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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를 잘못 사서 100100복 프로젝트의 진행에 무시할 수 없는 장애가 발생하였다. 도대체 니맛도 내맛도 상실한 이 미친 복숭아들은 어디서 온 거지? 신의주? 블라디보스토크? 과채 서랍 속에서 싱글거리는 저 노란 털복숭이들을 다 어이할꼬. 냉장고 손잡이를 움켜쥘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100복은 망조지만 100북의 달성은 안정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00권 아니라 100톤이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100권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자 이제 슬슬 책 읽기도 지겨워지고 있다. 생산적인 뭔가를 좀 해야 하겠다.

 

 도무지 프라하에 있다간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습니다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의타심을 원하는 저 같은 사람을 의타심 속에 가두어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모든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사무실에서 아주 성가시고 참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내심 편합니다또 여기에서 저는 제가 필요한 것 이상의 수입을 얻습니다하지만 무엇 때문에누굴 위해서저는 봉급의 사다리를 타고 계속 올라가겠지요무슨 목적일까요이 일은 제게 맞지도 않고보상으로 독립성을 가져다 주지도 않는데 말입니다그런데 왜 저는 이 일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요제가 사직을 하고 프라하를 떠나는 것은 결코 모험이 아니라 전부를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 프라하를 벗어나면 저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달리 말하면 제가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선하고 올바른 일을 한 대가로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과 지속적인 만족을 느끼는 독립적이며 침착한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그런 인간이-그건 적지않은 수확일 것입니다부모님의 마음에 더욱 드실 것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카프카의 엽서

 

 이탈리아 문법책을 읽어라프랑스어 사전을 아무데나 펼쳐 어떤 프랑스 단어라도 읽어라이번 달에 우리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가 진정한 질문이다.

존 치버존 치버의 일기



180818 - 180822 : 22권



1. 파과

 : 왜 많이들 괜찮다하는 구병모가 syo는 이리도 별로일까 고민해보았다. 거짓말이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답이 나왔으니까. 원인은 문장이다. 중문과 복문의 전면출동으로 인해 호흡이 길어질 대로 길어진 문장들. 심할 경우 네댓개의 문장으로 한 쪽을 먹어버리는 햇님달님 동아줄 같은 문장들. 그래서 왜 그게 맘에 안 드는가 하니, 바로 syo가 그런 문장을 지어내기 때문이다! syo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긴 문장을 읽으실 서재친구님들의 고충이 내 눈동자를 흐려 도저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더라.....

 : 그보다 이야기가 너무 단선적이지 않나?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주인공 할머니 킬러의 배역을 점쳐보는 글들이 많은데, 영화로 만들면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 같다. 단순하다 못해 앙상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의 뼈대가.

2. 춤추는 사신

 : 사신은 死神이 아니라 使臣입니다. 사신인줄 알고 책을 열었더니 사신이더라구요. 

 : 예술이, 언어의 구실이 무엇인지, 나아가 이야기의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기까지 한 현재의 방식으로 계속 구현되어도 좋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했다. 작가라면 한 번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심이 들고 그러는 걸까? 넘겨 짚었나?

3. 섬의 애슐리

 : 결국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나의 사랑이, 나의 역사가, 나의 이미지가, 그 모든 나의 것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나를 언제라도 찌르고 베어낼 것이다. 살을 발라가고 뼈를 훔쳐갈 것이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나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나는 나의 편에 서야 한다. 내가 아닌 그 누구도,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내 대신 다쳐주지 않는다.

4.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 저자가 자신의 독창적인 기법이라도 되는 양 제시하는 '아날로지적 관점'이라는 말의 존재 이유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syo의 모자란 독해력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날로지적 관점의 효용이라는 게 과거의 유사한 조건, 구도, 환경 속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분석하고 얻은 교훈을 현재 정세를 헤쳐나가는 데 사용하자는 것인 듯 하다. 그런데 이건 역사라는 물건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쓰임새가 아닌가? 공기처럼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란 말인가? 웬 생색이지? 물론 유사한 역사적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해 공통적과 차이점을 명백히 제시한다는 것은 이 책이 지닌 장점일 수 있다. '아날로지적 관점'을 들먹일 게 아니라 '아날로지적 편집'이라고 했으면 적당했을 것 같은데.

 : 책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어쩐지 역사를 해독하는 관점도 뭔가 시원시원하고 명쾌하다는 느낌이다. 재미도 있고.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저자에겐 "우국의 라스푸틴"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이 붙어 있다. 개인사도 역사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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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역사, 권력, 인간

 : 젠장, 읽고 바로 뭐라도 끄적여 놨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구석에 밀어 놓고는 다른 책 실컷 읽고 나흘 만에 돌아왔더니 뭘 쓰려고 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읽을 때는 되게 재밌네, 되게 알차네, 그랬었는데요. 책이 부족해서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제가 부족해서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겁니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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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당선, 합격, 계급

 : 일단 문학상에 도전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문학상에 도전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문학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몇 번의 당선, 합격과 대체로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낙선, 불합격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당락과 합불의 결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계급을 몸에 두르고, 위를 비난하고 아래를 비하하며 꾸역꾸역 영차영차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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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도련님의 시대 2

 : 나쓰메 소세키와 쌍벽을 이룬다고 하는 모리 오가이는 의외로 풍성하게 번역되어 있지 않다. <무희>라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독일 여인과의 사랑과 혼인약조와 파혼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뼈대인데, 곰비임비 핑계대면서도 멋있는 척하기 바쁜 모리보다, 남자의 약조를 믿고 일본에 건너온 앨리스가 사랑을 만들고, 지켜나가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한 오백만 배는 더 멋진 것 같다

 

8. 도련님의 시대 3

 : 다쿠보쿠 이 양반 누군지 잘은 모르겠는데, 찌질함이 유카타를 걸치고 사람행세를 한다면 이 모양 이 짝이겠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찌질함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긴 한데, 게중 얘는 단연 노답이다. 눈은 가졌으나 재능은 그 절반밖에 가지지 못해 보들레르가 되다만 인간의 낙오기라고 해도 괜찮겠다.




9. 아무튼, 로드무비

 : 영화라고는 1도 모르고, 심지어 여행은 0.5도 모르는 syo에게 언젠가 꼭 찾아서 봐야겠다 싶은 감독 이름 몇 개를 던져주고는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진 책.

 

10. 열다섯 번의 밤

 :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내는 힘과, 살아낸 인생을 궁굴려 소설을 만들어 내는 힘이 어떻게 서로를 지탱하는 두 개의 발이 되는지, 신유진의 글을 통해 배우고 있다. 그렇게 살아낸 삶이나 만들어 낸 글이 위대하거나 거대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살고 또 써야하니까. 사는 힘과 쓰는 힘의 결맞음이 필요하니까. 내 삶을 쓸 작은 용기를 얻는 것, 다른 사람의 삶을 읽는 큰 이유다.

 

11. 도련님

 : 여기까지의 소세키는 풍자작가에 가깝다. 그의 모든 작품 속에 특정한 인간 유형이나 그 인간을 낳은 시대를 비꼬는 혀가 마치 무늬 고운 비단 속에 몰래 넣어둔 바늘처럼 숨어 있긴 하다. 그렇지만 대놓고 붓을 놀려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책은 초기 두 작품으로 땡이다. 그러니까 14권 전작을 다 드실 분들이라면 출간 순서에 따라 읽지 마시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을 적당히 배치하여 웃음을 도모하시기를.

 : 안 그럼 머리 빠져요.

 

12. 공부의 철학

 : 뻔한 이야기 되게 폼 잡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부란 기존의 환경에 동조하며 살아온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는 자기 자신의 파괴다.’ 라는 말은 멋있어 보이긴 해도, 다양한 장르의 책에서 반복적으로 진술되고 있으며, 자체 어디 하나 특별한 구석이 없는 진부한 이야기다.

 : 개소리를 하진 않는다. 나쁜 책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책도 절대 아니다. 좋은 식상한 책입니다.

 



13.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 남자이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벽들을 이미 클리어한 상태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살면서 이게 정말 무너뜨리지 못할 단단한 벽이구나, 하는 느낌은 나보다 20, 30살 많은 이들과의 대화에서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상대를 이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같다면, 누가 누구를 먼저 조건 없이 이해해야 이 교착상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까. 그리고 먼저 열린 사람의 삶은 실상 어떤 모습일까. 여기 답.

 

14. 도서 대출 중

 : 저자가 읽은 많은 책들이 쭉 이어지는 몇 개의 주제로, 그리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주제를 중심으로 엮여 있다. syo처럼 중구난방으로 읽지 않는다. 삶을 어떤 방향으로 물들이기 위해 읽는다면,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를 배울 책이다.

 

15. 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

 : 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는 어떻게 이토록 사람을 매혹하지 못하는가?

 

16. 한국사특급 떡국열차

 : 숨어 있는 역사로 차려낸 한 그릇 떡국 같은 역사책. 떡국은 가끔 먹는 음식이다.

 :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판단하기 미묘한 지점이 꽤 있다.

 



17. 날씨의 맛

 : 소소한 와중에 독특하고 참신하긴 한데, 어쩌자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 읽을 땐 달콤쌉싸름 참 좋은 맛이었던 것 같은데, 읽고 나니 그게 무슨 맛이었는지 설명을 잘 못하겠다. 한 달이 채 못 가 이 책의 내용을 몽땅 잊어버릴 것이다.


18.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통계학

 : 이 시리즈는 만화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 만화작가 센스쟁이.

 : 200쪽 남짓, 대부분의 공간이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책이지만, 생각보다 든 게 많다. 만만하게 보고 덤비셨다가 중후반부부터는 땀 좀 납니다.

 

19. 본격 한중일 세계사

 : 굽시니스트의 능청스런 말재간이야 의심할 필요가 없지. 만화로 된 역사책이라고 다 웃긴 건 아닙니다. 근데 얜 웃겨.

 

20. 이 정도 개념은 알아야 사회를 논하지!

 : 이 정도 개념은 알아서 기분이 좋았다. 헤헤.




