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기억하는 Image TOEIC - 최강 토익멘토 유수연의 신개념 이미지 토익 학습법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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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정확하게 그림으로 익혀라! <그림으로 기억하는 이미지 토익 - 유수연>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영어에 대한 압박, 조금이라도 쉽게 재밌게 공부할 수 없을까요?

한 손으로 들기도 힘든 두꺼운 기본서 말고, 가볍고 신나게 공부할 수 없을까요?

 

이런 고민을 하는 당신은 혹시?!

 

한동안 토익 공부를 쉬었던 사람들, 토익에 감을 잃은 사람들 

이제 막 시작하려는 토익공부, 재미있게 하고 싶은 사람들

토익 정체기인 사람들

빽빽한 설명 읽기 싫은 사람들

예쁜 토익책이 좋은 사람들

무겁고 재미없는 토익책에 질린 사람들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하나만이라도 있다면 이들에게 추천하는 <그림으로 기억하는 이미지 토익>입니다.

최강 토익멘토 유수연의 이름으로 써낸 책, IMAGE TOEIC은 어렵고 글씨로 빽빽한 토익 책에 지친 사람들에게

토익의 재미를 다시 불러일으켜줄 귀여운 책이랍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에, 두께는 400페이지 안팎으로 되어있습니다.

 

 

 

 

 

두 챕터와 어휘/번역, 그리고 단어를 따로 찾아볼 수 있는 인덱스로 목차가 되어있습니다.

유수연이 엄선한 토익 단골표현 1000개를, 일반적으로 토익에서 많이 다뤄지는 주제 안에서 습득할 수 있답니다.

주제를 보면 토익 L/C 상황묘사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여요.

 

 

 

 

 

첫번째 챕터, Describe Picture.

배경과 상황묘사입니다. 귀여운 그림이 가장 많이 나올듯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챕터 1 상황묘사는

 

귀여운 그림과 함께 동작으로 상황 표현을 익힐 수 있게 되어있어요.

동작 하나하나 빠지는 단어없이, 많은 단어들이 적혀져 있네요.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음원을 들으면서, 영어 표현을 학습합니다 :)

 

 

 

 

 

그 다음 페이지에는 더욱더 세밀하게 표현들을 살펴볼 수 있는 그림들이 있답니다.

마치 그림카드처럼, 재밌고 쉽게 익힐 수 있을 듯한 느낌?

카드들의 위에는 단어들로 만들어낸 문장이 쓰여져 있어서 더욱 상세하게 챕터1을 공부할 수 있어요.

 

 

 

 

 

두번째 챕터. Respond to Questions

 

영어로 묻고 영어로 답하는 챕터입니다.

지금까지 그림으로 재밌게 단어를 익혔다면, 조금 더 나아가 보다 완전한 문장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겠지요?

 짧은 대화나 담화들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챕터 1보다 조금 긴 영어 문단이 나오면서, 옆의 문제에 답하는 형식입니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따라 주제가 정해져있고, 상황에 맞추어 답변할 수 있어야 하지요 :)

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소리내어 읽어 학습하면 더욱 더 효과적인 토익공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뒤쪽에는 어휘 표현이 정리되어 있어서, 정확한 발음과 여러가지 뜻, 그리고 예문까지 살펴볼 수 있어요.

단어와 어울리는 또다른 단어도 정리되어 있어서 보다 많은 어휘를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뒤에는 챕터 2에서 나왔던 영어 문단의 해석과 어휘가 나와있답니다.

굵은 글씨는 아까 나왔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포인트를 표시해둔 것이네요 :)

다시한번 꼼꼼하게 배우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유수연의 '이미지 토익'은 영어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귀여운 토익책인것 같아요.

유수연 강사는 책 앞머리에서 '토익은 영어 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아닙니다.

학문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써 공부해야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커뮤니케이션의 감을 익히기 위해 빈번하게 나오는 표현들을 공부하는 것이 토익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토익>을 살펴보면, 단순히 토익공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것 같아서 일반 회화 책으로도 사용가능할 듯한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부담없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이겠죠.

