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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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온갖 신기한 식물들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 삽화도 사진도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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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미국에 있는 혈육이 영어 소설책을 몇 권 보내 줬는데 그중에 이 책도 있었다. 그동안 번역된 제니퍼 이건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던 경험이 있어서 새로 나온 이 신간 소설도 재밌게,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책을 딱 펼쳐서 읽는데 초반부터 이거 참 만만치가 않구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그렇지만 단어도 어렵고 쉽게 도전할 원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책 속 인물들과 그 인물의 일대기가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싶은 거다. 가만 기억을 떠올려보니 제니퍼 이건이 퓰리쳐상을 탔던 깡패단의 방문속 인물들이 이 소설과 겹치는 것 같은 거다. 당장 원서 읽기를 중단하고 깡패단의 방문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10년쯤 전에 읽었던 책이라 내용 기억이 거의 안 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깡패단의 방문을 다시 다 읽고는 이 책 캔디 하우스를 바로 펼쳐서 읽었어야 하는데 그때 뭔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기도 했고 만만치 않은 난이도에 골치도 아파서 그냥 덮어두고 안 읽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게 올해 2월초부터다. 근데 또 웃기는 사실을 고백하자면 작년에 깡패단의 방문을 다시 읽었다고 했는데 그 내용을 또 많이 까먹어 버려서(뭐냐 내 기억력ㅡㅡ) 또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작을 뒤적거리며 이 인물이 누구더라 하면서 되짚어 읽어 봤다는....머리가 나쁘면 이렇게 고생을 한다.

 


자 그래서 어렵게 이 책을 다 읽었다. 초반이 힘들었는데 점점 이 소설 스타일에 적응을 하게 되면서 재미가 붙기 시작했고 중반 넘어가서는 속도도 붙어서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감동과 뿌듯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말하는데 이 책 내 기준으로 원서 난이도 꽤 높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막 튀어 나오고 시점이 왔다 갔다 해서 내용도 다소 복잡하다. 그나마 문장은 길지 않고 평범한 수준이라 단어만 잘 넘기면 문장 읽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왜 자꾸 책 어렵게 읽었다는 얘기를 하냐면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고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못 쓸 거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형식상 내용을 요약하기 힘든 소설이고 이 책을 어떻게든 머릿속에 정리해보려 하면 약간 복잡하게 느껴져서 뭔가를 쓸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근데 이토록 어렵게 읽었는데 아무것도 안 쓰고 넘어가면 너무 섭섭할 거 같은 거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 말 대잔치라도 하는 중이라는 거?

 

 

이 소설은 여러 인물들이 혈연 지연 학연 등등으로 나름대로 다 얽히고설켜 있고 그 관계가 깡패단의 방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지 쉽게 파악이 된다. 뭐 안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깡패단의 방문을 먼저 읽는 게 좋기는 하다.

각각의 인물들이 한 챕터씩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의 완벽한 단편 소설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한 챕터 당 이야기가 독립적이다. 하지만 물밑에선 이 인물들이 모두 다 연결 되어 있고 배경으로는 집단적 의식즉 기억 공유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이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독립적인 이야기들이지만 하나의 큰 덩어리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 소설은 현실과 다른 평행우주 같은 현재 세계와 미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약간 SF적인 냄새도 난다.

이 소설속 세계에서는 사람들의 머리에 센서를 부착해서 뇌에 저장된 기억을 만다라 큐브라는 장치에 업로드를 하면 누구나 그 기억을 볼 수가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고 치자. 그 당시 똑같은 때에 똑같은 장소에 있던 다른 사람도 자신만의 기억이 있다. 이들이 모두 큐브에 기억을 업로드 했다면 서로의 시점으로 그때의 기억을 공유해서 볼 수가 있다는 식이다. 내 기억은 이런데 저 사람 기억은 저렇구나 하고 같은 사건을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들여다 볼 수가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내 기억에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보면서 불확실한 부분을 채워 넣을 수도 있다.

이 기술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누구나 타인의 기억에 접근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과거에 AB를 마음속으로는 싫어하지만 겉으로는 좋아하는 척 했다면 이제 그 기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BA의 진실한 속마음을 알아버리게 된다는 식이다. 이런 기술이 과연 좋기만 할까?

그냥 딱 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아주 심각해 보이는 무서운 기술이 아닐 수 없는데...현실에 이런 게 있다고 생각해보면... .... 안돼!!

