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작된 서울시장의 선택의 문제가 이제 서울시장을 선택하는 문제로 돌아왔다. 지금 한국 정치문제 뒤로 이명박정부의 실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정을 이야기했지만 내사람 돌려막기식 인사는 결국 비리문제로 터져나오고 있고 (검찰과 언론을 장악한 정부에서 이 정도 드러난 것은 뒤로 숨어있는 비리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지만 경제는 10년 동안 보다도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이것 저것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4대강과 부동산정책 실패)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는 대한민국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9월에 소개된 책 중에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진보와 보수 대통령의 아젠다를 중심으로 비교한 것이다. 아젠다에 대한 분석이 기존 정치해석의 틀과는 다른 듯 보여 신선하다.  

 진보대통령 vs 보수대통령
한귀영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9월

'지금까지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 원인은 품성이나 능력 탓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전 수석전문위원은 두 대통령의 실패가 개인 품성이나 한국적 정치 지형 탓이 아니라고 잘라말한다. 좀더 근본적으로, 민심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그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 등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두 대통령과 민심이 어떻게 어긋났으며 이런 괴리가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한 독특한 책 <진보대통령 VS 보수대통령>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어젠다’라는 틀을 선보인다. ‘협의’ 또는 ‘의제’란 뜻의 어젠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대통령 통치의 수단인 동시에 대중과 대통령의 관심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대연정 제안이나 이 대통령의 4대강 살리기, 감세정책 등이 대표적인 어젠다다. 지은이는 두 대통령이 제기한 주요 어젠다별 지지율을 분석해 두 대통령이 왜 대중과 멀어졌는지를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지은이는 어젠다를 대통령이 주도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동원형 어젠다’와 ‘반응형 어젠다’로 나눈다. 또 계파의 수장으로 지지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갈등형 어젠다’와 국가 수반으로서 제기하는 ‘타협형 어젠다’로도 구분한다. 강한 야당에 고전했던 노 전 대통령은 타협형·반응형 어젠다가 다소 많았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갈등형·동원형 어젠다가 2배 가까이 많았다.

분석 결과는 흥미롭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평균 지지율이 27.9%였지만 어젠다 지지율이 50%를 넘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 지지율이 33.1%였지만 어젠다 지지율은 30%대에 그쳤다. 노 전 대통령은 경제·사회 분야에서 갈등형 어젠다를 제시할 때 지지율이 높았고, 정치·행정 분야의 갈등형 어젠다는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 지은이는 노 전 대통령이 경제 분야의 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탄핵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계속 정치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한 게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이 대통령의 어젠다는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이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분석됐다. 집권 초기에도 그의 어젠다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이 낮았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지은이는 노 전 대통령은 민생 문제에 대해 좀더 진보적인 어젠다를, 그리고 이 대통령은 중도층을 끌어안는 개혁적 어젠다를 내놓아야 했다고 결론짓는다. 이런 결론은 대통령마다 요구되는 어젠다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8825.html

9월에 소개된 책 중 한국의 부동산개발 특히 정부,지자체 중심의 개발을 비판한 책이 나왔다. 기존의 책들이 상식적인 부분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식상했다면 디벨로퍼의 부재로 설명하는 점이 특이했다. 대규모 개발에는 개발의 철학에서 부터 기획, 관리까지 책임지는 주체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능이 부재했다. 이는 개발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하기 보다는 무조건 새것이 좋다는 천민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시개발, 길을 잃다'는 문제의 본질을 잘 지적하는 책으로 보인다.  

 

  도시개발, 길을 잃다 /  김경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9월

'늘 단기 차익만 노리는 건설업체들, 이들의 광고로 먹고사는 보수언론, 그리고 이 둘에게 휘둘리며 공공성을 지키기는커녕 훼손하는 서울시와 정부의 ‘토건 마피아’ 같은 동맹구조 속에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현실을 학자가 처음으로 명쾌하고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적 도시개발의 실체를 통해 도시와 부동산, 뉴타운 문제 등은 물론 지금 저축은행들이 위기에 몰리는 피에프 문제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친절한 책이기도 하다.

