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혁명

분류학자들은 한 사람씩 차츰 그 방법의 힘을 깨우쳐갔고, 각자 거의 종교적 개종에 맞먹는 과정을 거쳤다. 헤니히의 방법을 받아들인 일이 종종 거의 종교적 계시를 받은 일처럼 표현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려면 일종의 항복이,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헤니히에게 자신을 넘겨주는 일이 필요하다. 작은 믿음을 품었다가 믿음의 도약을 해야 하고, 그런 다음 분류군들 사이의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유사성과 차이점은 무시하고, (이게 더 어려운 일인데) 특히 더 중요하게 보이는 유사성이나 차이점도 무시하며, 오직 분류군들이 공유하는 진화상의 새로움에만 의지해야 한다. 헤니히에게 항복하는 일은 당신의 움벨트를 내어주는 일이다. 당신이 가슴 속으로 헤니히를 받아들였다면, 그건 당신이 정말로 죄인이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이 묘사했던, 이후로는 아무것도 예전과 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패러다임 이동의 질서를 타고 일어난 변화였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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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계와 동물계

분자분류학자들은 단지 기이한 도롱뇽이나 눈에 띄지도 않았던 오래된 박테리아의 분류학만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 사이 관계의 가지 전체를 완전히 제멋대로 재배열하기 시작했다. 전체 자연의 질서를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최악은 1993년에 찾아왔다. 우즈의 제자인 미첼 소긴Mitchell Sogin과 연구팀이 우즈가 그랬듯 이번에도 RNA를 비교하여, 균계fungi가 사실은 식물보다 동물과 더 긴밀한 관계임을 발견한 것이다.13 바꿔 말하면, 생명의 긴 역사에서 일어난 최초의 분리는 식물들의 조상과 균류 및 동물의 공통 조상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동물의 조상과 균류의 조상이 두 계통으로 갈라져 하나는 동물이 되고 다른 하나는 균계가 되었으니, 피자 위 버섯은 옆에 있는 토마토보다 우리와 더 가까운 관계인 셈이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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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난히 괴상한 발견은 사람에게 생기는 진균병fungal disease이 왜 치료하기가 너무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예컨대 이미 AIDS에 걸린 사람들의 대표적 사망 원인 중 하나도 진균감염이다. 그 치료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균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치료법은 모두 환자까지 거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진화적 이유는 우리가, 그러니까 동물계와 균계가 너무 가까운 관계라서 세포들이 서로 유사한 방식으로 구축되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균류의 생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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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국민학교에서 배운 분류와 현재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분류의 차이가 나타난 이유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여러 해 동안 박테리아 종들을 연구해왔던 우즈는 1976년에 습지나 동물의 내장에 사는 또 하나의 박테리아라 여겨지던 것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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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즈의 관점은 훨씬 더 명료해지게 된다. 우즈가 말하는 세계, RNA가 말하는 세계는 이런 것이었다. 생명은 애초에 계보다 더 크고 더 포괄적인 집단인 세 개의 역domain으로 구성되었다. 한 역은 세균(일반적이고 익숙한 박테리아)이며, 둘째 역은 새로 발견된 고세균Archaebacteria, 그리고 셋째 역은 진핵생물이다. 진핵생물은 뭘까? 다른 모든 생물, 그러니까 동물이니 식물이니 균류니 하는 별것 아닌 작은 계들이다. 이 진핵생물에는 모든 돌말류, 모든 고릴라, 모든 복숭아나무와 인간이 속한다. 우즈의 3역 체계는 박테리아들에게 두 개의 역을 각각 하나씩 내어주고, 그런 다음 다른 모든 생물을 하나의 역에 몰아넣었다. RNA가 그렇게 뚜렷이 구별되는 3개의 오래된 분류군의 증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2)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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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애초에 계보다 더 크고 더 포괄적인 집단인 세 개의 역domain으로 구성되었다. 한 역은 세균(일반적이고 익숙한 박테리아)이며, 둘째 역은 새로 발견된 고세균Archaebacteria, 그리고 셋째 역은 진핵생물이다. 진핵생물은 뭘까? 다른 모든 생물, 그러니까 동물이니 식물이니 균류니 하는 별것 아닌 작은 계들이다. 이 진핵생물에는 모든 돌말류, 모든 고릴라, 모든 복숭아나무와 인간이 속한다. 우즈의 3역 체계는 박테리아들에게 두 개의 역을 각각 하나씩 내어주고, 그런 다음 다른 모든 생물을 하나의 역에 몰아넣었다. RNA가 그렇게 뚜렷이 구별되는 3개의 오래된 분류군의 증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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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을 박테리아 두 부분과 나머지 모든 것 한 부분으로 나누는 분류가 도대체 어떻게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박테리아가 아니며 다세포생물인 우리 인간은 이를 용납하려 하지 않았다. 우즈는 1976년의 그날 자신이 세기의 발견을 했다고 느꼈고, 그의 분류는 (반대자들도 이윽고 인정했듯이) 진화적으로 타당했지만, 수년간 그는 조롱 아니면 무시를 당했고 어디를 가든 분류학자들에게 냉대를 받았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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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좀 자신이 없었던 분자생물학자들이 자기네 작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제일 먼저 지적했던 것이 바로 이 전통 분류학과의 유사성이었다. “봤어요?” 하고 그들은 말했다. “우리의 나무가 분류학자들이 동물의 아랫니나 식물의 씨앗 구조 같은 전통적 형질들을 연구하며 해독해낸 나무와 얼마나 비슷한지 봤죠?”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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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와 움벨트

코끼리와 생쥐라는 두 동물을 보라. 이들이 결정적으로 확실히 서로 다르다는 데 의혹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박테리아 무리 속의 코끼리와 생쥐는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간의 움벨트를 좀처럼 촉발하지 않는 유기체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박테리아다.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데 그치지 않고 박테리아는 (현미경으로 볼 때조차) 유별날 정도로 별 특징이 없다.
움벨트가 뾰족한 경향성을 제공하지 않으니 세균학자들은 다음번 최악을 감행했다. 그냥 자기들에게 보이는 특징 중 아무거나 마음대로 골라 여기저기서 닥치는 대로 박테리아를 분류한 것이다. 어떤 부류의 박테리아를 연구해도 거기서 무수한 방식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고, 이는 사실상 자의적인 분류학이었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지음 / 정지인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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