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정담 - 간송미술관의 다정한 그림 간송미술관의 그림책
탁현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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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畵情談 : 옛 그림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

 

라는 뜻의 <고화정담>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30 작품에 대한 소개이다.

사군자, 영모, 진경산수, 풍속, 도석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나누고 설명한다. 조선 그림을 주제별로 크게 구분해서 알려준다.

 

1년에 몇 번씩 큰 전시회를 통해 서양화가들의 유명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우리의 옛 그림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눈에 담을 기회도 많지 않고, 그래서 지나쳤던 옛그림들. 하지만 <고화정담>을 통해 우리 옛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림 하나 하나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고,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이 어떤지 조금씩 트이는 기분이다. 우리가 알던 몇 몇 작가들 외에 심사정, 김득신 등의 그림을 접하는 것 또한 쏠쏠한 즐거움이다. 알아간다는 즐거움.

 

 사군자편은 4편의 그림을 설명한다.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조선의 선비정신과 빗대어 선비들이 줄곧 그려낸 그림이다. 그중 심사정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옅은 먹으로 국화 잎을 툭툭 쳐내고 바위도 붓으로 최소한으로만 그었다. 먹빛도 묽어 단단한 느낌은 커녕 곧 뭉크러질 것만 같다. 위쪽 국화 잎은 반을 잘라 다 그리지 않았으며 꽃봉오리는 점 몇 개로 단순화했다. 국화 잎이 너무 무성해 약간 비대한 듯 느껴져 단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심사정 묵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닮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은 것. 국화 옆 바랭이풀은 먼저 갈색으로 잎을 그리고 그 위에 먹선을 그었고 바위도 마찬가지인데 먹선을 약간 어긋나게 그어 입체감을 주었다. 심사정이 줄겨 사용한 방법이다. 그리고 바위 주변에 녹색 점을 찍어 먹색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났다.(30쪽)

 

 

동물을 그린 영모화는 그림을 그리는 도화서 화원들이 주로 그렸다. 물론 사대부도 동물을 그렸다. 윤두서의 군마 같은 작품이 그렇다. 솔직히 군마를 보고 놀랐다. 단순하면서도 살아있는 듯한(똑같이 그렸다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눈을 자꾸 돌리게

했다.

사군자에서 의미를 담았듯이, 동물에게도 그 뜻을 담았다.

 

그런데 도화서 화원들은 조금 다르게 영모화에 접근했다. 초상화에서 중요한 것이 수염이었는데, 수염으로 원근감 등을 표시할 뿐 아니라, 인물의 특징도 잡아냈다.

초상화에서 알맹이는 얼굴이고, 얼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눈동자이지만 가장 공들여야 하는 것은 수염이다. 가늘고 길며 꼬불꼬불한 수염이 한 올 한 올끊이지 않아야 하고 엉켜서도 안 되며 흑백이 섞여야 하고 바람도 통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먹의 농담도 일정해야 한다. 먹을 묻혀 정신을 바로잡고 비단 위에 수없이 붓질해야 초상화가 비로소 완성된다.  화원들이 도화서에서 그린 여러 그림 가운데 초상화가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화원들은 수염 그리는 데 선수였다. 

그렇다면 이 수염 그리는 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그림은 무엇일까. 당연히 털 짐승 그림이다. 그래서 각기 전념하던 털 짐승 그림이 있었다 정홍래는 매, 김두량은 개, 변상벽은 닭과 고양이를 잘 그렸다. (70)

 

 

진경산수화가 의미있는 것은 실제로 우리 땅을 그렸기 때문이다. 중화사상이 가득했던 조선초중반 해도 중국책에 있는 중국의 산과 강을 그렸다. 겸재가 이 땅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우리 눈으로 우리땅을 그려냈다는 것이다.

우리 옛 땅의 모습이 그림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담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여백으로 때로는 단순하게 그려내 그림에 예술성을 덧 붙였다.

