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구판절판


왜 우리는 칭찬은 속삭임처럼 듣고, 부정적인 말은 천둥처럼 듣는지? 왜 내가 당신과 함께 나눈 긍정적인 얘기는 중요하거나 실제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지? 칭찬의 과도한 축소, 그리고 비판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은 진정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의 자아 존중감이 상처 입는다. 우리는 우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정복하려고 그들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자아 존중감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이미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격려를 감지하는데 실패하면서 말이다.-30쪽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건 이가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인 것입니다. 이기심은 남들이 나으 추향, 나의 자존심, 나의 이득, 나의 기쁨에 맞추어 살도록 요구하는데 있습니다.-35-36쪽

나의 창조물들을 자세히 보아라. 어떤 눈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다. 나뭇잎이나 모래알도 두 개가 결코 똑같지 않다.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하나의 '원본'이다. 따라서 각자 어떤 것과도 대치될 수 없는 거란다.-42쪽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너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너의 특별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릴리야, 사랑한다.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다.-71-72쪽

일 년 반 만에 서울을 찾악 다시 확인했던 것은 나의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파충류의 허물과도 같은 것이고, 나는 그 허물을 주워서 다시 뒤집어쓰고 돌아온 건 아닌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싸돌아다니던 골목에는 아직도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어두운 얼굴로 서 있었다. 나도 언제나 끼고 싶어 하던, 머리 좋은 치들의 비밀결사는 여전히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성공한 신사들 같았다. 모친의 식료품가게는 문을 닫았다. 그 어두운 가게의 천장 위에 내 '잠수함'은 뚜껑을 닫고 선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뚜껑을 젖히고 머리를 내밀자 나는 다시 심해에 잠기는 것 같았다. 내 다락방의 벽에는 떠나오던 날의 낙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밤새껏 승냥이는 울부짖는다-라고-125쪽

늘 어려운 일이었다, 저문 길 소를 몰고 굴을 지난다는 것은. 빨갛게 눈에 불을 ㅕ는 짐승도 막상 어둠 앞에서는 주춤거린다.
작대기 하나를 벽면에 긁으면서 굴을 지나간다.

떄로 이 묵직한 어둠의 굴은 얼마나 큰 항아리인가. 입구에 머리 박고 소리지르면 벽 부딪치며 소리 소리를 키우듯이 가끔 그 소리 나의 소리 아니듯이 상처받는 일 또한 그러하였다.

한 발 넓이의 이 궁에서 첨벙첨벙 개울에 빠지던 상한 무르팍 내 어릴 적 소처럼 길은 사랑할 채비 되어 있지 않은 자에게 길 내는 법 없다.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굴 온전히 통과할 수 있다. 그래야 이 긴 어둠 어둠 아니다.-180쪽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개들, 새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서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 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일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그런 것을.-222-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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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품절


"역사를 포괄하지 않고는 대작을 탄생시킬 수 없다."-15쪽

모든 작가는 자기의 작품이 시공을 초월해서 영원히 남겨지기를 소망하며 책상에 다가앉고, 펜을 잡아 외로운 고통과 싸워나갑니다.-20쪽

작가가 민족과 연결되어 있는 고리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되, 자기 민족에만 함몰되지 말고 전 인류의 인간다운 삶을 조명하는 데 의식이 열려 있어야 함은 필수 과제입니다.-22쪽

문학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고, 문학을 해야만 가장 행복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주저 말고 그 길을 시작하십시오.-27쪽

돌은 단 두 개. 뒷돌을 앞으로 옮겨놓아가며 스스로, 혼자의 힘으로 강을 건너가야 한다. 그게 문학의 징검다리다.-46쪽

좋은 글을 쓰고, 못 쓰고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좋은 소설을 쓴 작가는 그만큼 많은 단어를 안다는 증거다.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하고 글을 쓰려는 것은 불구의 손으로 마술사가 되기를 꿈꾸는 것과 같다.-49쪽

옳은 일, 바른 말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하고 하고 또 해야 하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이고 책무입니다.-54쪽

