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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0.1대99.9 사회를 넘어설 수 있을까"
제목 플루토크라트(Plutocrat)는 부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뜻한다. 어려운 말 같지만 20대80의 사회에서 1대99의 사회로, 더 나아가 0.1대99.9로 재편된 사회구조에서 0.1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은 산업혁명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기술, 산업, 자본의 발전과 흐름을 짚어가며 이런 부, 권력의 집중 현상이 왜 생겨났는지, 플루토크라트는 어떻게 기회를 포착하고 ‘나머지’와 다른 위치에 올랐는지를 세세하게 파헤친다.

물론 플루토크라트에게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주거나 ‘나머지’에게 부러움과 비판의식을 전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전자는 불가능하고 후자는 내 속만 쓰리기 쉽다(아, 벌써 속이 쓰려 온다.). 어느 시대에나 부자는 있었고 계급 차이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플루토크라트는 경제와 정치를 양손에 쥐고, “자본주의의 개방성과 민주주의의 유동성이라는 가치의 사다리”를 무너뜨린다. 이는 그들이 지금 위치에 오른 기반(자본주의의 개방성)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나머지’가 품은 ‘보통 삶’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민주주의의 유동성)도 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은 0.1의 삶이 아니라 0.1끼리 어떻게 관계 맺는지, 0.1과 99.9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주목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99.9끼리 관계 맺는 방식을 고민해본다면, 이 끝없는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 현실 인식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점증하는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는 우리로 하여금 미국 엘리트들의 삶을 엿보게 하면서 그들을 만들어 낸 사회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어떤 저널리스트도 제대로 포착해 낸 적이 없는 거부들의 초상. 좌파 진영의 몇몇 비평가들과 달리, 프릴랜드는 부자들을 헐뜯지 않는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서술 방식은 이 책의 주장을 무시하기 어렵게 한다.(USA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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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어머니의 치매와 함께 그리운 모든 것이 돌아왔다."
도쿄로 상경했다가 낙향한 편집자가 서서히 치매가 진행되는 어머니와의 일상을 네 컷 만화로 그려 지역 정보지에 싣기 시작한다. 자비를 들여 조촐하게 출간된 이 책은 지역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되고, 출판사와의 정식 계약을 맺어 전국 베스트셀러가 된다.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 입소문을 탄 이들의 사연은 NHK의 다큐드라마로 제작되고, 주류 영화사가 아닌 독자들의 펀딩 방식으로 영화화 되기에 이른다.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귀여운 어머니 미쓰에와 그녀를 돌보는 환갑이 넘은 대머리 아들 페코로스(작은 양파의 한 품종을 뜻하는 작가의 필명)의 일상. 어머니의 시간은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고, 아들의 시간도 이를 따라 현재와 과거를 뛰어넘는다. 이미 사라진 추억 속 인물들이 되살아나 현재의 그들에게 말을 건넨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고령화 사회. 결코 즐겁지만은 않을 현실에 피어난 보석 같은 순간을 담았다. 어둡고 답답한 이야기, 교훈 없는 신파를 벗어나 선량한 성찰을 진실되게 전달하는 책이다. - 만화 MD 김재욱

책속에서 :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잊어 버렸어도 엄니는 살아 있다. 대지진을 겪은 이 나라에. 다른 살아남은 자들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다. 아니, 아버지도. 아버지도 살아 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는 일 없는 가족의 시간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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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맛
하성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맛, 유니크한 모종의 느낌, 하성란 소설집"
"그녀는 다시 입을 벌려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물었다. 복숭아가 어찌나 단지 잇몸이 가려웠다. 복숭아에서 흘러내린 과즙이 손바닥의 손금을 타고 흐르다가 꺾인 손목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여름의 맛) 여행지에서 만난 동행이 준 복숭아 하나의 맛에 홀려, 여자는 여름마다 복숭아의 고장을 찾게 되었다. 몰락한 가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엄마가 삶아야 했던, 세 발 돼지족발의 비린내(알파의 시간)와 다섯이나 되는 노인들의 '오징어를 말리는 듯한' 늙음과 죽음, 가난의 냄새를 가리고자 한 진한 카레의 향(카레 온 더 보더). 이렇듯 기억은 감각과 함께 모종의 느낌으로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곤 한다.