한국에만 없는 것,  

디벨로퍼 김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은 ‘디벨로퍼 없는’ 개발 실태다. 디벨로퍼는 부동산 개발을 기획하고 주도하면서 책임지는 전문기업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디벨로퍼는 없고 대신 여러 기업들이 모여 만든 사업용 일회성 회사인 ‘프로젝트 파이낸싱(피에프, PF) 투자회사’만 존재한다. 처음부터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선진국에선 자기 이름을 걸고 사업하는 디벨로퍼가 개발을 주도하고, 특히 대규모 개발에는 관이 직접 ‘공공 디벨로퍼’가 되어 참여한다. 특히 송도 신도시나 용산국제업무지구처럼 정부가 민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초대형 사업에선 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들어가 어떤 공익을 만들어 낼지 검토하면서 지역 저소득층과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한국에선 거꾸로 관이 시민들의 공익을 침해하고 업자들의 이익을 키워주기에 바쁘다.

수요 공급조차 분석 못한 서울시의 초대형 졸작 쇼핑몰 개발은 임대와 분양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분양 방식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는 빨리 분양해 팔고 빠지기 급급해한다. 입점 업체들은 알아서 생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임대 방식은 장기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업 주체가 부동산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한다. 타임스퀘어는 경방이 이런 디벨로퍼 역할을 하며 임대 방식을 선택해 성공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가든파이브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구공사를 하면서 밀려나게 된 청계천 상인들을 입주시키려는 계획으로 추진된 가든파이브는 서울시와 에스에이치공사가 개발을 담당해 국내 최초의 100% 피에프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동양 최대를 내세운 규모만으로 성공할 것이란 생각으로 분양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분양값이 너무 비싸 정작 청계천 상인들조차 재정착을 꺼렸고, 결국 텅텅 빈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이 용산을 비관하는 이유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적자에 시달리던 코레일이 금싸라기 땅인 기지창 부지를 팔고 자신도 개발에 참여하면서 추진됐다. 여기에 오세훈 시장이 강변 명품도시를 내세우는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추진하면서 원안에는 없었던 서부이촌동 아파트들을 갑자기 수용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일언반구도 없이 갑자기 수용 발표를 들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데도 사업자 쪽은 변경안을 밀어붙이고, 시민들의 공익을 지켜야 할 서울시는 “인허가권만 갖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사업의 리스크만 훨씬 커졌고 전문가들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7658.html

처음부터 논란이 되었던 한겨레신문의 '직설'이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소개기사는 별로 없다. 단신으로만 끝내고 있다. 새로운 정치의 대표로 떠오른 안철수, 박원순 그리고 진보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문재인 등이 나오는데도 말이다. 김제동과 홍준표도 등장한다.

'한겨레신문의 대담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이 책으로 나왔다. ‘대한민국史’의 역사학자 한홍구와 소설가 서해성이 뭉친 이 대담집은 한겨레를 “운동권 순혈주의 신문”이라며 첫 회부터 비판의 대상에 올렸다. 성역 없는 대담의 신호탄이었다.

연재 초반부터 “한겨레에 어울리지 않는 대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직설’이 학술적 대담이라기 보단 저잣거리의 언어로 풀어낸 대화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라는 제목으로 뽑힌 천정배 민주당 의원과 나눈 대담이 그랬다. 한겨레신문 절독운동으로 이어졌다. 항의전화도 빗발쳤다. “구어체로 우아 떨지 말고 말과 글살이를 일치시키자는 취지”와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독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시각이 맞섰다. 결국 편집국장의 1면 사과로 논쟁은 일단락됐다.'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26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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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복지는 못사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시혜성'의 시각이 대수였는데, 이제는 국민 전체의 복지를 이야기하는 '보편적 복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국민들의 생각의 변화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찌되었건 복지 논쟁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적절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복지’가 사회적 화두다. 시쳇말로 ‘대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를 재확인해줬다. 하지만 복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보면서 괴로울 때도 적잖다. 정치적 이익이나 그릇된 신념에 사로잡혀 사실과 다른 얘기를 대놓고 반복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명백한 거짓말을 더욱이 공영방송에 나와 버젓이 펼쳐댈 땐 분통마저 인다. 요즘엔 ‘복지포퓰리즘’이란 신무기를 만들어 여기저기 낙인찍듯 쏘아대기도 한다.

이런 막무가내식 거짓 주장에 일침을 가한 교양서가 나왔다. <대한민국복지 7가지 거짓과 진실>이 그것이다. ‘복지는 좌파의 정책일까’, ‘복지국가의 큰 정부는 비효율적일까’,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 것일까’, ‘복지국가는 성장 및 세계화와 상극일까’, ‘보편적 복지는 무책임한 퍼주기일까’. 김연명·신광영(중앙대)·양재진(연세대)·윤홍식(인하대)·이정우(경북대) 교수 등 지은이들은 이런 물음에 답하면서 복지를 둘러싼 거짓 주장은 물론 세간의 그릇된 오해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하나하나 논박한다.

