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구경으로 청평사에 갔다왔다.

공기는 기가막히게 좋았고 계곡물도 너무 맑았다.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나무냄새 흠뻑 맡으면서 가을을 잘 즐기고 온 느낌이다.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풍경. 

청평사는 배타고 들어가는 것도 참 좋지만 차타고 배타고 가는거 귀찮아서 그냥 차를 타고 한번에 갔다. 

배후령터널 지나서 배치고개를 넘어가면 되는데 꼬불꼬불 고갯길이 좀 힘들지만 차가 많지 않기때문에 그런대로 괜찮다.  

그러고보니 청평사에 배를 타고 들어가본지가 까마득한 옛날 일 같네ㅋㅋㅋㅋ

추억을 곱씹을 겸 언젠가 배도 타볼까 싶기도 하고~


주차장 단풍나무. 빨간색이 너무 예뻤다.



저기 저 끝에 청평사 선착장이 있다. 




가을을 맞은 소양호





자 이제 청평사 가는 산길을 올라가 보자. 

등산로는 아주 쉽다. 길이 잘 되어있고 경사도 급하지 않고 길이도 적당해서 등산 싫어하는 사람도 이정도는 참아낼 수 있을 만한 길이다.


부러진 나무도 보이고.

나무 아팠겠다ㅠㅠ



내내 계곡 물소리 들으며 올라가니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더 올라가면 구성폭포가 나온다.  




슬슬 더 올라가보자. 저기 담장이 보인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담장 아래 핀 꽃 참 예쁘다.

오래된 목조건물. 이 옆은 찻집인데 내부수리중이라 영업을 안 하고 있었다.



귀여워서 찍은 돌탐 무더기.  



사각형 영지. 이 영지에서 청평사 뒤에 있는 오봉산이 물에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낙옆이 수북하게 떠 있어서 물도 잘 안 보였다. 

근데 여기서 뜻밖에 생명체를 만났으니 바로바로



 이 녀석! 너무 당당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 찍는 내 옆을 스윽 지나갔다. 

청평사에서 귀여움 받고 사는 고양인가보다. 사람을 전혀 안 무서워 한다.




가을 풍경. 너무 예뻤다. 사진 속 지나가는 분들은 망고스티커로 가려 드렸다^^

 


조금 더 올라가서 계곡 풍경.



드디어 청평사에 다 올라왔다!!!




아늑하고 고요한 절 풍경.


조용한 예쁜 길도 걸어 보고



청명한 계곡도 보고


800살, 500살 먹은 주목나무도 보고




가을가을한 은행나무도 보고



 

자 이제 슬슬 내려가 보자.



다 내려와서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출렁다리.

사실 이 다리는 좀 무서웠다ㅋㅋㅋㅋ




이제 집에 가야지. 청평사, 오봉산아 잘 있어 다음에 또 올게♡



깊어가는 가을

콧바람 잘 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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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29 15: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멋진 가을 풍경이 담긴 청평사 울긋불긋 낙엽길 하늘 빛 넘 좋습니다
가을 햇살은 보약😄

망고 2022-10-29 15:28   좋아요 3 | URL
스콧님도 보약같은 가을햇살 가득 드시고 좋아하시는 책도 맘껏 읽는 행복한 가을 되세요😄

Falstaff 2022-10-29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흔해빠진 청편사 회전문 이야기가 안 나와서 좋습니다. 예상 외로 큰 집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이 절집에서 머리카락을 깎아, 말아, 아주 잠깐 머뭇거리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ㅋㅋㅋㅋ 몹시 누추한 기억이군요. 그랬으면 저 말석의 돌중 방석 하나는 얻어 걸렸을 텐데요. ㅋㅋㅋㅋㅋ

망고 2022-10-29 19:57   좋아요 2 | URL
청평사는 절에 올라가는 길이 예뻐서 한때 종종 가던 장소라 유명한 회전문은 이미 옛날에 하던 블로그에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ㅋㅋㅋ골드문트님의 자칭 누추한 기억 저는 너무 호기심이 생기네요^^어떤 순간이면 머리 깎을 생각이 잠시나마 드셨을까요?😁

기억의집 2022-11-30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평사 봄에 다녀온 적 있는데 늦가을 모습 보니 단풍철에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다니면 다닐수록 이쁜 곳 많어요. 이번 코로나 삼년 기간 동안 부지런히 여러 군데 다니면서 좋았어요. 청평사가는 길에 찻집에서 커피 마셨는데 거기에 꽃이 이쁘게 펴서 그 기억이 남는 곳입니다.