21.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 기본소득의 필요성이며 가능성이며를 syo는 믿어 의심치 않으나, 이렇게 험난한 세상의 중심에서 기본소득을 외치는 책들은 한 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여러 권 읽어서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한 권은 비실거릴 수 있으나 세 권, 다섯 권이 힘을 합치면 이야기는 다르다. 원래 지구를 구하는 일에는 반드시 용사들(혹은 그들이 조종하는 로봇들)합체를 요한다.

 :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탱자탱자 놀 거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은 굉장히 다양한 실험 자료를 통해 이미 박살난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읽을 만한 곳이 그 점을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22. 청소년을 위한 성서

 : 청소년을 위한다고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청소년에게 언제 한번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 군대에서 구약 2회독, 신약 3회독, 특별히 전도서 7회독을 마쳤다. 신앙도 없이 읽었더니 그때그때 깨달은 바가 있었으나 허공으로 날아간 건지, 핏속으로 스며든 건지, 하여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으로 나사로마냥 죽어 있는 성경의 기억을 무덤에서 걸어 나오게 하려 했는데.....

 

 

그나저나, 폭풍이 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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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2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3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가말해줘야지 2018-08-2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글은 항상 술술 읽히고 재밌는 거 같아요 ㅋㅋㅋ 필력 갑,,, ㅎ 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책 마니 읽으시고 글 마니 써주세요! ㅎㅎㅎ

syo 2018-08-23 00:31   좋아요 0 | URL
난예빈님, 별말씀을요!
훌륭한 리뷰어가 되지 못하고 요렇게 빈약한 한줄평으로 이 바닥에서 버티려다 보니.....

이달이 지나면 읽기는 좀 줄이려고 해요 ㅎㅎ

너가말해줘야지 2018-08-2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줄로 그 책을 읽고 싶고 궁금하게 만드는 게 대단한거죠!!! 훌륭한 리뷰어십니다,,

syo 2018-08-23 08:14   좋아요 0 | URL
훌륭한 리뷰어 이웃님들이 바다처럼 넘칩니다. 그 사이에서 밥값만 해도 어디겠어요 ㅎㅎㅎ 난예빈님 감사합니다^-^

독서괭 2018-08-23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syo님의 100북 프로젝트로 인해 제 알라딘 보관함이 터져나가려고 하네요.. 사지도 읽지도 못하고 있는 요즘인데;;

지금 몇 글 연속으로 복숭아 얘기가 나오는지 세어보고 싶어요 ㅋㅋ

syo 2018-08-23 08:15   좋아요 0 | URL
정확히 100북100복 프로젝트입니다. 100북 프로젝트라 하시면 복숭아님이 진노하셔요 ㅋㅋㅋ

(그럴 땐 사지 말고 빌려보세요.....쉿쉿)

psyche 2018-08-23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은 사람 낚는? 꼬시는? 그런거 하시면 잘할거 같아요. ㅎㅎ syo 님이 쓴 리뷰보면 막 읽고 싶은데 이제는 복숭아까지 막 먹고 싶거든요. 올해 syo 님 때문에 마트갈때마다 복숭아를 챙겨 사오게 되었다는.

syo 2018-08-23 08:16   좋아요 0 | URL
제가 잘나서 그렇겠어요. 다 복숭아가 잘 나서 그런 것이지요 ㅎㅎ

이 참에 복숭아 리뷰를 쓸까 봐요??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08-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성경도 몇독 하셨군요! 대단하세요~그나저나 syo님 글 보다가 한번씩 저도 따라하고 있는듯한 느낌...웃겨요 많이 웃겨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복숭아는....맛없는 복숭아는 어쩔...ㅎㅎㅎㅎ 장강명책 소개도 넘 웃김~난 강력히 읽어봐야겠네요! 햐~리스트만 봐도 배가 부르네요 그림의 떡입니다

syo 2018-08-23 10:50   좋아요 1 | URL
군대에서 할 일이 많이 없더라구요.... 오죽하면 신앙도 없이 성경을 읽었을까요. 군대는 정말 기적적인 집단이네요.

따라하시긴요. 카알님 글이 제 것보다 훨씬 알차죠. 저야 띡 쓰는 글이고 카알님은 딱 쓰는 글이지요 ㅎㅎ

카알벨루치 2018-08-23 10:53   좋아요 1 | URL
또 웃음 발산! 띡!딱! ㅋㅋㅋㅋㅋ오늘도 행복하세요 syo님~

nama 2018-08-2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맛없는 복숭아로 잼 만들겠어요. 설탕 듬뿍 넣고 팔팔팔 끓이다가 걸쭉할 때 쯤 스톱!

syo 2018-08-23 17:06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처치곤란 복숭아로 만든 잼이 한 통 있습니다.
근데 그것조차 먹질 않아서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수준이네요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8-08-2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병모 좀 힘들었어요.......1권 읽고 힘들어서 다른 책은 시도도 못함요. 특별하긴 한데 말이죠.

syo 2018-08-23 17:06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찾아 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별로 재미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2018-08-24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4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8-2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경은 꼭 믿음이 있어서 읽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 4대 경전쯤 되잖아요.
책 좋아하고 많이 읽는 스요님이 그래도 그렇게 읽어줘야
어디가 책 좀 읽는다고 명함이라도 내밀죠. 잘했습니다. 짝짝짝~!
솔직히 저 청위성은 제가 좀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신약은 읽을만한데 구약은 영 잘 안들어 오더라구요.

근데 저 카프카 시리즈 꽤 읽었나 봅니다.
전 일기하고 그의 친구가 쓴 평전 읽었는데
뭔 말을 하는 건지 통 모르겠더군요.
전 지금까지 남의 일기가 이렇게 안 읽히기는 카프카가 처음인 것 같아요.
존 치버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ㅠ

카알벨루치 2018-08-24 10:44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 syo님이 대단하다는 것 입니다요 ㅎㅎ

syo 2018-08-24 11:39   좋아요 1 | URL
일기는 정말 읽기에는 최악입니다. 이 양반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장들.....

치버는 좋습니다. 완전이요.

syo 2018-08-24 11:40   좋아요 1 | URL
카알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ㅋㅋㅋㅋ
 


가을을 몰고 오는 문장이 밤을 식힙니다


1

촤르릉 촤르릉 얼음 조각이 머그컵 안쪽 면을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나 한번 흔들어 보는 밤. 생각나는 책, 생각나는 사람의 이름들을 꼼꼼히 옮겨 적어도 땀 흐르지 않는 선선한 밤. 풀벌레 울었다가 앗, 아직 이른가, 하며 금세 정적 속으로 어둑어둑 숨어드는 은은한 밤입니다.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저는 커피를 마시고, 몇 개의 이름을 쓰고, 풀벌레 우는 소리도 들었으니 이제 복숭아를 베어 먹을 거예요. 아삭아삭 늘쩡늘쩡 오늘밤을 노 저어 가려 해요. 누구와 두런두런 하루의 끝을 나눠먹고 계신가요. 혹시 겨울이 긴 이국의 어느 소설가가 빚은 아름다운 문장을 버무려 이 밤의 맛을 내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문장을 조금 나눠주세요. 당신의 밤이 어떤 맛인지, 제게 잠깐 알려 주세요. 그렇다면 저는 제가 훔친 문장을 보여드리죠. 우리가 가진 문장들이 섞여들어 우리의 밤이 서로 닮아갈 수 있도록, 오늘밤의 문장을 교환합시다. 그러기에 충분히 선선하고 은은한 밤이니까요.

 

 

2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오자 하숙집 주인이 "차 한 잔 하실까요하며 내 방으로 들어온다차 한 잔 하자고 해서 나한테 대접하나 싶었는데 거리낌 없이 내 차를 끓여 자신이 마신다이걸 보면 내가 없을 때도 멋대로 자기 혼자 '차 한 잔 합시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쓰메 소세키도련님


웃겼는데, 웃고 나니까 웃은 건 나뿐이고 막상 도련님은 정색하고 저 말을 했겠구나 싶었다. 물론 소세키는 나 웃으라고 썼을 것이다. 그러나 도련님한테는 다른 문제다. 소설을 읽을 때, 여전히 주인공과 거리를 두고 있구나. 우리 안의 코끼리를 보듯 멀찍이 뒷짐을 지고, 코끼리가 울분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을 터뜨리며, 내가 소설을 읽고 있구나.

 

 

3


슬픔을 나누는 것과 불행을 나누는 것은 다르다슬픔은 위로를 원하지만불행은 불행 자신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그것은 불행한 상태그 자체를 가장 좋아하며 변화를 싫어하고 매우 친화적이어서 어떻게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모두를 끌어당기려 한다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불행이란 놈이 그렇다는 것이다그러니 귀를 막고 달아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하듯이 귀를 막고 돌아보지 말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그럴 수 있을까불행을 버리고 가면불행과 함께 남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불행을 버리고 사람을 끌어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그런 기술을 배우고 싶다사람의 말과 불행의 말을 구분하는 법사람의 마음과 불행의 마음을 알아보는 법그것을 안다면 예의 없이 손을 내미는 불행에게 완벽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불행한 사람을 구하러 갔다가 불행에 빠져 죽지 않고 사람만을 건져오는 법지금 우리에게는 그것이 절실하다.

신유진열다섯 번의 밤

 

누구의 길에서나 슬픔은 기다려 우릴 흔들고 불행은 손톱을 세워 할퀸다. 그 아픈 흔적들을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였는가에 따라 길 끝자락에 선 이가 삶을 마주하는 모양새는 달라진다. 누구나 슬프고 아프다. 누구나 불운하고 불행할 것이다. 그 사실이 누구나 저런 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진 않는다.