가령 ‘복지를 하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주장에 대해 윤홍식 교수는 ‘재정위기와 복지지출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 복지확대가 힘들어지긴 하나, 복지확대로 재정부담이 커져 경제가 위태로워진다는 건 ‘사실’(fact)이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현실은 복지를 확대한 나라가 재정도 좋고 경제도 탄탄하다. 책은 더불어 대한민국이 왜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하는지, 어떤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쉽고도 명료하게 풀어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2.html 

       

8월에 소개된 기사 중에 가장 관심있게 본 책은 인정투쟁이다. 사회적 갈등이 바로 인정받지 못한데서 온다는 점을 주목한 책인데 문제를 단순화 시켜 보는 현대 한국 사회의 갈등을 설명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 같다.

〈인정투쟁-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
악셀 호네트 지음·문성훈·이현재 옮김/사월의책·2만3000원
인간 사회에서 결코 끊이지 않는 사회적 투쟁들은 과연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근대 서구 사회철학은 사회적 삶이 근본적으로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관계라고 규정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규정한 토머스 홉스가 대표적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과 사회를 ‘좋은 삶’을 추구하는 정치적 공동체로 파악했으나, 근대 철학은 이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별적 원자로서 인간의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을 중시한 것이다.

사회적 투쟁의 핵심 배경이 ‘자기보존’보다도 ‘인정’이라고 분석한 <인정투쟁>은 이런 기존 관점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시킨 획기적 저작으로 꼽힌다. .....
 
<인정투쟁>의 핵심적인 명제는, “사회적 투쟁은 상호인정이라는 상호주관적 상태를 목표로 한다”는 주장으로 압축된다. ....‘인정’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긍정적인 자기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이라고 봤다.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인정해주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사랑·권리·연대 등 세가지 층위에서 이런 사회적 인정질서를 풀이할 수 있다고 한다.

.......
만약 개인 또는 집단이 자기 정체성을 타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모욕’을 당할 경우엔 어떨까? 호네트에 따르면, 인정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각 개인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이다.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이 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폭동이나 봉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분출되는 사회적 인정투쟁에는 모두 이런 도덕적 분노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인정투쟁 이론은 특히 급격히 변화하는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풀이하고 해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계기로 터져나온 촛불집회에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치 엘리트의 권력 장악 수단으로 변질된 데 맞서 ‘주권적 존재’로서 인정받으려는 대중들의 욕구가 있었다. 차별 철폐와 고용 보장을 부르짖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사회적 존재로서 제대로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들어 있다.

단지 ‘생산과 분배’의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풀어낼 수 없는 사회적 갈등들에 대해, 인정투쟁 이론은 좀더 폭넓고 세심한 접근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

호네트의 제자이자 이 책을 옮긴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는 “특히 한국 사회는 ‘사회적 무시’라는 독특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 인정투쟁 이론이 좀더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는 명문대를 가지 못해서, 장애인이라서, 못생겨서, 여자라서, 외국인 노동자라서, 노동자라서 등등 수없이 많은 이유로 타인을 무시하는 병리적 현상이 있는데, 인정투쟁 이론은 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에 적합한 틀이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3.html 



니얼 퍼거슨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두해 전 영국을 주제로 책 읽기를 할 때였다.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이 제국이 된 후 몰락한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구매를 고심하다, 도서관에 신청목록에 남겼지만 결국 손에 들지는 못했다. 니얼 퍼거슨의 책이 최근 국내에 잘 소개되고 있다. 2010년에만 '금융의 지배', '콜로서스 : 아메리카제국흥망사', '증오의세기' 가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시빌라이제이션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니얼 퍼거슨 지음·구세희 김정희 옮김/21세기북스·2만2500원
 
"15세기 세계 최대의 도시는 인구 100만명의 중국 난징이었다. 난징에 견주면 그때 영국 런던은 산골 소읍 수준이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에 살고 있었고, 유럽은 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했다. 유라시아 서쪽 끝의 가난한 나라들은 동쪽 끝의 제국 중국을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00년이 지난 1913년 유럽제국은 전세계 경제의 75%를 좌우했고, 1968년 미국인들은 중국인들보다 최고 70배쯤 잘살았다. 이 50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국 제국과 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을 다룬 책을 펴냈던 영국 출신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새 책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을 내놨다. 앞서 영국과 미국이 어떻게 세계의 패권을 잡았는지 들여다본 그는 이제 이 호기심을 서양 전체로 확장했다. 하지만 서양 제국주의의 찬미가 아니라 지난 500년간 이어져온 서양의 영화가 이제 벼랑 끝에 섰다고 보고 그 이유를 들여다본다. 퍼거슨은 지금의 금융위기를 과거 로마 제국과 스페인 제국 그리고 대영 제국이 무너질 때와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의 부상을 경계한다. 최대 70배까지 벌어졌던 미국과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이제 5배로 줄었고,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됐다. 그는 서양이 패권을 잡은 이유를 알아야 오늘날 서양의 쇠퇴와 몰락 시점이 얼마나 임박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비장한 말을 책 곳곳에 써놓았다.

