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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스릴러 소설의 또다른 가능성"
<나를 찾아줘>는 최근 소개되는 범죄 스릴러들에 비하면 현저히 느리게 시작한다. 다른 작품들에서라면 등장인물의 배경 정도로 간략히 소개될 법한 과거 이야기들이 계속 소개되면서 초반 전개 속도에 제동을 건다. 이쯤 되면 실종된 아내와 그 남편의 과거에 중요한 단서가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눈치챈다고 해서 금방 '과거'와 '현재'가 만나서 폭발하지는 않는다. 터뜨리기 위해서는 먼저 익혀야 한다. 이 익히는 과정을 좀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스릴러 작가들은 많은 장치를 사용하며, 여기서 작가들의 개성이 드러난다. 길리언 플린의 경우에는 보통 스릴러 소설에서 만나기 힘든 수준의 섬세한 묘사를 선보인다. 속도감에서는 확실히 불리한 장치다. 그러나 <나를 찾아줘>는 그걸 감안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 커플이 만났다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에 대해 남녀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토로하는 모습, 그리고 21세기 미국을 강타한 불황이 젊은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 등 길리언 플린의 그물망에는 동시대의 삶의 조각들이 풍요롭게 들어차 있어서 그걸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그리고 이 디테일들이 모여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튼튼하게 구축해 낸다.
 
<나를 찾아줘>는 이런 독특한 개성 때문에 다른 스릴러들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우며, 때문에 전형적인 스릴러를 기대했다간 초반에 진을 다 뺄 수도 있다. 천천히 책 속으로 들어가시기 바란다. '남과 여' 또는 '사랑과 전쟁'을 즐기다 보면 미스터리의 중심이 어느새 곁에 와 있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닉과 나는 가끔씩 사랑을 증명한답시고 남편에게 몹쓸 짓을 시키는 여자들을 비웃는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무의미한 임무, 무수한 희생, 끝없는 자잘한 항복. 우리는 이런 남자들을 '춤추는 원숭이'라 부른다… 이거 입어, 그거 입지 마. 지금은 이 일을 하고 시간 나면 이 일도 해. '시간 나면'이란 바로 지금이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은 나를 위해 반드시, 반드시 포기해야 해. 그러면 나는 당신이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증거를 갖게 될 거야. 그것은 여자들의 시합이다… 남자들이 자기를 위해 희생하는 것들을 시시콜콜 나열하는 것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은 거의 없다.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말한다. "어머, 자기야, 나 감동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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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감각 기르기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이것이야말로 요네하라 마리다"
언젠가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연이어 소개하며 "또 요네하라 마리냐?"라고 묻는다면 "이번에도 요네하라 마리다."라고 답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발언을 취소하고 이렇게 바꿔야겠다. "이것이야말로 요네하라 마리다."라고.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요로 다케시와 문학평론가 고모리 요이치부터 작가, 정치인, 통번역가에 이르기까지. 요네하라 마리가 열한 명의 대담자와 펼치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무규칙이종대화'에 가깝다. 전공 영역인 통역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국제 분쟁, 교육 문제, 일본 문화론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그는 때로 인터뷰어로 때로 인터뷰이로 자리를 바꿔가며 자기가 경험한 세계와 자기가 보고 싶은 세계를 재치 있고 힘있게 그려낸다.

아쉽게도 요네하라 마리는 2006년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기에 글 이외에는 그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글만으로도 그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나머지 절반, 혹은 시작이라고 할 그의 '말'을 채집한 표본이다. 나는 말과 글은 다르고, 둘을 사용하는 능력에도 편차가 있다고 믿어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건 나의 착각일 뿐이었고 제대로 갖춰진 언어 감각이란 양쪽 모두에서 빛을 발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책을 꾸준히 읽어왔지만, 그가 없어 안타깝다는 감각이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싶다. 살아있는 그의 말과 글을.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요네하라의 입담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폭, 그녀가 지닌 관심의 폭, 그리고 인간 됨됨이를 느낄 수가 있다. 또한 대화 곳곳에서 독특한 유년 시절과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국제적인 감각과 개방적인 사고,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관용의 정신을 엿볼 수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대담집의 최대 미덕은 그녀의 톡톡 튀는 유머 감각과 풍부한 표현력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옮긴이의 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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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 숲
권여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길을 잃은 이에게 숲에서, 권여선 소설집"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작가 권여선의 네 번째 소설집. 잊어버린 것들, 기억해야 할 것들에 관한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렸다. <길모퉁이>를 돈 순간 다단계와 고시원, 급여 가불로 이루어진 세계로 도달하고 만 이.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 숲>에서 "대체 정우는 어디로 간 것일 생각하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하고 환각을 보는 이. 권여선의 소설 속 사람들에게 슬픔은 느리게 오고, 기억은 스산하게 휘몰아친다.
 