영어와 더욱 가까이 하면서, 영어표현을 자연스럽게 생각해나가는 것도 토익 고득점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토익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줄 책 <이미지 토익>과 함께, 신나게 공부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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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에 대한 안목이다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한귀은> 

 

 

 

 

 After Reading

 

 

 

  이론적으로 '사랑'을 익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사람 사이의 가장 미세한 감정을 나누는 것이 사랑이니만큼, 가장 예민한 사이가 '사랑'이라는 관계고 의도치 않은 상황들도 자못 등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에게 평범할 수는 없으며 어디로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는 사랑은, 그 중 '가장 좋은 사랑'이라는 것마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애매한 것이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워 변화할 수는 있다. 기쁨은 더욱 강력하게 누리며 아픔은 최소화할 수 있는 성숙한 마음가짐. 경험으로 배울 수 있는 사랑 앞에서 비교적 단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역시 도움이 된다.

 

  <모든 순간의 인문학>에서 '감성인문학'을 표방하며, 삶에서 만나는 사소한 순간에서의 인문학을 적용하게끔 도와주던 저자 '한귀은'. 그녀가 이번에는 인문고전들을 통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철학'을 나눠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랑'에 대한 인문 고전, 하면 생각나는 것이 몇가지 있을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격정적인 사랑을 보여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책으로 접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담긴 <제인에어>와 <상실의 시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위대한 개츠비>까지. 지금 우리가 행하고 있는 사랑의 모습과는 겉으로 보기에 조금 다른 부분도 존재하지만, 배우고 싶은 면과 따라하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뒤섞여 있는, 사랑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고전들이다. 저자가 그 고전들을 가지고 한 이야기들은 이미 읽어본 책들 중에서 '아,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구나' 또는 '이 부분을 나도 모르게 지나쳐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또한 읽어보지 못한 고전들은 '언젠가 꼭, 성숙해지기 위해 갖추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하여, 담아두기로 했다.

 

  언젠가 연인과 헤어지고 난 후, 많은 친구들 앞에서 펑펑 울며 고개를 들지 못했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때, 나는 사랑에 대해 낯설었고 익숙하지 않았고, 조금은 냉정했기에 깊은 마음으로 위로해주지 못했다. 이 친구의 모습처럼, 우리는 사랑에 대하여 너무나 아파하고, 참지 못한다. (물론 아파하는 모습 뒤에 너무나 행복한 모습이 있지만) 그리고 사랑에 대해 무조건적인 판단을 거듭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왜 아픈지 모르고 아파했고, 진통제를 무조건 삼키듯 아픔을 내버리기 위해 분주하다. 자신이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대중매체에서 학습한 사랑을 반복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설레고 떨리는 감정 앞에서 저질러버리는 실수다.

 

  지나간 사랑의 아픔을 빠르고 냉정하게는 아닐지라도 서서히, 추억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나도 모르는 사랑 앞에서의 '민낯'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더이상 겁먹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설레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성 인문학'. 사랑 앞에서 조금 더 크고 성숙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사랑에 대한 안목을 키워갈 수 있을지 모른다.

 

 

 

Underline  

 

 

  - 니체는 사랑이란 정과 망치를 들고 하는 것이라 했다. 망치를 들고 돌 속에 잠들어 있던 형상을 드러내는 게 사랑이라고 했다. 니체는 삶 자체가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연인의 삶, 연인의 자아조차 사랑을 통해 아름답게 드러내는 것, 그것은 니체는 사랑의 가장 최고치로 보았다. 상대에게 정과 망치로 쪼이고 깎이는 데 안 아플 수 있겠는가. 공고했던 편견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은 무조건 아픔을 수반한다. 하물며 영화를 보고 나서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조차 마음 한쪽이 슬쩍 무너지는 것 같은데, 내가 사랑하는 연인과 마주보고 앉아서 내 세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을 보며 어찌 안 아플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말했듯이, 그 아픔은 쾌락과 함께 오고, 그래서 차라리 짜릿한 아픔이다. 무엇보다 그 편견의 세계가 깨어지고 진정한 '나'가 그 모습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8p)

 

 