퍼거슨이 보기에 문명은 단일 제품이 아니라 패키지다. 서양이 동양을 따라잡은 것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민주주의, 과학, 식민지 등의 개별 품목 덕분이 아니라는 것. 그는 서양이 부상한 이유를 6가지로 정리했다.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소비 △직업윤리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특히 경쟁과 재산권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한다.

1400년대 당시 유럽은 1000여개의 국가조직으로 찢겨 있었다. 반면 중국은 강력한 왕조 국가였다. 가장 가난한 국가였던 포르투갈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까지 가서 마카오라는 상업도시를 개척한 것도 이런 지독한 경쟁 때문이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포르투갈처럼 무역과 식민지 경영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쟁은 지방 호족의 자율권이 보장돼 도시간에서도 치열했다. 이런 경쟁은 직업군간의 경쟁을 불러왔고 1100년부터 태동했던 상공업자조합인 길드가 활성화됐고, 길드는 다시 도시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도시화를 뜻하는 시빌라이제이션이 문명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 연유다.

반면 당시 세계 최강대국 명나라는 환관 정화에게 수백척의 함대를 보내 메카 등을 방문하고 술탄에게 기린을 받아오는 전시성 사업에 매달렸다. 영락제 사후 원정대는 폐지됐고 해상무역은 사라졌다. 이후 중국은 침체 속에서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1842년 아편전쟁으로 동양의 패배는 공식화됐다.

....책은 문명이 일정 주기로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라고 진단한다. 잘 쌓은 피라미드보다는 아무렇게나 지은 흰개미집에 가깝다. 그래서 문명이란 늘 혼란의 가장자리에 있고 아주 작은 요소도 내부에서는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지은이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그 폭발적인 변화의 전조로 본다. 지금 서양 문명도 중국 문명처럼 한순간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과 직업을 정당화해 서구 문명을 이끌어낸 기독교마저 이제 동양이 더 열렬하게 믿는다며 서양은 지금이라도 역사교육과 직업윤리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56.html 

      

8월에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도 소개되었다. 임진왜란을 중계하는 듯 한 책이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정명섭 외 5명 지음/북하우스·1만6000원
임진왜란(1592~1598) 하면 대개 무능한 조선 정부와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떠올린다. 혹자는 한산도 해전, 행주산성 싸움, 진주성 싸움 등 3대첩과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의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 결과와 영향 등의 교과서의 도식을 따라 시험용으로 외웠기 때문이다. 조선의 에이스 신립이 패배해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주하게 된 탄금대 전투의 내막, 탄금대와 유사한 지형인데도 승리로 이끈 행주산성 싸움의 진상 등을 제대로 쉽게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균의 조선 수군이 궤멸된 칠천량 전투는 묻히고, 남은 13척으로 500척의 일본 수군을 무찌른 이순신의 명량해전은 부풀려 전하는 등 애국주의가 힘쓰기도 한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는 탄금대, 행주산성, 칠천량, 명량, 노량 등 임진왜란 중 5개 전투를 비롯해 사르후, 쌍령, 광교산 등 병자호란 3개 전투와 조선초기 여진족 정벌 중의 파저강 전투, 조선후기 미 해군의 침략에 맞선 강화도 손돌목돈대 전투 등 조선시대의 10가지 전투의 진실을 승패와 무관하게 소상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행주산성 싸움의 아낙네들의 행주치마, 명량해전의 쇠사슬 작전 등 근거 없는 이야기를 걷어내고 전투가 벌어진 곳의 지형지물, 피아 장수들의 시간대별 작전 등 실제 전투상황을 되짚어본다.

이런 취지에 맞게 독특한 서술 방식을 들고 나왔다. 전투의 앞뒤를 먼저 서술한 뒤 실제 전투장면을 생중계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처럼 전황을 전달하고 평가한다. 노량해전의 시작은 이런 식이다.

중계자 “노량을 빠져나간 (고니시 유키나가 쪽) 배는 다른 곳에서 철수한 일본군이 대기하고 있는 남해도 건너편의 창선도에 가서 구원을 요청하는군요. 이순신 장군이 배후에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합니다. 퇴각해야 하나요?”

