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그린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공유지의 비극 문제에는 도덕적 본능을 적용하라. 공리주의적 계산을 하지 마라
-둘째, 상식적 도덕의 비극 문제에는 공리주의적 계산을 적용하라. 여기에 도덕적 본능 또는 종교적 교리를 적용하면 갈등이 증폭된다.

매우 공감되는 제안이다. 큰 깨달음을 준다. 경제학자의 도덕적 고뇌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특히.












인간은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선택할 때 매우 편향적이며 행위의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효과를 계산하는 데 매우 미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는 좀도둑질이 더 큰 행복에 기여할지를 스스로 계산하려고 애쓰기보다 우리의 도덕적 본능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훨씬 더 낫다. 나보다 우리를 앞세우게 하려고 생물학적·문화적으로 진화한 도덕적 본능을 계산으로 이기려 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당신은 ‘공리주의를 이렇게 변호하다 보면 결국 공리주의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만약 도덕적 본능이 우리를 더 큰 행복으로 인도하는 데 신뢰할 만한 안내자라면,
공리주의든 다른 무엇이든 굳이 도덕철학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는 이 책에서 말한 두 가지 비극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도덕적 본능은 나와 우리가 대립하는 ‘공유지의 비극‘에 대해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우리와 그들이 대립하는 ‘상식적 도덕의 비극‘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므로 공리주의의 실천 방침은 다음과 같다. 나와 우리가 대립하는 일상생활의 도덕적 유혹을 이겨내야 할 때는 도덕적 본능에 의지하고, 우리와 그들이 대립하는 새 목초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할 때는 명시적으로 공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 P256

사진을 찍을 때는 무엇이 더 좋은가? 자동설정인가 아니면 수동모드인가? 답은 당연히 어느 것도 절대적인 의미에서 더 좋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이 두 방식은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좋거나 나쁘다. 만약 당신이 인물사진, 풍경사진 같은 전형적인 촬영 상황에 놓여있다면 아마도 자동설정으로 충분할 것이며, 카메라를 들고 찍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카메라 제작자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또는 당신의 심미적 취향이 제작자의 취향과 다르다면, 아마도 수동모드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의 물음은 다음과 같다. 도덕적으로 볼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새 목초지의 문제들은 자동설정을 필요로 하는가,
아니면 수동모드를 필요로 하는가? 

공유지의 비극은 여러 자동설정들을 통해, 즉 제한된 집단 안에서 협력의 동기를 부여하고 협력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도덕적 감정들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 도덕의 비극은 자동설정 때문에‘ 생긴다. 다양한 부족들이 다양한 자동설정을 갖고 있어 서로 다른 도덕적 렌즈로 세상을 보게 되는바람에 생긴다. 

공유지의 비극은 이기심의 비극이지만, 상식적 도덕의 비극은 도덕적 비융통성의 비극이다. 새 목초지에서 다툼이 벌어지는 까닭은 양치기들이 너무 이기적이거나 부도덕하거나 초도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각자의 도덕적 관점 밖으로 나오질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 이제 답변은 분명하다. 그들은 수동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 P262

세계의 주요 종교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에게 친절하라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도둑질하지 말라고, 우리 자신을 도덕적으로 특별 취급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한마디로 말해 세계의 주요 종교들은 그들의 추종자들이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대다수 종교는 우리가 상식적 도덕의 비극을 피할 수있도록 돕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가치와 그들의 가치 사이의 갈등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우리의 공동 통화를 찾으려면 다른곳을 살펴보아야 한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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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판단의 이중처리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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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딜레마
- 육교 딜레마
- 스위치 딜레마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위치 딜레마에서는 한사람을 희생하고 다섯 사람을 살려도 된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한사람을 밀어서 다섯사람을 살리는 문제인) 육교 딜레마에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걸까?

내게 이것은 완벽하게 과학적인 문제였다. 전차 문제는 십대 초반부터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을 초파리처럼 하나의 아름다운 모형 속에 모두 갖고 있었다(초파리 유전자의 연구가 유전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것처럼, 단순한 모형 속에 온갖 중요한 문제들이 집약되어 있었다는 뜻이다-역주). 전차 문제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벌인 모든 토론들의 배후에 있는 한 가지 커다란 철학적 문제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바로 ‘개인의 권리가 더 큰 행복보다 언제, 그리고 왜 우선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낙태, 차별의 철폐, 세금 문제, 전쟁에서 일반인의 살상,
보건 자원의 분배, 총기 규제, 사형 등 모든 주요한 도덕적 문제들은 몇몇 개인의 권리와 더 큰 행복 사이의 갈등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었다. 전차 문제는 정확히 이것을 건드리고 있었다. 