말문이 터진 아이들에게 말을 쉽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어른들이 쓰는 말을 그대로 쓰십시오. 그리고 아이가 무슨 뜻인지 물으면 그때 자상하게 설명해주십시오. 아이들은 모르는 말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묻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의 어휘량이 확장되고, 두뇌가 빨리 개발됩니다.-59쪽

작가마다 다른 다챌운 문체, 형형색색의 소재, 각양각색의 주제, 온갖 기발한 구상, 기기묘묘한 표현 기법, 무궁무진한 상상력, 세련된 대사 처리의 효과, 과감한 생략의 역효과, 뜻밖의 상징의 감동, 살아 생동하는 무수한 인물 군상......-69쪽

"5백 권의 책을 읽지 않고는 소설을 쓰려고 펜을 들지 ㅁ라라."
그 5백 권의 책이란 세계문학전집 1백 권, 한국문학전집 1백 권, 중.단편 소설집 1백 권, 시집 1백 권, 기타 역사.사회학 서적 1백 권입니다.......그뿐이 아니라 그때그때 발간되는 신간을 골라 읽는 꾸준한 독서 생활을 글쓰기와 병행해야 하는 건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71쪽

부모가 자식의 인생에 마구잡이로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과 탐욕 때문입니다. 내 자식만은 남들보다 잘되어야 한다는 욕심과, 잘되게 만들고 말겠다는 탐욕, 그것은 결국 자식을 망치는 첩경입니다.-82쪽

카잘스는 세계가 인정하는 천재 첼리스트였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천재에 어울리지 않게 '연습벌레'였습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세 시간씩 따로 연습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따로'란 교향악단이 합동연습을 하는 날에도 혼자 또 연습을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지독한 끈질김은 여든을 넘기고, 아흔을 넘어서도 계속 되었씁니다. 아무도 따를 수 없는 그 노력이 당연히 화제가 됐습니다.
"선생님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정상입니다. 그리고 연세까지 아흔을 넘기셨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도 매일 세 시간식 연습을 하시는 겁니까?"
기자가 물었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서......"
카잘스의 나직한 대답이었습니다.-95쪽

당신 스스로 태양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태양이 뜰 빈자리는 언제나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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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방금 제 서재에 "답이 없는 날이 있다"라고 써놓고 오던 중이었어요. 역시 답은 우리 안에?
꿈섬님 설 잘 보내셨지요?

꿈꾸는섬 2010-02-17 23:58   좋아요 0 | URL
ㅎㅎ전 만치님 서재에 다녀오는 길이였어요.^^
답이 없는 날이 있긴 하지요. 그래도 우리 안에 그 답도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만치님도 잘 보내셨지요? ^^

소나무집 2010-02-18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잘 쓰고 싶은데 게을러서 저런 것들을 만족시킬 자신이 하나도 없어요.

꿈꾸는섬 2010-02-21 14:29   좋아요 0 | URL
저도 소나무집님과 마찬가지에요.ㅎㅎ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게을러서 못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올해에는 부지런히 살아보자구요.^^

비로그인 2010-02-18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이 나왔었군요 ^^ 꼭 챙겨 보겠습니다. 군대가기 전 저를 지배했던 작품을 쓰신 분이시니..ㅎ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꿈꾸는섬 2010-02-21 14:31   좋아요 0 | URL
조정래 작가를 정신적 지주로 삼은 이들이 많을 듯 싶어요. 40년동안 한결같이 글에 매진하고 이젠 그동안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담아내고 계시죠. 참 좋은 글, 옳은 글들이 많더라구요. 저는 아직 다 읽지 못했고, 읽는 중이에요.^^

순오기 2010-02-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예약주문해놓곤 잊어버리고 있었어요.ㅠㅠ
살때 맘은 당장 볼거 같은데 만날 서평책과 그림책에 밀려나요.

2010-02-21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1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2-2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되더라구요. 요즘은 더욱더 힘들어요. ㅜㅜ 이런 책을 보면 답이 나올까요?

