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란타나(학명 Lantana)

  작은 꽃이지만 매우 오밀조밀하면서도 예쁘게 생겼다. 나름대로 색감도 화려하다. 그런데 이 예쁘장한 꽃은 독으로 무장하고 있다. 함부로 만지거나 손대지 않는 것이 나을듯 하다.





2. 일일초(학명 Catharanthus roseus)

  분홍색의 화사한 이 꽃은 '일일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꽃이 지더라도 이어서 새 꽃이 피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꽃의 잎사귀는 가늘고 날렵하게 생겼다. 그 모양새를 보고 나는 이 꽃이 협죽도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맞았다. 협죽도과의 꽃들은 대체로 곱고 아름다운 모양을 지녔다.





3. 천수국(학명 Tagetes erecta)

  'Mexican marigold'라고 불리는 이 꽃은 뾰족뾰족 가시 모양의 잎사귀가 인상적이다. 멕시코에서 자생하는 꽃이라고 하니, 멕시코에 여행갈 일이 있다면 그곳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4. 우단동자(학명 Silene Coronaria)

  이 꽃은 모양새로만 본다면 그렇게 눈길을 끄는 꽃은 아니다. 꽃이름을 찾아보니 '우단동자'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우단(羽緞)'은 우리가 흔히 아는 '벨벳', '비로드'라고 불리는 그 옷감이다. 이 꽃의 줄기와 잎에는 작은 솜털이 나있는데, 그것이 부드러운 우단 옷감을 연상하게 만든다. 꽃 보다도 '우단동자'라는 이름이 인상적인 꽃.





5. 천일홍(학명 Gomphrena globosa)

  천일홍은 흰 토끼풀 꽃에 보라색을 물들인 것 같다. 뭔가 볼품없어 보이는 꽃이지만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진보라의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6. 체리 세이지(학명 Salvia Microphylla)

  손톱만한 작은 이 꽃은 꿀풀과에 속하는 세이지 꽃이다. 워낙 아종이 많아서 꽃의 색에 따라 세이지 앞에 다양한 이름이 붙는다. 이 세이지 꽃은 붉은색이라 '체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7. 백일홍(학명 Zinnia elegans)

  나는 이 꽃을 보고 처음에는 과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구글의 '렌즈' 기능을 써서 확인해 보니 과꽃(Callistephus chinensis)이 아니라 백일홍이다. 두 꽃의 차이는 잎사귀에 있다. 백일홍은 가는 타원형의 잎인데, 과꽃은 잎사귀가 갈퀴 모양으로 생겼다. 백일홍은 관상용으로 심기에 정말 좋은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꽃은 배롱나무(학명 Lagerstroemia indica)의 다른 이름에도 들어있다. '목백일홍(나무 백일홍)'으로 불리는 배롱나무의 분홍색 꽃은 백일홍의 화사함을 떠올리게 만든 데에서 유래했다.  





8. 피튜니아(Petunia)
 
  피튜니아는 길가 화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자주색, 푸른색, 흰색, 붉은색의 피튜니아는 흔하다. 그런데 처음 본 이 분홍색의 피튜니아는 나팔꽃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박함과 청초함이 느껴진다.



 

9. 송엽국(학명 Lampranthus spectabilis)

  이 꽃을 처음 보고서 뭔가 알 것 같은 꽃인데, 하고서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꽃의 잎이 채송화와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꽃의 또 다른 이름이 '사철 채송화'이다. 사람들은 이 꽃의 잎이 소나무의 잎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해서 '송엽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송엽국은 학명에서 따온 '람프란서스'로도 불린다. 




 
  예전에는 잘 모르는 꽃의 이름을 찾는 일이 꽤 번거롭고 힘들었다. 그런데 구글 포토에서 '렌즈' 기능을 사용하니 꽃 이름 찾는 일이 참으로 수월했다. 아, 구글은 한 3년 동안 아무것도 안해도 망하지는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이 회사는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상품화시키는 데에는 아주 귀신같은 재능을 지녔다.

