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로 배우는 동양철학, '나'와 '행복'을 찾아서 <우리는 모두 돼지 - 고이즈미 요시히로>

 

 

 

 

 After Reading

 

 

 

  중학생인 동생이 집에 있는 이 책을 보고 관심이 갔던 모양입니다. 현재 개정판으로 나와있는 '우리는 모두 돼지'는 조금 더 깔끔한 분위기의 표지로 되어있는데, 이 책은 개정판 보다는 조금 더 오락성이 강해보이는 표지입니다. 그래서인지 동생이 갑자기 이 책을 들어서는 읽기 시작하더라구요. 저는 이 책이 철학 만화라는 걸 알고 있던 터라 '과연 동생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는데, 말도 못시킬 정도로 읽더라구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재밌냐고. 그랬더니 '너무 재밌는데, 뭔가 교훈이 있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구요. (귀여워요ㅋㅋㅋㅋㅋ)

 

  만화는 정말 단순합니다. '덜돼지'라는 이름의 보통돼지에게 일어나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요. 가끔 다른 돼지친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양(불교)철학 만화인만큼, 부처가 등장해서 가르침을 주기도 하지요. 가끔 부연설명이 필요할때는 글로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림으로 불교철학을 쉽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또한 '부처와 돼지' 시리즈 중 1편입니다. 책에 수록되는 만화들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탐구하거나, 자아를 찾기 위한 마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보여줍니다. 만화 속에 나오는 돼지들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과 꼭 닮았습니다. (뭔가 돼지라서 기분나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ㅎ.ㅎ) 책을 보다가, '어 나도 이런 생각한 적 있는데'하고 공감한다면 역시 덜돼지와 같은 '보통 돼지'에 해당되는 사람이지요 :) 역시 저도 돼지였습니다... 하핳.

 

 

 

  만화는 학생들도 빠르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이해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역시 철학적인 물음이니 파고들어가면 어렵게 생각될 수 있는 것들이지요.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과연 진짜 그것일까' 대충 이런 식으로, 묻고 물으면 끝도 없는 물음들. 책의 마지막 부분은 꽤 깊이 있는 철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을 찾는 여행의 길 안내 <열 개의 돼지 그림>인데요. 제가 이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뭔가 낯익은 걸 느꼈습니다. 바로 대학교 철학강의 시간에 배웠던 불교의 '심우도'인데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기 위해 소(소는 무엇이냐에 관해서 꽤 오랫동안 고민했던 기억이;)를 찾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린 그림입니다. 실제 심우도에서 인간과 소가 그려져 있었다면, 이 만화에서는 돼지와 멧돼지가 그려져있는 게 유일한 차이점입니다.

(심우도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요기로, http://terms.naver.com/entry.nhn?cid=99&docId=983059&mobile&categoryId=1885)

 

  생각해보면 철학 책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양철학보다도 서양철학 쪽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시각이 큰 차이가 있고, 그들과 동양사람인 우리 사이에도 다른 관점이 많이 존재하는데도요. 저또한 서양철학을 통한 인문서를 많이 봐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만화로나마 동양철학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철학에 대해 깊이 빠져들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짦은 만화만으로 그리고 기분좋은 그림들로 생각해볼 기회를 많이 던져준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Capture 

 

 

* 만화라서 언더라인은 캡쳐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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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치를 제법 알고 있기 때문에 슬플 때는 슬퍼하고, 외로울 때는 외로워합니다.

나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일은 없어졌지만, 슬픔은 찾아오네요. 슬픔이란 것이 감기처럼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지금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면 이 책을 낸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맺는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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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섬세해졌을 때 알게 되는 것들 -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철학 에세이
김범진 지음, 김용철 사진 / 갤리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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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음, 연결, 부드러움, 결, 여유로움 <우리가 섬세해졌을 때 알게 되는 것들 - 김범진>

 

 

 

 

After Reading

 

 

 

 

  우리 동네에는 아직까지 살아 남아있는 작은 서점이 하나 있다. 그 구석에 헌책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가끔은 그곳에 가서 좋은 책이 나온게 있나하고 기웃대곤 했었다. 이 책은 그 곳에서 골랐다. 오로지 표지에 사진에 마음이 가서 골라들었다. 처음엔 사진 에세이인줄만 알 정도로 표지의 사진이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사진보다도 글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의외로 반짝 빛나고 있는 철학 에세이였다.

