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삶이 많이 변했는데 그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은 탓이었다. 퇴근후 가사(육아)를 분담해야 하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진작에 끝냈어야 할 지진읽기가 아직도 지지부진하면서 다른 책 읽기에도 시간을 못 들이고 있다. 이런 저런 개인사 때문인지 5월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책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읽을 책들 투성이다.) 

참 아쉬운 책들이 있다. 필요할 때 없었다가 나중에 출간된 책들이다. 2011년 4월에 출간된 책 중에 <라틴현대미술 저항이 그렇다>는 몇 해전 라틴아메리카 미술전을 위해 준비할 당시 없었던 책이었다. 또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줄께>는 런던을 다녀오고 나서 출간되었고,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 역시 파리를 다녀올 때 없었던 책이었다. 그러던 차에 아름다운 유럽의 서점을 다루는 책이 소개되었다. 유럽 혹은 미국 여행시 가끔 서점에 들어가 본다. 우연찮게 마주친 중고서점에도 들어가본 기억이 있는데 어쨌거나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유럽의 명문서점〉
라이너 모리츠 지음·박명화 옮김/프로네시스·1만8000원  

"

책이 소개하는 명문 서점들은 아름다운 인테리어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서점이 들어선 공간이 독특한 점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 화려한 쇼핑가의 한가운데 있는 서점, 퇴근길 전차철로 고가 아래에 자리잡은 서점, 교회 건물을 서점으로 바꾼 서점 등등이 이어진다.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서점들은 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도, 오래 묵은 박물관 같은 곳도 있다. 고서점에선 책에서만 만나온 옛 명사들의 흔적이 가득하고, 미술사에 등장하는 천장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점도 있다. 라이너 모리츠의 말마따나 이 책에서 ‘노스탤지어’만 확인하게 되는 건 아니다. 고객 전용 서가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며, 에코백 유행을 불러일으킨 서점도 있다. 이런 명문 서점들의 흥미진진한 면모는 텍스트를 넘어 전문 사진작가 두명이 찍은 사진들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유럽 여행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책 뒤편에는 스무곳의 주소와 연락처 등 외에 이밖에 더 가볼 만한 서점들을 소개해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8985.html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현재 돈이 행복인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돈이 행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음껏 소비할 때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행복에 대해 고민할 만한 책이 하나 소개되었다.


〈행복의 함정〉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정은아 옮김/북하이브·1만5000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벤담의 이상은 고결하다. 하지만 중심개념인 ‘행복’의 본질과 그 조건이 다소 모호한 까닭에 종교적 도덕성,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대체되어 왔다. 급기야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인간의 운명을 맡기면서 사회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배, 일본은 6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설문에 ‘매우 행복하다’는 응답은 늘지 않았다. 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나라에서는 소득과 행복지수의 관계가 개발도상국처럼 정비례하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일견 허무맹랑해 보이는 벤담의 꿈을 복권해야 하며 그럴 때가 되었다는 게 레이어드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뇌과학, 심리학의 증거를 원용하여 행복을 구체적이며 측정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지금은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설파한다.

......
지은이가 들려주는 끔찍한 우화는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품고 있다. 

두 소년이 숲에서 놀고 있을 때 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를 본 한 소년이 재빨리 운동화를 찾아 신었다. 다른 소년이 말했다. “뭐하러 그래? 어차피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없잖아.” 그러자 앞의 소년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보다는 빨리 달릴걸.” 두 명 중 한 명은 잡아먹힐 것이며 문제는 누가 잡아먹힐 거냐다. 즉 사람들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 또는 재화는 제한돼 있으며 가장 적합한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제로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빗대고 있다. 하지만 삶의 더 많은 부분은 제로섬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행복의 총합계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른바 포지티브 게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돌려야 한다.
지은이는 최대 다수의 행복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소득의 증가와 감소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소득의 증가와 감소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에서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행복 기여분이 낮은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옮기면 전체 사회의 행복 총량은 커진다는 논리다. 생산의욕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는 한도까지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 지은이는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된 시장의 힘을 현명한 세금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작은 손실이 확실할 경우 그것을 피하고자 더 큰 손실을 마다지 않는 어리석은 정부다.

1965년 조지 볼 미국 부국무장관은 린든 존슨 대통령한테 베트남 전쟁을 계속한다면 5만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존슨은 재임 때의 오명을 피하기 위해 손실을 보더라도 전쟁을 계속하는 위험성을 선택했다.

대기업 사장 출신 대통령과 시장경제 옹호론자들이 판치는 한국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9068.html 


<모든 것의 가격>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1만4000원  

"16세기 종교개혁의 원인은 무엇인가? 다음 중에서 골라보시오.

① 교회의 부패와 타락. ② 북유럽을 초토화한 몇 차례 전쟁에서 지는 쪽의 대의명분을 지지했기 때문. ③ 신자들이 헌금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했기 때문.

저널리스트 출신의 에두아르도 포터의 답은 ③이다. 해설이 걸작이다.

가톨릭교회는 구원과 지옥에다 연옥을 보태 면죄부 값을 세분화했다. 또 죄의 고백을 사제 앞에서 비공개로 하게 함으로써 고해자의 지불능력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했다. 돈을 내면 친척을 연옥에서 빼낼 수도 있었다. 부유한 귀족들에게는 특별헌금을 받고 근친결혼도 허용했다. 

   이처럼 돈을 거두기 위해 다양한 가격표를 선보이다 보니 신자들에게 가톨릭은 너무 비싼 반면 그 대가로 돌아오는 서비스가 적은 존재가 되었다. 그 틈새로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등장해 좀 더 좋은 가격에 신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뉴욕 타임스> 경제 전문기자를 지낸 언론인 에두아르도 포터의 <모든 것의 가격>은 통상적인 상품, 서비스, 노동뿐 아니라 생명, 신앙, 행복, 문화, 미래, 심지어 공짜에까지 가격을 매기고 왜 그런지를 이야기한다. 또 그 가격이 어떻게 상품을 사게 하며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고, 가격이 통제력을 벗어났을 때 어떻게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지를 보여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929.html 

           

월스트리트 몰락을 예견한 블랙스완의 저자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먼저 블랙스완에 대한 설명이다. " 좋은 주인 만난 칠면조가 있다. 1000일 동안 계속 먹을 것을 준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인 1001일째, 칠면조는 잡아먹히고 만다. 주인이 날 사랑한다고 생각해온 칠면조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인 셈이다.
레바논 출신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매니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07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가 이런 칠면조 신세가 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칠면조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을 그는 ‘검은 백조’라고 불렀다. 서구인들은 수천년 동안 백조는 모두 하얗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신대륙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깨지고 말았다. 이처럼 경험에 의존하면 존재 가능성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이 바로 ‘검은 백조’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상되는 것이 지배하는 ‘평범의 왕국’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것들이 지배하는 ‘극단의 왕국’이 되면서 검은 백조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 <블랙 스완>을 썼다. 

