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환자들이 좀 줄었다. 매스컴에서 줄었다고 해도 뭐 설마?했는데 정말 느껴진다!! 그렇다고 중환자실에 환자가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병실은 꽉 찼다 (그동안 코로나 환자만 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다양한 환자를 경험해야 하는데 같은 병의 환자들을 계속 만나게 되니까 겨우 3개월 일했는데도 점점 내가 지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런데 지난주부터 약간 다양한 환자들을 보게 되어 의학적인 지식이 늘어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좋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3개월 동안 하루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간호라는 직업은 얼마나 다이나믹 한지!! 나처럼 실증 잘 내는 사람에겐 잘 맞는 직업인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지금쯤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었을텐데. 하하


51살인 남자 환자가 있었다. 보기 드물게 잘생기고 젊은 환자였다.(평균 중환자실 환자의 연령을 봤을 때) 키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영화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이 환자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 Liver failure로 입원한 사람이다. (한글로 병명을 잘 모르는데 검색하기는 귀찮아서) 처음 응급실에 왔을 때는 코로나와 증상이 너무 비슷해서 코로나 검사를 3번이나 받았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 환자가 Liver failure에다가 결국 Encephalopathy까지 되어서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altered mental state이 되었고 기관삽입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multi organ failure까지 되어 매번 간호할 때마다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서 무척 안타까왔는데 죽었다고 한다. 어제 일하러 갔더니 그의 병실이 다른 환자를 받기 위해서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한 번도 아니라 세 번이나 간호를 해서 그런가 좀 슬펐다. 이제는 내가 간호하던 환자들이 죽었다고 해도 처음처럼 마음이 너무 아파서 힘들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슬프다. 더구나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 죽으면 더욱 더. 


다들 어떤 사연을 갖고 중환자실로 오게 되는지 모르지만, 환자들을 간호 하다보면 그 사람들의 사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다른 유닛의 환자들보다 더 오래 머물거나 죽어서 나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제 간호한 환자 중에 한 명은 52살의 여자 환자였다. 위에서 언급한 51세의 남자 환자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사람인데 기록을 보니 2월 3일에 입원을 했다고 나온다. 그녀에 대한 리포트를 낮에 간호하던 간호사에게 받고 환자를 보러 병실로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다. 52살로 안 보이고 82살로 보여서! 내가 그녀가 52살이라는 것이 안 믿어진다고 하니까 그 간호사도 내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그런 생각이 모처럼 들 정도였다.


이렇게 젊어서 중환자실에 온 사람들의 병력을 보면 젊어서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특별히 마약을 하거나 (두 사람 다 마약을 한 사람들이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많이 피거나,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 오래 살고 싶지 않더라도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을 들이자. 현장에서 많은 환자들(이라고 해봤자 고작 3개월 정도이지만) 간호하며 절실히 느끼는 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조그만 습관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오래 살지 않아도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습관이 나에게 좋은 습관일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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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2-26 05:49   좋아요 0 | URL
술이 이제 나이 탓에 주말에 가볍게 즐기는 정도만 마시지만 고기는 여전히 너무 좋아해서... ㅜㅜ

라로 2021-02-26 06:05   좋아요 0 | URL
그래도 고기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세요, 뭐든 적당히...^^;;

비연 2021-02-26 10:09   좋아요 0 | URL
정말 생활습관이 중요한데.. 술과 고기와 운동과.. 맨날 생각만 ;;;;;

라로 2021-02-26 11:36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그래요,,, 이런 글 쓸 자격은 없;;;;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바람돌이 2021-02-27 02:12   좋아요 2 | URL
진짜 의사든 간호사든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라로님
젊어서 자신의 몸을 관리하지 못한 예로 드신거에 뜨끔합니다. ㅎㅎ

라로 2021-02-27 09:11   좋아요 1 | URL
그런 분들을 자꾸 많이 접하게 되니까 그런가봐요,,, 정말 중환자실은 자기 관리 못하신 분들이 90%가 넘네요.ㅠㅠ
우리 아직 젊으니까 관리 잘 해보아요, 바람돌이님!!^^
 
린다의 죽음 2

우리 병원 차지 널스들의 좋은 점은 오늘 내가 본 환자를 내일도 내가 일하게 된다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환자를 만나면 그 환자에게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간호 경력이 오래 되어도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간호사의 스케줄은 인계 받자마자 정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더구나 나처럼 초짜는 의사의 오더 보고, 랩 결과 보고, 무슨 약을 줘야 하는지 보고, 환자 신체 검사도 자세히 해야 하고 등등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래서 이 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버겁다. 그런데 그 전에 봤던 환자를 다시 받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나는 린다를 또 맡고 싶지 않아서 제발 다른 환자를 맡게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사려 깊은 우리 차지 널스는 나에게 다른 사수인 K와 같은 환자 두 명을 맡겼다. K는 아마도 우리 중환자실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는 간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너무 완벽하고 꼼꼼해서 그녀와 몇 번 일했는데 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데 어제도 그랬다.


