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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지음 / 달출판사

"당신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끌림>의 작가 이병률이 7년 만에 내놓은 여행산문집. 전작 <끌림> 때와 마찬가지로 책에는 목차도, 페이지 수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혹은 여행이 그러하듯 질서정연하기보다는 즉흥적이고, 계획적이기보다는 자유롭다. 책의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글은 읽히고 어느 순간 나는 그 여행지의 냄새를 맡고 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작가는 여전히 여러 번 짐을 쌌고, 여러 번 떠났으며, 어김없이 돌아왔다. 80여 개가 넘는 나라를 둘러보면서 쓴 여행의 기록은 다분히 감상적이고 주관적이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작가의 눈을 통해 여행지를 깊이 느끼고 만끽하며 내 마음 속을 차분히 들여다보게 된다. 올 여름 휴가 어느 한 장면에 이 책을 끼워 넣길 추천한다. 찰싹거리는 파도 앞 백사장도, 콧노래 흥얼거리는 조수석도 좋겠다. 어느새 빈 노트에 무언가 끄적거려 본다면 더 좋겠다.- 여행 MD 도란

책속에서 : 나는 냄새라는 말이 좋다. 샴푸 냄새가 좋아요, 라고 했는데 그건 냄새가 아니라 향이라고 하는 거예요, 라고 나를 가르치듯 따지는 그런 유의 사람을 나는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중략) 하지만 냄새 중의 냄새는 양파 볶는 냄새가 아닐까. 공간을 가득 채운 양파의 그것에는 그리운 냄새가 있다. 절절한 곡예가 있다. 그래서 집에 양파 남은 게 있느냐 없느냐는 나에게 또 여행 갈 계획이 있느냐 없느냐와 통한다. 사랑을 잃고 양파를 볶다가 그렇게 짐을 싼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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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
오노 후유미 지음 / 북홀릭

"일본 호러가 구축해 낸 지옥의 금자탑"
장점을 일일이 열거해 봐야 홍보 문구의 홍수 속에서 별로 와 닿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다. 오노 후유미의 <시귀>는 걸작이다. 일본 호러 소설이 남긴 대단한 성과 중 하나다. 호러 소설 팬들을 위한 관습적인 장치에서부터 동시대 (또는 현재의) 일본 (또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소설 속의 공포 유발 장치로 사용하는 섬세한 손길까지 모든 것을 갖추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소설에서 만나는 공포의 최종 원인이다. 독자들 대부분, 즉 소위 평범한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성의 어두운 면이 <시귀>의 지옥도를 그리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자는 기분으로 <시귀>를 읽으면 어느새 끌려들어가 버린다. 우리들 자신의 ‘평범한’ 어둠이 소설 속에서 피투성이의 실체로 화하는 순간에 말이다. 이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벅찬 공포다. 

물론 세상에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소설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국내 단행본 다섯 권 분량의 호러 소설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분량이 긴 소설은 어딘가 약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허점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슷한 분량을 가진 스티븐 킹의 <그것>이 그랬듯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의 독자들을 사로잡는 굉장한 이야기들은 종종 출현하는 법이다. 이번에 나온 완역판은 예전 축약본보다 단행본 두 권 분량이 늘어났다. 좋은 기회이니 꼭 잡으시기 바란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먹잇감을 가여워할 필요는 없어. 이건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당연한 일이니까. 그건 인간이 생명을 사냥하는 것과 완전히 같은 것이야. 시귀와 인간의 관계는 특수해서 특별히 잔인한 일이라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생명을 사냥하는 것과 똑같이 잔인하고, 똑같이 당연한 일이야. 조금도 다르지 않아. 우리는 시귀고 여기는 사냥터야. 인간은 먹잇감. 그 이상의 의미 따위 없어. 그저 우리의 먹잇감은 무척 강하고 교활해서 방심하면 역습당하지. 인간의 짐승 사냥 이상으로 위험한 사냥이야. 그러니까 주의가 필요해. 조심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
“하지만…….”
“우리도 죽고 싶지 않잖아. 당신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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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김진숙, 홍세화, 한홍구, 조국 외 지음 / 한겨레출판

"가끔은 더 중요한 선택도 있다"
한겨레 인터뷰 특강 아홉 번째 주제는 선택이다. 선택 하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른다. 그만큼 이 주제는 진부하다. 그럼에도 다시 선택을 말하는 까닭은, 그래도 가끔은 더 중요한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강사로 나선 김진숙, 홍세화, 조국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각자의 선택이 하나의 결과로 드러날 12월 19일 한국, 어쩌면 자본주의의 끄트머리에서 새로운 세계를 꾸려야 할 세계 경제위기를 생각하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과연 믿을 만한 선택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이다.

