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oot: A Rebellious Shadow (Hardcover) - 『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원서
미셸 쿠에바스 / Dial Books for Young Readers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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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세상 질서와 조화하면서 ‘나’를 일으켜세우는 일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집니다. 이루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간직만 하던 내면의 꿈, 소망을 다시 열어보고 싶게도 하고요.


두근두근해 
어른도생각해볼문제 
가르쳐주고싶은마음 

철학하는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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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혐오감은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잡초도 보여야 뽑게 되지 않느냐말이다. 무의식중에 자랐거나 자라고 있는 혐오감을 그나마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많이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 다니고, 보고, 듣고, 읽고, 대화하고.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 하고 문득 스스로에게 되묻고 싶어지는 순간을 만날 수도 있겠지. 부디 그 순간을 모르는 척 묻어두고 지나가는 일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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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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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굳이 리뷰를 쓸 생각이 안 드는 책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무슨 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굳이 여기에 보태야 할 말이 생각나지 않기도 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딱히 밝혀 쓰고 싶지 않기도 하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읽기만 해서 그렇기도 하고, 뭐 그런 이유들이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선뜻 리뷰를쓸 마음이 안 생겼던 것도 그래서이기도 하고요. 이 책도 그렇게 묻어두고 싶었는데 마침 이야기할 적절한 계기가 생겨서 몇 줄 써두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요새 뉴스마다 난리였죠. 코로나 바이러스와 선거 얘기를 젖혀두고 가장 뜨거웠던 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성착취 동영상을 상품화해서 이윤을 챙긴 범죄자에 관한 소식이 매일같이 포털 메인을 열었습니다. 음... 이런 류의 인간들이 어떻게 어린 여학생들을 끌어들이는지를 본의 아니게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비슷한 인간들일 거예요. 첫째 딸이 굉장히 대담한 반면에 둘째 딸이 필요 이상으로 심약하고 겁이 많은 성향입니다. 첫째 아이는 의심도 많아서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나 도착한 메시지는 상대도 하지 않는데, 둘째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일년 전쯤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아이가 받았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건들거리는 목소리로 아이에게 "왜 남의 전화에 멋대로 전화를 걸어놓고 받을라치면 끊고, 또 끊고, 누구시냐고 묻는 문자는 다 씹어버리느냐? 목소리 보니 어린 여학생 같은데, 이러는 거 나쁜 짓인거 몰라요?" 라고 대뜸 호령을 했어요. 당연히 아이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다만, 너무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아이를 야단치고 을러대기 시작하니까 겁이 많은 아이는 내가 실수로라도 그랬나? 하고 겁에 질리더군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 아빠가 화가 나서 전화를 뺏어 끊어 버렸습니다. 보호자가 옆에 있는 줄 몰랐겠지만, 이 작자는 다시 전화를 걸더니, 남편이 받은 줄도 모르고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는 겁니다. "너, 함부로 남의 전화에 막 장난 전화 걸고, 끊고, 내가 경찰에 신고한다" 라고요. 아이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아빠가 응대하니까 횡설수설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리고 욕으로 범벅을 한 문자를 몇 통을 보내더니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 사건이 있고 바로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아이 핸드폰도 해지하고 뭐 그랬습니다만, 요즘의 뉴스를 보다 보니 그 사건이 기억이 났어요. 패닉하기 쉬운 성향의 아이들이 이런 인간들의 같잖은 수법에 걸려 들어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거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가리겠습니다 ▼

여하간, 이런 짓거리를 벌이는 인간들도 쓰레기지만요. 이런 걸 컨텐츠라고 소비하는 인간들도 못잖게 쓰레기인데 왜 그들은 물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분명 한둘이 아닐 겁니다. 청원인수가 그 사실을 증명하죠. 그리고 또 어떤 어르신이 그러셨다면서요. 누가 무슨 청원을 한다고 그걸 어떻게 다 법으로 만드냐고 했다던가? (사실 확인은 안 했습니다) 그 말을 누군가에게 듣는 순간 자동으로 이 책이 떠오르더란 말이죠.