  - 사랑하는 연인은 나에게 결코 평범할 수 없다. 평범하다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을 리 없다. 사랑으로 인해 나는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를 사랑하는, 진실로 비범한 존재가 된다. 사랑이 자긍심을 불러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만약 그 사람이 평범하지만 사랑한다고 여긴다면, 그 평범함조차 사실은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너무나 특별한 평범함' 이 아니던가. 그런데 사랑이 끝났을 때, 그 사람이 여전히 특별한 존재던가? 아닐 것이다. 그/그녀는 그저 수많은 남녀 중 한 명일뿐이다. 실로 우리의 연애사는 사랑이라는 환상으로 시작돼 이별이라는 환멸로 끝나는 것 같다. (78p)

 

 

  - 일종의 '퇴행'이다. 성인이 유아기 때로 돌아가는 증상 말이다. 하지만 사랑을 하면 이렇게 퇴행하게 되어 있다. 사랑은 전 존재가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전 생애가 하는 것이기 떄문이다. '지금의 나'만 사랑하는 게 아니다. '미래의 나'도 '약속'이라는 차원에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며, '과거의 나'도 그 사람을 소급해서 사랑하게 된다. 너무 늦게 만나서 억울하다는 듯이 어린 시절의 '나'까지도 호출하여 사랑에 참여시킨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직 자라지 못한 내 마음 속 '어린 나'도 사랑해줘요"라는 식의 소급적 구애 말이다. (138p)

 

 

  - 살면서 이런 일이 어디 흔한가. 우리가 어디서 이토록 많은 칭송을 받았던가. 능력, 외모, 취향, 성격은 물론, 연인들은 상대방의 냄새조차 칭찬한다. 보들레르는 연인의 머리 냄새조차 묘사해냈다. "그대 머리 타래의 솜털 난 기슭에서 나는 타는 듯이 취한다."라고. 사랑으로 인해 우리는 태어나 최초로 미적인 대상이 된다. 그 사람의 전부가 미학적이다. 우리는 자기 연인이 완벽하다는 사실에 찬미하며, 그렇게 완벽한 사람을 선택한 자신을 찬미한다. 그래서 사랑이 끝나면 그토록 괴로운 것이다. 그 칭송의 제단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것이 환상이라고 정의 내려지고 곧바로 환멸이 닥쳐오기 때문이다. '아, 다 거짓이었구나!' 하면서 치를 떨게 되는 것이다. (142p)

 

 

  - 추억 속의 사람이 남다른 이유는 자신이 그 사람을 완전히 알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알지 못하는 그 '빈 곳'을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그 사람 전체가 신비롭다고 여겨버리는 것이다. 이를 '자이가르니크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이 증후군은 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가 명명한 것으로, 완성한 일보다는 완성하지 못하고 마무리 짓지 못한 일에 대한 기억이 더 강하게 남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그녀와 '끝까지' 갔다면 추억은 오히려 별로 남지 않는다. 미완성의 사랑이야말로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추억 속 그 사람은 언제나 미결수다. 나의 기억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결코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채로 남아 있는 매력적인 미결수 말이다. 그리고 그 미결수는 여지없이 '나'에게 상처를 낸다. 추억이 된 사랑이 아픈 이유다. (274p)

  

 

Add...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인문학적 용어'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주석'이 있었으면 했다는 것입니다 :)

찾아보면서 읽었네요. 그래도 인문학 도서들에 비해서 가볍게 익힐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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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공간이 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 프리츠 오르트만>

 

 

 

 

After Reading

 

 

 

 그대가 원한 것이 그대의 운명이고, 그대의 운명은 그대가 원한 것이랍니다. 

 

 처음 <곰스크로 가는 기차>라는 책을 알게 된 후로부터, '곰스크'라는 이름은 저절로 입안에서 맴돌았다. '곰스크'라는 이 어감 좋은 말은 계속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하게 했고, 한적한 숲을 지나 달리고 있는 역동적인 기차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곰스크'라는 공간은 내 생각보다도 더 아름답고 천국 같은 공간이었다. 적어도 주인공에게는 그랬다. 어디서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없었던 상상의 공간, 이름으로만 아버지의 극찬으로만 들었던 '곰스크'라는 공간은 비록 실재의 공간이었지만 상상으로만 떠올릴 수 있었던 꿈의 공간이었다. '나'는 자신의 삶을 지배했던 '곰스크'라는 땅을 밟아보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탄다. 그러나 예상밖의 일들이 일어나게 되고, 곰스크로 가는 여정이 늦춰질때마다 '나'는 상심한다.