망고 2022-11-30 23:19   좋아요 1 | URL
그 찻집이 내부공사로 문을 닫았더라고요😆저도 거기서 연잎빵과 함께 차 마시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제 개인적으로 청평사는 여름이 제일 좋았어요 계곡이랑 폭포랑 푸른 나무들이랑...아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와서 더 반가웠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신간

아직 비닐도 뜯지 않았다ㅋㅋㅋ

근데 비닐은 언제 뜯을지 모르겠다.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얼마전에 제니퍼 이건의 "캔디하우스"를 읽다가 말았는데 이거 먼저 끝내고 스트라우트 책 읽어야지.

"캔디하우스" 초반 읽다가 깨달은게 이 책은 전작 "깡패단의 방문"이랑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거다.

문제는 내가 깡패단을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안 난다는 거고.

그래서 깡패단을 다시 읽었는데 왜이렇게 내용이 다 새롭지? 내 기억력 다 어디로 간거지? 나름 깡패단 읽을 당시 이 소설 너무 좋다 하면서 읽었었는데 왜 다 기억이 증발되어 있는 거지?ㅋㅋㅋㅋ

그래서 결론은 캔디하우스 극초반 읽다가 멈춰놓은 거 이제 다시 꺼내서 읽어야 한다는 거고,

그러고나서 오늘 온 스트라우트 책 비닐을 뜯어 주겠다는 거다! 



(실은 책 사진을 가장한 망고어르신 자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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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2-10-24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망고와 책들 다 좋아요!!^^
굿나잇!

망고 2022-10-24 21:35   좋아요 3 | URL
애플님도 굿밤😄

scott 2022-10-24 2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망고 가을 타는 것 같습니다 ㅎㅎ
՞•・•՞🐾
전 바닷가 루시 킨들로 구매 했는데
하드커버 부피가 얇네요!

코로나 팬데믹 사회 모습을 반영 했다고 하는데
망고님 캔디 하우스 완독 후!
루시로~@@

망고 2022-10-24 22:38   좋아요 3 | URL
가을남자 망고인가요😆 책은 오 윌리엄이랑 비슷한 부피에요 루시가 전하는 팬데믹 사회 어떨지 매우 기대됩니다

mini74 2022-11-14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어르신 꿀잠 주무세요 *^^* 아. 망고한테 큰절 하고 싶은 귀여움입니다 ㅎㅎ

망고 2022-11-14 18:11   좋아요 1 | URL
ㅎㅎㅎ요즘 부쩍 밥투정을 해서 모시기 힘든 어르신입니당 귀여우니 참고 살지요ㅎㅎㅎ

기억의집 2022-11-30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과 고양이는 어울리는 조합이군요!!!
 


"망고 나갈까?" 혹은 "망고 통조림 줄까?" 하면 요렇게 쳐다봐 주는데 "망고 사료줄까?" 하면 들은척도 안 하는 15살 어르신ㅋㅋㅋㅋ 사료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요즘은 아주 입맛이 딱 없는지 통조림만 먹는다. 사료는 가끔 디저트 정도로만 먹고.

