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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순례
유홍준 지음 / 눌와

"’답사기’와 짝을 이룬 ‘순례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답사기’로 불린다. <국보순례>에 이어 <명작순례>가 나왔으니 이 시리즈도 하나로 묶어 ‘순례기’라 불러도 좋겠다. <국보순례>가 ‘문화유산을 보는 눈’을 주제로 문화재 일반을 다뤘다면, <명작순례>는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이란 부제로 조선시대 서화 49점을 펼쳐 보인다. 화가가 그림을 그린 계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사회적, 예술적 배경 등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가 예술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도록 차근차근 안내하는데, 품격 높은 도판과 유홍준 특유의 이야기 풀이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보는 눈’이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답사기’가 두 발을 움직여 세상이란 작품과 만나는 과정이라면 ‘순례기’는 발은 땅에 붙인 채 눈과 마음으로 작품 속을 유유히 거니는 모습이라 하겠다. ‘답사기’에 비해 소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쩌면 농익은 유홍준의 안목을 즐기는 데, 그리고 깊고 차분하게 대상과 만나는 데에는 더 적합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유홍준의 선언이 새삼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을 손에 잡은 여러분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은 제목과 부제가 말해주듯 명작을 순례하면서 우리나라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을 이야기한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서화 49점을 중심으로 명작의 내력과 거기에 깃든 예술적 가치를 해설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명작 감상 입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펴냈다.(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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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사 1 : 선조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이중톈 중국사, 대장정의 첫 발을 떼다"
중국 최고 명강사이자 학술계 슈퍼맨으로 불리는 이중톈이 중국사 전체를 그리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올 5월부터 분기별로 두 권씩, 최소 5년에 걸쳐 총 36권으로 중국 통사를 서술할 예정인데, 한국어판은 6개월 정도 차이를 두고 차례로 나올 예정이다. 여섯 권씩 6부로 구성되는데 1부 ‘중화의 뿌리’는 진나라 이전 시대를, 6부 ‘대변혁’에서는 신해혁명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까지를 다룬다. 이번에 나온 1권 <선조>는 중국 민족의 기원 여와, 복희부터 태평성세라 불리는 요, 순까지 선사시대 문화의 계통을 수립하고 이어지는 2권 <국가>에서는 세계문명의 계통을, 3권 <개척자>에서는 중국문명의 계통을 정리할 계획이라 한다. 중국사의 뿌리를 찾아 이후 물길을 잡는 부분이니 꼼꼼히 살펴야겠다.

‘이중톈 중국사’의 특징은 무엇보다 시원한 속도감이다. 세세한 사건으로 통사를 채워가는 방식이 아니라 흐르는 역사의 물길을 따라 길이 꺾이는 곳에서는 빠르게 휘몰아치고 평탄한 곳은 유유히 지나가는 방식이다. 특히 1권에서는 실제보다 전설에 가까운 인물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들을 문화 상징의 기호로 여겨 이름과 이미지에 담긴 상징을 추론, 제안, 확인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는데, 이후 역사 시대 인물에서 이런 서술이 어떤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이중톈 스스로 첫 항해가 성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데, 이 대장정의 출발에 응원을 보내며 긴 항해를 온전히 마치고 다시 오늘에 이르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기존 통사를 보며 형성된 내 기대 지평에 이중톈의 중국사는 전혀 부합되지 않았다. 어쩌면 에세이로 쓰인 통사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중톈 자신은 서사시적 통사라고 표현했다.(옮긴이의 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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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김동영 지음 / 달

"<너도 떠나보면 나를..> 김동영 장편소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의 작가 김동영의 첫번째 장편소설. 사랑니 속 줄기세포를 추출해 이식수술을 받으면 자신이 원하는 나이의 외모로 평생을 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후, 인류의 수명은 120세를 훌쩍 넘겼다. 노화를 멈춘 얼굴로 노인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수학을 전공한 90세 노인과 그가 자주 가는 카페의 오십대 여주인과 우연히 만난 여고생이 묘한 친분을 맺는다.