J가 우리에게 인계한 단 한마디는, "환자가 죽어가고 있어." 그게 다였다. 아무래도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린다에게 너무 미안하고 내가 이러고도 간호사냐? 뭐 이런 자각에 눈물이 나기 시작한 것 같다. 죽어가는 사람을 판단했다는 생각. 린다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뭐라고 그녀를 함부로 판단하고, 구토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간호하기를 꺼렸던 생각. 더구나 저러고 살아 남아서 뭐하겠어?라는 린다에게 뿐 아니라 심각해 보이는 환자를 보면 늘 하던 생각들.


K는 우리가 그녀를 돌보는 시간 중에 그녀가 죽으면 안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뒤치닥거리를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계속 의사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사실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린다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게 되면 그냥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 건데 K는 린다가 목숨이 붙어있을 순간까지 붙어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린다는 거의 8시간을 숨이 넘어가는 숨을 쉬면서 목숨을 붙이고 있다가 J에게 인계 한 후 10분 뒤에 숨을 거뒀다. 나는 혈압 상승약을 주는 대신 몰핀을 주고 싶었다. 어차피 린다가 오래 살 수 없을텐데 마지막 가는 길 고통스럽게 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수에게 몰핀을 주자고 했다가 말만 들었다. 혈압이 저렇게 낮은데 지금 몰핀을 주면 죽음을 재촉하는 거라고. 그녀가 한 시간이라도 더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 나는 몰랐으니까. 사수의 목표를 뒤늦게 파악했으니까. 지금도 후회가 된다. 더 강력하게 몰핀을 주자고 하지 못한 내 어정쩡하고 바보 같은 모습이. 


집에 오면서 술을 산 이유는 K에게 화가 나서다. 너의 편의를 위해서 왜 죽어가는 사람을 편하게 해줄 수 없는 것이니? 나에게도 화가 났다. 나는 왜 멍청해서 한마디 말도 못하고 병신처럼 가만히 있었는지.


린다는 여동생이 있지만 사이가 안 좋아서 사회복지가가 그녀의 여동생에게 연락을 했을 때 오히려 린다의 친구라는 F아저씨에게 연락을 하라며 냉정하게 전화를 끊었다는 기록을 읽었다. 만약 린다에게 누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녀 주위에 고양이들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 발톱을 깎고, 피부를 관리하며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거나, 아니,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지 않더라도 세수하고 이빨 닦는 일마저 안 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니 그 나이에 이빨이 하나도 없고. 틀니도 없었다. 치아만큼 경제력과 문화, 사회성을 드러내는 부위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건강의 이유가 아니라도 치아를 깨끗이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녀는 직업이 있었지만, 주위에는 대부분이 동물들이니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사랑 받는다고 해도 인간과 함께 하는 삶과는 다를 것 같다. 모든 중환자실의 사람들이 같은 경우는 없지만, 대부분의 중환자실에 오는 환자들을 보면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에 대해서 내가 판단 할 수 없고, 알 수도 없지만, 그들의 몸을 검사하다 보면 이 사람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가꿨는지가 보인다. 특히 발톱. 문제가 있으면 숨기기도 가장 쉬운 부분이 발 아닌가? 남에게 드러낼 필요도 없으니. 더구나 사람의 발에 무좀이 생기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무좀이 생겼을 때 치료를 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차이는 크다. 나는 우리 시어머니의 생일 선물로 해마다 페디큐어를 받으실 수 있도록 상품권을 사드린다. 발톱을 잘 관리하는 것은 미를 위해서도 좋지만, 것보다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더구나 나이든 사람들의 발톰 관리는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톱 관리를 자주 해줘야 낙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사소한 일 같지만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귀지. 젊은 사람들도 귀지를 정기적으로 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들면 더. 외로운 사람은 더더.