김진숙과 정연주의 선택에는 의심이 없다. 확고한 선택의 길에서 겪은 고초와 이를 견뎌내는 과정이다. 웃음, 여유, 희망이 키워드다. 조국과 정재승의 선택은 법과 과학, 즉 학문과 사회가 마주하는 선택의 이론과 현실이다. 조국은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 말하고, 정재승은 뭐라도 의사결정을 분명히 시도해보자고 말한다. 홍세화와 한홍구는 한국사회, 한국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선택의 주체를 말한다. 내 삶의 최종 평가자는 바로 나이고, 복잡한 건 길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라는 메시지다. 누구도 동시에 두 길을 걸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어떤 길을 걸었느냐가 아니다. 순간의 선택보다 중요한 건 앞에 놓인 두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다. 이제 다섯 달 하고 13일이 남았다. - 인문 MD 박태근

한겨레 인터뷰 특강 시리즈 전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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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바보 빅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원작, 전지은 지음 / 한국경제신문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 키워주기"
대중연설가이자 동기부여 전문가인 <마시멜로 이야기>의 저자 호아킴 데 포사다가 집필한 <바보 빅터>의 어린이판. '나 자신을 믿고 무슨 일이든 부딪쳐 나가다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강렬하고도 명료한 메시지를 통해 자기 안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17년 간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았지만 후일 상위 2%의 IQ를 가진 사람들의 단체인 멘사협회의 회장이자 발명가, 기업 운영 관리 상담가, 강연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빅터 로저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법을 일러주고, 의기소침하고 자신감 없는 아이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부터 꼭 누려야 할 특권이자 의무임을 보여주는 이야기.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제 IQ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173이었습니다. 그렇지만 17년 동안 이 IQ는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지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면 재능을 펼치지 못합니다. 자신이 말굽밖에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말굽밖에 되지 못하고, 바보라고 생각하면 진짜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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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X2
헤밍웨이, 서경식 외, 알라딘 도서팀 엮음

"알라딘 오픈 13주년 기념, 추천 컬렉션"
알라딘 오픈 13주년을 맞아 독자 여러분께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 13개의 단편, 13편의 독서에세이를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총 512p 분량. 단편은 전재, 독서에세이는 각 1챕터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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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록을 허락해주신 저자분들과 출판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알라딘 도서팀

<13X2>의 목차 보기 :

1부 단편소설
구스타프 마이링크_ 나펠루스 추기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_ 게사와 모리토
어니스트 헤밍웨이_ 킬리만자로의 눈
레이 브래드버리_ 지구인 
로알드 달_ 피부
와카타케 나나미_ 7월: 상자 속의 벌레
앨런 라이트먼_ 1905년 5월 14일
김소진_ 자전거 도둑
박완서_ 그 여자네 집
애니 프루_ 브로크백 마운틴
김연수_ 뉴욕제과점
찰스 유_ 사실주의
이윤 리_ 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2부 독서에세이
이현우_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김열규_ 내 생애 첫 고전, 듣기 
윤성근_ 꼬마 젠틀 매드니스
앤 패디먼_ 책의 결혼
요네하라 마리_ 내 몸으로 암 치료 책을 직접 검증하다
서경식_ 희망이란 — 루쉰의 <고향>
최성일_ 머리말을 대신하여 — 고(故) 최성일의 아내 신순옥
헤럴드 블룸_ 왜 읽는가?
은종복_ 나는 왜 책을 내려고 하는가
다치바나 다카시_ 체험적인 독학 방법
피에르 바야르_ 비독서의 방식들 —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경우
이권우_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윌리엄 암스트롱_ 읽은 것에서 더 얻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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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이충렬 지음 / 김영사