그래서 이 소설 속에선 이 기술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열심히 활동을 한다. 집단 의식에 기억이 업로드 된 사람들은 그것에서 자신의 모든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또 다른 기술을 이용하는 비영리집단 몬드리안을 이용한다. 만다라와 몬드리안은 서로 양극단에 있고 거기에서 주력으로 일하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니 근데 여기까지는 그냥 이 소설의 배경일 뿐이다. 중요한 건 이런 기술이 스며들어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그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해 주는 건 만다라의 창업자 빅스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도록 영감을 준 아이디어, 즉 인류학자 미란다 클라인의 연구 논문이다. ‘친밀함의 패턴에 대한 연구.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를 신뢰하고 좋아하게 되는가에 대한 연구였다. 미란다는 사람들이 서로의 모든 역사를 알고 있을 때 친밀감이 형성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을 토대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성공을 거둔 빅스는 기억을 공유하는 만다라 큐브까지도 개발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친해지기 위해서 정말로 그렇게나 많은 서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은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조용한 깨달음의 순간과 함께 찾아온다.

 

 

어느 날 어떤 장소에서 혼자라는 외로움에 다른 혼자인 사람에게 손을 뻗어 친구가 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으로 평생의 좋은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죽을 위기 앞에서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소망할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 하다가 불쑥 만나게 된 친구는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아 보이고 그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 평생 추구했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순간도 있다.

우연히 남의 가방을 맡게 되어서 가방 주인이 올 때까지 오도가도 못 하고 길거리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밤, 옆에 누워있는 노숙자들의 존재에 위안이 되는 순간도 있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으르렁 거렸던 두 이웃은 그 중 한명이 깊은 실의에 빠지자 다른 쪽 한명이 갑자기 적의를 내려놓고 실의에 빠진 쪽을 위로해 주는 순간도 있다. 이들은 그 후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함께 오랫동안 앉아 있곤 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친척의 우울한 낌새를 눈치 채고 내내 같이 있어 주다가 자살 시도에서 생명을 구해주고는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는 순간도 있다.

비록 각자의 이익을 위해 소통했지만 그 소통으로 얽힌 사람들이 모두 만족한 결과를 얻었을때, 개인의 성취란 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도 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집단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다. 기술을 이용 하는 인물들은 죽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두 딸들의 이야기뿐이다. 그것마저도 내 트라우마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 죽은 아버지의 기억이 필요했던 것이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아니다.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은 직접 접촉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다. 내가 아팠던 이야기는 상대의 우울한 이야기와 공명한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고 말해진다. 그것은 그냥 정보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기술은 사람들을 달콤함으로 유혹해서 낚는 캔디 하우스일지도 모른다고 이 소설은 많은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말해준다.

 



이 소설은 참 독톡하다. 인물이 바뀌면 이야기하는 스타일도 그 인물에 꼭 맞게 휙휙 바뀐다. 어떤 인물은 보고서 형식이나 이메일의 나열 등의 새로운 서술 형식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독특한 인물에 독특한 형식을 차용하지만 결국 인간 보편의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이라 공감을 이끌어낸다. 게다가 어떤 부분은 아름답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하고 감각적이기도 해서 읽는 재미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

번역서가 나온다면 다시 읽어 봐야지. 우리말로 어떻게 이 소설을 옮겼을지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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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진화론을 겉핥기식으로 대충 알고 있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크게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적자생존은 곧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강한 자 만이 살아남아서 약한 것들이 도태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확장되어 나온 최악의 결과를 인간 사회는 이미 경험하기도 했다. 바로 우생학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생학의 폐해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이고 이것을 지금 입에 올리는 사람은 또라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적자생존은 약육강식이라는 논리의 흐름은 그러나 여전히 은근하게 생활 속에 퍼져있다. 일단 이 논리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회의 불평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태로 인식이 되며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경쟁은 인생의 당연한 과제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적자생존은 결코 강한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아니다. 자연에 적합하게 적응한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결코 강하고 폭력적인 개체만이 적자가 아니다. 어쩌면 강하고 폭력적인 개체는 싸움에 잘 휘말려서 부상을 입거나 단명하게 되고 생존에 더 불리해 질 수도 있다. 그러니 자연이라는 변수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적자생존의 핵심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 인간 종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이 멸종할 동안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즉 호모 사피엔스의 어떤 점이 생존에 적합했던 것인지에 대한 가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시대에 생존해 있던 인간 종들이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나머지 종들보다 더 신체적으로 강하고 더 똑똑했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키는 더 작았고 뇌도 다른 종들에 비해 작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까지 이토록 번창할 수 있을까 하는 해답을 찾기 위해 저자들이 연구한 방향은 친화력으로의 진화였다.

호모 사피엔스에겐 친화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친화력으로 인해 공동 목표를 향해 함께 힘을 합칠 수도 있었고, 정보를 공유해서 새로운 기술을 발명해 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 간 친밀감을 유지해서 평화롭게 후대를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번식능력까지 좋아지게 되어서 다른 인간종이 멸종할 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살아남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친화력을 가지게 진화할 수 있었을까?