"우주와 김치찌개, 신과 소주, 불멸과 한 개비의 담배가 병존하는, 투박하고도 초현실적인 유아론의 세계"에 살고 있는 애처로운 이들. 절대 잊지 못하리라 곱씹던 기억도 사그라지고 내가 기억하고 있던 사건도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나날들. 길을 잃은 이에게, 숲에서 읽기 좋은 일곱 편의 소설이 삶의 기억을 담아 말을 건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나는 버스를 타지 않고 두 정류장 남짓한 거리를 걸었다. 적당한 보폭으로, 내가 지나치게 고독하고 우울하고 허기지지 않도록 조금씩 나를 달래는 방식으로 소삭소삭 걷다 보면, 밤의 산책은 독서로 혼미해진 내 영혼에 가느다란 실금을 내고 그 사이로 신선한 바람을 살그머니 들여보내주었다. (...) 아무튼 나는 뭔가 밤의 세례를 받고 씻기고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으며, 혼돈한 사색 속에서 우주라든가 신, 불멸 같은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테마들을 사유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그런 위대한 사색과는 별개로, 다른 한편 나는 심각한 허기에 시달리면서 세상의 온갖 기름진 음식과 짜릿한 소주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을 그리워하며, 솔개 앞에 놓인 작은 병아리처럼 말초적인 감각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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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기원
존 B. 던컨 지음, 김범 옮김 / 너머북스

"고려와 조선은 같은 나라일까, 다른 나라일까"
여말선초 하면 권문세족과 신흥사대부의 대립이 떠오른다. 권문세족은 대지주, 신진사대부는 중소지주, 권문세족의 사상적 기반은 불교와 (학문으로서의) 유학, 신진사대부는 사상과 학문 모두 성리학. 국사 교과서에서 배운 이런 비교 구도가 일반적이다. 이는 고려의 지배 계급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세력이 조선을 건국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제임스 팔레에 이어 해외 한국학을 이끄는 대표적인 학자 존 B. 던컨은 이런 인식과는 다른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고려 전기부터 조선 전기에 이르는 시기, 5000여 명에 이르는 관료의 출신 성분을 조사한 결과 두 계층 사이에 뚜렷한 단절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뀐 왕조교체는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 걸까?
 
그는 "조선의 건국은 지방자치를 극복하고 중앙집권적인 관료적 정치체제를 수립하려는 고려 전기의 노력이 거둔 궁극적인 열매"라고 평가한다. 핵심만 간추리면 조선사회의 역동성보다는 안정성에, 두 왕조의 단절보다는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고려-조선왕조 교체기를 바라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한국 역사학계의 전통적인 해석과는 사뭇 다른 주장에 대해 어떤 평가가 이루어질지, 논쟁과 조정을 통해 어떤 새로운 시각이 드러날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그간 다른 점에만 집중해온 독자의 시선에도 같은 점을 균형 있게 바라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획기적인 연구이다. 조선왕조의 본질과 기원에 관련된 기존의 여러 통성을 뒤집은 독창적이고 원숙한 업적이다.(제임스 팔레, 전 워싱턴대 교수)
이 책의 통계적 증거는 조선 전기 지배층의 구성에 관련된 이전의 견해가 틀렸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던컨은 지금까지 가장 풍부한 증거를 모았다.(마르티나 도이힐러, 런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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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출간 20주년, 그 퇴마사들이 살아가는 법"
 한국 판타지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시리즈 <퇴마록>이 출간 20주년을 맞았다. 현암과 준후, 박신부와 승희, 반가운 얼굴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공개된다. 본편의 주된 사건 이면에 있던 퇴마사들의 인간적인 면모나 생활상, 이야기와 이야기를 잇는 연결고리, 간략하게 언급만 되었을 뿐 구체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과거가 옴니버스식으로 나열된다.
 