"한국미의 발견자, 개척자, 순례자"
혜곡 최순우, 이름이 생소하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며 흘린 선생의 눈물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를 알든 모르든 그를 지나지 않고서는 한국의 국보, 보물, 박물관을 논할 수 없고, 그로부터 시작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미(美)에 대해 입도 뻥긋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개성박물관 말단 서기에서 시작해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오른 그는, 한국전쟁의 폭격 속에서 밤을 새워 서류와 국보를 포장해 피난시켰고, 50년대 말부터 해외 전시를 주도하며 ‘한국미술5천년’이란 문화 표상을 만들어냈다. 유적의 발굴과 정리로는 강진 청자 가마터,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이, 후학으로는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와 김기창, 불교미술의 권위자 강우방 등이 있고, 3대 사립미술관으로 꼽히는 호림미술관의 설립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그의 삶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이고 신화에 가깝다. 불과 50여 년만에 5000년의 미술사를 발견하고 정리하고 드높였으니, 어쩌면 신화가, 혜곡 최순우가 아니고서는 불가했을 일일 터다. 저자 이충렬은 치밀한 자료 조사와 인물에 대한 공감으로 신화가 사실임을 입증하고 전설이 현실임을 확인한다. 전작 <간송 전형필>에 이어 한국 문화예술인의 삶을 찾아 한국미의 가슴 벅참을 우리 앞에 전해준 그의 노고에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작가 이충렬은 연전에 <간송 전형필>을 써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때 나는 간송 전기가 아직도 없었던가, 하고 깜짝 놀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혜곡의 전기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니! 우리는 이충렬의 꼼꼼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최순우의 삶과 그의 문화유산 사랑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정양모, 제6대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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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책은 읽어서 어디에 써먹나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독서와 생생하고 감각적인 글쓰기로 감동을 선사했던 정혜윤의 신작이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던지는 독서에 대한 질문들로 시작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삶이 불안한데 책이 위로가 된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책은 도무지 써먹을 데가 없는 거 같아요." 책은 그간 저자가 책을 쓰고 강연을 하며 숱하게 들어 왔던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책을 마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지는 '독서법'에 대한 불안들은 단순히 '독서의 기술'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그 자체가 '삶의 기술'에 대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이 책에는 그가 그동안 읽어 온 수많은 책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 받았던 질문들, 고민했던 대답들이 뒤섞여 있다. 더 잘 살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고, 그 모습은 다시 책이 된다. 저자는 나의 삶이자 타인의 삶이 된 책을, 그 삶을 돌아보지 않을 때 우리의 삶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는다고 조언한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왜 책을 읽느냐고 묻는다면 책은 저에게 그저 고향 같은 존재라고 대답합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마음이 돌아가 쉴 고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권정생 선생님은 "고향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모두들?"하고 말했는지도 모르지요. 저에게 책 읽기는 그 고향 집에 누워서 도시를 생각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어느 땐 아예 도시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하고, 어느 땐 도시 생각을 좀체 잊지 못하기도 하고... 책은 저를 숨 쉬게 합니다. 아주 좋은 책을 만나면 저는 어쩐지 크게 한 번 숨을 몰아쉽니다. 어쨌든 책 읽기는 '쉬는 시간'입니다. '숨 쉬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좀 더 대답해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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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에드거 앨런 포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에드거 앨런 포, 200번째 생일 축하합니다!"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먼저 말씀 드린다. 이 책에 이름을 올린 삐까번쩍한 작가들 중에 ‘소설’을 선보인 사람은 에드거 앨런 포 뿐이다. 나머지 작가들, 포의 후예들, 21세기를 주름잡고 있는 영미 스릴러-호러 계의 명망가들은 포의 각 작품이 끝난 뒤에 그 작품에 얽힌 자신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것뿐이다. 일종의 롤링 페이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생일 파티를 하는 기분으로 와글와글 떠드는 느낌이다. 그런데, 포의 작품들이 대개 어두운 성격인데 그런 왁자한 에세이들과 잘 어울릴까? 그럴 리가 없다. <더 레이븐>은 포의 어둠을 지속적으로 느끼기 위한 선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더 레이븐>은 이미 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미 수록작들을 읽은 바 있어서 연속적으로 호흡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괜찮은 독자들에게 먼저 권한다. 그럼 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 ‘21세기를 주름잡고 있는 영미 스릴러-호러 계의 명망가들’의 생일 축하 파티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많다. 에드거 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저주(농담이 아니다)에 빠졌던 로렌스 블록, 포의 사후 50주년 이후로 매년 그의 기일에 묘지를 찾아와 꽃을 바치는 ‘포 토스터’ 이야기, 걸작 스릴러 <시인>의 인상적인 장면을 쓰게 만든 포의 위력을 증언한 마이클 코넬리의 등의 ‘체험 실화’가 가득하다. 다 재밌지는 않지만 대부분 즐거운 이야기들이고 그 모두가 사랑으로 가득하다. 포가 어둠의 대가라고 한들 생일 축하는 피할 수 없다. 기쁘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이미 포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을 위한 정보 하나 더. 단정하게 다듬어진 새로운 포 번역도 만날 수 있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이 선집에서 포의 생애나 작품을 분석할 생각은 없다. 그건 전문 학자들의 몫이겠다. 그의 걸작과 함께 모아 둔 이야기들은, 포를 따르는 사람들, 직간접적으로 그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가들의 길고도 짧은 상념들이다. 모두 에드거 상 수상자들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단편 작가들이다. (중략) 이 선집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생일 파티. 미스터리 작가 협회가 초대한 20인의 손님들은 에드거 앨런 포의 20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찬양하고 그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결실을 축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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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유쾌한 하루키 월드"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에 걸쳐 장편소설 <1Q84>를 탈고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써내려간 에세이로, ‘앙앙 anan’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무라카미 라디오’ 한 해 분을 모은 것이다. 하루키는 이 책에서 본업인 소설 쓰기는 어렵지 않지만, 에세이 쓰기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와 같은 자신만의 에세이 쓰기 원칙을 세운다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 스스로 ‘쓸데없는 이야기’에 가까운 글이라고 하지만, 하루키 에세이를 한 권이라도 접해본 독자라면 소설과 사뭇 다른 에세이의 매력과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초콜릿, 파인애플, 금붕어, 햄버거, 파티, 조깅, 편지, 다자이 오사무, 섹스, 레이먼드 카버, 조르주 심농, 고양이…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과 에피소드는 실로 다양하다. 소소한 일상의 것들을 거의 모두 다루고 있어 하루키의 인간적인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어떤 대상을 던져놓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과정이다. 한 예로, 의욕적인 우머나이저로도 유명한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심농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LP 수집기를 거쳐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으로 결론을 맺는데, 하루키의 위트가 돋보인다. 시시할 수도 있는 일상을 특별함으로 채우는, 하루키만의 유쾌한 글쓰기에 주목해서 읽는다면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에피소드마다 곁들여진 52컷의 오하시 아유미 동판화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에세이 MD 송진경

