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마성일 엮음 / 책읽는오두막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레히트 한번 '살짝' 느껴보실래요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사극의 창시자인 '브레히트'라는 이름은 여기저기서, 때론 수업에서도 귀에 닳도록 들어왔지만 짤막한 인용문 빼고는 온전한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브레히트의 연극은 특히 연극 자체에 감성적이고 공감대를 형성해 빠져드는 여느 다른 연극들과 구별되어,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무대와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써 보여지길 의도한다. 그것을 브레히트가 처음으로 서사극이라 정의했는데, 이러한 특성상 한번쯤 읽어봐야 할, 아니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도 좋을 작품으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나에게 희곡을 읽는 것은 왠지 어렵고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인물과 대사가 함께 있는 희곡의 특성이 아직도 낯설어,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희곡작품조차 안읽어본 것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새롭게 드는 생각 두가지. 첫번째, 그의 희곡을 읽어보고 싶다. (특히 갈릴레이의 생애) 그리고 두번째, 브레히트는 '시'로도 유명하며 그의 날카롭고 냉소적인 문체말고도 감성적이고 세밀한 문장도 있었다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는 사랑, 정치, 예술, 자본, 삶의 지혜, 혁명 이렇게 여섯가지의 주제를 토대로 브레히트가 말한, 혹은 쓴 내용들을 분류해놓았다. 마르크스에 영향을 받은 브레히트의 특성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정치, 예술, 사회, 혁명이고, 내가 상상했던 브레히트의 글들과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던 부분이 사랑과 삶의 지혜 부분이었다. 책 속 전체를 보자면 브레히트의 글들은 대부분 시니컬하고 유머있고 때론 권태가 느껴지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이 짤막한 글들에서도 무언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가 창시한 서사극 처럼. 그래서 이 책의 많은 글들이 한 페이지의 반도 안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나는 때때로 브레히트에 글 밑에다가 주저리 주저리 써보고 싶었다.

 

  만약 브레히트의 모든 것을 알고자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은 브레히트의 유명한 작품의 축약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레히트와 그의 작품들을 더 알고 싶어지게 하는 흥미를 주는 것에 의미가 있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론 감탄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알지 못해' 그 순간이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브레히트의 작품들을 통달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복습 차원'에서 읽었을 때에는 그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나 독문학 전공자로서 그의 작품들을 읽지 못하고 이 책을 읽었다는 게 참 아쉽고 부끄럽다.

 

 

 

  - 사랑은 싱싱할 때는 맛있지만 즙을 다 빨고 나면 뱉어야 하는 코코넛과도 같아. 과육만 남게 되면 그 맛은 씁쓸해. (42p. 바알)

 

  - 그들은 땀을 뚝뚝 흘리며 돌투성이의 길 위로 바구니를 끌어올리는 데, 아이를 낳는 데, 그래요, 먹는 데 필요한 힘을, 영원히 지속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어떤 느낌에서 얻었어요. 땅을 보면, 해마다 새롭게 푸르러지는 나무를 보면, 성당을 보면, 그리고 주일마다 성경 구절을 들으면 그 느낌이 생겼죠. 하느님의 눈이 그들을 보고 있다, 감시하면서, 거의 불안해하면서,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생극장 전체가, 연기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훌륭히 해내는 걸 보기 위해 마련되어 있다, 그게 확실하다, 이런 말을 들었죠.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말한다면 부모님은 뭐라고 하실까요? 그들이 어느 작은 바위 위에 있고 그 바위는 텅 빈 공간에서 다른 별의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고, 그건 수많은 바위들 중 하나일 뿐이고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거라고.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 인내해야 하고 가난을 수긍해야 할까요? (63p. 갈릴레이의 생애)

 