 

  작가는 '섬세'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섬세한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그런 섬세한 사람이 이 세상에 넘쳐나기를 바란다. 섬세는 작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 있는 것을 뜻하며 그 속에는 '결'이 존재하고 있다. 어떠한 한 이야기의 맥락에 비유할 수 있는 '결'은 누구나 고유하게 갖고 있는 것이며 섬세한 사람들은 그 '결'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섬세를 대표하는 단어들은 작음, 감수성, 연결, 맑음, 부드러움, 생명, 느림과 여유다. 세상에 살고 있는 모두가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이 섬세함이 될 수 있으며,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한없이 커가고 있는 세상에서 조용하지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섬세함이다. 

 

  이 섬세함을 토대로 사회의 많은 문제들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작가는 철학적 사유를 보탠다. 그리고 섬세함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들과 섬세함이 활약하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해간다. 간혹 작가가 '섬세'라는 키워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 단어로 압축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바라던 사람들의 성정이다. 여유롭고 감성적이고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다. 최근들어 많이 제시되고 있는 내향성과도 '섬세함'은 접하고 있으며, 요즘 자연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다 이런 마음의 갈망으로부터 온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조금, 조용해질지라도 자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자신을 보는 것처럼 남을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것.

이것이 작가가 바라는 섬세한 세상이다.

 

 

 

Underline

 

 

   - 사람들은 누구나 꿈꾸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그럴 때 우리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과거의 상처와 흔적들을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나를 세워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흔적과 결을 살려 그 위에 조금씩 더해가거나 줄여가는 것이다. 인격은 건축물로 비유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면 내 안에 있는 과거의 아픔, 독특한 성격, 때로는 병리적으로 보이는 과도한 개성들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누군가가 되려 한다. 마치 바닷가에 난 소나무의 뒤틀린 결들을 곧게 만들어 버리려는 것처럼. 그러나 깊은 숨을 쉬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결 속에 길이 담겨있다. 나무의 뒤틀린 결은 거친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자 햇던 몸부림이자 상처이자 훈장이다. (47p)

 

 

  - 내가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낳는다. 지금 나를 있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받은 것 만큼 돌려주지 못한 채 오히려 폐만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미안한 마음이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 내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면서 품어주는 자연과 대지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이다. 가장 깊은 연결은 가장 큰 존재, 즉 전체성과의 접촉이다. 나를 이루는 가장 본질적이고 깊은 부분이 다른 존재들, 그리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전체와 연결되어 있고 하나라는 자각이다. 이런 자각은 다른 존재에 대한 깊은 배려를 낳는다. (123p)

 

 

  - 과거에 느림은 왠지 게으르고 무책임한 인상을 주었다면 요즘에는 느림 속에 웰빙, 인간다움, 정성, 배려가 떠오른다. 섬세는 느림이다.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정성이며, 움직임 하나하나에 깊은 사색과 배려가 담긴 느림이다. 기계로 판박이처럼 찍어내는 편리함이 아니며, 자신의 편익과 이익만을 위해 달려 나가는 조급함도 아니다. 편의를 위해 내면의 소리와 자신의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148p)

 

 

  - 아이의 의식은 아이가 보고 자란 하늘의 크기만큼 자란다. 의식은 공간과 매우 닮아 있다. 의식이 맑고 넓어지면 자신이 자각하는 공간 또한 함께 넓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무한히 확장된 의식은 우주에 비유된다. 광활한 대지와 하늘을 많이 접할수록 우리의 의식 또한 더 넓고 커진다.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좁은 하늘을 보고 자란다. 부모들은 아이가 누굴 닮아 저렇게 집중력도 없고 까질한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쉰다. 아이들은 보고 자란 하늘과 자연을 닮았을 뿐이다.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191p)

 

 

 - 삶 속에 어느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은 신체의 감각과 함께 그리고 잔잔한 빛의 번짐과 함께 찾아온다. 그리고 그 빛은 시간이 흐르며 금색으로 번져 나중엔 그 순간을 떠올릴 때면 아련하게 축복처럼 쏟아지는 황금빛 입자들 가득한 장면으로 한가득 떠오른다. 그 순간은 소중하다는 말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 경이와 아름다움으로 충만해서, 가령 누군가 집채만 한 다이아몬드를 준다고 해도 결코 그 순간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런 순간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찾아오기도 한다.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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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사진도, 물론 멋지고 분위기 있다.