현암과 박신부, 준후가 퇴마행을 시작하기까지의 일. 그들의 어설픈 첫 퇴마행, 처음 학교에 간 준후, 현암과 승희의 풋풋한 첫 데이트, 주기선생의 또다른 면모. 56k 모뎀의 인터넷 연결음을 듣고 천리안 명령어를 입력하던 기억이 반가운 인물들의 활달한 모습과 함께 떠오른다.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는 소식과 함께 찾아온 그들의 이야기, 역시 애틋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놈은 비난의 에너지, 음의 에너지라고 환산되는 그 증오와 비난의 감정을 단말기와 통신망을 통해 끌어모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퇴마사들이 단말기를 들여오자 그것을 �애 박 신부가 여전히 자신을 추적하는 중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능력을 발휘해서 겁을 주려 했고 그런 시도는 성공할 뻔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준후조차 덜덜 떨지 않았던가? 겁을 주어 자신을 추적하는 것을 단념하게 할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굳이 공격을 가한 것이리라. 그러나 교활하기 짝이없는 ‘그놈’도 실수한 것이 있다. 현암과 박 신부가 두려움 없이 나서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기를 찾을 줄은, 그리고 이렇게 빨리 진실에 접근할 줄은 몰랐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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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처럼
파멜라 드러커맨 / 북하이브

"좌절을 모르는 아이는 불행하다!"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밤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잔다. 식당에는 어린이용 메뉴가 따로 없으며,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자리에 앉아 코스요리를 즐긴다. 프랑스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프랑스 엄마에겐 너무 당연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 미국 엄마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기자 출신 저자는 파리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며 경험한 프랑스 육아를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프랑스 엄마는 자신만만하다. 자신의 육아를 의심하거나, 아이를 위해 조바심치지 않는다.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모든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만 단호한 제한, 기다림과 좌절도 함께 가르친다. 아이를 세상의 중심에 놓고 전력을 다하고도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미국 혹은 한국의 엄마들에게, 프랑스 엄마는 아이와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아이는 아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고, 부모도 마찬가지. 아이에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스스로 극복하고 적응하게 하는 것. 자유로운 철학자들의 나라 프랑스의 육아법이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 속에서 : 
그렇다면 프랑스인들은 아기들이 성경 속 주인공들이 시련을 견뎌내듯 엄청난 과정을 겪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약간의 좌절이 아기를 망가뜨린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잠, 꿈,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매번 아기의 요구에 응해주고 Non이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으면 아기의 인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밀고 넘어서야 할 장벽,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대라는 장벽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P.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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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 포레

"서른, 언니들은 나아간다"
<서른 넘어 함박눈>은 ‘문학적’이지 않다. 박찬욱 감독이 나왔던 맥주 CF처럼 ‘이건 말이야 페이쏘쓰가…’ 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그러니까 인생의 책 비슷한 걸 찾는 분들은 이 책을 패스하셔도 무방하다.

<서른 넘어 함박눈>은 세계의 본질이나 실존의 조건 같은 거 아무래도 좋으니까, 어쨌든 봄이니까 애인 하나쯤은 필요하잖아, 라고 말하고 싶은 그 때 집어들어야 할 책이다. 연애하기에 불리한 조건들마저 어느새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 나이. 나는 왜 이러냐고 펑펑 울어봐야 소용 없다는 거 이제 잘 안다. 한때 타올랐던 불꽃 같은 사랑을 그대로 재현하리라는 기대도 거의 접었다(그러나 절대 완전히 접을 수는 없다).

이렇게 쓸쓸한 언니들이 많이 나오지만 <서른 넘어 함박눈>은 그 처연함에 파묻히지 않는다. 포기라니 있을 수 없다. 숫기가 없어 남자에게 말 한 번 제대로 못 거는 나라도, 단둘이 같이 사는 엄마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다 타이밍을 날려 버린 나라도, 청소에는 손도 안 대는 룸메이트가 청결 깔끔한 나보다 인기가 좋아도, 애써 그러모은 어장 속 남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크다만 광어 같은 놈들만 두엇 남아있을 뿐일지라도 사랑은 여전히 지상과제다. 인생만큼 소중하지는 않지만 엄청 멋진 일이다.

물론 인생은 기적이 아니라 생활의 연속이고, 섣부른 기대도 실망도 없이 매일 쌓아 올리는 오늘들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런데 그 오늘이 봄이고,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 두어 달쯤은 봄이니까, 꽃을 피워야지. 매일 꿈 꿔야지. <서른 넘어 함박눈>은 그런 역전의 언니들을 위한 유쾌한 스페셜 S/S 초이스다.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내가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물을 끼얹고 있는데 건너편 남탕 쪽에서,
“이봐, 이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퍼뜩 놀라 상대가 날 불렀을 리 없는데도 당황하면서,
“네”하고 대답했다.
“비누!”
남자가 말했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근처에 있던 젊은 여자가 얼른 비누 곽을 돌 칸막이 아래로 밀어줬다.
건너편에서 손목까지 털이 난 남자의 팔이 뻗어나와 비누 곽을 쥐었다.
(…)젊은 여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몸을 씻었다.
적당히들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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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선대인경제연구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열심히 재테크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서민을 위한 진정한 경제 정보를 전달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출범한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첫 책이다. <세금 혁명>, <문제는 경제다>의 저자이자 '나는 꼽사리다'의 패널로도 활동했던 선대인이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OECD 국가의 2배에 달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구조, 정권마다 바뀌는 경제 정책, 경제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복지 정책 등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불안감의 실체를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해 해법을 제시한다.