  문득 2004년에 지메일이 처음 나왔을 때 생각이 난다. 그때는 지메일 계정을 가진 사람이 초청장을 보내야만 지메일에 가입할 수 있었다. 지들이 뭔데, 참 치사하고 더럽다는 생각을 했었던... 그랬던 내가 결국 지메일에 가입하고 이제는 구글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는 구글 렌즈에 감탄하다가, 이 기업의 편의성에 너무나 손쉽게 중독되어 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아주 자연스럽게 구글의 충성스런 고객이 되고 거기에 따른 돈을 지불해야겠지. 오늘, 꽃 이름을 찾다가 이상하게도 마음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본문의 사진들은 모두 내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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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구, 청하가 여기 있네."

  머리가 허연 노인이 아파트 분리수거함에서 능숙하게 술병을 꺼낸다. 나는 산책 나가는 길에 그 할머니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가만 보니 노인은 공병 보증금이 있는 술병이 눈에 띄면 가져가는 모양이었다. 청하 300ml 작은 병의 공병 보증금은 100원. 그 보다 훨씬 큰 700ml 용량의 백화수복은 130원이다. 그 할머니가 작은 청하병을 보고 반가움의 탄성을 질렀을 법도 하다.

  사실 청주는 집안 제사를 지낼 때 빼고는 따로 구매할 일이 없는 물품이기는 하다. 그 청주를 요리에 좀 쓰고 나면 병이 나온다. 술병 한 귀퉁이에 빨간 테두리로 인쇄된 부분에는 공병 보증금이 적혀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마트에 가져가기 귀찮아서 아파트 분리수거함에 내놓는다. 유리병으로 표기된 분리수거함에는 그렇게 공병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술병이 쌓인다. 대개는 그 병들은 경비들의 가외 수입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분리수거함에는 경고문까지 붙여져 있다.

  "공병을 함부로 가져가지 마십시오. CC TV 확인 후 도난 행위에 대해 조치할 것입니다."

  그런데 분리수거함에서 공병을 가져가는 것이 과연 절도에 해당하는가? 나는 그 경고문을 볼 때마다 쓴웃음을 짓게 된다. 어쨌든 경비들 입장에서는 입주민이 버린 공병은 자신들의 수입에 해당하는데, 그걸 빼앗기는 형국이라 저런 말도 안되는 글을 써붙였을 것이다. 그런 경비들에게 '청하 할머니' 같은 이들은 공공의 적임이 분명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나는 산책을 가던 도중에 그 할머니의 공병 수거 현장을 목격했다. 마치 맨손으로 물고기를 날렵하게 잡아내듯, 노인은 순식간에 청하 병을 일별해내어 건졌다. 할머니에게 각 아파트 동마다 놓여있는 분리수거함은 자신만의 사업장과도 같았다. 노인은 불룩해진 비닐 봉투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할머니는 아는 친구 노인과 분리수거함 앞에서 만나서 병을 몇 개 주웠나에 대해 떠들어댔다. 나는 머릿속으로 저 할머니가 하루에 수확(?)하는 공병이 과연 얼마나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각 단지의 아파트마다 있는 분리수거함에서 하루에 100원짜리 공병을 10개 주으면 1000원, 한 달이면 3만원이 된다. 노인에게는 나름대로 솔찮은 용돈벌이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경비의 눈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해야겠지만 말이다.

  반드시 공병을 줍고 말겠다는 의지. 나는 그 '청하 할머니'의 말과 행동거지에서 그 결연함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궁상맞음과 맞닿아 있음에도 노인이 청하 병을 발견했을 때 내지르는 감탄사는 행복감 그 자체의 표현이었다. 저렇게 적은 액수라도 공짜로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은 소시민적인 행복에 해당하는가? 나는 비로소 노인이 보여주는 그 억척스러움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사진 출처: 내가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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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목이 붓고 아픈 것이 한 달 정도 되었다. 이비인후과에 가보았더니 별 이상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중이다. 동생은 내 이야기를 듣고는 도라지청을 주문해서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바로 다음날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 연휴에 무슨 택배 배송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새벽, 문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나가보니 그 택배가 바로 현관문 옆에 놓여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이었다.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새벽 배송이란 거구나... 나는 이제까지 쿠*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나에게 주문한지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바로 오는 배송은 참으로 놀라웠다. 하지만 놀라움은 잠시, 마음속에서는 불편한 어떤 무언가가 천천히 올라왔다.