 

  '곰스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그리움과 갈망의 공간이 있으리라. 그 그리움이 커져갈 때 마음이 더욱더 애타고 그 공간으로부터 멀어져만 갈때 더욱더 생각이 날 것이다. 그 그리움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직은 모르지만 내 눈이 더욱 깊게 바라보고 있던 그 이유가 분명히 언젠가는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 그리움의 충족이 안되었을 때의 내 모습은 어떨까, 좌절할까 또 다시 새로운 '그리움'을 찾아나설까.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느끼게 해준다. 행복이란, 내가 그토록 원했던 무언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하게 또 다른 곳에서 조금씩 조금씩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이 책에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 외에 다른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장편의 웅장함을 기대했으나, 따뜻한 단편 소설들이 또한 아름다워서 아쉬움은 금세 잊혀졌다. 몽환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단편들은 이야기가 정점없이 흘러가지만, 영상으로 보았으면 하는 기대가 너무나 클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다. 물론 <곰스크로 가는 기차>도 영상으로 만들지 않으면 (혹은 연극?) 아쉬울 그런, 분위기의 단편이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품도 많이 내지 않은 이 작가의 글이 오래도록 읽히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Underline

 

 

 

  - 사람들이 모두 귀가한 밤이 돼서야 나는 밖으로 나와 몇시간이고 늦은 밤까지 초원을 돌아다녔다. 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느끼는 고독이란. 탁 트인 곳에 혼자 있으면서 바스락거리는 풀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 바로 그런 고독만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하지만 목적없이 들판을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우연히 철길을 마주칠 때면, 내 심장은 미친 듯이 고동쳤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칼날처럼 매끈한 이 철길이야말로 내가 꿈꾸었고 내 원래의 존재가 시작된 그 도시, 곰스크와 연결된 유일한 끈이었던 것이다. (35p, 곰스크로 가는 기차)

 

 

  - "이보게," 철학자는 그를 동정하면서 말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네. 모든 것이 헛되지."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네." 화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강가의 큰 다리로 갔었네. 내 삶을 끝내려고 말이네. 어둡고 비가 오는 날이었네. 섬뜩하게 거대한 강철 버팀대 사이로 바람이 쉭쉭거리며 불어오더군. 나는 난간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네. 마치 자기 침대에 누워 영원한 잠을 청하라는 듯 은회색의 큰 물결이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을 보았네. 갈매기 한마리가 저 밑에서 이리저리 날더니 날개를 적시고는 다시 높이 솟구쳐 그 떨리는 날개를 바람에 기대고는 바로 내 코앞에서 갑자기 멈췄네. 그것 역시 굉장히 슬펐지. 그때였다네. 갑자기 가까이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는데 놀랍게도 열 거름도 못 미친 곳에서 눈먼 걸인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네." (91p, 철학자와 일곱 곡의 모차르트 변주곡)

 

 

  - 내가 올라타자 보트는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작은 노를 힘차게 저어서 해변을 벗어났습니다. 바다는 낮게 찰싹거렸고 검푸른 바닥은 마치 흔들리는 유리창처럼 내 밑에 바싹 붙어 미끄러져갔습니다. 한기가 서린 바람이 희미한 수면에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멀리 붉은 부표 저편에서는 흰 포말이 차갑고 캄캄한 물결 위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주 멀리 은회색 안개에 휩싸인 반대편 해안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구름은 하늘 전체를 뒤덮었고 주변은 기묘한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라곤 노를 저을 때 보트의 모서리가 삐걱대는 소리와 바다가 규칙적으로 출렁이면서 철썩거리는 소리뿐이었습니다. (105p, 붉은 부표 저편에)

 

 

