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하여 최근 조선일보는 한양대 이태식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하여 최대 120조가 들 수 있고 이것은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에서 밝힌 45조6천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아래는 조선일보 인터넷 판의 기사의 일부이다.
정부 추산비용 따져보니…45조
[조선일보 2004-06-16 18:24]
[조선일보 박종세 기자]
신행정수도 이전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사업이다.
정부의 계산에 따르면, 신행정수도 건설에는 정부 재정지출 11조2000억원을 포함해 2030년까지 모두 45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인구 50만명이 들어서는 2300만평 규모의 중소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비용이다. 이는 당초 민주당이 대선 기간 중 계산했던 건설비(4조~6조원)보다 10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 우세하다.
한양대 이태식 교수는 향후 공사비·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건설비용이 95조~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전비용을 45조원으로 잡을 경우 어린아이를 포함해 전 국민이 1인당 93만7500원씩, 100조원으로 잡는다면 1인당 208만원씩 부담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721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전비용은 한 해 GDP의 13.9%에 이르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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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현재가격와 명목가격/경상가격을 구별하지 못한 오류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간단히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보자.
정부가 예술의전당2를 신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2004년 올해 만들면 공사기간 6개월에 100억이 든다고 하자. 그런데 정부는 신축시점을 2024년으로 잡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얼마가 들까?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매년 3%이고 건설공사비도 3%로 증가한다면 20년 후 비용은 현재보다 80.6% 늘어난 180억 6천만원이 든다. 이때 예술의전당2를 신축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억인가, 180억인가?
경제학의 원리에 따르면 두 시점의 가격의 대소를 비교할 때는 반드시 시점을 같게 만들어 비교해야한다. 오늘의 100만원과 20년 후의 150만원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단순한 숫자의 대소관계로 비교하면 150만원이 더 크지만 오늘의 100만원을 금리 3%의 정기예금에 넣어 두면 10년 후에 180만원이 되므로 오늘의 100만원이 20년 후의 150만원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상이한 시점의 명목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엄청난 손실을 안겨다준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 지금 집을 사는데 1억이 들고 20년 동안 물가가 연평균 3%가 올라 10년 후에 집을 사는데 1억8천만원이 든다고 할 때 “20년 후의 집값이 오늘의 집값보다 8천만원이 더 비싸다”고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예술의전당2의 건설비용은 오늘의 관점에서 볼 때 100억이 들며 20년 후의 시점에서는 그때 화폐가치로 181억이 들 뿐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명목가치이자 현재가치인 100억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만약 수영장을 짓는데 10억이 드는 것과 비교할 때 예술의전당2는 수영장 10개에 해당하는 비용이 드는 일이다. 우리는 예술의전당2를 지을 때 수영장 10개를 포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질문은 예술의전당2의 건설비가 20년 후에 180억원이므로 예술의전당2를 신축함으로써 수영장 18개를 포기할만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묻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건 잘못된 질문이다.
이태식 교수의 연구보고서에서 추정한 신행정수도 건설비용의 현재가치는 55조(최소49조, 최대 65조)이다. 지금 당장 만든다면 55조가 든다는 얘기다. 이것을 2014년에 만든다면 얼마가 될까? 이태식 교수는 건설물가가 연평균 5% - 20%의 증가율로 상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2014년의 명목건설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를 이용해 간단히 계산해보면 5%일 경우 명목비용은 90조이고, 10%일 경우 143조이며 20%일 경우 340조가 든다.
이태식 교수의 연구보고서에는 95조, 120조와 같은 값이 없다. 이것은 기자가 직접 계산한 것이다. 기자가 어떤 근거로 이 값을 계산했는지는 알 길은 없다. 어쨌거나 이태식 교수와 정부의 추정비용은 현재가치로 45조에서 55조 사이인데 비해 기자의 값이 100조가 넘는 것은 그가 미래의 경상가격을 사용했음에 틀림없다. 이 기사는 경제원론 교과서에 반면교사로 실릴 만한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그가 경제부 기자가 아니길 빌 뿐 다른 바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