남들이 있던 없던, 보던 안 보던,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몸을 잘 가꾸고, 작은 습관들이 결국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기. 


린다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난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는 올리지 못할 것 같다. 이틀이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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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1-02-18 09:29   좋아요 1 | URL
라로님 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라로님 마음이 이해되어서 찡했네요.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몸을 잘 가꿔야 한다는 말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늙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건강이 제일 중요하고 건강하려면 그만큼 내 몸을 아끼고 관리해야 하니까요.

라로 2021-02-19 16:20   좋아요 0 | URL
정말 중환자실에서 일을 해보니, 모든 사람의 몸이 다 다르긴 하지만, 젊어서 어떻게 자기 관리를 했나가 노년을 좌우하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소한 것들,,, 치과에 정기적으로 가는 것 정말 중요하고요,,,암튼 언제 이런 사소한 거 관리하는 중요성에 대한 글을 함 써볼까봐요.^^;;
우리 몸 잘 관리해서 건강한 노년을 보내요!!
 
린다의 죽음 1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인 2월 14일에 일을 하러 갔는데 내가 맡게 된 사람이 린다였다. 그날의 내 사수는 L이라는 간호사인데 나이가 64세라서 내년에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베테랑 간호사였다. 그녀는 성격이 온순한 사람이라 나는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경험도 풍부한데 성격도 좋아서 조근조근 잘 가르쳐준다. 특별히 차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내 라이센스가 무사한지 등등.ㅎㅎ


린다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2월 10일에 M이 맡아서 중환자실로 들어오는 것을 도와줬던 욕쟁이 할머니구나 생각을 하고 저 할머니가 나에게도 욕을 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 걱정을 했더랬는데 막상 병실에 가니까 린다는 욕을 하기는 커녕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영어로는 lethargic이라는 상태인데 한글로는 아무래도 무기력한 상태라고 하는 것이 기면 상태라는 것보다 맞는 표현같다. 


그날 낮에 일했던 간호사에게 리포트를 받는데, 그녀가 어떻게 응급실로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중환자실로 오게 되었는지, 그날 하루 자기가 어떤 간호를 했는지 등등. 하지만 내 귀에 들리는 소리가 무슨 늑대소년이 중환자실에 왔다는 소리처럼 들리는, 내 귀와 눈을 의심하게 되는 얘기들 뿐이었다. 


린다의 피부에는 욕창은 없지만 (병원에 2월 10일에 왔으니 욕창이 생기면 안 되지!) 온 몸이 Petechia라는 피부 증상으로 뒤덮혀있고, 더구나 팔과 다리는 커다란 수포가 터지거나 부풀어 있어서 xeroform으로 휘감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수포가 터진 자리에서 진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weeping이라고 얘기하는데 weeping이 너무 심해서 침대 커버 위에 Chux Pads를 계속 바꿔줘야 했다. 간호하면서 상처를 많이 봤지만, 린다의 몸처럼 다양하고 설명하기 힘든 상태는 처음이었다. 손과 발은 타다 남은 보라색의 나무 토막을 연상시켰다. 어떻게 저런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에 오게 되었지? 팔꿈치는 나무 껍질처럼 보였는데 인간의 피부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에 경악을 했다. 그런데 10마리의 고양이와 살아서 그런지 오픈되어 있는 상처에는 고양이 털이 함께 달라 붙어 있어서 상처에서 털이 자란 것처럼 보였다.


발톱은 무좀이 심했는데 관리를 안 해줘서 사람의 발톱이 아닌 언젠가 봤던 타조의 발톱처럼 보였다. 왜 내가 이런 사람을 맡게 되었는지 순간 간호사가 된 것에 회의가 들었다. 예전에 비만인 환자를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 환자에게 왜 이렇게 살았냐고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린다는,,,것보다 더 심했다. 손끝도 대기 싫었지만, NS로 상처를 씻기고 xeroform으로 모든 상처 부위를 다시 둘러줬다. 


