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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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인다면, 나는 어떨까?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은 어떻게 될까? 솔직히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가에 대해서 이 책을 읽으며 충분히 공감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모두가 눈이 멀었는데 나 혼자만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정말 끔찍할 것만 같다. 몇해전 영화로도 상영되었다는데 그 화면은 얼마나 더럽고 끔찍할까 생각하니 솔직히 영화로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서서히 눈이 멀게 되고 국가에서는 눈이 먼 사람들을 정신병동에 감금한다. 눈이 멀지 않았지만 눈이 먼척 남편을 따라 병동에 들어간 아내, 그녀만이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새 이성적인 판단도 흐리게 만들어 병동 곳곳은 사람들의 배설물로 더러워지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사람들은 늘어나면서 거의 전쟁 수준의 다툼이 일어나기도한다. 심지어 사회에서의 깡패조직은 병동안에서도 깡패짓을 일삼는다. 처음엔 사람들의 재물을 거두어들이고, 다 걷어들인 깡패들은 밤마다 여자들을 받치라고 한다.  

정말 여자는 어느 곳에서나 수탈의 대상이 된다. 가슴 아프다. 힘없고 약한 여자들을 짓밟아야 성이 차는 남자들의 본능은 정말 끔찍하다. 

눈이 먼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수 없는 위치에 있으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늘 두려움을 갖게 한다. 담장 밖에서는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있고, 병동 안에서는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는 것, 결국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이 눈이 먼 것을 시작으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심지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어버린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도시에 썩어가는 시체들, 슈퍼마켓 등 먹을 것을 찾아 부랑하는 사람들, 썩은 시체를 뜯고 먹고 사는 개들, 더이상 도시는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지 않다. 심한 악취로 가득한 썩은 도시를 눈이 먼 사람들이 걸어간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을 찾기를 포기하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찾기 위해 남의 집을 점거하기도 한다. 

도시의 문명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가? 눈이 멀기 시작한 도시를 통치하던 사람들도 서서히 눈이 멀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원시사회의 사람들처럼 산다. 어느 곳이든 쭈그려 앉아 변을 보고 더러운 곳에서 썩어가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가스며 전기, 어느 것 하나 눈이 먼 사람들은 공급받을 수 없다. 우리는 그만큼 무기력한 존재들인 것이다. 다만,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 싸우고 다투는 나약한 존재들인 것이다. 병동에서 나와 먹을 것을 찾아나섰던 그녀가 지하창고에 쌓여 있는 먹을 것을 들고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나오며 풍기던 음식 냄새를 쫓아 지하창고에 문을 연다. 미끄러운 계단에 한꺼번에 밀려들어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눈먼 사람들, 우린 얼마나 나약한 사람들인가 말이다. 

의사부부의 집에서 아늑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엔 볼 수 있는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녀만은 눈이 멀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곳곳에 숨어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녀가 잃지 않은 것은 희망이었다. 남편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거라는 희망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로 눈이 멀었던 남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것도 자신들의 집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과 결국엔 눈을 다시 뜨게 될거라는 희망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비가 쏟아지는 발코니로 세여자가 나와 더러워진 신발들과 옷가지를 빨고 자신들의 몸을 씻었던 장면인 것 같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아무래도 자신들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세 여자의 영상이 내 눈 앞에 그려진다. 아마도 무척 아름다웠을 것 같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참, 멋지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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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0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셨군요. 전 구매해서 본다고 생각을 했으면서도 아직 구매못했다는..
나중에 볼 기회가 오겠지요.^^

꿈꾸는섬 2010-04-06 10:40   좋아요 0 | URL
저는 빌려보았죠.ㅋㅋ 후애님 안보시는게 좋을듯 후애님 비위 약하신데 읽으실 수 있을까요? 엄청 끔찍해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 김이설 소설집
김이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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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리뷰는 왠지 '아무도 말하지 않던 것'을 말해야할 것만 같다. 하지만 난 여자고, 엄마고, 아내이고, 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일까? 너무 아파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붕괴된 가족들, 그 안에서 상처를 받는 건 늘 여자의 몫인 것 같다.  