그래서 살이 쭉쭉 빠졌다ㅠㅠ 그래도 통조림이라도 잘 먹으니 다행이다 하면서 집사는 오늘도 캔을 따고 있고~



부쩍 잠이 많아진 망고의 평소 모습. 어르신 푹신한 방석위에서 더 쾌적하게 자라고 이불도 깔아주고ㅎㅎ

부농부농한 냥이 침구들은 집사 취향인데 노랑노랑한 망고랑은 어째 좀 안 어울리는 느낌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마당에 데리고 나갔다. 나가자마자 게으르던 평소 모습은 어디가고 눈빛 용맹해진것 봐



망고야 너 굉장히 사나워 보인다^^




집에 오면 다시 뒹굴뒹굴



이렇게 오늘도 망고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빈둥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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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2-10-23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아앙~~망고다!!!!!!!!!!!!!!!!!! 망고는 제게 사랑하는 알라딘 고양이 0순위입니당~~~
언제 보아도 넘 사랑스러워요~~!!^^
올해 소망처럼 망고, 숙부드러운 고양이로 지냈나요?^^
두 번째 사진 속의 망고처럼 포근히 잠자고 싶네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 망고! 망고 사진 고맙습니당~~~^^

망고 2022-10-23 14:59   좋아요 1 | URL
와 우리 망고가 애플님 알라딘 고양이 0순위였을줄이야 우와 우리 망고 넘 좋겠당ㅋㅋㅋㅋ귀여워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망고는 활동량이 확 줄어서 본의아니게 숙부드러운 고양이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ㅎㅎㅎ

scott 2022-10-23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망고! 드디어 멋진 비쥬얼이 공개!
첫번째 사진에서 카리스마 눈빛!(*ΦωΦ*)

두번째 사진에서는 늘어져 있는 여유가!ฅ́˘ฅ̀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의 망고 모습
여기도 그려 놓을께여 !
       __..,,__   ,.。=‘`1
     .,,..;~`‘‘‘‘    `‘‘‘‘<``彡 }
  _...:=,`‘    ︵  т ︵  X彡-J
<` 彡 /  ミ  ,_人_. *彡 `~
  `~=::              Y
    i.             .:
   .       ,。---.,,  ./
    ヽ /゙‘‘```;.{    \/
     Y   `J..r_.彳   |
     {   ``  `   i
              \   ..︵︵.
     `\         ``ゞ.,/` oQ o`)
      `i,          Y  ω /
       `i,      .    ˝   /
      `iミ           ,,ノ
       ︵Y..︵.,,     ,,+..__ノ``
     (,`, З о    ,.ノ川彡ゞ彡  *

망고 2022-10-23 15:54   좋아요 2 | URL
꺄~~~너무너무 귀여워요💙 사실 망고가 요즘엔 하루종일 잠만자서ㅋㅋㅋ사진이 전부 자는 모습이라 얼굴 이쁘게 나온 사진 찾기가 힘들어요ㅋㅋㅋ
 



작년 12월달부터였나 토지를 읽기 시작해서 이제 끝을 보았다.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읽자 하면서 1년 목표로 잡았었는데 잘 달성한 셈이다. 

19세기 후반부터 해방이 되는 날까지 거의 50년의 역사를 토지 사람들과 함께한 느낌이다.

정말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들, 그 시대와 맞물려 가며 고뇌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껏 빠져서 읽었다. 

읽으면서 내내 박경리 작가는 진짜 천재다! 하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토록 설득력있게 풀어낼 수 있는지......대단합니다 작가님ㅠㅠ



아무튼

오늘 20권 다 읽은 기념으로 20권에 밑줄 그은 문장을 옮겨 놓는다.