네번째 소설집 <웨하스> 이후 7년, 장편소설 이후 3년 만에 만나는 하성란 소설집. <알파의 시간>(현대문학상), <그 여름의 수사>(오영수문학상), <카레 온 더 보더> (황순원문학상)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단편들이 고루 실렸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간판을 볼 수 있기까지 나에게도 나만의 알파의 시간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알파의 시간)이라고 지난 시간을 담담히 응시하는 시선이 깊다. 육체가 기억하는 행복의 맛, 고명 같고 양념 같았던 찰나의 기억들이 은은하게 퍼진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어머니를 묻고 김은 아버지와 산을 내려왔다. 너무 더웠다. 땀이 흐르는 데다 블라우스의 깃이 슬리면서 목덜미가 따가웠다. 목이 탔지만 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 만한 나이였다. 산 입구에는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노점상들이 서 있었다. 촌 여자들이 콩국을 팔았다. 고무로 된 커다란 젓갈통이었다. 그 안에 콩국이 가득했다.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서서히 녹고 있었다. 아버지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콩국을 떠서 김에게 건넸다. 간간했다. 그녀는 허겁지겁 콩국을 마셨다. 순간 국물과 함께 차갑고 미끄러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어린 그녀는 그것이 작은 물고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친 것처럼 콩국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 "그때 그걸 먹어볼 수 있을까?" 김은 들릴 듯 말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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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스쿨 1 : 자신감이 필요해
네온비 글, 도도 그림, 천근아 기획 / 고릴라박스(비룡소)

"소아정신과 전문의 천근아 교수의 어린이 인성교육 만화"
영국 국제인명센터(IBC)가 선정한 ‘세계 100대 의학자’,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시 교육청자문위원, 가정법률상담소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의 해결과 예방에 힘써 온 천근아 교수가 기획한 어린이 인성교육 만화. 누군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아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주 상처받곤 하는 솔이가 새침떼기 짝꿍 유세라, 훈남 전학생 종현이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감을 찾게 된다.

책 한 권으로 아이들에게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와 조그마한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은 물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까지, 나와 꼭 닮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인성과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시기에 꼭 필요한 조언을 담은 책,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은 걱정과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는 오늘의 초등학생들을 자상하게 보듬어 주는 책이다. 과장이나 훈계 없이 아이들의 실제 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은 스토리와 재미있는 만화가 공감과 환영을 받을 만하다.
 - 어린이 MD 이승혜

기획자의 말 :요즘 아이들은 경쟁적인 입시와 과도한 사교육에 찌들어 좋은 인성을 기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몸소 인성 덕목을 보여주기에는 부모님들 또한 너무 바쁘지요. 아이들은 부모님의 관심과 가정 교육을 잔소리로 여기고, 귀찮아하기 일쑤예요. 부모님은 이런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을 길러 주고 싶지만, 어떻게 인성 교육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지요.

어떻게 하면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인성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좋은 인성을 갖게 될까?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많은 사람을 상담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평소에 만화를 즐겨 읽는 제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래! 만화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만화라면 아이들이 직접 찾아 읽고 여러 현실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스스로 인성을 키우고, 부모님들의 인성 교육 걱정도 덜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 천근아(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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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맞추기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현재까지 타율 10할"
계속해서 좋은 평을 받으며 꾸준히 출간되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신간. TV 시리즈 '형사 콜롬보'의 한 에피소드에 영감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서로 상해를 입혀 함께 시체로 발견된 두 남자와 그곳에서 발견된 잘려진 사진, 그리고 그 잘려진 사진의 다른 부분들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속도를 올린다. 87분서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제 꽤 친숙해진 형사들이 반가울 것이다. 이번에는 기존 작품들에서 조연으로만 등장했던 흑인 형사 브라운이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인종 문제를 다루게 될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에드 맥베인은 흔해빠진 방식의 전개를 거부한다. 에드 맥베인이 제시하는 방식은 '이미 동등한 인간'이다. 브라운은 다른 인물들과 별 차이 없이 고민하고 행동하고 정의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의 피부색을 멸시하거나 섣불리 동정하는 인간들은 그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브라운 형사의 성숙한 태도는 작가가 인종 문제를 얼마나 부드럽고 우아하게 다룰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우아함은 87분서의 모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기도 하다. 연극적인 기품.