이제 겨우 64살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망가졌을까? 남자도 아닌 여자가?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응급실 자료부터 살펴봤다. 그녀는 혼자 살면서 말 조련사의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직업란에 적혀 있었다. 혼자 살고 있는데 쓰러져 있는 것을 이웃사람이 발견하고 911에 전화를 해서 구조가 된 것이다. 구조를 했던 EMT의 기록을 보면 집안에 들어갔더니 집안은 고양이 모래 박스로 뒤덮여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모래 박스는 치우지 않아서 고양이 똥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 위에 그녀가 쓰러져 있었던 거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기괴한 장면이다. 자세히 나오지도 않았는데 읽으면서 구토 나올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우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검사를 하니 그녀는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급성 심근경색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급하게 조치를 하고 살렸지만, 심장 리듬이 A-fib으로 변환이 된데다가 혈압이 급속하게 떨어져 혈압 상승제를 맞아야 해서 중환자실로 오게 된 것이다.


중환자실의 간호사가 2명의 환자이상 보기 힘든 이유가 2시간마다 환자를 체크해야 하고 린다처럼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한 시간마다 neuro check를 해야 한다. 나와 내 사수는 그녀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그녀를 흔들어 깨우고 이름을 부르고, 눈동자를 검색하고 했는데 새벽이 되면서 그녀의 반응이 점점 이상해졌다. 이름을 부르면 눈을 뜨던 린다가 이름을 불러도 아프게 젖꼭지를 꼬집고 가슴을 주먹으로 문질러도 눈을 뜨지 않고 신음만 했다. 역시 베테랑 간호사답게 내 사수는 린다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가 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ABG 오더를 받아 실시하니 헤모글로빈 수치가 4.5였다. 몸에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100%라고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산소를 의심하지 않았는데 좀 놀랐다. 더구나 L이 아무래도 린다가 오래 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나는 아직 초짜라 그런지 그런 것은 안 보이고 그저 징그럽다는 생각만 했는데....


어쨌든 L 덕분에 린다의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감지할 수 있었고 MRI, CT등을 찍고, 피도 수혈 받고 등등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오더에 넣었다. 그것을 아침 담당인 간호사 J가 실행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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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린다의 죽음 3
    from 라로의 서랍 2021-02-17 15:09 
    우리 병원 차지 널스들의 좋은 점은 오늘 내가 본 환자를 내일도 내가 일하게 된다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환자를 만나면 그 환자에게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간호 경력이 오래 되어도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간호사의 스케줄은 인계 받자마자 정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더구나 나처럼 초짜는 의사의 오더 보고, 랩 결과 보고, 무슨 약을 줘야 하는지 보고, 환자 신체 검사도 자세히 해야 하고 등
다시 시작합니다.

오늘 아침에 썼던 L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연을 이야기 해야겠다. 지난 주부터 겼었던(?) 일들이 기억에서 잊혀지기 전에. L을 '린다'라고 부르자. 


2월 10일 나와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나머지 2명도 일을 하는 날이었다. 우리 병원의 중환자실은 'ㅁ'자 형 구도로 되어 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문이 (아무나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뱃지로 들어가야 한다) 열리면 양쪽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ㅁ'자 형 구도의 가운데는 간호 본부가 있다. 간호 본부는 중환자실의 가운데 있기 때문에 다 유리로 되어서 안에서 밖이,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이다. 그리고 간호 본부를 둘러싸고 환자들의 병실이 있는데 다른 유닛과는 달리 다 독방이다. 20개의 병실이 있다. 2명의 환자를 간호사 1명이 보니까 적어도 10명의 간호사가 일을 하고 있고, 차지 널스가 있고, 모니터 텍, 그리고 비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으로 모니터 텍이 비서 역할도 함께 한다. 그리고 RT들, 수송 담당자들, 청소하시는 분들로 중환자실은 언제나 북적인다.


나와 함께 취직이 된 사람들은 원래 3명이었는데 경력자였던 여자 사람이 하루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그만뒀다. 그래서 나와 나머지 두 명이 남았는데 그 두 명은 대학원 과정을 하고 있는 같은 학교의 동기들이다. 한 명은 대학에서 수구를 한 A라는 여학생인데 키도 크고 단단하게 생겼는데 머리가 좋은지 어린 나이(23살)에 벌써 대학원 과정을 하고 있다. 우리 3명 중에서 시험 성적은 내가 제일 좋았지만, 실제 오리엔테이션 성적은 A가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은 M이라는 남학생인데, 처음 오리엔테이션에서 봤을 때 깡패인 줄 알 정도로 간호복도 무슨 군인복을 변형한 것 같은 옷에, 신발은 군장화 같은 것을 신고 왔는데 덩치도 한 덩치하는데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굉장히 불량해 보였다. 그런데 3개월을 함께 일하다 보니 이 친구가 아주 순둥이면서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인상 믿고 망한 적 많은 이유가 해든이의 말대로 나는 너무 편견이, 선입견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이렇게 구조를 설명한 이유는 2월 10일 'ㅁ'에 해당하는 윗부분의 병실 4개 중에서 내가 2곳, 그리고 M이 한 곳을 맡아서 환자를 보고 있었다. M이 한 한자를 본 이유는 다른 환자가 중환자실로 이동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동이 결정되더라도 금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M은 한동안 한 환자만 보고 있었는데 새벽 4시가 되어 새로운 환자가 왔는지 그 병실이 왁자지껄했다.