  동생이 보낸 도라지청은 반드시 급하게 받아야만 하는 물품은 아니었다. 나는 그 새벽 시간에 배송을 하는 이들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했다. KBS의 다큐 인사이트에서 제작한 '별점 인생(2020년 4월 30일 방영)'. 거기에는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플랫폼 노동(Platform work)은 작업자, 온라인 플랫폼(해외의 Uber는 대표적인 공유 운송 플랫폼이다), 고객으로 구성된다. 작업자는 온라인 플랫폼과 계약하고, 플랫폼은 고객의 서비스 요청을 작업자에게 중개한다. 이제 이러한 플랫폼 노동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공기처럼 스며들었다.

  내가 본 '별점 인생'에는 택배 운송 플랫폼 노동자로 새벽 배송에 나서는 이들의 모습도 나온다. 그들 중에는 그 일을 부업으로 하는 이도 있었지만 전업으로 하는 이도 있었다. 카메라는 그들의 고단한 야간 노동을 묵묵히 기록한다. 남들은 다 자고 있는 한밤중에 작업자들은 택배 상자를 들고 나르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였다. TV 화면 밖으로 강도 높은 노동의 피곤함이 전해지는듯 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나서 받는 수당이 꽤 이문이 남으면 좋으련만, 차의 유류비며 이런저런 것들을 빼고 나면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나마 그렇게 벌 수 있는 일거리도 불규칙하게 주어졌다. 너도나도 그 일을 하겠다는 이들이 많아서 운송 플랫폼 회사에서 작업자에게 주는 택배 운송비는 몇 년째 인상이 정체되고 있었다.

  고객은 자기 전에 쇼핑 앱으로 물품을 주문한다. 그 물건이 든 상자는 이른 새벽에 고객의 집 문 앞에 놓인다. 기업은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상품을 계발하고 판매한다. 그런 면에서 '새벽 배송'은 끊임없는 매출과 이윤을 보장하는 유용한 사업 아이템이다. 이러한 극강의 신속함과 편리함 뒤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고가 자리하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그것은 일이며 계약된 보수가 지급된다. 기업은 성장하고, 플랫폼 노동자는 돈을 벌고, 고객은 배송 서비스에 만족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결국 이 일 밖에 남는 게 없더라구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배송 기사는 그런 말을 했다. 그는 언제까지 운송 플랫폼에 자신의 건강과 젊음을 갈아넣어가며 일을 할 수 있을까? 야간 노동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만약에 그가 몸이 좀 아프거나 그 일을 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빠듯하게 유지되는 생계는 어려워질 것이다. 다큐는 플랫폼 노동자가 '불안정성'이라는 리스크를 껴안고 일하는 이들임을 명확하게 부각시킨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 일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지."

  전화기 너머, 동생은 건조한 말투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새벽 1시 반에 택배 비닐 봉투를 뜯으며, 나는 그 안에 든 도라지청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걸 먹을 때마다 새벽의 거리를 누비며 생계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누군가를 생각하게 될 것만 같았다.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까? 이윤을 극대화하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얼굴을 생각해 보니 그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할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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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요새 꽂힌 공부는 바로 '점잇기'이다. 이 교재는 번호 순서대로 점과 점 사이에 선을 그어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도록 되어있다. 흩어져 있던 점들을 다 이으면 다양한 동물, 식물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흥미로운 풍물이 마침내 나타난다. 원래 내 계획은 엄마가 점잇기 교재를 하루에 2페이지씩만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잠깐 다른 일을 하는 동안 혼자서 6페이지를 다 해놓는다. 엄마가 재미를 붙이는 것은 좋은데, 얇은 두께의 그 교재를 다 해버리고 나면 다음 교재로 쓸만한 것이 없다. 2세에서 4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점잇기 교재는 의외로 출판된 책이 얼마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번에 구매했던 책을 다시 사야겠다고 나는 생각해 본다.

  서점에서 치매 환자를 위한 인지 학습 교재를 찾아보면 그것이 얼마나 빈곤한 출판 콘텐츠인가를 금새 알아차리게 된다. 환자마다 가진 교육적 배경과 인지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학습을 위해 그걸 표준화 시키는 것도 어려울듯 하다. 그러다 보니 그 교재의 내용과 질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것은 일반인들이 심심풀이로 하는 퍼즐 책 같고, 또 어떤 책은 초등 저학년 수준의 매우 기초적인 학습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내가 엄마의 인지 학습을 도우면서 본 책들만 해도 꽤나 많다. 나는 엄마에게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하곤 한다.

