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반려동물 비밀 물고기 - 2019 읽어주기 좋은 책 선정, 2018 전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 선정, 2018 소년한국 우수어린이도서 바람 그림책문고 5
김성은 지음, 조윤주 그림 / 천개의바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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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어항을 하나 얻어 와서 물고기를 사러 가기 전 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다. 큰 아이는 바로 책 속의 물고기 구피를 사고 싶다고 했다. 이 책의 부제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나의 첫 반려동물’이 물고기가 되기 직전이었다. 기대를 안고 마트로 물고기를 사러 갔지만 첫 번째 마트에서는 담당자가 없어서 구피를 구입할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나왔던 다양한 구피 종류가 있어서 구입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두 번째 마트 가는 길에는 남편과 큰 아이만 보냈는데 거기는 물고기 종류가 더 없어서 구피가 아닌 다른 물고기를 사가지고 왔다. 구피는 다음 주에 들어올 예정이니 같이 키워도 될 물고기를 우선 데리고 왔단다.

 

남편과 아이들은 베란다에서 한바탕 어항을 씻고, 마트에서 구입한 돌이며 수초를 장식하더니 거실로 가져와 물을 붓고 마트에서 사온 물고기를 넣었다. 물고기를 넣을 때는 온 식구가 관람을 하며 ‘와!’하고 박수까지 쳤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계속 물고기를 보았고, 다른 걸 하며 놀다가도 한 번씩 와서 물고기를 쳐다보곤 했다. 큰 아이는 이 책에서 배운 것처럼 먹이를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고 하고, 물고기 이름을 체리라고 지었다고 했다. 똑같은 물고기가 7마리나 되는데 누가 체리냐고 했더니 대답을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큰 아이가 웃겼지만 달래와 나리로 이름을 지어주었던 주인공이 생각났다.

 

친구네 집에 숙제하러 갔다 구피 두 마리를 데려온 아이는 순간 기뻤지만 이내 엄마한테 허락을 맡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렸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었지만 엄마는 그때마다 엄마가 일하는데 방해가 되고, 이웃한테 폐가 되며, 코 알레르기에는 동물 털이 좋지 않다고 반대했다. 물고기는 엄마가 반대하는 이유가 하나도 없어서 자신 있게 데려오지만 막상 집에 오니 엄마한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비밀 물고기로 키우기로 하고 달래와 나리를 장난감 통에 넣어 책상 서랍에 넣어 둔다. 눈을 뜨자마자 물고기들을 보며 기뻐하고, 학교에서도 온통 물고기 생각으로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 와서 서랍을 열어보자마자 죽어 있는 달래를 발견한다. 큰 소리로 울어버리는 바람에 엄마한테 들키고 말았지만 겨우 졸라 나리는 잘 보살펴 보기로 한다.

 

그때부터 아이는 구피에 대해 정보를 찾아본다. 암컷과 수컷도 구분하고, 먹이는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어항은 어떻게 꾸며줘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나리에게 더 애정을 쏟는다. 처음에는 친구가 주어서 그냥 호기심에 데려왔지만 마음만으로 키우는 게 반려동물이 아님을 서서히 알게 된다. 나리에 대해 공부도 하고, 적절한 환경도 꾸며주고, 매일 말을 걸어주는 모습을 보며 정말 나리를 좋아하는 걸 알게 되자 보는 내 마음도 흐뭇해졌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나리는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너무 슬퍼 학교에서도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달래와 나리가 모두 떠났다는 사실을 자책할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보니 기적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항 속에 까만 점처럼 생긴 새끼들이 열 마리도 넘게 꼬물거리고 있었다. 엄마 말로는 나리는 나이가 많은 물고기였고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새끼를 낳고 생명을 마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아이는 나리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나리야, 너는 정말 멋진 물고기였어. 새끼들은 내가 잘 키울게. 비밀 물고기야, 잘 가!’ 하는데, 괜히 내가 더 뭉클했다.

 

달래와 나리를 보살피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아이는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선물처럼 새롭게 얻은 또 다른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생명을 보살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식물 하나도 못 키우는 나는 생명을 집 안에 들이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아이들이 물고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이 책의 아이처럼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갈 수 있다면 수고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 우리 집의 새 식구가 된 7마리의 물고기.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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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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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유일한 증거는 너 자신뿐이란다. 49쪽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과할 정도로 뽀뽀를 하고 싫다고 말할 정도로 꽉 껴안는다. 아이들을 보고 있기만 해도 사랑스러울 때가 많아서 할 수 있는 한 맘껏 표현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문장 앞에서 마음이 쿵, 떨어졌던 이유는 내 아이들이 있기 까지 나를 낳아준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내 존재감을 정면으로 마주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맡기고 간 엄마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모모에게 ‘저를 증명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제가 모하메드이고 회교도인지 알죠?’란 질문에 하밀 할아버지는 증거는 ‘너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증거로 충분하지 않냐는 말로 들려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두려워할 거 없다’라는 말처럼 얄팍한 속임수도 없다. 하밀 할아버지는 두려움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군이며 두려움이 없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면서 자기의 오랜 경험을 믿으라고 했다. 112쪽


