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역시 딱딱한 껍데기에 질 좋은 종이로 만든 책을 좋아한다^^ 책이 예뻐서 만족. 마당에 놀러온 예쁜냥이랑 함께한 책사진)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너무나 유명해서 읽지 않아도 읽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소설의 대표격이지 않을까 한다. 사실 내가 그랬다. 나는 분명 이 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찬찬히 기억을 떠올려 보면 도통 책장을 넘긴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다. 이미 오래전에 영화도 드라마도 봤었기 때문에 내용은 다 알고 있다. 어렴풋이 어릴 때 축약된 동화책을 봤던 거 같기도 하다. 삽화가 기억이 나니까. 아무튼 이런 이유로 나는 이때까지 “위대한 유산”은 다 아는 거, 다 봤던 거 이런 식으로 내내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소설을 읽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내용들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에 놀람과 동시에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읽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동화 속 이야기로 혹은 영화화된 화면으로 알던 “위대한 유산”에 대한 인상은 책을 읽으면서 느낀 만족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영국의 대문호답게 찰스 디킨스 정말 글발 끝내주는 구나 싶었다. 이야기로써의 재미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 몇 번이나 만들어진 것만 봐도 이미 보증된 것이니 더 말하지 않겠다.
그 외에 특색 있는 캐릭터들과 그들을 묘사하는 문장의 맛깔스러움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인간에 대한 통찰과 세태에 대한 풍자는 예리했고, 착한 본성과 성실한 삶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바탕에 깔린 작가의 시선을 느낄 땐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소설을 읽는 거지 하는 만족감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이 소설은 굉장히 코믹한 상황들이 많이 나오고 정색하고 한번 꼬아서 웃기는 문장들도 꽤 많이 있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심각한 내용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해학과 유머가 가득한 소설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고루한 고전 소설이라고 오해했던 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을 더 읽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재밌어!
그러고 보니 엄청 유명한 고전들은 그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지금에 와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읽지도 않아 놓고서는 다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나 하나 뿐은 아닐 거 같기 때문이다. 내용 다 알고 있으니 책으로 안 읽어도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알고 있는 것보다 책이 훨씬훨씬 재미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