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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잔혹사
김동춘 지음 / 한겨레출판

"정의를 모르는 국가에 대한 반격을 꿈꾸며"
대선 이후 한국현대사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박세길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한홍구의 <대한민국사>가 그 주인공이다. 대체로 진보 계열의 학자들이라는 점에서 한국현대사 열풍의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김동춘 교수의 신작 <대한민국 잔혹사>를 마주한 내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지난 60년 동안 자행된 국가의 폭력을 고발하며 소리 없이 짓밟힌 시민의 이름을 찾아주는 이 책은, 이제 신자유주의와 결합하여 더욱 정교하고 악랄해진 오늘날의 국가 폭력이 과거의 그것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그러진 동심원을 그려가는지 차분하고 엄정하게 따져 묻는다.

한국현대사를 찾아 읽은 이들의 마음이 이 책과 자연스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아쉽게도 확신은 없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가 ‘어차피 반복되는 거니 어쩔 수 없다.’는 의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어긋남 하나가 역사의 방치 속에 얼마나 큰 괴물로 변하는지 이 책에서 꼭 확인하길 바란다. 반성하지 않는 한 역사는, 아니 폭력의 과거는 반복되고 말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못 가진 이들이 연대를 하자면, 먼저 사회의 실상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힘이 정의 위에 군림해온 역사를 꼼꼼히 기록한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의의 반격이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박노자, 오슬로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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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누추한 생, 환히 빛나다"
소설집 <행복>, <봄빛>을 통해 누추한 개인의 삶을 환히 비추었던 작가 정지아가 5년만에 새 소설집을 엮었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봄날 오후, 과부 셋>과 <목욕 가는 날>을 포함해, 이효석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귀히 읽혔던 열한 편의 소설이 실렸다.

남편을 잃고, 장애를 앓고, 아이는 울고, 길을 잃었다. 정지아는 이름없는 것들, 버려지고 상처입은 것들의 이야기를 사려깊게 풀어낸다. 이 누추한 개인의 삶도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로서 가치롭다고, ‘럭키 라이프’라고, ‘아름다운 날들’이라고, ‘절정’이라고 명명한다. “넘치기만 하는 인생이 어디있으랴”(272쪽)라고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귀하고 낮은 이들의 사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작가의 말대로 ‘사람을 살게 하는 쌀 같은 소설’이 세상에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너는 대체 무슨 맛으로 살았니?”
오래전에 궁금했던 것을 그녀는 이제야 묻는다. 돈도 없고 남편도 보잘 것 없고 직업도 없고 있는 거라곤 딸랑 아들 하나ㅡ어릴 때야 공부를 곧잘했지만 지금은 겨우 출판사나 다니며 셋방살이를 면하지 못한ㅡ뿐인 사다꼬가 평생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이유를 그녀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너야 자식 때문에 살았을 거고, 하루꼬는 남편 때문에 살았을 거고, 글쎄, 나는 뭣땜에 살았나……”
“사다꼬는 사상이 있잖아. 사상이. 우리 영감도 그랬는걸. 어쩌면 우리 영감은 나보다 그게 더 중요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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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공부는 그 자체로 성스러운 의무다"
공부에 왕도는 없다. 물론 “공부해야 대학 간다.”처럼 공부의 효용을 과소포장한다거나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같이 공부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며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부질 없는 외침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다. 하지만 모름지기 공부라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처럼 삶으로서의 공부에는 이르러야 하지 않겠는가. <공부하는 삶>은 서구에서 100년 넘게 읽혀온 공부의 고전으로, 공부는 지적 소명이며 이를 받아들인 지성인이라면 공부를 위해 삶을 규율하고 공부를 통해 자신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과정은 대강 이렇다. 우선 지성인의 소명을 받아들이고 지성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익힌다. 이를 위해 삶을 재구성하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공부를 위한 시간을 배치한다. 이제 공부할 때의 마음가짐과 실전에서 마주하는 읽기, 기억하기, 노트하기의 세세한 지침을 몸과 마음에 새긴다. 드디어 공부와 품성이 한데 섞여 삶의 기쁨,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되며 언제라도 흐트러질 수 있기에 늘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냐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궁핍과 오랜 훈련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더러는 인간을 넘어서는 끈기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답변이다. 공부는 그 자체로 성스러운 의무라 말하는 이 책에는 다행히도 이런 지적인 삶을 사는 데 매일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말씀도 있다. 이 정도면 '공부하는 삶'에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강호제현이든 장삼이사든 공부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 늙은 사람 때를 가리지도 않는다. 그저 소명을 받아들이면 공부가 시작될 뿐이다. 이 책이 탄탄한 출발점, 올바른 방향타가 되어줄 거라 확신한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지적인 일을 하고 싶은가? 당신 안에 고요한 공간을 만들고, 회상하는 습관을 들이고, 세상의 이해에 초연하고 절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시작하라. 그러면 공부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인 일을 하는 이에게는 은총이나 다름없는 상태, 곧 욕망과 아집에 시달리지 않는 영혼의 상태에 도달하라. 그렇지 않고는 가치 있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으리라.(370, 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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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이벤트
존 L. 캐스티 지음, 이현주 옮김 / 반비