창녀의 아이들을 맡아 기르고 있는 로자 아줌마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모모도 매월 받는 우편환도 끊겼고 로자 아줌마는 모모를 곁에 둘 이유가 없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모모도 로자 아줌마를 두고 자신만 살자고 집을 나설 수도 없었고 갈 곳도 없었다. 로자 아줌마의 건강이 점점 나빠질 때마다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불안감을 다양하게 드러내지만 방황은 하되 삐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린 모모가 창녀촌을 기웃거리고, 어려워진 살림으로 도둑질을 해도 로자 아줌마가 걱정할 정도로 나쁜 길로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모모의 섬세한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이제 모두 다 지겨워요. 로자 아줌마만 빼고요. 아줌마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사람이에요. 265쪽


로자 아줌마는 모모에게 유일하게 있었던 누군가(모모의 아빠라고 주장하는 사람)를 호되게 쫓아버리고, 우편환이 오지 않을 때도 모모를 보살펴주고, 무엇보다 모모를 깊이 사랑해주었다. 모모가 떠나 버릴까봐, 너무 빨리 큰 아이가 되어버리는 게 싫어서 모모의 나이를 속일 만큼 말이다. 로자 아줌마도 모모만큼이나 모모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게 겁이 났다고 말했다. 로자 아줌마는 몸을 파는 일을 할 수 없어지면서 아이들을 맡아 기르고, 그녀가 살아온 삶,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환경들이 결코 녹록치 않아 씁쓸함을 안겨 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이 모든 이야기는 사랑이 바탕이 되었기에 피할 수 없는 로자 아줌마의 죽음, 불확실한 모모의 미래 같은 온갖 어둠을 물리칠 수 있었다. 로자 아줌마의 죽음이 가까워짐에 따라 돕는 손길이 많아졌고,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311쪽


하밀 할아버지는 사랑 없이도 사람이 살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던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비롯한 이웃들, 그리고 로자 아줌마의 죽음과 자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가족 등을 통해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모의 말마따나 결국 ‘사랑해야 한다.’ 사랑만이 많은 걸 이기게 해줄지도 모른다. 인내와 수고로움이 뒤 따를 때도 많지만 사랑만이 해결사일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렇게 14살 모모에게 내 앞에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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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정민 산문집 2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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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 출간 소식은 항상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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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학교 - 학교 밖에서 배우는 사랑 교육
김상훈.윤정희 지음 / 두란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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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믿고 따라와 주는 아이들로 인해 저는 행복한 아빠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걸 알게 해주신 하나님께 저는 고백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주님이 계신 천국이라고요. 95쪽


식탁에 노트북을 펼치고 앉았는데 아이 둘이 식탁 밑에서 장난을 치더니 급기야는 싸우고 운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런 일은 그저 소소한 일상에 불과하지만 과연 ‘이 자리가 주님이 계신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다 아이들이 진정되고 거실에서 각자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행복이 별 거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이 한 자리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이유는 충분한데 왜 늘 만족하지 못하고 있을까? 이런 고백을 하는 것도 지겨울 정도로 나는 변화와 거리가 먼 사람 같이 느껴져 매일 좌절할 때가 많다.

첫째보다 느리고, 고집 세고, 떼쟁이인 둘째를 키우면서 아이 수와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많은 수고로움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의 많은 부모가 기꺼이 그 과정을 거치는 건 사랑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처럼 ‘아이들은 자기 삶에 교사이고 스승’이라는 말이 비로소 깨달아 간다. 그럼에도 열 한 명의 아이를 입양해 함께 가족을 만들어 가는 이 가정을 보고 있으면 ‘나는 11명이나 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니니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말라’거나 혹은 ‘그나마 내가 속한 환경이 더 낫네’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를 하나의 개체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자녀는 부모의 능력이나 힘, 물질로 키울 수 없음을, 오직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과 기도와 순종으로 양육되어짐을 다시 한 번 온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62쪽

11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처음부터 지금처럼 홈스쿨을 한다거나,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학교를 보내준다거나, 하고 싶어 하는 걸 존중해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첫째 하은이와 둘째 하선이를 입양한 후에 매일 백화점에서 하는 수업을 하며 아이의 교육에 열을 내던 시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하선이가 많이 아팠고 아이를 위해 기도하면서 사역을 꿈꾸게 되었고, 수입이 많은 직장을 양심적인 문제로 관두면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단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을 계속 입양했고, 그러다보니 13명의 대가족이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픈 아이들이 많아 거의 10년은 치료에 힘썼고, 10년은 아이들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했다.