또 다른 하루키 에세이 즐기기 :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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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편혜영의 서쪽 숲, 공포가 산다"
그는 형을 멸시했다. 치통이 올 때마다 자신을 때리겠다고 했던 치졸한 형. 변호사가 된 그는, 떠돌이가 된 형을 개의치 않았다. 형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면피하기 위해, 형이 실종되었다는 서쪽 숲을 찾은 순간, 그는 거대한 공포, 인간이라는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도그빌>처럼 <이끼>처럼, 미지의 숲은 공포스럽다. 한 가정을 파괴한 어느 사냥꾼이 천연덕스럽게 살고 있을 법도 한 공간. 그러나 "사실 그런 곳은 숲뿐이 아니라는 걸, 의심과 불안이 잠식하는 한 우리가 사는 곳은 그게 어디이든 애당초 그렇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이야기는 독자의 기대를 여러번 배반한다. 형의 행적을 추적하는 변호사 이하인의 시선을 따라가던 이야기가 급작스레 닫히고, 다음 장에선 숲을 이룬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음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야 할 ‘탐정’은 사라지고, 거대하게 입을 벌린 숲만 남았다. 문장이 짧은 대화체로 단호하게 이어지던 서사가 장르 문법을 벗어나는 순간, 독자 역시 공포의 숲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정확하게 계산된 편혜영의 문장이 서늘하게 그려내는 불안과 폭력의 실상. 두려움은 도처에 있다. 숲에도, 어디에도.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이렇게 깊은 어둠은 이 마을에 와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전조등이 비추는 한 치 앞만 겨우 보였다. 삶의 채도가 극적으로 어두워져 있어서인지, 이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밤이 가지는 제각각의 농도에 대해서, 숲 그늘이 점차 마을 쪽으로 뻗어나갈 때의 서늘한 기운에 대해서. 부러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그저 난감했다. 모든 것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과거가 현재를 장악했다. 현재는 과거에 속박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곧 미래도 잠식당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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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데뷔 때부터 완성되었던 거장"
<잠복>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초기 미스터리 단편 모음이지만 일종의 요식 행위, 즉 작가의 팬들을 위해 마련된 시시한 습작 성지 순례와는 거리가 멀다. 세이초는 그 주제의식과 문장의 스타일 모두를 이미 이루어 놓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단편 '잠복'을 쓸 때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했다지만, 그 결심은 이미 자신을 어떤 궤도에 올려 놓은 뒤에 비로소 이루어졌다. 그러니 이 단편집에서 누구나 한때는 습작 시절이 있었다거나 하는 저급한 위안을 얻을 수는 없다. 역작은 글을 쓰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쓰디쓴 교훈 뿐이다.
 