탈레브의 주장에 미국 주류 학자들과 언론은 냉소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가 <블랙 스완>을 낸 지 꼭 1년 만이었던, 2008년 9월16일 세계 증시는 9·11 테러 이래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 전세계에서 6000억달러(우리 돈 600조원가량)의 주식이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사태를 예견한 탈레브가 운영하던 펀드는 엄청난 수익을 기록했고, 그는 단숨에 월가의 현자로 등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랙 스완>은 경제번역서로는 드물게 3만5000부가 팔렸다."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김현구 옮김/동녘사이언스·1만4000원
  

"이 책은 <블랙 스완>을 낸 지 3년이 지는 시점에서 그가 지난해 한국에서 한 강연과 새로 쓴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그사이 그의 주장과 비판 강도는 더욱 세졌다. 신랄하게 주류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을 난도질하는 독설은 미국이라면 꺼뻑 죽는 우리나라 풍토를 생각하면 통쾌한 느낌을 준다. 독설은 시원하지만 오만함도 그 못지않게 강한 것도 사실이다. 강연과 에세이여서 내용이 간결하고 부담 없는 대신 책값은 책두께에 견줘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는 스스로를 “응급의사가 아니라 오류를 최소화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블랙 스완>은 경제학책이 아니라 지식의 허약성에 대한 체계적인 한계를 설정하려는 최대한의 시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는 검은 백조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검은 백조를 모르는 무지한 시스템으로 인한 단순한 위기였으며, 진짜 검은 백조는 지금처럼 위기가 계속되다가 결국에는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빨리 검은 백조에 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폐지하고 우리를 이 지경에 빠뜨린 은행들에서 보너스를 환수하고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자신이 금융전문가이면서도 정부와 가정 모두 탈금융화해야 하며 부채를 줄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잘라 말한다.

특히 일반 시민들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융 자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금이나 보험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미리부터 검은 백조에 대비해 개인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최선이란 이야기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867.html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거두라 할만한 김수행교수가 금융위기를 짚은 책을 내놓았다.

세계대공황 
김수행 지음·김현구 옮김/돌베개·1만2000원
  

"김 교수에 따르면 이미 세계는 20세기 이후 두번의 공황을 경험했다. 1930~1938년 대공황으로 2차세계대전이 터졌고, 1974~1982년 석유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두번째 공황으로 국가 개입과 복지국가 노선을 폐지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는 최근까지 세계를 지배해 왔고 결국 2008년 신자유주의의 ‘오래된 모순’이 3차 공황을 가져왔다.

김 교수는 이번 공황이 과거처럼 실물경제의 과잉생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의 이윤 극대화에 몰입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넘쳐나는 자본은 투기로 흘러들었고 노동자들마저 돈을 빌려 투기에 몰입했다. 금융기관은 비우량모기지증권 따위의 온갖 금융기법을 동원해 묻지마 대출을 벌였고 세계금융시장은 취약한 기반에 노출됐다. 결국 리먼 브러더스 같은 은행이 저소득층 대출자들의 원금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붕괴됐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공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논증한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온갖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현대 금융경제에서도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행 지음/돌베개·1만2000원.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909.html 

      

구제역 매몰 이후 제주산 생수를 사 먹고 있다. (삼다수 등) 20여년전인가 물을 사먹는 나라가 있다며 재밌어하던 기억이 살아났다. 그리고 가끔 생수 유통의 문제가 뉴스를 통해 나오곤 한다.  생수를 다룬 책이 소개되었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글렉 지음·환경운동연합 옮김/추수밭·1만3000원
 

"그는 이 책에서 생수가 기업의 환경마케팅의 산물이며 지구적인 물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골칫거리라고 고발한다.

미국에서는 1초마다 1000병의 생수가 소비되고 연간 300억병(11조원어치)의 생수가 소비된다. 그러나 이 생수가 수돗물보다 안전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맑은 샘물이 금속통에 모아진 다음 공장 라인을 통해 플라스틱병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긴 거리를 이동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한마디로 샘물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석유화학물질로 만드는 용기도 안전하지 않다. 대용량 생수통의 재질은 유해물질인 비스페놀이 나와 이미 아기용 젖병 등으로 사용금지된 폴리카보네이트를 쓰고 있다. 일부 생수는 살균을 위해 오존을 사용하는데 발암물질인 브론산염이 검출된다. 거기다 용기의 재활용률은 미국의 경우 10%를 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생수는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제품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생수의 대안으로 공공재인 수돗물을 마시자고 말한다. 정부나 세계 각국이 수돗물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고 그 노력을 개별기업에 맡길 경우 수돗물은 샤워나 청소용으로만 쓰이고 가진 자만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물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의 수돗물에 대한 무관심을 생수회사가 마케팅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6782.html  

    

"지금껏 국내 출판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평전 시리즈가 선보였다. 100명의 국내 역사 인물을 국내 연구자들이 제대로 조명하는 역사인물평전 시리즈다. 한겨레출판은 그 첫 성과물로 세 권 <이완용 평전>과 <안중근 평전> <최남선 평전>을 먼저 출간했다.

이 방대한 평전 시리즈는 출판사와, 인문학 대중화 작업을 펼쳐온 부산대 점필재연구소가 함께 준비한 대형 기획물이다. 정출헌(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점필재연구소 소장은 발간사에서 평전 작업의 필요성과 의미를 한마디로 “평전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앞서 살아간 옛사람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마음과 시대를 헤아려보는 여정”이라고 정리했다.

역사라는 거대한 주제는 사실 그 총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또한 특정 관점의 역사 담론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그 관점으로만 재단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서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시대를 만날 수 있는 평전은 일반 대중들이 역사와 시대를 만나기에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 된다. 자기의 삶을 일방적으로 펼쳐낼 수밖에 없는 자서전과 달리 평전은 제3자인 지은이가 당대가 아닌 후대에 평가하는 것이어서 자서전보다 역사적 객관성이 앞서는 것도 장점이자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평전은 가장 펴내기 어려운 책으로 꼽힌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자료가 충실히 갖춰져야 하고, 평전을 쓰는 필자로서는 다른 책보다 훨씬 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야 집필이 가능하고, 집필 과정에서도 역사적 사실과 필자가 살아가는 지금의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평전은 출판계에서는 대표적인 ‘선진 출판 장르’로 꼽힌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 연구 성과가 새롭게 축적될 때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주목할 부분도 바뀌기 때문에 출판 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주요 역사인물의 경우 꾸준히 다른 판의 평전들이 출간된다.  

.... 