 


4


 이재영이 죽었다나는 공산당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이제 나는 아무에게도 지켜야 할 약속이 남지 않게 되었다그는 'MB시대'를 버텨내지 못했다. 50이라는 나이는 그런 나이다친구나 지인 한두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것그게 20대와 다른 점 아닐까내 친구들은 참 많이도 죽었다민주노동당에 재영이가 두 명 있었다정책을 맡았던 이재영조직을 맡았던 오재영나는 두 명의 재영이와 모두 친했다오재영은 나와 한 잔 하기로 약속을 잡은 주에 죽었다과로사였다서울시장 선거에 노회찬이 나온 적이 있었다그때 나는 노회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오재영과 그 선거를 치르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의사 박상표는 광우병 싸움으로 유명한 인사다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의 영향을 받아서 나는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다꽃처럼 아름다웠던 친구들이 50이라는 나이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우리끼리 모였을 때너무나 친했던 친구나 지인이 한두 명 죽는 건 술자리 화제 축에 끼지도 못한다그게 20대나 30대 시절의 우리와 50대가 되어버린 우리가 다른 점이다이제는 죽음에 조금 더 익숙하다그렇게 자신의 죽음도 준비해나가기 시작한다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석훈매운 인생달달하게 달달하게

 

이 두 개의 문단들 속에 언급된 인물들 중, 이제 살아 있는 사람은 없다. 우석훈 선생님이 이 글을 썼던 시점에는 한 명이 살아있었다. 이 책이 나오고 한 달, 선생님도 이 두 문단이 죽은 이들의 이름만 지닌 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은 자꾸 죽는다.

 

이 글 속에 살아 있는 사람이 이제 없는 줄 알았는데, 영어로 써 있어서 놓쳤다. 다시 읽어 보니 아직 한 명이 살아남아 있다. 그 사실이 왜 위안이 되지 않는지, 사실 나는 안다.


 

5

, 그럼 다시 읽습니다.

 


모든 책은 필연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제시한다책을 읽기 시작한 모든 독자에게 낯선 정도와 의문의 정도가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 의문은 독서 전에 생긴 것이든 독서 과정에서 생긴 것이든 모두 독서를 이끌어주는 동시에 종종 독서의 여정에서 유일한 지도 역할을 한다책의 세계에는 이로 인해 독특한 경로가 생겨나고 책 읽는 사람은 그 경로의 부분적인 모습만 펼치게 된다.

탕누어마르케스의 서재에서

 

이 책을 프랑스에서 읽었을 때는 비-선동적으로 느껴졌는데여기서 읽을 때는 선동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나는 책읽기가 단순한 활자 읽기가 아니라 그 책이 던져져 있는 상황 읽기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책읽기 역시 전술적이다.

김현행복한 책읽기

 

우리는 '독서하는 피조물'이다단어를 섭취하고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단어가 존재의 수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단어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자아도 확인한다.

알베르토 망구엘은유가 된 독자


인생의 어떤 시기를 기억할 때 나는 책을 떠올린다힘들어질 줄도 모르고 즐거이 읽은 책힘들었던 나를 붙잡았던 책힘듦을 잊게 했던 책힘듦을 극복하게 해준 책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허무로 다시 힘들어지는 나에게 새로운 의미를 보여준 책책을 읽을 때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그래서 십대의 나는 책을 읽고 현실을 잊어버렸다.

김겨울독서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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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2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예뻐라. 예쁜 사람.

syo 2018-08-21 00:18   좋아요 0 | URL
으응? 갑자기요? ㅎ

다락방 2018-08-21 00:20   좋아요 0 | URL
나 잡니다. 굿나잇!

페크pek0501 2018-08-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련님>을 예전에 아주 재밌게 읽은 1인입니다. 웃었을 만큼 재밌고 주인공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고 교훈도 담겨 있지요. 그래서 지인에게 선물도 했었답니다.

syo 2018-08-22 23:20   좋아요 1 | URL
저도 도련님 참 좋아하는데요, 주인공도 퍽 정겹구요.
페크님도 그러시다니 페크님도 정겹다 ㅎㅎㅎㅎ
 

 

여러분, syo끼가 미쳤나 싶겠지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혹시 하루 한 권을 못 읽고 계신다면, 여러분, 그것은 하루 한 개의 복숭아를 안 드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믿으세요. syo가 아니라, 복숭아를 믿으세요. 8, 열탕지옥에서 세례 받은 새끼 악마가 쾌적함을 느끼는 이놈의 계절은 오로지 복숭아가 있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복숭아는 8월의 레종 데트르예요. 8월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가련한 우리를 위해 하늘이 허락한 오아시스예요. 이 미친 8월에 제정신으로 책을 읽으려면 복숭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렁이면 어떻고 딴딴이면 또 어떻겠어요. 여러분, 부디 11복하시고 그 힘으로 11독하시길!

- 전국복숭아영농조합(유령단체)홍보대사(참칭) syo(미치광이) 올림

 

180813 - 180817 : 24권


1.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 정말 잘 깐다! 어메리카에서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 근데 이 아저씨 꼰대. 재미있지만 꼰대. 재밌는 꼰대.

 : 저자 선생이 소개하고 있는 책 가운데 절반은 번역이 안 되었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 또 절반은 코리안 토박이로선 그 존재조차 포착하기 어려운 놈들이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 책은 미국에서도 들어오고 일본에서도 들어오고 있다. 출판사 측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 정말 재밌는데, 정말 남 이야기네..... 이 장르 번역서의 고질적인 문제다.


2. 물질의 비밀

 : 이 두께에 이만큼 했으면 정말 할 만큼 했다. 얇지만 얄팍하지 않고, 단단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3.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다 차치하고 일단, 하이데거 다뤘는데 술술 읽히잖아. 그런 책, 이거 하나밖에 없을 걸?

 : 그러나 중언부언은 좀 아쉽고, 저자 박찬국 선생님이 쓰신 다른 하이데거 입문서가 이 책을 다 덮고도 남음이 있다. 쬐끔 더 어려워서 그렇지, 그 책도 하이데거 책 중에서는 쉬운 편이다. 그 책은 바로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 그런데 지금, 내가 전에 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의 한줄 평을 찾아보니, 이렇게 돼 있다. “중언부언은 있지만, 그래도 하이데거가 읽히는 게 어디냐” ...., 소오오오오름.

 

4.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임승수 선생님은 일단 원숭이 마르크스 시리즈를 펴낸 것만으로도 훈장 달아드려야 한다. 마르크스를 대중의 품에 갖다 안기는 것은, 그의 사상이 위대하다고 아직도 유용하다는 식의 당위나 효용을 가지고 밀어 붙여서 이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단 읽게 해야 한다. 그래서 함량으로만 보면 그 책들보다 더 나은 책들이 분명히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원숭이 시리즈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대체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건 그거고,

 : 이 책은 아무래도 에세이 장르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우선 글맛이 별로다. 그건 치명적이다. 에세이로서의 매력이 없다. 인문서 저자로서의 글과 에세이스트로서의 글은 어느 정도 달라야 하는데, 다르지 못했다. 그리하여 재미가 없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생각해보시기를. 본인의 삶에 대한 책을 내려면, 당신의 삶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 없이 책을 고른 사람을 위해서도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에세이를 계속 펴내고 싶으시다면, 부디 필력을.

 


5.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 이런 책, 은근히 나쁘지 않다. 사놓고 두고두고 펼쳐 볼 함량의 책은 아니지만, 깊이 있게 읽어 볼 철학자를 고르는 단계에서 한 번 슥 훑어보면 좋겠다. 철학책은 정말 나랑 잘 맞는 놈을 읽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렵고 지루한데 빡치게까지 한다면 철학이고 나발이고 아주 똥 되는 거야.

 

6. 레드 예니

 : 부족하다! 인정받는 여러 마르크스 평전들이 함유하고 있는 정보 그 이상의 무언가가 거의 없다. 그 와중에 명색이 마르크스 평전이 아니라 예니 평전이다 보니 마르크스의 사상을 설명하는 데는 지면을 많이 할애하기가 어려웠던 거라, 결국 이도 저도 아닌 특색 없는 책이 태어나고 말았다.

 : 여러 명의 역자가 각기 일정 부분을 번역한 다음 합친 것 같은데, 대표역자나 편집자가 전체적인 조율을 했어야 했다. 앞 챕터에서 이미 마르크스 가족들이 포도주와 셰리주를 실컷 마셨는데, 다른 챕터에 셰리주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스페인 식 와인이라는 역자의 설명이 괄호로 덧붙는다. 하녀 헬레네가 처음 등판하였을 때, 그녀의 별명이 레첸이라는 것이 서술되었는데, 이후의 챕터에 레첸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다시 역자가 괄호를 동원해 설명을 단다. 이런 식이면 온전하게 한 권의 책으로 구성되었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바빴나?

 

7. 출판하는 마음

 : 그러니까 책이라는 물건은, 작가가 끙끙 쓰고 나면 그 뒤로는 휘릭, , 뿅 하고 나오는 건 줄 알았다. 물론 실상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법이니)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휘리리이이이익, 타아아아아악, 뾰오옹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 그런데 책을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다들 부자가 아닌 것 같다. 부자일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은 왜 그런 걸까......

 

8.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 600만이 죽은 자리에서 600만 개가 넘는 이야기가 태어난다. 그 이야기들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른가 하면 같다. 그 다른 이야기들 하나하나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하나의 같은 이야기에도 끝까지 몸을 떨 줄 알아야 한다. 어떤 개별적인 죽음도 개별적이지 않고, 반복되는 거대한 죽음도 식상해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 그런 독자로 살다가 가고 싶다.

 


9. 책방 풀무질

 : 자신의 삶에서 단 한줌도 덜거나 더하지 않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할 줄 알지만 하지 않는 덧셈과 뺄셈, 묵직한 등호의 무게로 읽는 이의 삶을 향해 육박해 들어오는 누군가의 삶이 있다. 그 삶이 들어간 책은 쉬이 읽히나 쉬이 읽히지 않고, 빨리 끝나나 끝까지 끝나지 않는다.

 : 슬픈 것은, 이 책에 추천사를 붙인 다른 모든 책방 주인들로 하여금 저자를 칭찬하는 데 하나같이 버티다‘, ’유지하다‘, ’살아남다와 같은 단어를 동원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개똥 같은 현실이겠다.