의외로 굉장히 - 만족한 에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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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긴장감 넘치는 고전추리소설 읽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After Reading

 

 

 

 

  이 책은 제가 처음으로 제대로 읽어본 고전 추리소설이에요. 평소에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책 이웃분들이 많으니 추리소설 책이나 작가 이름들은 익숙한 것들이 많아요. 그치만 이건 익숙한 것을 넘어서 아주 귀에 닳도록 들었던 제목.. 너무 유명한 책이죠. 아마도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몇번은 들어봤을법한. 이 제목을 여러곳에서 많이 패러디(?) 하기도 하고 특히 몇년 전엔가 무한도전에서 분위기를 잡고 본격적으로 패러디한 적도 있으니까요. 그때는 이 작품을 읽지 못한 때라서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무한도전 피규어가 왜 등장하고, 왜 피 흘리는지 의아했었어요 ㅋㅋ

 

  아무든 전 이제서야 이걸 읽어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세계 3대 추리 소설로 꼽히기도 하고 가장 완벽한 살인게임이라고 불리는 이야기라고 해요. 너무 유명해서 그런지 뭔가 기대도 많이 되는 반면에, 기대보다 덜하면 어쩌지 하기도 했구요. (일단 리뷰 쓰는 것도 왠지 민망스럽고 부담스러움)

 

  근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일단 제 표본이 많이 없으니.... '추리소설 중에서 최고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70년대 작품인데 대단한 것 같아요. 많이 잔인한 부분은 없지만 장면장면 상상하면 잔인합니다. 전 그 시체를 자꾸 상상하다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소름이 끼쳤어요. 아무튼 너무 오싹하고, 긴장감 있는 소설. 특히나 범죄에 이용되는 그 노래는...... 왠지 멜로디가 옆에서 울리는듯하면서 으스스하기도 하고. 처음엔 노래가 왜 앞부분에 나오나, 뒤에 나오면 더욱더 극도로 긴장될텐데 하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는 공포'가 모르는 것보다 더 극도의 공포상태로 몰아놓을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또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양심상 불안을 느끼게 되는 일들이 존재하기도 해서 그 공포는 더욱더 배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 전체적인 내용을 통해서는 법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간접적인 범죄와 평생동안 지니게 되는 죄책감, 그리고 심각한 압박상태에서의 사람들의 심리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너무 긴장감 넘치고 재밌었던 소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추리소설에 빠지는지 알 것 같아요. 담엔 뭘 읽을까 고민중이에요 :)

 

 

 

Underline

 

 

 

  - 섬에는 마법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다. 섬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환상적인 느낌에 잠기지 않는가. 섬에 오면 세상과 이어지는 끈을 놓게 된다.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에서 다시는 나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는 생각했다. '난 지금 일상을 뒤로하고 떠나는 중이야.' 그런 다음 그는 혼자 미소를 지으며 미래에 대해 환상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바위를 쪼아 만든 계단을 오르면서도 그는 줄곧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 저택이 나무판이 삐걱거리고 어두컴컴하며 벽에는 두꺼운 판자가 덧대어진 낡은 집이었다면,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으리라. 하지만 그 저택은 너무나도 현대적이었다. 어둑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건들거리는 판자 같은 것도 있을 턱이 없었다. 집 안에는 밝은 전등빛이 넘쳤다. 모든 것이 산뜻하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 집 안에 감춰져 있는 것, 숨겨져 있는 것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일인지도 ...

 

 

  - "보트는 절대로 오지 않을 거요. 우리는 그 모터보트가 우리를 이 섬에서 나가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소.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우리가 이 섬을 떠날 수 없다는 거요. 우리 중 아무도 이 섬을 떠날 수 없을 거요. 이건 끝이오. 종말이란 말이오." 그는 잠시 주저하다 낯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종말은 곧 평화요. 진짜 평화 말이오. 계속 가는 대신 종말에 이르는 것...... 그렇소, 그건 곧 평화라오." 그는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걸음을 옮겼다. 테라스를 따라 걷던 그는 바다 쪽으로 난 언덕을 비스듬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위들이 물 속에 잠겨 있는 섬의 끝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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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요, 오래되고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스포가 좀 있더라구요 ㅠ.ㅠ 전다행히 읽기전에 안봐서 ㅋ

절대 찾아보지 말아요. 그냥 봐요 우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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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진짜 인생 찾기
김이율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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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울한 청춘에서 우월한 청춘으로 <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 김이율> 

  

 

 

 

After Reading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혼자사는 것'이라고.