  - 누구든 모래톱 길을 건너려면 제시간에 출발해야 한다. 사람들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방의 물길을 따라 조류가 밀려드는 기이한 콸콸거림이 들려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바지를 걷고 건널 수 있는 좁은 도랑의 물이 단숨에 격렬한 조류가 되어 가슴까지 차오른다. 빛나는 모래 길은 점점 사라지고 순식간에 사방이 철썩거리며 콸콸대는 물로 가득 찬다. 사람들은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여 뛰면서 소리지른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철썩대며 콸콸대는,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바다 속으로 속수무책 끌려들어가다 깊은 웅덩이에 빠지고 갑자기 거센 조류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152p, 럼주차)

 

 

  - 십수년 만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다시 읽으며, 나는 스물네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내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에서 고통이 밀려든다. 스물네살 나에게 나는 다시 묻는다. "너는 왜 그리스로 가고 싶니?" 침묵. 마땅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그때 그냥 그리스를 꿈꿨을 뿐이다. 꿈은 막연할수록 더 절절하다. 막막해야 내 삶에 대한 모든 기대를 담을 수 있지 않던가. 먹먹해진 나를 오르트만은 다시 다독여준다. "그대가 원한 것이 그대의 운명이고, 그대의 운명은 그대가 원한 것이랍니다."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195p, 역자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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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입에 붙었던 이름처럼, 참 좋았던 짧은 소설입니다.

+ 제가 본 책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해설'이었어요, 무리하게 어려운 해석으로 쓰지도 않았고

그저 느낀대로 경험을 담아 진심으로 쓴 역자 후기가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그림은 '최규석' 만화가의 그림, 조만간 그의 만화도 구매할 예정입니다. 여러모로 마음에 든 책이었네요 :)

 

(이 작품이 우리나라 tv 베스트 극장에서도 나왔었나봐요, 음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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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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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인생이란 납득할 수 없는 한 편의 부조리극 <나의 삼촌 브루스리 - 천명관>

 

 

 

 

 After Reading

 

 

 

   '오리지널이 되고 싶었던 어느 짝퉁인생의 슬프고도 기적같은 일대기'

 

  좀처럼 맘대로 할 수 없는 삶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우상'이다. 과거에는 '존경하는 인물', 그리고 현재는 '멘토'로도 많은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그들은 연예인일 수도 있고, 자신의 꿈을 먼저 이룬 사람일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의 가족일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그들을 꿈꾸면서 의지하고 그리워한다. 그들은 가끔은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잠시뿐이라도 희망을 얻게 만드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바람 잘 날 없던 삶을 살았던 이 책의 주인공 '삼촌'의 경우엔, 그 유명한 이소룡이 우상이었다. 나는 이소룡이 영화 속에서 신나게 휘돌던 시대에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살지 않아서, 아직까지 불리우는 그의 이름을 들어서만 유명세를 실감했다. 많고 많은 액션배우들 중에 이소룡, 브루스 리가 왜 그렇게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었는지, 소설 속에서처럼 많은 남성들이 그에게 매혹되어서 짝퉁 '이소룡'이 되고 싶어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남들과는 무언가 다른 인성을 가진 배우, 아니 무도인이였나보다.

 

  지금까지 <고래>, <고령화가족> 그리고 이번 <나의 삼촌 브루스 리>까지 작가의 소설을 접했는데, 천명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팔자가 기구한 사람들이다. 어찌나 팔자가 사나운지 자칫하면 막장드라마의 우스운 꼴을 보일 수도 있겠다싶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어이없고, 말도 안되는 일도 부지기수. 그러나 그 이야기를 펼쳐내고 수많은 이야기의 갈래와 함께 펼쳐내는 그만의 힘이 있기에 우습기보다는, 왠지 더 처절한 느낌이 들어 감동스러운 마음이 들게 된다. 또 한가지, 그의 소설이 너무나 극적인 이야기 전개로 이어지는데도 화내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꿈과 바람'이다. 이루어지기까지는 고난이 한도 끝도 없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고 무너지고를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모습, 그것을 보는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왜 실패하고 무너지고를 반복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봐야하는가, 인생도 힘들어 죽겠는데' 하고 누군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말한다. "구원의 길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징하게도 계속해서 살아남는, 브루스 리가 되고 싶었던 '삼촌'의 모습을 다룬 이 소설을 보면서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책임졌던 노래 '민요'를 떠올렸다면 조금, 오바일까 - 어찌됐든 너무나 흥미진진한 한 판 이었다.