 

저 기와집엔 양반이 살 테고 초가집엔 평민이 살 텐데, 그래서인지 기와집 자리는 전망 좋고 양지바르다. 재밌는 건 기와집이건 초가집이건 모두 드러난 집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모두 드러나서는 안 된다. 그러면 재미가 없다.  저 나무 뒤에 기둥은 이럴 것이고, 지붕은 저럴 것이다 등등 감상자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어야 그림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산등성이에는 솔들이 한줄로 빼곡해 산 전체에 솔 향기가 가득한데 마을 뒤는 산이 둘러싸고 마을 앞으로는 넓고 푸른 강이 흘러가니 청탄마을 사람들에겐 이곳이 무릉도원일 것이다. 산주름에 먹점을 찍어 키 작은 잡목을 그렸고, 저 멀리 있는 산자락은 주름만 있고 먹점은 찍지 않았으며 뒤에는 주름마저 사라지고 더 멀리는 청색으로 물들였다. 이 보다 박진감 넘치는 원근법을 따라 할 화가는 많지 않다. (116, 겸재 녹운탄)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볼 때면 항상 놀랍다. 다른 그림들이 전체적인 느낌, 분위기에 주목해서 본다면 신윤복의 그림은 선과 색체, 그리고 살아움지이는 듯한 움직임까지.

사람을 묘하게 그림에 붙들어매는 능력이 있다. 부분 부분을 보는 것 자체가 예술이다.

 

신윤복의 그림은 그림의 가치도 뛰어나지도 우리 문화를 담아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된다. 당시 문화가 그림속에 담겨있다. 신윤복의 그림은 예술이자, 역사이다.

 

신윤복 그림에는 200년 전 의복, 춤, 음악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장도 없고 생략도 없다. 따라서 오늘날 좋은 옷을 지어 입으려는 이, 잊힌 춤을 다시 살리려는 이, 옛 가락을 내일로 전하려는 모든 이들은 신윤복 그림을 의지하면 어긋나지 않는다 또 제대로 된 조선 역사극을 만들려고 하는 이 또한 신윤복 그림울 기준으로 고증하면 탄탄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198)

 

 다섯번째 주제인 '도석'은 쉽게 말해 달마도사 등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유교사상이 강한 조선에서 불교 및 도교사상이 그림에 자리잡기는 힘들었는데, 유교의 틀에서 자유로운 화원들은 달마대사나 동자승을 종종 그렸다. 단순히 중국의 소재가 아닌 각자에 맞게 발전시켜서 그렸다.

 

놀라운 것은 맹호도에서 수백 번 붓질로 털 하나하나를 그려 살아 있는 호랑이를 그려낸 김홍도가 이번에는 붓 몇 번 대지 않고 역시 살아 있는 호랑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마치 둥글둥글하며 성근 삽살개의 털을 그리는 것처럼 먹으로만 슬렁슬렁 돌렸는데 영락없는 호랑이다. 바로 이 점에서 김흥도는 대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확인할 수 있다. 대가는 양쪽 끝점을 모두 아우르는 이의 다른 이름이다. 수없이 붓질해 완성한 호랑이와 쓱싹 붓 질몇번해서 그린 호랑이 둘 다 기운생동하다 이 둘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 또한 옛 그림 특유의 매력이. 겸재 정선의 소나무 역시 솔잎 하나하나를 그린 것과 붓을 뉘어 툭툭찍어 그린 것이 모두 있었다. 호랑이 꼬리는 굽이치며 솟구쳐 용맹함이 여실하고 날카 운 발톱은 땅을 굳건히 움켜쥐어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김홍도의 솜씨는 나한의 옷 선에서 드러난다. 