 

10.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마찬가지로, 모든 글은 결국 삶에 대한 글이다. 죽음에 대한 글까지도. 그렇다면 글에 채워 넣을 수 있는 삶이 없는 사람, 삶이 모자란 사람, 흐느적흐느적 날아다니는 글을 꾹 눌러 고정할 만큼 무거운 삶의 몸피를 갖지 못한 사람은 어떤 글을 써야 할까. 혹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써도 되는 것일까. 글을 눌러주는 삶, 그 삶이라는 것이 꼭 거대한 업적이나, 치열한 노동이나, 특수한 처지나, 독특한 선택을 통해 빚어진 것이 아닐지라도, 그러니까 내가 그저 그냥 나일 뿐이고 그런 나에 대해서만 쓸 것이더라도, 쓰기 위해서는 만큼의 삶이 반드시 축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글을 쓰는 것은 때론 정말 쉬운 일이다. 삶이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삶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11. 양심고백

 : syo도 정말 꼰대인 것이, 이런 책을 만나면 마음이 좌로 뛰었다 우로 뛰었다 한다. 소재는 신박하기가 이를 데 없고, 너무 대놓고 던지긴 하지만 저마다의 이야기에 큼직한 생각거리도 들었다. 하지만 글이..... . 정말, 이건 문장이 아니라 문자다 싶은 수준까지 미감이 표백된 것들도 있다.

 : 그러나 글은 느는 것이니까, 김동식 작가님이 지닌 이야기에 걸맞은 입담까지 장착하는 날을 충분히 희망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런 책이다.

 

12.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제목 이상의 설명을 덧붙일 수가(필요가) 없는 책. 확실히 실용적이긴 하다.

 : 그럼에도 당장 이 책을 읽고 뭘 얻었느냐고 물으신다면. , 여덟 살 때 우리 집에서 기르던 삼색 고양이 이야기를 해드릴까 하는데요...... (온갖 고민을 해봤는데도 정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법도 추천한다. 책을 사고 글을 읽는 사람 들 사이에서 고양이는 한동안 꾸준히 인기일 듯하다. 어쨌건 고양이에 관한 내용으로 때우면 그중 일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안 될 땐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13. 망작들

 : 작가들이 보낸 작품을 까는 출판담당자의 편지들. 물론 가상의 출판담당자다. 그러나 작가들은 실존 인물들인데, 도저히 출간이 불가능한 망작을 찍어달라고 떼를 놓는 그 철없고 물정 모르는 작가들이란, 플라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카프카, 디킨스, 그리고 성경 쓰신 하느님.....

 : 신랄하고 정확하여 작가의 명치를 가격하는가 하면, 신랄하고 멍청하여 되려 독자 대중이나 출판계의 인중을 후려치기도 한다.

 

14. 뉴욕은 교열 중

 : 이 책은 어쩌면 내 글쓰기에(그럴 일은 드물겠지만 만약 영어로 쓴다면 더더욱)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게 지금 이 순간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비록 읽다 말았으나 우리 오늘은 웃으며 안녕.....

 

15. 교수처럼 문학 읽기

 : 개개의 문학작품은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이슬방울에서 시작하여, 때로는 거미줄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낱낱의 거미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음 작품이 생겨나고, 그 작품이 다시 결절이 된다. 그래서 개개의 문학작품은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독립적인 부분인 동시에 몇 개의 이미지로 문학 그 자체에 융합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내가 쓰는 글은 언젠가 셰익스피어가 썼던 글의 익숙한 변주가 되고, 때로는 셰익스피어가 쓴 글이 미래에 내가 쓸 글의 앙상한 뼛조각이 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syo, 그 어떤 뻘글을 때려도 그것이 문학이라는(혹은 언어라는) 거대한 바다의 성분 분포를 미약하게나마 이동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늘 주의 깊게 써야 한다. 많이 읽어야 한다.

 

16. 시사IN 568

 : 그를 기리며 이 책을 산 사람이 많겠다.

 : 그의 생이 담긴 기사를 꾹꾹 눌러 읽었다. KTX 여승무원 복직 기사와 겹쳐 읽으니 눈물이 조금 차올랐다. 평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두꺼운 걸루다가.





17. 파인 다이닝

 : 알라딘에 올라온 평들을 보면, 이 책의 일곱 작가 중 누구 하나가 찬사를 독점하지 않는다. 꼴랑 5500원 주고 사기에 미안할 만큼, 고르게 좋은 작품들이다.

 : 그녀들의 기나긴 파업투쟁이 쏘아올린 화살은 늦었지만 결국 바른 곳에 도착했다. 그러므로 최은영은 기쁘겠다. syo도 기쁘다.

 : 윤이형에게 자꾸 얻어맞는다. 10년쯤 전인가, 단편 <큰 늑대 파랑>을 읽었을 때는 나중에라도 이 작가에게 정복당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러브 레플리카에 흠씬 두들겨맞고는 어쩌다 한 번 당한 거겠지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았다. 나는 저 사람 펀치에 딱 맞아들어가는 샌드백이다......

 

18. 버스데이 걸

 : , 이 양반 참, 뭘 또 이렇게까지. 안 사요.

19. 우리집 강아지

 : , , , 터지긴 했으나 뻥뻥 터지지는 않을만큼, 딱 그만큼 재미있는 단편.

 : 여기서 말하는 우리집 강아지는 형인데, 형 있는 친구들의 유년을 가만히 돌아보면 형이란 존재는 대체로 개 같은 놈이거나, 개보다 못한 놈이거나, 개보다 더한 놈이긴 하더라만. 이 이야기 속의 형은 유년의 제약을 뛰어넘은 한평생 개 같은 형이긴 한데, 화자인 동생놈도 개로부터 그다지 멀리 서 있는 것 같진 않다. 내게 강아지 같은 형이 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까.

 

20.도련님의 시대 1

 : 나의 사랑 소세키는 은근 찌질한 구석이 있어서 더욱 사랑스럽다. 찌질함은 다양한 조건에서 생겨나는데, 그 중 어떤 종류의 찌질함은 세상에서 소세키가 제일 잘 포착한다. 그리고 그걸 이런 문장으로 그려낸다. “늘 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21. 혼자서 본 영화

 : 정희진 선생님의 책은 항상 빌려 보면서 옮겨 적다가 팔이 아파서 결국 산다.

 : 책 읽은 책의 장르도 정희진이더니, 영화 읽은 책의 장르도 정희진이다. 결국 산다.

22. 책벌레의 공부

 : 옛 성현들의 공부(독서)에 관한 말씀들은 정말 묵직하고 권위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 말씀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또 아니다. 뭘 또 저렇게 까지 싶은데, 또 막상 흘려듣기는 그래서 끄덕끄덕 하면서 옮겨 적곤 한다. 그러나 결국 책을 덮고 나면, 그분들은 위대하셨지 나는 요 모양 요 꼴이지만, 하는 자괴감만 들 뿐 딱히 내 독서가 변하는 건 없다. 실은 선조들이 썼거나 동시대 독서왕들이 썼거나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서책의 서글픈 운명이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좀 권수를 줄이고, 한 권을 먹는 속도를 늦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자주하는 생각이긴 한데, 천천히 읽어도 결국 다 날라가는 건 똑같다 보니 에라이 어차피 이럴 바엔, 하면서 다시 퍽퍽 읽게 되는 것이다. , 내 인생.

23.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 이 책이 김동식 소설집의 마지막 권인데 뭐랄까, 다른 방향으로의 걸음마 같은 것이 느껴진다. 앞의 네 권(중 세 권만 읽었지만)이 상상력과 제재의 파괴력으로 밀어붙이는, 생명력은 있으나 조리 되지 않은 날고기 같은 책이었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이야깃거리의 힘을 조금 빼고 소설이라는 장르의 구조에 의탁하려는 움직임이 살짝 엿보인다. 소설가에게 좋은 일 아닐까?

 

24. 탈주자

 : 시리즈의 첫 작품 추적자이후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레벨업이 확 일어난 느낌이다. 공들인 도입부의 구성, 생각을 많이 해서 지은 티가 팍팍 나는 문장들, 그리고 한층 더 선명해진 주인공 잭 리처의 캐릭터! 이 책까지 읽고 나니, 왜 그렇게 ㄷ님들이 잭 리처 잭 리처 끝나지 않는 돌림 노래를 부르고 계신지 확실히 알겠다. 허허. 멋진 남자 잭 리처. 멋진 남자 김태랑 이후 처음으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순정마초가 나타났어.

 

 


100권까지, 14, 36권 남았다


자, 글을 썼으니 이제 복숭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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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8-1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엔 복숭아를 먹어야겠습니다.
syo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syo 2018-08-17 20:25   좋아요 1 | URL
참 시원하고 기분 좋은 금요일밤입니다. 서니데이님도 복숭아 맛나게 드시고 선선하게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북다이제스터 2018-08-17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빨갱이 마르크스 책은 빼놓지 않고 또 많이 읽으셨습니다. ㅎㅎ 읽어도 읽어도 새롭고 새로운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syo 2018-08-17 20:26   좋아요 1 | URL
ㅎㅎ 부족함이 있습니다. 저도 북다님처럼 뜯어 먹듯 읽을 줄 알아야 할텐데요....

북다이제스터 2018-08-17 20:42   좋아요 0 | URL
뜯어 먹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책 읽다가 꾸벅꾸벅 졸고... 책 대부분은 이해 안 되어 그냥 넘어가고... 책 뜯어먹을 날 왔으면 좋겠습니다. ^^
하여튼 syo 님 독서력과 글솜씨에 오늘도 반성, 자책... 등 복합적 감성을 느낌니다.
하여튼, 우리 화이팅.... 목적은 잘 모르겠지만 책 읽어두면 언제가 뜻하지 않았던 뭔가가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우리 그날까지 화이팅...^^

syo 2018-08-17 23:06   좋아요 1 | URL
북다님도 화이팅!! 복숭화이팅!!