        
<이완용 평전>
김윤희 지음/한겨레출판ㆍ1만6000원
<안중근 평전>
황재문 지음/한겨레출판ㆍ1만8000원
<최남선 평전>
류시현 지음/한겨레출판ㆍ1만5000원
 
 


1차분 세 권 중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이완용 평전>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지만 정작 이완용의 친일 행적과 그 과정을 역사학자가 정리한 대중서는 그동안 없었다.

<최남선 평전> 역시 1960년대 최남선 평전이 나온 뒤 현재 시중에선 이 인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서가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반가운 책이다. 최남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류시현씨가 민족주의자에서 친일파로 변절한 최남선 인생 전반에 걸쳐 최대한 풍성한 자료를 정확하게 보여주며 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반면 <안중근 평전>은 안중근에 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 대신 이견도 많았는데, 이런 이견들을 충실한 자료 분석을 통해 종합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 책들이 안중근의 영웅적 면모를 강조하다보니 확인되지 않고 유포된 통념들이 정설처럼 다뤄진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부분을 정확히 짚은 점도 눈에 띈다.

가령 청년시절 안중근은 의병을 일으켜 동학군과 맞서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를 거꾸로 동학군과 한편이 되어 싸운 것으로 적은 책들도 많았다. 또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 총알 앞부분에 열십자 모양을 그렸던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저격당하는 이토에게 더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 위해서란 해석과, 안중근이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이란 의견이 주로 나오는데 지은이는 천주교 신자설이 더 유력하다고 봤다.

출판사 쪽은 이 세 평전에 이어 앞으로 조선 시대 인물로는 조광조 윤선도 유자광 김종직 남효온 등, 근대 인물로는 신채호 고종 명성황후 정인보 김옥균, 여성 인물로는 지소태후 황진이 최송설당 등의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01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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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전혀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값비싼 클래식 공연에 돈을 쓰고, 새로운 맛을 찾고자 하는 개인적인 습성은 개인주의적 보수주의 가깝다. 특히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그런 보수성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러나 2MB가 청와대에 들어선 후 점점 더 비판을 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고, 뉴스를 믿지 않고 있다. 얼마전 이지아-서태지 사건도 BBK건과 관련된 건을 감추려고 정부가 의도적으로 퍼뜨리지 않았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참은 늦어보이지만 대한민국을 퇴행시키고 있는 2MB정권을 비판하는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김세균·강정구·장상환 등 지음/메이데이ㆍ1만8000원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는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교수들이 각자 전공 분야의 현실을 고발하는 비상궐기대회 같은 책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3대 교수·학술단체가 참여한 대형 기획으로, 정치 사회 노동 경제 문화 언론 사법 등 15개영역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3년 만에 최악 수준의 퇴행이 이뤄졌고, 이런 퇴행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은 단 한 가지, 이명박 정부의 독단 때문임을 각종 자료와 분석으로 논증한다.

기획 의도상 책은 강하고 날선 비판이 이어지지만 독자들에겐 유명 학자들이 어떤 부분을 문제로 포착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현상들이 문제라고 경고하는지를 보면서 분야별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과 의미있는 지표, 개념들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양서처럼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대중들이 그냥 간단하게 “세상이 살기 힘들어졌다”고 하는 현상의 이면과 너머에 있는 구조적 문제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분야별로 문제로 꼽히는 것들을 읽다 보면 비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분야의 기본 흐름과 상식을 요약해 훑어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필자 중 한 명인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그 심정을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주의의 후퇴나 대미 종속 심화로 인한 국익 훼손, 외교 정책의 실패로 인한 국제 고립, 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예술과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종교까지 권력의 파트너가 되는 ‘퇴행의 종합선물세트’보다 더 심각한 퇴행은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대한민국이 “물신·탐욕공화국으로 전환”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외환위기를 맞아 자발적으로 장롱에서 금붙이를 꺼내 나라에 헌납하고, 충남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자 100만명 넘게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던 국민들이 지금은 “나만이 경쟁에서 이기고 나만이 잘살자”는 소시민으로 바뀌게 되고, 그리고 “그런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 부조리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아무런 소통도 없이 강력히 집행”하는 점이야말로 가장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이 책과 같은 ‘기억투쟁’이 필수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93.html

인지과학이 점점 영역을 확장하는 느낌이다. 인지심리학, 인지철학, 인지언어학을 넘어서 자본주의를 인지적관점에서 연구한 책이 출간되었다.  

인지자본주의
조정환 지음/갈무리·2만5000원
  

"서로 다르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복합체인 ‘다중’, 새로운 것을 함께 창조하는 관계를 맺는 ‘공통되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향해 약동하는 자기생성적 힘인 ‘삶정치’ 등 지은이가 즐겨 구사해온 개념어들 가운데에서도, 제목에서 나타났듯 ‘인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인지는 “생명체가 지각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의지하는 등의 활동에 포함되는 정신적 과정을 총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인지생물학자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인지가 여러가지 감각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의 경험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진화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지은이는 이런 인지의 개념을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과 연결시킨다. 자본은 처음엔 자연력을 무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축적 체제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투쟁에 부딪힌 자본은 기계를 늘리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추방하는 길을 택했다. 결과물을 물질로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육체노동과 다르게, 말을 하거나 모니터를 보는 등 결과물을 물질로서 규정할 수 없는 인지활동이 노동과정의 주축이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보화, 탈산업화 등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은이는 이를 “노동의 인지화”라 부르며 이런 노동형태의 변화가 모든 자본주의 영역에서 ‘인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에 이은 제3기 자본주의로서의 ‘인지자본주의’다. 지은이는 노동형태와 자본형태, 시간과 공간, 정치와 계급, 지성 등의 문제를 인지적 관점으로 재구성하며,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탈산업사회, 정보화사회 등 현대 사회를 진단하는 다양한 분석의 틀을 인지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폭넓게 아우른다. 노동시간으로 물질적·신체적 노동을 착취했던 이전과 달리 인지자본주의에선 비물질적·인지적 노동과 노동시간 척도 사이에 심각한 부조화가 일어난다.

이에 따라 자본은 ‘자본주의적 생산주체와 생산관계’ 자체를 생산하며, 이 생산 알고리즘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축적 체제를 발전시킨다고 한다. “다중의 인지활동들에 자유와 효율성을 부과하면서 그 분산된 활동들을 집중시키고 연결시키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다. 구석구석 연결된 삶 전체가 점차 하나의 ‘공통적인 것’으로 변하고, 자본은 그 자체를 착취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사회연결망서비스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75.html

작년 부터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본, 중국에 대한 책 소개를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중국에 대한 색다른 책이 나와서 목록에 올려둔다.  

 자본전쟁 랑셴핑,홍순도 옮김/비아북·2만원.

"세계를 장악한 중국산 제품들 때문에 중국산 제품 없는 세상을 뜻하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를 외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 지 오래다. 이처럼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중국이 스스로를 ‘서양 자본 침탈의 피해자’라고 외치는 것은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랑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국제금융학)는 자신의 책 <자본전쟁>에서 “중국은 ‘현대판 동인도회사’의 각축장”이라고 말하며, 현실은 거꾸로라고 한다.