  - 나는 예술과 교훈이 분리될 수 있는 거라고 믿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인식, 특히 인간들의 공동생활에 관한 새로운 인식은 예술을 만들고 즐기는 주된 원천이다. 관객들의 기존 경험에 새로운 경험을 보태주지 않는 예술, 관객들이 입장할 때의 상태 그대로 퇴장하게 하는 예술, 날것의 본능에 아부하고, 설익은 혹은 너무 익은 견해를 재확인해주는 예술은 쓸모가 없다. 단순한 오락은 후회를 가져올 뿐이다. 오직 관객들을 교육시킬 대상으로만 삼아 금욕적으로 흐르는, 즉 예술이 갖고 있는 다양한 수단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믿는 예술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예술은 관객을 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지겹게 만든다. 관객들은 즐길 권리가 있다. (129p)

 

  - 교회에 가거나, 법정에 가거나 혹은 학교에 가는 식으로 극장에 간다면 그건 틀렸다. 우리는 스포츠 경기장에 가듯 극장에 가야한다. 여기서는 이두박근을 이용해서 하는 싸움이 아니라 좀 더 섬세한 싸움이 일어난다. 그 싸움의 무기는 언어이다. 무대에는 항상 최소한 두 사람이 있고 또 대부분은 갈등을 겪는다. 우리는 누가 이기는지 분명히 지켜봐야 한다. (...) 격투기에서처럼 사람들 속을 꿰뚫어 봐야 하고 예리하게 주시해야 한다. 무대에서는 사소한 기술이 가장 흥미롭다. 영화는 이런 것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영화는 내면적인 것과 미묘함을 이해할 수 없는 둔한 사람들 몫이다. 그래서 좀 더 영리하고 섬세한 사람들은 연극을 보러가야 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연극을 스포츠를 보듯 관람해야 한다. (143p)

 

  - 낯설지 않은 것을 낯설게 느껴라! 익숙한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라! 일상적인 것에 너희는 놀라야 한다. 규칙이라고 하는 것의 오용을 알아차려라. 그리고 오용인 걸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제거하라! (279p)

 

 

 

이제 '이렇게 말했다'시리즈로 또 여러권이 나오게 되는데, 이번에 나온게 헤세이고 (만세!)

카프카, 니체도 곧 나올 것 같다. 완전 기대된다!!!!!! 그런데 일단 다들 독일문학이다.

표지에도, 책 속 중간중간에도 독일어로 적혀있고. 이쪽 문학가들에 초점을 맞춘건지 아님 곧 확장될 건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 네권은 독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듯. (일단 나는 관심 왕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5월, 눈에 띄는 신간 에세이 [by.리니Rinny]

 

 

축제의 달 오월, 벚꽃엔딩의 오월, 사랑을 전하는 오월, 행복한 신부의 오월, 슬슬 봄날씨로 바뀌어가는 오월...

오월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지만, 역시나 여느 달처럼 책과 함께하고 싶은 오월이 다가왔다.

오월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느낌은 어떤 달보다도 따뜻하고 예쁘고 기분좋고 환하다.

정신없는 일상에서도 오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독서를 위한 에세이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시인의 책상> 김경주, 박진성 외 (지은이)|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04-08

   꿈꾸는 청춘을 위한 젊은 시인들의 몽상법

 

  그러고 보니 어제 마침 시인들의 생각을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시'를 쓰기위한 책을 검색해보았었다. 어떤 책을 고를까 참 많이 고민했는데, 이 책을 보니 '이거다'싶었다. 시인의 책상은 어떤 모습일까? 시인은 글을 쓰는, 혹은 다른 무언가를 할 책상을 보면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그 몽상들이 모여 시가 되는 것일까? 우리가 단순히 앉아서 읽거나 쓰거나 졸거나 하던 책상에 대해 여러명의 시인들이 몽상의 흔적을 남긴다.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 헤르만 헤세 (지은이) | 정인모 (옮긴이) | 책읽는오두막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 유명작가들의 문장을 만나다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 그러나 헤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말고도 엄청 많을테니... 지금 이 책의 시리즈인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중이다. 고전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좋은 명언이나 문장들을 써먹을 수도 있는 쏠쏠한 책이다. 팬이라 하면서 다른 책들에 밀려있는 내 책장 속 헤세의 작품들을 또다시 탐닉할 기회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이 책. 헤세의 문장들은 순수하고 아름답고 고뇌가 담겨있기에, 그것을 모아놓은 이 책이 더욱 기대가 된다.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줄리아 카메론 (지은이) | 조한나 (옮긴이)