육교 딜레마에서더 큰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으로 보인다. 개인의 권리를 엄청나게 침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스위치 딜레마에서는 한 생명을 다섯 생명과 거래하는 것이 이상적이진 않아도 정당해 보인다. 이것은 칸트 대 밀의 문제이자, 모든 것이 하나 안에 말끔하게 담긴 작은 수수께끼였다. 만약 내가 이 두 개의 간단한 딜레마를이해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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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관점에서 원자는 최소단위
- 물리적 관점에서는 원자는 더 쪼갤 수 있다


물리적 관점에서 원자에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양성자, 중성자, 전자라는 각각의 구성 요소로 분리할 수 있고, 심지어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들을 쿼크quark라는 더욱 근본적인 미립자로 나눌 수도 있다. 양자역학이나 초끈이론 등 흥미로운 물리학의 여러 개념을 바탕으로 가장 근본적인 미립자들에 대한 탐구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핵력nuclear force이라는 엄청난 힘 덕분에 양성자와 중성자는 결합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데, 화학적 관점에서는 절대 이것을 화학반응으로 분리할 수 없다. 그나마 가능한 움직임이라고 하면 가장 외곽에 위치한 전자만 몇 개씩 떼어내거나 집어넣는 정도의 조절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원자는 ‘화학적으로 더는 나눌 수 없는 물질의 기본 입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갖는 최소 단위체’라는 표현이 비로소 유의미해진다. 어떤 물질이 원소이려면 기본 단위가 최소한 원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 <화학 연대기>, 장홍제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W7EuGgjWaudp6dg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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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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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어??!!
- 백퍼 공감.
- 재미를 느끼도록 쓰는 솜씨가 대단하다
- 다른 화학책을 뒤적거리며 설명을 읽어보니 원자나 전자를 의인화한(유시민 왈 인문학적) 설명이 갖는 매력을 따를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화학은 신기하지 않았다. 그럴만한 내용이 있었는데도 이해하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소금이 왜 물에 녹는지 뒤늦게 이해했다. 그걸 아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내겐 대단했다. 인문학 책에서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놀라움과 짜릿함. ‘소금물이 그런 거였어?!’ 이런 감정을 느낀 이유를 말하려면 ‘빌드업’을 할 필요가 있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oTRWof48MC87kge3A

물은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2개가 전자 두 쌍을 공유한 분자화합물이다. 산소 원자를 꼭짓점 삼아 수소 원자 2개가 V자로 가지처럼 붙어 있다. 잠시 인문학 언어를 쓰자. 산소 원자는 수소 원자보다 욕심이 많고 힘도 세다. 그래서 수소와 공유하는 전자를 자기 쪽으로 살짝 당겨 놓는다. 그 불균형 때문에 물은 중성이지만 산소 원자는 음전하를 띠고 수소 원자 2개는 양전하를 띤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xmng9VtZLnydB9r19

소금은 나트륨(Na)과 염소(Cl)의 이온화합물이다. 나트륨 원자는 전자를 11개 보유한다. ...나트륨 원자가 최외곽 전자껍질에 혼자 있는 전자를 방출하면 전자가 양성자보다 하나 적어져 양전하를 띤 나트륨 이온이 된다. 염소 원자는 전자가 17개다. 전자는 첫 번째 전자껍질에 2개, 그다음 전자껍질에 8개, 최외곽 전자껍질에 7개가 있다. 염소 원자가 혼자 돌아다니는 전자 하나를 영입해 최외곽 전자껍질을 전자 8개로 채우면 전자가 양성자보다 하나 많아져 음전하를 띤 염소 이온이 된다. 두 이온이 서로를 끌어당겨 뭉친 것이 염화나트륨(NaCl)이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Xav3Z2uxE9Jz2W4L6

소금이 물에 들어오면 음전하를 띤 물 분자의 산소 원자가 양전하를 띤 소금 분자의 나트륨 이온을 움켜쥔다. 양전하를 띤 물 분자의 수소 원자는 음전하를 가진 소금 분자의 염소 이온을 낚아챈다. 물을 이루는 두 원자가 그렇게 갈퀴질을 해서 소금 분자를 찢어발긴 것이 소금물이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uzgo6T6Wm7tQ8uF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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