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어제 밤새 고열에 시달리며 뒤척이던 현수 탓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하루종일 머리가 무겁고 지끈거렸는데,
선덕여왕을 보고 채널을 돌리다가 S본부에서 하는 SOS를 봤다.
사실 이 프로는 자주 즐겨보진 않지만 아주 가끔씩 보게 될때가 있다. 이 프로를 보다보면 세상에 온갖 이상하고 나쁜 사람들이 득실거릴거라는 사회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참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이 소개되었고 세상에 정말 나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 본 '재산있는 노예'의 아저씨,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부모가 돌아가시며 물려준 재산도 제대로 행사해보지 못하고 육촌아저씨 집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침 해가 뜨면서부터 고된 노동이 시작된다. 제대로 된 식사는 생각도 못한다. 불균형한 영양상태로 작은 몸을 가진 아저씨는 밤 10시가 되어야 축사로 가서 잠을 잔다. 따뜻한 이불이나 포근한 베게를 베고 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정말 사람이 살아가기엔 너무도 열악한 환경을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를 대변해줄 어느 누구도 없이......자신의 집은 다른 사람이 세를 들어와 살고, 육촌아저씨는 번듯한 집에 살고 있는데 그는 소가 살고 있는 곳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더러운 물에 세수를 하고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일을 하러 나갔다. 나중에 더 놀랐던 건 그에게 동생이 있었다는 것, 동생은 정신이상으로 시설보호소로 보냈고 아저씨는 일을 잘하니 남겨 두었다는 것이다. 매를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저씨를 보며,
나나 남편에게 큰 사고가 일어나질 않기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나 성인이 되고 스스로 자신들을 책임질 수 있을때까지는 꼭 살아있어야 한다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의 일을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불안하고 두렵고 그런 것인데, 참 쓸데없는 걱정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하는데, 참 세상엔 나쁜 사람들이 많이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봤던 5살에 섬으로 납치되어 노예 생활을 하던 아저씨 생각도 났다.
가끔 남편은 아이들이 말을 잘 안들으면 내다버리겠다고 협박을 한다. 물론 현준인 그게 거짓말인줄 안다. 하지만 이런 협박을 하는 남편에게 눈을 흘기게 된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보물을 어디다 버린단 말인가. 잘 키워놓은 아이들 누가 채 갈까 매사 두렵고 걱정스러운데 말이다.
하루종일 힘들어하던현수가 잠자다 깨서 와서 품에 꼭 안겼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