 

부드럽게 흐물흐물 몸을 따라 흘러내리지만 역시 모든 것을 다 갖췄다. 그리고 나한의 옷 선이 이래야만 호랑이 털과 어울릴 수 있다. 그래서 나한과 호랑이는 한마음 한몸이 된다. 더군다나 모두 먹빛 하나이기 때문에 둘은 더욱 쉽게 결합된다. 나한의 얼굴이 김홍도의 달마도해에 나오는 달마 얼굴과 비슷한 걸로 봐서 김홍도가 스님 얼굴로 좋아한 도상인 듯하다. (245-246)

 

<고화정담>은 이야기하듯 쓰여있어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이 책은 한번에 읽고 말 것이 아니다. 옆에 두고 조금씩 읽어봐야 할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읽어도 좋고, 필요한 부분만 시간 날때 접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러다 보면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눈이 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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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매뉴얼 - 유럽연합이란 무엇인가 한겨레지식문고 6
존 핀더.시몬 어셔우드 지음, 도종윤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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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매뉴얼>의 뒷표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우리는 유럽연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은 한-EU FTA가 체결될 때 쯤 유럽연합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소개한 책의 번역본이다. 유럽연합에 대해 알려주는 책인데, 브렉시트가 발생한 2016년에 읽어도 손색이 없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가 발생했을 때 언론이나 SNS를 보면서 많이 놀랐다. 영국이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럴까? (<차브>라는 책이 영국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 브렉시트 뒤에 영국에서 구글검색어는 "유럽연합", "유럽연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들어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과연 유럽연합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말을 하는 걸까? 유럽에는 문외한인 우리나라에 과연 유럽연합 전문가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있을텐데 미국전문가들에 밀려 그동안 존재감이 미약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90년대 유럽연합에 잠깐 접할 기회가 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레포트), 그 때 알게 된 것이 유럽연합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당시 읽은 내용 중에는 대륙(독일-프랑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유럽연합을 영국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대륙 역시 영국을 미국의 첩자 정도로 불신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2016년 다시 EU를 다룬 책을 몇 권 들었다. <EU매뉴얼>은 그 중에서도 유럽연합을 이해하는 텍스트, 교과서에 가깝다. 비록 작은 판형에 두께는 얇지만 포스트잇으로 표시한 곳만 서른 곳이 넘을 정도로 공부할만한 책이다.

 

유럽연합은 왜 만들어졌을까? 유럽에서는 유럽 연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해왔다. 그렇지만 국가의 주권이라는 부분에서 협의점을 찾기 힘들었다. 유럽연합을 주도했던 프랑스도 드골대통령 체제에서는 연방주의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초창기(1950년대)에는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연합체의 성격을 가졌다. 일단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프랑스-독일 국경의 석탄을 개발하기 위한 유럽석탄공동체가 그 시초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1차대전후 프랑스는 독일 관리에 실패했고, 독일에 의해 2차 대전이 발생했다. 프랑스는 조금 더 효과적으로 독일을 관리하기 원했고, 2차 대전 후 경제 복구는 서유럽의 공동의 숙제였다. 독일 입장에서도 전범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유럽과 손을 잡기는 힘들었다. 유럽공동체라는 우산아래 자연스럽게 유럽에 포함되고 싶어했다.

 

그런데 영국은 달랐다.

전쟁에서 패하지도, 점령당하지도 않았던 영국은 다른 유럽인과 주권을 공유할 의사가 없었으며,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5)

영국은 처음부터 유럽연합에 부정적이었고, 유럽연합에 일원이 되어서도 계속 유럽연합과 갈등을 일으킨다. 경제를 보는 관점자체가 영미식과 대륙식이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결국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겉돌게 만들고, 궁극에는 브렉시트로까지 연결해서 봐야 한다.

 

(다시 유럽연합 이야기로 들어가면) 유럽공동체를 구속력이 있는 체제로 만드려는 노력은 수십년간 계속되었다. 로마조약이 체결되고,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이 체결되지만 각 조약들은 어떤 나라에서는 부결되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소련의 해체다.