오후즈음 2018-08-1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부터 슬럼프라 한달에 세권도 버거운 날들이었는데 반성하고갑니다 ㅜㅜ 여름이 가기전 일복숭아 일책 해야겠네요

syo 2018-08-17 23:06   좋아요 0 | URL
일단 드셔보시라니깐요 ㅎ 한 개 드시고 나면 한 권 뚝딱!! ㅎㅎㅎㅎ

2018-08-17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8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18-08-1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는 몇 개 남으셨는지요?^^

syo 2018-08-18 08:55   좋아요 1 | URL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에 똑바로 기록을 하지 않아서.... 구매량으로 보면 54과를 사긴 했습니다ㅎㅎ

북홀릭님도 1일 1복 하시기를^-^

책읽는나무 2018-08-18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제 장을 봤었는데 복숭아를 빼먹었네요.다른 과일들에 밀렸~~7월엔 복숭아를 제법 먹었었는데 정작 8월엔!!ㅜㅜ
8월이 가기전에 꼭 복숭아를!!!!

역시나 눈에 들어오는 syo님의 독서기록문입니다.
화이팅입니다^^

syo 2018-08-18 08:57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의 발걸음을 붙잡는 복숭아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셨나요. 전 매번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ㅎㅎㅎㅎㅎ

북 많이 읽고 복 많이 드시는 8월 되세요!! ^-^

비로그인 2018-08-1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 100북100복이라니, 고작해야 올해 1주1책을 결심하고 슬금슬금 실패해가고 있는 이로서 한없이 부끄럽지만, 괜찮아요 사람마다 그릇이 다르니까요(찡긋)! 저는 1년100북도 가까스로 실패한 사람이거든요. syo님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제목이나마) 접하니 그것만으로도 좋네요-^^

syo 2018-08-18 19:37   좋아요 0 | URL
많이 읽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제가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래 읽어도 조만간 다 날라가고 말지요 ㅎㅎㅎ

사실 1년 100북도 대한민국 성인 연평균 독서량의 70배 가량 되는 어마어마한 양 아닌가요.

stella.K 2018-08-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복숭아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한 권은 저에겐 도저히 불가능하므로...ㅠ

<망작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얇아서 별로 마음이 안 갔는데...
저 12번 책은 책쓰기의 연장이긴 한데 좀 재밌고 독특하긴 했어요.
그래도 이미 책쓰기에 관한 책을 여러 번 읽어봤다면 굳이 권하고 싶진 않더군요.
근데 책쓰기에 관한 책을 쓰겠다면 권해보고 싶긴 해요.
이렇게 재밌게 쓰면 좋을 것 같고, 가급적 글쓰기에서 안 다뤄 봄직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더군요.

syo 2018-08-20 16:3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은 괜찮게 보셨군요 ㅎㅎㅎ
작가님이 그렇게 보셨다면 그런 거겠지요. 스텔라님이 책 쓰기에 관한 책 한 권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ㅎㅎ

chaeg 2018-08-2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 알러지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ㅠ_ㅠ

syo 2018-08-20 16:39   좋아요 0 | URL
으으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 ㅠ_ㅜ
그럴 때는 수박으로 대체합시다!! 1박 1북.....

chaeg 2018-08-20 16:41   좋아요 0 | URL
이런 수박ㅠㅠ 🍉🍉
 


100북100

 

1

이제야 밝히는데, 8월의 목표는 책 100권 읽고 복숭아 100개 먹기였다. 그야말로 원대하다. 반환점을 돈 김에 집계해 보니, 힘든 것은 뜻밖에도 복숭아 쪽이다. 하루 3~4개의 복숭아를 먹는 일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굉장하다. 큰 놈으로 골랐거든. 반면 책 100권은 무난하다. 얇은 놈으로 골랐거든.

 

맛있는 복숭아는 1년 중 딱 한 달, 오직 8월에만 먹을 수 있기에 100개는 교양 있는 애도인愛桃人의 기초필수적 할당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도 그렇다. 몇 년째 이상하게도 8월이면 100권을 읽을 수가 있었다. 1년 책 농사 이참에 다 짓는다. 더운 김에 미치고, 미친 김에 읽는 셈이다. 절제라는 건 익은 벼가 고갤 숙인다는 가을에나 하는 걸로 한다.

 

 

2

북플에서 리뷰를 검색하다 보면 딱 한 권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긴 후 표표히 어디론가 떠나버린 유저들의 고적한 서재를 발견하곤 한다. 누구일까 그들은. 단 한 편의 글을 위하여 번거로운 가입 과정을 거치고서는, 결국 단 한 편의 글을 수류탄처럼 던져 놓고 숨어버린 독서판의 게릴라. 그 수류탄은 불발인 경우가 많지만, 가끔, 가끔씩 기적 같은 적시타로 메마른 syo의 이해력에 단비를 뿌려놓고 떠난 이들도 있다. 그러면 하염없이 기다린다. 돌아와요 게릴라, 얼른 와요 신데렐라. 다시 한 번 수류탄을 들고 나타나줘요, 체 게바라.

 

 

3


시대는 소세키를 감싸고소세키는 시대를 꿰뚫는다. (244)

_ 다니구치 지로 외, 《『도련님』의 시대 1》


저 문장이 또 습자지마냥 얇은 내 가슴에 불을 댕긴다. 이러구러 또다시 소세키 타임이다. 우리 집에 전집 있다. 그런데 전집이 우리 집에 있기 전에 난 벌써 저걸 다 읽었다. 그러나 막상 전집이 우리 집에 있는데도 어쩐지 당최 읽질 않는다. 있으니까 안 읽는다. 그게 왜 그런지, 최근 알게 되었다.




책은 빌리지 않으면 읽지 않게 된다장서가 이야기를 들은 바 없는가칠략이나 사고는 황제의 책인데 황제 중에 책을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되던가부잣집 서재에 책이 가득해도 서재에서 열심히 책을 읽는 자식이 몇 명이나 되던가그 밖에 할아버지 아버지 때 열심히 책을 모으고 소장해도 아들 손자에 이르러서는 팔거나 버리는 예가 흔하다비단 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 물건이 다 그렇다남의 물건을 힘들게 빌려 와야 언제 달라고 할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에 애착이 가는 것이다오늘은 나한테 있지만 내일은 돌려줘서 다시 볼 수 없어야 소중히 여기게 된다내 것이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으니 오히려 모셔 놓고 정작 읽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지 않던가.

이인호책벌레의 공부


공감하시는지요? 지금 내 책꽂이에서는 최은영, 김금희, 김봉곤, 김연수가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나서 사놓고 왜 읽지를 않니. 살 때는 사기만 하면 세상 일 다 제쳐놓고 읽을 것처럼 곰살맞게 굴더니만, 책꽂이에 꽂히고 나면 어쩜 그렇게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가 있는 거니. 우리가 버젓이 꽂혀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도서관에서 외간 책 20권을 떡하니 빌려다 놓을 수가 있는 거니. 너란 놈은 도리라는 것을 도통 모르는 거니? 그런 거니? syo, syo, 답답구나, 말을 해 봐라 syo


내 표지를 똑바로 바라 봐. 야, 야, 눈 돌리지 말라고, 인마.



4


 전라북도 군산 바로 옆에 새만금이라는 바다가 있다많은 사람들에게는 있거나 말거나 한 곳이었을 것이다나는 그곳에서 내 삶을 배웠다. 2003년 새만금 방조제 위에 몇 명의 활동가들이 올라가고 경찰들이 물대포를 발사한 날이 있었다삭발하고 농성하던 활동가들이 물대포를 맞고 바다에 빠졌다맨 처음으로 그 시퍼런 바다로 추락한 이는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남윤인순의 남편이자 환경운동연합을 이끌고 있는 서주원 총장이었다두 번째로 물에 빠진 건 여성 시민사회활동가였다그다음 해에 나는 그녀와 결혼했다삭발한 머리가 진짜로 아름다웠던 여인이었다.

 어느 날 밤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열어.” 조그만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막 집에서 나온 그녀가 지금 나의 아내다양가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우리는 동거부터 시작했다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녀에게 꼼짝도 못 한다지금의 삶까지나 스스로 결정한 게 그리 많지 않다삭발하고 새만금 개발에 반대농성을 벌이던 그녀는 아름다운 것을 넘어강하고 잘나보였다그리고 우리의 많은 것을 결정하였다

_ 우석훈,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이 아저씨가 이렇게 능청능청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경제학 잘하는 88만원 아저씨인줄만 알았는데. 그는 웃기기 위해 절대 다른 데로 둘러 가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순간에 자기 아내보다 먼저 서주원 총장을 바다로 밀어버릴 줄 안다.

 

 

5


노회찬의 사진에 이끌려 구매한 시사IN을 통해, KTX 여승무원들의 파업투쟁이 결국 승리로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네이버 뉴스를 전혀 안 본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 채널로는 알지 못했을까. 축하보다 감사에 가까운 마음을 승리자들에게 전하며, 나보다 더 절실히 그녀들의 승리를 기원했던 소설가의 글 한 덩어리를 옮긴다.

 


 수영아.

 난 그날 이전의 나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아그 일을 겪은 많은 동료들이 우리를 떠났고떠나고 있어네가 나보고 그냥 떠나버리라고 말했을 때 내가 너에게 했던 말 기억해사람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말.

 아니야사람은 그렇게 살아도 돼떠나도 돼피해도 돼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 폭언을 듣고 조롱을 당하고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지 않아도 돼너에게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우리 투쟁이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어몸은 고되고 피곤할지는 몰라도 정신만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그런데 아니었어나는 겨우겨우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아.

 전단지를 나눠줄 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회사와 관계된 사람도 아니고본인 이해관계가 걸린 일도 아닌데 얼굴을 보면서 쌍욕을 하는 거야너희가 공부를 잘했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느냐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느냐그런 사람들은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우릴 빤히 바라보는 시선그것만은 절대 익숙해지지가 않아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 내 손을 치고 가는 사람들을 견딜 수 있어그런데 내 앞에 서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모습을 뜯어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힘이 드네.