원래 누군가 새로 들어오게 되면 할 일이 많다. 많은 중환자실 장치를 환자의 몸에 설치하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는 환자의 몸을 자세히 살펴서 피부에 문제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겨놔야 하기 때문이다. 욕창등 피부에 생기는 문제가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는지 아니면 들어와서 생겼는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피부에 생기는 문제 때문에 환자의 목숨이 당장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중환자실에서는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환자 실에 들어와서 피부 문제가 생겼다면 (세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건 우리(병원)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원래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면 다른 간호사들도 도와주기 때문에 좀 웅성거리기는 하는데 그날은 환자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면서 간호사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리가 들였다. 그런데 M을 비롯한 다른 두 명의 남자 간호사들과 남자 RT (RN은 대부분 여자인데 반해 RT는 대부분 남자들이다. 신기함.), 그리고 남자 수송 담당자들이 다 크게 하하거리며 웃고 있었다. "환자는 여자인데 뭐가 저렇게 웃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병실로 갔더니, 새로 들어온 환자는 린다였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이 나간 사람이 욕을 하니까 코미디처럼 보이기는 했다. 더구나 린다는 이빨이 없는지 말소리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서 더 웃겼던 것 같다. 그래도 중환자실에 들어올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M에게 왜 그렇게 웃고 그랬냐고 하니까, 할머니(린다)가 자기들에게 자꾸 욕을 하면서 침을 뱉고 그랬는데 자기 사수N이 (이 사수가 내 사수였던 적도 있는데 착하다) 어르고 달래고 하면서 할머니의 비위를 맞추고 하느라 그랬다고 한다. 잠깐 본 린다의 첫인상은 예전에 내가 학생으로 있었을 때 간호했던 치매 할머니와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린다가 치매로 병원에 입원한 줄 알았다.


그리고 아침 7시 30분이 되어 우리는 퇴근을 했다. 그게 2월 10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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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린다의 죽음 2
    from 라로의 서랍 2021-02-17 13:53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인 2월 14일에 일을 하러 갔는데 내가 맡게 된 사람이 린다였다. 그날의 내 사수는 L이라는 간호사인데 나이가 64세라서 내년에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베테랑 간호사였다. 그녀는 성격이 온순한 사람이라 나는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경험도 풍부한데 성격도 좋아서 조근조근 잘 가르쳐준다. 특별히 차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내 라이센스가 무사한지 등등.ㅎㅎ린다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2월 10일에 M이 맡아서 중환

어떤 한 이웃이 내가 썼던 글이 너무 적나라하다며 도저히 못 읽겠다(?)는 식의 댓글을 달았을 때 나는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면에는 내가 계속 이런 글을 쓰면 즐찾이 떨어져 나가겠다는 걱정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꿈을 꾸었고, 알라딘 북플에 올라오는 '지난 오늘'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간호일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건 누굴 위한 글이 아니라 내 기록이다. 즐찾이 다 떠나면 어떠냐!?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늘 두려워하지? 왜 늘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고 하지? 누가 불만을 재기하면 금새 쪼그라든다.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하여, 내가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하고 있는 이 '간호'라는 일에 대한 글을 이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오늘처럼 누군가 죽은 날.


나는 그 환자의 죽음이 왜 슬픈지 모르겠는데 왜 너무 슬프고, 엄마와 그 환자는 비슷한 점이라고는 1도 없는데 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너무 많이 나는지. 