자아, 이만하면 숨이 가쁜 불행의 연속이 아니고 무엇일꼬. 모두 힘들게 살아왔고 비극적 삶을 끝낸 사람들도 많지만 어찌하여 그다지도 불행의 여신은 석이네 식구들에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가. 절망적인 파도를 넘고 넘어 살아왔으며 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인생이 엄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만 본능적인 삶에의 욕구, 죽음이 두려운 때문이가, 전생의 업을 갚기 위한 때문인가? 그렇다면 남희는 전생에 무슨 악행을 범했더란 말인가. 사냥감같이 잡혀서 전선으로 보내어지는 조선의 순결한 딸들은 어떤 업을 짋어졌기에 일본군대 야수 같은 몸뚱이 밑에서 살이 썩어가야만 하는가. 대체 조선 민족은 일본 민족에게 갚아야 하는 죄업이 무엇인가. 개인 하나하나의 행로를 바꾸어놓은 대일본제국의 군국주의, 침략의 그 마성을 적자생존이라는 이른바 지식인들의 논리로 진정 마감해야 하는 건가.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악이 힘이라면 선도 힘이요, 공격이 힘이라면 방어도 힘이다. 악의 승리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네들은 지금 공중에서 찢기어 살점들이 흩어지고 옥쇄! 옥쇄! 전멸! 전멸! 막 스스로에 의한 지옥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토지 20권 318쪽~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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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2-10-21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하시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완독 기념으로 망고 사진 한 장 부탁요~~

망고 2022-10-21 16:2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당😊망고 사진은 조만간 올릴게요ㅋㅋㅋ

scott 2022-10-21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토지 완독 추카합니다
황금빛 메달🎖놓고 가여🤗

망고 2022-10-21 17:3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당~뿌듯하기도하고 시원하기도 한데, 해방후 역사가 또 비극이라는걸 아니 좀 슬프기도 했어요ㅠㅠ

scott 2022-10-21 17:33   좋아요 2 | URL
망고님 토지 완독만으로도 인생에 커다란 의미가 될것 같습니다 😊

망고 2022-10-21 17:3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사실 내내 숙제로 남아있었는데 이젠 숙제끝~이런느낌😆

거리의화가 2022-10-21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현재 토지를 읽고 있어서 그 감동이 얼마나 크실까 상상이 됩니다^^ 축하드려요!

망고 2022-10-21 17:34   좋아요 3 | URL
오 토지 읽고 계시는군요😄다 읽고나니 스포당할 걱정없이 이젠 맘내키는대로 토지 몇부든 꺼내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ㅋㅋㅋ이젠 심심할때마다 아무곳이나 펼쳐서 읽으려고요^^화가님도 완독까지 화이팅!

기억의집 2022-11-30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20권을 일년동안!! 다른 책에 대한 유혹도 많었을 것 같은데.. 저도 망고님처럼 일년 잡고 읽어봐야겠어요!! 매번 반지의 제왕이나 황금 나침반같은 외국 작품 읽지 말고…

망고 2022-11-30 23:16   좋아요 0 | URL
사실 북플 이웃님들 같이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맘잡고 읽으면 한두달이면 읽으실거 같아요 저는 그냥 이것저것 다른 책들도 기웃거리며 느긋하게 읽으려고 1년 목표잡은 거라서요^^기억의집님도 토지 도전 응원합니당😁
 

(마당에서 꺾어 온 다알리아 앞에서~ 노란책 예쁘다)


나는 단편소설을 잘 못 읽는 편이다. 장편에 길들여졌는지 이상하게 단편을 읽으면 집중도 잘 안되고 읽고 나서도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주로 단편을 읽어야 할 때는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아닌 이상 e북을 사서 한번 훑고 마는 수준으로 읽는다. 이러니 더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래서 단편소설집은 잘 소장하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작가의 다른 소설들은 어떨지 호기심이 마구마구 일어서 자본주의의 적이라는 장대한 제목의 이 소설집을 샀다. 소설집 제목부터가 빨치산의 딸이라는 작가의 내력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지레 짐작하기로 여기에는 뭔가 역사적인 큰 이야기를 하고 있겠다 싶었는데 내 예상은 역시나 늘 그렇지만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첫 번째에 실려 있는 자본주의의 적은 너무나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세상에 나서기를 극도로 불편해 하는 현남 가족의 이야기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기꺼이 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고로 뭔가를 가지려고 용쓰고 싶지 않다의 상태. 즉 현남 가족이 대표하는 바로 이런 욕망의 부재 상태가 바로 자본주의의 적이라고 화자인 현남의 소설가 친구는 명명한다. 너무나 조용한 사람들이라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모를, 눈에 잘 띄지도 않을 그저 희미하기만 사람들을 정의하는 단어로는 안어울리게 거창하고 위협적이라 오히려 하찮고 귀여운 자본주의의 적

 

이 소설집에서는 이런 전혀 무섭지 않은 자본주의의 적들을 수월찮이 만나볼 수 있다.