그러나 이 소설을 오해하는 일은 없으시기를 바란다. 87분서 시리즈는 경찰 드라마 소설 시리즈 중에서 역사상 최고로 꼽히며, 연극적인 등장인물들의 에너지와 범죄 미스터리의 흥미로운 내러티브가 합쳐져 금방 읽어 버리게 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소개된 작품들은 그렇다.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의 87분서 컬렉션은 현재까지 타율 10할을 기록 중이다. 주저하실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여자는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으로 다가가 채널을 돌렸다. 그녀의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사뿐사뿐 그녀에게 다가가 맥주병으로 그녀를 열한 번 쳤다. 두 번은 서 있을 때, 두 번은 바닥에 쓰러졌을 때, 그리고 나머지 일곱 번은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기 시작한 다음에. 그는 다시 텔레비전을 원래 보고 있던 채널로 돌린 다음 45분 후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야 경찰에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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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르는가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잡스의 멘토가 잡스의 경영법을 말하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도 2년이 지났다. 많은 이들이 그를 회고할 때 그만의 천재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우선한 그의 사람 경영법을 말한다. 왼손잡이였던 잡스가 '나의 왼팔'이라고 이야기하며 함께 했던, 이 책의 저자 제이 엘리엇은 책에서 잡스가 자신을 대신할 인재를 키우는 일과 직원들을 자신의 비전에 동참시키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해왔다고 강조한다.

사실 잡스의 경영 스타일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기업인들이 지키며 살아온 거의 모든 법칙에 어긋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그는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이고 괴팍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생전, 그와 함께 일했던 이들은 그와의 작업을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일, 다시는 해보지 못할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흥분을 가지게 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책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함께 꿈꾸도록 만든 잡스만의 '마법'을 전한다. 조직의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전념하도록 이끄는 법,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문제 접근 방식을 제안하는 법이 궁금한 리더라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이 책을 통해 스티브 잡스의 철학에서부터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위대한 발자국까지를 경험하라. 스티브 잡스처럼 되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을 읽고 스티브 잡스처럼 살라! -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 <2030 대담한 미래> 저자)


지금의 애플이 있기까지 스티브 잡스가 보여줬던 독특한 매니지먼트 방법과 집요한 사람 경영법을 가장 내밀한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 여느 애플 관련 서적들보다 우선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 강신장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오리진이 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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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세트 - 전10권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길이 열린다, <객주> 30년 만에 완간"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 1984년 아홉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후 삼십 년이 흘렀다. 4년 전 경북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의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 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진짜 객주를 끝맺을 수 있겠구나 생각한 작가 김주영이 다시 천봉삼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정의감과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한 보부상들의 유랑을 따라가며, 경상도 일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 <객주>. 밑바닥 인생이 경험한 근대를 그들이 사용한 풍성한 한국어를 사용해 서술함으로써 한국 역사사회소설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았다. 재담과 육담이 강을 따라 구비구비 흐르고 구성지고 치열한 삶이 이어지는 곳에서 천봉삼의 길이 다시 열린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포주인 윤기호는 오랫동안 패역의 무리와 결탁하여 도둑의 와주로 저잣거리의 풍속을 어지럽히고, 그들의 장물아비로서 서슴치 않고 아보를 저질렀을뿐만 아니라, 우리 원상들을 불학무식하다고 깔보고 상인해물한다고 천대하여 원상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문을 오랫동안 가로챈 악덕을 쌓았으므로 오늘 장문으로 다스려 그 화적들과 결탁한 악덕을 정습시키려 한다. 포주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벌써 멍석말이를 당하게 된 것을 알아챈 윤기호가 대담하게도 바른말 한마디하였다. "양반에 먹히지 않고 아전에 뜯기지 않은 벌이가 따로 무엇이 있겠소. 도적질을 하든 그들과 결탁하는 길뿐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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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잠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퀴르발 남작'의 몰락하는 판타지"
최요섭은 한양대 공대를 졸업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0센티미터에 110킬로그램의 거구. 손등엔 털이 수북하고 메텔의 이미지에 성욕을 느낀다. 아름다운 아내와 유약한 아들과 함께 서울숲이 보이는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다.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없는 그는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약육강식의 법칙에 몸을 내맡겼다. 대형로펌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법무법인 '사해(四海)'에서 '피가 묻은 칼을 맡겨도 좋을 팔 안쪽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온갖 구린 일을 도맡아왔다.