최은영선택


 

6

쓰는 일이 버겁달까, 버성긴달까, 하여튼 그런 요즘이다. 많이 읽는 것은 자존심엔 독이다. 자주 그렇다. 자꾸 그렇다. 꾸역꾸역 활자를 낳긴 하는데, 중심이 텅 빈 달걀 같다. 똑똑 두드리면 질소가 문을 열고 마중 나오는 과자봉지 같다.

 

나는 대체 커서 뭐가 될까?

 

 




 

정답. 100복숭아 처먹은 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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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8-1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문득 생각해 보았네요.
나라면 100개를????
복숭아 큰건 금방 배가 불러져서 불가능할터??아니지~~복숭아 비싸던 시절 그래도 한 입 가득 베어물고 싶어 간절히 원했던 적을 떠올린다면 100개 거뜬할 것 같기도 하고???무척 고민했네요.
아주 행복하게요^^

그나저나 ‘있으니까 안 읽는다‘는 큰 고민없이 바로 끄덕끄덕 공감백배였습니다^^

syo 2018-08-16 22:11   좋아요 0 | URL
애틋한 마음으로 먹으면 100개를 너끈히 먹을 수 있습니다.... 다시 내년이나 되어야 만날 생각을 하면ㅠㅠ으흑

단발머리 2018-08-1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를, 소세키 전집을 다 읽었단 말이예요? 저기 위에 전집 14권, 14권을 전부 다요?
폼난다, 진짜~~~~~~~

syo 2018-08-16 22:1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폼나는 syo세키입니다.

저 14권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단편들도 번역된 것들은 한번씩 다 읽어보았지요. 아무래도 소세키와는 13년째니까요. 후후후.

단발머리 2018-08-16 22:23   좋아요 1 | URL
syo세키... 이런거 다른 사람이 뺏어갈수도 없는 거... 이런거 부럽네요.
소세키와 syo세키와의 13년 우정도요.
부럽다, 부러워...
복숭아 100개보다 이게 더 부러워~~~

붕붕툐툐 2018-08-1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해 주신 책 중 두 권이나 읽고 싶은 책으로 담았어요~ syo님의 글은 책을 읽고 싶게 만드네요~~
한달에 백권이라닛!!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언제 그런 경지에 갈 수 있을까요? 갈 수나 있을까요?

syo 2018-08-16 23:09   좋아요 2 | URL
오지 마세요. 생업에 충실하세요...
1달 100권은 저 같은 백수나 할 수 있고, 백수라서 할 수 밖에 없는 서글픈 경지랍니다.....ㅠ

카알벨루치 2018-08-1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ㅋㅋㅋㅋㅋ소세끼 안 읽으면 저희 집 앞에 갖다주세여 복숭아 드릴께 ㅋㅋ오늘 참 복숭아 먹는거 까먹었네요 잘 읽고 웃고 갑니다 syo님~

syo 2018-08-16 23:13   좋아요 1 | URL
먹을 복숭아도 읽을 소세키도 잔뜩 줄 서 있는 분주한 8월입니다.
카알님 1일 1복 하시기를ㅎㅎㅎ

목나무 2018-08-17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이유가 있었군요! 저 역시 사놓은 책보다는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에 먼저 손이 가더라니.. .저런 이유가 있었어! ㅋㅋ
소세키 전집 부럽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
복숭아 100개라니.. 알러지때문에 복숭아를 통조림으로 만들어먹는 저에게 syo님은 완전 신기한 사람! ㅎㅎ

syo 2018-08-17 10:23   좋아요 0 | URL
소세키 전집은 꽂아놓기만 해도 벌써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마음이 든든해져서 그런가 읽을 생각이 들질 않네요 ㅋㅋㅋ

복숭아알러지 가진 사람 세상 불행한 사람 ㅜㅜㅠㅜ

조그만 메모수첩 2018-08-1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권! 존경합니다. 올해 더웠던 만큼 복숭아가 달고 맛있었다고 하는데 정작 저는 못 먹어봤네요. 서재라기엔 초라한, 책들과 책꽂이 책상 하나 의자 하나 있는 방이 있는데 저는 그 방을 서점이라고 부릅니다.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많아서지요 ㅠㅠ syo님처럼 100권까진 무리지만 사놓은 책 다 읽기를 올해의 마지막 목표로 잡아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syo 2018-08-17 15:40   좋아요 1 | URL
사놓은 책들은 정말 애증의 존재들입니다. 사기 전에는 그렇게 이뻐보였는데.......

저처럼 무리수 두실 필요 없죠 ㅎㅎ 메모수첩님의 알찬 독서를 응원합니다!! 존경 같은 건 넣어 두시구요 ㅎ

모운 2018-08-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를 그리 좋아하시는지 처음 알았네요. 시댁이 복숭아 과수원을 하여 100개씩 막 보내주는데 다 먹을 사람이 집에 없어 어린이집이며 경비실이며 노나주었답니다. 그랬답니다. 응.

syo 2018-08-17 18:01   좋아요 0 | URL
복받으시겠어요.
문 작가님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복숭화이팅!
 

 

여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육즙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syo가 더위를 못 참고 더 괴로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수록 더위가 syo를 못 참고 더 괴롭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오늘날, 피서避暑라는 말은 꺼지라 그래. 오직 피난만이 있을 뿐이다.

 

옛 성현들께옵서는 아무리 무더워도 마음을 여미고 책상 앞에 정좌하여 공자 왈 맹자 왈 하시면서 사랑도 잊고, 이별도 잊고, 눈물도 잊고, 덤으로 더위도 시원하게 잊으셨다고들 한다. 진짤까? 공풍기 맹어컨, 과연 그게 얼마나 시원한지, 다음 주에는 논어 맹자 한 번 읽어 볼까 싶다.

 

180808 - 180812 20권


 

1. 사랑하는 개

- 박솔뫼에 대한 syo의 기본적 입장은 이랬다. 문장에 주어가 없거나, 주술 호응의 의지가 없거나, 주제가 없거나, 있는데 무슨 생각인지 알려줄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내게 읽는 눈이 없거나, 뇌가 없거나, 그것도 아니면 새 시대에 발맞출 감각이라도 없거나. 박솔뫼와는 정말 끝내 인연이 없거나,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거나.

- 그래도 단편은 장편보다는 여러 모로 인자하다. 이런 망할, 나란 놈은 도대체! 하면서 책을 던져버리는 슬픈 사건은 생기지 않는다심지어 이제는 이게 다 은근히 귀여운 글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하고 타박하는 성난 syo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뭘 또 그래, 박솔뫼잖아, 하며 누그러뜨리는 새로운 syo가 생겨났다. , 인간이란 결국 이런 식으로 길들여지는 동물이지.


2. 아무튼, 외국어

- 세상에는 정말,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이 많다- 아무튼 시리즈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면서 깨닫는 가장 통렬한 진실이다. 기쁜 진실이다. 어디서 저런 사람들을 자꾸 찾아내는 거지?

- 쓰고는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주 한다. 아주 가끔 진실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헛소리다. 쓰면 쓴다. 못 쓰니까 못 쓰는 거지. 소재가 아니라 실력 탓- 아무튼 시리즈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면서 깨닫는 두 번째로 통렬한 진실이다. 슬픈 전설이다.


3. 술어집

-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리 유용하지도 않다. 철학용어 사전으로서 그리 엄밀하지도, 풍부하지도 않아 보인다.

- 인용되는 최신의 문헌이 30년도 더 전의 책들이다. 지식이 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3000년이 지나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우기는 일이 오만이듯이, 30년이 지나면 그만큼의 공백, 그만큼의 읽을 것들이 생기는 법이다.

 

4.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 SNS 글장사가 철학을 가지고도 펼쳐지는구나. 깊이가 없는 게 단점이지만, 대신 피식이 있는 게 장점이다. 퉁 치면 남는 장사일까, 밑지는 장사일까.

- 깊이가 없다고 대놓고 말해도 하나도 미안하지 않다. 그것은, 이 책이 철학적 지식을 정말 눈곱만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다. 예를 들면, 작가는 <여성스러운 것과 여성 혐오 사이> 라는 꼭지의 글에서 너 그렇게 하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혐오를 단호하게 지적하고 있지만,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는 꼭지에서 그림 작가는 분홍 원피스에 파란 백을 왼쪽 어깨에 맨 붉은 입술의 아가씨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뜨거운 거 주세요. 라떼에 우유 빼고 주시던지.” 라고 말하는 삽화를 그려 넣었다. ’형용 모순에 대해 설명하는 꼭지이기 때문에, 삽화 속 저 발언자가 여자, 그것도 겉치레만 요란하지 골빈 년이라는 혐오의 스테레오타입을 재생산하는 모양새의 여자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여자를 그려 넣은 것일 수도 있는데 비약이 심한 거 아니냐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그림 작가 스스로 여자 원피스 아래쪽에 써 놨다. “차도녀라고글 작가가 직접 그린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한 권의 책에서 글과 그림에 모순이 발생하면 우리는 의심하게 된다. 책을 파는 데는 진심이 별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쯤에서 책을 탁, 덮었다.

 


5. 죽은 자로 하여금

- 처음 만난 이후로 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편혜영은 계속 편혜영이다. 편혜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더 나은 편혜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편혜영이다. 난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 어떤 고통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부터 온다. 또 어떤 고통은 그저 작은 선택으로부터 오지만 결국 되돌아가 그 선택을 잘못으로 바꾸어놓기도 한다. 과오에 의해서건 조심성 없이 내린 결정에 의해서건, 일단 굴러가기 시작한 고통은 시간을 몸에 붙이며 그 몸피를 불린다. 이 국면과 전혀 무관한 과거의 다른 잘못이나 선택들까지 소환하여 어떻게든 우리가 괴로워해야만 하는 명분을 세운다. 따끔함을 느꼈을 때, 이미 늦었다. 아픈 데가 어딘지 여기 저기 만져보고 짚어보는 이의 손에 잡히는 것은 좌절뿐이다. 설령 운이 좋아, 우리에게 가해진 이 모든 타격이 타인이나 구조의 간악한 음모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그냥 그뿐이다. 보상 같은 건 없다. 일단 우리를 덮치기로 마음먹은 고통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알몸이다. 이유 없이 죽은 자다.