아, 왜요. 켕기는 게 있으신가. 


물론 법이라는 게 전체 국민의 몇 퍼센트가 원한다고 그렇게 뚝딱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압니다. 그런데 그 청원이라는 게 어떤 정서에서 자라 올라온 건지 조금이라도 감안할 수 있는 공감력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거죠. 그러니까 찔리는 거 있으세요? 라는 비아냥이 메아리치는 것도 인지상정인 겁니다. 힘 있는 사람, 그들이 켕기는 짓을 할 때, 그리고 그것을 감추고 싶어할 때, 우리는 어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정말 스케일이 큽니다. 그리고 누구나 갖고 있는 의문이죠. 저들은 왜? 그런데,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기 때문에 소설의 끄트머리는... 이해는 하지만 정말 속상하게 해요.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은연중에 내리누르는 압박감으로 인한 비자발적인 동의로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상적인(?) 잠재적인 범죄 감시 및 통제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가 배경입니다. 주인공은 그 시스템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이며 시스템을 맹신하죠. 이 시스템이야말로 범죄율이 0%에 가깝게 내려가도록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해 줄 핵심적인 인프라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요. 맹목적인 믿음이 삶을 배신합니다. 주인공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어떤 설계가 이제 자신을 죄어오는 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시스템의 가장 내밀한 설계자이며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될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던 피해자들. 그들이 공표하려고 했던 데이터의 비밀은 무엇이며 왜 시스템의 강력한 옹호자였던 주인공은 누명을 뒤집어써야 했을까요.


이것이 이 책의 제일 주요한 미스터리이고 이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스리슬쩍 묻혀버린 어떤무슨어떤 사건들과 또 어떤어떤 분들이 막 생각나는 건... 보너스로 따라오는 빡침입니다. ㅎㅎㅎ 아무튼, 재미있고 시의적절하며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인 것은 분명해요.  

도로 접을까요 ▲


한마디로 통제가능한 사회란 건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거고, 데이터는 평등하게 열람되어야 하며, 그렇다고 또 살아 움직이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유기체를 데이터화하려는 시도도... 그게 빅데이터건 뭐건, 좀 적당히들 해 두어야 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하는 책입니다. 제목이 되게 애매하게 단호한 느낌이네,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스포일러네...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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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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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동안 읽은 책들을 모아놓고 대강의 결산 비슷한 것은 하지만 올해 최고의 책, 과 같은 부담스러운(그리고 책임을 져야 할 것만 같은 무게있는) 타이틀을 붙여놓고 한두 권을 고르는 일은 안 했습니다. 말 그대로 부담스럽고 무서우니까요. 물론 가까운 친구들이 주로 둘러보고 가지만서도 누군가가 우연히 '이 책이 올해 읽은 최고의 책이었다'라고 쓴 글을 보고, 아니 뭐 그런 책을 좋다고 추천해요? 라고 묻는다면 극소심(그리고 속으로는 가시를 세우는)한 저는 아 그런가요... 하고 말꼬리를 흐릴 것만 같거든요. 그런데 이제 겨우 3월 중순을 보낸 이 시점에서, 남은 몇 달 동안 책을 더 이상 안 읽을 것도 아닌데 이 책은 정말 최고였어라고 몇 번이고 되뇌게 하는 소설을 만났고 이 책에 대해서 몇 줄이라도 떠들지 않으면 입이 간지러워서 어떻게 될 것 같은 기분에 꽉 짓눌렸단 말이지요. 


읽고 싶은 책을 내가 직접 고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책이 나를 찾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그닥 없는 순간에도 '자율성'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게 인간 본성이어서일까요, 예고된 도서관 휴관을 앞두고 좀 허전해진 한국책 서가를 맴돌다 눈에 익은 작가 이름을 발견했어요. 이 작가의 전작 중에서는 두 권을 읽어 보았고요.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입니다. 이야기로서의 매력은 <오베...>가, 캐릭터의 생동감은<할머니가...>가 훨씬 좋았습니다. 즉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한 느낌은 아니었다는 뜻이예요. 개인적인 판단으로서는. 


