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잎 없이 어떻게 꽃을 피우는가?

상록수인 전나무는 광합성을 하고 잎이 없는 자작나무는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봄이면 자작나무는 흡수원이 되어 탄소가 전나무에서 자작나무로 흘렀다. 자작나무 잎이 무성해지고 전나무는 그늘에 가려지는 여름이면 탄소 흐름의 방향이 바뀌어서 자작나무에서 전나무로 흘렀다. 자작나무 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탄소는 다시 전나무에서 자작나무로 흘렀다. 양분은 풍족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흘렀다.

수수께끼 같은 행동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이런 것이다. 왜 식물이 양분을 곰팡이에게 주어서 이웃 식물, 즉 잠재적인 경쟁자에게 흘러가도록 두는가? 처음에는 이타주의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진화론은 이타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3Mbw4qaLtKXXaBS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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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오코르디셉스

가장 능수능란하고 창의적으로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는 하는 것이 바로 곤충의 몸 안에 사는 곰팡이 집단이다. 이 ‘좀비 곰팡이’는 숙주의 행동을 자신에게 확실히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종한다. 곤충의 몸을 가로챔으로써 그 곰팡이는 자신의 포자를 퍼뜨리고 한살이의 주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GkWgdo75SFAd1rtQ9

감염된 개미의 생체 총량 중 40퍼센트가 곰팡이였다. 균사가 머리에서부터 다리까지 개미의 체강을 칭칭 휘감고, 개미의 근육섬유와 얽히고, 상호 연결된 균사체 네트워크를 통해 개미의 행동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미의 뇌에서는 곰팡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EuLfNMABCJEqfFxq9

곰팡이는 약리작용을 통해 개미를 조종하는 것으로 보였다. 연구진은 곰팡이가 개미의 뇌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개미의 근육과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함으로써 마치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듯 개미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pUgsiBCFUUpoDsG69

정신병 치료제는 특정 행동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저 진정 효과를 낼 뿐이다. 그에 비해 오피오코르디셉스는 개미가 위를 향하도록 식물을 타고 기어 올라가게 하고, 죽어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억세게 그 식물을 물게 할 뿐만 아니라 곰팡이가 자실체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춘 나뭇잎의 특정 부위를 골라서 물게 만든다. 심지어 이 곰팡이의 성공률은 98퍼센트에 달한다. 이를 인간의 정신병 치료제와 비교해보라.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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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1-01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비 곰팡이기 실로 무서운 존재네요.
 

우리는 모두 지의류다

우리는 미생물과 몸을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 몸은 우리 자신의 세포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 세포와 함께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젖소는 풀을 소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젖소의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은 그럴 수 있다. 젖소의 몸은 그런 미생물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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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는 존재했던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의류입니다.”37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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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굴리스의 내부공생설, 험난한 역정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도 그러한 구조 중 하나다. 식물과 조류에는 동물과 달리 한 가지 구조가 더 있는데,18 광합성이 일어나는 엽록체가 그것이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1MMyLPqHKWnnir8t8

1967년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생명체의 초기 진화에서 공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론이 불러온 논쟁에서 이 이론을 강력히 지지했다. 마굴리스는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서로 다른 유기체들이 합쳐지면서 ― 그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진핵생물은 단세포 유기체에 삼켜진 박테리아가 그 유기체 안에서 공생을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그런 박테리아의 후손이다. 엽록체는 초기 진핵세포가 삼킨 광합성 박테리아의 후예다. 인간을 포함해 그 후로 이어진 모든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 과정은 길고 긴 ‘낯선 자의 친밀감’의 서사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kpsYWgq5YHPYY3SF6

마굴리스의 논문 원고는 자그마치 열다섯 번이나 퇴짜를 맞은 후에야 겨우 채택되었다. 논문이 출판된 후, 마굴리스의 논문도 그 이전의 비슷한 논문들이 당했던 것처럼 격렬한 반대론에 부딪쳤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9R5Pc5GDWrWgjuc46

내부공생설은 생명의 역사를 다시 썼다. 21세기 생물학계의 여론에 가장 극적인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 이론이 ‘비정통에서 정통이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수한’ 데 대해 마굴리스에게 찬사를 보냈다. “내부공생설은 21세기 진화생물학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며, 나는 린 마굴리스의 흔들림 없는 용기와 열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마굴리스의 이론을 “지금까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아이디어였다”고 말하면서 마굴리스를 ‘21세기 생물학의 영웅 중 한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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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류는 ‘풍화작용’이라는 이중의 과정을 통해 바위에서 미네랄을 뽑아낸다. 먼저 스스로의 생장력으로 바위 표면에 물리적인 균열을 일으킨다. 그다음 강력한 산성 물질을 분비해 바위를 녹이고 미네랄 결합 물질을 분비해 바위를 소화시킨다. 풍화작용을 일으키는 능력 덕분에 지의류는 지질학적 힘의 하나가 되었고, 지구의 물리적인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 이상의 활동을 하고 있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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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류는 죽어서 분해되면 새로운 생태계의 첫 번째 토양을 만든다. 무생물인 바위 속 미네랄 덩어리가 생명체의 대사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지의류 덕분이다. 우리 몸속에 있는 미네랄의 일부는 어느 시점엔가 지의류를 거쳤다. 묘지의 비석에서든 남극의 화강암 석판 속에서든, 지의류는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경계선을 왔다갔다 넘나든다.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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