불행이 소거된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반 세기째 담배를 피워도 아무도 나에게 금연을 권유하지 않는 세상,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된 세상, 어떻게 이십 년, 삼십 년을 더 버텨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자살의 시대'를 그리워하고 외로움에 왼 팔이라도 물어 뜯어먹고 싶은 세상. 고독한 노인은 여전히 나약하고, 육체와 정신은 번민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이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죽음은 존재한다. 그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길을 가다 저 뜨거운 여름 햇살에 취해 널브러져도, 암이나 그 어떤 큰 병에 걸린다 해도, 이 세계는 우리를 억지로 일으켜세우고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 죽음의 낫을 빼앗아 저밀리 내팽개쳐버릴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생기를 잃은 채로 살다가 살다가 서서히 아주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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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정철 지음 / 리더스북

"카피라이터 정철이 풀어낸 인생의 단어"
“죽는 날까지 가져갈 당신의 단어는 무엇입니까?” 카피라이터 정철은 이 어려운 질문을 수천 명의 사람에게 던졌고, 수천 개의 답을 받았다. 6개월 동안 모인 단어들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통계를 내 44위까지의 단어들과 순위 밖으로 밀려났지만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단어 일부까지 더해 저자의 생각을 덧입혀 글로 옮겼다.

이 책에 1위 가족, 2위 사랑, 3위 나부터 44위 길, 그리고 순위 밖의 단어 ‘그러나, 굳은살, 자식, 술, 스무 살, 그냥’까지, 총 50개의 단어가 수록되었다.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가족, 사랑, 여행 같은 단어는 누구나의 삶에서 한 번쯤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정철은 인생에서 소중한 단어, 즉 인생의 목적어를 삶의 이야기와 버무려 위트 있게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살아온 인생의 목적어들을 다시 떠올리고,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
머리를 9하라
학교 밖 선생님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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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그 빗소리, 아름다움, 김연수 소설집"
'원도 한도 없어서 그 사람 부인에게 맞아 죽어도 좋았겠는' 사랑을 서귀포에서 했다. 서귀포시 정방동 126-2번지 함석지붕집,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던 빗소리가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갔다. 고작 두 계절에 걸쳐 진행된 사랑이 끝나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 찬란한 청각의 기억은 영원히 계속된다. 그날의 햇빛, 바람, 구름, 젖은 나뭇잎의 냄새 같은 것들.

김연수는 자폐아를 둔 한 가족을 이런 식의 문장으로 서술한다.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확하게 얘기하자. 지금 태호는 깊은 우물 속에 빠져 있다. 우리 목소리는 거기까지 가 닿지 않는다."(깊은 밤 기린의 말 中)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은, 그 상황이 아무리 비참하고 너저분할지라도 아름다움의 기척을 놓치지 않는다. '실제 이 세상에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소설가, 그렇듯 누구보다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는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집. 200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비롯한 열한 편의 소설이 실렸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이모의 꿈은 소박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죽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모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다들 이모보다 먼저 죽었다. 너무 너무 너무 많은 고통과 너무 너무 너무 많은 눈물로 범벅이 된 이모의 얼굴을 보면서. 이모가 병상의 폴에게 읽어준 그 시는 원래 이모가 출연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읽어달라고 했던 시였다. 제일 먼저 그 사람이 죽었고, 그다음에는 이모의 뱃속에 있던 아기가 이 세상에는 어둠만이 아니라 빛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폴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이모에게는 죽어가면서 봐야 할 얼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거기에, 자기 삶에. 엄마의 얼굴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아기처럼, 폴이 숨을 거뒀을 때, 이모는 처량하고 불쌍한, 말하자면 고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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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괜찮은
마가 지음 / 불광

"불교계 대표 멘토 마가 스님의 힐링 메시지"
스님들의 에세이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한 권의 스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공주 마곡사에서 자비 명상 템플스테이를 시작하여 마곡사를 템플스테이 대표 사찰로 이끈 마가 스님의 자전적 에세이집. 스님의 마음 수업을 담은 이 책은 자살기도와 출가, 아버지와의 화해 등 아픈 개인사와 수행 이야기, 명상을 지도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 독서와 생활에서 발견한 깨달음의 기록이다.