<열세살>, 남편을 잃고 딸아이를 데리고 노숙을 하는 엄마, 하루종일 차가운 지하철 계단 바닥에 엎드려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다. 딸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다 남자들의 배설구가 되어가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가며 살아간다.  

<엄마들>, 아버지가 지은 빚때문에 가족이 뿔뿔히 흩어져 산다.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1년동안 숨어 살며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대리모를 한다. 다른 사람의 난자와 정자가 자신의 몸에 자라는 10개월, 정말 살 수 있었을까?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갖을 수 없는 계약자까지 두 여자의 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순애보>, 정말 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리얼했다. 바람난 엄마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딸을 버리고, 딸이 만난 중년의 남자가 아이가 거둔다. 그는 아빠가 되고 그녀는 아빠의 딸을 낳는다. 그녀를 사랑하는 말더듬이 남자, 사랑을 거절 당하자 아이의 혀를 자른다. 엄마가 갈거라던 항구를 매일 밤 다른 남자들의 차를 얻어타고 다녀오는 그녀, 버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그것이 자신을 낳은 엄마였으니 말이다. 꿩을 잡는 그녀의 칼이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작고 여린 것들의 상처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다. 

<환상통>, 결혼 몇년 아이가 없자 부인과에서 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자궁암을 발견한다. 엄마의 극진한 간호에 자궁암 수술을 하고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엄마가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나의 항암치료의 고통을 엄마도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이다. 이중의 고통, 이것 또한 작가는 나를 아프게 했다. 자궁이 없다는 것은 여자가 아니라는 것일까? 남편과 이혼을 하고, 이혼에 괴로워하던 남편은 재혼을 하고 암정기검진을 받으러 간날 남편과 함께한 배가 불룩한 여자를 본다. 엄마의 자궁이 적출되던 날 보았던 작은 덩어리, 그녀의 배가 아렸다는 환상통이 이해가 간다. 

<오늘처럼 고용히>, 남편의 경제적 무능함이 한 가정의 안위를 해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젖도 떼기 전에 이런저런 부업을 해야했던 그녀, 친하게 지내던 엄마가 소개한 노래방 도우미 일, 노래만 부르던 것이 손을 잡히고 몸을 더듬게 하고, 결국 여관으로 가게 된다. 남편의 미행을 알면서 일부러 멈추지 않은 그녀의 마음은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 결국 아이가 있던 집은 불에 타고 남편도 사라지고, 그의 형과 살게 되는데, 역시 여자라 아팠다. 모진 고통과 아픔과 상처로 이루어진 가정이라고 할 수 없는 공간, 그곳에 오게된 어린 아이 혜경이, 생리혈로 젖은 속옷을 감추기 위해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가방 깊숙한 곳에 숨기는 아이를 범하는 남자. 죽지 않게만 해달라고 부탁하던 혜경의 엄마, 자신은 재혼한 남자를 죽이고 자신도 결국 목숨을 끊었으면서 어쩌자고 딸아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남겨 둔 것일까? 남자들의 배설구가 되어있는 여자라는 존재에 가슴이 아프고 치가 떨렸다. 결국 남자를 죽이고 냉장고에 넣어둔 그녀의 선택은 또 어찌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혜경의 낙태와 남자의 죽음, 결국 우리는 알면서도 죽일 수밖에 없는게 아니었겠는가. 

<손>,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의 분출하고자 했던 욕망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싶다. 모든 일상을 지배하는 손에 대한 집착, 그것을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막>, 삼류 극단의 배우, 그녀의 오디션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주는 일, 매일 밤 외로운 남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기에 살 수 있었다는 그녀. 여자라 슬프다. 