 

89년의 사건은 전대미문의 격변이었다. 소비에트블럭이 해체되어 공동체가 동유럽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열렸고, 독일의 통일 또한 가능해졌다. 그러나 콜 총리는 미테랑 대통령의 지원이 필요했다. 공식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프랑스가 점령국으로서 독일 통일을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브란트 의해 시작되고 추구되던 정책, 즉 유럽공동체와 프랑스-독일의 동반자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동유럽 관계를 보장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미테랑은 단일통화가 독일이 공동체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될 것이므로, 따라서 독일 통일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마스트리트 조약이었다. 마스트리트 조약은 유로화,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뿐아니 라, 다른 권능과 제도 개혁도 규정했다. 공동체에는 교육, 청소년, 문화, 공공 보건 같은 분야와 관련해 일부 권한이 주어졌다. 각료이사회에서 가중다수결 투표의 범위를 더 넓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도가 강화됐다. 유럽의회의 기능은 여러 분야의 법률에서 각료이사회의 결정뿐 아니라, 유럽의회의 승인까지 요구하도록 하는 '공동 결정' 절차를 통해 향상됐다. 또한 유럽의회는 신임 집행위원 임명에 관한 승인, 불승인 권한도 확보했다. 공동체와 더불어 새롭게 두 개의 기둥(pillar)이 마련됐는데, 하나는 공동 외교안보정책(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 CFSP) , 이고 다른 하나는 사법 및 내무 협력(Cooperation in Justice and Home Affairs, GJHA, 암스테르담 조약에서 범죄 문제에 관한 경찰 및 사법 협력'으로 명칭이 바뀜)' 이라고 불리는 자유로운 이동, 역내 치안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두 기지는 공동체 제도와 연관되긴 했지만, 정부간주의가 그 기초를 이루고 있었다. 

중앙 기둥, 공동체 등으로 불리는제1기둥과 다른 두 기둥 을 합쳐 거대한 전체 구조를 유럽연합이라고 이름 붙였다. (48-50)

 

물론 유럽연합이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마스트리히 조약이 거부된 국가들이 있으며(수정후 통과), 많은 나라들이 간신이 통과되기도 했다. 유럽내에서도 유럽연합 반대가 심했다.

 

이렇게 유럽연합이 만들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럽연합은 조약이고, 그 조약에 합의한 나라의 연합체에 불과할 뿐이다. (?) 그런데 이 유럽연합의 힘이 커졌다. 마스트리히 조약은 기본적으로 유로 단일 통화 체제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가 자체적인 화폐권 그리고 통화 조절을 통한 경제정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단일통화에는 독일의 영향력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안정적인 통화관리가 최우선이었다. 그래서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국가 재무건전성에 대한 기준이 많다. 이 점이 지속적으로 유럽연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단일 통화 자체가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단일 통화로 인한 남유럽의 경쟁력 상실이 그대로 독일의 경쟁력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협약이 유럽내 힘의 권력과도 관계가 있다. 실제 독일-프랑스가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을때 두 나라는 리스본 조약을 통해 조약을 개정해 버렸지만, 남유럽 국가들에게는 그런 자비는 전혀 없었다. 유럽연합이 제도 보다는 힘의 균형에 의해 운영된다. 

(관련해서는 <유럽연합의 종말>이라는 책이 잘 지적한다.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24206 )

 

