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학문.정치 범우문고 119
막스 베버 지음, 김진욱 옮김 / 범우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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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뒤 느낌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원저와 관련된 것으로서 왜 이 책이 유명한지 알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학문에 한정하여 특별히 전달되는 메시지는 없어보인다. 내가 특별히 느끼는 바가 없는 이유는 짐작으로는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의 역사적 상황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상황에서 독일의 미래를 둘러싸고 온갖 정파들이 논쟁을 벌이는 환경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다. 독일이 나아가야할 길에 대한 시대적 고민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논쟁이 이루어졌는지 잘 모르는 백년 후의 독자가 이 책만으로 저자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이 애초부터 어려운 일 아니었을까. 역자 서문에서 소개된 것처럼 동시대인들은 베버의 글로부터 엄청난 감동을 받았겠지만 나로서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 대해 그리 배운 것 없이 책을 덮었다.

두번째 느낌은 번역과 관련되어 있다. 이 책의 번역은 실망스럽다. 책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원래 어려운 책이고 다른 하나는 번역을 잘못해서 어려운 책이다. 이 번역서는 후자의 고전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왜냐하면 교단 위에서의 예언은, 교실 속에서는 아무래도 솔직한 지적 염직 이외의 덕은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불명확하여 여러번 읽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문장뿐만 아니라 단어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 눈에 띤다. 예를 들어 '지성의 희생', 지식과 대비되는 말로서의 '소유'  등등이다. 번역하기 힘든 단어일 경우 독일어 원문을 싣고 말의 맥락을 미주를 통해 설명해주는 수고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긴 해제가 달린 보다 나은 번역서를 찾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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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가 왜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했느냐는 이스트만의 질문은 제국주의가 중국의 산업화의 걸림돌이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질문은 지난 10여년 사이 한국의 경제사학회 내에서 안병직, 이영훈 선생의 연구에 의해 중심화두로 부각된 질문이기도 하다. 일제의 침략이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면 파괴적인 작용을 했는지에 대해 안병직 선생은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기반을 형성한 긍정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밝혀내는 작업을 오랫동안 계속해왔다. 이런 연구는 국사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지만 국사학계는 안병직 선생의 연구성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새로운 실증연구를 산출하는데는 - 최소한 지금까지는 -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이스트만의 책 제8장은 한국 경제사학계와  국사학계의 치열한 논쟁을 염두에 두고 읽은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이스트만이 요약한 제국주의의 중국 산업화에 대한 파괴적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조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때마다 거액의 보상금을 강요했다.

둘째, 1895년 이후 개항장 안에 공장을 설립한 외국인은 막대한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셋째,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맺어진 불평등조약으로 수입관세를 5% 이상 부과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미성숙한 산업을 보호할 수 없었다.

넷째, 값싼 공산품의 수입은 중국의 전통적 수공업을 파괴하여 인민을 빈곤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인민의 구매력을 저하시켰다.

다섯째, 중국경제를 불안정한 세계 무역 시장으로 끌어들여 세계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갖지 못한 이들을 수요와 가격 변동에 노출시켜 생산자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견해가 제국주의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정통파적인 고전적인 논의라고 한다면,  수정주의적 견해가 196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사학계에서 점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수정주의적 견해를 이스트만은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첫째, 외국의 제조업과 투자는 개항장과 만주에 집중되어 있어서 중국 국내의 경제는 제국주의의 충격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었다. 제국주의의 영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

둘째, 비록 관세주권을 제국주의가 제약한 점은 있지만 중국인 역시 외국인에 비해 불공정한 이점을 향유했다. 예컨데 중국인들은 중국 소비자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고 시장구조나 상관행에 대해 우위를 갖고 있었다. 또한 외국상품 보이콧이나 국산품 장려운동은 외국인에게 매우 불리했다.

셋째, 서양의 충격은 근대적 기술,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넷째, 무역은 농민이나 수공업 생산자에게 제품을 좀더 나은 가격에 판매하는 기회를 부여했다.

다섯째, 중국계 기업은 외국계 기업에 뒤지지 않는 성장률을 보였고 이윤율도 거의 동등했다. 중국의 산업화를 외견상의 정치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바닥에서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이스트만의 주장의 핵심은 산업화의 지체요인으로서 제국주의는 기껏해야 부분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산업화가 지체된 근본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산업혁명에 성공한 나라가 독특하고 이례적인 것이며 실패한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사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성공한 후 프랑스와 독일이 산업혁명을 완수하는데 거의 100년이 걸렸다. 영국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들 나라들도 산업혁명을 완수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을 생각하면 중국이 산업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을 중국의 상황과 비슷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1880년대부터 1949년 사이 중국의 산업화의 성과는 그렇게 비참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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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근대 산업화를 방해한 요인에 대한 이스트만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의 변화와 지배보다는 자연과와 조화와 안정에 높은 가치를 둔 중국인의 태도.