해설자 “보통 지휘관이라면 그랬겠죠. 하지만 이순신이 누굽니까. 이미 상황판단을 끝내고 대책을 세우죠.”

중계자 “말씀드리는 순간, 조선 수군이 노량으로 진격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원수들을 무찌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향을 피우고 하늘에 비는군요.”

.......


자칫 역사를 희화화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생중계 형식을 쓴 것은 지은이들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집필자 정명섭씨는 역사추리소설 <적패>, 한국사의 주요 암살사건을 다룬 <암살로 읽는 한국사>를 쓴 작가. 그는 작전기획 및 교관을 지낸 현역 소령, 한·일 교류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아마추어 신미양요 전문가와 한국화 전공자로 팀을 꾸려 이 책을 만들었다. 2년여의 자료수집, 토론과 연구, 현지답사 끝에 복잡한 전황을 설명하기에 생중계 방식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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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없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그래서 찾는 방법은 책 소개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고, 일주일에 한두번 서점에 들러 책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최근 눈에 띄는 서평집이 많은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 아예 책을 소개하는 시리지를 출판했다. 1차분으로 '교육', '20대', '중국'이 출간되었는데 '중국'에 관심이 간다. 중국을 주제로 한 책읽기를 할 생각인데 중국이라는 주제 자체가 너무 방대해 고민 중이다. 이 책이 이런 고민에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 같다.

"새로 나온 ‘앎과 삶 시리즈’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적합해 보이는 책공부 길잡이책이다. ‘한 주제 집중 서평’이란 새로운 방식을 들고나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를 먼저 정하고, 그 분야의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이 필독서인지 골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서평으로 소개한다. 1차분으로 먼저 ‘교육’ ‘20대’ ‘중국’ 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책의 선정과 서평을 주문해 각 30여권씩을 소개한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자 장점은 중요한 책들을 콕 집어주는 동시에 비슷한 범주별로 묶어 관련 도서들의 그물망을 짜주는 점이다. 1권인 <교육>편을 보자. 교육을 고민하는 책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눴다. 먼저 현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대안을 찾으려 하는 책들로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이범의 교육특강>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등을 요약 정리했다. 두번째 책들은 학교를 바꾸는 대안들을 다룬 것들.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처럼 정평이 난 필독서들과 남한산초등학교, 이우학교 등의 사례를 담은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등이 꼽혔다. 그다음은 교사와 부모 입장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고 이오덕 선생의 책, 그리고 교육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파울루 프레이리의 <프레이리의 교사론> 등을 묶었다. 마지막은 외국 사례를 알려주는 책들이다. 우리나라처럼 평준화가 흔들리고 있는 영국의 교육문제를 다룬 <위기의 학교>, 요즘 우리 교육계에서 주목할 대안으로 첫손 꼽는 나라인 핀란드 교육을 다룬 <핀란드 교육의 성공> 등을 골랐다.

전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세대간 갈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20대’를 주제로 삼은 점도 눈길을 끈다. 논쟁의 당사자들인 20대 젊은 독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고민을 쓴 책들과 20대들을 응원하는 책, 충고하는 책들을 고루 꼽았다.

가깝지만 정작 잘 모르는 나라인 ‘중국’편은 무력 같은 물리적 힘이 아니라 호감과 문화적인 힘으로 상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인 ‘소프트파워’의 개념을 중국을 이해하는 열쇳말로 삼는다.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차이나>부터 <중국음식문화사>까지 중국에 대해 눈여겨볼 이슈들을 담은 다양한 책들을 선정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62.html 

         

젊은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시리즈가 있다.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다. 에세이시트 김현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출판마케터 김류미씨의 책 <은근 리얼버라이어티 강남소녀>는 담담하게 자조하면서 질긴 희망을 향해 나가는 젊은 여성의 진솔 발랄한 에세이다.

성장한 지역은 서울 강남이란 부유층 주거지지만 경제적 형편은 ‘부자’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스스로를 ‘판잣집 소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인생이란 필드의 문화기술지’라고 정의한다. 계층 간 차별, 교육문제부터 종교, 경력쌓기 열풍과 취업난 문제까지, 여러가지 역설적인 것들이 뭉뚱그려진 삶을 되돌아보면서 사회의 위선을 콕콕 꼬집어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게 읽힌다.