랑셴핑 교수는 중국 관료·경제학자들에게 비판을 서슴지 않아 ‘미스터 마우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미국 유학파’이면서도 최근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 제3세계를 잠식해 가는 것을 ‘신제국주의’라고 정의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그 대표적 사례로 식용유 원료인 ‘대두’를 꼽는다. 중국은 대두 생산량도 많고, 식용유 소비도 높다. 이를 노린 미국 종자회사 몬샌토는 2000년 중국에서 몰래 빼낸 대두 유전자로 전세계 특허를 따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거의 대부분에 대해 몬샌토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 월스트리트의 ‘엄호사격’을 받은 미국 금융 투기꾼이 대두 값을 높여 중국의 대두가공업체들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파산 직전에 몰린 이 업체들을 미국의 거대 식품업체들이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89.html 

2년전 쯤인가 조지 오웰 읽기를 했던 적이 있다. 동물농장을 다시 읽었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버마시절'을 읽으면서 '1984'와 '카탈로니아찬가'를 찜해 두었었다. '1984'는 원서로 준비한 까닭에 초반 몇 페이지 읽다가 말았고, '카탈로니아찬가'는 다른 르포문학과 함께 읽으려 잠시 보류해 두었었는데 이제 조지 오웰 독서목록이 완성되었다. 최근 조지 오웰의 번역본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1만3000원

"<숨 쉬러 나가다>의 주인공은 마흔다섯 살 먹은 ‘뚱보’ 조지 볼링. 18년차 보험영업사원인 그는 적당히 세속적이고 현실 순응적인 인물이지만, 그가 놓여 있는 1938년 런던의 현실은 파시즘의 대두와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 때문에 숨 막힐 듯 암울하기만 하다. 그가 우연하게도 경마에서 딴 돈을 쓸 궁리를 하다가 20년 전에 떠나온 고향을 떠올린다. “험악한 시절이 시작되기 전에” “숨 쉬러 나간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찾지만, 고향은 더 이상 그가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이 아니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쓰레기통 세상의 오염은 성층권에까지 도달해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 <숨 쉬러 나가다>는 제목과는 정 반대로 매우 우울하고 비관적인 결론으로 나아간다. 오웰이 여기서 예견했던바 “폭탄, 식량배급 줄, 경찰봉, 철조망, 무슨 색 셔츠단, 슬로건, 거대한 얼굴 포스터, 침실 창 밖으로 갈겨대는 기관총”과 같은 것들은 이 책이 출간된 지 석 달 뒤에 터진 2차대전으로 현실이 되었다. “생존자는 열아홉 명인데 구명튜브는 열네개밖에 없는 난파선”으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소외의 징후, 그리고 낚시로 대표되는 유년기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은 이 책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전자로부터 입은 상처를 후자의 힘으로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 주인공과 작가의 바람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307.html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책을 내놓았다. 한기호 소장은 몇 해 전 국제도서전시회에서 뵌 적이 있었다. 물론 인사를 한 것은 아니고 출판마케팅연구소 부스에 계셨는데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 세 권을 그 자리에서 구입했었다.

<베스트셀러 30년>
한기호 지음/교보문고·1만8000원


"30년 동안 출판계에서 일해온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쓴 <베스트셀러 30년>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또다른 거울인 이 베스트셀러의 흐름과 면면을 정리한 책이다. 교보문고의 30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토대로 해마다 어떤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런 독자들의 선택에 담긴 의미가 어떤 것인지 풀어보고 큰 흐름을 잡아나간다. 어느새 ‘역사’가 된 연도별 베스트셀러 책들의 목록에서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가 꾸었던 꿈을 반추해보게 된다.

..... 

베스트셀러 목록만 살펴봐도 시대의 변화가 느껴진다. 1980년대 베스트셀러는 민중과 역사를 반영했고, 1990년대는 개인주의, 2000년대에는 절대 고독의 개인으로 열쇳말을 바꾸었다. 베스트셀러는 이처럼 시대와 그 시대의 욕망을 담고 있다.

한 소장은 한발 더 나가 “베스트셀러는 시대를 앞서간다”고 말한다. 베스트셀러가 탁월한 사상적 비전을 제시하든 혹은 은밀한 욕망을 반영하든 현실보다 앞서간다는 것이다.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먹고 마시는 관광버스 중심의 집단여행에서 직접 차를 몰고 다니는 가족 여행으로 바뀌는 분위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93년 선보인 <반갑다 논리야>는 청소년의 철학적 통찰력을 키워주는 책이지만 1994년 본고사 부활과 논술고사 도입으로 대박이 났다. 1996년 여성의 성적 자유를 다룬 <표현하는 여자가 아름답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1998년 젊은 여성들의 성적 담론을 다룬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유부녀와 연하남의 파격적인 성애를 다룬 영화 <정사>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 소장은 베스트셀러를 어두컴컴한 탄광의 갱도 안에서 산소 부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구슬프게 우는 ‘카나리아’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카나리아는 몇 번이나 울었을까? 지은이는 우리나라 출판계에 큰 영향을 준 큰 사건이 10년 주기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전두환의 군사독재, 1989년 동구권의 몰락,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대략 10년 주기로 일어났다는 것. 1980년대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인문사회과학책이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이 주류였다. 또 <타는 목마름으로> <노동의 새벽> 같은 민중시도 인기였다. 1990년대는 자기분출의 시기였다. 많은 베스트셀러에 ‘나’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그런 책이다. 구제금융 체제에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따위의 자기계발과 재테크 책이 유행했다.

한 소장은 수많은 사건 가운데 우리 출판계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금서 해제와 출판사 설립 붐을 가져온 1987년 6월 항쟁 △국가부도 위기에 빠졌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 체제 △동아시아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위기임을 증명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3가지를 꼽았다. 이 세 사건을 겪으면서 대중의 욕망은 현실개혁에서 자기계발로 그리고 희망 없음으로 급변했고 베스트셀러들은 이런 변화를 포착해 왔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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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들어서야 우리가 IT강국인가에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데 불과 작년초만 하더라도 여전히 IT강국 운운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IT강국이고 싶은 바람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IT강국이었던 적이 있지만 그건 한참 과거의 일이다. 아마도 아이폰이 처음 나오던 시절 우리는 이미 IT강국이 아니었다. 다만 조선말기 쇄국정책 하듯 빗장 걸어잠그고 우리가 최고네 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었던 시절은 2000년대 초반이다. 1990년대 후반 극심한 경제위기 뒤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바탕으로 벤처열풍이 불어닥쳤다. 기존의 대기업이 아니면서도 경제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몇 몇 기업들이 있었는데 이는 수많은 벤처기업이라는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벤처기업의 열풍은 사그라졌고 더이상 IT의 토대는 없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이 차지했는데 이 때 부터 IT한국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벤처기업들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이 자유스럽게 선택하던 구조였다. 하지만 세개의 대기업에 종속이 되면서 실제 소비자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제품을 대규모 마케팅에 의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안철수교수는 이런 IT강국의 몰락을 2007년 부터 보고 있는데 삼성, 엘지에 소속되어 버린 한국의 IT는 세계적 IT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안철수 교수 편)