손에 잡힐듯 선명한 캐릭터의 삶을 작가는 예정된 몰락을 향해 가감없이 밀어붙인다. 겹겹이 둘러싸인 이야기의 세계를 설계하던 작가의 장기는 여전하다. 탈주범인 '나'가 겪는 불온한 판타지가 꿈의 형태로 이야기의 동력을 제공하고, 뒷돈을 쓰고, 누명을 씌우는 비정한 현실이 이야기를 끌고 달린다. 평행한 두 이야기를 서술하는 경제적인 문장을 따라 이야기를 조합하다보면 절로 뒷목이 서늘해진다.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퀴르발 남작의 성>과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통해 개성적이고 새로운 소설의 세계를 선보인 신뢰할 만한 작가 최제훈의 장편소설. '한국소설에는 최제훈이 있다'라는 띠지 문구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여자애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그의 앞을 막아섰다. 손에는 반토막 남은 캐러멜 묶음을 바통처럼 움켜쥐고서. 심각한 표정으로 갈등하던 여자애는 캐러멜 하나를 빼낸 후 요섭의 손을 당겨 바통을 넘겨주었다. '새콤달콤'. 그가 알록달록한 포장지를 내려다보는 사이 여자애는 아빠와 할머니에게로 다시 쪼르르 달려갔다. 할리우드 휴먼 법정 드라마식의 훈훈한 결말이었다. 억울한 피고인을 구해준 정의의 변호사. 수임료는 먹다 남은 캐러멜로 대신하다. 고독하게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이름은..... 요섭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뚜벅뚜벅 걸었다. 대낮이라 노을은 없었지만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휴고보스 재킷 자락이 유유히 나부꼈다.

요섭은 미처 몰랐다. 그 장면은 영화의 라스트신이 아니라 프롤로그에 불과했다는 걸. 장르도 휴먼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누아르에 가깝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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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법륜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사랑과 연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거의 모든 지혜를 담고 있는 <스님의 주례사>, 부모를 위한 양육 필독서 <엄마수업>에 이은 법륜 스님의 명쾌한 인생지침서. 전작들을 통해 연애, 결혼, 자녀양육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새 책에서는 중년 이후의 삶을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들을 담았다.

법륜 스님은 중년 이후의 노년들에게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라고 이야기하며, 치매, 사별, 자살, 간병, 퇴직 등 노년을 대표할 만한 키워드들을 주제로 삼아 다양한 인생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짚어주고, 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을 알려준다. 세대를 넘나드는 인생멘토답게 이 책 또한 젊은이들이 읽어도 공감할 내용들을 많이 다룬다.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불안한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명확한 길을 제시해주는, 법륜 스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인생멘토링.
종교 MD 송진경

법륜 스님의 대표작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전3권 (책 3권 + 오디오 CD 1장)
깨달음
스님의 주례사
엄마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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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이자 시대의 사상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돌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전작 <블랙 스완>에서 개연성이 희박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블랙 스완 현상의 해독제 기능을 하는 '안티프래질'이라는 개념을 들고 왔다.