대선부터 새 정부 출범 전후까지 연구소로 들어왔던 많은 문의들을 정리해 진단과 답을 함께 담았다. 그리스의 위기는 복지 과잉 때문인지, 88만원 세대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택청약통장은 진짜 꼭 들어야하는지, 집 지금 사도 되는지, 국민행복연금의 혜택은 누가 받을 수 있는지 등 국가와 사회 문제로부터 출발해 개인의 경제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짚어 주고 쉽게 풀어 썼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앞으로는 주택을 더 짓지 않아도 자연스레 주택이 남아돈다. 지금도 주택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웬만한 지역의 아파트는 계약금만 들고 가면 대부분 건설사들이 '어서 옵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혹시 상황이 변하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정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정반대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주택청약통장이 너무 남발돼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1순위만으로는 별다른 메리트를 가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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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 열린책들

"우리, 힐링 없는 세계를 헤쳐 나가자"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고통과 행운은 우연이나 운명이라고 이름 붙여진 알 수 없는 힘을 통해 다가온다. 따라서 인간은 무방비 상태에 있다. 마치 눈에 가리개를 씌운 채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여기에 ‘왜’라고 물으려면, 즉 맞서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질문하지 않고 도망칠 수 있는 길이 주어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좀더 안락한 생활과 더 많은 수입, 또는 원대한 ‘꿈’으로 눈을 돌리면 삶이라는 압도적인 수수께끼를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수수께끼는 사라지지 않는다.

폴 오스터의 신작 <선셋 파크>는 이 삶이라는 수수께끼를 직시하고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청춘 군상들을 그린다. 그들은 미래를 계획하는 대신에 현재를 관찰하면서 자신들의 인생을 갑작스레 바꿔 놓은 우연을 화두로 품고 용맹정진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폭탄 같은 우연들이 삶 속으로 연거푸 떨어진다. 점점 더 자욱해지는 굉음과 연기 속을 청춘들이 걸어간다.

그들의 인생은 더 나아졌는가? 모른다. <선셋 파크>는 더 나은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어쩌면 그 ‘달리는’ 일이 중요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스펙터클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웅대한 운명의 자태를 그려오던 폴 오스터가 <선셋 파크>에서 보여주는 이 작은 권유는 어쩌면 몇몇 나이 든 작가들이 보여주는 뻔한 노파심일 수도 있겠다. 물론 나는 이 작품이 취한 그 ‘포즈’가 위무의 손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촌스럽게 손 내밀 필요가 있을까? 글쎄. 그랬으면 좋겠다. 필요한 일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당신에게 힐링을 돌파하고 전장으로 걸어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구원 투수였던 도니 무어는 1986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다섯 번째 경기에서 9회에 보스턴 레드 삭스의 승기를 꺾도록 투입되었다. 에인절스는 처음으로 우승기를 손에 넣으려는 순간을 눈앞에 두고 1점차로 앞서 가고 있었지만, 투 아웃에 1루에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무어가 스포츠 사상 가장 불운한 피칭으로 기록될 투구를 했다. 보스턴 외야수 데이브 헨더슨에게 장외 홈런을 맞은 것이다. 그 홈런으로 경기 흐름이 뒤집혔고 에인절스는 결국 경기에서 졌다. 무어는 그때의 굴욕에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그 인생을 바꾼 투구를 한 3년 후, 야구계를 떠난 그는 금전적으로나 결혼 생활에서나 궁지에 몰려 아마도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세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와 부부싸움을 벌였다. 그는 총을 들고 나와 아내에게 세 발을 쏘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런 다음 총구를 스스로에게 돌려 자기 머리를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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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15 : 에스파냐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국민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최종편"
 '국민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가 2011년 중국 근현대 편, 2012년 시리즈 전면 개정판을 펴낸 데 이어, 열다섯 번째 나라 에스파냐 편을 끝으로 지난 35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18개월만에 출간된 신작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자들의 기대에 보답하듯 압도적으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화려한 문화와 열정적인 국민성, 극단으로 흥망성쇄를 거듭해온 역사의 부침에 이르기까지,탁월한 압축과 감각적인 연출의 묘를 발휘하며 한 국가의 기원부터 미래의 향방까지 내다본다. 
 