 | 이다미디어 | 2013-04- 18 |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여정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전부인이었던 줄리아 카메론은 불륜과 이혼, 우울증과 정체성 혼란으로 인한 고통으로 부터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글쓰기로 택했다. 원래부터 각본 집필에도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글솜씨가 좋았던 그녀는 분노로부터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글을 직업으로 삼는, 혹은 삼고 싶은 사람들 이외에도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의 치유효과를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 글쓰기와 치유, 나도 조그만 경험을 통해 그것들이 어떤 깊은 관계가 있는지 이해는 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그려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눈을 감으면> 황경신 (지은이) | 아트북스 | 2013-04-19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이별, 슬픔, 성장, 사랑.. 이 네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에세이는 황경신 작가가 그림을 보고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적은 것이다. 황경신의 네 번째 그림에세이다. 그림을 처음 본 느낌, 그리고 화가의 이야기, 그리고 잡생각들, 그들이 작가의 머리속에서 뒤죽박죽 섞이다가 만들어낸 새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녀가 쓴 생각들을 엿보고, 책을 덮고난 뒤 그림을 보고, 나도 똑같이 눈을 감고 이야기를 그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 <눈을 감으면>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공상을 만들어내는 책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좌절과 고난을 아름다운 삶으로 이끄는 힘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 김이율>

 

 

 

 

 

 

 

 

 

   어떤 교훈이나 조언을 들을 때 무작정 신뢰가 가는 건, 실제로 누군가가 겪었던 이야기일 때가 많다. 처음에 보았을 땐 그저 여느 에세이와 다를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 책을 읽고 괜시리 마음이 찡해진건, 책 속의 실제인물들이 '죽을만큼 괴로운'삶을 정말로 아름다운 삶으로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들으면 알듯한 사람들, 수잔 보일, 빌리 엘리어트, 오히라 미쓰요, 이상묵 등.... 작가는 자신의 시점이 아닌, 실제 인물들의 시점으로 그들의 경험담을 재구성해서, 독자들이 재연영상을 보는 것처럼 쉽고 실감나게 볼 수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야기마다 이어지는 작가가 적어낸 힐링노트. 그 짧은 글들은 독자로 하여금 다시한번 이야기의 핵심을 되짚게 해주면서 자신이 그 인물과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큰 울림을 준다. (작가가 전직 카피라이터라서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 절로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책 속 인물들의 삶에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신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을 수 있는 신념. 그러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고통과 절망이 그들 자신을 갉아먹게 놔두지 않고 오히려 거름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겨워보이는 운명을 떨쳐낼 수 있었고 인생의 강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념과 나만의 가치,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되는 이 책. 삶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나간 23인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무엇인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나에게도 그러한 신념이 존재하고 있을지 되새겨 보게 되는 이 책. 좌절과 고난을 아름다운 삶으로 이끄는 힘을 듬뿍 얻은 느낌이다. 

 

 

 

  - 부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우주에 존재하는 여느 사람들만큼이나 당신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습니다. 조금 못났으면 어떻습니까? 가난하고 무능력하면 어떻습니까? 낮은 위치에 있고 장애를 가지면 어떻습니까? 다 괜찮습니다. 이땅에 소중한 생명을 갖고 태어난 이상 누구나 다 사랑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부정적이고 회의적이고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나를 위하고 나를 존중하고 나를 충분히 대우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찌 남에게 사랑과 대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60p)

 

  -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인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이 당신을 어느 곳에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당신이 있어야할 곳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고 있느냐입니다. 신의 연필,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신은 작은 몽당연필로 좋아하는 것을 그리십니다. 신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작은 실천입니다. 작은 사랑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83p)

 

  - 절대적이고 불변한 것 없습니다. 모든 것은 바뀌고 변하기 마련입니다. 강자는 운명을 지배하지만, 약자는 운명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척박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주저앉아 울기만 한다면 그저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면 운명의 강줄기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127p)