강남소녀의 치열한 생존기는 ‘어떻게 저렇게 힘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거지?’라고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인간극장식 다큐멘터리의 서술과는 다르다. ‘일하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를 좌우명 삼아 편의점부터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노동일기가 이어지지만 알맞은 재치와 알맞은 오기, 젊은 세대의 솔직한 감정이 담겨 처절함 일변도를 피해가며 공감하게 된다. 이제 막 30대가 된 남다른 직장 여성이 힘들지만 즐겁게 들려주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스러운 20대는 물론 왜 요즘 20대들이 주체적이지도 많고 사회적 관심도 없는지 불만스러운 기성세대들도 읽어봄직한 책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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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관심으로 책과 관련된 책에 대한 관심 역시 많은 편이다. 매주 책관련 신문기사를 열심히 살피고 한주에 한두번은 꼬박 서점에 들르곤 했다. 요즘은 로쟈의 저공비행 등 괄년 블로그를열심히 살피고 있다. 로쟈로 유명한 이현우나 정혜윤의 글을 열심히 읽는 편인데, 얼마전에는 이권우, 장정일, 최성일 등의 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중에 최성일의 책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인문학 읽기의 길잡이로 삼고 있는 책이다. 책꽂이에는 1,2,3권 이렇게 세권이 꽂혀 있는데 얼마전 합본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투병중이라는 그의 소식을 신문에서 접할 수 있었다. 빨리 쾌차하시길 빈다.

"출판평론가 최성일(44)씨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커다란 판형에 800쪽에 육박하는 두께 때문에 처음 보면 전화번호부를 연상케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과거완료형’ 사상가들에서 21세기 최근의 현실과 맞닿은 사상을 펼치는 ‘현재진행형’ 사상가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학자와 저술가 218명의 사상과 주요 저작들을 소개한다. 제목에 ‘사상가’라고 썼지만 다방면의 지식인들을 총망라한 지성 교양 길잡이책이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나 에라스뮈스 같은 옛 사상가들부터 노엄 촘스키, 가라타니 고진, 들뢰즈/가타리, 아도르노 같은 지성사의 별들에, 리영희, 서경석, 김기협 등 한국의 주요한 지식생산자 10명도 함께 포함시켰다. 간디 같은 민족지도자, 가수 김민기 같은 음악가, 또 프란츠 파농 같은 혁명가 등도 만날 수 있다.

지은이 최성일씨는 출판계에서 ‘집요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출판저널>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최씨는 <한겨레>와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등에 글을 쓰며 지금까지 15년 동안 출판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이 중 13년 2개월을 지식인들의 학문 세계를 정리 소개하는 이 책 작업에 바쳤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가 얼마나 지독한 독서가인지 금세 실감하게 된다. 책 본문에 내용이 언급되는 책만 2000권이 넘고 간단한 서지 사항을 소개하는 책은 1만여권에 달한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꿰뚫고 정리해주는 이 책의 매력은 지은이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 국내에 소개된 주요 인문서를 거의 섭렵한 덕분일 것이다.

간디 편을 보자. 본문에 간디와 관련해 언급해 놓은 책이 18권이고 본문을 인용한 책이 5권이다. 서지사항으로 소개하는 간디 관련서는 83권. 함석헌 선생의 언급에서부터 시작해 간디의 많은 책 가운데 어떤 것이 그의 삶을 잘 요약해놓은 정수인지, 또 간디철학의 현대적 해석까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미국의 진보 지식인 리오 휴버먼 편을 보면 <위, 더 피플>을 텍스트로 해 20년의 시차를 두고 번역되어 나온 휴버먼의 책 <가자 아메리카로>(2001년)와 <역사와 민중>(1983년)이 제목과 번역자가 바뀌었는데도 번역문은 완전히 똑같음을 지적한다. 처절할 정도로 책만 파고든 탓인지 지은이 최씨는 2004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을 받고 회복되어 다시 날카로운 서평을 써갔다. 퇴원 이후 영국 출신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가 다리가 부러져 환자가 되면서 체험한 병원의 완고한 시스템과 환자의 수동적 지위를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통해 비판했던 것처럼 한국 병원 진료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최씨는 또다시 뇌종양으로 쓰러졌고, 지금까지 병원에서 투병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사상가 10명에 대한 리뷰를 또 썼다. 병세는 더욱 악화됐다. 주변에서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선배 출판평론가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5권으로 나왔던 그의 분신 같은 이 책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을 한 권으로 묶어 다시 펴냈다. 인문학 입문 길잡이 책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평이 나있던 이 책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소식과 최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트위터 등에선 이 책의 초판을 빨리 소진시키자는 ‘최성일 돕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최씨는 평생을 인문서 읽기와 소개에 매진하면서도 종종 막막함을 느꼈다고 책에서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난한 작업을 결코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를 프랑스의 정통 우파 논객 레몽 아롱의 말을 따 설명했다. “나는 뛰어난 사상가들과의 대화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런 취미를 기르라고 권합니다. 학생들은 누구를 찬양하고 그를 흠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성실한 학생이었던 그는 깐깐한 서평가다운 단서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가라 해도 그를 무작정 흠모하거나 무조건 찬양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5522.html 