출가한 이후에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가슴 속 깊은 상처를 온전히 지우지 못한 스님은 수행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를 향한 자비로운 마음을 발견하고, 내면의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었다. 스님은 자신의 이런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 자비의 마음으로 타인을 대해야 하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치유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에세이 사이 사이에 명상법을 실어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한 슬픔과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저마다 삶 속에서 공감하고 있는 상처와 고민과 아픔이 있습니다. 스님은 이 책에서 우리 시대의 가슴 아픈 현실을 돌아보며 피멍든 마음들을 맑은 물 부어 씻어주시길 원하고 있습니다. ‘밥퍼’에 오셔서 봉사하실 때 곁에서 보았던 그 부드러운 미소와 온기로 말입니다. 자비와 사랑이 춤추는 아름다운 세상을 더불어 함께 만들어가길 원하면서……. _최일도 목사 (다일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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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컬처그라퍼

"겨울 아침처럼 선연한 글, 겨울 볕처럼 따뜻한 사진"
김봉렬 교수와 찾아가는 옛절 기행, 그 두 번째 책이다. 첫 책에서 사진을 담당했던 관조 스님이 여전히 사진을 담당할 예정이었으나, 스님은 책에 실릴 모든 사진을 담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고보니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 처음 나온지도 10년이 넘게 지났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아직 가보지 못한 사찰들이 많았다. 이 두 번째 책에는 선운사처럼 유명한 사찰도 있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더 많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유명세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건물들을 찾아가 어디가 어떻게 인상적인지를 꼼꼼히 살펴 적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이 안겨주는 사색까지 함께 넣었다. 예를 들어 영주 부석사의 빽빽하고 화려한 창살은 건축학적으로나 미적으로나 늘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저자는 이 창살이 절이 만들어질 당시 민중의 소망을 반영한 모양이었음을 들어 과연 어떤 판단이 옳았을까라고 다시 묻는다.

건축가의 냉철한 관찰력과 깊이 있는 사색, 그리고 편안한 사진들이 어우러진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는 이 장소들을 실제로 답사하건 아니건간에 좋은 독서를 제공할 것이다. 읽기 쉬우면서도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언뜻 지나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그만큼 세상이 넓어지니, 당장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기쁜 일이 아닐까.
- 예술 MD 최원호

저자의 말 : 
이번에도 우리의 사찰 건축을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을 설명하고, 거기에 숨겨진 의미를 벗겨 내어 해석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대상들이 내게 던지는 물음들에 스스로 답을 할 뿐이다. 또한 그 답들마저 틀리지 않았는지 끝없이 의심할 뿐이다. 스스로를 우선으로 하는 글이 되다 보니, 일목요연한 흐름도 찾기 어렵고, 화려한 수사도 사라지고, 목적을 가진 설득도 없어졌다. 오로지 사유의 깊이와 문장의 솔직함에 만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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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씩씩하게 슬프게, 김소연 시집"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김소연의 새 시집에 소연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하나를 부쳤다. "너의 지금은 네가 가장 깊은 슬픔로 짠 시간이기에 슬프다. 슬픔만이 진정으로 씩씩한 것을 만든다는 이 아이러니가 슬프다." 김소연의 시는 슬프기에 씩씩하다. 서늘한 중에 애틋함을 읽어내고 적막의 가운데서 빛을 밝힌다.

"도시에서 변두리의 반대쪽을 알아채기 시작했을 때 지구에서 변두리가 어딘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반대말 中) 시인은 슬픔을 발견했고, 그 슬픔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벌거벗은 사람이 되어 부끄럽게 서 있던 그 자리에 더 벌거벗은 한 사람이 나타나 오랫동안 당당하게 울었다" (평택 中) 그리고 슬픈 곳에선 슬피 울었다.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합니다 나는 장미의 편입니다" (주동자 中)라고 단단하게 선언해보기도 했다. '단정한 선분'처럼,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 처럼, 수학자가 상상하는 수의 세계처럼, 슬퍼할 것을 슬퍼한 뒤엔 틀림없이 어떤 정결한 세계가 찾아온다. 김소연의 세계는 이렇듯 우리에게 온다.
-
시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할 수 있는 싸움을 모두 겪은 연인의 무릎에선 알 수 없는 비린내가 풍겨요, 알아서는 안 되는 짐승의 비린내가 풍겨요. 무서워,라고 말하려다, 무사해,라고 하지요, 숟갈을 부딪치며 밥을 비빌 때 살아온 날들이 빨갛게 뒤섞이고 있어요, 서로의 미래가 서로의 뒷덜미에서 창끝처럼 날카롭게 반짝여요, 아슬아슬해,라고 말하려다, 아름다워,라고 하지요, 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초라해질 때, 두 사람이 더디게 몸을 바꾸며 묵직한 오후를 지나가고 있어요... (격전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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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지음 / 민음사on

"치유와 회복의 인문학, 강신주의 감정수업"
콩나물 시루 같은 출근길의 ‘비루함’과 더 나은 출근길을 그리는 ‘야심’, 동료에게 건네는 차 한 잔에 담긴 ‘호의’와 서로를 재보는 ‘경쟁심’, 본받을 만한 상사에 대한 ‘동경’과 상사 같지 않은 상사에 대한 ‘반감’, 일 처리가 깔끔한 거래처에 대한 ‘감사’와 일만 만드는 거래처에 대한 ‘미움’, 퇴근 시간의 짧은 ‘환희’와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메일에 대한 ‘분노’, 연인과의 ‘사랑’과 다른 한 눈에 비치는 멋진 이에 대한 새로운 ‘끌림’, 잠 들기 전 밀려오는 하루의 ‘후회’와 그 하루에 대한 ‘자긍심’.