나의 dayshift 사수였던 J가 그 환자가 죽어가고 있다고 했을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정확히 저녁 7시 30분부터) 그녀가 죽을 것이란 것을 알고 그녀가 죽을 것이란 사실이 자명하기 때문에 혈압과 산소 호흡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의사들을 귀찮게 하고 (계속 전화해서) 모니터를 지켜보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원래 어제부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독립된 간호사로서 홀로 일을 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M과 일하면서 작은 실수를 한 것이 여전히 문제가 되어 오리엔테이션이 2주 더 연장이 되었다. 아무튼, 그 일은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잘 된 일인데, 왜냐하면 내가 지금 독립을 하기에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섣불리 독립을 했다가 실수라도 하면 힘겹게 딴 내 라이센스와 이별을 해야 하니까.


어쨌든 어제부터 (밤에 일을 하니까 시간을 말하기 애매하다) 내 사수였던 K는 흔히 말하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나는 그녀처럼 철두철미한 사수를 만난 적이 없다. M도 K와 비교하면 세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K를 존경(?)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녀는 쉬운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 어제도 긴장을 했었다. K가 그랬다. 원래 코비드가 아니라면 중환자실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맡을 경우 환자와 간호사는 1대1의 비율인데 코로나 때문에 1대1 비율이 엉망이 되었다고. 그래서 L 아줌마가 죽어가는 와중에 나는 F라는 아저씨를 함께 돌봐야 했다.


내 사수 k는 우리가 일하는 동안 L 아줌마가 죽으면 안 된다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약을 최대한 의사에게 처방하도록 해서 결국 아침에 오는 간호사 J에게 인계를 하고 내가 인계 했다는 노트를 작성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L 아줌마가 죽었다. 그녀의 죽음을 계속 지켜봤는데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은 그 누구도 지켜보지 못했다. 나는 그 당시 인계 노트를 작성하는 중이었고, J는 L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는 F아저씨에게 전화를 해서 그녀의 상태를 보고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제 L을 돌본 것이 이틀 째였다. 첫날 그녀를 만났을 때 경악을 했었다. 말 조련사의 조수라는 직책의 그녀는 63세인데 6개월 전까지 평생 병원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더구나 그녀가 집안에 쓰러져 있는 것을 이웃이 발견해서 911에 신고해 응급 구조대가 그녀의 집에 가서 그녀를 우리 병원 ER로 데리고 온 것이다. 그리고 ER에서 ICU로 온 것이다.


그녀를 구조한 EMT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10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인 2월 14일 밤을 잊기 힘든데, 그녀의 온 몸은 멍이 들어 있었고, 오픈 운드라고 온 몸에서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몸에는 xeroform으로 거의 뒤덥혀 있었고 손끝과 발은 피가 통하지 않아서 썩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ER에 도착했을 때 그녀에 대해 증언한 친구 F의 말을 읽어보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 얘긴 나중에.


내가 그녀를 돌 본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그녀의 피부가 썩어가고 있는 것 말고는 겉으로 봤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어제 낮에 MRI를 찍고, CT를 찍은 결과를 읽어보니 그녀는 다발적 중풍이 와서 오래 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J가 나에게 인계하면서 한 말은 "죽어가고 있어". 그게 ""였다.


우리가 일하는 동안 죽은 환자를 처리하고 싶지 않았던 내 사수 K는 결국 그녀가 원하던 대로 인계를 하고 10분 정도가 지나서 그녀의 죽음은 더 이상 우리가 떠맡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12시간 동안 L이 죽기 직전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나는 힘들었다. 일 끝나고 집으로 안 가고 술을 사서 사무실로 와서 이렇게 취중 간호일지를 쓰고 있는 이유다.


다시 자세하게(?)라고 장담을 할 수 없지만, L의 죽음에 대해서 가까운 시일 안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게 될 것 같다. 


죽고 사는 일은 무엇인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 여전히 그 해답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면, 자신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좀 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은 느낌.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주 'I LOVE YOU!"라고 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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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린다의 죽음 1
    from 라로의 서랍 2021-02-17 13:08 
    오늘 아침에 썼던 L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연을 이야기 해야겠다. 지난 주부터 겼었던(?) 일들이 기억에서 잊혀지기 전에. L을 '린다'라고 부르자. 2월 10일 나와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나머지 2명도 일을 하는 날이었다. 우리 병원의 중환자실은 'ㅁ'자 형 구도로 되어 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문이 (아무나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뱃지로 들어가야 한다) 열리면 양쪽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ㅁ'자 형 구도의 가운데는 간호 본부가 있다.
 