http://hook.hani.co.kr/archives/24448 

이런 IT의 문제를 지적하는 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   

한국IT산업의 멸망   김인성 지음/북하우스·1만5000원

"그가 지적하는 것은 한국의 기괴한 정보기술 현실이다. 그동안 정보기술 종사자들과 ‘오픈웹’ 등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어온 이슈들을 대중적 무대로 끌고 나왔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인터넷을 통해 게임과 결제를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불가피한 환경이라고 당국과 업계가 강변해온 게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은이의 주장이 도발적이면서도 통쾌한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엑스(X)를 강요하는 금융결제 서비스, 아무 기능 없이 비용만 들이는 공인인증서와 바이러스처럼 사용자를 괴롭히는 보안프로그램 등이 한국의 전자상거래를 세계시장과 단절된 ‘인트라넷’으로 만든 현실이 책에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방통위는 이 책이 소개되기 이틀 전 마침내 2014년까지 국내 100개 주요 사이트에서 “액티브엑스를 들어내겠다”는 뒤늦은 정책을 발표했다.

지은이는 국내 고유의 상황을 강요하는 정보기술 분야에서의 폐쇄적인 정책이 ‘촌스러움’을 넘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말 국내 벤처 열풍 속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창의적 서비스들이 국외 시장 진출에 모조리 실패하고, 수년 뒤 이와 유사한 국외 서비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이러브스쿨, 다이얼패드, 스카이러브,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이 그 사례이다.


당시 한국은 전세계가 주목한 서비스와 기술의 무대였지만, 이내 사라졌다. 지은이는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창의력의 손상을 주된 이유로 지목했다. 특히 인터넷실명제나 게시글 삭제 또 공인인증서 같은 장치는 한국을 고립시켜, 국외 진출의 길을 막아버렸다. 국경이 의미가 없는 인터넷에서는 국가별 서버를 두고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서비스를 구축해 제공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언어만 선택해 쓰도록 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실명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내 서비스가 국외에서 발붙일 수 없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사용자를 상대로 스스로 이름과 개인정보를 공개하게 만들어 인터넷에서 새로운 금맥을 캐고 있다.

지은이는 정보기술 분야 경쟁에선 한국적 특수성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준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국제적 표준과 개방이라는 일관된 정책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개방과 표준을 강조하는 지은이는 아이폰이 국내에서 일으킨 변화의 역설을 지목한다. 이동통신사의 로고마저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애플 식대로’ 고수하는 애플의 비타협적인 폐쇄성이 역설적으로 국내의 정보기술 환경을 깨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 덕분에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저질러왔던 소비자 이익 침해행위가 드러나고 하나둘 사라지게 된 게 현실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1061.html 

현재의 IT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의 바로 옆에서 그를 20년 이상 지켜보았던 애플의 전 부사장 제이 앨리엇이 아이리더십이라는 책을 썼는데 애플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 할 것 같다. 

아이리더십-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계
제이 엘리엇·윌리엄 사이먼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7000원
 

"잡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인 그는 췌장암이 걸린 잡스가 죽더라도 애플은 결코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잡스가 만들어놓은 애플의 기본 원칙, 곧 ‘아이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가 말하는 아이리더십은 △밤새 줄서서 사고 싶은 완벽한 제품 △거기에 미친 인재의 선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 △모든 소비자가 열광하는 브랜드 만들기 등 네 가지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경영학이 만들어질 때부터 거론돼 왔던 것으로 별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원칙들이 애플에서 생생하게 구현된 것은 사실 잡스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엘리엇은 잡스에게 이런 원칙을 배워 자기가 스스로 기업을 경영해봤지만 숱한 난관이 쏟아져 실패를 경험했다고도 토로한다. 결국 이 책은 잡스에 대한 헌사이자 잡스에 대한 전기다. 그리고 잡스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가장 생생한 분석서다. 

..... 

이런 관점에서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 한국의 일등 기업 삼성전자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마니아를 만들어낸 애플과 달리 소비자가 요구하지도 않는 하드웨어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워크맨으로 성공했다 결국 몰락한 소니와 닮았다고 충고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94.html

하지만 여기서 놓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한국 IT산업은 무한 경쟁체제라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 IT의 특성상 때로는 공유하고, 있는 기술에서 변형이나 개선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쟁으로는 한계가 있다.  

코에볼루션 김준호 홍진환 지음/한스컨텐츠 펴냄·1만5000원. 

" 시장의 원칙은 “네가 못돼야 내가 잘된다”는 것 아닌가? 가령 어떤 상품의 시장점유율을 놓고 ㄱ사와 ㄴ사가 싸울 때, 한쪽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다른 쪽은 낮아지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가 시대 변화를 이끌고 있는 현재는 ‘플레이어’가 많아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협력사업자와 소비자 등이 ‘주체’로 등장했다. 이들이 바로 ‘나’를 잘되게 하는 ‘너’다. 이제 싸움의 승패는 누가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들과 ‘공진화’Co-Evolution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코에볼루션>은 이런 시각으로 소셜네트워크 시대 선두주자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성공 이유를 찾는다. 하버드대 대학생 마크 저커버그가 2004년 만든 페이스북은 불과 몇년 만에 미국 최대 항공기제조사 보잉의 기업가치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그 성장의 핵심이 바로 ‘코에볼루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셜게임업체인 ‘징가’. 조그만 벤처기업인 징가는 ‘팜빌’이라는 게임을 페이스북 위에서 구현함으로써 페이스북에도 도움을 주는 한편, 그 스스로도 거대 게임업계로 성장했다. <코에볼루션>은 이런 ‘공진화Co-Evolution의 원칙’이 이제는 기업을 넘어 사회와 문화에까지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64.html 

IT관련 서적은 아니지만 이런 협력을 다룬 또 하나의 책이 있어 기록해둔다.

여럿이 한 호흡   한세정 옮김/21세기북스·1만2000원. 