말씀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순간 은혜 받아 하나님께 무언가를 하겠다며 약속한 모든 게 쉽게 무너진다는 걸 알았지요. 144쪽

어떠한 상황에서도 철저히 말씀 중심으로 아이들을 양육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맘껏 사랑을 표현했고, 부모가 먼저 사랑을 실천했다. 이미 ‘자녀는 결코 돈으로 양육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분명 나도 하나님께서 내 아이들을 치료해주시고 어루만져주신 감사한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종종 내 소유인양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신경질 부리고, 내 기분대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함께 살아가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여기면서도 정작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다. 남편과 내가 믿음의 가정을 만들겠다고 했으면서도 정작 처음의 그 다짐이 점점 흐려지고 세상의 관점(무조건 무시하고 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으로 바라보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본다.

그저 기다렸지요. 인내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사랑의 따듯한 미소를 날립니다. 244쪽

49개월인 둘째가 기저귀를 뗀지 이제 5일이 되었다. 다섯 살이 되도록 기저귀를 떼지 못한 둘째를 보며 내 탓인가 싶다가도, 어쩔 땐 솔직히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둘째의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아이의 기준에 맞춰 아이를 다그쳤다면 기저귀를 떼는 데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말부터 둘째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가자마자 그런 말을 했다. 둘째가 네 살이긴 하지만 저는 세 살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말도, 행동도 많이 느리다고. 그런 행동을 고치고 싶은 게 아니라 엄마로서 놓치고 있는 게 있는지 그걸 짚어 달라고 했다. 이제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소장님께서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와 주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과도 이런 부분을 얘기하고 기저귀 떼기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는데 둘째에게 맞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잘 기다려준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인정하고 기다려주기까지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11명의 아이를 키우는 이 가정을 통해 더 기다려야 함을,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사랑의 미소를 끊임없이 보내줘야 함을 배운다. 부디 이런 깨달음이 말씀으로 되살아나 쉽게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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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감투 이야기 속 지혜 쏙
김일옥 지음, 박정인 그림 / 하루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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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감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무척 귀엽다. 나중에 도깨비들에게 혼쭐이 나는 김 서방인데 얼굴만 봐도 장난기가 가득 차 보인다. 도깨비감투에 얽힌 이야기라면 이미 알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아직도 내 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도깨비 아저씨 나온다!’ 라고 하는 걸 보면 알게 모르게 도깨비란 존재를 인식 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도깨비에 대한 생소함은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더 느긋하게 도깨비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그림을 보면서 ‘도깨비들 부자인 가봐. 돈이 많네!’ 하는 게 아닌가! 도깨비들 주위로 황금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픽, 웃음이 났다.

 

어쩌다 김 서방은 도깨비감투를 얻게 됐을까? 도깨비들은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저들 세상으로 후다닥 사라져 버리는데 아주 가끔 신기한 물건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루는 김 서방이 지게를 지고 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감투를 써보고는 이내 도깨비감투라는 걸 알게 된다. 감투를 쓰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내가 귀신이라며 혼비백산 하는 모습을 보고 김 서방은 나쁜 계획을 세운다. 시장에 가서 ‘맛있는 떡도 훔쳐 먹고 멋진 옷도 훔쳐 입’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무도 못 알아보자 더 대담하게 지게를 지고 가 가릴 것 없이 온갖 것들을 훔쳐와 집에 숨겨둔다.

 

피해는 고스란히 동네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 ‘정성껏 차려 놓은 생일상 음식이 사라지고, 시집갈 때 입을 고운 옷이 없어지고, 애지중지 아껴 둔 귀한 물건이 보이질 않으니’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동네 사람들의 그런 걱정을 엿들으면서도 김 서방은 키득키득 웃기만 하고 있다. 그러다 작은 불씨가 김 서방 머리 위에 내려앉았고, 감투에는 구멍이 뚫리고 만다. 아내에게 부탁해 감쪽같이 고쳤지만 물건을 훔치는 일을 멈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들킬 뻔 했는데도 조심하자며 그 자리를 슬금슬금 벗어날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눈치를 챈다. 검댕이(아내가 고쳐준 부분) 나타나면 물건들이 사라지니 이상하게 여기다가 검댕을 따라간다. 김 서방은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다 감투가 벗겨졌고 김 서방 집까지 쫓아온 사람들은 사라진 물건이 죄다 김 서방 집에 있는 것을 보며 분개한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이 김 서방을 흠씬 혼내주고 물건을 죄다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몽둥이 수십 개가 나타나 김 서방을 마구 때리는 것이 아닌가. 김 서방은 죽겠다고 소리치는데 마을 사람들은 때리는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그저 신기한 일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그러다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몽둥이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김 서방은 본체만체 하고 물건들만 챙겨서 가 버린다.

 

예전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김 서방이 다시는 남의 것에 욕심 내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또 다시 이전과 같은 행동을 하며 비겁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을 깨닫길 바랐다. 너무 빤한 바람일지는 모르지만 누구나 김 서방 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 아예 그런 기회를 차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항상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짧은 동화를 보며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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