이렇듯 쉴 새 없이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당신은 어떻게 살아내고 있습니까. 그저 순간의 감정이라며 애써 모른 척하거나 마음 속에만 쌓아두지는 않았나요? 동시대와 뜨겁게 교감하는 철학자 강신주는 이 소중한 감정을 살려내야 우리의 삶이 다채로워질 거라 말합니다. 감정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새겨놓은 길을 따라 마흔여덟 가지 감정의 갈래를 잡고, 각각의 감정을 탐구하여 이야기로 만들어낸 문학 작품을 읽어가며 감정의 결을 세심하게 드러냅니다. 때로는 땅의 속삭임처럼 사근사근하게, 때로는 불꽃처럼 거침 없이 당신의 마음을 휘젓습니다. 그리고 예민한 통찰로 감정이 지나간 휑한 자리를 매만집니다. 이제 당신의 감정이, 그 감정을 느끼는 당신이, 그리하여 삶이 살아납니다. 인문학이 무언가를 치유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이야기 아닐까 싶습니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제 진정한 ‘수업’을 시작하자. 사회가 원하는 영어 자격증이나 전문 지식을 얻으려는 수업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수업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발생했던, 발생하고 있는, 혹은 발생할 수 있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연습하자. 그래서 감정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어떤 신탁을 내리고 무엇을 명령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하자.(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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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금융시대
로버트 쉴러 지음, 조윤정 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금융은 가능하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 그리고 가장 최근 한국의 동양증권 사태까지. 금융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비난여론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책의 결론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의 저자이자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예일대 교수, 로버트 쉴러는 '금융은 결코 돈을 빼앗는 약탈자가 아니며 인류문명을 진보시킨 주체이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이다'라는 결론으로 우리를 이끈다.

책은 CEO부터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로비스트, 정책결정자에 이르기까지 금융업과 연결되어 있는 관계자들의 역할과 책임, 행위규범 등을 소개하는 1부와 금융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살펴보는 2부로 나뉜다. 금융권 참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설파할 때는 매서운 자아비판을 보여주고, 금융의 사회적 순기능을 설명할 때는 행동심리학, 신경정신학, 미학 이론을 넘나들며 '금융'과 '좋은 사회'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화두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한 금융의 민주화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참여의 성격과 정도를 개선하도록 요구한다. 여기에는 금융 시스템의 작용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대로 아는 것도 포함된다. 대중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정보는 지도와 관리, 후원을 자신의 역할로 삼는 자문가, 변호사, 교육자들에 의해서만 제공될 수 있다. ...현재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거의 혹은 아예 얻지 못하고 있다. 대신 사람들이 흔히 맞닥뜨리는 것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려 드는 영업사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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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1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격동의 시대는 지나갔어도..."
이미 한국에서도 수차례 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고미카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이 드디어 정식 계약을 맺고 출간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용에 끌려간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침략국가 일본의 비인간적인 만행과 잔학성을 일본인 스스로 고발하면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려고 애썼던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 격동의 20세기 중반을 다룬 대하소설들은 이제 새로 등장하는 일이 없고 독자들의 관심권에서도 어느정도 벗어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건들이 거대한 격류처럼 세상을 흔들고 쪼개던 날들을 살아가던 인간들을 만나는 경험은 지금 이 땅의 이상한 정적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묘한 감흥을 안겨줄 것이다.