저자는 '500년 전에 벌어진 에스파냐의 융성'과 몰락이 시사하는 바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닮은 그들의 역사가 국내 독자들에게 특별한 공감을 안겨줄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다. 에스파냐의 뿌리, 국민성에 대한 치밀하고도 입체적인 탐구는 최종편에서도 여전하다. 이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은 생생한 정보들이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는 점, 이 또한 먼나라 이웃나라를 애독해온 1,700만 독자가 동의하고 매번 새 책을 펼칠 때마다 기대하는 사실일 것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머리말 중에서 : 
전 세계를 제 짚 앞마당처럼 누비며 호령하던 대제국의 영광은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이미 사양길로 접어드는 기묘한 역사적 운명에 봉착했다. 이는 순수한 종교 정신에 얽매어 다른 문화와 종교를 포용하지 못하고,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고집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였다. 글로벌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걸어 잠근 에스파냐의 역사는 그 후 수백 년간 고난과 수모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에스파냐의 역사는 이제 막 다문화 사회, 글로벌 문화에 당면한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던져준다. 때문에 '에스파냐 편'을 꼭 다루고 싶었고, 드디어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이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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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인문학
리 보틴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유유

"인문학으로 우리 아이 키우는 법"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고전을 권한다. 그들은 고전이 훌륭하다고 믿으며 아이가 고전을 읽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런 고전 읽기를 통해 아이가 무엇을 얻기를 바라는 걸까. 혹시 <오만과 편견>이나 <모비딕> 같은 작품에 대해 한두 마디 할 수 있고, 관련한 이야기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고전 읽기를 통해 ‘고전의 내용’이 아닌 ‘고전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고전공부법은 문법, 논리학, 수사학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기본 어휘와 개념을 익히고, 사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비교해서 판단하고, 생각이나 지식을 적절한 말이나 글로 다른 이에게 설명해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시 말해 무엇이든 아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저자는 2500년 동안 이어진 고전공부법을 대안교육 방법론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아이와 함께 나누고 성장한 과정을 풀어낸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아이를 전문화, 분업화를 통해 분절된 삶으로 유도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 소위 전문가 교육이라 불리는 체제에서 부모가 어떻게 소외되는지 등을 되짚고, 고전공부가 아이의 인생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를 수학, 지리, 역사 등 개별 영역부터 읽기, 쓰기, 말하기 등 보편 영역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내 아이를 교양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이라면, 더불어 나 역시 교양 있는 부모가 되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인문학으로 우리 아이 키우는 법'이라 하겠다. 
 
인문 MD 박태근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 
- 자기가 가진 학습 잠재력에 못 미치는 아이 때문에 애태우는 부모
- 왜 업무의 기초부터 새로 가르쳐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고용주
- 좌천과도 같은 자리 이동에 좌절하여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성인
- 대리 부모 노릇을 하기보다는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교사
- 아이를 유능한 사상가와 지도자로 키우는 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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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변종모 지음 / 허밍버드

"여행작가 변종모 신작, 낯선 길 위의 따뜻한 기억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의 저자 변종모 작가가 1년 만에 펴낸 신작 산문집.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대신할 수 없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그는 자주 길을 떠났다. 인도, 파키스탄, 쿠바, 그루지야, 아르헨티나 등 수많은 길을 걸으며 보낸 시간이 10년. 오랜 여행을 하는 동안 낯선 곳에서 허기를 채워야 했고, 그런 만큼 다양한 음식들을 접했다. 길 위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잘것없는 한 끼라며 내밀었지만, 작가에게는 배고픔을 달래준 음식 이상의 의미였다. 따뜻한 위로,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