 

6. 과학자의 철학노트

- 진짜 제목대로다. '과학자(스테레오타입 이과생)'가 만든 철학 '노트'. 철학 지식에 대한 필기 노트 이상의 무엇이 되기는 어려운 책인 듯. 물론 압축적 지식을 획득하여 어디 가서 뽐낼 목적으로 읽기에는 충분하다. 고수들에게 걸리지만 않는다면. 다행히도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전공자가 아닌 이상 철학 고수를 만나는 일이 되레 어렵다. 그 사람들은 나돌아 다닐 시간을 아껴 들뢰즈와 데리다를 읽는다. 그러니까, 지식을 뽐내기 위해 이 책을 고른 당신은 전공자들만 피하면 됩니다.

 

7. 뷰티 인 리딩

- 자기계발서가 즐겨 구사하는 전략을 도입한 것이 독특하긴 하나, 결국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별다른 독창성이 없고, 문체 역시 거기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평범한 책인 것인데, 그래도 굳이 장점 하나 꼽아 보자면, 좀 별론데, 싶을 때면 어떻게 알고 독서하는 사람이 찍힌 사진이 빵, 하고 등장한다. 그러면 그 사진을 좀 오래 보면서 어쩐지 마음이 낙낙해지는 것이다. 책 읽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것, 그것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고질병이다.

- 당신이 알고 싶을 때, 당신을 좀 더 서둘러 사랑하고 싶을 때, 나는 당신을 어떤 책 읽는 모습 앞에 데려다 놓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당신의 입가를 바라보겠다. 그곳에서 미소를 찾겠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여, 집중하여 책 읽는 모습을 만나면 당신은 밀물처럼 당신을 덮치는 미소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8. 사흘 그리고 한 인생

- 피에르 르메트르의 책을 처음 읽었다. 이제는 찾아서 읽게 생겼구나.

- 심리묘사가 좋다고 한다. 그렇다. 특히 죄를 지은 아이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고. 그도 그렇다. 그러나 syo가 보기에, 그가 제일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은 섹스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서의, 그러니까 섹스 한참 전, 직전, , 직후, 한참 후 남자의 심리인 것 같다. 생동감 넘치는 찌질함이랄지, 찌질함 넘치는 생동감이랄지 뭐 그런 것이 느껴진다. 도스토예프스키가 21세기에 돌아와 글을 써도 이 영역만큼은 르메트르를 쉽게 꺾지 못할 것 같다ㅋㅋㅋㅋㅋ아닌가? 뭐야, 또 나만 쓰레긴가?

- 하여간, 마음의 요동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그 요동이 인간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설명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그 힘은 별 것 아닌 이야기에도 몰입하도록 독자에게 채찍을 친다.



9.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

- 첫 페이지를 딱 열면, 21세기 지식자본주의 성공의 화신인 저커버그가 딸에게 양자역학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상기시키고, 그가 칭화대학교에서 강연하며 양자역학 공부가 자신의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그렇다면 우선 고전 물리학의 세계로 한 번 빠져 보자면서 대뜸 뉴턴의 인생역경을 묘사한다. 이쯤 되면, 이미 syo의 눈은 가늘고 미간에는 주름이 잡힌다. 마음은 싸늘하게 식는다. 표지에는 마윈의 스승이라는 저자의 신분증명과 , “마윈과 마크 저커버그는 왜 양자역학을 공부했을까?” 하는 글귀가 대놓고 박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이라는 제목 자체도 참 애쓴다는 느낌을 자아내지만, 그 가운데 세상쉬운위에 방점까지 탁탁 찍어 놓은 것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것만 같다. 심지어 과학책에다가도 이런 짓을 한다는 데에 빡쳤다가, 반대로 이런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과학책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반증인가 싶어서 목이 멘다.

- 읽어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과학에 있어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훨씬 못하다(실제로 어른들은 돈 버는 일과 무관한 대부분의 지식에서는 아이들보다 약하다. 18세는 대체로 미분을 할 줄 알지만, 38세의 팔 할은 미적분을 인간의 무식함을 질타하기 위해 지옥에서 만들어 낸 단어쯤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에게도 꽤 괜찮은 책이다! 간결하고 친절하다. 앉은 자리에서 빠바박 읽고 휘리릭 던질 수 있는 책이다. 최소한 쉽다는 부분에서만큼은 제 이름에 스스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는 책 같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두껍고 어려운 양자역학 수업이라는 책을 읽어도 양자역학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란 어려운 마당에, 큰 기대는 가지지 마시길. 실제로 양자역학 자체보다, 양자역학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자잘한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로 보는 책이다.

- 그러니까, 1. 기대하지 마시고, 2. 웬만하면 빌려 보시라는 말씀.

 

10. 아무튼, 쇼핑

- 다양한 주제, 그리고 그 주제에 맞춤하여 더욱 빛나는 문체, 그리고 그 문체의 주인들. 정말 이 시리즈가 품고 있는 다양성의 미덕이란 잠깐 칭찬하고 말 수가 없다그러다보니 정말 취향과 어긋나는 경우 공감이 1도 안 되는 책마저 나온다. 요게 그랬다. 대단하지만, 관심 없달까.

- 아무튼 시리즈를 읽고 있으면 syo는 아무튼 무엇을 쓸 수 있으려나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튼, 빨갱이? 아무튼, 입문서? 아니면, 아무튼, 알라딘?

 

11.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 편지를 쓰는 일이 힘들다. 편지지를 앞에 놓고 앉으면 공황장애에 가까운 증상이 일어나는 때도 있었다. 두 줄을 쓰고 나면 비어있는 다음 줄이 엄습하여 마음이 다쳤다. 그러면 하루를 묵히고 돌아와 다음 두 줄을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걸려 한 장의 편지를 쓰면, 그 글은 참 보기 싫은 꼴일 때가 많았다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여과 없이 꺼내는 일이 발가벗는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퇴고의 과정 없이 한달음에 써내려간 글이 나의 바닥을 드러내 보일까 두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 없이 편지는 편지가 되지 않았다.

- 그 형식 때문인지, 다른 어떤 글보다도 편지야말로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한 글이라 우리는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편지를 쓰고, 또 읽다보면 금세 느낀다. 편지는 누구보다 나를 위한 글이고, 내가 가장 많이 드러나는 글이고, 필연적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의 안부를 묻는 글이다. 곧 나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의 안부를 묻는 답장과 마주하면,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묻는 한 쌍의 닮은꼴이 된다. 겹친 그림자처럼 나를 교환하여 우리를 만든다.

 

12. 아무튼, 스웨터

- 스웨터라는 제목만 받아들었을 때, 이 책이 내가 찾던 그 책임을 바로 직감할 수는 없었다.

- 3부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긴 시가{시라고 부르기엔 긴 그 글을 나로서는 시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나로 하여금 평생 마음 한 곳에 김현이라는 이름을 책갈피처럼 끼워 놓은 채 살도록 만든 그의 첫 시집 글로리홀에서 내게 발견된 아름답고 알 수 없는 글들[, 얼마나 그 시들을 사랑(알 수 없는 것들 중에는 알 수 없으므로 사랑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므로)했었는지]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좋았다.



13.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 이 책은 어둠에 대한 우리의 낡은 생각을 걷어갈 것이다.

- 뭐 팔을 벌려 크게 원을 그리고 거기서 뭘 빼라는 둥, 모든 순간이 다 누구누구였다는 둥의 글귀들이 모여 있는 책을 오랫동안 혐오해왔다. 그런 아름다워 보이는 글 몇 조각을 지어내는 것은 너무도 쉽기 때문이다. 몇 개의 패턴, 몇 개의 리듬, 남들이 잘 쓰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몇 개의 단어만 손에 움켜쥐면 무한히 증식시킬 수 있는 그런 글귀는 syo도 하루에 수십 개는 만든다. 그리고 그 중에 덜 못난 놈 한두 개 골라 일기장에 띡 박아놓는 것이다. 걔들은 거기가 딱 어울린다

- 겉멋 든 문장 한두 개를 중심으로 몇 줄의 글을 앞뒤에 붙여 놓고는, 독자들로 하여금 처한 현실이건 가진 추억이건 각자 뒤적거린 다음 알아서 공감하라고, 마치 토막 낸 갈치 던지듯 글을 툭 던지는 그런 글들을 돈 받고 파는 건 감정/시간/종이낭비방조죄는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그러나 그렇게 싫어하는 유형의 책처럼 보임에도, 글의 경지가 여기까지 이르면 그냥 눈 멀뚱히 뜨고도 양 싸대기 다 내주는 수밖에 달리 도리 없는 듯. 이 듬성듬성한 책, 띄엄띄엄한 문장들에 왜 이렇게 자꾸 걸려 넘어지는지. , 인정. , 아름답고 처연하다. , 시인, 진짜 내가 숭배하는 인간들.

- 그리고 이제 알았다. 누군가에겐 더없이 유치해 보이는 글에 다른 누군가는 소스라쳐 감동하는 이유가, 글 자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읽는 이의 눈높이에 있다는 사실을. 모든 독자에게 세상 하나뿐인 우주는 바로 자신이다. 하여, 나보다 너무 높아 보이지도 않는 글은 지나친 글이 되고, 내가 해도 하겠다 싶을 만큼 손쉬운 글은 모자란 글이 된다. 내가 고개를 들면 볼 수는 있지만, 손을 뻗어도 닿을 것 같지는 않은 높이에 있는 글, 우리는 그런 글을 숭배한다.

- 우리가 신용목을 모르는가. 그는 황현산 선생님이 말씀하신, 4대 메이저 시집 출판사에 시 한 무더기 들고 찾아가면 군소리 없이 시집 내줄 300명 안짝의 시인 중 한 명임이 자명하다. 그런 그에게, 물 많이 넣고 끓여 묽힌 시 같은 이 글들은, 모아서 책으로 만들기 쉬웠을까, 오히려 어려웠을까.