살벌할 정도로 깎여나간 짧은 문장들은 천재적인 면모 대신에 비극적인 노동의 땀냄새를 풍긴다. '소거하는 노동'으로 만들어진 과묵한 문장들이 그의 주제의식과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 살펴 보시기 바란다. 세이초의 소설 속에서는 대적할 수 없는 '이 세계 자체'에 부딪혀 익사하는 사람들 투성이다. 몸부림치지만 소용없다. 그러나 몸부림치지 않을 수도 없다. 무용無用하지만 절박하다. 세이초의 문장도 마찬가지다. 무심하지만 절박하며, 화려하거나 큰 소리는 결코 낼 수 없다. 질식하는 사람이 비명을 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죽어간다'는 20세기 인간의 메시지는 이 높이와 이 크기로 이야기되어야 했던 것이다. 주제와 방법이 맞물려 있다. 맞물려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 세이초는 ‘알고 있었고 그렇게 행했다.’ 그러니 마쓰모토 세이초의 <잠복>에서 우리가 뭔가를 배워야 한다면, 그 메시지는 바로 "나는 도대체 무엇이 하고(쓰고,그리고,찍고,만들고,노래하고) 싶은 걸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정말 좋은 '데뷔작'의 요건이 아닐까? - 소설 MD 최원호

작가의 말 :
1954년 여름, 드디어 네리마 구 세키 초 1번지에 셋방을 빌려서 규슈에 있던 가족을 불렀다. 처음으로 내 집을 가진 것이다. 그때 쓴 것이 「잠복」이다. 나는 전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지만 트릭 중심의 허무맹랑한 내용이 불만이었다. 작품을 쓸 때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 추리소설의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의 눈에 비친 한 여자의 처지를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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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뿌리 깊은 나무> 이정명의 윤동주"
명품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이정명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세종과 신윤복, 기발한 상상력으로 역사의 이면을 그려냈던 이정명의 재능이 윤동주의 마지막에 닿았다. 만 이십사 년 일개월, 창씨개명을 해야만 일본 유학생이 될 수 있었던, 그래서 부끄러운 시를 써야 했던 '히라누마 도주'의 마지막 일년, 후쿠오카 형무소 이야기를 통해서다.
 
악마라 불리던 잔혹한 일본인 검열관 간수의 의문을 죽음을 추적하던 나(와타나베 유이치)는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죽은 이가 지니고 있던 시, <참회록>을 읽는다. 시는 와타나베와 검열관, 그리고 선한 눈매를 지닌 시인을 이야기의 전면에 끌어들인다. <말테의 수기>, <공산당 선언>, <백석 시 전집>을 읽던 선한 이들을 파괴한 전쟁의 참상. 영리한 이야기꾼의 문장이 살인사건의 비밀에서 죄수들의 탈옥기도 사건, 잔악한 군국주의의 음모까지 쉴틈없이 내달린다. 이야기의 호흡을 따르다 보면 타국의 형무소에서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았던 ‘박박 민 머리와 가지런한 눈썹’의 시인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하다.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자존, 이정명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을 전한다. - 소설 MD 김효선

후쿠오카 형무소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 :