‘우리는 나보다 힘이 세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실행하긴 어려운 말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무언가 이뤄야 한다면. 기업 경영이든 정부 운영이든 내밀한 인간관계에서든 협력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문제는 함께 일할 줄 모르는 것이다. 배려와 설득, 타협, 토론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하는 근원에는 자아존중감 결여가 놓여 있다. 내 마음을 열지 못하면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떻게 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

세계적인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70)는 <여럿이 한 호흡>에서 일생 동안 터득한 협력의 기술을 상세히 털어놓는다. 함께 일하기 위해선 원칙을 갖춰야 하며, 서로의 개성을 보완하면서 더 커지는 힘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불특정 다수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친구와의 협력은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보람있는 일인지를 잔잔히 풀어놓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추상적인 주장 대신 구체적인 일화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세계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함께 일해 온 이들 역시 각계의 전설이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그레고리 하인스, 제롬 로빈슨 같은 무용계의 거물뿐 아니라 빌리 조엘, 밥 딜런, 엘비스 코스텔로, 대니 앨프먼, 리처드 애버던, 밀로시 포르만을 비롯한 대중음악·사진·영화 등 문화판의 거장들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66.html 

이와는 반대로 IT를 되돌아보는 책 역시 출간되었다. 
 

<속도에서 깊이로>임현경 옮김/21세기북스·1만5000원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은 우리에게 다양한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카카오톡 등 일일이 늘어놓기에도 벅차다. 무한확장할 수 있는 이 ‘거대한 방’에 들어설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 안에 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널리스트 윌리엄 파워스는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권유한다. 잠시 모든 화면, 연결에서 멀어져 보기를. 모터보트를 타다 물에 빠지자 그는 휴대폰이 망가지는 ‘재앙’을 겪는다. 재앙은 곧 ‘즐거움’이 된다. “그날 아침 나는 온전한 내 자신일 수 있었고 그보다 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금 이 순간, 신문을 들고서도 수시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우리는 과연, 같은 재앙이 닥친다면 즐거울 수 있을 것인가? 지은이는 ‘과잉 연결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이 단절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소소하지만 생각보다 값진 것임을 다양한 일화를 통해 들려준다.

고맙고도 다행스러운 점은 플라톤, 세네카부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 마셜 맥루한에 이르는 7명의 철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과도한 연결(지금과는 전혀 다른 수준이었지만)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는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2500년 전의 방식이어도 지쳐버릴 만큼 쏟아지는 메시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다독인다. 지은이는 가족들과 함께 주말 동안 인터넷 연결에서 벗어난 ‘인터넷 안식일’의 경험을 들려주며 끝을 맺는다. ‘디스커넥토피아’로의 초대가 끌린다면 지금 당장 인터넷 안식일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21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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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소개된 책들을 둘어보다 어쨌건 역사로 묶어 볼 만한 책이 보인다. 실제 역사를 다룬 책도 있지만 수집의 역사를 담은 과학책도 있고, 현대 라틴미술사도 있다. 

최근 김기협씨의 책이 자주 눈에 보인다.  <밖에서 본 한국사>, <뉴라이트 비판> 등 읽어볼 만한 책이 계속 출간되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작년에 뉴라이트 관련 서적을 읽어보려다 놓쳐 김기협씨의 책은 아직 읽고 있지 못하지만 김기협 읽기라는 이름으로 책 읽기를 한번 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가 이번엔 해방시대를 담은 <해방일기>를 책으로 독자들에게 나타났다. 

"저자는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이름하에 해방정국을 이끌어갔던 비정상적인 극우, 극좌 집단의 문제를 짚어냈다. 이들은 일반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았고, 이해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당시 일반인들은 민족자결의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보다도 평화를 누리고 싶은 마음, 전쟁 말기의 궁핍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극좌와 극우의 적대적 공생은 인민의 지지라는 거짓 명분하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없애 버렸다.

그렇다면 이들의 철학은 무엇이었을까? 그 하나는 승리 지상주의였다. 승리하면, 그리고 이익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된다. 절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승리에 관대한 한국인들은 베트남에도, 이라크에도 아무런 명분이나 죄의식 없이 군대를 파견했다. 그리고 오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살에서 그 출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승리 지상주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모험주의이다. 이들의 목적은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이며, 타협의 길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건국준비위원회도 실패했다. 이들은 ‘선명성’ 경쟁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저자는 이들 극단주의자들이 파시스트 성향의 집단에게 이용당하는 일이 많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들 스스로가 파시스트 집단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남의 말에 절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자기 이야기를 떠들 뿐이며, 자기 이야기에 따라오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며, 이 적들은 극우에게는 ‘빨갱이’이며, 극좌에게는 ‘수구꼴통’으로 표현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현실을 무시한다.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진보적 노력도 현실을 무시하는 오만에 빠진다면 ‘사람 사는 세상’의 기반 조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1945년 8월1일부터 10월29일까지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거대한 전환기에 있었던 1945년 8월 15일을 전후한 시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상식’의 선에서, 그리고 ‘중도파’의 입장에서 풀어내고 있다. 때로는 기존의 한국 현대사 연구를 인용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풀어내고 있다.

제목은 ‘일기’라고 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해방 정국의 ‘무주공산’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다양한 움직임이 녹아 있고, 그러한 움직임들이 오늘 한국 사회의 현실에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왜 한국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가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저자가 갖고 있는 세계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우리의 모습을 단지 한반도 내에서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 속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을 전달해주고 있다. 폴란드 문제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유럽에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모습에 좀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최근에 비행기 사고로 폴란드 대통령이 사망한 사고의 원인도 알 수 있지만, 폴란드의 운명이 우리와 얼마나 유사한가 역시 알 수 있다. 그리고 스탈린의 잔인함과 함께 폴란드인 스스로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짚어주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5702.html 

         

 

 모든 사진은 역사를 담고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큐 사진을 비롯해 몇 몇 사진들은 시대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간혹 사진들은 논쟁을 담고 있는데 그런 사진들의 역사를 다룬 책이 소개되었다.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사진은 탄생부터 논쟁이었다. 1839년 다게르의 다게레오타입이 원조라고 주장했지만 니엡스 등 다른 선두주자의 사진이 먼저 세상에 선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 새로운 장르는 이후 여러 논쟁을 거치며 성장해왔다. 새 책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정진국 옮김)는 제목 그대로 사진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렀던 ‘문제적 사진’ 73장을 골라 소개한다. 사진이 예술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부터 시작해 저작권, 초상권, 아동 나체, 포르노, 사진가의 윤리, 사진 조작 등 지금까지 계속되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논쟁을 만나볼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이 부른 논쟁 중에는 결론이 난 것도 있지만 아마 영원히 결론이 나지 않을 논쟁도 있다. 사진은 진실이며 역사이자 기록인 동시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매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1969년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공개한 달 탐사 사진도 여전히 논쟁의 도마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소련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펼쳤다는 음모이론은 아직 유효하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5675.html 

패션은 조금 낯선 주제임이 틀림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패션은 여성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고, 소비라는 개념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인데 <패션의 탄생>이라는 책의 설명을 보니 교양수준에서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패션은 혁신과 진화, 진보다. 패션에 이념을 덧입히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디자이너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혁신과 진화, 진보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근현대 패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6명의 디자이너를 소개한 만화 <패션의 탄생>을 보면 이런 패션의 흐름과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에르메스, 이브 생 로랑, 돌체 앤 가바나, 페라가모와 샤넬 등을 백화점 매장에서 보고 그저 수많은 고급 브랜드 중 하나로만 여겨왔다면, 더욱 권해볼 만한 책이다. 브랜드에 담긴 의미와 분위기를 소비하는 ‘가치 소비의 시대’에 그 브랜드를 창조한 디자이너의 철학과 역사를 알고 나면 남들과 똑같은 가방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효용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될 터이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디자이너와 그들이 창조한 패션의 역사라니 너무 많은 정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의류학과 출신에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역사를 들려줄 때는 간단한 만화 형식을 빌려 그 내용에 집중하게 하고, 디자이너의 대표 아이템을 보여줄 때는 시원한 삽화로 눈을 즐겁게 한다.

