동동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면 금상첨화. 초등 1, 2학년 독자를 대상으로 첫 공모를 치른 비룡소 문학상의 제1회 수상작이다.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 인터뷰 보러 가기>>

심사평 중에서 :
 영혼이 바뀐다는 엉뚱한 설정에 아이의 시선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현실과 환상의 연결고리들이 자연스럽고, 몸을 바꾼 상태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디테일들에 아이다움이 있어서 웃음 짓게 한다. 팔짝팔짝 뛰며 걸어가는 아이의 행로처럼 동선이 자연스럽고 재미있다. - 김진경,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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