저자들은 자기가축화가설로 이것을 설명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가축화해서 공격성을 억제하고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다는 것이다. 상호간에 서로 돕는 다정한 행동을 했을 때 식량을 얻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식으로 사회에서 얻는 보상이 커졌고 생존에 더 유리해져서 친화력 있는 인간들이 후손을 더 많이 남겼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친화력은 유전되어서 인간 자기가축화가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친화력의 유전은 흥미로운 여우 실험의 사례에서 잘 설명이 된다. 러시아의 여우농장에서는 40년 이상 이어온 야생 여우 실험이 있다. 순전히 인간과의 친화력 하나의 기준으로 여우들을 번식시키는 실험이다. 이 여우들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강아지처럼 온순해 지고 인간에게 먼저 다가와 친밀감을 보인다

거기에 꼬리가 동그랗게 말리고 주둥이는 짧아졌으며 얼룩무늬가 나타나고 이빨도 작아지고 펄럭이는 귀를 갖게 되는 외모의 변화까지 뒤따랐다. 게다가 이 여우들은 번식주기도 짧아져서 야생의 여우들보다 후손을 훨씬 더 많이 가지게 되기도 했다.

특히 나는 이 여우 실험에서 외모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 아주 재밌었는데, 야생 여우와 종은 같으면서 가축화된 여우는 단지 인간과의 친화력이 있다는 그 한 가지 차이뿐인데도 외모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이 꽤나 신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모변화는 자기가축화한 인간도 거쳐 온 과정이라고 한다. 친화력은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호르몬의 증가로 나타나는데 이 호르몬이 외모까지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락부락한 외모에서 여성적인 외모로의 변화가 바로 이것이라 한다. 친화력 호르몬이 없었으면 우리 인간 종은 지금보다 훨씬 남성적인 외모였다는 말인가...신기해라~

 

 

적자생존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오해를 하면서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추구해야 할 것들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라면 진화론에 껄끄러운 감정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감정은 잘 알지 못 하기 때문에 드는 감정이다. 사실은 내가 쭉 그런 상태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적자생존에 대한 내 미심쩍음이 많이 해소 되었고 거기에다가 저자들이 제시한 친화력으로의 진화가 생존에 더 적합했다는 가설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약육강식 무한경쟁 이런 것들이 아닌 우리 인간에겐 서로 돕고자 하는 다정한 본성이 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인간을 존재하게 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얼마나 아름답고 다행스러운지.

 

하지만 친화력을 가지게 진화한 인간이 왜 이토록 전쟁을 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고 남을 미워할까? 라는 질문이 당연히 뒤따르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의 본성엔 친화력이 있다면서 왜 우리는 모두가 평화롭게 살지 못 할까?

저자들은 이러한 의문 또한 친화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내가 속한 집단과는 친화력을 유지하지만 내 집단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나타났을 때는 바로 그 친화력을 지키고자 폭력적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친화력을 관장하는 호르몬도 옥시토신이고 내 집단을 지키려고 포악해질 때 나오는 호르몬 또한 옥시토신이라는 것이다. 내 집단에 대한 친화력이 너무나도 폭발해서 다른 집단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바로 이것이 친화력의 두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본성이 이렇다는 걸 안다면 앞으로 타집단에 대한 폭력성이 발생하려고 할 때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저자들은 이 책을 쓴 것 같다.

저자들의 인간에 대한 밝고 긍정적인 마음은 인간 사회가 폭력성을 억제하고 다양한 집단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제도로 민주주의를 꼽을 때도 드러난다.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현대에 와서 전쟁이 줄고 사람들은 좀 더 넓게 친화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유지한다면 친화력이라는 본성을 가진 인간이 더 확장된 타집단까지 점점 포용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무엇이든 혐오가 되는 요즘 세태에 나는 인간 본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에 서게 되곤 했다. 인간 본성은 정말 악한게 아닐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물어뜯으면서 죽어라 싸우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인간 본성엔 친화력이 있고 그것이 우리를 번창하게 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조금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세태의 친화력이란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을 넘어서지 못 하고 있다는 점, 내 편 끼리만 다정하다는 점이 너무나 뚜렷하게 보여서 마냥 긍정할 수만은 또 없었다. 우리는 정말로 친화력의 폭발로 인한 폭력성을 제도적으로 잘 잠재우고 있는 게 맞을까?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언론이 혐오를 조장하고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도록 교묘히 유도하고 있을 때 과연 민주주의가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상태에서 민주주의는 과연 희망적이기만 할까?

책을 덮었을 때 마냥 긍정할 수 없는 요즘이라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화력이라는 본성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결국 다정한 것이 살아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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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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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지역의 역사와 카지노가 들어선 현재의 모습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조망하는 소설. 초반 톡톡 튀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에 조밀하게 엮인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느슨하고 진부한 전개에 약간 실망. 그래도 의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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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 질문의 책 22
양승훈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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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도 조선산업도 그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좀더 깊이있게 정리가 된다. 한때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업의 흥망성쇠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더불어 거제도라는 지역에 대한 탐구까지 아주 값지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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