참혹한 고난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겠다는 신념 하나로 고통을 짊어지는 주인공의 삶은 여전히 빛난다. 마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처럼 뜨거운 스토리가 좀처럼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으로 몰아붙이는 정통파 대하 역사소설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인간의 조건》은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한 책이다. 대동아 전쟁 시 일본의 광기어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생각과 휴머니즘적 가치관을 지키려 애쓰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대학시절 수없이 읽었다. 국가, 민족이라는 엄청난 획일적 힘의 크기에 압도당할까 두려웠다. 집단적 쏠림과 신념의 동조에 대한 강요가 강한 문화에서 거리두기에 대한 욕망도 늘 컸다. 그때 주인공에게 느꼈던 진한 공감. 그게 내 대학시절의 중요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권인숙 (여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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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좀 더 가볍고 깊이 있게"
<심플하게 산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미니크 로로의 책이다. 이번 책은 <심플하게 산다>에 대한 일종의 실천편으로 공간, 시간, 관계, 선택, 마음의 정리까지 우리들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며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모든 과잉된 것들,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결정하고, 정리하는 법을 담고 있다.

책은 부엌이나 냉장고 속을 정리하는 스킬에서부터 꼭 필요한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 단순한 삶의 추구, 이 모든 '정리'가 우리 일상과 삶,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과 사회적 환경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결국 심플한 삶을 선택했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 자유, 평안, 조화, 경이로움과 같은 삶의 본질적인 것들, 닳거나 스러지지 않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세월이 흐른 뒤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버리는 것이 그토록 두려운 이유는 그것이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버리는 일은 고통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불합리성에 맞서는 행위이자, 우리 속에 있는 옛 습관과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미신적 성향과 싸우는 일이다. 그래서 어렵다. 우리는 개인의 삶에 접근해갈수록 더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버리는 일은 자신의 삶을 던져버리는 행위와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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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의 역습
유진규 지음,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 김영사on

"99.9% 살균? 우리는 지금 건강을 살균하고 있다!"
타사 제품보다 5배나 탁월한 항균작용을 한다는 핸드워시, 빨기 힘든 섬유 속 냄새와 함께 세균도 제거해 준다는 탈취제, 그리고 청소만으로 집안 곳곳을 99.9% 살균해 준다는 스팀 청소기까지. 이 중 한 제품 정도는 '우리 가족 생필품 목록'에 그 이름을 빠짐없이 올려놓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살균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역사상 유례없는 아토피와 천식, 음식 알레르기로 고통받고 있는 것인가?

이 책은 2013년 3월 방영된 SBS 스페셜 '99.9% 살균의 함정'의 원작으로 청결 강박에 사로잡혀 완벽한 살균을 고집하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충격적인 진실을 밀도 있게 전하고 있다. 위생과 청결에 민감해진 현대인이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까지 모두 죽임으로써, 면역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게 되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아토피, 비염, 천식과 같은 면역질환이라는 것이다. 세균에 대한 무지에서 온 우리의 지나친 청결습관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좋은 세균, '유익균'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 가정/건강 MD 도란

책 속에서 :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취재하면서 나는 인간의 몸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갖게 되었다. 몸은 인간 세포와 미생물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연합체였다. 그리고 알레르기를 비롯한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많은 질환이 이 공생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2년여에 걸친 취재를 마무리하며 정리하는 중에도 내가 취재한 어마어마한 사실 앞에서 겸허해진다. 현미경 속에서 꼬물거리는 그 작은 존재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했던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도 몸의 일부라는 점을 보지 못한 의학계의 낡은 패러다임, 그리고 인간의 우월의식이 문제였다. 현대인의 재앙이라고 하는 각종 면역질환이 그래서 생겼다. 세상에 하찮은 생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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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요, 뭘 쓰라고요?
김용택 지음, 엄정원 그림 / 한솔수북

"자연의 소리를 받아쓰면 그것이 바로 글이 된다"
시인 김용택이 38년 동안 섬진강 시골 초등학교에서, 전국의 강연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글쓰기 수업을 책으로 만난다. 시인의 수업 방식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요점이 머리에 쏙 들어온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기까지 글쓰기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짜임새 있게 정리되어 있다.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습득하는 데 커다란 수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연의 소리를 받아쓰면 그것이 바로 글이 된다’ 하니 이렇게 쉬운 글쓰기 수업이 또 없다.