<하루>, 마치 내 주변의 이야기를 보는 듯 했다. 6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나의 일상도 아마 그녀의 일상과 같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즐겨찾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듯 하기도 했다. 작가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왠지 친근감을 갖게 했다. 아마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그녀가 나같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찾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너무하단 생각을 했던 건 사람을 그리워하던 지훈엄마의 외로움이 자살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그걸 바라보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정말 소름돋을 정도였다. 사람 사이가 그렇고 그런것이지라는 생각과 늘 주변 아줌마들 조심하라던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온갖 정성으로 대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찬바람을 날리며 가버렸던 경험이 있던 난 지훈엄마의 마음을 알듯 모를듯 이해를 하려고 해본다. 

작가가 써내려간 그녀들의 인생이 너무 서글프고 속상해서 마치 면도날로 손목을 그은 듯 죽음으로 향해가지만 죽지 못하고 다시 살아질 것만 같았다. 삶의 나날이 행복하고 즐겁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나도 그 나락을 타고 떨어져 내릴 수도 있는게 인생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바르게 살아가고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고 결심한다. 덕지덕지 때가 앉은 아이의 목덜미를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은 어떨까? 노숙을 하거나 다른이의 아이를 품거나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과 몸을 섞으며 살아야한다는 것, 또 그녀들의 인생이 상처투성이로 얼룩졌을지라도 숨을 들이 마시고 밥을 먹고 살아가야하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예전에 수능준비하며 다니던 재수학원에서 만났던 그녀들이 생각나게 했던 책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녀들, 쪽방같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매일 영어단어와 수학공식과 씨름하며 살았던 그녀들, 서울 물가에 비해 늘 턱없이 부족했던 용돈때문에 젊은 그녀들도 가끔 도우미를 한다고 했었다. 나보다 두서너살 어리던 그녀들에게 인생의 선택을 너무 쉬운 쪽으로만 결정하지 말길 당부했지만 그녀들의 아름다운 젊음을 포장할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기도 했다. 오늘 이 책을 마저 읽으며 그녀들을 생각했다.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는지, 이제는 모르는 남자들 속에 섞여 탬버린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늘 남편이 얘기했던 남자들의 짐승본능을 읽는다. 욕을 지껄이고 여자를 짓밟고 때리는 그들이 아직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다는게 두렵고 무섭다. 제발 모든 가정이 온전히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함께 한다. 

부디 모든 가정이 온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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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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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라는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일까를 먼저 생각했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채 책을 읽어내려갔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라는 말은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일컫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거짓'과 '진실', 우리 가끔 이것들을 판별하는게 쉽지 않을때가 있다. 이 책에서도 그랬지만 편견과 고정관념이 진실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설마, 저렇게 예쁘고 공부 잘 하는 아이가 거짓말을 하겠어. 설마, 저렇게 뚱뚱하고 나보다 못생긴 아이가 멋진 대학생 남자 친구가 있겠어. 말도 안돼. 

어느 날 봄이는 무단 결석을 하고, 반 아이들은 시험을 앞두고 모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담임은 일주일을 결석한 봄이에 대해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평소 아이들에게 둘러 쌓여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라 왕따라고 생각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봄이를 통해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연애의 대리 만족을 느끼고, 봄이에게 자신들의 고민과 비밀을 털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모두 거짓이라고 말할때도 있다.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맡게 된 담임의 책상에 몇장의 글이 올려져 있고, 담임은 수행평가 숙제라고 생각하며 읽어내려가는데 사실은 봄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봄이에게 멋진 대학생 남친이 있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었다. 그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봄이가 무단 결석을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긴 하지만, 이미 봄이는 학교로 돌아올 마음이 없다. 그러하기에 아이들의 학번을 제목으로 삼은 글을 담임의 책상 위에 올려 놓은 것이다.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부모님과의 대화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든 나날이었기에 엄마, 아빠의 고된 하루에 나의 하루를 이야기 할 새가 없었다. 모든게 내 결정으로 이루어졌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소설 속 아이들처럼 남자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좀 적었던 것 같다. 물론 우리 반에도 그런 아이들은 몇몇 있었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리 학교 다닐때는 왕따라는게 있었나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잘 모르고 지나갔던 것 같단 생각도 한다.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은 버려야 할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진실을 왜곡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것들이니까 말이다. 

