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오늘 뿐이 아니다. 나는 점점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처럼 되는것 같다. 일상에 염증을 느껴 차라리 벌레로 살아가기를 바라는,,,그러고서도 가족들은 나를 무조건 이해하고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곽아람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나는 책을 읽는다.> 중에 카프카의 [변신]편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한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어떤 지위를 갖고 있든, 나는 '나'라고. 그러니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말은 자기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다. 사회적 관계 속의 '나'는 사회적인 역할이 규정한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회적 의무로부터 도피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가족에게라도 벌레로서의 나 따위는 보여주면 안된다. -p203
어제 꼬마 니콜라를 보러가는 차 안에서 캠프갔던 얘길하다 N군이 그런다.
"엄마는 처녀귀신이 무서워요? 아니면 총각 귀신이 무서워요?"
요즘 뜨뜨 미지근한 난 아무 생각 없다는 듯 대답도 하지 않고 운전을 계속했다.
내 썰렁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계속 얘기하는 N군.
"캠프에서 형들이 귀신 얘기를 하면서 G형은 처녀귀신이 무섭다고 하고요, C형은 달걀귀신이랑 총각귀신이 무섭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귀신들은 다 결혼을 안한 귀신들이잖아요. 결혼을 했으면 처녀나 총각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을 결혼시키면 안무섭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형들이 기발한 생각이라고 했어요."
여전히 썰렁한 나 "잘했다."고 한마디.
그러고 생각해보니 웃으면서 "잘했다."고 해줄껄,,,
아무리 아이에게라도 벌레로서의 나 따위는 보여주면 안되는건데....
집에 가면 N군과 어떻게 귀신들을 결혼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애기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