 

  - 트레킹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사표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사표를 내려고 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결정적인 조언을 해줬다. "존 우드, 내 말 잘 들어. 일회용 반창고를 뗄 때 아프지 않게 떼는 방법이 뭔 줄 아니? 그건 바로 한 번에 확 떼는 거야. 네가 마음의 결정을 했으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란 말이야." (13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 키워드 35가지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칠십대의 청춘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가와기타 요시노리>

 

 


 

 

 

 살다보면 인생에서 끝까지 지켜야할 것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80세의 나이에 다다른 이 작가는 아마도 거의 한세기에 가까운 시간동안 많은 것들을 느끼고 알아채고 그러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어른들은 어떻게 그렇게 통쾌하게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주저주저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시간이란 세월이 지혜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하고.

 

  그래서 나는 지혜라는 것을 얻기 위해 나이를 한참 더먹고 싶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나이가 드는 게 아직까지도 두렵다. 이러한 걱정은 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 그 둘다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시간이 흘러 야금야금 먹어진 '나이'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 명사들과 자신의 경험등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35가지의 짧은 에피소드는 상상했던 단어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단어들을 주제로 이야기 되어졌다. 이 단어들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내가 본 이 책의 저자는 80세에 다다랐지만 호탕하고 뒤끝도 없으며 쓸 줄 알고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청춘아닌 청춘이었다. 작가는 청춘이 마음으로 부터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보면 나의 청춘이 무조건 스물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믿어진다. 좋은 인생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책에서 이 책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다말할 수 있는 것은 쿨하고 통쾌한 작가의 철학이다. 그런 주장들 때문에 '이 사람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어서 나도 이렇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꿈꾸는 인생이 있게 마련이다. 책 속의 키워드는 단지 나보다 더 긴삶을 산 사람의 지론일 뿐, 반드시 받아들여야 진짜 인생이거나 행복한 인생이 아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치관과 맞지 않은 키워드를 종종 만났지만, 그것으로 이 작가의 말이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건 빼내는 잣대가 역시 필요하다.

 

 

 

- 살아가면서 '잊는 데 고수'가 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반성하려 해도 한번 내뱉은 말이나 일단 선택한 물건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에 생긴 상처'를 지워버릴 수는 없고, 이미 생긴 일을 없었던 것으로 처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어.' '엎질러진 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야말로 한번 엎질러진 물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과거에 얽매이는 어리석음은 동서양의 모든 선인들이 지적한 바 있다. "지나간 일로 마음을 애태우지 말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 지나간 일로 치고 그대로 두자." (19p)

 

 -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한 극작가의 말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존재들끼리 상대하는 것이니까,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자세도 그렇다. 대인관계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상대방이 싫어하더라도 진심을 말할 수 있다. 싫어할 것을 두려워하여 마음을 속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부러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7p)

 

 - 거짓말을 진실처럼 보이려면, 감추고 싶은 부분은 우선 거짓말을 한 후에 약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아부에도 어느정도 진실은 필요하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거짓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진실을 넣어라. 그 진실의 힘에 의해 거짓말도 진실이 된다." 진실이 섞인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면, 인간관계에서 실패할 확률이 확 줄어든다. (177p)

 

 - 요즘의 부모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자식을 상대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핀다. 이게 부모가 해야 할 행동인가. 왜 이렇게까지 자식의 하인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식사는 가족이 함께 모여서 하는 것이다. 본인이 나오지 않으면 굳이 갖다 줄 필요가 없다.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굶어죽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개를 요즘 부모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응석이나 부리는 그런 자식을 이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앞세우면서, 사실을 부모 자신이 자식을 떼어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11p)

 

 

 물욕 역시 나쁘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사야 한다. 이것은 나의 변함없는 지론이다. 어떻게든 자동차를 가지고 싶은데 '물욕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라는 식으로 참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구입해서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는 쪽이 훨씬 건전한 삶이다. 누구나 마치 진리처럼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것이 행복의 모든 것은 아니다. 이 사실만 인식하고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얼마든지 사도 된다. (60p)