이외에도 <EU매뉴얼>은 유럽연합이 돌아가는 원리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중요한 지적 중에 하나는 바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이다. 터키는 1990년대 부터 유럽연합 가입 협상중이지만, 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터키의 정치, 민주 문제이지만,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이 지지부진한 것은 다른 이유이다. 유럽연합은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인구수에 비례해 의석수를 갖는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고, 그 다음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독일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가진다. 그런데 터키가 들어오게 되면 의석수 배분에 문제가 생긴다. 독일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지게 되는데 거기에 무슬림 성향이 강한 동유럽 국가들과 연합하게 되면 기존 독일-프랑스의 장악력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이 유럽연합에 긍정적인 것은(브렉시트를 비난하는 것은) 국제 헤게모니의 균형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중 패권 사이에 유럽이 기능을 해주는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그 기능을 분담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럽연합은 생각보다 약한 공동체 연합이다. 내부적인 문제는 심각하다. 독일의 안정적인 경제와 복지는 남유럽 국가들의 고난과 노동착취 위에 서 있다. 특히 그리스 위기 이후 유럽연합의 힘이 독일로 쏠리는 느낌이다. 실제 유럽집행위원회 요직 중에 하나가 미르켈 총리의 아바타 같은 사람이 선정되었다.

사실 나는 유럽연합을 우려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독일 제국주의적 성격을 갖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는 전범국이라는 딱지 때문에 군사력은 절대 갖고 있지 않지만... 어쨌거나 유럽연합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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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오언 존스 지음, 이세영 외 옮김 / 북인더갭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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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의 주인공 에그시는 차브다. 특별한 일자리 없는 젊은이. 한편에서는 차브가 하나의 트렌드라고 하지만 실제 차브의 모습을 보여주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영화 '트랜스포팅'이 차브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차브>는 처음에는 젊은 노동계급이라는 뜻이었지만 어느 샌가 '공영주택에 거주하는 폭력적인 사람들 (Council Housed And Violent, CHAV)'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기사의 내용은 깊이가 부족하지만, 차브에 대한 정의는 제대로 잡은 기사가 있다.

차브의 등장 계기는 1979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집권이다. 대처의 민영화 정책으로 광산업 등 제조업 노동자들이 실직하면서 이들이 주로 거주하던 도시 외곽의 임대주택 밀집지역이 빈민촌으로 전락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폭력과 마약에 노출된 실직자의 자녀가 바로 차브의 모태. http://news.donga.com/3/all/20150316/70139293/1

 

차브는 1970-80년대 대처 정부에서 그 기원이 있다. 대처는 중간계급의 확장을 위해 노동계층을 아예 없애는 전략을 썼다. 또한 대처는 금융, 서비스업을 영국의 먹거리 산업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노동계층과의 전쟁을 치뤘고, 산업혁명의 전통을 가진 영국의 노조는 망가져 버렸다. 망가진 것은 노조만이 아니다. 광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 모두 그 근본을 잃어버렸다.

 

노조와 산업을 무너뜨리고, 바로 대처의 유명한 세제개편이 일어난다. 모두에게 공평한 세금. 기존에 있었던 부자에 대한 세금은 대폭 낮추고, 부가세 등 간접세 비중을 높여 부자들의 세금을 모든 사람에게 전가한다. 물론 그들의 논리는 낙수효과이다.

(관련된 내용 발췌는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32330 )

 

이후로 노동계층은 고숙련 고임금에서 일자리가 없고, 그 마저도 저임금체계에 빠진다. 자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 수도 없고, 교육을 시킨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는 빈곤계층으로 떨어지게 된다. 복지수당에 기대어 생존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사회는 그들을 비난하고 희화화 한다. 차브.

언론과 미디어는 부당하게 복지수당을 챙기는 이들을 비난한다. 차브계층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이를 차브계층과 엮어서 방송하기에 바쁘다. 중간계층, 고소득계층의 범죄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잘못일 뿐이지만, 빈곤층에서의 범죄는 계층 전체가 엮여서 비난받는다. 게다가 그들은 의욕도 없고, 노력도 안하는 집단이라고 매도당한다.