2010-02-24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쁜 피 민음 경장편 1
김이설 지음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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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내내 체증이 생긴 듯 속이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바탕 욕지기라도 하고나면 좀 편안할 듯 싶었지만 끝내 욕지기는 하지 않은 채 책을 덮었다. 알라딘 서재 곳곳에서 보았던 이 소설의 리뷰는 정말 훌륭했다. 꼭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막상 읽고나니 너무 아프다. 내가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 정도의 아픔이 어떤 아픔인지도 모르면서도 너무 아파서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 어느 한 사람,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많이 아팠다. 정신지체 엄마를 둔 화숙, 정신지체아를 낳은 할머니, 정신지체아의 오빠 외삼촌, 이 가족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사람 제대로 아프게 했다. 외삼촌이 엄마를 때리고 못살게 굴때마다 외사촌 수연을 찾아가 분풀이를 했던 화숙, 엄마를 강간하던 남자를 외숙모와 정분이 났다고, 자신의 가슴을 만진 선생을 수연의 가슴을 만졌다고 외삼촌에 거짓말을 하는 화숙의 분풀이가 낳은 또다른 피해자 수연. 남편은 도박중독, 수연은 옛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심지어 동거하다가 끝내는 구타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나오고, 끝내는 자살로 마감하는 온전하지 못한 인생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자신의 딸과 남편은 죽이고 싶을정도로 미워하며 살았던 진순이, 그들을 떠나고 자궁근종 수술을 받고 헛헛한 인생을 살아가다 수연의 딸 혜주를 거두는데 혜주에 대한 욕심에 나이 많은 외삼촌과 살림을 시작하고,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화숙. 우리 주변에 이렇게 힘든 인생들만 있었던가 싶은 생각이 내내 있었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보던 착취당해도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해 불행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분명하게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더 많이 아픈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화숙이 죽은 외삼촌을 대신해 부흥고물상을 부활시키고, 혜주의 그림처럼 세모지붕 아래 손을 잡고 서있는 세 여자들, 하늘의 노란해처럼 이제는 좀 밝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였던 것 같다. 

   
    따지면 나쁜 사람은 없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없고, 상처 없는 사람도 없다. 다만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게 말싸움이든, 머리 싸움이든, 돈 싸움이든지 간에 승패는 분명했다.(108쪽)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세상에 나쁜 사람 없고 사연없는 사람 없고, 상처없는 사람 없다는 이 말이 내 속에서도 늘 맴돌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두서없이 자기 얘기를 꺼냈다. 착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아내, 천변 저쪽으로 이사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딸아이, 뭣도 모르고 그저 노는 것만 좋아하는 아들 이야기를 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얘기였는데, 나에게는 특별하게 들렸다. 

  "별 얘기도 아닌데 쑥스럽다. 사는게 다 고만고만하지 뭐." 

  그 고만고만한 일이 나에게는 힘들게 애쓴 후에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는 쉬운 일이 누구에게는 치열하게 노력해도 얻지 못할 것들이었다. (118~119쪽)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자신의 형편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일요일도 쉬지 못하며 버스를 운행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생활들, 그래도 가족을 이루며 사는 한 소시민의 삶을 부러워하는 화숙이 안쓰러워 혼이 났다. 특별할 것 없는 고만고만한 평범한 삶이 화숙에게는 얼마나 이루고 싶었던 가정이었을까? '누구에게는 쉬운 일이 누구에게는 치열하게 노력해도 얻지 못할 것들이었다'는 말이 가슴에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가족은 이 시대의 문학이 이전 세대의 문학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큰 상처이자 흉터이다. 김이설은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이 위험한 테마를 오로지 정면으만 응시한다. 한 치의 뒷걸음질도 없는 이 젊은 작가의 패기로부터 우리는 한국 문학이 비로소 가족주의를 넘어서는 대단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박완서와 이혜경과 신경숙의 뒤를 잇는, 위대한 작가의 핏줄을 타고난 무서운 신예의 탄생에 박수를 보낸다.(책날개뒤편)  
   

무서운 작가의 출현이다. 박완서선생님의 뒤를 이을만한 신예 작가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다.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고 앞으로도 주목하고 싶은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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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책이군요. 뭔가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얘기. 올려주신 얘기로 충분히 짐작갑니다. 책! 마음에 담아갑니다.