둘째, 문인관료의 지위와 권위가 가장 중요시된 사회구조와 사회적 가치.

셋째, 사적 재산이나 사업 투자가 정부의 수탈 때문에 불안정했다는 점.

넷째, 시장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점.

첫째와 둘째는 비경제적인 이유이며 셋째와 넷째는 경제학의 설명방식과 상통하는 것들이다. 경제성장론이나 경제발전론에서 최근 많이 강조하는 것은 세번째 점이다. 특히 정치학계에서는 발전국가론을 통해 이 논점이 치밀하게 구성되었다. 네번째 이유는 동어반복의 위험이 있는 설명이지만 빅푸쉬(Big Push)이론으로 정교하게 발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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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의 지속과 변화 - 중국 사회경제사 1550∼1949
로이드 E. 이스트만 지음, 이승휘 옮김 / 돌베개 / 1999년 2월
품절


그 다음 20세기에도 계속 반복되었듯이, 중국의 거대한 인구에게 무한히 팔 수 있다는 외국인의 꿈 - 소위 중국시장의 신화 - 은 착각으로 판명되었다.
돌이켜보면 아편전쟁 후 중국무역에 걸었던 영국의 기대는 너무 순진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시 중국 음식을 먹는 데는 젓가락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세필드의 식기회사는 나이프와 포크를 중국에 보냈던 것이다. 한 피아노 제조업자는 3억에서 4억에 달하는 인구 중 최저 백만명의 음악 애호가가 유럽에서처럼 자신의 거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어할 것이라 확신하고 '엄청난 양의 피아노'를 보냈다.-218쪽

(20세기 초 중국의 대유럽) 비단무역의 쇠퇴요인으로 외국시장의 변덕스러운 변동은 부분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 견제품 시장에서 중국의 경쟁적 지위가 극도록 나빠진 것은 견제품의 품질을 계속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19세기 말까지 일관되게 중국의 주요 수출품이었던 차가 일본과 인도, 실론 등 신흥 상대자와 경젱하는 데 실패한 것은, 주로 품질이 나빴기 때문이다. 예컨데 생산자나 중개인이 품질이 낮은 잎을 섞거나, 심한 경우에는 잡초나 모래를 혼입하기도 했던 것이다.-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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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의 지속과 변화 - 중국 사회경제사 1550∼1949
로이드 E. 이스트만 지음, 이승휘 옮김 / 돌베개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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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oyd E. Eastman, Family, Fields and Ancestors : Constancy and Change in China's Social and Economic  HIstory, 1550-1949, 1988, Oxford Univ.(중국사회의 지속과 변화, 이승휘 역, 1999, 돌베게)

이 책의 저자 이스트만은 민두기 선생이 번역한 "장개석은 왜 패하였는가 : 현대 중국의 전쟁과 혁명, 1937-1949"(지식산업사, 1986)로 유명한 학자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마음으로 쓴 사회경제사여서 틀에 박힌 체계나 딱딱한 문체를 찾아볼 수 없는 점에서 읽기 편하다.

이스트만은 20세기 초엽의 중국의 혁명과 사회경제사에 해박한 이로서 이 책이 포괄하고 있는 1550-1949년의 시기 전체를 조망할 전문적 연구성과를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전문적 연구자가 책을  쓸 때 빠지기 쉬운 함정 예를 들어 논리적 엄밀성을 추구하다보면 독자는 전혀 관심없는데 저자 혼자서 흥분하여 엄청난 참고문헌 목록과 세부논점을 나열하여 독자를 질리게 만드는 일 등에는 함몰되지 않는다.

이 책은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다. 사실 모든 책이 다 만만하지 않다.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문에서 썼듯이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게다가 경제라는 말이 들어가면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이 책의 제2장 가족과 개인,제3장 민간신앙:신,귀 그리고 조상, 제9장 근대 전기의 새로운 사회계층, 제10장 사회의 어두운 면 : 비밀결사, 비적, 계투는 인문학도나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사회과학도가 읽어도 흥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장들은 경제사와 관련된 부분이라 중국경제사 또는 일반적인 경제사에서 무엇이 쟁점인지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을 경우에는 눈은 글을 읽고 있으되 마음은 멀리 떠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을 공부한 이들에게는 이들 부분에 대하여 필독을 권하고 싶다.

비록 중국의 경제사를 논하고 있지만 조선의 경제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소작제도에 대한 분석은 과거 우리의 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명청시대라는 오래된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그 함의는 오늘의 한국 경제에 적용시켜도 될만한 부분들이 눈에 띤다.  유럽의 제국주의에 의한 시장개방이 중국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은 세계화와 글로발리제이션의 파도가 밀려오는 한국경제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를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경제사를 수강한 대학생 이상이라면 크게 얻는 바가 있는 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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