이 책은 작가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사람들 사이에 소박하게 놓였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으로 낯선 이들과 나눈 한 끼 식사의 기억들을 하나 둘 꺼내놓는다. 레시피도, 이름도 없는 음식들은 여행지의 풍경과 여행자의 마음과 함께 때로는 쓸쓸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이 한 권에 담겨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음식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따뜻한 밥상을 받을 때의 기쁨과 설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무작정 길을 나선 건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들 때문이었다. 길은 내가 떠났지만 나를 묶어놓은 것은 길이 아니라 낯선 당신들이었다. 때로는 내가 선택한 그 공간에서 오히려 더 큰 공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당신들은 끝내 당신들의 좁은 옆자리를 내게 나누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당신이 나에게 밥은 먹었느냐고 따뜻하게 물었을 때, 나는 비로소 두고 온 곳의 내 소중한 사람들을 뜨겁게 떠올렸다. 나의 공허가 무엇인지 나의 빈 곳이 어디이지,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들이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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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대상"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한 재래시장 떡집 아들 안석진의 파란만장 선거운동기. '공부 잘 하는 애들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에서 회장 후보로 적격인 기호 1번, 엄마의 등쌀에 못이겨 출마한 기호 2번, 수학 시간 좀 줄여달라는 문제의 기호 3번 안석뽕까지. 세 명의 어린이 회장 후보가 열띤 경합을 벌이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다.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재래시장 코앞에 냉큼 들어선 대형마트가 시장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장난처럼 시작된 회장 선거는 아이들의 진정한 바람과 고민에 가 닿고, 우리 사회의 관습적인 구조의 문제가 더이상 어른들만의 것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의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신인 진형민 작가가 굵직한 데뷔작으로 한국아동문학계에 출사표를 던진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기호 1번 고 경 태
1. 모두가 공부 잘 하는 1등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2. 교실도, 복도도, 운동장도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3. 친구끼리 서로서로 사이좋은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1등 후보 고경태와 함께 명품 학교 만들어요!
 
"공약이 저런 건가 보지?"
"쳇, 저거 다 하나 마나 한 소리 아냐? 고경태 저 자식, 공부 잘하는 학교를 자기가 어떻게 만들 건데? 시험 볼 때마다 답이라도 가르쳐 줄 건가? 그리고 또 뭐? 깨끗한 학교를 만들어? 어유, 저걸 콱 그냥. 아까 우유 먹고 우유갑 아무 데나 던지고 간 게 누군데!" - 본문 49~50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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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 추수밭

"콤플렉스는 나의 힘"
 융 심리학자 이나미 박사는 한국인의 고유한 심리에 관심을 두고 설화와 민담, 문학 작품을 연구해왔고,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세대에 걸친 풍부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집단 심리와 사회 현상을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관찰해왔다.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가 전자의 맥락이라면 <오십후애사전>과 <괜찮아, 열일곱 살> 같은 책이 후자의 과정이라 하겠다. 이번 책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이런 연구의 총체적 결과물로 한국사회의 집단심리를 콤플렉스라는 창을 통해 분석한다.
 
욕망에 사로잡힌 물질에 대한 선망, ‘툭’ 치면 ‘욱’ 하는 분노의 감정, 제사와 차례처럼 모두가 피하는 축제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현실 등 한국사회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자책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콤플렉스의 병적인 부분에 가려진 성장 가능성을 함께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돈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이 부자가 될 수 없듯이, 콤플렉스를 제대로 이해하면 콤플렉스를 적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본문에서 열거하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는 이제 열두 가지 가능성으로 새롭게 읽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에서 자신을 발견해보시길 권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엄밀한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보자면, 인간은 행복한 순간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훨씬 더 많게 태어난 존재다. 그러나 ‘자아’와 ‘개인의 의지와 행복’, 그리고 ‘소유하고 소비하는 삶’을 강조하는 오늘날에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나만은 꼭 많이 누리고 항상 행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가 난다’는 유아적인 논리에 사회 전체가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301,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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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김탁환 지음 / 살림

"조선 은행 백년사, 김탁환과 선한 자본"
<불멸의 이순신>, <노서아 가비>의 작가 김탁환이 대한민국 자본 탄생의 역사를 그렸다. 19세기말 개항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은행의 탄생을 주도하는 이들의 가쁜 삶을 치열하게 상상했다. 개성상인의 아들 장철호가 장사꾼에서 기업인, 다시 은행가로 변신하는 사이 반대편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박진태와 탐욕의 화신 권혁필이 있다.
 
삶의 밑바닥에서 돈을 모으고, 자본을 만들고, 마침내 은행을 설립하는 과정. 권모술수와 살인, 음모와 치정이 난무하는 불구덩이 속, 인물은 선명하고 이야기는 호쾌하다.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그려지는 탐욕의 질주, 자본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작가 스스로 “변치않는 인간의 탐욕에 관한 보고서이자 선한 자본에 대한 작가 나름의 묵상이었다.”고 이 소설을 설명했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피 말리는 경쟁은 부두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야. 개항이 되고 외국인들이 조계지에 정착한 후부터 10년 동안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어. 개항 전 제물포는 작은 포구였지. 가난했지만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거나 돈 때문에 행복하거나 돈 때문에 불행한 이는 없었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비슷한 고생을 했으니까. 개항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벼락부자들이 등장했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뜨내기들이 모여들었고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웠어.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금방 알거지로 전락했지. 적당히 얻고 적당히 잃고 적당히 위로하며 사는 건 지금 인천에 어울리지 않아. 이긴 자는 전부를 갖고 진 자는 전부를 잃어. 중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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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먹다
황교익, 정은숙 지음 / 따비