꿈꾸는섬 2010-02-15 17:13   좋아요 0 | URL
좋더라구요. 물론 아파하며 읽었지만 말이에요.^^

2010-02-16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가족 비밀 캠프 맹&앵 동화책 3
정란희 지음,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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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앤앵에서 나온 세번째 동화책 <우리 가족 비밀 캠프>를 받아들고 비밀 캠프?? 뭘까? 참 궁금했었다. 온 가족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고  알록달록하니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표지까지, 얼른 읽어내려갔다. 정말 단숨에 읽고 짧은 세편의 동화를 보고 마음 찡하게 가슴에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라는 단어는 늘 친숙하고 따뜻하고, 정겹다. 또한 때론 눈물겹기도 하다. 

[우리 가족 비밀 캠프]에 담긴 세편의 짧은 동화들, 소외된 가정의 이야기이지만 정겹고 따뜻한 우리들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가족 비밀 캠프>, 성희와 성근이 남매가 할머니와 함께 엄마를 만나러 간다. 조그만 시골식당을 운영하던 엄마가 도산하여 감옥에 있었던 것, 엄마없이 살았던 서러움에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 곱지만은 않은 성희, 하지만 막상 엄마를 만나고나니 엄마에 대한 나쁜 감정들은 사라지고, 수형자 캠프에서 마련한 보물찾기에서 찾은 '엄마와 함께 집으로 가기-사흘 동안'은 온 가족을 행복하게 만든다.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던 엄마가 할머니께 보낸 편지 

   
 

엄마, 미안해요. 모두 다 미안해요. 

엄마를 정말 좋아하면서도 함부로 대한 것, 엄마 말씀 안 들은 것, 엄마를 힘들게 한 것. 

모두 다 미안해요. 엄마한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말도 안 되는 때를 쓰고, 앙탈을 부려도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면 엄마가 힘들다는 걸 왜 몰랐을까? 

엄마도 나처럼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울고 싶다는 걸 왜 몰랐을까? (34쪽)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던 기억이 함께 떠올랐었다. 늘 엄마께 마음처럼 잘 해 드리지 못하고 앙탈을 부리고 엄마를 힘들게 했던 내가 투영되어 있어서였을 거다. 진작 이런 글들을 보고 생각을 하며 자랐다면 엄마를 좀 덜 힘들게 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엄마가 되고서야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엄마>,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고 엄마와 살게 된 민지의 이야기는 조금 서글프게 들렸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늘 다르게 생각하게 되어 싸우게 되는 일은 부모만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큰 상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양쪽을 오가며 행복해지길 원한다. 힘들게 같이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따로 살아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만, 때론 그 결정때문에 더 많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물론 이 책은 민지의 엄마가 타본 적도 없는 자전거를 혼자서 기어이 타게 된다. 그걸 지켜보는 민지의 웃음이 홀로서게 된 엄마를 응원하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졌다. 소외되었지만 결코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고 홀로설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만든다. 

<내기 한 판>, 이 글은 읽으면서 내 아들이 나중에 커서 저러고 다니면 어쩔까 싶었다. 친구와 허튼 내기로 새 실내화를 헌 실내화와 바꿔 신고 오고, 또 내기에 돈을 잃어 삐쭉빼죽 머리를 자르고 온다면, 정말 많이 속상하고 화도 나고 그럴 것 같다. 

<내기 한 판>에서는 외삼촌의 사업고전으로 할머니를 양로원에 모시게 되어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할머니와 함께 계시는 마이크 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지긴 했는데, 기다리던 아들 진걸씨가 정말 와주었기에 그 감동이 더 컸던 듯 싶다. 아들과 엄마의 값진 <내기 한 판>이 아니었나 싶다. 