"예측할 수도 없는 문명 붕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X 이벤트>란 제목을 보고도 이게 무슨 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해 <대중의 직관>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 바람에 한국에도 다녀간 존 캐스티의 신작이라는 걸 알고는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복잡성 과학자가 말하는 11가지 문명 붕괴 시나리오’란 문구를 보고는 도대체 마야력 말고 또 다른 멸망 시나리오가 열 가지도 넘는단 말인가 싶어 책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종말에 대한 책이 아니라, 흔히 예년, 통상, 평균치라고 예기하는 예상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그러니까 전에 없던 엄청난 일이 어떻게 위험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위험을 측정하고 대비할 수 있는지를 묻고 답하는 책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11가지 시나리오에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디지털 암흑, EMP 폭탄에 의한 전자 기기의 파괴처럼 현대 문명과 연관된 사건도 있고, 전염병 창궐, 정전과 가뭄처럼 인류가 종종 겪어본 사건도 있다. 문제는 이 세계가 카드로 지은 집처럼 한 부분만 흔들려도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로 변한 데다, 서로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이루어져 잠복하고 있는 치명적인 재난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다행히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 캐스티는 이런 ‘X 이벤트’가 일어나는 까닭이 복잡성의 격차 때문이라 분석한다. 예를 들어 아랍의 봄의 경우 독재 정권과 시민들 사이에 복잡성의 격차가 벌어졌고 이를 메우기 위해 정권 붕괴라는 X 이벤트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물론 격차를 줄이는 일은 예측과 대비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X 이벤트는 꼭,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X 이벤트를 에측하기 어려운 만큼, 인류의 가능성 역시 늘 예측을 뛰어넘었음을 기억하자.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캐스티가 지적했듯 안타깝게도 인류 역사에서 한 사회가 스스로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복잡성 격차를 줄여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는 연구자에게 굉장히 큰 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필자는 캐스티에게 “이런 연구를 할 때 우울하지 않은가?” 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러자 캐스티는 그것이 운명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결국 인간은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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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2-0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의 의미를 모르겠네요. 네이버 메인 제목 클릭하듯 들어와보긴 했습니다만.

주간편집회의 2013-02-12 18: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하이드님. 연휴라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네이버 메인 제목 클릭하듯"이라고 말씀하셨듯, 해당 카피는 책에 대한 호기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화제를 모은 <습관의 힘>이란 책의 제목을 끌어와 '공부의 힘'을 강조하고자 한 목적이었습니다. <공부하는 삶>은 공부를 소명으로 여기고 삶 전체의 방향을 공부에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와 방법론을 담은 책이라, 공부를 습관으로 만들고 여기에서 얻은 힘을 삶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연결지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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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시간 엄마 냄새
이현수 지음 / 김영사

"아이에게는 '엄마'가 답이다"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임상심리학자로 20년, 그간의 치료와 양육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생후 3년은 엄마가 키우라’는 말은 흔하지만, 이 책은 양육의 333 법칙, 매직 타임 3시간으로 아예 못을 박는다. ‘냄새’로 대표되는 엄마, 엄마의 사랑을 아이에게 하루 3시간 이상 주어야 하며, 생후 3년까지는 반드시 그래야 하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지더라도 3일을 넘기지 말라고 한다.
 