공통적으로 모아지는 특징이라면 이런 거였습니다. 굉장히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을 오밀조밀 뜯어보는, 그래서 뭐든 꿰뚫어보고 있는 노인 같은 작가다...라는 것. 어느 한 면만을 보고 속단하기에 사람은 너무 많은 얼굴을 갖고 산다는 거, 당신들이 잊고 있을수도 있지만 어떤 일들은 둘 이상의 각도에서 바라보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손을 뻗어 미처 보지 못한 어떤 부분을 가리켜 보여주는 예리한 감성의 소유자일 것 같다... 라는 것.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고 어떤 교육과 독서와 여타의 경험을 통해 이렇게 너그러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감싸안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됐을까. 어떻게 해서 이렇게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결점투성이고 치명적인 과오를 저지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을 창조해냈을까. 인간으로서는 바닥인 것 같은데도 그 사람 마음 바닥 어딘가에는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듬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아주 쉽게 선택하는 비윤리가 어째서 옳지 않은지, 그것이 어떻게 의도된 무심함 속에서 타인을 목조르는 올가미가 될 수 있는지를 이토록 선명하고 인간미 넘치게 호소할 수 있을까. 

세상의 많고 많은 험악하고 질 나쁜 사건들의 피해자가 어떻게 삶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는지, 그들에게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잘못들이 무엇인지 이렇게나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 불편하게 하면서, 모든 진실을 뾰족하게 다듬어 찔러넣어 아프게 하는 이야기가 또 있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절대 즐겁지 않습니다. 굉장히 괴롭고 아파요. 그렇지만 그 아픔은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통이기 때문에, 저는 진심으로 이 책이 더 많은 독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은 폭력의 피해자가 실제 당했던 그 폭력보다, 생각없는 2차 폭력들이 양산되는 시간 속에 피해 당사자를 포함해 그 가족까지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과정을 훈계조도 설득조도 아닌 건조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정말 무덤덤해요. 그러니까 그 감정은 고스란히 독자가 느껴야만 합니다. 쉽게 손가락질하고 쉽게 말을 옮겨 상처를 곪게 하는 무심함이 바이러스와 다를 게 뭔가 생각하게 하죠.

단순히 어떤 폭력사건에 대해서만 서술하는 이야기는 아니예요. 독자를 이야기의 배경인 베어타운 안으로 깊숙이 끌고가는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요. 그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인물들이 곁을 지키며 이 두꺼운 소설을 든든하게 떠받칩니다. 

자신의 일로서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번번히 남편의 직업적 소망에 짓눌려 자신을 희생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속을 답답하게 합니다. 한때 가까웠지만 마음의 거리는 갈수록 벌어지는 부부사이를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철렁해져요. 너무 현실적이어서요. 

끌리는 이성에게 거절당하고 그의 가장 숨기고 싶은 비밀을 폭로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해요. 잘못인걸 알지만 우리도 그렇게 순간의 분노와 좌절에 휩싸여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던 순간이 있었으니까요. 주부 노릇이 아무리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말까지, 작가는 속시원하게 해줍니다. 어떻게 이런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이야기가 흘러가는 순간순간마다 작가와 소설 속 인물들과 이야기의 방향과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이 쉴새없이 싹틉니다. 계속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 내가 읽었던 그 어떤 책들 중에서도 이렇게 넘치는 질문을 끌어올린 책이 있었던가하고요. 계속 질문하게 하는 책은 좋은 책입니다. 많은 독서가들이 말하고 있듯이요. 물론 모든 독자가 같은 질문을 하란 법은 없겠지만요. 묻게 만들고 답하기 위해 생각하게 하고. 역시 책은 그래서 읽는 것인가 봅니다.