이금이 작가의 딸아이의 이야기가 소재가 되어 한편의 소설로 태어났는데, 아이들 각자의 심리와 성격이 세세하게 잘 표현된 것 같다. 그리고 딸아이가 그렸다는 표지는 너무 아름답다. 풍만한 육체에서 풍겨나는 여성의 우아한 곡선미가 포근하게 느껴진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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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2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이금이 작가의 작품으론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애소설이지만, 요즘 애들이 보기엔 '뭐 이 정도쯤이야~ ' 생각하겠죠.ㅋㅋ

꿈꾸는섬 2010-03-28 14:19   좋아요 0 | URL
이금이 작가님 팬이 되었어요. 너무 좋아요.ㅎㅎ
아이들의 심리를 어쩜 그리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너무 멋져요.^^

후애(厚愛) 2010-03-29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전 이금이 작가님 작품은 하나도 못 읽어봤어요.^^;;

꿈꾸는섬 2010-03-29 17:44   좋아요 0 | URL
표지도 예쁘지만 글도 참 좋아요.^^
이금이 작가님 책, 몇권 안 읽었지만 모두 좋더라구요. 앞으로도 찾아봐야죠.^^

같은하늘 2010-04-0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인터넷 연재로 읽었는데 역시 이금이 작가님이시죠? ^^
 
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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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면에 숨겨져 있을 법한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장운이 토끼를 쫓다 넘어간 양반 동네에서 만난 토끼눈 할아버지, 장운에게 언문을 알려주고, 장운은 할아버지와 한글 놀이를 한다. 그리고 누이와 난이 등 주변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세종대왕이 시집간 딸에게 한글을 시험해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성 중 누군가에게도 시험해 보았을 거라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한다. 초정리 약수에 눈을 씻어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행을 나오고, 그곳에서 장운을 만나 한글을 시험해 보았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었다. 

장운의 누이가 남의 집 살이를 가게 되었을때는 같이 슬퍼하고 눈물도 나오며, 장운이 한양으로 석공 일을 하러 간다고 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기뻤다. 글을 읽으며 오랜만에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의 일에 가슴 아파하고 기뻐하고 그랬다.  

할아버지로부터 배웠던 한글로 떨어져 살게 된 누이와 편지를 써서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자신이 배운 석공 일을 정리하여 기록해두고 두고두고 꺼내보며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장운의 실력도 늘게 된 것 같다. 또 난이는 약재 공부를 하며 장운을 통해 배운 한글로 약재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남긴다. 장운이 한양갈때 약재와 함께 글을 써서 보내주니 다친 사람에게 바로 약을 쓸 수 있으니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글 창제 이전엔 서민들은 얼마나 많이 갑갑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려운 한자야 정말 할 일 많지 않은 양반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었을테니까 말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정말 많이 불편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 한글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한글을 사랑해야겠단 생각을 한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의의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 책이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인데,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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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책, 편집도 예쁜 책이죠. ㄱㄴㄷㄹㅁㅂ~으로 넘어가는 구분은 센스 짱!!

꿈꾸는섬 2010-03-28 14: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너무 너무 좋더라구요. 배유안 작가님의 책도 찾아보려구요.^^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읽었어요.^^

후애(厚愛) 2010-03-29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은 책이에요.^^ 전 읽고 반해버렸답니다. ㅋㅋㅋ

꿈꾸는섬 2010-03-29 17:44   좋아요 0 | URL
저두요. 너무 좋더라구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참 유익한 책이에요.^^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8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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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들어온 문화나 문물들이 우리 것들보다 인기가 더 좋은 건 왜 일까? 어쨌든 있어 보인다. 겉모습도 화려하고, 왠지 더 실용적인 것 같고, 우리 것보다 뭐든 좋아 보인다.  