수십 킬로미터의 철조망을 얹은 담장
수천 킬로그램의 철근 쇠창살
수십만 개의 벽돌로 가로막힌 수백 개의 감방
서른여섯 명의 간수와 2백여 명의 간수병, 그리고 형무소장
천여 명의 죄수들 – 살인자, 강도, 사기꾼, 도둑, 조선인……
처형장 둘, 무연고자 무덤, 시체실.
시인 한 명.
피아노 한 대.
그리고 비밀 하나.
-<스기야마의 메모> (본문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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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거대한 SF-스릴러의 시대가 돌아왔다"
언제부턴가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작품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있기는 있었으되 대중적인 호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스터리/스릴러/SF가 팬덤을 벗어나 일반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으려면 너무 거대하거나 복잡해서는 안 된다. 작품의 질과는 별개의 문제다. 독자들은 재미로 읽으려고 집어 든 소설 때문에 괴로워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13계단>으로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의 대열에 포함된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이 바로 그런 ‘거대한’ 작품이다. 페이지 수도 만만치 않지만, 그보다도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방대하다. 바이오 해저드를 다룬 테크노 스릴러 정도일까 싶지만 금방 그 반경을 뛰어넘는다. 새로운 인종이 출현하면서 기존의 인간들과 반목하고, 이는 곧 ‘인류’ 또는 ‘우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되묻는다. 누구까지가 우리 편이고 누가 우리의 적인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이 테크노 스릴러는 인류라는 개념에 대한 질문까지 다다른다. 이는 에반게리온(또는 가이낙스) 풍의 인류-기원 설정 놀이일까? 아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현재의 일본인들에게, 또는 ‘우리 민족’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당신들이 배제해도 되는 타인은 누구인가? 당신이 설정한 ‘우리’는 어떤 기준인가? 우리는 타인을 강제할 권리를 갖고 있는가? 이 소설의 제목 <제노사이드>의 의미는 다 읽고 나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을 빼놓았다. 아래의 수상 내역을 보시면 느낌이 오겠지만, <제노사이드>는 대단히 재미있다.- 소설 MD 최원호

수상 내역 :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제 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제2회 야마타 후타로상 수상
145회 나오키상 후보작
제3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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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조용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이자 당신에 관한 이야기"
두세 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내향적 성향이란, 조용하고 수줍음을 잘 타며 겁이 많고 외부 자극에 일반인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을 말한다. 물론 사람은 대부분 외향성과 내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비율이 각자 다를 뿐이다. 저자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많은 수가 바로 이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로부터 탄생했다고 말하며 그들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진화론, 고흐의 해바라기, 조지 오웰의 <1984>, <찰리 브라운>, 구글, 그리고 <해리포터>까지.
 
