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이하진 지음 / 열림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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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은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사회적 SF 소설이다.

일단은 SF임을 내세우고 있는 이 소설은 몇가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가장 간단한 건 일종의 판타지로 보는거다. SF적인 소재를 가져와 상상력으로 크게 부풀려 만들어낸 이능력이란 설정은 꽤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히어로물의 그것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이능력의 실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딱히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의 연장임을 분명히 알게 하기에 더 그렇다.

다음으로는 근미래를 그린 SF로 보는거다. DNA 구조나 구성 등 꽤 여러가지를 밝혀낸 것 같지만, 정작 따져보면 별로 아는게 많지도 않은 인류가 또다시 거부할 수 없는 뜻밖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일은 여러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런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때의 대응책이라든가 그럴 때에도 지켜야 하는 중요한 것, 소위 인간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현대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강하게 담고있는 일종의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다소 판타지적인 SF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기는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들은 강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비슷한 문제, 비슷한 상황, 비슷한 감정을 이미 느낀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이렇게 되었을 때도 니네는 또 그럴거냐는 일종의 질타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젊은 작가다. 어쩌면 그렇기에 근래의 문제들을 더 크게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경험이 이런 소설을 낳게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이야기를 꽤 SF로 잘 써냈다.

한숨이 나오는 시대다. 그러나, 근래에 있었던 것 같은 문제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어쩌면 또한 미래에도 있을 것만 같다.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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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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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는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완전범죄를 소재로 한 소설집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것은 가족이라고 한다. 가까이서 많은 것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생활 패턴 등을 파악한다든가 그에 걸맞은 계획을 짠다든가 그를 기반으로 알리바이를 조작한다든가 하는 것에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아간다면 재산문제나 생명보험 등 돈이 엮이기 쉬운 사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은 얼핏 부부간의 불화가 그렇게까지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쉽게 결론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더 자주 크게 다툴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물베기일지언정, 어쨌든 칼부림을 하는 것이지 않은가.

오래 같이 사는만큼 쌓이게 되는 감정들은 어쩌면 은근히 살의를 갖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놈의 웬수’라느니 ‘저놈을 죽이고 나도 죽어야지’하는 말처럼 말이다.

그것을 좀 더 발전시키고 구체화해서 완전범죄라는 것과 엮어 써낸 여덟편의 단편을 담은 이 책은, 어쩌면 그래서 더 흥미로운 걸지도 모르겠다.

살의를 품은 부부관계라는 다소 막장스러운 것이 결국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가와 그 세부 내막은 무엇이었는가를 밝히는 이야기들은, 각자의 드라마도 꽤나 흥미롭고 막히는 구간 없이 쓰인 문잔은 잘 읽혀 지루하지도 않으며 가볍게 충격을 주는 반전도 잘 써먹어서 단편 미스터리의 재미를 잘 보여준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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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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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미나(宮島 未奈)’의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는 개성있는 괴짜 나루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루세 아카리’는 새삼 괴짜라고 하기기에 적당한 인물이다. 소설 따위가 아니라면 결코 볼 수 없을 괴짜를, 심지어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요즈음의 소설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 캐릭터를 이 소설은 미묘하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물상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대단히 가벼운 현대 소설이면서도 꽤나 옛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심지어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면도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인 나루세의 고전적인 말투부터가 일부러 그러한 면을 의도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신구가 섞여있는 것은 단지 겉보기 뿐 아니라 이야기에서도 좀 느껴진다. 만약 완전히 옛스러운 소설이었다면 이야기는 큰 갈등이 있은 후 극적인 해소를 맞이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전개되었을거다. 거기에 소위 신파라고 하는 과잉 요소가 섞이면서 억지스러운 감정을 쥐어 짜내려고 하기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이 소설은 굉장한 무덤덤한 현대 소설적인 면모를 보인다. 무리한 전개도 없고, 그렇기에 극적인 반전이나 카타르시스같은 걸 전해주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무리한 요소가 없는 마치 일기같은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심심할 수 있는 지점을 독특한 캐릭터로 채우고, 너무 뻑적지근하지는 않지만 씁쓸하지 않은 소소한 판타지를 보여줌으로써 은근히 미소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현실과 판타지의 미묘한 선이 꽤 나쁘지 않다.

