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장전

권리장전은 미국 헌법 수정 조항 제1조부터 제10조까지를 말한다. 미국 헌법은 지금까지 27개의 수정 조항을 통과시켰다. 나머지 제11조부터 제27조까지의 수정 조항은 앞의 10개 조항과 구별되어 ‘미국 입국 기본 문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권리장전에는 특수한 역사 배경과 의의가 있다. 1789년, 미합중국의 제1대 의회가 가동되고 처음 한 일이 권리장전에 대해 토론하고, 3분의 2라는 압도적인 표수로 이를 통과시킨 것이었다.

10개의 수정 조항이 하나로 묶여 권리장전이라고 불리게 된 까닭은 여기에 인민의 권리 보장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서언에서 헌법이 인민 주권에서 출발했으며, 인민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못 박고 있는 이상 인민이 무슨 권리를 지니는지는 굳이 규정할 필요가 없었다. 헌법에서 입법, 행정, 사법 부문에 양도 및 위임한다고 명시되지 않은 모든 것이 인민이 지닌 자연적인 권리였다.

이러한 관점과 화법은 당시 대다수 주의 헌법과 달랐다. 주 헌법은 ‘권리장전’으로 첫머리를 시작했다. 인민이 어떤 절대적 불가침의 권리를 지니는지를 또렷하게 적어 내려가고, 뒤이어 정부 조직에 관한 나머지 규정이 나온다.

반면 미국 헌법에는 짤막한 서언이 한 단락 있을 뿐 ‘권리장전’이 없었다. 이는 무척이나 허전하게 보였고, 사람들은 도무지 안심을 할 수 없었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예를 둘러싼 의원 수와 세금액의 타협

자유인의 총수에, 기타 인구 총수의 5분의 3을 가산’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문구에는 좀스러운 한 가지 눈속임이 쓰였다. 자유인이 아닌 ‘기타 인구’란 누구를 가리키는가? ‘부자유 인민’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부자유 인민’이 달리 누구겠는가? 그 시기에는 이런 사람을 부를 때 비교적 간단하게 통용되는 호칭이 있었다. 바로 ‘노예’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노예는 인구수에 포함되기도 하고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 셈하되 온전한 숫자로 산정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정치 권리도, 세금 납부의 의무도 5분의 3명 몫만 주어진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북부의 주는 노예가 있으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남부의 주는 노예가 있으면 의석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았다. 양측은 각자 원하는 바를 얻고 타협했다. 이는 당시에 매우 민감한 의제였다. 회의장이 경직되기도 했으나, 각 주는 얼굴을 붉힐 일을 만들지 않았다. 이로써 헌법 초안이 순조롭게 탄생할 수 있었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하원은 노예를 대표하지 못한다. 노예는 어떠한 시민권도 갖지 못한다. 대표를 통해 어떠한 권리를 보장받거나 쟁취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하원 의석수 계산에는 시민권이 없는 노예가 들어간다. 명백히 대표의 비례 원칙에 위배되었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집단의 대표 표본=하원의원

애덤스가 내놓은 대표의 조건 한 가지가 훗날 연방 하원의 구성과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민이 뽑은 대표로 구성되는 연방 하원은 미국의 축소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 하원의 구성 요소는 가능한 한 미국을 구성하는 사람을 그대로 본떠야 했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이상적인 하원이라면 그 안의 모든 의원의 평균 지능이 전국 인민의 평균 지능과 비슷하고, 도덕 수준 역시 전국 인민의 평균 도덕 수준과 다를 바 없어야 했다.

하원에서 뽑고자 하는 사람은 현자가 아니라 대표다. 지혜롭거나 유능하거나 도덕적인 누군가는 일반인을 능가하는 지혜, 능력, 도덕성으로 인해 충분한 대표성을 지닐 수 없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이 토론은 200여 년 전에 있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어떻게 대표를 구성하고, 어떤 눈으로 대표를 바라볼지는 정치철학마다 기준이 다르다. 존 애덤스의 이러한 원칙은 최소한 한 가지의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을 지닌다. 민주의 근본정신에 단단하게 뿌리박은 원칙이라는 점이다. 민주는 뭇 사람의 집단 결정을 신임하고, 집단 결정이 단일한 군왕 혹은 소수 귀족의 결정보다 폐단이 적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인민을 대표해 주권을 행사하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소수 엘리트여서는 안 된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단계 불평등 감소 변곡점 : 2008, 2015년




한국경제에서 불평등이 감소하는 시점은 마침 보수성향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다. 2008년 변곡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기간과 겹친다. 2008~2010년 기간 동안 한국경제 불평등이 감소하는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반(反)신자유주의적 진보 정책을 펼쳐서가 아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선진국발 경제위기‘였기에 한국 수출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량이 급감해서 한국에서 수출· 제조업 · 대기업에다니는 소득상층 10% 노동자들의 연말 상여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불평등이 커진다는 발상 역시 사실이 아니다. 불평등이 커지는 경제위기가 있고, 오히려 불평등이 줄어드는 경제위기가 있다. 2008~2009년 경제위기는 ‘불평등이 줄어드는‘ 경제위기였다. - P161

한국경제 불평등의 세 번째 변곡점은 2015년 변곡점이다. 이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재임 기간과 겹친다. 2015년 최정점으로 한국경제 불평등은 2019년까지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2014년 중국의 신창타이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중국경제가 중간재를 국산화하고 무역의존도를 낮추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신창타이로 인해 한국경제는 3가지 변화를 동시에 겪게 된다. 수출 증가율의 급감, 제조업 위기, 불평등 축소다. 한국의 수출이 작살나거나 제조업이 위기에 빠지면 한국경제 불평등은 줄어들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최소한 임금 불평등, 임금 지니계수에 한해서, 한국경제 불평등은 중국발 불평등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불평등은 ‘수출 대박과 연동된 불평등‘이기 때문이다. - P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법권과 귀족정

2만 명이 페이스북에서 한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중요한가? 미국 헌법의 정신에 따르면, 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 중요한 일로 여겨져서도 안 된다. 2만 명이 아니라 20만 명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은 형법 조문을 착실하게 공부한 적이 없고, 판례를 찾아본 적도 없으며, 사건 경위에 대한 일차적인 이해는 더더욱 없는 사람이다. 그들의 판단은 감정적이며 전해 들은 말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의견에 몰려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안에는 순전히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법은 더더욱 이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 조문을 공부하고 판례를 살피고 사건의 경위를 직접 이해하려면 전문적인 훈련과 경험의 누적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과 경험이 뒷받침되는 사람만이 사법 판단에 종사할 권리를 가진다. 그렇기에 사법은 사법 전문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그렇다면 2만 명, 20만 명의 의견은 모두 열외인가? 만약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마음을 모으고 있다면,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사법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지고한 권리인 인민 주권을 행사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입법권은 인민에게 속한다. 그러나 일단 법률이 성립되면, 법률을 맡아 관리하는 일은 사법 전문가에게 넘어간다. 이것이 삼권의 분업이다. - < 미국 헌법을 읽다, 양자오 지음, 박다짐 옮김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