"이주민의 도시 서울, 삶의 고단함을 음식으로 달래다"
<서울을 먹다>라는 제목, 맛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황교익과 <막걸리 기행>으로 알려진 정은숙, 두 명의 저자, 차례에 열거된 종로 빈대떡, 장충동 족발, 영등포 감자탕 등 익숙한 서울 곳곳의 먹자골목. 누가 봐도 맛집 기행인데, 이 책은 스스로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서울음식인가”
 
그러게나 말이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전주식당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서울음식을 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굳이 찾자면 조선 궁궐에서 먹던 음식이라 하겠지만, 영 시원찮은 대답이다. 이 책은 “서울 사람들이 두루 먹으며, 또 그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이 서울이라는 문화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음식”을 서울음식이라 부른다. 그리고 한때 서울 사람들이 즐겼고, 지금 서울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찾는 음식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는 물론 맛난 음식이 있지만, 그곳을 지나간 사람과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함께 맛볼 수, 아니 만날 수 있다. 음식에 역사와 문화가 담겼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현장을 만나니, 입과 혀는 간질간질 마음은 몽그락몽그락 피어오른다. 서울 타향살이 서러움과 고단함을 달래준 먹을거리로 오늘 저녁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싶다.
 
사족. 이 책을 펴낸 따비 출판사는 음식 관련 책을 줄곧 펴내는 곳이다. 사장이 미식가인 줄은 알 수 없지만 생긴 걸로 보아 탐식가임은 분명하다. 음식에 대한 욕심만큼 맛난 책 꾸준히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그간 따로 소개할 공간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짧게나마 응원을 보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서울을 먹다>는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떤 독자는 그때 그 시절을 되새기며, 또 어떤 독자는 서울의 옛날과 어머니 아버지의 옛날을 상상하며 그 식당들을 찾아 음식을 먹어 보았으면 한다. 음식은 입과 혀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맛볼 수 있다. 부디, 서울의 삶을 담고 있는 식당들이, 골목들이, 돈벌이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훗날에, 이 책이 예전 서울의 모습을 찾아보는 사료로만 남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4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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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일상에서 길어올린 신경숙 짧은 소설"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한순간에 달빛처럼 스며들어 반짝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신경숙이 길어올린 스물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 능청맞게, 다정하게, 섬세하게 풀어놓는 이야기가 때론 웃음짓게 하고 때론 읽기를 멈추고 곱씹게 만든다.
 
주인의 무관심 속에서도 제 할 일을 끝낸 물옥잠이 내는 성실한 삶의 빛, 마흔 세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던 고양이 남자에게 마흔 네 마리째의 고양이가 다가오는 순간을 목도하는 뜨거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한다”라고 말하는 이의 깨달음 같은. 소소한 이야기가 달에게, 당신에게 다가와 빛이 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세월이 흘러가고 나도 이 도시에 나의 삶을 갖기 시작했죠. 나의 삶이 새로 생긴 나의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어머니가 계시는 그곳과는 몸도 마음도 멀어졌지요. 처음 어머니 곁을 떠나오던 그때처럼 시간만 나면 어머니가 계시던 곳으로 향하던 마음도 옛일이 되었지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 브레히트의 시를 읽는 순간에 그때 어머니가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던 것입니다. 어떻게 그동안 단 한 번도 어머니가 그 밤길을 어떻게 돌아갔을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까요.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새삼스런 깨달음과 어머니를 향한 뒤늦은 후회가 남아 이렇게 모르는 당신께 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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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송호근 지음 / 이와우

"서울대 송호근 교수, 아픈 50대를 위로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아픈 청춘은 그래도 행복하다. 아파할 수도, 소리 내 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 시대의 50대는 아파할 수조차 없다. 그들은 자식과 노모의 부양을 책임져야 하고, 더욱이 교육, 주택, 생활비, 노후 문제에 대한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베이비부머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춰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베이비부머들은 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전후 세대로서 전국에 약 715만 명이 존재한다. 저자는 농업세대와 IT 세대, 근대와 현대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의미에서 그들을 ‘가교 세대’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교 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의 경험, 가치관, 가족 책임, 행동양식과 사고방식 등을 실제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더 나아가, 그들이 처한 서글픈 현실 문제들을 저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함께 풀어내며 아픈 50대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쑥스럽기 짝이 없지만, 나를 이렇게 환히 드러낸 최초의 책을 쓰게 된 것도 ‘세상을 향한 30년 여행’을 중간결산 해야 할 시점이 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를 향한 여행’이 시작되어야 함을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30년 만에 나를 향해 돌아오는 나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풀이 죽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귀로’에서 베이비부머들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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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 교양인