요즘 우리가 차리는 밥상을 보아도 돈까스, 스파게티, 피자, 햄버거, 이런 것들이 아이들 입맛에도 맞고 어른들도 간편하니 즐겨 먹는다. 그리고 양상추를 비롯한 각종 샐러드 재료에 소스도 아일랜드 소스나 허니 머스타드, 뭐 이런 것들을 첨가해서 먹는다. 나도 샐러드는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봄에는 우리 땅에서 자라난 것들로 밥상을 차려보려고 노력한다. 얼마전 엄마가 다녀가시면서 함께 장을 보면서 돌나물로 샐러드를 해 먹으면 정말 좋다고 하시는게 아닌가. 돌나물을 깨끗이 씻어 그 위에 초고추장을 살짝 뿌려 먹었더니 이 안에 봄 향기가 가득 풍겨 났다. 우리 아이들도 돌나물 샐러드를 잘 먹었다. 초고추장을 뿌리니 밥과 먹기에도 훨씬 좋았다. 돌나물만 해도 괜찮고, 거기에 미나리, 당근, 오이 등을 함께 곁들여도 좋다. 그리고 봄이면 달래무침, 달래 넣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입에는 쓰지만 입맛을 돋우는 씀바귀 고추장 무침도 너무 좋다. 우리 아이들은 겉절이를 좋아하는데 특히나 봄동으로 한 겉절이를 특히 좋아한다. 현수가 아직 세돌이 안되었지만 잘도 먹는다. 물론 덜 맵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를 읽으며 먹는 것, 입는 것, 또 우리 소중한 물건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가끔 게으른 엄마 때문에 김치 하나만 놓고도 밥을 먹는다. 물에 찍은 밥에 김치 하나 얹어주면 덥석덥석 잘도 먹는다. 친정에 가서도 맛있는 것들과 함께 꼭 김치를 먹는다.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하고 우리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먹거리가 얼마나 훌륭한지 일단 먹어봐야 알테니까 말이다. 책 속의 미국인도 김치의 우수성을 알고 일부러 김치를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김치의 우수성을 모르는 우리 사람들은 반성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열두달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달마다 소재를 정해서 이야기를 썼는데 3월엔 김치, 4월엔 미역국, 5월엔 맷돌, 6월엔 물레방앗간, 7월엔 오미자 화채, 8월엔 무공해 짚, 9월엔 순두부, 10월엔 화로, 11월엔 흙집, 12월엔 떡, 1월엔 한복, 2월엔 문풍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금이 선생님의 글로 보는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이 보기에 좋을 만큼 내용도 어렵지 않고 재미도 좋으며 우리 것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8월 이야기, 무공해 짚 이야기는 짚으로 신발도 만들고 끈도 만들고 멍석도 만드는 등 다양하게 쓰이는 짚이 오래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환경을 헤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물건을 만들어 써오던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또한 11월 이야기 흙집도 마찬가지로 흙과 나무로 만든 집은 부시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새로 지은 양옥은 폐기물로 남겨 진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10월 이야기, 화로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꿈이 담긴 물건이라는 아이들의 해석이 참 좋았다. 엄마, 아빠 어린 시절 화로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이야기도 하고 군밤, 고구마도 구워 먹으며 겨울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이 나도 가끔 생각난다.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이리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이 있다니 참 좋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과 읽고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우리 것들을 찾아보는 놀이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금이 선생님의 책은 읽는 것마다 만족스럽다. 다음엔 또 어떤 책을 읽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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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금이 선생님이 이런 책도 내시는 군요

꿈꾸는섬 2010-03-23 20:22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네서 빌려왔는데 재밌더라구요.^^

순오기 2010-03-2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 작가님 책을 서재생활 하기 전에 읽은 것들은 리뷰 쓰기가 안 돼요.
다시 보고 써야는데 학교 아이들이 계속 돌아가며 읽는 중이라...

꿈꾸는섬 2010-03-24 18:38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다시 읽고 쓰는 건 정말 힘들어요. 저도 알라딘 잠시 접었을 때 읽었던 책들은 엄두가 안나요. 요새나 열심히 쓰는거죠. 이금이 선생님 팬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