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시장에 대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거나 투기나 다름없다는 식의 비판적인 입장의 책들을 읽다보면 꼭 등장하는 찰스 사치. 그래서 그에 대해 주로 나쁜쪽으로 어떤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이 책으로 그의 이미지가 조금 바뀐거 같기도 하다. 특별히 긍정적으로 바뀐다기 보다는 그도 그냥 사람이구나 하는 다소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달까
그리고 그냥 한 인간으로서 삶을 재밌고 열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활기같은 것도 그의 대답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확고한 취향으로 이건 좋고 저건 안 좋아하고 하는식의 솔직한 평도 덤으로 읽을 수 있어 흥미롭다. 많은 작품을 보고 소장하기도 했던 자칭 아트홀릭의 취향을 들어보는건 굉장히 솔깃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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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4-06-14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망고님도 읽으셨던 책이군요!! 반갑 🙌🙌

망고 2024-06-14 21:59   좋아요 1 | URL
앗 무려 9년전 글에 알림이 떠서 깜놀ㅋㅋㅋㅋ등대지기님도 읽으셨군요 반갑😄

등대지기 2024-06-15 07:16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다른 분들 리뷰 찾아보다가 친숙한 아이디가 보여서 신나서 들어왔네요🤣
 
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정성들인 인물묘사가 사건과 반전을 이끈다. 촘촘히 뿌려둔 미국남부의 정서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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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송
켄트 하루프 지음, 김민혜 옮김 / 한겨레출판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각자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서로를 돌보고 공존하는 작은 시골마을의 이야기. 따뜻하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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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가서 많은 곳을 여행을 했다. 광활한 사막, 울퉁불퉁 우락부락한 독특한 바위들 끝도 없는 초원들 세상 끝까지 뻗쳐 있을 것같은 나른한 도로들  등등 미국 하면 떠오르는 풍경을 많이 보고 느끼고 왔는데, 돌아와서 가만히 여행지를 떠올려 봤을때 특별히 인상깊게 떠오르는 곳은 미국의 숲이다.

결코 참 아름다웠다거나 또다시 가보고 싶다거나 하는 여행자스러운 기억으로 인상깊었던것은 아니다. 나는 그 울창하고 깊은 숲이 무서웠다. (아름답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나무는 너무 거대했고, 그에비해 나는 너무 작았다. 어디선가 곰같은 동물이 나타난다해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그런 깊은 숲 속에서 섬뜩함도 느꼈다. 잠깐이었지만 무서워서 숲을 보고 싶지 않은데, 또 무서워서 봐야만 하는 그런 순간도 있었고, 밤에는 빽빽하고 시커먼 나무들이 공포 그 자체이기도 했다. 옆에서 사슴들이 풀뜯고 있던 차갑고 맑은 시냇물은 또 왜그렇게 불길해 보였는지.....내가 숲에 이렇게나 많이 겁을 먹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문득 그 숲을 떠올릴때는 내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이 책은 비록 내가 갔던 곳은 아니지만 어쨋든 미국의 숲에 대한 책이라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읽게 되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기로한 저자가 아직 산길을 걷는다는것에 적응하기 전, 트레일 초반에 숲에 대한 인상을 서술한 부분을 옮겨본다. 내 느낌이랑 너무나 비슷해서~

 

 

 

숲은 여느 공간과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입체적이다. 나무들이 당신을 에워싸고 위에서 짓누르며 모든 방향에서 압박한다. 경치를 가로막고 당신이 어디 있는지 분간하지 못하도록 한다. 당신을 왜소하고 혼란스럽고 취약하게 해놓은 다음, 마치 낯선 사람들의 무수한 다리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아이가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사막이나 초원에 서면 광활한 공간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반면, 숲에 서면 당신은 오직 그걸 감지하는게 고작이다. 숲은 거대하면서도 특징없는, 게다가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 있다. 

그래서 숲에서는 곧잘 놀라게 된다. 야수나 산적들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꼭 하지 않더라도 거기에는 뭔가 선천적으로 불길한 것,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최후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는 듯한 어떤 것, 그래서 물을 떠난 물고기처럼 당신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들고 항상 귀를 쫑긋 세워 놓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비록 스스로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말하면서도 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라고 명령하지만 권총을 빼 든 돈 노츠보다 더 신경과민이 된다. 뜻박의 소리 - 떨어지는 나뭇잎의 와장창 소리나 도망치는 사슴의 굉음 - 에도 놀라 현기증을 일으키며 제발 살려주십사 하는 심정이 된다. 아드레날린을 책임지는 신체기관이 무엇이건간에 그토록 광이 나게 잘 닦이고 기름칠이 잘 되어 있으며 나사가 제대로 조여 있어서 외부에서 신호가 오면 즉각적으로 아드레날린을 뿜어댈 준비를 갖추고 있던 적이 과게에는 없었던 듯싶다.

                                              (75 - 76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바로 내가 그랬어 내가 바로 저런 상태였어' 하면서 혼자서 어찌나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비록 저자처럼 숲에서 야영을 하거나 몇날며칠 몇달이 걸려 트레일을 종주한건 전혀 아니었지만, 숲 초보자라면 그것도 미국의 그 울창하고 거대한 숲의 초보자라면 이렇게나 예민한 상태가 되는건 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에 은근히 안도했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초반의 예민하게 숲을 받아들이던 저자의 모습이 점점 숲에 적응하면서 종국에 가선 거의 숲 중독자처럼 다시 숲을 찾고 산길을 걷는 변화된 저자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숲의 공포를 잠깐 맛 본 나는 저자처럼 다시 숲을 찾고 또 찾는 일이 참 대단해 보였다.

 

나는 아직도 비가 부슬부슬 오는 그 숲에서 곰소리인지 천둥소리인지 모를 커다란 울림에 뒷골이 쭈뼛서던 그 느낌이 문득문득 떠오르는데......그럴때면 다시 그곳에 가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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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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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살아있는 시간을 조용하게 인내하는 한 남자의 인생기록이다. 아름다운 문장과 담담한 전개 속에서 익숙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것은 인간이 겪어내야 하는 어쩔수없는 외로움이다. 끝까지 혼자였던 스토너의 외로움이 소설을 읽고난 후 오랫동안 마음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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