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이전의 봉건 체제는 유럽보다 동아시아에서 더 높은 수준까지 발전해 있었다. 근대 체제의 가능성이 떠올랐을 때 유럽에서 쉽게전환이 이뤄진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은 기존 봉건 체제에 허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주변부에 있던 일본도 봉건 체제의 수준이낮은 편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과 중국은 고도로 발달한 봉건 체제가깊이 체화되어 있어서 급격한 전환이 어려운 상태였다.
봉건 체제만이 아니라 어떤 체제라도 질서의 근본 가치는 비용절감과 폭력 억제의 효과에 있다. 한국과 중국의 봉건 체제가 유럽이나 - P50

일본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도 그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봉건 체제를 ‘관료 봉건제‘라고도 하는데, 무력이든 경제력이든 정보력이든 우월한 실력을 가진 유력 계층을 관료층으로 편성해서 제한된 범위의 특권을 부여하는 대신 왕권의 통제 아래 두어낭비적 무한경쟁과 무절제한 폭력 행사를 가로막는 것이다. 인구가 조밀한 동아시아 농업 사회는 이 질서 위에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유럽과 일본의 봉건 체제는 유력 계층의 중간 권력이 일으키는 낭비와폭력에 대한 억제가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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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이 자기 신체가 하나의 유기적 전체임을 알게 되고, ‘자아’가 형성되는 것은 생후 18~24개월경이라고 한다. 거울에 있는 자기 모습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시기가 바로 그때다. 이 시기를 정신분석가 라캉은 ‘거울단계’라고 부른다.

이때까지 뇌의 신경세포들은 1,000조 개 정도의 시냅스로 연결된다. 우주 전체의 별보다 많은 숫자다. 그런데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은 행동이나 사고에 일정한 패턴이 만들어짐을 뜻한다. 그에 따라 연결되어 있던 시냅스 가운데 사용하지 않는 것을 단절시키는데, 이때 3분의 2 정도의 시냅스가 단절된다. 모든 방향으로 열린 잠재력이 ‘자아’라는 말로 요약되는 반복적 선택지만 남겨두고 축소되고 소멸되는 것이다. ‘나’라고 부를 어떤 패턴의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은 엄청난 수의 시냅스와 그것이 할 수도 있었을 거대한 잠재성의 축소 내지 소멸을 동반하는 것이다. 어떤 게 살아남을 것인지는 특정한 뉴런들을 활동하게 자극하는 외부에 의해 결정된다. - <불교를 철학하다>, 이진경 지음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qaCptR2b2KhYEim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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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먹지 않았어도 누군가 조선을 식민지화했을거다?

아편 교역은 근대적 시장 확대보다 전근대적 약탈의 성격을 가진침략 양상이었다. 영국의 면직물을 비롯한 유럽 공산품의 중국 시장 점령은 1856~1860년의 제2차 중영전쟁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동아시아의 인구 조밀 지역을 산업화의 시장으로 편입시킬 전망이 비로소 세워진 것이다. 조선에 대한 개항 요구도 이 무렵에 시작되었다.
유럽 열강들이 세계 각지를 식민지로 만들던 추세에 비추어 동아시아 지역도 곧 식민지가 될 참이었다는 주장을 일본 군국주의자들이곧잘 해왔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친 열강들의 대화 중국 정책을 보면그 전까지 통상적 의미의 식민지를 구상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청나라를 유지시킨 채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방침이 열강 정책의주류였다. 영국이 겪어본 인도 경영의 어려움이 참고가 되었을 것이다. - P21

그리고 조선과 일본에 대한 유럽 열강의 정책에는 중국에서의 경힘이 참고가 되었을 것이다. 시대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하는일본도 1880년대까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일본이 조선의 약점을 파고든 것처럼 일본의 약점을 냉혹하게 파고든 열강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은 자력 근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일본의 성장을 가로막으려는 의지를 가진 유럽 세력은 러시아 하나뿐이었고, 일본보다 근대화가 크게 앞서지 못한 러시아는 압도적인 힘을가진 열강이 아니었다.
중국에 대한 유럽 열강의 침략성을 강조하는 말로 ‘찢어먹기‘
分, [‘쪼개먹기‘(分)라고도 함)란 말이 있는데, 이것은 청일전쟁 (1894~1895)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고, 일본과 러시아가 앞장서서 일으킨 사태였다. 제국주의 경쟁이 막바지에 이른 현상으로, 주류 열강들이 추진해온 방향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지역의 상황이 1890년대 이후 격화되는데는 일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고, 이것을 거든 것이 러시아였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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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과 이타주의

일찍이 찰스 다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제든 서로 돕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개체가 많은 종이 거의 모든 종을 누르고 승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선택이다."22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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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일이 미치는 영향력을 직접 경험하면 기버의 에너지 소진은 줄어든다. 그뿐 아니라 호혜 성향과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더 이타적으로 변화한다. 275쪽.

나는 일단 직원들을 대상으로누가 기버이고 테이커인지 또 매처인지 평가했다. 첫 달에는가 평균치를 웃돌아 일주일에 서른 건 이상의 기부를 받아 예상을 뒤엎고 기버의 실적이 훨씬 더 나빴다. 그들은 초심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며 전화를 더 적게 걸었고 기부를 일주일에 채 열 건도 받아내지 못했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대체 왜 변화하고자 쓰는 직원이 가장 변화하지 못하는 걸까?

어느 날 나는 콜센터의 한 직원이 책상 앞에 써 붙인 문구를 보고그 대답을 얻었다.
"여기서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해봤자 짙은 색 양복을 입고 바지를 적시는 것이나 다름없다. 너는 마음이 따뜻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내가 평가한 자료를 찾아보니 당당하게 그 문구를 붙여놓은 직원은 대단한 기버였다. 기버가 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가? 

그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나는 내가 처음에 했던 예상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의 동기 유형을 고려하면 기가 테이커를 앞질러야 한다. 문제는 기버에게 가장 힘을 주는 ‘보상‘이 눈에 보이지 않돼 있었다.

- P268

테이커는 그 일이 학교 업무 중에서 보수가 가장 높다는 사실에 동기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기버는 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보상을 얻지 못했다. 테이커는 직장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점을 따지는 성향이 있는 반면, 기버는 자기가 하는 일이 타인에게 얼마나 이로운가에 깊은 관심을 둔다. 그들이 받아낸 기부금은 대부분 학생 장학금으로 쓰였지만 그들은 누가 그 돈을 받는지, 장학금 수혜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다음 교육 기간에 나는 새로운 직원들에게 그들 덕분에 장학금을받은 학생들이 보낸 편지를 읽게 했다. 다음은 장학금을 받은 월이라는 학생이 보낸 편지다.

"입학을 결정하기 전, 다른 주에서 온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대학은 제 혈관 속에서 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이 대학에서 만나셨죠. 아버지와 삼촌 네 분도 이 학교에 다니셨습니다. 제남동생도 이 학교 덕분에 태어났습니다. 이 학교가 NCAA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날 밤에 어머니께서 동생을 임신하셨으니까요. 평생 동안 이 학교에 다니기를 꿈꿨습니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았을때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제가 얻은 기회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이곳에 왔습니다. 이장학금 덕분에 제 삶이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편지를 읽은 다음 기버가 테이커의 실적을 따라잡는 데는 단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테이커도 어느 정도 실적이 나아졌지만 기버만큼 강렬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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