 
2021-02-17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1-02-17 02:49   좋아요 5 | URL
간호일지 다시 쓰시는 것 정말 잘하셨어요. 다른 사람보다 라로님 자신에게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쓰면서 많이 치유가 되잖아요. 생각도 정리되고요.
저의 모토가 있는데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에요. 모든 사람이 다 나에게 동의하고 나를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 한 걸로 내가 할 일은 다 한 거라고 생각해요.
라로님 오늘 정말 수고했어요. 집에 가서 푹 주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2-17 07:05   좋아요 4 | URL
거기서 직접 겪고 보시던 라로님만 쓸 수 있는 글이라 정말 좋아요. 한 사람이라도 불편한 글 안 쓰는 일은 불가능한 걸요. 열심히 도와도 사라지는 사람들 지켜주시느라 종일 고생하셨구요. 슬프고 힘들 때는 더더욱 계속 써주세요.

미미 2021-02-17 07:16   좋아요 4 | URL
아니 누가..불편하면 안읽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말이죠. 이런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서 매 순간이 더 소중해진다고 생각해요. 죽는거,아픈거 누구도 예외는 아닌데...라로님토닥토닥♡ 저를 위해서도 토닥토닥~♡ 마지막말 좋아요!!

잘잘라 2021-02-17 11:15   좋아요 4 | URL
간호일지 다시 써주셔서 진심 감사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직접 겪은 것은 아버지 뿐이지만, 그조차 똑바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장례식장에도 수없이 다니지만 사람들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살아있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라 죽음 자체는 이미 피상적인 것이 됩니다.(그러려고 장례식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라로님이 써주시는 간호일지를 읽으며 저는 구체적으로 저의 죽음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저에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일으킵니다. 이것은 라로님이 써주신 글 덕분에 일어난 일입니다. 아침에, 아침밥 포기하고 쓰는 댓글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적나라하게 쓰는 일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어서 썼습니다. 혹시, 어떤 이유로든 다시 간호일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신다고 해도, 라로님이 계시는 여기를 계속 다닐 것이라는 점도 함께요.

기억의집 2021-02-17 08:35   좋아요 4 | URL
라로님 누군가는 데이비드의 책 대신 라로님의 간호일기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L의 상태는 며칠 만에 저렇게 심각할 수 있나요? 조련사의 조수면 활동도 많아서 몸기능이 동년배들 보다 좋았을 것 같은데.. 중풍으로 의식 잃은 휴 오래동안 발견이 안 된건가요?
고양이 열마리는 안락사 당할려나, 걱정스럽네요...

2021-02-17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7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2-17 10:38   좋아요 3 | URL
잘잘라님 말씀에 동감하며 저도 라로님이 어떤 이유로든 간호일지를 공개 하지 않으셔도 라로님곁에 있을겁니다. 전부터 주욱 있었지만 (눈팅만 쭈욱 )인간의 생명을 곁에 지켜주고 간호하는 분의 하루 하루 일과를 남기는건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를 향한 애정과 간절한 희망 살리고 싶다는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라로님 마음이 너덜너덜 해지셔도 글로 문장으로 남기세요. 누군가에게 라로님의 글은 희망이고 살아가는 의지 라는걸!

행복한책읽기 2021-02-17 12:00   좋아요 3 | URL
아아. 라로님. 큰 결단 내려줘 고마워요. 이 일지를 다시 읽을 수 있어 정말 좋고 오늘 읽으면서 생로병사의 평범성과 위대성을 다시 각인합니다. 저는 라로님 일지가 오늘을 이야기해주고 있어, 그 어떤 의학서보다 와 닿습니다. 저는 거기 없지만 라로님 손끝에서 살아난 글들로 마치 가까이서 때론 눈시울 적시며 때론 눈 흘기며 라로님이 지키는 병상을 같이 지키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런 글 읽을 수 있는 나는 행운아 라 생각하며 읽습니다.
그런 행운 또 주셔 고마워요. 이 오전에 라로님 덕에 나를 더욱 사랑하고 싶어졌습니다.^^

2021-02-17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02-17 15:30   좋아요 3 | URL
일일이 댓글 달지 못한 점 이해해 주세요.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제 ♥♥♥♥♥♥♥♥♥♥를 받아주세요!!

비연 2021-02-17 17:02   좋아요 2 | URL
응원합니다~ 라로님의 간호일지, 소중하게 읽을게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라, 정말 나중에 모아서 책으로 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