7월에는 의미있는 책이 소개되었다. '책으로만난사상가들'을 펴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기획회의라는 책이다. 300호 기념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품절되기 전에 빨리 주문해야 하는데 게으름을 너무 부렸다.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격주간·사진)가 최근 발간한 통권 300호에서 특집기획으로 ‘한국의 저자’ 300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저자들은 문학을 제외한 인문·사회·문화 등 논픽션 부문에서 최근 5년 동안 단행본 저서를 1종 이상 펴낸 생존 필자들 가운데 뽑았다. 300명 명단에는 백낙청, 김우창 등 원로급부터 젊은 인터넷 논객 한윤형 등 대중적 저자들까지 고루 포함돼 있다.

저자들 면면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활성화로 책 생산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글쓰기의 장으로 활용해 책을 펴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회의> 발행인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최근 베스트셀러 동향을 분석한 결과 블로그 연재 글을 책으로 묶은 ‘블룩’(blook: 블로그와 책을 합친 말)의 강세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쓴 이현우씨, <샤넬, 미술관에 가다> 등을 쓴 패션미술 저술가 김홍기씨 등이 이런 블로그 기반형 저자들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을 출간하는 ‘페북’도 등장했다. 지난 4월 출간된 <페이스북 담벼락에 희망을 걸다>(권영민)와 출판기획자 이건범이 쓴 <내 청춘의 감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88458.html 

장정일의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장정일의 독서일기 연장선으로 봐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가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고백한바 지난 몇 년 새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극히 개인적 쾌락’에서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 현실에 눈감고 책 속으로 도피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현실과 만나는 독서다. 인권, 사회주의, 근대, 보편주의, 소설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뉜 이번 책의 편제만 보아도 그의 관심사를 짐작할 만하다.

아름다운 말로 상찬하는 서평도 좋지만, 가차 없이 비판하는 서평을 읽는 재미에 견줄 바가 아니다. 서평이 출판사의 홍보문과 구별되는 지점도 그곳일 테다. <정치의 발견>(박상훈)을 두고 “‘운동이냐 정당이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확장하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며 “시민운동이나 대중의 정치적 욕구 분출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보는 것은, ‘전체주의적 의회주의’ 내지 ‘전체주의적 정당주의’”라 비판하는 것은 점잖은 편이다. 황석영 소설 <심청>에 대한 해설을 가리켜 “우리나라 문학 비평이 얼마나 ‘망쪼’ 났는지를 절단해서 보여주는, 스캔들로서의 사건”이라 야유할 때, <세계문학의 구조>(조영일)가 지닌 논리적 문제점을 지적한 다음 “이 책을 땅바닥에 패대기치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기 때문”이라 개탄할 때 독자는 모종의 대리만족적 쾌감조차 느끼게 된다. <한겨레> <프레시안> <시사인> <녹색평론>, 웹진 ‘나비’ 등에 실었던 서평과 개인적 기록이 묶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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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개월된 둘째와 네살짜리를 데리고 다니는 생활이 편하지는 않다. 아이가 없을 때야 여행에세이 등은 심심찮게 읽었었는데, 이제는 꼭두새벽부터 정신없이 준비해야 겨우 어딘가를 다녀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행서적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된다.  

