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이 한국에 온지 어느 덧 5년이 다 되어간다. 이맘때쯤 왔으니까. 2년을 계획하고 온거라 가지고 온거라곤 옷가지와 책 몇권에 N군의 장난감이 다였다. 집도, 차도, 책도, 그릇들도, 피아노에, 가구도 다 놓고 왔다. 지금도 아주 가끔씩 시집갈때 장만한 잘 빠진 이튼 알렌의 펜슬 포스트 침대가 그립다. 그 침대는 지금 시어머님댁 남편이 사용하던 방에 놓여져 있다. 꽃무늬가 화사했던 암체어와 오토맨, 줄무늬의 소파,,,가장 그리운 건 검정색의 미끈하게 잘 빠진 내차,,,,찾아보면 어디 사진도 있을거다.
오늘도 아침 청소를 해야 하건만 내집이 아니라서 그런지 애착이 안간다. 그러고보니 집도 학교에서 주고, 침대도 학교에서 준거, 책상도, 지금 내가 사용하는 이 노트북마저 다 학교에서 준거다. 내가 사용해도 되지만 내것은 아닌, 떠날때 다시 놓고 가야 하는,,,세탁기는 좋은 세탁기를 줘서 잘 사용하고 있지만 냉장고는 넘 작은걸 줘서 남편 연구실로 옮겨놓고 친정 엄마가 큰 냉장고를 사주셔서 잘 쓰고 있다. 김치냉장고도 있는데 그건 교회분이 시어머니가 새로운 김치냉장고를 장만하신다며 쓰시던 걸 준거다. 아직까지 멀쩡하게 잘 사용한다. 그릇들도 다 얻어다 쓰거나 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이라 통일감도 없고 제각각이다. 피아노도 아이들 피아노 선생님께 부탁해서 중고를 산거다.
피아노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 좁은 집에 악기는 또 얼마나 많은지,,, 딸아이가 한국에 와서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 때 사용하던 악기는 1/2사이즈, 거기다 3/4사이즈로 성장하더니 이제는 full size를 사용한다. 풀 사이즈만도 벌써 3개째다. 거기다 N군도 첼로를 배웠어서 N군의 첼로, 나도 N군 도와줍네 하면서 첼로 시작해서 내 첼로, 요즘 남편과 N군이 기타를 배우는지라 남편기타에 N군은 기타가 두대다. 하나는 클래식, 다른건 포크기타. 중학생이 되는 생일에는 일렉기타를 사달라고 하니 그거 사게되면 엠프사야하고,,,ㅠㅠ거기게 비하면 세발에 피지만 해든이의 악기도 만만찮다. 실로폰에 멜로디언에, 탬버린에, 트라이앵글,,,,,휴
한국에 나올때는 짐이 트렁크 8개 뿐이었는데 이제는 늘어난 짐들을 트렁크 8개에 절대 넣을 수 없다. 딸아이의 방에 있는 책만해도 그렇다. 20권정도 들고 온것 같은데 지금 아이의 방에 있는 책은 어름잡아도 400권은 넘는것 같다. 얼마 전에 한 국제학교에서 아이의 책을 팔라는 제안이 있었다. 농담처럼~. 좋은 책만 사준 나의 안목을 알아봤겠지만(헤헤) 돈을 더 쳐준다고 해도 절대 팔수 없다. 다 가지고 가야지. 내 책은 또 어떤가! 중고샵이 생긴 이후로 가장 무서운 속도로 늘어난게 바로 내 책들이다. 구매리스트를 보니 800권이 다 되어간다!!!정확하게 789권! 그러니 책이 책장위, 옷장위, 거실 바닥,,,,책들의 수난이 말이 아니다!! 이 좁은 집에 말이다!!ㅠㅠ 집이 왜 더 좁게 느껴지는가 했더니 4명이던 식구가 5명으로 늘었구나!!!!ㅎㅎㅎㅎㅎㅎㅎㅎㅎ짐도 늘고 사람도 늘었다.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차도 엄마가 사주신거다. 처음에 대전에 왔을 때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영어과외를 하게 되니까 버스로는 기동력이 떨어져 고민하고 있으려니 친정엄마가 아주 작은차를 과외용으로 사주셨다. 이제는 거의 4년을 타고 다니다보니 내 몸의 한 부분처럼 애착이 간다. 차가 작아서 이리저리 쏙쏙 잘 끼어들고 주차도 잘된다. 미국에선 후면 주차를 할 일이 없어서 많이 두려웠는데 얼마전 남편이 나더러 이젠 후면 주차 도사가 됐다며 과장된 칭찬도 해줬다.