부끄럽게도 엄마가 되고나서야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나는, 동화책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렸다. 속상하고 화가나서가 아니라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마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늘 엄마를 사랑하지만 말로 표현하지도 못했고, 늘 일이 잘 안되면 엄마 때문에 잘 안되었다고 했던 것 같다. 엄마는 늘 그런 응석과 앙탈을 받아주시면서도 늘 나를 놓지 않고 꼭 잡아주셨다. 늘 한결같이 우리를 지켜주시던 나이드신 엄마를 볼때마다 더 많이 잘 해드리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래도 늘 내 자식 입에 들어갈 것을 먼저 챙기는 나를 보면서 엄마의 마음도 이랬겠구나 싶어서 엄마가 또 이해해주겠거니 싶다. 그래서 미안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말해드리고 싶다. 엄마가 있어서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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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0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 마음 안다고,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을 깨달아도 부모님께 그 사랑을 다 갚을 순 없지요. 그래서 내리사랑이란 편리한 사랑이 생겼나 봐요.^^

꿈꾸는섬 2010-02-07 19: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이를 낳고나서야 엄마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고마움이 더 커졌구요. 근데도 내 자식 먼저 생각하게 되니 죄송하죠.

후애(厚愛) 2010-02-06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것 같아서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은 못 읽어 봤어요..

꿈꾸는섬 2010-02-07 19:58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울면서 보았어요.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절판


동물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한다.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의 눈을 파내지 안는다. 어쩌면 까마귀가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10쪽

말테는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어 손가락 끝에서 자주 피가 난다. 그럴 때면 얇은 면장갑을 끼고 손목을 끈으로 꽉 묶어 둔다. 대개는 손을 등 뒤로 숨기고 있다.(중략) 나는 사람이 어떻게 피가 날 정도로 손가락을 물어뜯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략)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어쩌면 그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 말테가 왜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14쪽

"세상 어디서든 군대는 제멋대로 행동하지."-40쪽

에를렌호프 김나지움 학생들은 왠지 공모자 집단 같은 인상을 풍겼다. 자기들끼리도 충분히 즐거워서 타인이 끼어들 틈을 전해 내주지 않는.......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공기처럼 보이지 안는 존재였다. 나는 그 아이들이 몹시 부러웠다. 그때부터 간절히 그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었다.-43쪽

이렇게 많은 이방인을 한꺼번에 가까이에서 보다니, 기분이 무척 묘했다. 아이들은 밀고 당기며 서로 나에게 바짝 다가서려 애썼다. 나는 마치 동물원에서 막 태어난 북극곰 새끼가 된 것 같았다. 아주 강렬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모두 나에게 진지하게 관심을 보인 거니까.-58쪽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서로 잔혹한 경쟁을 벌이고 잇었던 것 같다. 나는 왜 그때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내게는 아주 사소한 일이 그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 아이들에게는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따위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73쪽

나는 온몸이 촉수로 변한 듯 신경이 곤두섰다. 펠리키타스가 또 내 옷을 가지고서 모욕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발걸음을 늦추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몸에 경련이라도 난 것처럼 뻣뻣해지는 느낌이었다.-93쪽

나는 여기 소속이 아니라는 생각. 이 아이들에게는 내가 침입자로 보일 거라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니면 편하게 놀려도 되는 대상으로 보이든가......-100쪽

어쩌면 나는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말이지 나는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너무 조바심을 냈던 게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당한 온갖 수모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내가 지금 이 병원에 있어야 할 만큼 그 아이들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던가.
-104쪽

나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했다. 아무런 해답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와 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너무나 조리에 맞지 않고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137쪽

그때는 그게 '불안' 증세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또다시 경멸을 당하고, 날카로운 칼날로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겪을 거라는 불안에 늘 휩싸여 있었는데도......-139쪽

우리 먼지털이....... 속이 메슥거렸다. 그 아이는 쓰레기를 치워 주는 사람을 존중하라는 가정 교육을 받지 못했던 모양이다.-149쪽

'나는 이제 끝났어.'
이 생각이 머릿속에 갑자기 떠올랐던 일이 지그도 기억난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그다음에는 별로 끔찍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상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끝이 없는 날들, 몇 주와 몇 달과 몇 해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상상....... 이대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고통이 없다.
불안도 없다.
배가 눌리는 느낌도 없다.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것도 없다.
끝이다.-273~274쪽

비데만 선생님이 인생이란 '앞으로'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더러 뒤로 살라고 요구하지 않았던가?-305~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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