아이들의 깨끗한 영혼이 그대로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 작품들은 책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물. 글쓰기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구나 감탄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김용택 시인은 자신이 언제부터 책과 사랑에 빠져 시인이 되었는지,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배운 정직과 진실의 힘에 대해 특유의 입담으로 술술 풀어낸다. 무엇보다 독자를 벅차게 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 글쓰기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김용택 시인의 의견일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믿도록 하는 책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 벚꽃을 보고 글을 써 보라고 했습니다. 벚나무 밑에서 놀다가 교실로 들어와 벚꽃을 떠올리며 글을 쓰라고 했지요. 그런데 성민이는 한 줄도 쓰지 않고 놀기만 했습니다. 내가 성민이에게 “성민아, 글 써라.” 그랬더니 성민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뭘 써요?”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다시 “시 쓰라고.” 그랬더니 성민이가 다시 “뭘 써요?” 그러는 거예요. 내가 성질이 나서 큰소리로 “아, 시 써서 내라고!” 그랬더니 성민이가 그때는 “네.”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참 있다가 성민이가 또 물었어요. “그런데 제목은 뭘 써요?” 내가 다시 “네 맘대로 써야지.” 그랬더니 성민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성민이가 「뭘 써요, 뭘 쓰라고요?」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써 왔어요. 어때요? 내가 겪은 어느 한 순간을 붙잡아 글로 옮겨 보는 것! 바로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시 써라. / 뭘 써요? / 시 쓰라고. / 뭘 써요? / 시 써서 내라고! / 네. 제목을 뭘 써요? / 니 맘대로 해야지. / 뭘 쓰라고요? / 니 맘대로 쓰라고 / 뭘 쓰라고요? / 한번만 더하면 죽는다. – 문성민 「뭘 써요, 뭘 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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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난설헌> 최문희, 이중섭에 숨을 불어넣다"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난설헌>의 생애를 치밀하게 그려냈던 작가 최문희가 이중섭의 짧은 생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중섭의 서귀포 시절을 함께했던 여인, 이남덕 혹은 야마모토 마사코의 입을 통해 화가의 예술혼이 선명해진다.

황소, 까마귀, 아이들, 게, 서귀포... 외로운 화가 이중섭의 그림으로 만났던 순간이 문장을 만나 생생하게 살아난다. "우리 새끼 천당 가면 심심하니까 동무하라고 꼬마들을 그렸지"라는 말과 함께, 일찍 잃은 아이를 위해 군동화를 그려온 화가의 사랑, 지네에 물려 퍼렇게 부풀어오른 화가의 손을 내도록 혀로 빨아냈을 아내의 사랑이 지순하게 그려진다. 구상, 박인환, 김환기 같은 예술가와 교류하던 순간 역시 눈길을 끈다. 부산, 통영, 제주도를 떠돌던 외로운 화가 이중섭의 내밀한 이야기가 정돈된 문장에 담겨 독자에게 전해진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그가 쓰다 세이슈 교수에게 보여주었던 뼈대만 그린 소 그림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소가 가진 순응의 미덕을 배우는 거지요. 태어나자마자 코뚜레를 끼이고 목사리를 견디면서 뼈 빠지게 일하고 죽은 다음에도 남김없이 인간의 욕구에 헌신하는 가장 지고한 혼의 동물이라서 존경해요." 녹차 잔에 눈을 박은 채 그가 말을 이었다. "소는 조선 사람의 분신이에요. 물론 다른 소재도 그려요. 다만 소는 운명 같은 소재라서요." 늘 조금은 긴장해 있던 감정의 돌기들이 누그러진 것도 상대가 여자이기 때문이리라. 주변의 여학생들이나 대학생들도 모두 그들 두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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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 은행나무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1941년 5월, 기가 눌릴 만큼 위용이 대단한 배, 기미가요마루에 탑승하면서 한 잠녀 가족의 오랜 여행이 시작되었다. 제주 우도의 검은 모래 해안에서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까지, 제주도의 어느 잠녀 가족의 떠돎의 세월을 작가는 역사와 병치시켜 서술한다. 구월이 해금을 낳고, 메구미가 미유를 낳는 동안, 4대의 신산한 역사가 바다처럼 흐른다.