낳아준 엄마가 없는 아이는 어쩌란 소리냐, 먹고 살기도 바쁜 맞벌이는 또 어떡하라고, 아빠도 있는데 왜 항상 엄마만 걸고넘어지는 건가… 저자는 가정마다 사정이 다 다르고, 그래서 대체하거나 조율하는 방법은 있겠지만, 333 법칙은 아이를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할 기준이고 원칙이며 아이의 권리라고 말한다. 또, 당연한 소리지만 그냥 ‘같이’ 있기만 하는 건 소용없다. 눈을 맞춰주고, 웃어주고, 놀아주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너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네가 있어 행복하다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답이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아이가 답이다. 
 
- 유아 MD 강미연

저자의 말: 아이를 낳고 저 혼자만 있어본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2박 3일 캠프를 갔을 때였지요. 직장 때문에 같이 가지 못한 저는 처음 맛보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자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고 천명했고, 저의 거창한 계획을 들은 친구들이 한마디씩 도와주었습니다. (중략) 하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수박을 자를 때는 칼을 써야 했고 당연히 칼을 씻느라 손에 물을 묻혀야 했으니까요. 살려면 결국 손에 물을 묻혀야 하듯이 아이를 키우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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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죽을 수 있게 해줘
M. 스캇 펙 지음, 조종상 옮김 / 율리시즈

"죽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자살과 안락사에 대한 논쟁은 뜨뜻미지근하다. 잊을 만하면 한두 개의 사건으로 불이 붙지만 누구도 끝까지 가보려 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이라는 숙명적 물음의 최전선에 자리한 주제지만, 역시나 죽음은 이렇게라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삶, 고통, 영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한 스캇 펙은 역시나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새로운 깨달음을 전한다.
 
시작은 비슷하다. 우선 의사 경험을 살려 의학의 관점에서 고통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며 안락사를 정의한다. 그 다음에 종교인으로서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정신적 문제를 다루고, 마지막으로 법률, 사회적 측면에서 현실의 문제를 살펴본다. 그런데 안락사를 통해 스캇 펙이 말하고자 한 건 죽음이 아닌 영혼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안락사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영혼의 성장을 독려하는 사회인가를 되묻는다. 이 책의 특별함은 죽음을 어떻게 마주하느냐를 넘어(이건 어차피 생각한다고 그렇게 되는 일도 아니거니와 각각의 상황에 따라 처방이 너무 다르다.)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과정과 상황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데 있다. 죽음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스캇 펙의 물음 역시 필연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안락사는 결국 영혼의 성장과 학습의 기회를 차단하는 일이다. 안락사를 선택함으로써 바로 인간 존재의 의미 그 자체를 부정해버리기 때문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은 존재의 이유를 애써 회피하려고 한다. 실상 안락사는 신으로 향하는 길을 단절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을 속이고 훨씬 더 중요하게는 우리 자신을 속인다. 냉혹하리만큼 단순한 문제다.(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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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인문고전학습만화 : 공자 논어
조영선 글, 이영호 그림, 이기동 감수 / 예림당

"학습만화 Why?와 인문고전의 만남"
초등 과학 학습만화의 대명사 Why? 시리즈가 새로운 시리즈로 찾아왔다. 그간 사회, 역사, 상식, 예체능, 인물, 교과서, 영어판으로 확장되어온 Why? 시리즈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문고전과 만난 것. 대학을 비롯한 여러 교육 기관에서 필독서로 읽혀온 작품들이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학습만화로 재탄생했다. 시리즈의 첫 문을 여는 <논어>에서는 2천 5백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지표가 되어온 공자의 가르침을 담는다. 학습만화와 친한 아이들의 독서 습관에 맞춘 구성으로 가독성과 전달력이 막강하다. 서술형과 논술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지도안도 함께 담겨 있다. 원전의 내용을 한번 더 정리해주는 한편, 해당 고전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쳐내는 훈련을 하도록 도와주는 구성이다.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의 말 : 공자는 세상을 아름답고 살기 좋게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덕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예(禮)'라고 생각하고 인성 교육에 목소리를 높였지요. 모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정직하게 살아간다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다툼이 사라질 것이고, 부정부패도 사라져 자연스럽게 밝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바를 실천하며 살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배움보다 실천을 중시했던 공자의 가르침은 2천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변하지 않는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 지금부터 책 속에 등장하는 어린 공자를 따라 진리의 세계로 빠져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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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스미디어