'안티프래질'이란, '깨지기 쉬운'을 의미하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안티(anti)를 붙여 나심 탈레브가 만들어낸 신조어로, 무질서와 불확실성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번영하기 위해 무질서를 원하는 특성을 뜻한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방대한 책에서 그는 전방위적인 사례와 이론, 사상을 거침없이 넘나들며 오늘의 이 무작위성, 가변성, 무질서를 피하지 말고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 변화와 충격에 부딪힐 때 더욱 성장하는 안티프래질한 체질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를 밝히며, 권력을 쥔 사람들의 프래질 이전 문제와 사회.경제 시스템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이 책의 메시지는 탈레브의 교훈이자 급변하는 이 시대의 교훈이다. 그는 인간 본연의 충동을 거부하고 상상하기 힘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단호하고도 고통이 따르는 조치를 취할 용기를 지녔다. - 말콤 글래드웰(<아웃라이어> 저자)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 책! - 대니얼 카너먼(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어마어마하고 전방위적인 책!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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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표창원, 지승호 지음 / 김영사

"침묵하는 이웃, 당신도 공범 아닙니까?"
표창원은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로 경찰관과 경찰대학 교수를 지내며 관련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몇 달 사이 한국사회의 여러 논쟁에 적극 참여하고 또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이름을 알렸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난 표창원 <공범들의 사회>는 이 두 모습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 겹쳐 나타날 수 있었는지, 왜 이제서야 이런 모습이 드러났는지에 답하는 책이다.

이야기는 '범죄는 지극히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명제에서 시작한다. 죄를 판단하고 법에 따라 집행하는 일, 범죄자를 사회로 돌려보내고 범죄를 예방하는 일 모두 사회의 역할이다. 표창원은 한국사회의 잠재적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사회는 범죄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일시적인 방편만 늘어놓는다. 철학이 없으니 이를 집행하는 경찰과 검찰, 사법부도 모두 뒤뚱거린다. 사회 정의의 기준인 법 집행이 뒤뚱거리니 사회 전체가 울렁거리다가 참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면 토악질을 하게 된다. 거대한 국가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시스템 속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범죄가 벌어지고, 공범들의 사회가 공고히 자리 잡는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마주하지 않는다면 당신 역시 공범으로 언젠가 죗값을 치러야만 할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은 범죄가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에 대한 표창원의 답이자 제안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보수의 품격, 사회의 품격, 경찰의 품격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봤으면 한다.(지승호, 10쪽)
이 책에 소개된 범죄자들과 불법행위에 동참하는 공직자들은 똑같이 ‘비겁한 자들’이다. 현실이나 여건을 탓하며 자신의 나쁜 행동을 합리화한다. (중략) 그 대가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의 붕괴로 이어짐은 물론 스스로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그들의 단죄와 몰락이야 당연한 결과지만, 그들이 결코 책임질 수 없는 사회적 손실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표창원, 4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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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 가나출판사

"경제학의 기본 원리부터 자본주의의 미래까지"
약 250년에 걸쳐 우리 사회를 지배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자본주의'.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을 책으로 정리, 보강하여 펴낸 책이다. 2013년 한국방송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다큐는 한 주부 PD의 사소하면서도 근원적인 물음에서 시작했다. 왜 미국 금융 회사의 파산이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칠까? 물가는 왜 수십 년 동안 오르기만 할까?.