제주를 잊지 않은 2대 해금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일본인으로 편입하고 싶은 3대 건일(켄), 평범한 일본 여인으로 자라난 4대 미유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로 짝을 이루어 교차한다. 나라를 잃고, 전쟁에 휘말리고,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차별을 겪고 분단된 나라를 자각하는 동안, 검은 모래와 함께 가족의 삶은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백여 년의 세월과 함께 갈등과 오해, 용서와 평화를 이끌어가는 서사의 힘이다.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이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는 평과 함께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여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검은 모래 해안인 검멀레에는 고래들이 살았다는 고래콧구멍동굴이 있었다. 그 동굴을 향해 앉아 몸을 태우고 재잘거리며 보내는 시간들은 어찌 그리도 후딱 지나갈까. 얼마나 큰 고래이며 어떤 고래인지, 매일 같이 똑같은 상상을 해도 재밌었다. 더러는 미역이나 고춧잎, 무 또는 호박 등속을 말리고 있는 평상 귀퉁이에 앉아 말라가는 것들을 질겅질겅 씹으며 해가 옮겨가는 반경에 따라 만물이 그늘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느새 성인 티가 나는 쌍둥이 외사촌 오빠들이 다리가 불편한 외삼촌을 도와 잡아 온 물고기를 손질하는 것도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부모님이 풀어내는 보따리에서 딸려 나올 것들을 미리 상상하는 재미는 매번 짜릿했다. 두어 해를 우도에서 보낸 해금은 그때가 어린시절을 통틀어 가장 발랄하고 아름다운 시절이었음을 훗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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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이재찬 지음 / 민음사

"2013 오늘의작가상, 잔혹한 소녀의 발견"
내신도 외모도, 소녀는 5등급이다. '방변호사'라고 통칭하는 부도덕한 아버지의 외모를 닮았고, 얼굴만 예쁜 엄마의 두뇌를 닮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방 변호사의 경제적 후원과 엄마의 정신적 억압, 학교와 종교의 변태적 시스템에 속박돼 있다"라고 인식하는 소녀,  탈출을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아무도 구원하지 못하는' 구원교회 모임에서 발견한 40대 계약직 공무원 '모래의 남자'에게 부모 청부살해를 의뢰하는 것.

영리하고 기발하고 잔혹한 주인공 '방인영'이 쉴새없이 내뱉는 말이 실제처럼 들린다. 엄마에겐 "내 머리는 엄마 남편을 닮지 않았잖아."라고 말하고, 친구에겐 "살다가 저주를 받으면 내덕분인 줄 알아."라고 문자를 보낸다. 존속살인이라는 비윤리적인 계획을 세우는, 도저히 좋아할 도리가 없는 혐오스러운 인물임에도 그녀가 내뱉는 냉소적인 말의 찰기가 자꾸 시선을 끈다. “소설의 읽는 맛을 제대로 보여 준” ,“놀라운 신예 작가” 라는 평을 받은 이재찬의 첫 장편소설. 2013 오늘의작가상 수상작.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경찰 두 명이 집에 침입한다.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넨 후 물을 달라고 한다. 위로의 말은 "돌솥비빔밥 하나 주세요"와 다를 바 없을 만큼 형식적이다. 고3인데 학교에 아직 나가지 않느냐며 곧 수능 시험을 봐야 할 텐데 큰일이라고 걱정한다. 자기 아들도 고3이라면서. 남을 걱정하는 척하는 건 사실 자기 위안을 하고 있는 거다. '어떡하니'는 '다행이다'와 동의어다. 고모는 내가 살이 찌는 걸 보고 언젠가 "어쩌면 좋니"라고 했는데 난 그때 고모의 얼굴에서 걱정은 커녕 안도감을 읽었다. 고모 딸은 날씬하다.
"집을 아주 깨끗하게 치웠네?"
살인 사건 이후 열흘이 넘도록 현장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서 엉망이었다.
"고모가 사람 시켜서 치웠어요."
"부모님하고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부모님하고 사이가 좋은 사람이 없었어요."
경찰들은 나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도저히 범인을 찾을 수 없는 엉뚱한 질문만 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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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 갤리온

"당신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독일에서 출간 된 경제.투자 관련서 중 독자들의 재산을 늘리는 데 가장 확실한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13년 독일 최우수 경제경영 도서에 선정된 책이다.