"인생은 데스노트처럼 간단하지 않아"
싫어하는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노트에 썼더니 정말로 죽어 버렸다. 만화 <데스노트> 같은 설정이다. 제목까지 비슷하다. 그렇다면 <절망노트>도 데스노트처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저승의 명부일까? 아니다.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쓰는 자기자신마저 한심하게 생각하는 감정 배설용 노트일 뿐이다. 이지메를 당하는 주인공이 이 노트에 그날그날의 괴롭힘을 쓴다. 누구에게 말해도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데, 침묵하고 살자니 너무 갑갑해서 공책에다가 토로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죽이고 싶다고 써놓은 녀석이 죽었다. 한 명이라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계속되었다. 이지메 가해자들의 죽음이.

<절망노트>는 우타노 쇼고 특유의 트릭 장치가 여전히 살아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동시에 불편한 작품이기도하다. <절망노트>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 뒤에도 어떤 ‘고발’을 하지 않는다. 범인이나 그 범인을 둘러싼 사회적 원인을 발견해도 ‘이것 때문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쩌면 21세기의 사회파 미스터리, 즉 어디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는 현대 사회에 관한 고발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의 허술한 고리를 찾아 들어가는 신개념의 미스터리일까? 재미로만 따지면 그의 최고작이라 할 수 없겠지만, <절망노트>는 우타노 쇼고의 탐구 작업이 성공적으로 수행 중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분명히 그는 더 좋은 작가가 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다나카 씨는 “꿈을 크게 가져야지!” 그러면서 머리를 때렸다. 하지만 구노 선생님에게는 “꿈꾸지 마라.” 정반대의 소리를들었다. 꿈을 가져라. 꿈꾸지 마라. 어쩌라고! 어른들은 무책임하다. 뭐든 자신의 편의대로 해석한다. 그리고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낭비하지 마라, 물건을 함부로 쓰지 마라, 한다. 그래서 근검절약하면 이번에는 또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불경기다, 하며 야단들이다. 써? 말아? 어느 쪽이냐고. 당신들, 말에 담긴 의미와 무게를 생각해본 적은 있어?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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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 문학동네