이렇게 외로움으로 가득차있는 사람의 인생에서, 특히나 청춘의 시기는 더욱 외롭게 느껴진다. 모든 것을 자신의 선택으로 일구어내야 하고, 그래서 모든 책임이 자신의 것이 되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쓸 돈을 벌기도 하고. 나또한 처음 청춘의 시기라고 말하는 대학생활을 접하게 되었을 때, 혼자 만들어내는 수강 시간표와 혼자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걸 사는 그 일이 설레긴 했어도 낯설었다. 혼자 하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잘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을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대화상대가 급격하게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리고 많은 청춘들이 친구들과 함께, 알코올을 조금 보태어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이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김이율 작가는 제목을 통해 우리에게 외로움의 극복 방법을 환기시켜준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 죽겠는데 홀로 있으면 외롭지 않다고? 작가는 책 속 어떤 부분에서 말한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외로움을 껴안고 풍덩 빠지는 거라고. 외로움에 풍덩 빠질 수 있는 방법, 작가에게는 책 읽기, 글쓰기가 효과적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책의 구절들을 보면 작가가 외로움을 달래고 또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책읽기였음을 또한 알 수 있다. 작가의 경험을 통한 많은 에피소드를 읽고 있으면 그렇게 좋다고 하는 글쓰기가 끔찍하게 어려운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듯이 자신의 이야기로 지금 글을 써보기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청춘에게 말하고 싶은 조언들은 자신의 에피소드를 통해 말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책 또한 소개하고 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에피소드 중 '꿈보다 해몽'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그 이외의 내용들은 물론 좋지만, 난 중간 중간 문단의 내용을 미리 말해주는 제목들이 마음에 들었다. 전직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날렸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했다.

 

 

 

Underline

 

 

 

  - 꿈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는 순간,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다. 외로움을 껴안고 풍덩 빠지는 수밖에. 나처럼 염치 없고, 예의 없고, 무례하기도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댈 수 있다면 그 방법도 좋다.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면 명상도 좋고 영화감상도 좋고 독서도 좋고 운동도 좋다. 외로움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건 시를 쓰는 일 같다. 시 쓰기가 어렵다면 글 쓰기도 좋다. 외로울수록 한 줄 글은 더욱 빛이 난다. (22p)

 

 

  - 살아 있다는 건 단지 호흡을 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은 바로 자신의 존재감이 타인에게 혹은 세상에 알려졌을 때 더욱 절실해진다. (...) 모든 사람에게 있어 존재감은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사람들이 내 존재감을 알아주지 않을 때,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껴질 때, 아니면 누군가에게 잊힌 존재가 되었을 때 얼마나 상심이 크고 비참할까. (87p)

 

 

  - 함박눈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는가?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기 때문만도 아니다. 함박눈이 아름다운 이유는 세상의 모든 허물과 아픔 그리고 상처를 따뜻하게 덮어주기 때문이다. 남의 잘못을 질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 안아주는 그 넓고 하얀 마음, 함박눈이 참으로 필요한 세상이다. (112p)

 

 

  - 착각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착각은 자유니까. 착각한다고 해서 돈을 지불할 이유는 없다. 착각은 공짜니까. 착각하는 데 일정량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착각은 무제한이니까. 착각하는 데 어떤 장소건 어느 때건 구애받지 않다. 착각은 시공간을 초월하니까. 이처럼 착각은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뇌 활동이다. (154p) 

 

 

Add...

 

 

 요즘엔 힐링이란 말을 여기저기 갖다붙여서 내가 '힐링'이라는 말을 잘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책은 청춘들을 위한 힐링의 책이라고 말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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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감성으로 전하는 인문 테라피 <모든 순간의 인문학 - 한귀은> 

 

 

 

 

 

After Reading

 

 

 

   스무 살이 되면 어찌됐든 마음도 넉넉해지고 생각도 커질줄만 알았는데, 자꾸만 내 마음이 좁아짐을 느낀다. 감정을 조일 수 있는 힘이 느슨해진 것 같다고 느낀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를 때가 행복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다. 하나하나 알아갈 수록 하나하나 허무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나이를 더 먹고 먹어도 비슷해질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소설보다는 자근자근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땡긴다. 생각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에세이라면 더더욱 좋을 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만 표지의 카피부터 포근한, 에세이.