똑같은 돈을 벌어도 어떤 사람은 부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평범하게 산다. 이 책은 이런 차이가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역사적 사례와 경제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증명한다. 이 책이 '부자'가 되는 법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좋은 주식을 추천하거나 좋은 펀드 상품, 어떤 펀드 매니저에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 스톡옵션은 어떻게 활용할지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대신 저자는 '부자'와 '돈'의 시작과 끝, 정확히 말하면 '돈을 대하는 사람 심리'의 모든 것을 담았다. 우리의 약점, 특히 돈 관리를 하면서 보이는 약점을 낱낱이 파헤치며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과 자본을 바라보게 한다. 보험, 소비 습관부터 주식, 부동산, 노후 대비까지 돈을 벌고, 모으고,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심사 기준은 단 하나다. 사람들에게 정말로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책인가? 이 책은 심사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독일에서 나온 경제·투자 관련서 가운데 독자들의 재산을 늘리는 데 가장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 더크 헤스(독일 씨티그룹 파생 상품 총괄책임자, 독일 경제.경영 도서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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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사전
정수일 엮음 / 창비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실크로드 사전"
실크로드는 동과 서를 잇고 사람, 물자, 문화가 오가는 길이었다. 수천 년의 세월, 오아시스, 초원, 바다로 펼쳐진 길에는 시간과 이야기가 쌓였고, 이제는 인류 역사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문명의 길로 여겨진다. 실크로드와 문명교류에 평생을 쏟은 정수일은 그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진 실크로드학을 망라하여 표제어 1900여 개에 이르는 <실크로드 사전>을 엮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자국 영토를 중심으로 다루는 한계가, 일본에서는 표제어가 200개 남짓한 소략한 내용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은 문명교류라는 폭넓은 시선으로 실크로드의 위상을 정립하고, 문명교류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하면서, 실크로도의 동쪽 끝을 한반도에서 찾아내 한국의 외향적 세계성을 드러낸다. 규모와 의미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최고의 실크로드 사전이라 할 만하다.

이 사전 최고의 덕목은 현장성이다. 실크로드가 문명교류의 장이라는 말은 문자 속에 갇힌 지 오래고, 실크로드에 가보거나 그 길을 밟아보는 일도 쉽지 않다. 정수일은 스물세 차례에 이르는 실크로드 답사,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히는 <이븐 바투타 여행기>, <왕오천축국전>, <오도릭의 동방기행> 역주 작업으로, 앞서 실크로드를 걸어간 선현의 자취를 깊이 이해하고, 오늘 실크로드에 직접 서서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좁혀준다. 비로소 온전한, 살아있는 실크로드를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더불어 그곳에 가볼 용기도 살짝 품어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실크로드는 고행과 낭만이 함께 간 길이며, 멀면서도 가까이 우리 속에 있는 길이다. 이 길 위에 선현들이 찍어놓은 족적은 세계를 향한 우리 겨레의 쾌거다. 연구의 미흡으로 인하여 몇몇 사례를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왕오천축국전>이나 <지봉유설>, <지구전요> 등 우리의 값진 고전 속에 그려진 실크로드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재현하는 데 유념하였다. 아울러 지금까지 실크로드 3대 간선의 동쪽 끝이 중국이라는 진부한 통념을 깨고, 이 길이 당당하게 한반도에까지 이어졌다는, ‘실크로드 상의 한반도’란 역사적 위상을 사전 문자로 각인하였다.(서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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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판사 퐁퐁이
김대현.신지영 글, 이경석 그림 / 창비

"동물 재판으로 배우는 법과 논리"
행복 마을에서는 동물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퐁퐁이 판사에게 해결을 부탁한다. 다툼이 생길 때 무턱대고 우기거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퐁퐁이는 법의 원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이끄는 믿음직한 판사. 성실한 황소네 배추 농사를 순식간에 망쳐놓은 족제비 경운기 사건부터 하루에 열두 시간씩 공부하라는 교장 선생님에 반대하는 행복 초등학교 이야기까지, 실제로 있었던 다섯 가지 대법원의 판례를 흥미진진한 사건 파일에 담았다.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법 지식을 동물이 주인공이 된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만화를 통해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해 주장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근거를 찾는 방법도 각기 다른 유형의 재판을 통해 연습해볼 수 있다. 마지막 꼭지 '법은 무조건 지켜야 할까?'에서 법의 한계와 법에 대한 국민들의 책임까지 짚어내는 점, 법의 영역을 넘어서 도덕과 윤리의 문제까지 다루는 점 또한 이 책의 미덕이다.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기획 부문 수상작.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 자,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관련된 사건입니다. 이 시험이 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한 시험인 만큼 매우 엄격하게 판결을 하려 합니다. 그러니 두 분은 조금의 거짓도 없이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먼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책임자인 올빼미에게 묻겠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험입니다. 그런 만큼 시험지도 철저히 관리하겠죠?
- 저희는 문제를 출제할 때부터 시험지가 학생들에게 배포될 때까지, 한 문제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시험지를 지킵니다. 개미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할 정도로요.
- 그런데 사슴은 어떻게 시험지를 발견한 거죠?
- 시험지를 운반하던 담당자의 실수로 그만…
- 그럼 당신 쪽 실수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건데 왜 사슴을 처벌해 달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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