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말하기, 기분 말하기, 탐구적 말하기 그리고 몸손질 말하기
- 우리는 왜 사교 모임에 친숙하지 못한가?


우리가 여기서 다루고 있는 것은 최근에 ‘몸손질 말하기(grooming talking)’라고 부르게 된 네 번째 유형의 발성이다. 이것은 사교적 만남에서 볼 수 있는 무의미하고 정중한 잡담을 말한다. “날씨가 참 좋군요”라든가 “최근에 무슨 책을 읽으셨습니까?” 같은 형태의 말하기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대화는 중요한 생각이나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사람의 진정한 기분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미학적으로 즐거운 것도 아니다. 이 말하기의 기능은 상대편을 만나 인사할 때의 미소를 강화하고 사회적 연대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원숭이나 유인원의 털손질을 대신하는 우리 인간의 대용품이다. 이런 말하기는 비공격적인 사회적 관심사를 우리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비교적 오랫동안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접촉할 수 있고, 그리하여 귀중한 집단의 결속과 우정을 키우고 강화할 수 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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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 순전히 사교적 이유 때문에 모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보 말하기나 기분 말하기나 탐구적 말하기는 완전히 배제된 채 몸손질 말하기만 줄기차게 계속될 수도 있다.

칵테일 파티는 좋은 본보기다. 그런 파티에서는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주최자가 나서서 말리기도 한다. 예컨대 두 사람이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주최자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대화를 중단시키고, 최대한의 사교적 접촉이 이루어지도록 몸손질해주는 짝을 계속 교체시킨다. 그리하여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몸손질 말하기를 가장 강하게 자극하는 ‘초기 접촉’ 상태로 되풀이하여 되돌아간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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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끼리 싸울 때 생물학적 차원에서 적절한 공격은 적을 죽이는 게 아니라 복종시키는 것이다. 적은 궁지에 몰리면 달아나거나 복종하기 때문에, 생명을 파괴하는 마지막 단계는 오지 않는다. 도망치든 복종하든, 전투는 그것으로 끝나고 분쟁은 해결된다. 그러나 공격이 이루어지는 순간 두 경쟁자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승자가 패자의 복종 신호를 읽을 수 없을 때는 격렬한 공격이 계속된다. 원래 공격은 승자가 패자의 비굴한 복종의 몸짓을 직접 목격하거나 적이 꽁무니 빠지게 도망쳐야만 멈출 수 있다. 오늘날처럼 공격 거리가 멀어지면 복종의 몸짓도 도망치는 모습도 볼 수 없고, 그 결과는 다른 어떤 동물에게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의 무차별 학살이 될 수밖에 없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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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간끼리 싸울 때에도 자기 편을 도우려는 강력한 충동이 자극을 받게 된 것이다. 사냥할 때 동료에게 바치는 충성은 싸울 때 동지에게 바치는 충성으로 바뀌었고, 전쟁이 생겨났다. 그 모든 전쟁의 공포를 낳은 주요 원인이 우리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준 바로 그 성향이라는 것은 정말 얄궂은 일이다. 우리를 계속 충동질하고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 갱과 폭도, 군대를 낳은 것은 서로 협력하려는 성향이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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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과 복종 행동



. “자연의 이빨과 발톱은 붉다”는 말은 원래 육식동물이 먹잇감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을 일컫는 말이고, 동물들의 모든 싸움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실, 이보다 더 진실과 동떨어진 말은 없을 것이다. 어떤 동물이 멸종하지 않으려면 동족을 멋대로 죽일 수는 없다. 동족상잔은 금지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먹이를 죽일 때 사용하는 무기가 더욱 강력해지고 잔인해질수록, 경쟁자인 동족과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더욱 강력히 금지되어야 한다. 텃세권과 계급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분쟁에 관한 한, 이것이 ‘정글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지 않은 동물은 오래전에 멸종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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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양육과 인간의 그것은 비슷하다
- 내향적 단계 안전감, 애착
- 외향적 단계, 사회적 접촉



양육 과정은 두 가지 단계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나는 초기의 내향적인 단계이고, 또 하나는 후기의 외향적인 단계다. 이 두 단계는 모두 중요하며, 원숭이의 행동을 잘 관찰하면 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원숭이 새끼는 초기 단계에서는 어미에게서 사랑과 보상과 보호를 받는다. 그리하여 새끼는 안전함을 이해하게 된다. 후기 단계에서는 밖으로 나가 다른 원숭이 새끼들과의 사회적 접촉에 참여하는 것이 장려된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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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기본 단계에서 부모가 아기를 잘못 다루면, 아이는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아기가 안전을 이해하는 초기 단계를 겪지는 않았지만 독립 단계에서 적당히 활동적이었다면, 새로운 사회적 접촉은 쉽게 해낼 수 있겠지만 그 접촉을 계속 유지하거나 깊은 접촉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 반대로 초기 단계에서는 충분한 안전을 누렸지만 나중에 과보호를 받았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새로운 접촉을 갖기가 어렵고 오래된 접촉에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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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하는 기회주의자, 인류



진화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생존 기술을 완성하는 데에만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면, 주위 세계의 복잡성에는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개미핥기에게는 개미만 있으면 되고, 코알라에게는 고무나무의 잎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태평세월을 노래한다. 반면에 비전문가들 - 동물 세계의 기회주의자들 - 은 한시도 느긋하게 쉴 여유가 없다. 그들은 항상 다음 끼니를 걱정한다. 어디서 먹이를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래서 그들은 구석구석을 모조리 알아야 하고, 모든 가능성을 시험하면서 우연히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눈을 반짝여야 한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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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주의자들은 항상 살기가 고달프지만,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해도 거기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다. 몽구스의 먹이인 쥐와 생쥐를 빼앗으면, 몽구스는 새알과 뱀으로 주식을 바꿀 것이다. 원숭이에게서 과일과 견과류를 빼앗으면, 원숭이는 나무뿌리와 새싹을 먹을 것이다.
원숭이와 유인원은 모든 비전문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기회주의적이다. 그 집단은 비전문화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리고 원숭이와 유인원 중에서도 털 없는 원숭이는 가장 뛰어난 기회주의자다. 이것은 털 없는 원숭이의 유태보존적 진화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측면이다. 어린 원숭이 새끼는 모두 호기심이 왕성하지만, 자라날수록 그 호기심은 차츰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간직하고, 때로는 호기심이 더욱 강해지기도 한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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