노동계급을 악마화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잔인하도록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들을 악마화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그리고 극도로 불평등하게 이뤄지는 부와 권력의 분배를 사람들이 지닌 가치와 능력을 공정하게 반영한 결과라고 합리화하는 것. 그러나 이런 악마화는 훨씬 더 치명적인 의제를 갖는다. 오직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교의는 특정한 노동계급 공동체들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제 전반에 적용된다. 그것이 빈곤이든 실업이든, 혹은 범죄이든 관계없이 그것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부서진 영국(Broken Britain)에서 희생자들은 자기 자신들 말고는 탓할 사람이 없다. (270쪽)

(관련된 내용은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37445,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29077  )

 

노동계층의 기반을 둔 노동당도 차브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당 역시 차브에게 빈곤의 책임을 그들에게 묻는다. 진보집단 역시 차브를 비난한다. 그들을 산업에 밀려난 노동계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이들로 폄하해 버린다. 노동당/진보에게마저 버림받은 차브계층에 손을 내민 것은 바로 극우정당이다. 예전에 노동당을 지지하던 이들이 정반대에 있는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41692 )

다수의 노동계급 구성원들이 노동당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노동당이 더 이상 자기들 편에서 싸우지 않는다고 느낀다. 일부는 무관심에 굴복했지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설명할 서사를 빼앗긴 사람들은 다른 논리를 찾고 있다. 무거운 책임을 추궁받는 것은, 대처가 벌인 계급전쟁에서 승리한 부유층들이 아니다. 수백만 노동계급의 좌절과 분노는 그 반격의 칼끝을 이민자들에게로 향하고 있다.(325쪽)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자, 많은 이들이 영국이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영국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을 잃은 영국의 입장에서 EU는 고소득층만 자유로운 이동으로 혜택을 입을 뿐이다. 노동계층은 저임금 일자리를 가지고 다른 유럽인 혹은 이민인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런데도 영국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

 

* 차브 는 KBS TV책을 보다에서도 다뤄졌던 책이다.

http://www.kbs.co.kr/1tv/sisa/tvbook/view/vod/2404883_920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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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밥상 표류기
양희주 지음 / 스타일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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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밥상 표류기>는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음식을 중심으로 제주를 이야기한다. 음식과 관련한 생활이 있고, 식당을 찾아과는 과정에 제주의 관광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때로는 가슴아픈 제주의 과거를 들려준다.

 

워낙 제주 음식이 많이 알려져서 이제는 <제주밥상 표류기>가 소개하는 음식명이나 유래의 독보성은 퇴색되었지만, 여전히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는 들을 것이 많다.

 

제주도 육개장에는 한라산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다. 소고기 대신 돼 뼈를 푹 삶아 오래도록 고아 진하게 육수를 우려낸다. 여기에 고사리 듬뿍 넣고 되직하게 끓인다. 고사리가 뭉개져 실고추처럼 찢어질 때 까지 끓인 후에 메밀가루를 폴폴 푼다. 고사리와 함께 뭉근하게 저어가며 끝을 알 수 없는 돼지육수의 밑바닥을 끌어올린다. 걸쭉해진 국물에 삶은 돼지고기를 손으로 가늘게 쭉쭉 찢어넣고 다시 한참을 끓인다. 어느 게 고사리인지 돼지고기 인지 서로가 얽히고 설키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스튜와 흡사한 제주도 고사리 육개장이 완성이다. 전에 알던 육개장과 전혀 다른 비주얼이다. 이름만 같을 뿐이다. 맛은 더 딴판이다. 수저를 넣어 휘휘 저으면 처음엔 이끼 같은 고사리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곧 이어 포근하고 달콤한 단내가 올라오고 큼큼한 나무 껍질향이 뒤를 따른다. 무엇보다 베이스를 좌지우지하는 중심에는 돼지 뼈국물의 진중함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굳건한 의지에 포용력이 더 해진다. 산속에서 웅크리고 자란 고사리향과 뒤섞이며 차원이 다른 개성을 획득한다. 이 육개장은 숟가락으로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 실처럼 가늘어진 돼지고기와 부들부들한 고사리를 젓가락으로 건져 가닥가 음미하며 먹어야 제맛이다. 고사리 육즙이 퍼지면서 국물은 더욱 진해지고 구수해진다. 여기에 향이 진한 봄부추를 새콤하게 무쳐서 함께 곁들인다. 돼지기름에 두툼하게 지진 녹두부침개와 막걸리 한사발을 더 하면 봄날의 소풍처럼 기쁨이 번진다. 고사리 육개장의 맛이라니, 세월 의 탓을 하지 않고 나이든 여인은 더 이상 조급하지 않다. 눈가의 주름과 함께 촘촘히 웃는다. (32-33)