 

14. 처음 시작하는 미학 공부

- 정말, 입문서를 많이 읽다보면 저자들의 노력에 목이 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중요한 놈들은 어떻게든 집어넣고 싶은데 대체로 중요한 놈들이 또 어렵거든.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대체로 쉽고 재미있는 놈들이 또 유치하거든. 그 기묘한 외줄타기의 재능은 정말 드물다. 입문서는 정말, 학문의 깊이가 깊다고 팍팍 쓸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책이 아니라구요.

- 애썼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함량이야 syo가 평할 부분은 아니지만, 사조영웅전이나 소오강호부터 시작해서, 도라에몽에, 미스터 초밥왕에, 요리왕 비룡까지 들먹였으면 정말 당신은 하는 데까지 한 것이다.

- 그래서 괜찮은 책이냐고요? 그건 독자들이 지니고 있는 저마다의 미학에 달려 있습지요....

 

15. 열다섯 번의 낮

- 일찍 눕고 싶은 기분에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가 누웠다. 책이 추락의 방향으로 끈덕지게 마음을 잡아끌어 결국 누울 수밖에 없었다고 적으면 겉멋일까. 희망찬 말을 건네도 어쩐지 내가 자꾸 무거워지는 이 은은하게 눅눅한 책은 어떤 날에 읽으면 좋을까. 웃음이 너무 많았으니 이제 마음을 좀 가지런히 빗겨야 되겠다 싶은 날? 아니면, 제발 누구라도 와서 딱 한 대만 더 때려주면 좋겠다, 그럼 그냥 죽은 척 오늘은 그걸로 다 끝낼 텐데, 싶은 날?

- 글이 글 쓰는 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이 세 가지 질문을 오래 궁굴린다. 하나라도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글이 겨우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잘 알지 못하면서 기어이 쓰는 일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그 답 역시 쓰는 중에 찾아낼 밖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지금껏 몇 개의 답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침내 모든 답을 찾아낼 때까지 계속 그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16.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 잘 쓰는 글을 만나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이 졸렬한 마음이 다 어디서 나오는 것인고 허니, 언젠가는 syo도 책 한 권 만들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과분한 욕심(욕심을 넘어 욕망이나 탐욕, 그리고 때로는 정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독한 욕심)을 아직 다 버리지 못해서인 것 같다. 하여, 누가 봐도 나보다 잘 쓴 글을 내가 보면 자꾸 작아지는 것이다. , 난 역시 안 되겠는걸. 안 되겠는걸. 안 되겠는걸. 자꾸자꾸 작아져도 작아지기만 하지 사라지진 않는 욕심. 남산 위의 바윗돌보다 우리 동네 초미세먼지가 더 유독하듯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자꾸만 나를 더 괴롭히는 그 욕심. 이 책이 또 내 욕심을 잘고 곱게 갈아주었다. 이 지역 미세욕심 농도 현재 매우 나쁨입니다. 질투를 삼가세요. 실내에 처박혀 혼자 잉잉 우세요.



17.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 나는 백년 동안의 고독이 정말 그런 책인 줄 몰랐다. 그건 정말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는 환상적이고 멋진 책이었다. 이 책도 정말 이런 책인 줄 몰랐다. 말랑말랑 달콤달콤 베이스에 씁쓰름이 조금 추가된 소녀풍 연애소설을 상상했는데, 세상에, 읽다 보면 오빠가 의자가 된다! 의자왕이 아니라, 진짜 의자가...... 뭐야, 이거, 무서워.....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희미한 기억속의 걔는 그래도 끝내는 뭔가 해피했던 것 같은데, 얘는 다르다. 행복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불행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저 특별한 슬픔 같은 것이라고 밖에는.

 

18. 곰탕 1

19. 곰탕 2

- 영화의 시놉 같았다가, 대본 같았다가, 갑자기 소설 같았다가, 아니 이게 대체 뭐야 하는 사이에 1권 뚝딱, , 재미진데, 했더니 2권도 뚝딱.

- 목숨을 걸고(말 그대로 목숨을 건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감행하는 이유가 한낱 곰탕 레시피여서 좋았다. 그리고 그 한낱곰탕 레시피가 알고 보니 한낱이 아니어서 좋았다. ’한낱이어도 좋았을 것이었지만, ’한낱이 아니어도 좋았다.

- 세상 누군가에게 가족이란 한낱가족일 뿐이다. 그렇지만 실은 누구에게나 가족은, 그 존재를 통해서건 부재를 통해서건, 끝내 어떤 식으로든 가족이다. 내 역사에 난 흉터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쨌든 그 한낱은 한낱 한낱이 아닌 것이다.

 

20. 추적자

- 1권을 읽었는데, 이거 어떡한다...... 분량(투여시간) 대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 소문을 통해 접하기로, syo는 잭 리처가 무슨 무신(武神)이라도 되는 줄 알고 있었으나 막상 그는 이 책에서 실컷 얻어터지고 많이도 쫄았다. 또한 역시 소문에 힘입어 어마어마한 섹스의 화신으로 정해져 있었던 그는, 막상 이 책에서 딱 한 명하고만 서너 번쯤 잤다. 그리고 그 부분의 표현이 너무도, 정말 무책임할 정도로 빈약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550페이지를 읽었는데, 고작 이런 푸대접이라니..... 이런 식이면 아무래도 다음 거래는 좀 곤란하겠다. 저자(혹은 역자?)의 분발을 원한다. 원해봤자 이미 다음 편에, 다다음 편에,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음 편조차 출간이 되어 있는 상태긴 하지만.

 

  

여름에 날씨 덥다는 이야기 말고 다른 말을 할 줄 아는 재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참 좋았겠으나, 그러지 못하여 이것 참 송구합니다. 별일 없이 무탈무난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네요.

 

아, 복숭아가 맛있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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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1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덕에 도서관에서 곰탕1,2빌렸더랬어요 잘 읽을께요 잼나면 리뷰 올릴수도~

syo 2018-08-12 19: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카알님의 리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단발머리 2018-08-1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오래 건강하게 오래오래 씩씩하게 오래오래 명랑하게 알라딘에 살아 주어요.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사지 말아야할 책을 골라주고 (저자들이 싫어하겠다요. 메롱!)
신용목 같은 사람을 발견해주고,
잭 리처를 사랑해줘요.

아, 복숭아도 권해주고요. 계속~~~

syo 2018-08-12 19:31   좋아요 0 | URL
신용목 선생님을 제가 발견이라니요 ㅎㅎㅎ
복숭아는 지금부터 미친 듯이 먹어야합니다. 조만간 빠이빠이에요...

수이 2018-08-1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외국어_ 읽으면서 이야~ 여기 나 같은 인간이 또 있네 하면서 즐겁게 읽었어요, 물론 에세이는 그리 쓸 수 없지만 읽으면서 여기 나와 동류의 인간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고~ 복숭아 냠냠 먹으면서 댓글 써요 :)

syo 2018-08-12 19:33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책 읽으면서 수연님 생각이 났었드랬습니다.
에세이도 조지영 작가한테 꿀리지 않게 쓰시는데요. 왜 이러세요 ㅎㅎ

다락방 2018-08-1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복숭아가 먹고싶네? 어쩐담? 🤔

syo 2018-08-12 19:35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18-08-12 19:36   좋아요 0 | URL
나왔다
내가
사러
복숭아를..

syo 2018-08-12 19:36   좋아요 1 | URL
영업 성공!

단발머리 2018-08-12 19:47   좋아요 0 | URL
말랑이예요? 딱딱이예요?

다락방 2018-08-12 20:14   좋아요 0 | URL
저는 말랑이 사와서 사오자마자 세 개를 추르릅 흡입했다고 합니다. 아, 살 것 같아요. 하하하하

단발머리 2018-08-12 20:15   좋아요 0 | URL
털썩!!
우리집엔 딱딱이밖에 없는데...
나도 나가야하나...

syo 2018-08-12 20:40   좋아요 0 | URL
털썩이라니요. 딱딱이는 지지 않습니다!! 한입 베어물었을 때 알알이 박혀 있는 그 빨강 과육의 아름다움이란....

단발머리 2018-08-12 20:4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못 이겨요.
말랑이 3개 흡입이래요~~
말랑이 - 3개 - 흡입

syo 2018-08-12 20:43   좋아요 0 | URL
눈감고 - 앉은 자리 - 다섯 개
후후후.

stella.K 2018-08-12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더위는 어떨까요?ㅋㅋ
대구가 예로부터 더위의 성지라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대프리카라고...
성지를 수호한다 생각하시면....ㅋㅋㅋㅋ
뭐라는 건지 원.ㅠ

책에 대한 묘사를 참 잘하시는데 그래서 읽어보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게 위험하죠.
막상 읽어보면 스요님만큼 디테일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스요님은 위험한 사람입니다. 푸하하하하~!

카알벨루치 2018-08-12 20:2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Syo님은 그래요~대프리카 좋네요 맘에 듭니다!ㅎㅎㅎ

syo 2018-08-12 20:35   좋아요 1 | URL
저도 그게 고민입니다. 의외로 제 뽐뿌에 읽기를 도전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신데, 늘상 별로 타율이 좋지가 않았어요..... 사람이 살며 읽을 수 있는 책의 총 수에는 한계가 있는 법인데, 제가 또 시간 낭비를 거드는 것이 아닌가 하여.....

카알벨루치 2018-08-12 21:15   좋아요 2 | URL
축적된 내공은 어디가지 않습니다 syo님의 내공에서 뿜어져나오는 포스는 무시할 수 없는것이고 독서는 다 자기나름대로의 스탈이 있으니 읽고 또 읽은것이지요^^

이명은 2018-08-1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syo 2018-08-18 19:37   좋아요 0 | URL
갑자기요?? ㅎㅎ 저도 고맙습니다^-^

독서괭 2018-08-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빨갱이 / 아무튼, 입문서 / 아무튼, 알라딘 - 세권다 읽고 싶어요!!

syo 2018-08-22 09:52   좋아요 0 | URL
오백만년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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