별 꿈도 없고 딱히 별 재능도 없고 특별한 취향도 없이 한국 시골마을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미국 원어민 교사 스텔라의 이야기, 병에 걸려 다 죽게 생겼지만 고치려는 의지도 살고자 하는 욕망도 없이 매일매일 술만 마시는 기택의 이야기에서 첫 번째 소설의 주인공 현남 못지않게 자본주의의 적의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이들에게 왜 그렇게 희미하게 사냐고 손가락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다소 퉁명스러운 톤으로 말하고 있지만 슬며시 던지는 시선은 푸근하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살아간다.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살아진다. 이런 삶이라도 뭐 어떤가 어쨌든 이래저래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가 하는...

그리고 이런 욕망 없는 사람들이 그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묘하게 위로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하고...물론 그 위로는 뭔가를 열심히 하려고 하는 자의 자기반성의 순간과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또 썼더라.

뭐지 이건? 욕인가 싶어 가만히 있으면 이어지는 말이 가관이다.

뭘 그렇게 써대.

역시 욕이다. 문제는 그런 욕을 먹고 내가 반성을 한다는 거다. 자폐가족에게 물든 게 분명하다. 반성의 수준에서 가만히 있으면 더 센 펀치가 날아온다.

정 쓰고 싶으면 혼자 써. 쓰고 버려.

별것도 아닌 걸로 자원 낭비하고 세상에 민폐 끼치지 말라는 거다. 이런 젠장. 내가 이래봬도 과작의 작가라고! 발끈하고 싶은 심정은 둘째요, 느닷없이 부끄러워진다.

그래, 그러면 될 걸 나는 왜 꼭 어딘가 발표해서 누구에게 읽히려고 하는 거지?

(33)

 

 

자본주의에 직접적인 위협이었던 진정한 자본주의의 적이 주인공인 이야기도 있긴 하다.

한때 빨치산이었던 여자는 지금 90넘은 노인이 되어 자꾸만 과거를 소환한다. 지리산에서 죽어간 동료들의 모습, 치매에 걸려 원초적인 본능만 살아있던 짐승 같은 모습의 여동생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 젊은 날 목숨 바쳐 싸웠던 사상이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하는 회한,

하지만 노인이 떠올리는 이런 기박한 기억들 속에도 간간이 끼어드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새하얀 눈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같은 것들.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녀에게 속삭였다는 말 같은 것들. “우리 멩꺼정 다 얹어줬응게 원 없이 살다 오시게

슬프고 아름다운 단편이었다. 읽으면서 조금 울었네ㅠㅠ

 

 

진짜 재밌어서 내내 웃으면서 읽기도 하고 가슴 찡한 문장에 눈물 찔끔하기도 하고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들어서 흐뭇해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이 소설집 속 이야기들을 내 기억에 딱 붙잡아 둘 수 있겠다 싶었다. 너무 잘 읽었다.

그래서 또 한권의 정지아 작가 소설집을 주문했다^^

분명 난 단편소설 잘 안 읽고 잘 안 산다고 했던 사람인데 말이다.

ㅎㅎ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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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0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북으로 휘리릭 읽다가 소장하고 싶은 욕구로 종이책도 구입하는 사람
요기 🖐있습니다 ☺
망고님 정원에 핀 다일리아 넘 예쁩니다
은근 화려한 가을가을 꽃 🌼🌼

망고 2022-10-10 14:02   좋아요 1 | URL
다알리아 넘 예쁘죠ㅠㅠ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쭈욱 펴서 오래볼수 있어서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