 

  제목부터 '인문학'이라는 따분해보이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에세이라고 칭한 것은, 역시 에세이를 읽는 만큼이나 산뜻한 기분을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문학이 빛을 발하는 아주 사적인 순간들'을 통해 마음을 다독여줄 감성 인문학을 말한다. 한마디로 인문 테라피다. 이 책은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옆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인문학을 좀 더 일상적인 측면에서, 좀 더 감성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해나간다. 감성 인문학은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말하던 '학이 아니라 악~'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공부하고 연구해 나가는 전문적인 인문학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즐기는 인문학도 필요하다. 역시 새롭기도 하고.

 

  작가는 역시 우리 곁에서 항상 맴돌고 있는 책,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통해서 인문학을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한다. 사람 사는 데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 관계, 고독과 불안 등과 관계한 인문학적 감성을 우리에게 전한다. 생각보다 인문학은 우리 주위 많은 풍경들에 존재한다. '어, 이게 무슨 인문학이야'하고 생각할 만한 것들에도 존재한다. 그 풍경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자신에게 칭하는 인문학 딜레당트라는 호칭이 당신에게도 붙여질 것이다.

 

  모든 순간을 인문학적 감성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성숙한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Underline

 

 

 

  - 숨쉬는 것 자체, 공부하는 것 자체, 산책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 행위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건강을 위해, 진학하기 위해, 승진하기 위해, 살을 빼기 위해 우리는 이런 행위를 수단으로 한다. 만약 숨쉬기, 공부하기, 산책하기 등을 그 자체로만 즐긴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그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새삼스럽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들, 목표로 하는 것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다. 내가 가두고 있던 '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레비나스는 이것을 '자아와 자기의 관계를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구원이다. (38p)

 

 

  - 때때로 우리는 어떤 문제를 정확히 보기를 꺼린다. 정확히 보고 나면 그 문제를 정확히 해결해야만 하는데 그럴 용기가 없을 경우 우리는 차라리 문제 자체를 바꿈으로써 문제에 대한 제 깜냥만큼 대처하려고 한다. 자신이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렇게 해서 문제의 근원을 '나'로 돌려버리고 어떻게든 자신을 해코지함으로써 그 문제가 해소되었다고 믿고 싶어한다. (101p)

 

 

  - 나는 상실감조차도 어떤 의미로 재해석해야지만 인생의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경제관념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던 교원 임용고시 준비생이었던 나는 상실의 의미를 찾기 위해 각종 수험서들을 물리고 도서관 서가를 서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비책을 찾기라도 할 듯 책들을 뒤졌다. 당시의 독서는 당연히 정독이 아니었다. 아니, 글자를 읽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책의 행간에 멍한 눈길만 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드문드문 어떤 단어가 들어왔을 것이고 나는 파편적으로 주워 모은 그 단어들을 내 맘대로 배치하여 또 다른 책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쓰지 않은 책, 내가 읽지도 않은 책, 그것으로 혼자서 낸 상처는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147p)

 

 

 - <쇼핑의 유혹>의 저자 토머스 하인은 구매자의 양면성을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자못 진지한가 하면 경박하고, 민감한가 하면 탐욕적이고, 절약하는가 하면 양면성을 보인다"고. 그런데 이 양면성 때문에 쇼핑은 더욱 자극받게 된다. 뭔가를 살까 말까 망설일 때 우리는 스스로를 '진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박하게' 사버린다. 자신을 '민감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신의 '탐욕'이 보이지 않게 된다. 늘 '절약해왔다'고 합리화하기 때문에 확 '질러버리는' 대범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180p)

 

 

 -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 그 이데아는 요샛말로 꼰대의 단어 같지만, 우리는 그동안 우아한 멘토의 아리송한 아포리즘에만 열광했기에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이데아를 추구하며 남과 '비교하지 말자'라고 하면 너무 비현실적인 처방일 것이다. 그래서 내게 스스로 내린 처방이 있다. 나는 남과 비교가 되어 슬슬 우울해지기 시작할 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애써 의식한다. 나의 부모님, 나의 아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은 나를 '인정'한다. 능력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자체를. 나는 그들에게 의미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것이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 물어본다. 당연히 아니다.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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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딱히 독자의 성별을 가리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라서 그런지

여성의 관심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뭐, 표지를 보면 남자들이 이 책을 고르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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