현대의 흔한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외향적 기질의 성공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 이 책은 인류학, 심리학, 뇌과학, 유전학을 망라한 연구와 실험들을 살펴보고 현대 사회에 들어 쉽게 '괴짜' 혹은 '아웃사이더'로 분류되고 마는 사람들의 역사와 그들이 지니고 있는 내향성의 긍정적 가치에 대해 재조명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작용들은 과학적으로 무엇인지, 실제 조직과 사회 내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흥미롭게 풀어썼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추천의 글 : ...현대 사회에서,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물론,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신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받는다. 그러나 이 책은 소심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와 생김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역설한다. 내가 지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어떤 것들이야말로 사실은 내가 이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인류의 뛰어난 업적은 대개 소심한 사람들의 사소한 어떤 것들이었다!
- 김주환 (연세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회복탄력성> 저자)
존재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불행을 경험한다. 내향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안다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일독이 후회스럽지 않을 것이다.
- 하지현 (건국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심야 치유 식당>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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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읽는 법, 진화심리학"
이 책은 교과서다. 진화심리학이란 학문의 기원과 발전에서 시작해 이 학문이 다루는 여러 영역의 연구를 차례로 정리하고 이후 전개 방향을 예측하는 전형적인 교과서다. 그런데 성과 짝짓기, 양육과 친족, 협력과 이타성 등 주제어가 친근하다. 표현을 바꿔 “여자는 왜 목소리가 낮은 남자를 좋아하는가? 위험한 자동차보다 자주 볼 일도 없는 뱀이 더 무서운 이유는?”이라 물으면 친근함을 넘어 호기심이 발동한다.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을 결합해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탐구하는 진화심리학은 이처럼 가까이 그리고 유쾌하게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다.(진화심리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저자 데이비드 버스도 <욕망의 진화>, <이웃집 살인마>,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 등으로 친근한 연구자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론과 연구 사례를 담고 있어, 진화심리학의 자리에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넣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일관된 과학적 방법론 위에 인간에 대한 지적 욕망을 더한 진화심리학은 인간 삶의 문제에 접근하는 최신의 방법으로, 현대의 교양이자 21세기 통섭 연구의 미래로 꼽힌다. 그간 몇몇 가지에서 올라온 보기 좋은 열매만 맛보았다면 이제 깊은 뿌리에서 끌어올린 달콤하고 시원한 수액을 맛볼 차례다. 인류의 수수께끼를 탐구하는 길고 긴 지적 항해에 새로운 길잡이가 되어줄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최초의 진화심리학자로는 찰스 다윈을 꼽을 수 있는데, <종의 기원>(1859) 말미에서 다음과 같은 예언을 했기 때문이다. “먼 장래에 나는 훨씬 중요한 연구를 위한 분야들이 열리리라고 본다. 심리학은 새로운 기반 위에 설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150년이 더 지난 뒤에 비록 잘못된 출발과 걸음을 절룩이는 시행착오를 좀 겪긴 했지만 마침내 진화심리학이라는 과학이 등장했다. 이 책의 목적은 이 새로운 과학의 기초와 흥미진진한 발견들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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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편지가!
황선미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밀리언셀러 동화작가 황선미가 그린 귀여운 첫사랑"
열한 살, 초등학교 4학년. 더 이상 뭘 모르는 꼬마도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 남자친구에게 능청스럽게 다가갈 줄 아는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이제 막 이성 친구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비밀스럽고도 귀여운 짝사랑 이야기. 아빠를 따라 곧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 영서는 남자아이들에게 지기 싫어하고, 언제나 똑부러지지만 짝사랑 상대인 호진이 앞에서는 언제나 속수무책. 그러나 고민 끝에 써내려 간 연애편지가 엉뚱하게도 남의 손에 들어가면서 첫사랑을 고백할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만다. 작은 키에 가냘픈 몸매로 헐랭이라는 별명을 가진 동주는 주인을 잘못 찾은 연애편지 탓에 마음이 편하지 않고, 소꼽친구 영서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체육대회 축구시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벌어지는 남자아이, 여자아이들 간의 팽팽한 신경전도 이야기의 다른 축을 이루며, 잘못 배달된 연애편지 소동과 함께 예상하기 힘든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애만 생각하면 대책 없이 두근거리는 마음, 친구들에게 단 한번도 지기 싫은 경쟁의식, 아직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아픔까지.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이들 특유의 예민하고 서투른 모습, 사소하지만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는 고민과 기쁨을 투명하게 그려낸 장편동화다.
-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의 말 :
사람은 누구나 처음 이성을 사랑하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아주 놀랍고 어여쁜 순간. 그런 순간에 아이들은 성장합니다. 감정을 존중 받으며 자란 아이는 남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훨씬 멋지게 살아 갈 거예요. 사람에 대한 관심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에너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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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모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용기 있는 부모들에게 권하는 단 한 권의 필독서"
엄마를 ‘미친년’, 아빠를 ‘찌질이’라 욕하는 부모안티카페, 일탈을 위해 공부는 그냥 ‘해드리는’ 아이, 누군가의 지시 없이는 공황상태에 빠지는 아이… 그리고 아픈 아이들보다 더 아픈 부모가 있다.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마음을 포식하는 엄마, 가족이 있어도 외롭고 또 외로운 엄마, 돈 벌어오는 기계이거나 반려견보다 설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아빠… 이 책의 사례는 약간은 극단적이다. 하지만 또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주변에 흔히 오고가는 대화이고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 지금 우리는 모두 함께 벼랑을 향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아이에게 나와는 다른 미래를 물려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아이를 괴롭히려고 공부시키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내 아이가 좀 더 좋은 위치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에 부모는 아이를 다그치고 만다. 지금 조금만 노력하면 보장된 미래가 기다리는데 안타깝지 그지없다. 그런데,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 걸까. 나는 내 아이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가, 성적과 대학이 과연 성공의 지름길인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불행을 참고 견디는 게 옳은 일인가, 아이의 인생을 부모가 결정하고 강요하는 것이 온당한가, 지금 우리 아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의 행복한 삶을 바라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좋은부모 MD 강미연

추천의 글 :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을 보면 암흑 시대였던 제정 러시아의 폭압 아래에서 ‘탈선’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여러 인간 유형들이 묘사돼 있다. 이 책은 의미를 잃은 학습노동이 대한민국 아이들 수백만 명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각종 ‘병리현상’을 통해 종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공부지옥, 시험지옥을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용기 있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단 한 권의 필독서로 권한다. – 박노자 오슬로대학교 교수, <당신들의 대한민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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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이현우 지음 / 오월의봄

"각자의 처음 읽기, 서로의 돌려 읽기, 모두의 계속 읽기"
자칭타칭 ‘곁다리 인문학자’와 ‘인터넷 서평꾼’이라 불리지만 로쟈 이현우는 러시아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다. 국민학교 때 읽은 계몽사판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에서 시작한 세계문학과의 만남은 중고등학교 시절 헤세와 카뮈를 건너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의 필명 ‘로쟈’도 <죄의 벌>의 라스꼴리니코프에게서 왔으니 말이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만난 세계문학을 다시 읽으며 그가 지나왔을 나이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그 나이를 추억할 법한 친구들에게 그 만남의 즐거움을 전하고 나누는 시도라 하겠다.
 