이곳에서 아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저지르는 끔찍한 잘못은 대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수록 실수는 더 커지고 결과는 더 끔찍해지며 자존심에 더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31쪽


"애들 꼬맹이 시절이 기억나요, 파티마? 유치원으로 찾아가면 애들이 달려와서 말 그대로 내 품속으로 뛰어들잖아요. 내가 받아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온몸을 맡기잖아요. 나는 그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파티마는 웃으며 말했다. "아맛이 하키를 하고 있으면, 행복해하면 나도 똑같이 느껴져요. 어떤 건지 알죠?" 안-카트린은 알고도 남는다. 그래서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117쪽


부모 간의 애정이 식으면 아이들은 아주 미묘한 것을 통해, 심지어 '너희'라는 아주 사소한 단어를 통해 알아차린다. 마야는 요즘 매일 아침마다 그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그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인 척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예전에 그녀의 부모님은 서로를 그냥 '엄마'와 '아빠'라고 불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딸, 엄마가 진심으로 너를 천 일 동안 외출 금지시키겠다는 건 아니야." "딸, 네가 만든 눈사람을 아빠가 일부러 무너뜨린 거 아니야. 발에 걸려서 넘어진 거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한쪽이 거의 아무렇지 않게 "네가 집에 없으면 너희 엄마가 엄청 걱정하는데, 전화를 해주면 안 되겠니?"라고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너희 아빠랑 나는 너를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라고 보낸다. 결혼 생활이 파탄 났음을 알리는 한 단어. 그게 바로 '너희'다. 둘은 이제 서로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건가.  -137쪽


엄마 노릇은 집의 토대를 굳히거나 지붕을 고치는 것과 같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완벽하게 끝내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아무도 칭찬을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야근을 하는 것은 예쁜 그림을 걸거나 전등을 바꾸는 것과 같다. 모두가 알아봐준다.  -299쪽


우리는 항상 공격한 쪽의 감정을 변호한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쪽이 그들이라도 되는 듯이.  -398쪽


다들 이건 한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 속으로는 우리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414쪽


그 별채 안에서 마야의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그녀는 타임머신을 만들지도 않고 과거를 바꾸지도 않고 기억상실이라는 축복을 누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날마다 여길 찾아와 무술을 배울 테고 조만간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 있을 때 공교롭게도 모르는 사람이 그녀의 몸을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움찔하지 않을 것이다. 소소한 사건들 중에 가장 큰 사건이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 그녀는 슈퍼마켓이 아닌 다른 곳에 다녀오는 듯이 집까지 걸어갈 것이다. 그러고는 그날 저녁에 연습하러 여길 다시 찾을 것이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431쪽


"개자식들 앞에서 울지 마요, 벤이 선배."

벤이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참지를 못하겠는데...... 너는 무슨 수로 감당하니?"

마야의 목소리는 하는 얘기에 비해 힘이 없다.

"그냥 들어가요.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고 나쁜 놈이 쳐다보면 그쪽에서 고개를 돌릴 때까지 눈을 똑바로 쳐다봐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벤이는 그의 안에서 금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묻는다.

"무슨 수로 견뎠니? 지난 봄에...... 그런 일이 있었을 때......무슨 수로 버텼니?"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 목소리는 딱 부러진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예요." 


그녀는 학교를 향해 걸어간다. 벤이는 영원의 시간 동안 망설이다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가 그를 기다린다. 그의 옆에서 걷는다. 그들의 걸음은 느리고 어쩌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살금살금 그 복도로 들어서지 않는다. 폭풍처럼 진격한다. -522~5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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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도 않은 짧은 인생인데 너무 싸우지들 말고 서로서로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인정하고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좋겠습니다. 보니것 슨세임의 말씀에 따르면, 우린 다 너무 칭찬이 고파서, 그렇게들 으르렁거리며 살고 있는가봐요. 까짓것, 돈도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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