은행에 빚을 갚는 것이 개인에게는 속박을 벗어남을 뜻하지만 국가로 보면 경제 규모의 축소를 의미하게 된다든지, 뉴스에 나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마트에 가면 왜 나도 모르게 많이 사게 되는지 등 자본주의 사회의 숨은 진실과 무서움을 책은 먼저 짚는다. 이어,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처음으로 묘사했던 1776년 <국부론>으로 거슬러 올라가 아담 스미스와 마르크스,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이론을 살펴보며 그들의 오랜 논쟁과 함께 그들 모두가 결국 바라보았던 한 점, '사람'을 비춘다. 돈의 시작으로부터 자본의 형성, 금융의 탄생,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람의 문제까지. 책은 '자본주의'의 근본을 풀어내며 모두가 '위기'라고 입을 모으는 이 '자본주의'의 미래를 조심스레 점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어른이 되면 돈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까요? 이걸 아는 어른보다는 아기가 어디서 생기는지 아는 10살짜리가 더 많을 겁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돈이 시스템으로 들어오는지 가르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정부 인쇄기를 보고 정부가 돈을 만들어서 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돈이 생기는 방식이 아닙니다. ...왜 학교에 이런 수업이 없을까요? - 엘렌 브라운 (미국 공공은행 연구소 대표)
우리는 돈이 은행에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금인출기로 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론상 은행에 있는 것입니다. 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컴퓨터 화면에 입력된 숫자로만 보입니다. -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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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게 결정하라
칩 히스, 댄 히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인생은 결국 결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하루 평균 150번을 선택한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작은 일에서부터 결혼, 이사 같은 개인의 영역은 물론 직원 채용과 해고, 신규 사업 추진 등 업무 상 결정해야 하는 일까지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 직면한다. 이 모든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는 심사숙고하여 하나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거의 매번, 우리는 더 좋은 길이 있지 않았을까 아쉬워하거나 아마 이게 최선이었을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전작 <Stick 스틱!>과 <스위치>를 통해 누구나 고민하고 답답해 하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꼬집어 명쾌하게 핵심을 파헤쳤던 히스 형제가 바로 이, 불확실함에 맞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가지고 돌아왔다. 저자들은 무의식적 행동에 뿌리를 둔 '결정을 방해하는 4대 악당'을 지목하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생각의 4단계 프로세스 'WRAP'을 제안한다.

자신 있게 결정한다는 것은 완벽한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책은 성공과 실패로 결정을 평가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올바른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현명한 결정으로 이끄는 위트 넘치는 안내서. 그들이 <스위치>라는 엄청난 일을 해낸 것처럼, 다시 한 번 의사결정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해냈다. - 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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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1
휴 하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재미있어요."
선원이었던 남자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는 배 타기를 그만둔 뒤 서점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고, SF 단편 한 편을 자비로 아마존 전자책 시장에 내놓았다. 이 짧은 이야기는 천천히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독자들은 단편의 다음 이야기를 요청했다. 그렇게 다음 이야기가 나오고, 팬들은 다시 열광했고, 다음 이야기가 또 나오고, 결국 다섯 편의 중단편이 연작 형식으로 합쳐져 <울>이 태어났다. 팬들의 환호를 통해 검증받은 <울>은 현재 아마존에서 6,400개가 넘는 리뷰를 받았다.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7이다.

<울>은 디스토피아 SF다. 유독 가스로 인해 지상의 생명이 절멸한 지구 어딘가에 있는 생존자들의 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스를 피해 지하로만 뻗은 144층의 거대한 탑 속에 사는 사람들은 폐쇄 공간의 삶을 겨우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가 이 탑 속에서 벌어졌던 폭동의 기록 일부를 발견하고, 누군가가 그 기록을 강제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 좁은 탑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과연 왜, 언제부터 이렇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 것인가? 누가 이 탑의 역사를 삭제했으며 삭제된 역사의 진실은 무엇인가? 비밀이 하나둘 풀려나가면서 안겨주는 몰입감이 매우 뛰어나다. <울>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다양한 미덕을 애써 들먹일 필요가 없다. 딱 하나 뿐이다.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아내는 조금도 미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까처럼은 아니었다. 말하는 내용은 미쳤지만, 본인은 미친 것 같지 않았다. "뭣 땜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그는 물었다.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물었다. "하드 드라이브에서 뭔가 찾아낸 거야?" 아내가 연구실에서 곧장 에어록으로 달려갔다고 들었다. 진작부터 미친 소리를 해대면서. 일하는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뭘 발견한 거야?" "폭동 때 지워진 것 말고도 삭제된 데이터가 더 있었어." 앨리슨은 속삭였다. "당연히 있었지. 모든 게 지워지니까. 최근 것들도 전부 다." 그러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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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혼불문학상, 홍도를 밤에 품지 마시라"
"세상 모든 빛깔을 모조리 녹여낸 듯 까맣고 동그란 눈은, 세상 모든 벌과 나비들이 탐하고 아낄 만큼 불그스름하고 또렷한 입술은..." 정여립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던 27세 남자 동현은 비행기 안에서 정여립을 죽도 할아버지라고 기억하는 433세의 여인 홍도를 만난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400년의 시간을 오간다.