"나보코프 게임"
이미 어떤 대명사로까지 사용되는 유명한 작품. 그러나 오해나 다름없는 ‘외설적인 문제작’이라는 허명을 벗어던지더라도 <롤리타>는 감각적인 문장(역자는 ‘조금만 열어두면 향기가 다 날아갈 듯’하다고 표현했다)에 취해 곯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 이면에 커다란 수수께끼가 작품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나보코프는 작품 곳곳에서 언어유희와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이 수수께끼들의 단서를 내보인다. 이 수수께끼 게임은 나보코프의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다 넓은 관점에서 나보코프라는 세계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이 게임에 참여해야만 한다. 이유는 하나 뿐이다. 나비의 황홀한 자태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그 색채와 더불어 무늬 패턴의 기하학적 구조를 함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독자들이 이 수수께끼 게임에 참가하기는 어렵다. 작가의 삶과 그의 다른 작품들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불공평한(?) 게임의 난이도 조절을 위해 <롤리타>의 이번 판본은 작가 후기, 작품 해설과 더불어 몇 개의 주석과 스토리 전개를 재구성한 시간표 등을 제공한다. 그러니 도전하시라. ‘나보코프 게임’은 때로 애가 탈 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이 나비는 당신의 손 안에 없더라도,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반짝거릴 정도로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전 세계의 속독가들이여, 유념하라! <롤리타>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 아니다.
–앨프리드 아펠 (문학자, 주해판 롤리타The Annotated Lolita의 주석 및 해설을 담당한 나보코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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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인문학
서동욱 외 지음 / 반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인문학인가"
나는 한때 인문학 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인문학 책을 판다. 인문학스터디란 기획 강좌를 수년 동안 진행했고 관련한 단체와도 여러 기획을 함께한다. 그야말로 인문학에 둘러싸여 살지만, 막상 “요즘 인문서 시장이 어때요?”라든지 “최근에 달라진 인문서 경향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이다. “글쎄요.” 그래서인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인문학인지 되물으며 한국 인문학을 총 점검하겠다는 이 책은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팔리는 인문학, 잃어버린 인문학, 싸우는 인문학, 가능성의 인문학이란 네 가지 시선에, 한국 인문학의 다양한 풍경을 세심하게 짚어낸 스물다섯 개의 과감한 질문, 일방적 비난이나 비판이 아닌 자기 성찰에 근거한 진지한 답변을 담아낸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이 우리가 말하는 인문학과 어떻게 다른지, 여기저기 생겨난 인문학 강의는 과연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는지, 인문학은 왜 과학에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으며 운동으로서의 사회과학은 소멸한 건지 등 흩어져 있던 물음들을 한국 인문학이란 상황 위에 하나의 줄기로 꿰어 뒷담화와 뇌까림이 아닌 성찰과 전망을 가능케 한다. 물론 나는 '팔리는 인문학'을 먼저 읽었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대략 2010년을 기점으로 ‘인문학으로~’, ‘인문학~’ 등의 제목을 붙인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어떤 주제든 ‘인문’ 또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시류가 사뭇 강하다. 광고도 인문학으로 해야 하고, 마흔 살에는 인문학을 만나야 하며, 20~30대에는 인문학으로 스펙을 다져야 하고, 주식 투자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며, 작고한 잡스는 인문학자 반열에 올랐다. ‘도서 제목 인문 트렌드의 현실과 배경 그리고 문제점’ 정도로 언론대학원 석사 논문을 쓸 수도 있겠다.(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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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요르겐 랜더스 지음 /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성장의 한계> 발간 40주년 기념 로마클럽 공식 보고서"
40년 전 정치·경제·과학·기업 등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은 '인류의 위기에 대한 연구'라는 프로젝트를 MIT 시스템 역학 그룹에 위임했다. 그리고 2년 후, 그들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작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당시 이 보고서는 브레이크 없는 경제 성장이 지구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전망해 인류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이 책은 <성장의 한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공저자 요르겐 랜더스의 새 책이자 <성장의 한계> 발간 40주년을 기념하며 로마클럽에서 채택한 공식 보고서다. 향후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요소, 즉 자본주의, 경제성장, 민주주의, 세대 간 불평등, 기후 변화의 양상을 다각도로 분석해 2052년 나와 아이가 살아갈 모습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답게 인류의 근본적인 의문들과 걱정을 포착하여 오랜 연구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근거 있는 답을 제시한다. 더불어 미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이를 해결할 인류의 행동을 촉구한다. 한 사람, 하나의 보고서가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단언하며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것들을 각자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켜 함께 나설 때, 인류의 지속가능한 행복은 조금 더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경영 MD 채선욱

저자의 맺는 말 : 할 말이 딱 하나 더 있다. 내 예측이 틀리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우리는 함께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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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배달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후속작"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선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 시간의 문제를 다루었던 전작에 이어, 이 우주 어딘가에 또 하나의 내가 살고있다면? 하는 철학적 문제를 던진다. 열두 살때 집을 나간 엄마와 자신을 방치한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삶을 놓은 아이 태봉, 완벽한 우등생이지만 입양아이기 때문에 자신도 동생처럼 파양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 슬아. 두 친구는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웜홀을 통과해 지금의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보려 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꾸고 선택해보려는 아이들의 용기가 우주를 건넌다. 태봉은 나를 방치한다고만 생각했던 아버지도 스스로가 투명인간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괴로워했음을 알게 되고, 슬아는 우주를 건너 그리워했던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지금 내 삶의 모습 역시 나 자신의 선택에서 말미암음을 깨닫게 된다. 선택과 책임, 용기에 관한 이야기, EBS 라디오 연재소설로 방송되어 사랑받기도 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아까 얘기했던 평행 우주 이론이나 공간 이동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야.”
“뭐? 그건 또 뭐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말고 똑 같은 우주가 어딘가에 또 있다는 이론이야. 우주는 무한대이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얼마든지 가능해. 모든 물체는 원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원자의 결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야. 그러니까 이 우주 어딘가에 나와 똑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거야. 내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 내가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해봐. 조금 위로가 되지 않니? 지금의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면서 말이야.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문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야. 이곳이 그 문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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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고미숙 동의보감 완결편"
고미숙 하면 열하일기, 열하일기 하면 고미숙이다. 그런데 이제 하나를 더하든 술어를 바꾸든 결단을 내야겠다. 앎-몸-삶을 하나로 꿰는 의역학에 푹 빠진 그가 어느새 동의보감 3부작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가 <동의보감>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면, 둘째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는 몸에 새겨진 운명의 지도, 역학을 탐색하는 책이고, 이번 책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은 앞선 두 책에서 쌓은 내공과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사회 곳곳을 비춰보는 시도라 하겠다.