 

 

 

Underline 

 

 

 

  - 그날, 삼촌은 왜 그렇게 바삐 촬영현장에서 도망쳤을까? 그것은 그의 영혼을 단숨에 꿰뚫고 지나간 그 강렬한 빛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져서였을까? 아니면 그 빛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자신의 인생이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서였을까? 삼촌은 우연한 기회에 영화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선 우리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본의 아니게 걸치고 온 가죽재킷을 입고 자주 거울에 비춰보며 마치 꿈을 꾸듯 몽롱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곤 했을 뿐이었다. 이때 삼촌은 카메라 앞에서 그림처럼 멋진 공중회전을 선보였던 그 순간을 회상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눈동자를 스쳐갔던 원정의 고혹스런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을까? (1권, 78p)

 

 

  - 숲 한가운데 이소룡이 서 있었다. 그는 위통을 벗은 채 목인춘을 상대로 혼자 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안개에 휩싸여 더욱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손으로 나무를 칠 때마다 목탁을 칠 때처럼 경쾌한 소리가 났고 근육이 살아 있는 뱀처럼 눈앞에서 꿈틀거렸다. 삼촌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한동안 이소룡이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것은 필시 꿈이겠지? 삼촌은 자신의 팔뚝을 힘껏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것은 현실이란 말인가? 그런데 어떻게 죽은 이소룡이 여기에 나타날 수 있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삼촌은 이소룡의 손동작을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칼판장이 자신에게 가르쳐 준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1권, 208p)

 

 

  - 그들은 아마도 서울 변두리 어디쯤에 단칸셋방을 얻어 막막한 서울살이를 시작할 터이지만 그것이 이른 새벽, 무논에 들어갈 때보다 더 서늘하고 흙먼지 날리는 묵정밭을 맬 때보다 더 팍팍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속이 메슥거리는 매연 냄새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고 자기 집에 들어가도 남의 집에 온 듯 낯설어 몇 해도 가기 전에 오매불망, 꿈에 본 내 고향을 그리워하겠지만 한 번 등진 고향땅을 다시 밟기는 어려운 법, 아직 동도 트기 전 까마귀 시체가 널린 듯 연탄재로 온통 시커메진 골목길을 밟으며 고단한 일터로 나갈 때마다 자꾸만 발이 허방을 짚는 듯 불안하고 허전해 어쩌다 운 좋게 술이라도 한잔 얻어 걸치면 사는 게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은 기분에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그래도 믿을 거라곤 그저 늙어가는 몸뚱이 하나뿐, 낡은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체인이 끓어질 때까지 찌든 육신을 돌리도 또 돌려야 할 터였다. (1권, 243p)

 

 

  - 나는 경희가 우는 게 지독한 최루가스 때문인지 아니면 경찰에게 질질 끌려가던 순간의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느낀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운 것은 우리가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리라는 것을. 그래서 또 눈물이 나고 그 눈물이 마를 즈음에야 겨우 우리가 애초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경희의 어깨에 팔을 둘러 세게 끌어안았고 경희는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오래도록 울었다. (2권, 23p)

 

 

  - 삼촌의 머릿속엔 거대한 스크린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위에선 격렬한 액션 장면이 상영되고 있었다. 상대는 무시무시한 갈고리를 휘두르는 악당이었고 자신은 억울하게 죽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혈혈단신 적진에 뛰어든 주인공이었다. 커다란 덩치의 갈고리는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그는 거대한 갈고리를 휘둘러 바람을 갈랐고 들소처럼 대지를 흔들며 주인공을 몰아붙였지만 기실, 현실에서 그는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한낱 썩은 각목이나 휘둘러대는 마약중독자일 뿐이었다. (2권,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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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창비시선 292
고은 지음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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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허공 - 고은> 