홍도의 사랑과 이별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교차된다. 기축옥사 때 반역죄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 일본으로 함께 끌려간 선조의 딸 정주옹주, 자치기와의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 조선, 일본, 진주만, 암스테르담, 핀란드, 그리고 한국. 여덟 시간의 비행과 400년의 세월, 운명이 오간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절대적이고 매혹적인 여인 '홍도'의 매력이다. 소설가 정유정이 말한 대로 "<홍도>를 밤에 품지 마시라. 무엇에 홀린 기분으로 꿈과 같은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제3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경상도 진주 땅에서 스무 해를 넘게 한 곳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임금이 제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던 그해였을 겁니다. 과부 행세를 하며 바느질을 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 집 앞으로 사람들이 구름 떼인 양 몰려들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진을 치던 사람들이 제게 달려들었습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니, 손이라도 잡아보자고, 머리터럭이라도 만져보자고, 담이 무너지고 지붕이 무너졌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쳤고 심지어 몇몇은 사람에 치여 죽기까지 했습니다. 죽은 자들 가운데는 어느 고을 수령도 있었습니다.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머리터럭이 뽑히고 옷가지는 다 찢어진 채, 어찌저찌하여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고, 다시는 한 곳에 열 해를 넘겨 머물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동현이 제 입술을 자근자근 깨문다. 아마도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는 모양이다. "그 세월 동안, 좋은 날들은 없었을까요? 행복하고 즐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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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 두 번째 이야기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 지식채널

"성(性)과 미디어, 그 은밀한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재조명한 책이라면, <아이의 사생활 : 두 번째 이야기>는 성(性)과 미디어라는 한정된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50% 이상의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이 되기 전에 음란물 등 유해매체를 접하고, 이를 통해 성을 배운다. 부모에게서 얻는 성 지식은 단 1%에 불과했으며, 부모는 의논 상대로도 꼴찌를 차지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PC게임은 아이들의 방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초등학생부터 스마트폰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는 현실. 또한, 아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폭력과 성에 더 쉽게 노출된다. '설마 내 아이가…', '내 아이는 아직 어린데…' 하는 사이에 성과 미디어는 아이들을 점령한다.

빨라진 성장발달, 미디어 노출, 스마트폰과 PC게임 등 부모가 미처 알지 못하는 혹은 못마땅하지만,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아이들의 은밀한 사생활, 이에 대해 통계와 자료,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 속에서 :방송된 <아이의 사생활2>의 세 가지 아이템 가운데 이 책은 '성性'과 '미디어'를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사생활 중에서도 부모들은 감히 다가서지도 못할 만큼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영역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 영역이 내심 못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다가설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아이들과의 관계만 더 악화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모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아이들은 더 높이 담장을 쌓으며 부모들의 접근을 차단해버리는 악순환....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성'과 '미디어'의 공통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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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서천석 지음 / 김영사

"심리학 멘토 서천석이 전하는 행복의 기술"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를 통해 탁월한 육아 멘토, 심리학 멘토로 자리매김한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의 심리에세이. 매일 아침 청취자들의 아침을 응원해온 화제의 프로그램 MBC 라디오 [서천석의 마음연구소]를 책으로 펴냈다. 천천히 읽는다해도 한 편을 읽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110개의 따뜻한 글이 한 권에 빼곡히 담겨 있다.