기차로 만나는 여행은 어떨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유명한 첫 장면,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췄다”를 읽었을 때는 그저 좋은 문장으로만 생각했지 그 풍경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몇 년 전 노르웨이의 뮈르달로 가는 기차 속에서 <설국>을 느꼈다. 해발 2m의 플롬에서 해발 866m의 뮈르달로 가기 위해서는 눈 쌓인 계곡을 통과해야 했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나는 그게 눈의 터널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보아도 눈뿐이었다. 눈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어떤 나라가 나올까.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기차를 타보았지만 노르웨이의 산악기차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세계기차여행>(윤창호 외 지음, 터치아트)이라는 책이 있는데, 노르웨이의 산악기차를 포함해 스무 개의 낭만적인 기차여행이 나온다. 사진이 아름답고 풍경은 너무 아득해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차의 덜컹거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스무 개의 루트를 모두 다녀볼 생각이다.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쩐지 반갑다. 가수이자 글도 잘 쓰는 오지은씨의 책 <홋카이도 보통 열차>(북노마드)를 보고 동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철덕후’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는데, 철덕후란 ‘철도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철덕후 중에서도 철도 여행을 사랑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철도 노선과 기차 시간표, 차량 부품 등을 사랑하는 부류도 있다는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랑이 있구나 싶었다. 나는 철도 노선을 사랑하긴 힘들 것 같고, 기차 여행을 사랑하는 철덕후로 남을 것 같다. <홋카이도 보통 열차>에는 제목과 달리 열차에 대한 얘기가 많지 않다. 당연하다. 열차여행이란 열차를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열차를 통해 창밖의 ‘나’를 보기 위한 것이니까. 기차를 사랑하는 이유는 느리게 달리는 기차 창밖의 풍경을 통해 무수히 많은 나를 만나게 되고, 나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기차가 타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거린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건데 일본에는 ‘청춘 18티켓’이란 게 있다고 한다.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발매되는, 5일간 무제한으로 보통열차를 탈 수 있는 기차표다. 청춘이 아니어도 18살 이상이어도 표를 살 수 있단다. 이름이 너무 멋져서 소설 제목으로 쓰고 싶을 지경이다. ‘청춘 18티켓’ 외에도 일본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차표가 있어서 다양한 경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김혜원 지음, 씨네21북스)이나 <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심청보 지음, 테라출판사) 같은 책을 읽어보면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86.html  


"이 세상에는 공항서적이라는 게 있다. 이 특수한 목적의 서적들은 전세계 모든 공항에서 똑같이 발견된다. 세계 어디를 가나 공항서점의 규모는 가판대 수준인데, 그 이유는 비행기 이코노미석의 악조건을 견딜 수 있는 책은 겨우 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행안내서와 회화책과 지도와 잡지를 제외하고 이들 공항서적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공항소설이라는 게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공항소설이란 매우 두껍지만 빠르게 읽히는 모험, 혹은 음모에 관한 소설로 공항서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공항과 기내에서만 읽고는 버리는 흥미 위주의 소설이다. 한가한 사람들의 말재간에서 나온 용어인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장르의 역사는 오래됐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소설을 ‘철도소설’(romans de gare)이라고 불렀다. 비슷하게 우리에게는 휴게소 편의점에서 할인판매하는 ‘휴게소 소설’이 있다.
 

 


전형적인 공항소설로는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시공사),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조디 피콜트의 <19분>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소설들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너무 심오하거나 철학적이지 말아야만 한다는 점이다. 공항 대합실과 기내에서 책을 읽는 일은 혼자 집에서 책을 읽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가능한 한 두꺼워야만 한다.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환승에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페이퍼백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다 읽고 나면 바로 버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항철학서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일 것이다. 여객기에서 바로 옆에 앉았다는 인연으로 시작되는 연애를 다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나 여객기 창의 풍경을 표지로 삼은 <여행의 기술>, 혹은 더 노골적으로는 영국 히스로 공항의 호의에 힘입어 쓴 <공항에서 일주일을>(청미래) 등은 공항서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책으로 느껴지리라. 너무 심오하거나 철학적이지 말아야만 한다는 원칙과 명색이 철학서라는 이 책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합일하는가는 직접 책을 펼쳐보면 알 수 있으리라. 하이데거도 좀 노력해서 알랭 드 보통처럼 썼더라면…. 그런 상상이 가능한 것도 다 이코노미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석에만 앉았어도 반대로 생각했을 텐데.
 

             


마찬가지로 공항서점에 가면 공항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들은 무엇보다도 두껍다. 공항여행기의 대표적인 작가들이라면 폴 서루, 빌 브라이슨, 세스 노터봄 등을 들 수 있다. 서루의 경우에는 <중국기행>과 <유라시아 횡단 기행>이 나와 있다. 세스 노터봄 역시 <산티아고 가는 길>(민음사)과 여행소설에 더 가까운 <이스파한에서의 하룻저녁>이 나와 있다. 

              

           


빌 브라이슨은 상대적으로 많은 책들이 번역됐다. <나를 부르는 숲>과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을 비롯한 ‘발칙한 산책’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폴 서루와 빌 브라이슨은 전세계의 어느 공항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여행기는 공항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두 사람 모두 시니컬한, 혹은 유머러스한 여행자로서 자신이 목격한 이국의 관습들을 기록했는데,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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