패션 제국의 황제가 된 이들 명품 브랜드의 설립자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옷보다는 열정에 놀라울 때가 있다. 70살의 나이에도 놀라울 만큼 발칙한-물론 제품 가격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창조물은 젊은이에게 열정을 선물하기도 한다. 일정한 형식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정 속에 태어난 패션은 그 어떤 것보다 진보적일 수 있겠다. 진정한 패션(fashion)은 패션(passion·열정)에서 탄생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81.html  

올해는 화학의 해라고 한다. 과학에 문외한 입장에서는 천문의 해라고 달라질 것은 없을 텐데, 근래에 대해 교양이라는 부분에 관심으로 갖고 있어 자연과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교양수준(단순히 이해의 수준이 아닌)의 과학 서적 목록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화학책이 대개 잡학 상식 책으로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주기율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은 더러 있다. 최근에 출간된 <세상의 모든 원소 118>은 화학 마니아를 위한 완벽한 ‘커피 테이블 북’이다. 저자는 모든 원소들의 표본을 모으겠다는 야심을 실현한 괴짜다. 원소 수집은 우표 수집과는 다르다. 일단 위험하다. 가령 나트륨을 축축한 곳에 두면 폭발할지도 모른다. 억만금을 줘도 못 사는 것도 있다. 방사성 원소들은 대개 그렇다.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 원소들은 합금이나 화합물 형태로 만족해야 한다. 저자는 나이오븀 초합금이 달린 로켓 엔진을 온라인 경매로 구매하고 좋아하나, 금세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압수당한다. 그러나 대신 뜻밖의 장소에서 순수한 나이오븀을 구하는데, 그것은 피어싱 가게였다. 이런 난관을 뚫고 수집된 표본들이 근사한 사진과 간략한 설명으로 책에 실려 있다. 거실 탁자에 펼쳐두고 간간이 넘겨보면서 ‘이 원소가 이런 곳에 쓰이는구나’ 하고 감탄하기에 알맞다. 화학에 흥미가 있는 중학생 이상의 학생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다 혹 주기율표의 역사와 원리를 더 깊이 알고 싶어진 독자에게는 <자연의 재료들>과 <원소의 왕국>을 추천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86.html 

     

 며칠 전 집에 있는 봉투를 정리하다 몇 해전 라틴아메리카전에서 받은 쇼핑백 크기의 빳빳한 비닐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라틴현대미술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는데 몇 해 전에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당시에 라틴아메리카 미술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지만 시공사에서 나온 <21세기 라틴아메리카 미술>이라는 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이 그 때 출간되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근현대미술은 독한 원색과 환각의 이미지들로 출렁거린다. 프리다 칼로의 피 흘리는 자화상과 멕시코 거장 3인방 리베라·오로스코·시케이로스의 벽화에서 우리는 압제에 대한 저항, 서구 미술에 대한 엇갈리는 애증 등을 읽게 된다.

멕시코에서 조각을 공부한 국내 도예가가 쓴 이 책은 중남미 근현대미술운동의 거대한 지층을 탐사한다. 저자가 줄곧 쓰는 특이한 개념말이 ‘메소티소 모더니즘’과 ‘아르테 포풀라르’(Arte Popular)다. ‘메스티소 모더니즘’은 유럽 정복자와 원주민의 혼혈 메스티소처럼,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이종교배라는 뜻이다. 20세기 초 중남미 미술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럽과 다르고자 한 정신에 있었”다. 하지만, 입체파 같은 서구 전위 흐름과도 살을 섞어야 했던 그들은 결국 숙명인 ‘혼종성’에 집착한다. 고대 마야, 아스테카 문명의 유산들과 원주민들의 민속 등이 작업 정체성을 보증하는 보물창고로 격상되는데, 바로 대중예술로 직역되는 ‘아르테 포풀라르’가 된다. 특히 1910년 멕시코 혁명 뒤 사회통합을 위한 민족주의 정책은 ‘아르테 포풀라르’를 중남미 미술 특유의 코드로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거장 리베라, 오로스코 등에게 원주민 문화가 반영된 벽화를 주문해 ‘멕시코 르네상스’의 멍석을 깐 당시 교육부 장관 바스콘셀로스의 행적이 자주 언급된다. 19세기 포사다의 풍자화 전통, 현실에 포개어진 초현실주의의 또다른 모색 등 그들의 20세기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말미에는 라틴현대미술사 주요 인물 77인과 주요 개념어 50선을 넣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21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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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내기는 힘들겠지만 언제나 떠날 꿈을 꾸기에 여행책에 항상 관심을 두는 편이다. 특히 지역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책에는 항상 마음이 꽂힌다. 2011년 4월에 소개된 책들 중 여행이라는 주제로 묶을 만한 책들이 있어 정보를 담아본다. 

 <대한민국 도시여행>은 내가 꿈꾸어 오던 여행방식이다. 물론 지은이처럼 꼼꼼하게는 아니지만 그냥 일반인 수준에서는 주제를 정해 훑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한권 지참하고 이곳 저곳을 다녀보고 싶지만, 집안일을 분담해야 하는 21세기형 남편의 삶이 발목을 잡는다.

"그는 2009년 춘천을 시작으로 2년 넘게 전국 주요 도시의 뒷골목, 앞골목을 쏘다녀왔다. 목포, 진주, 청주, 군산, 삼척, 공주, 안동, 대전, 나주, 충주, 제주, 수원 등. 도시들이야 익히 들어본 바이거니와 그가 걸으며 지나친 그 무엇이며 굳이 들어가 골목길에서 목도한 것 역시 그가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볼거리, 먹을거리들을 구슬 꿰듯이 코스를 정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0시간을 걷는 여행법을 알려주는 여행책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리라.