이 책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어려움과 아픔에 대한 진솔한 인생 조언과 가슴 깊은 위로를 전한다. 저자 특유의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세심한 처방과 대안들은 각자의 마음 속 상처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방송의 생생한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자 본문 중 14개의 글을 가려 뽑아 책 속 부록 CD로 담았다. 1권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은 2권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내가 내 마음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 내가 네 마음의 풍경을 도저히 바라볼 수 없을 때, 그리하여 찬비 오는 뒷골목을 혼자 쓸쓸히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 책을 읽으며 고요히 생각에 잠겨보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었습니다.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은 내 마음속에 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성찰의 거울이자 이해의 현미경이며, 위로와 치유의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_ 시인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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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윤태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세상 사는 거 다 그렇지 뭐. 정말 그래, 장그래?"
바둑판 위의 집은 최소한 두 개가 되어야 안전하다. 이를 완생이라 하는데, 그냥 착수된 돌 하나 혹은 집 두개가 되지 못한 상황은 미생이다. 사회 경험이 일천한, 실패한 프로기사 지망생. 넉넉치 못한 형편에 우연히 종합상사에 떨어진 고졸 인턴. 흔하다면 흔하고 드물다면 드문 그런 반쪽 짜리 조건들. <미생>의 인기는 아무리 해도 완생이 되지 못할 것 같은 계약직, 정규직 도시인들의 불안 덕분일 것이다.

<미생>의 미덕은 '직장인들의 인생 교과서'라는 다소 못미더운 광고 문구 속에 있는 지도 모른다. 장그래를 비롯한 인물들은 직장 생활의 처세,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고, 성과는 어떻게 내고, 그것을 어떻게 자랑해야 하는지 따위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믿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에 도달하려는 시도가 지치지도 않고 계속된다.

그런 인물들에게 "세상에 저런 회사나 동료가 어디 있어?"라는 질문은 좀 무용하다. 직원을 쥐어짜내려는 회사, 사내 정치와 뒷말, 나태하고 남탓하는 사람들, 내가 보는 것도 못보는 상사,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하소연 등등. 술자리에서 듣던 지겨운 이야기 대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인물들이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 갇혀 있을 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 만화 MD 김재욱

책 속에서 : 
"이런 게 회사였지. 감정적 얽힘을 최소화하려는 사내 에티켓, 업무 프로세스. 그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맞추는 사람들. 업무만 아니라면 크게 부딪힐 일도, 사적으로 시간을 나눠야 할 필요도 없는 존재. 이런 게 회사였지. 일 하나 하면서 무슨 일씩이나 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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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사람들, 성석제 소설집"
<지금 행복해>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성석제 소설집. "울퉁불퉁해진 세상에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기억으로 돌아갔다." 작가의 말대로 이 소설집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어떤 사람들. 치명적인 소녀, 진상을 부리는 소개팅남, 치사한 이웃, 기이한 여행객... 성석제는 '조금은 부족하고 더러는 억울하고 대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모았다.

교통사고 보험으로 차를 수리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치사스러운 삶이 재생되는 <론도>와 불편하고 기이하고 호방한 라오스 여행기 <남방>,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외투를 물려받고 아버지에 대해 알게되는 이야기 <외투>. 수다는 능청스럽게 이어진다.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한 대단한 사건도, 비범함을 지닌 영웅과 누군가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소하고 미미하고, 그래서 평범하고 보편적인 순간들, 인간다운 맛이 그득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나는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애가 타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민주는 이미 내가 도저히 가까이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어느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여자. 한때 읍내 부잣집의 공주 같은 딸이었다가 고아원에서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는 여고생,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어떤 소문에도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하는 청춘. 평범한 사내아이들이나 여자아이들은 민주를 보는 순간, 냄새를 맡고 목소리를 들으면 숭배의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주는 그 모든 숭배자들 하나하나에 관심이 없었고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노골적인 악의가 느껴지는 추문은 민주를 둘러싼 세상이 민주를 소유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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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차이나
김난도 외 지음 / 오우아

"당신은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Consumer Trend Center, CTC)가 중국의 소비 트렌드 변화 흐름을 분석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난 30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다양한 변화를 보인 나라였다. 그간의 중국과 관련된 경제경영 서적들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했다면 이 책은 거대한 중국의 소비시장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분석함으로써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시장 분석과 더불어 3년간의 치밀한 현지 조사와 소비자 심층 분석을 통한 소비DNA별 비즈니스 전략까지 함께 제시함으로써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많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기서 안이함은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전제의 잘못을 뜻한다. 한국식의 안이한 전제, 즉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중국 소비자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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