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교육 대 인성교육


도덕 교육이 도덕적 추론으로 방향을 틀 때의 두 번째 문제는 도덕적 추론은 어설픈 심리학에 기댄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수많은 도덕 교육에서는 기수를 코끼리 등에서 끌어내려, 기수 혼자서만 이런저런 문제를 풀게 하는 식으로 훈련이 이루어졌다. 즉, 몇 시간씩 아이들에게 사례 공부,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교실 토론, 딜레마에 처한 사람들 및 그들의 올바른 결정에 관한 영상을 보여 주고, 아이에게 (무엇이 아닌) 어떤 식으로 사고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수업이 끝나면, 기수는 다시 코끼리 등에 올라타는데, 그 시간이 코끼리에겐 쉬는 시간이었기에 변화하는 건 하나도 없다. 아이들에게 훌륭히 추론하는 법을 가르쳐 윤리적으로 행동하게 만들려는 것은, 개의 꼬리를 흔들어서 개를 행복하게 만들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과 관계의 앞뒤가 뒤바뀐 꼴이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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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사회학 창시자로 손꼽히는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이 경이로운 학문적 성과를 이룩했다. 유럽 곳곳에서 자료를 수집해,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어떤 것인지를 연구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 요인은 바로 구속이었다. 모은 자료들을 아무리 이런저런 방법으로 분석해 봐도, 결국에는 사회적 구속, 속박, 의무가 더 적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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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르켐이 내린 결론은, 사람들은 자신들 삶에 일정한 틀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갖가지 의무와 구속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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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들과의 교류와 관계 맺음이 필요하고, 주는 것과 받는 것 모두를 필요로 하며, 속해 있을 어딘가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56 이런 면에서 개인의 절대적 자유라는 이념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데, 개인의 절대적 자유를 추구해 개인 및 전문적 일의 성취만 염두에 두고 집, 직장, 도시, 결혼 관계는 홀가분히 떠나 버리면, 그런 성취를 이루고서 가장 간절히 찾게 될 사람들과의 관계는 파탄 나 버릴 수 있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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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희곡 <닫힌 방No Exit>의 작중인물이 말했듯, “타인은 지옥이다.”57 그러나 타인은 또한 천국이기도 하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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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성경에서 예수는 모세의 말을 빌려(〈마태복음〉 22장 37절에서, 〈신명기〉 6장 5절을 언급하며 “너희의 온 마음, 너희의 온 영혼, 너희의 온 힘을 다해”) 첫 번째로 하느님을 사랑할 것을 추종자들에게 명한다. 그에 이은 예수의 두 번째 계율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네 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장 39절) 그런데 나 자신을 사랑하듯 남을 사랑한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부모 및 연인과 맺고 있는 애착 관계에 심리적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그런 애착 관계를 우리 스스로와는 맺지 않는다. 달리 말해, 우리는 타인과의 애착 관계에서 안정감이나 성취감을 구하지, 그것을 자기 안에서 찾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나를 사랑하듯이 남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만큼 남도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는 뜻이리라.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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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증가와 무력한 영아기



두뇌 크기 증가는 말 그대로 병목 현상에 맞닥뜨리고 만다. 두뇌가 커지면서 산도産道를 통과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직립 자세로 걸어 다니는 것이 가능한 골반 형태를 계속 유지하는 한에는 호미니드 암컷이 출산할 수 있는 머리 크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이 난관을 만났을 때 적어도 사람과 한 종種(즉, 우리의 조상)이 기발한 기법을 발달시켰으니, 아기의 두뇌가 제 몸을 가눌 만큼 발달하기 전에 아기를 자궁 밖으로 미리 내보내는 꾀를 쓴 것이다. 인간 이외의 다른 모든 영장류 종은 출생 직후부터 두뇌 성장이 현격히 둔화하는데, 날 때부터 두뇌가 대체로 완벽하게 발달해 언제든 기능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정도 아동기 놀이와 학습을 하며 몇 가지 미세 조정만 이루어지면 끝이다. 하지만 인간은 태아기 두뇌 성장이 출생 후에도 2년 동안 지속되는 것과 함께, 추후에도 20년은 더 두뇌 무게가 느린 속도로나마 꾸준히 늘어난다.32 새끼가 태어나 몇 년을 지극히 무력한 상태로 지내며 10년도 넘게 어른의 보살핌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생물체는 이 지구에서 오직 인간뿐이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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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 채집 사회를 다룬 연구들에서도,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는 자신과 아이가 먹고 살아가기에 충분한 칼로리를 다 모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3 결국 신변 보호나 많은 식량을 구하는 문제에서 여자는 생산성이 절정기에 오른 남자에게 의존한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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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적인 아버지, 남자-여자가 쌍으로 맺은 유대, 남자의 성性적 질투, 머리가 큰 아기는 전부 공진화共進化했다고 하겠다. 달리 말하면, 이 모든 것이 더디게나마 다 함께 발생했다는 뜻이다. 같은 남자라도 여자 곁에 머물려 하고, 그녀의 정절을 지키려 하며, 자식 양육에 힘을 보태겠다는 열망이 얼마쯤 있는 아버지가 그만한 부성이 없는 경쟁자들보다 더 영리한 아이들을 낳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능이 곧 고도의 적응 능력이 되는 환경에서는(우리가 한번 연장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는, 인간의 모든 환경에서 그랬을 것이다), 남자의 자식에 대한 투자는 남자 자신에게 보상을 가져다주는 일이었고(엄밀히 말하면, 남자의 유전자를 위한 일이었고), 따라서 매 세대가 거듭될 때마다 자식에 대한 투자는 점점 흔한 일이 돼 갔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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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악
- 가해자와 피해자

바우마이스터가 말하려는 핵심은, 우리 인간 깊숙한 곳에는 그가 말하는 이른바 “절대 악의 허상”을 통해 폭력성과 잔혹성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이 허상은 수많은 부분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이 그런 자들의 악행이 오로지 개인의 사악한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즉, 그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데에는 가학성과 탐욕 외의 그 어떤 동기도 없다). 또한 희생자를 순전히 희생자로만 본다(즉, 희생자들은 스스로를 희생자로 만들 짓은 전혀 하지 않는다.) 아울러 악은 바깥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악은 우리 집단을 공격하는 집단 혹은 힘과 연관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허상을 현실에 적용해도 좋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 즉 도덕적 확신의 물을 감히 흐리려는 자들은 곧 악과 손을 잡은 자들이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왕수민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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