여성, 사랑, 가족부터 교육,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몸에 얽힌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때로는 자기 삶의 기억에서, 때로는 한국 사회의 풍경에서 문득 건져 올린다. 팔딱팔딱 뛰는 사유의 의외성과 요소요소를 하나로 엮는 글쓰기의 유연함이 잘 어우러진 8×8, 64개의 이야기는 각각의 괘에 담겨 운명처럼 마주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고미숙의 동의보감 완결편이라 불러도 좋고, 입문편으로 읽어도 좋다. 이 책에서 경험할 몸과 우주의 마주침은, 그것을 무어라 부르든 즐겁게, 새롭게 나를 깨우는 일일 테니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21세기 인문학의 화두는 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몸이야말로 삶의 구체적 현장이자 유일한 리얼리티다. 가장 깊으면서 동시에 가장 투명하고, 가장 체계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야생적이다. 소외와 억압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 그 안에 있다. 헌데, 그 길을 탐사하다 보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 정치와 양생이 마주치고, 여성성과 지혜가 결합하며, 교육의 원리와 음양의 이치가 교차하는! 이를테면,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이라고나 할까. 이 책이 그곳으로 가는 작지만 단단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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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
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우아하게, 서늘하게, 가족의 맨 얼굴"
화병 하나와 책이 놓인 거실. 세련되고 낯설고, 어쩐지 살풍경하다. 아버지가 운영중인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1980년생 한민형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는 소설은 아버지, 어머니, 장모, 딸, 아내, 누이들에게 저들의 목소리로 스스로의 위선을 진술하게 한다. 살풍경한 집안의 허위를 털어놓는 작은 목소리들. 있어선 안 될 비극적인 '사건' 이후 가족을 잃고 그들의 삶은 달라졌다. 그 궤적을 서술하는 목소리는 비밀스럽고 강박적이다.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언어학자 활동해온 작가 고종석의 세번째 장편소설. 정확하고 풍부한 한국어가 가족 안 개인의 강박, 허한 풍경을 서늘하고 우아하게 그려낸다. 가족은 질투하고 분노하고 회의하고 절망한다. "우린 미치지 않았어." 공허한 목소리, 함께여도 홀로인 행복한 가족들의 이야기.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죽으라고 하진 않았지만, 거의 그런 태도였지. 사실 그 녀석도 죽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나는 그 녀석이 그때 세상을 버리지 않은 게 그 녀석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런 일이 생기면 죽는 게 제일 좋은 해결책이지. 아니면 스스로 정신줄을 놓아 미쳐버리든지."
"그래서 애 하나 미쳤잖아요?"
술기운이 오르면서 내 말에서 조심스러움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기억의 빗장도 경계심을 잃고 있는 것 같다.
'개새끼! 개자식! 이 개자식!'
민형이의 머리를 후려치며 울부짖던 기억이 퍼뜩 떠오른다. 그때 내 손바닥뼈에 저릿하게 퍼지던 둔중한 아픔의 기억에 나는 흠칫 진저리를 친다.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당신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미쳤다는 거야? 우리 가족 가운데 미친 사람 아무도 없어. 그냥 특별한 일을 겪었을 뿐이고, 다 많이 놀랐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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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이야기
홍익희 지음 / 행성B잎새

"유대인의 역사가 곧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다"
유대인이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다. 위인으로 꼽히거나 현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가운데 유대인이 얼마나 많은지도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연히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시도가 꾸준하고, 종교, 교육, 민족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이 이루어졌다.