 

다루는 음식들은 흑돼지, 육개장, 꿩메밀국수, 말고기, 토종닭, 방어, 은갈치, 오분작, 물회, 생선회, 생선조림, 멸치, 몸국과 돔베고기, 갱이죽, 보말죽, 보리빵, 빙떡과 옥돔구이, 오메기술, 전복죽, 순대, 성게, 고기국수, 회국수, 밀면, 짬뽕이다.

 

제주 제사상에 카스테라가 올라온 배경을 빵과 엮어낸다던지, 전복을 모두 착취당해 오분작이 향토음식으로 남게 된 과정 등 제주의 음식문화에 대한 설명이 꼼꼼하다.

 

게다가 제주에 대한 설명은 주재료 같은 덤이다.

제주에는 네 곳의 곶자왈이 있다. 9km에 이르는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과 북부의 애월 곶자왈, 최대 30km에 이르는 조천-함덕 곡자왈지대와 25.8km에 이르는 동부의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이다. (39쪽)

 

그에 더해 안타까움도 전해온다. 개발로 망가져가는 제주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여름이 삼나무숲이라면 가을에는 억새밭이다. 서부의 새별오름과 마라도, 산굼부리는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물결 친다. 교래리 억새는 예전부터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서 매해 억새꽃잔치가 열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다 아는 그 생수공장이 들어서며 주변의 억새를 깡그리 베어 버렸다. 그후로 억새꽃축제는 애월읍 새별오름으로 자리를 옮겨 치르다가 그마저도 2010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94쪽)

 

잘 모르던 제주의 눈물 젖은 역사도 알려준다.

알뜨르 비행장 근처의 섯알오름이야말로 한맺힌 사연으로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림·대정 지역의 무고한 주민 200여 명이 예비검속이란 이름 아래 무차별 적으로 학살당한 곳이다. 예비검속이란 어떤 상황에 대하여 아직 어떤 짓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곧 일을 벌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를 물어 구속하는 법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당시 제주는 이미 4·3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치른 후였다. 4·3에서 살아남은 얼마 되지 않는 양민들마저 마구잡이로 끌려갔으며 좌익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참혹하게 희생되었다. 남은 가족들은 공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시체조차 수습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6년이 지난 후에야 유족들에게 시체를 찾아가라 허락하였지만 이미 132구의 유구들은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구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별도리 없이 유구를 한데 모아 '백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라는 뜻의 백조일손 묘역을 만들게 되었으며 매년 위령제를 열고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110쪽)

 

제목은 밥상, 즉 음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제주에 대한 기본이 잡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제주의 현재, 과거 그리고 음식을 둘러싼 문화와 제주인들의 삶을 크게 한번 훑어 볼 수 있는 책이다.

 

 

(제주를 일곱~여덟차례 다녀왔다. 이태전부터 제주 가기전 주제로 책을 읽고 있다.

 첫번째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돌배게의 한려수도와 제주도 그리고 새로쓰는 택리지 제주도 편이었고,

 두번째는 제주역사기행, 주강현의 제주기행 등이었고,

 세번째는 제주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책들이었고,

 이번에 네번째로 음식을 다룬 책들을 좀 들춰봤다. 태그는 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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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맛보다 - 제주사람들이 즐겨 찾는 제주의 대표 맛집 탐방기
강석균 지음 / 넥서스BOOKS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제주를 맛보다>는 여행전문가의 책이라 내용도 적당하고, 지역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 제주 여행길에 들고 가기에 제격이다. 지역별 유명 혹은 전통있는 식당을 중심으로 제주음식 이야기를 풀어낸다.