아직까지는 관리를 잘 해줘서(카 센타에 정기적으로 간다) 얼마동안 더 타고 다닐 수 있을것이다. 우리가 떠나기 전날까지 지금까지처럼 잘 타고 다닐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어제 밤 남편과 조지클루니가 주연으로 나온 up in the air를 봤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50153123527713.jpg)
영화는 정말 재밌었고 똑똑하면서 뭉클했다. 이 영화로 나는 안티 조지 클루니에서 조지 클루니빠가 된것 같다. 아니 어쩌면 요즘 조지 클루니의 영화만 주구장창 봤기 때문에 세뇌되었을 수도,,,,하지만 암튼 이 영화는 완전 소장감이다. 영화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꽤 매력적이고 조지 클루니의 내면 연기도 좋고, 슬픈 영화지만,,,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는동기부여(?)에 대한 강연도 하는데 늘 백팩을 테이블위에 놓고서 사람들에게 자질구레 한것부터 백에 담아보라고 한 뒤에 그 백이 불에 타면,,,이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사람을 담아보라는 식으로 해서 관계에 대한 얘기도 하는데 나는 클루니가 내미는 작은 백팩에 담고 싶은게 너무 많은거다!! 가지고 있는 책이 800권이 넘는데 그중에 뭘 골라 넣을 것이며, 악세사리(많진 않지만), 옷(책만큼 많다!!),화장품, 신발, 가방,,,,이런것에 생각이 미치자 정말 미쳐버릴것 같았다.
정리 정돈은 커녕 이고 살지도 못할 만큼 살림이 늘어났다.
언제 떠나갈지도 모르는데 이 많은 물건들을 다 가져갈 순 분명 없는데,,,가져가지 않더라도 이제 더이상의 소비는 자제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2010년은 슬림하게 정리해보자.
결국 이것 저것 생각난 대로 적고 보니 결론은 정리 정돈을 잘 하고 살자인건가?ㅎㅎㅎ하지만 정리가 필요한 시기가 된것 같다. 지금까지 소비하면서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창조(?!ㅠㅠ)하면서 살아야겠다. 버릴건 버리면서 욕심내지 말고,,,검소하게 살아보자. 인간 관계도 숫자를 늘이는게 중요한게 아니란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 맺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모두에게 잘해주기란 힘든 일이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를 읽으면서 무릎을 쳤던 구절,,
공사가 분명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차가운 독일인들에게 이런 단체 초대는 드문 일이다. (중략),,,그런 내가 같은 댄스 코스에 다닌다 뿐이지 나이대도 다르고 직업군도 각양각색인, 별로 가까운 사이도 아닌 그들을 가끔씩 초대하는 이유를 궁금해하기에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너희들이야. 암만 친한 친구라도 매주 만나지는 못하거든. 그렇게 자주 보는 사람들과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엔 인생이 좀 아깝다고 생각해."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임혜지, p73~74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관계맺기에 충실하던 임혜지씨.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영양가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인간관계도 내실을 기해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하자고. 알라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직/접 만나는 사람들은 내 가족이지만 인터넷에서 거의 매일 만나는 내 좋은 이웃인 알라딘 친구들과 진실한 교류를 맺고 싶다. 단체로 초대는 못하니까 가끔 이핑계 저핑계로 이벤트를 열긴 하지만 암튼 나 역시 임혜지씨처럼
그냥 댓글만 날리고 살기엔 인생이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사람들 모두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그래서 즐찾도 줄였다. 충실할 수 있는 내 한계 내에서만 알고 지내려고.
2010년은 여러 방면으로
SLIM 해지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