  "엄마, 그동안 엄마가 책 보고 공부한 시간만큼 고시 공부를 했으면 진작에 고시 패스했어야 해."

  이런 저런 노인용 인지 학습 교재에 실망한 나는 의외의 황금광맥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동용 서적이었다. 유아와 초등생을 위한 숨은 그림 찾기 책, 그리기와 오리기, 산수책과 십자말풀이, 고사성어와 속담 책... 점잇기 교재는 거기에서 어쩌다 얻은 행운의 아이템과도 같았다. 엄마는 점잇기가 너무나도 재미있다고 했다.

  그 점잇기와 함께 엄마가 좋아하는 건 '오리기'이다. 인지 학습에 손가락을 많이 쓰는 것이 좋다고 해서 나는 종이접기 교재도 몇 권 샀었다. 그런데 이 종이접기라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안하다 보니 나중에는 매번 하던 쉬운 접기만 하게 된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교재가 오리기 교재였다. 음식과 생활용품이 인쇄된 것을 오리는 것부터 종이의 절반을 접어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오려내는 것까지, 오리기는 의외로 유용한 인지 학습 아이템이었다.

  나는 색종이에다 나름의 도안을 그려서 엄마가 오리도록 했다. 그런데 그림 솜씨가 별로 없는 내가 그리는 도안은 원래 그리려는 그림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했다. 예를 들면 나비를 그리려는데 나중에 보면 나방이 되어버린다. 코끼리 도안은 코와 다리 각 부분의 비율이 영 맞지 않아서 어색하다. 그래도 엄마는 나의 오리기 도안을 즐겁게 오렸다.

  "엄마, 나방이한테 눈이라도 좀 그려줘봐. 여기 양쪽에 하나씩."

  엄마는 싸인펜으로 노란색 나방에 눈과 입을 그렸다. 아, 결국 뭔가 이상한 나방이 되고야 말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이 나방이 꽤나 귀엽다. 엄마는 나방이 웃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코끼리 도안에도 눈과 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오린 회색 코끼리에도 눈과 입이 생겼다. 이 코끼리도 어째 웃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엄마가 그렇게 오리고 그린 나방과 코끼리를 다 끝내버린 교재에다 풀로 붙여놓는다. 엄마는 매일 하는 공부가 재미있다고 일기에 써놓았다. 이렇게 나는 내 시간과 노력을 갈아넣어가면서 엄마의 달아나는 기억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엄마는 이제 자식들의 생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전에는 아무 문제없이 해내던 단순한 숫자 계산도 틀리는 때가 있다. 엄마는 당신의 뇌에 저장해놓은 많은 기억과 지식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 아웃소싱해버리고 있다. 그렇게 엄마의 머리는 고요하고 가벼워지는 중이다. 언젠가 엄마가 나를 알아볼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엄마와 함께 했던 지금의 이 시간들을, 그리고 엄마의 작은 코끼리와 나방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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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카우보이의 시조는 백인이 아니다? 흑인 카우보이에 대한 새로운 가설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america-s-first-cowboys-were-enslaved-africans-ancient-cow-dna-suggests


  미 대륙에서 카우보이가 나타난 시기는 16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미국 소의 DNA 분석을 통해 미국 소의 조상이 스페인에서 건너온 것임을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아프리카의 노예 무역과 함께 들여온 아프리카 소도 오늘날 미국 소의 유전자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노예 무역 상인들은 소만 들여오지 않았다. 그 소들을 잘 다루고 몰 수 있는 소몰이꾼도 데려왔다. 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 카우보이가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미 대륙에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나의 comment:
  과학은 우리가 흔히 가진 고정 관념과 편견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물론 그 기반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증거와 연구 결과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사와 함께 시작된 인디언 박해와 버팔로 멸절로 미 평원에는 소떼와 카우보이들이 등장했다. 그 시기에 흑인 카우보이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의 연구는 카우보이의 시조로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지목한다. 역사와 과학의 흥미로운 조합을 보게되는 기사.
 