 

요즘이야 제주의 음식들이 익숙하고, 서울에도 제주음식 전문식당들이 생겼지만, 2000년대 초반 제주에 갔을때만 해도 생전 처음 듣는 음식명칭들이 많았다.

 

몸국은 제주도에서 잔치 때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육지나 제주도나 잔치에서 돼지 한 마리는 잡아야 제대로 손님을 대접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육지에서는 돼지사골을 끓인 육수에 푹 삶은 돼지 고기를 넣은 돼지국밥이나 돼지김치찌개가 대표적인 잔치음식이 라면 제주도에서는 몸국이나 고기국수가 대표적이다. (24-25)

화성 식당의 접짝뼈국 역시 제주도민의 삶이 녹아든 음식 중  하나이다. 제주도에서는 국물이 있는 음식에 대개 국을 붙인다. 갈치국, 성게국, 옥돔미역국, 각재기국, 고등어국 등이 그것이다. 화성식당의 인기 메뉴인 접짝뼈국은 생긴 모양새가 도가니탕과 비슷해 접짝뼈탕으로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으나 접짝뼈국에 머물고 있다. (32)

 

이외에도 보말, 각재기, 객주리, 어랭이 등 여러 제주에서 특별히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소개된다. 식당도 깔끔한 약도로 보여주고, 주변 관광지 소개도 잊지 않는다.

 

 

음식을 설명하면서 제주의 삶도 놓치고 있지 않다.

바닷가에 쪼그려 앉아 바위에 붙은 보말을 떼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렇게 떼 온 보말의 속살을 빼내야하는데 이것 역시 끝 없는 고역이다. 작은 소라를 하나씩 집어 꼬챙이 (옷핀 등)로 일일이 속살을 빼야 하니 말이다. 이런 수고를 생각하면 보말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오히려 예전에 보말이 풍성했을 때 너무 소홀히 대접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보면 보말에는 제주 할망의 진득한 땀이 서려 있다고 할 수 있다. (188-189)

 

그렇지만 중간 중간 저자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거나,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섭지코지를 가지 않고, 섭지코지도 가지 말라고 말리는 정도이다. 2000년대 방문했을 때 넓게 펼쳐진 들판 앞에 가슴 화안하게 드러낸 바다는 놓치고 싶지 않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로 인해 번잡하기만 하다. 게다가 안도 타다오의 최악의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글라스하우스는 시야를 막아버린다. 마치 스포츠경기장에서 중요한 장면에서 앞사람이 일어서 버려 시야가 막힌 느낌이랄까.

성산읍에서 남동쪽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반도가 섭지코지 이다. 섭지는 재사(才士 )가 많이 배출되는 곳이란 뜻이고 코지는 제주도어로 '곶'을 말한다. 현재 섭지코지에는 휘닉스아일랜드라는 리조트가 들어서 있고 리조트 안에 세계적인 건축가 아미타 준이 설계한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아고라 같은 멋진 건물이 있다. (138)

* 그리고 나중에 수정되었는지는 모르겟지만 심각한 오류가 있는데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아미타 준이 설계한 건축물은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책이지만, 여행지에서 참고할만한 책으로는 제격이 아닌가 싶다.

 

(제주를 일곱~여덟차례 다녀왔다. 이태전부터 제주 가기전 주제로 책을 읽고 있다.

 첫번째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돌배게의 한려수도와 제주도 그리고 새로쓰는 택리지 제주도 편이었고,

 두번째는 제주역사기행, 주강현의 제주기행 등이었고,

 세번째는 제주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책들이었고,

 이번에 네번째로 음식을 다룬 책들을 좀 들춰봤다. 태그는 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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