이 책은 오늘날 경제의 중심이 서비스산업이라 규정하고, 고대부터 현재까지 경제사를 짚어가며 유대인이 그 흐름에서 어떤 좌표에 있었는지, 경제사의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살핀다. 동서양의 경제사와 세계사, 과학과 기술의 발전사를 기본 축으로 삼고, 성서부터 금융위기 사태까지 유대인의 경제 활동이 어떻게 역동적인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약속, 즉 계약으로 시작한 유대교는 신과의 계약뿐 아니라 상업상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고, 유대인은 유통, 금융, 서비스 산업을 창조하며 세계 경제사와 궤를 같이 했다. 결국 유대인을 읽는다는 건 얄팍한 성공의 비밀을 알아채기 위함이 아니라 오늘날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찾고 미래를 가늠해보자는 시도라 하겠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유대 민족의 저력은 전적으로 유대교에서 기인한다. 유대교의 특징은 계약의 종교다. 그들에게 계약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당위다. 그들이 신과의 계약뿐 아니라 상업상의 계약도 중시하는 이유다. 그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유대인 커뮤니티 간 상업과 금융상의 계약을 바탕으로 한 교류를 통해 세계 경제사를 주도할 수 있었다. 또한 유대교는 배움을 중시한다.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하려면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배움을 기도와 똑같은 신앙생활로 간주한다. 이것이 다른 민족과 차별점으로 유대인들이 세계사적으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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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캐서린 메이어 지음 /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2013년 현재, 다음의 질문에 답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아이를 가질 최적의 나이는 몇 살인가?', '은퇴는 언제 하는 것이 적합한가?', '몇 살 부터 중년이라고 할 수 있나?' 나이의 의미는 점점 정의하기가 어려워지고 '나이에 맞는 행동'이라고 여기던 암묵적인 규범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타임>은 '어모털리티'를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로 선정하며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책은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어모털족'이 어떻게 삶을 꾸리고 일하며, 무엇을 소비하는지 최초로 해부한다. 마케터들이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는 시대, 전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나란히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둘러보는 시대. '어모털리티'라는 광범위한 사회적 트렌드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기회와 위기를 가져올지 이 책을 통해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코웰과 같은 어모털족은 마치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 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저 어모털족에 대한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어모털리티는 삶 전체에 걸쳐서, 정확히 말하면 그 삶이 생기를 가지고 있는 동안에 걸쳐서, 될 수 있는 한 길게,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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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박경철, 시골의사에서 문명의 순례자로"
경제전문가와 청춘 멘토로 활약하던 시골의사 박경철이 ‘문명의 순례자’로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로 잘 알려진 니코스 카잔차키스, ‘위대한 여행자’라 불리는 그는 삶과 죽음을 고민하던 젊은 의학도의 마음에 불을 댕겼고, 20년이 지난 지금 더욱 강렬한 불길로 박경철을 그리스로 이끌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이 '그리스인 조르바'와 함께 긴 여행을 시작한 까닭이다.

여정의 시작은 그리스 문명의 어머니이자 서양 문명의 자궁이라 불리는 펠로폰네소스다. 그는 이 문명의 배꼽에서 위대한 문명의 탑을 쌓아 올린 이름 모를 민초들의 흔적을 살피며 인류 문명의 정통성을 새롭게 찾는다. 그가 읽어내는 고대 유적지와 그리스 비극, 그가 발견해낸 야만과 이성의 갈등은 경제위기를 마주한 오늘의 그리스와 어떻게 겹쳐질까. 비로소 긴 여정의 닻이 올랐다. 펠로폰네소스를 지나 아티카, 테살로니카, 마그나 그라이키아에 이르기까지 총 10권으로 이어질 긴 여행에서, 그의 바람대로 인간의 탁월함 뿐 아니라 현대 문명의 새로운 출발점도 함께 찾아낼 수 있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그 방대한 저작은 그가 단지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이자 교육자이며 정치가이자 행정가였던 그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과연 보기 드문 르네상스적 인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림잡아 20여 년 동안 그를 읽고 또 읽고서야 그리스를 보는 눈이 좀 뜨이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 뜨인 눈으로 서양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다시 보고자 했습니다.(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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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여애반다라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이성복의 10년, “오다, 서럽더라”"
<아, 입이 없는 것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이후 10년 만에 만나는 이성복 시인의 시집. 말을 아끼던 시인은 "이곳에 와서(來), 같아지려 하다가(如), 슬픔을 보고(哀), 맞서 대들다가(反), 많은 일을 겪고(多), 비단처럼 펼쳐지고야 마는 것(羅)"이 바로 우리들 삶임을 깨달았다. 귀가 순해진 시인이 들은 세상의 수선, 정제된 언어 속 이야기는 적요하다.