2. 강황(tumeric)과 납중독(lead poisoning)의 미스터리

https://www.vox.com/future-perfect/2023/9/20/23881981/bangladesh-tumeric-lead-poisoning-contamination-public-health

  강황(tumeric)은 카레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향신료이다. 방글라데시는 강황의 주요 산지이며 수출국이다. 그런데 이 강황이 은밀한 납중독의 주범으로 과학 기사에 등장했다. 강황을 밝은 노란색으로 만들기 위해서 가공업자들은 유해한 도구와 첨가물을 사용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과 방글라데시 정부의 과감한 단속으로 강황에서 검출되는 납은 현저히 낮아졌다. 강황이 다양한 식품과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조치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의 comment:
  이 뉴스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역학자(epidemiologist)들은 방글라데시의 특정 지역에서 관찰되는 여성과 아동의 납중독을 연구하다가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다(기사 출처: https://stanmed.stanford.edu/turmeric-lead-risk-detect/). 납중독을 연구하던 과학자는 몇 년에 걸쳐서 강황이 납중독 연결고리의 마지막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열정과 신념을 가진 과학자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


*사진 출처: https://stanmed.stanford.edu

Stephen Luby, MD,(left) and Jenna Forsyth, Ph.D



3. Science지 뉴스의 한 꼭지를 차지한 우리나라 소식: 과학 연구 예산의 무자비한 삭감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south-korea-science-spending-champion-proposes-cutbacks

나의 comment: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암울한 뉴스이다. 이 기사에 실린 인터뷰에서 학자들은 기존의 연구들이 위축되고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토로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삭감인가? 이런 뉴스로 한국이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받는 일은 괴롭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4.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지견: 뇌에 DBS를 심는다고?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dbs-deep-brain-stimulation-depression


  DBS(deep brain stimulation, 뇌 심부 자극술)는 뇌 기저부에 전극을 삽입하고, 전류를 주어 이상 신경 신호를 바꾸어주는 술식이다. 이것은 만성화된 파킨슨병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DBS가 중증 우울증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의 약물 요법이 잘 듣지 않는 중증 우울증 환자들은 반복적인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런 환자들 가운데 DBS를 받은 사람이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후속 연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의 comment:
  DBS가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game changer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DBS는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하는 침습적 술식으로 나름의 위험이 따른다. 그럼에도 최근의 연구는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 차도를 보이지 않는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다.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 보다는 새로운 의학 기술의 힘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은 누군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일 수 있다.  


5. 미국 영화계가 멈췄다! 피켓 들고 거리로 나선 배우와 영화 산업 노동자들

https://www.vox.com/culture/2023/9/18/23878883/sag-wga-strike-maher-barrymore-amptp

  미국 영화와 방송계에는 양대 노조가 있다. WGA(Writers Guild of America, 미국 작가 조합)와 SAG-AFTRA(Screen Actors Guild and the 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 미국의 배우 방송인 연합 노조)가 그것이다. WGA는 지난 5월부터, SAG-AFTRA는 7월부터 파업중이다. 그들이 내건 파업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시 핵심은 '돈'이다.

  거리로 나선 노조원들은 제작사가 막대한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의 고용주인 제작사와 제작자들은 발전하는 영화 기술과 설비를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원가를 절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물론 여기에 AI(인공지능)도 등장한다. 일례로 제작사는 영화의 스토리를 만드는 일에 AI를 내세워 작가들을 보조 인력으로 쓰고 싶어한다. 말 그대로 영화 산업계의 노동자들은 밥그릇이 날아갈 지경에 처했다. 현재 제작사는 노조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 협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누가 돈을 더 가질 것인가? 지난하고 고통스런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나의 comment:
  내가 읽은 이 파업의 다른 기사에서 헐리우드의 유명 제작자는 이 파업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말하자면 영화계 노동자들이 시대의 변화인 AI에 적응하지 못하고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제작사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고 단호하다. 거리로 나선 노조원들에게 이전보다 높은 임금을 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제작자들에게 AI와 같은 새로운 과학 기술은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 파업은 영화라는 매체가 직면한 산업 혁명(Industrial Revolution)을 연상케 한다. 이 위기를 창작자들과 영화 산업 종사자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협상은 어떤 식으로든 타결될 것이다. 영화계 인력들은 지금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게 생존을 해나갈 수 밖에 없을듯 하다.



**사진 출처: vo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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