그가 하는 방식은 이렇다. 우선 유서 깊은 도시를 고른다. 세상에 유례없는 도시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읍, 면 이상이면 전국 어디라도 대상이 된다. 우선 떠오르는 게 ‘주’(州)자 돌림 도시. 그곳에는 목사가 머물던 숙소, 아니면 감영 문루, 그도 아니면 세월만큼 눈총을 받아온 선정비들, 그것도 아니면 그 앞에서 수백년 현장을 지켜본 느티나무가 있을 터. 지도를 보고 대략 대여섯 군데를 찍은 다음 현지에서 문화원이나 향토사학자, 지역문화운동가, 문화유산해설사 등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이동경로를 짠다.

큼직한 지역유산들 사잇길은 구부정하거나 구불구불하다. 일제 때 뚫은 신작로거나 지형대로 난 골목길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선택한 경로가 요즘의 직선길이라면 다른 여지가 없을 때다. 그러하니 중로에는 옛 병사들이 놀았을 법한 돌 윷판, 가구점으로 변한 1930~40년대 일식

이층집, 지금은 비어버린 60~70년대 함석지붕 천주교회, 땟국에 전 돼지국밥집 등이 있다. 만나는 사람들한테서는 옛 지명, 옛 모습, 옛 풍습, 옛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5689.html 

아울러 서울 골목골목을 누볐던 임석재 교수의 책이 떠오른다. 

   

며칠 전 회사에서 산행을 했는데 최근 산행은 모두 회사의 행사였다. 무리하지 않으려 하는 삶의 습성상 굳이 힘들게 산을 올라야 하는 이유가 나에게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평지형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사실 이 평지형 인간이라는 말은 김별아의 신작에 대한 소개글에서 따 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소설가 김별아씨는 “평지형 인간”이란다. 산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던 그가 40살에 690㎞에 이르는 백두대간 종주에 나섰다. 이 책은 2년에
걸쳐 40차 산행으로 진행될 그 긴 여정의 머리말 부분, 16차 산행까지의 기록이다.

대체 왜 이 고생을 하나? 수백번 자기에게 묻는 동안 산이 삶과 고스란히 겹쳐 다가왔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살아온 사람은 사는 게 두렵다. 못난 진짜 자기를 들킬까봐 동동거려야 했던 불안의 고통이 이미 반쯤 죽게 두들겨 패 놓은 삶이니까. 영역을 지키는 데 악다구니를

쳐온 중년은 자신에게서 모든 일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이기적인 ‘꼰대’를 발견하게 된다. 산을 넘으며 그는 실은 두려움과 권태를 넘는

다.

..... 

자존감이 없어 자존심을 세우며 으르렁거렸던 기억, 우울의 바닥들을 찍던 세월이 그렇게 산행 중 타는 목마름, 들꽃, 빗줄기와 엮여 들어간다. “비로소 내 가련한 삶을 사랑한다. 그래야 더 이상 아이로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하여 다른 아이 누군가를 껴안아 일으킬 수 있는 씩씩하고 훗훗한 어른이 될 테니까.”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78.html 

아주 황당한 소재의 여행책도 한권 소개되었다. 티벳에 카페를 차린다. 황당하지만 여행을 꿈꾸는 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바람카페, 나는 티벳에서 커피를 판다


"책을 펴면 ‘여행 성장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소개서가 아니다. 여행을 싫어하던 지은이 파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본 뒤 친구들과 7일 동안 타이에 간 뒤로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뒤 여행에 빠져들었고, 인터넷에서 ‘아깡’이란 이름으로 여행기를 연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뜻밖에도 홍콩에서 유명한 여행 파워블로거가 된다.

왜 이 홍콩 블로거가 티베트에서 카페를 차렸을까. 지은이는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말한다. 파주가 2006년 티베트에 ‘바람카페’를 차린 이유도 그저 그 순간 마음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타이에서 가끔 길거리 노점 커피를 마시던 파주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친구 오트에게 말했다. “같이 티베트에서 카페를 내자.” 그리고 정말 좌충우돌 ‘무한도전’을 시작했다. 파주 엄마는 “너희들 바보니”라고 반문했지만 그들은 무작정 떠났다. 자전거를 타고 반년이나 걸려 티베트 라싸에 도착해서는 부동산 중개소도 없는 곳에서 주인을 만나려고 1주일 동안 건물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갓 20대에 접어든 두 사람의 타이 여행 이야기에, 카페를 차리는 도전기가 가슴 뛰는 삶을 살아보라고 부추겨댄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79.html 

여행보다는 건축교양서에 가까워 보이지만 여행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유명한 건축물에서 사색에 잠겨 보는 것 아닌가. 그런의미에서 같이 한번 묶어 보았다. 위에 임석재 교수의 책목록은 이 책과 함께 엮이는 부분을 감안한 것이다. 
 

“위대한 건축물을 실감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 건물 안에서 잠을 깨는 것이다.”

건축가 찰스 무어의 말이다. 건축책에 등장하는 멋진 집, 걸작으로 꼽히는 건축물을 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런 소망을 실제 이뤄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직접 가보기조차 쉽지 않은데.

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 설계 못잖게 명건축물을 순례하는 데 열정을 쏟는 이다. 물론 건축가들조차 위대한 건축물에서 잠을 자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그는 늘 세계의 건축물을 돌아다니며 가능한 한 잠을 자보고, 잠을 재워주지 않는 곳은 몇차례씩 찾아가 유명 건물을 음미해왔다. 새로 나온 책 <내 마음의 건축>은 그가 이렇게 세계 곳곳의 주요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깨달은 건축의 재미와 의미를 독자들에게 대리 체험해주게 하는 건축답사기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가이면서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축가들과는 조금 다른 건축가다. 크고 웅장한 집보다는 작은 집, 일반인들이 사는 주택을 전문으로 삼아 30년 넘게 주택을 설계해왔다. 자신의 철학과 예술적 지향을 강조하기보다는 그 집에 사는 사람, 그 건물을 찾아오는 사람,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의 눈으로 건물을 살펴보면서 걸작 건물들이 진정 훌륭한 이유를 찾아낸다. 건축책이라면 어려운 개념어와 전문가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눈높이 서술이 난무하는 책이란 부담감은 그의 책에선 찾아볼 수 없다. 건축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늘 살고 접하는 일반 가정집에 대한 경험적 지식만으로도 건축의 심오한 경지를 어느 정도 찾아내고,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축 길잡이다.
.... 

보통 사람들로선 사진이 멋있는, 디자인이 눈을 끄는 건물들에 더 눈이 가기 마련이고, 건축물이란 것이 3차원의 입체 공간이어서 직접 방문해 공간감을 경험해보지 않는 한 그 진가와 우수함을 알기 힘들다. 그래서 건물 전체의 구성을 파악하려면 도면을 보는 수밖에 없는데, 건축도면 자체가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런 근본적인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 것이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직접 그린 손그림 스케치다. 간결하게 구조와 특징을 잡아내는 그의 스케치는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고, 사진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3차원의 특성을 2차원에 쉽게 풀어내 글로는 부족한 건물의 매력을 최대한 전해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21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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