 

제목에 '나이에 밀리지 않고'라는 구절이 있어서 언뜻 서른이나 마흔쯤을 가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20대들이 읽어도 좋을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밑줄을 그은 마지막 문단은 정말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간다. 지나치지 않게 물욕을 만끽하라는..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에 대한 시정과 향수,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토지를 먼저 읽어봤음 좋았을뻔했지만 박경리 작가의 미출간작인 이 책을 작가의 첫 책으로 읽게 되었다. 산뜻하고 세련된 표지가 끼워진 <그 형제의 연인들>은 60년대 작품이고 신문에서 연재가 되기도 했지만 연재본을 발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아직까지 미출간작으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사랑과 형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통속적인 연애소설이나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의 많은 제약 속에서 이끌어가야할 사랑의 모습이 이 소설에 나타나 있다.

 

  이야기는 인성과 주성 형제의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의심으로 가득찬 부인과 함께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인성과, 나이차가 꽤 나는 친구의 누이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주성. 그들은 비정상적인 사랑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관계에서의 결핍이 있었기 때문인지, 새롭게 등장하는 여인들에 대해 애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애정을 표현하고, 기존에 있던 관계를 다시 도려내고, 사랑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그 형제는 서투르고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태위태한 사랑을 이어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사랑을 정리해나가면서, 보통의 정상적인 사랑으로 치부되는 관계 대신에 희생으로 일궈나가는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 밖에도 금기와 관습을 뒤로한 채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 그리고 비정상적인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욕망과 이기심을 표현해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더욱 매력있고 진중하게 읽을 수 있다. 언젠가 토지도 꼭 읽어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따뜻한 피가 전신을 맴돌고 있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여자에게, 아니 인간에게 대하여 느껴본 일이 없는 강한 인력,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시정詩情이며 향수였다. 인성은 자기 자신 속에 그런 피가 세차게 잠을 깨고 있는 것에 스스로 놀란다. (73p)

 

  - "노오랗게 나뭇잎이 물들고 그러지 않아도 마음이 센티해지는데 그이의 죽음을 봤을 때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요. 뭔지 죽음이 아름다운 것만 같았어요. 나뭇잎이 굴러 떨어질 때 슬프지만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감상입니까? 감상이겠죠. 하지만 감상을 경멸만 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사람은 다 죽게 마련이지만 저의 경우에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고 의미가 있을 것만 같아요. 어떻게 사느냐는 문제보다 조용히 곱게 죽을 수 있는 일이 더 절실한 문제만 같았어요." (98p)

 

  - 그러나 허무해하는 감정을 빼버리는 일에 있어서 인성은 과연 의사일 수 있는지 그것은 심히 의심스런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문제에 있어서 인성 자신이 환자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까지 인생에 대하여 무관심하려 했던 인성이나 일종의 자학 의식에 사로잡힌 규희나 다 같이 육체보다 어떤 정신적인 환자가 아니었던가. 그 정신적인 환자들이 지금 서로 다가서려 하고 있는 것이다. (103p)

  - 한 생명이 방금 병원에서 마지막을 고했는데 그들 무생명체의 기계문명의 산물들은 마치 불사조처럼 그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는 듯한 환각이 인성의 머릿속에 스치고 간다. 인성은 그 무생명체들이 오만스럽게 그들의 활동을 개시하고 있는데 대하여 별안간 울화가 치밀었다. 그는 달려들어 그것들을 모조리 때려 부수어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아, 나도 역시 저들 무생명체의 조직의 한 부분이 아니었던가." (184p)

 

  - 중얼거리면서 주성은 남자와 여자의 커다란 차이점을 깨닫는다. 슬픔은 여자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고통도 여자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골수는 될 수 없고 바늘처럼 가늘고 매서울 수는 없다. 여자의 슬픔이 예리한 것이라면 남자의 슬픔은 둔중한 것이다. 여자의 고통이 국부적인 것이라면 남자의 고통은 전신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43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