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의 뇌과학적 해석

실험 결과, 보수적인 사람들이 진보적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과제를 사용한 이전 연구들을 통해서는 이 실험에서 실수를 할 때 사람들의 뇌, 특히 배내측 전전두피질 부위의 신호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관찰한 바 있다.

이 신호는 ‘실수 관련 부정 전위‘error-related negativity‘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류를 탐지하고 이후 수행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결과에 기초해서 신호를 측정한 결과, 진보적인 사람들은 보수적인 사람들에 비해 실수를 하는 순간 배내측 전전두피질의 신호가 더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 P234

이러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가치 판단 뇌 기제와 관련지어 설명해볼 수 있을까?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배내측 전전두피질의 기능은 비교적 구분되어 있으며, 전자는 직관적 가치 판단, 후자는 분석적 가치 판단에 주로 관여하고 있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이전 경험에 비추어 성공적으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던 선택의 가치를 비교적 고집스럽게 주장한다.

반면 배내측 전전두피질은 이러한 가치 간의 충돌을 감지하여 현재 상황에 가장 적절한 새로운 선택의 가치를 계산해내고, 이렇게 계산된 가치를 다시 복내측 전전두피질에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P236

진보와 보수라는 두 정치적 세력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도 있겠다. 복내측 전전두피질로 비유할 수 있는 보수의 기능은 이전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검증된 가치를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다. 반면 배내측 전전두피질로 비유할 수 있는 진보의 기능은 오랫동안 관습처럼 굳어져버린 가치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 간의 충돌을 감지하는 것이다. 또한 이로써 유연하게 기존 가치를 수정하거나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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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와 뇌과학

그렇다면 인류 최후의 날이 도래하기 전에는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생존 본능과 연결시키는 일은 불가능할까? 우리는 흔히 가치 학습을 통해 선택을 바꾸는 방법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 반대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선택을 통해 가치를 학습시키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궤변같이 들릴 수 있지만 최근 의사결정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은 선호를 통해 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뿐 아니라 선택을 통해 선호가 형성되는 과정, 즉 선호가 선택을 따라가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대표적인 예로, 원치 않는 학교나 학과를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는데 나중에 그 학교나 학과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선택 사항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 낮은 선호나 가치를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이와 관련된 예다. 어떻게 보면 가치의 학습을 통해 선택을 바꾸는 것보다 선택을 통해 가치를 바꾸는 일이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소비자는 자신이 항상 현명하고 신중한 선택을 내린다고 믿고 싶고 또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한다. 이들에게 선택을 결정한 후에 선호를 바꾸거나 좀 더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와 관련된 인간의 심리는 ‘인지부조화‘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 P228

적인 예로, 원치 않는 학교나 학과를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는데 나중에 그 학교나 학과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경우가있다. 반대로 선택 사항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 낮은 선호나 가치를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이와 관련된 예다. 102어떻게 보면 가치의 학습을 통해 선택을 바꾸는 것보다 선택을통해 가치를 바꾸는 일이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소비자는 자신이 항상 현명하고 신중한 선택을 내린다고 믿고싶고 또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한다. 이들에게 선택을 결정한 후에 선호를 바꾸거나 좀 더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중요한 일이다. 이와 관련된 인간의 심리는 ‘인지부조화‘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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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당위

물론 생존과 번식이라는 궁극적 욕구가 인정 욕구로 성장하며, 이것이 도덕성과 이타성이라는 숭고한 인간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정 욕구는 곧 이기적 욕구라는 단순한 공식을 적용할 경우, 위와 같은 논리는 도덕적 행동이나 이타적 행동 뒤에 숨은 이기심에 대한 의심과 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자신의 안위를 내던지며 불의에 항거했던 역사 속 영웅들, 혹은 전혀 관계없는 타인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 헌신적인 삶을 산 이타주의자들을 폄하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이타주의자가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P126

이타적 욕구가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깨달으면 이러한 욕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마치 인간의 생리 작용과 대사작용을 이해하면 식욕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과도 같다. 인간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인정 욕구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나타난 건강한 도덕적 행동과 이타적 행동은 그 이면의 동기를 이해한다고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피하기 쉬워지지 않는가. 이처럼 인정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도덕성과 이타성으로 포장된 인정 욕구가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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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우리 연구실 소속 정대현 연구원은 최근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컴퓨터 화면에 다양한 상품들을 제시하고 구매 의사를 물어보는 단순한 실험을 실시했는데, 상품들은 쿠키, 떡, 머핀 등 간단한 스낵 종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상품이 제시될 때마다 상품 그림 바로 밑에 함께 제시되는 가격을 보고 구매

의사를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실험 전에 참가자들은 이 상품들 중절반은 사회적 기업에서 제조했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 기업에서제조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서 제조한 상품의수익금은 취약한 계층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정보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관찰이 구매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위해서 참가자들 중 절반이 속한 관찰 집단에게는 실험 전에 한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컴퓨터 오작동 때문에 참가자의 반응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서 실험자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바깥에서 수동으로 기록할 예정이라고 말이다. 통제집단에게는 이러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관찰 집단의 참가자들은 동일한 가격대에서일반 기업 제품보다 사회적 기업 제품에 대해 훨씬 높은 구매 의사를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정도는 관찰 집단에게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가격이 너무 낮거나 높지 않은 중간 수준일 때 집단 간에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났다. 뇌 영상 자료 역시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일반 기업 제품에 비해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매할 때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증가했고, 이러한 차이는 관찰 집단에서만 나타났다. 이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평판 관리 기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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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언젠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미디어에 발표된 기사들 중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눈에 띄었다. 연휴 귀성길,
소위 ‘짜증 유발 운전자‘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였다. 가뜩이나 여러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한 귀성길에 어떤 운전자가 심기를 건드리는지 알아본 이 조사는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장 짜증을 유발하는 유형은 진입로 또는 출구에서 끼어드는 운전자였다. 대부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만한 결과였다. 전체 응답자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다수가 이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보다 흥미로운 결과는 두 번째 순위였다. 29퍼센트의 응답자들이 선택한 유형은 바로 ‘누구든 끼워주는 앞차‘였다. 얌체짓을 하는 새치기 운전자에게 너그럽게 아량을 베푼 운전자 역시 공공의적이었던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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