많은 이들이 아껴 읽는 시인에게도 삶은 고되다.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공부했지만, 되도 않는 시나 쓰면서”라고 스스로의 시를 평하고, “오늘 아침 내 앞에 놓인 생은 소 여물통 같다”고 말한다. “노래가 알지 못하는 이번 생의 기억은 시퍼런 강물이 물어뜯는 북녘 다리처럼 발이 시리다”고 말하는 서늘한 감각, “산소호흡기를 달고 헐떡거리던 청년의 내려진 팬티에서 검은 고추, 물건, 성기!”를 보며 느끼는 무거운 비감. 생은 서럽고 허허롭고 불가능으로 가득하다. 불가해함을 이해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10년 만에 만나는 이성복의 시일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나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기에
내 삶에 숫기 없기를,
나는 이미 뿔을 가졌으므로
내 삶에 발톱 없기를!
눈 대신 쇠꼬챙이를 가졌으므로
내 눈에 물기 없기를!
지금 내 손에 감긴 때 묻은 붕대.
언제 나는 다친 적이 있었던가
지금 내 머릿속 여자들은
립스틱 짙게 처바른 양떼들인가
해묵은 상처는 구더기들의 집,
물 많은 과일들은 물이 운 것이다
 
(來如哀反多羅 4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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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래빗 이야기
베아트릭스 포터 / 소와다리

"100년 전 초판본 그대로, 돌아온 피터 래빗"
전 세계 30개국, 1억 부 이상의 판매를 올리며 사랑받아온 <피터 래빗> 시리즈가 100년 전 초판 인쇄본 그대로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으로 돌아왔다. 운율과 박자를 살려 번역한 글은 동시처럼 흥겹고, 빛바랜 듯한 그림 속에 펼쳐지는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은 너무나 정겹다. 꼬마 토끼 피터는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모습이자, 얄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난꾸러기 아이 그대로이다.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 놀러 간 말썽꾸러기 피터는 결국 옷과 신발을 잃고, 밤새 끙끙 앓아눕는다. 엄마 토끼는 향긋한 국화차를 끓여주지만, 엄마 말씀 잘 들은 플롭시랑 몹시랑 코튼테일은 맛있는 건포도 빵과 우유, 산딸기를 저녁으로 먹는다. 설교도 없지만 달콤한 저녁도 뺏긴 피터. 아이들에게는 이 정도가 딱 좋다. 그렇다고 모험을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유아 MD 강미연

책 속에서 :  “얘들아, 얘들아.”
엄마 토끼가 말했어요.
“들판엘랑 샛길엘랑 나가 놀아도 좋다마는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는 들어가지 말거라.
아빠 토끼를 맥그리거 부인이 잡아갔단다.”   - 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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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긴 한 그릇 치유 밥상
김옥경 지음 / 동녘라이프

"누가 먹어도 좋은 자연식, 간단하게 맛있게!"
20년 전 직장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자연식은 남편을 살렸을 뿐 아니라 부부의 일상도 바꾸어 놓았다. 자연식과 자연생활의 체험공간인 ‘자연생활의 집’을 운영하며 자연식 요리를 방방곡곡 전하는 부부는 이번 책을 통해 더 쉽고 더 간단하게 만드는 자연식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암 수술 후 1년, 그리고 일반식으로 나아가는 1~5년으로 시기를 나눠 음식을 소개한다. 투병 중인 환자는 물론 건강한 식생활을 원하는 이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치유식으로 번잡한 조리과정 없이 딱 한 그릇에 꼭 필요한 영양을 담아냈다. 먹을 거리는 많지만 정작 제대로 된 먹을 거리는 찾기 힘든 불량영양의 시대에서 이 책 한 권으로 지치고 헛헛한 속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 건강/취미 MD 도란

 
책 속에서 :  남편을 살리기 위해 저는 죽기 살기로 자연식을 배우고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환자도 힘들지만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완전한 자연식을 실천하려면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의 절대적인 희생과 정성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시간과 노고를 줄이고,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레시피를 소개하려고 애썼습니다. 암을 경험한 환자는 물론 온 가족이 행복한 밥상을 차릴 수 있게 신경 썼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로 암을 극복하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축복을 받았으니 이제 그 축복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되돌리고 싶습니다. (2013년 첫눈이 내려앉은 원동의 고요 속에서 김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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