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첫째, 긴 대립유전자가 ‘좋은 유전자’라서 유년기의 나쁜 환경에 맞설 수 있는 저항력을 준다는 것(아래 표에서 왼쪽 하단). 둘째, 나쁜 씨앗을 갖고 있는 원숭이에게 어미와의 좋은 관계가 어떻게든 저항력을 준다는 것(오른쪽 상단). 이 두 가지 해석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서, 함께 중요한 교훈으로 이어진다. 유전과 환경의 조합이 최종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교훈이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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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의 연구팀은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를 알기 위한 연구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에 나타난 작은 변화로 아이들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23 그 유전자가 잘 발현되지 않은 아이들은 행동 장애를 일으켜 폭력적인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어려서 학대를 당했다면, 이런 나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반면 ‘나쁜’ 형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나 아동학대를 겪지 않았다면, 학대하는 어른으로 자랄 가능성이 낮았다. 그리고 ‘좋은’ 형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어렸을 때 심한 학대를 당했어도 반드시 폭력을 이어가는 어른으로 자라지는 않았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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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앤절라 스카파와 에이드리언 레인은 비슷한 맥락에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진단받은 사람들의 뇌기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측정해보았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특징은 타인의 감정과 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며, 범죄자 집단에서 이 성격장애의 유병률이 높다. 연구팀은 과거의 불운한 환경 및 경험과 뇌 이상이 함께 존재할 때,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25 뇌에 문제가 있지만 좋은 가정에서 자란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가정환경이 끔찍해도 뇌에 문제가 없다면, 역시 괜찮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뇌에 가벼운 이상이 있는 사람이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다면, 몹시 불운한 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례들은 성격이라는 최종 산물을 결정하는 것은 생물학적 현상과 환경 중 어느 하나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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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은 사법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형사법정에서) 잘못의 책임이라는 개념을 교정 가능성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이 용어는 이렇게 묻는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재활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징역형으로 미래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를 감옥으로 보낸다. 만약 처벌로 효과를 볼 수 없다면 응보가 아니라 자격정지를 위해 국가가 그를 관리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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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한 지식 덕분에 선고 시스템을 더 계몽된 형태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앞 장에서 보았듯이, 잘못의 책임을 따지는 문제적 방법(이 사람의 잘못이 얼마나 되나?) 대신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교정 시스템(이제부터 이 사람이 무엇을 할 가능성이 높은가?)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언젠가는 의학이 허파나 뼈의 문제를 연구하듯이 사법 시스템이 뇌와 행동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생물학적 사실주의가 범죄자의 죄를 없애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합리적인 선고와 개별화된 재활을 도입할 수 있게 해줄 것이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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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장소는 하나가 아니다


자연은 기억을 저장하는 메커니즘을 한 번 이상 창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평범한 상황에서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영역에서 단단하게 굳어진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라든가 강도 사건 같은 무서운 상황에서는 편도체라는 영역이 별도의 독립적인 기억 트랙에 기억을 저장한다.30 편도체 기억은 성격이 조금 달라서, 지우기가 어렵고 때로 ‘플래시’처럼 번뜩 떠오른다. 성폭행 피해자와 참전군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처럼 기억을 저장하는 데에는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별 기억이 따로 있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사건의 기억이 여럿이라는 뜻이다. 성격이 다른 기자 두 명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메모를 하는 것과 같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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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CEO. 방향을 정한다.

처음 자전거에 오른 아이는 여기저기 비틀비틀 부딪히면서 어떻게든 자전거 타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쓴다. 여기에는 의식이 강하게 개입한다. 그러다 어른이 자전거를 잡아주며 가르쳐주고 나면, 아이는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전거 타는 기술이 반사작용처럼 자동화된다. 모국어를 읽고 말하는 것, 신발 끈을 묶는 일,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세한 부분이 이제 의식의 영역을 벗어나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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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에 관한 한 연구는 비디오게임 테트리스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뇌를 촬영했다. 피험자들의 뇌는 몹시 활발히 움직이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했다. 신경망이 이 게임의 기반 구조와 전략을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쯤 시간이 흘러 피험자들이 이 게임의 전문가가 되자, 뇌는 게임 중에 에너지를 아주 조금만 소모하게 되었다. 뇌가 조용해졌는데도 피험자의 게임 실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뇌가 조용해졌기 때문에 게임 실력이 좋아졌다고 말해야 옳다. 테트리스 게임 실력이 회로에 깊게 각인되어서, 뇌에 아예 이 게임만 효율적으로 전담하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이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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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실수를 저지르면 코치는 대개 이렇게 소리친다. “생각을 해!” 하지만 프로 운동선수의 목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 얄궂다. 수많은 시간 동안 훈련을 거듭해서, 전투가 한창일 때 의식의 방해 없이 딱 맞는 동작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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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마치 보위를 물려받은 어린 군주 같다. 그는 나라의 영광이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라가 무사히 잘 돌아가게 해주는 수많은 일꾼들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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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으로 ˝보기˝

1960년대에 위스콘신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폴 바흐이리타는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을 부여하는 방법을 곱씹어 생각하기 시작했다.25 그의 아버지가 얼마 전 뇌중풍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했는데, 폴은 뇌의 역동적인 재구성 가능성에 매혹되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의문 하나가 점점 자라났다. 뇌가 한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바흐이리타는 시각장애인에게 촉감을 ‘보여주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26 그가 생각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이마에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하고, 거기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변환해 등에 부착된 작은 진동기로 전달한다. 이 장치를 부착하고, 눈을 가린 채 방 안을 걸어다니는 상상을 해보자. 처음에는 기묘한 패턴의 진동이 등에 느껴질 것이다. 움직임에 따라 진동 또한 변하겠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커피 탁자에 정강이를 찧은 뒤에는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건 정말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데.”


정말 그럴까? 시각장애인이 이 시각-촉감 대체안경을 쓰고 일주일 동안 돌아다니다 보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상당히 잘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등으로 전달되는 촉감을 해석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부분은 이것이 아니다. 그들이 정말로 촉감을 받아들여 그것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놀랍다. 충분한 연습을 거치고 나면, 촉감 정보가 점점 해석이 필요한 인지 퍼즐이라기보다 직접적인 감각으로 변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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