책은 크게 두 부분인데, 1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폭풍우>와 제국주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우리가 구원받을 확률 등 13개의 주제 읽기와 여기에 겹쳐 읽을 작품을 함께 소개하고, 2부에서는 작품론이 아닌 문학론으로, 세계문학이란 무엇인지, 한국, 한국어,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은 어떤 관계인지 살펴본다. 로쟈의 다시 읽기를 길잡이 삼아 각자의 처음 읽기, 서로의 돌려 읽기, 모두의 계속 읽기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들 작품에 대한 읽기를 굳이 ‘다시 읽기’라고 적은 것은 실제도 대부분의 글이 다시 읽기의 결과물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고전은 다시 읽기의 대상”이라는 관점을 반영한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읽기란 단순한 반복적 읽기가 아니라 ‘고쳐 읽기’이고 ‘거슬러 읽기’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되읽기가 쓰기로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다시 읽으면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읽기와 쓰기는 서로의 꼬리를 물며 순환한다.(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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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드디어 타우누스 시리즈의 서막이 열린다"
평범한 임금 노동자였던 넬레 노이하우스는 자신도 소설을 써 보기로 결심한다. 장편 미스터리를 써낸 그녀는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보았지만 계약을 원하는 출판사는 없었다. 그래도 책을 내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자비 출판으로 소설을 선보인다. 딱히 프로모션도 할 수 없었던 그 작은 데뷔작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성공했고, 이후 시리즈로 계속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놀라운 인기를 얻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포함된 타우누스 시리즈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시리즈의 첫 작품이 바로 이 책, <사랑받지 못한 여자>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를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에서 비로소(?) 처음 만난 이 콤비가 서로의 조합을 맞춰 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시리즈의 팬들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오직 입소문만으로 흥행을 거둔 책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비록 스테레오타입의 느낌을 안겨주긴 하지만 미스터리의 완성도도 적절한 편이고, 시리즈 전체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어두운 인간성에의 고찰도 잘 이루어져 있다. 여러모로 타우누스 시리즈에 걸맞는 작품이다. - 소설 MD 최원호

*국내 출간된 타우누스 시리즈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시리즈 4번)
<바람을 뿌리는 자> (시리즈 5번)
<너무 친한 친구들> (시리즈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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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는 사람들
셰리 터클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
'페친'과 '트친'은 늘어나는데 속마음을 나눌 친구는 줄어든다. 문자와 이메일을 사용할수록 얼굴을 맞댄 상대와의 대화는 서툴러진다. 아바타 꾸미기에 열중하던 그 순간,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기기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에 접속해있느라 바쁜 사람들이 익숙하다. 이 책은 최근 언론이 다루는 디지털 기기로 네트워크화 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이 맞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소외감을 증가시킨다는 단순한 결론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MIT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디지털 시대의 주도적 사상가로 평가받는 저자, 셰리 터클이 지난 30년간 테크놀로지 영역에서의 삶을 탐구해온 결과물이다. 테크놀로지에 열광한 이후 우리의 모습을 정신분석학적, 사회심리학적, 아동심리학적, 인류학적의 관점으로 진단한다. 수백 명에 달하는 관련 인물들과의 공식 인터뷰는 물론 인터뷰가 끝난 뒤 무심코 나오는 발언들까지 면밀히 탐색한 저자는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사회와 우리 자신을 재형성하는지 낱낱이 묘사한다. 그러나 저자가 도달한 결론이 테크놀로지에 대한 거부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테크놀로지를 빚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킬 뿐이다. 이 책은 더 풍요로운 인간관계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나는 갈수록 정교해지는 컴퓨터 장난감들과 더불어 자라는 아이들의 30년을 지켜보았다. 이 장난감들에 대한 묘사가 '살아 있는 것과 비슷하다'에서 '충분히 살아 있다'로... 세대의 언어로 옮아가는 과정을 목격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로봇을 충분히 살아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는 요즈음에는 추상적 질문을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로봇들이 경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고려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친구가 되기에 충분하게 살아 있냐, 베이비시터가 되기에 충분하게 살아 있냐, 조부모의 말벗이 되기에 충분하게 살아 있냐는 식이다. 때때로 질문이 더 섬세해지기도 한다: 만약 어떤 로봇이 자기를 사랑하도록 만든다면, 그 로봇은 살아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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