"동화는 너무 생생하고 삶은 너무 환상적이다"
동화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책은 많다. 동화가 다루는 시대를 역사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도 하고, 인물이 놓인 상황을 사회학의 방식으로 구조화하기도 한다. 물론 동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따져 묻는 게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방법이다. 심층심리학이란 방법론으로 그림 형제의 동화를 들여다보는 이 책은, 동화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등장인물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등장인물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조금 더 설명해보면 이렇다. 저자는 살아 있는 사람의 인생 이야기인 것처럼 동화를 읽고, 소설이나 동화를 듣는 것처럼 살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때에야 참된 의미가 밝혀진다고 말한다. 심리학자로서 숱한 임상 경험을 통해 현실 속의 ‘재투성이’와 ‘라푼첼’을 만나본 경험이 삶과 문학 사이의 차이를 서서히 좁혀 “동화는 너무 생생하고 삶은 너무 환상적”이라는 깨달음으로 이끈 게 아닐까. 네 편의 동화를 읽고(각 동화의 전문을 책에 실었다.) 각각 100여 쪽이 훨씬 넘는 섬세하고 치밀한 심리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억압이나 불안 같은 정신분석의 개념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쓸모 있는 도구라는 걸 깨닫게 된다. 혹시라도 이 과정에서 내 안의 ‘가시장미 공주’나 주변의 ‘영리한 엘제’를 찾게 된다면, 당신은 한 편의 동화와 한 사람의 삶을 동시에 바라보는 생생하고 환상적인 경지에 이른 것이다. 미리 축하의 말을 전한다.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사랑이 불안보다, 인간성이 상황과 규범의 속박보다 강하다는 것이 언제나 동화에서만 참일까? 한 편의 동화를 이해하려면 삶 자체가 동화적일 수 있음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믿어야 한다. 그 모든 실망과 낙담, 의심에도 불구하고 동화에서 형상화하는 꿈은 뿌리 뽑히지 않는다. 우리가 동화를 주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은 이 세상에 나오는 아이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가 꿈같이 행복한 사랑을 꿈꾸는 것과 같이.(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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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요 네스뵈 지음 / 비채

"잔혹함 대신에 비애와 맞선 해리 홀레"
시리즈 순서상 <레드브레스트>의 이후 이야기인 <스노우맨>과 <레오파드>가 국내에 출간되었을 때, 독자들은 기존의 북유럽 스릴러들과 다른 (사실상 영미 스릴러에 가까운) 정서를 가진 해리 홀레 시리즈를 독특한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빠른 템포와 연이은 반전, 싸이코패스 살인마의 잔혹한 범죄 행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고독한 형사와 같은 요소들은 해리 홀레를 미국식 스릴러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에게 좀더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게끔 만들었다.

반면에 해리 홀레 시리즈가 헤닝 만켈과 같은 북유럽 특유의 애수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던 독자들이 다소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레드브레스트>는 그런 정서를 품고 있다. <레드브레스트>에서 해리 홀레는 잔혹한 절대악에 맞서는 대신에 노르웨이가 풀지 못한 역사적인 숙제와 마주친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와 반나치 세력으로 나뉘어진 노르웨이의 근대사가 드리운 그림자는 21세기에도 신나치의 형식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해리 홀레는 평범한 사람들이 남몰래 쌓아 온 어둠과 싸워야 한다. 자신이 몸담은 세계를 상대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슬픔을 동반한다. 때문에 <레드브레스트>는 기존에 출시된 시리즈에 비해서 좀더 느리고 신중하다. 말하자면 최근의 해리 홀레 시리즈와 기존의 ‘북유럽 스릴러 정서’의 중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빠르고 강렬한 작품을 원한 분들은 이 초기작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요 네스뵈라는 좋은 작가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보편적인 스릴러를 쓰기 전, 북구의 쓸쓸함을 품고 있던 시절의 작품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비로소 만족할 만한 소설을 만난 셈이다. 싸이코 악당들을 상대하느라 바쁜 해리 홀레가 언젠가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반전을 거듭할수록 우아해지고 더욱 아름다워진다.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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