소설은, 인기가 있어서인지, 후속작(成瀬は信じた道をいく)도 나오게 되었는데, 거기서는 또 무엇을 보여줄지 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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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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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는 시골 병원과 자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자살이라는 소재는 좀 민감한 것이고, 자칫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거의 금기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만, 솔직히 자살률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그러는 것은 위선적이라고도 느낀다. 차라리 그걸 제대로 다룸으로써 다른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

이 소설이 꽤나 그런 소설이다. 개인적인 사유와 그것이 자신을 크게 압박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의사라는 직업의 장점을 살려 거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자살 방법을 생각해낸 한 의사가, 심지어 그걸 용이하게 해줄만한 상황까지 맞딱뜨리는 행운을 얻었다가, 그 필수 도구인 모르핀을 도난이란 형태로 잃어버림으로써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음을 물론이거니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게 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한편, 단지 수단을 위해 내려온 시골 병원에서 생활을 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처음에 깔아뒀던 캐릭터성이나 갈등 요소들을 상당히 잘 풀어냈다.

그럼으로써 소설은 일종의 의료물이기도 하면서, 도난당한 모르핀과 범인의 행방을 쫒는 가벼운 미스터리이기도 하고, 그렇게 겪게되는 일들을 통해 성장하고 무엇보다 위로를 얻게되는 힐링물의 성격도 띈다.

이것들이 잘 섞여있으며 이야기 전개와 상황도 썩 나쁘지 않게 전개되기 때문에 독서 경험이 꽤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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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사용한 조작의 역사 -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숫자들
앙투안 울루-가르시아.티에리 모제네 지음, 정수민 옮김 / 북스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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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울루-가르시아(Antoine Houlou-Garcia)’와 ‘티에리 모제네(Thierry Maugenest)’의 ‘숫자를 사용한 조작의 역사: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숫자들(Le Théorème d’hypocrite)’은 수학의 부정적인 일면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이제는, 설사 그것에 가담했거나 관련 내용을 파헤친 것은 물론 수학을 깊게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통계라는 게 얼마나 주먹구구식이며 제 입맛대로 변조되어 이용되는 것인지를 대다수가 이해는 못할지언정 사실로서 알고는 있다.

통계에 해석을 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통계를 어떤 방식으로 낼 것인가 뿐 아니라, 심지어는 원시 데이타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 특정 결과에 유리하도록 조작과 편견의 주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러 문제들을 통해 본 적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최근의 것들만이 유의미하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훨씬 더 오래 전부터 그러니까 거의 수학이라는 게 시작됐을 때부터 자행되어왔다는 걸 이 책은 말해준다.

위대한 철학자로 유명한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이 수학을 이용해 저지르려고 했던 일들은 그들의 철학자로로서의 존중까지 거부감을 일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며, 애초에 수학이란 순수 학문으로써가 아니라 선동과 세뇌를 위한 도구로써 발전한 것이었나 하는 일종의 혐오감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수학을 이용해온 역사적 사실들이 현대의 역겨운 정치인들을 강하게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대부분은 악의적인 사용과 극명한 수치가 불러일으키는 정당하다는 또는 올바르다는 착각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그러한 결과에 이르른 과정과 사용된 데이타, 그리고 결론 도출 방법까지를 모두 면밀히 따지지 않고서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쉽게 간파해내기 어렵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정치, 경제 분야에서는 지들이 전문으로 수학하지도 않은 숫자 놀음을 계속 하면서 모두를 속이고 이익을 취하려 할 것이다. 숫자는 언뜻 확고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원 구조라던 사고의 생존자가 실제론 최종 36%밖에 안되는 처참한 수준이었던 것만 보아도 겉으로만 드러난 수치가 사실과 진실을 올바로 전해주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 뒤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판단할 수 있는 의심과 지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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