 

 

 

 

After Reading

 

 

 

 

  "누구 때려죽이고 싶거든 때려죽여 살점 뜯어먹고 싶거든

 그 징그러운 미움 다하여 한자락 구름이다가 자취없어진 거기 허공 하나 둘 보게,

 (...) 거기 허공만한 데 어디 있을까보냐"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습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여러번 거론되고 있는 고은 시인의 시집이지요. 저도, 많은 사람들처럼 평소 시집을 꺼내들기보다는 재미를 찾아서 소설책을 많이 꺼내들지만, 가끔은 꺼내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역시 갈수록 인기를 덜해가는 '시집'을 읽어보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요. 시를 읽고 있으면, 사실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시는 그냥 느끼는 거라는데, '느껴지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아직 많이 못접해봐서 그런것 같아요) '그냥 이렇게 후루룩 읽어버려도 되나?' 아니면 허투로 읽는다는 걱정에서 입으로 읽어보기도 하고요. 아직도 '대단한 시'란 무엇인지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에 드는 시어가 있는 부분부분, 되새겨가면서, 좋다고 박수치고 한답니다.

 

  아무튼 그래서, 시를 읽고 쓰는 리뷰는 부담이 배로 듭니다. (물론 책 리뷰도 항상, 어렵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이 쓴 '시'를 읽고서 느낀 바를 말할 수 있는 제 표현력은 한계가 있어서 말이지요.. 특별한 주제로 묶은 시집이라면, 설명이라도 쓰지만 - 음, 어렵네요.

 

  고은 시인의 시 <허공>은 어느정도 낯이 익은 것 같습니다, 아마 어딘가에 여러번 수록되었거나 학교다닐때 보았던 것일까요. '허공' 이외의 시들에도, '허공'이라는 시어가 여럿 등장하는데, 고은이 바라보는 '허공'은 어떤 느낌일까요. 자유, 순수한, 초월적인, 한맺힌 울음을 받아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벗어던질 수 있는 공간일까요? '허공'이라는 단어는, 왠지 슬프고 음울한 느낌인데 왠지 시 속에서는 오묘한 느낌이 듭니다.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인 느낌이 혼재하는 단어랄까요, 지금으로선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 밖에 새로웠던 건 세계를 바라보는 고은의 시선이 담긴 소재들이 꽤 많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의 사회 뿐만 아니라, 전쟁, 종교,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고은 시인은 끊임없이 섬세하고 생생한 '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듯 보이고, 지난 생의 추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시가 역시 많습니다. 반세기를 시인의 삶을 산 사람이 보아온 남다른 풍경들.. 또한, 아름다운 시어가 있는 반면, 거친 시어들도 많네요.

 

  어쨌든 세상에 나온 수많은 시집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언젠가 보이겠지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그리고 주관적인 느낌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어요.

 

 

 

Underline

 

 

 

 

  - 저 봉천동 윗말 할머니 여생에는 / 식은 연탄재뿐인데 / 두만강 숫처녀가 갈보가 되는데 /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 허리에 폭탄 매고 달려가는데 / 서울역 지하도 노숙자가 / 신문지 덮고 뻐극뻐극 앓고 있는데 / 아 , 이 세상에 더이상 눈물이 없다 / 실컷 울고 난 / 푸른 하늘이 없다 / 그 많은 푸른 하늘의 신들 다 죽어버렸다 / 나에게 눈물이 없다 눈물의 피가 없다 / 이 캄캄 벼랑 어이 건너갈거나 (63p, 나에게 눈물이 없다)

 

 

  - 나의 치여 / 나의 타여 / 한마디 말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 한줄의 글 쪼아버리고 / 달걀 속 / 흰자위 노른자위의 첫날밤 / 그 순벙어리 / 그 고향 어디로 가버렸는가 / 왜 나는 지금 얼마짜리로 목을 매고 있는가 (96p, 울란바타르의 마음) * 몽골어로 '치'는 너, '타'는 당신을 뜻한다.

 

 

  - 국가는 섬세할 수 없단다 국가는 그냥 왈패란다 / 그럴수록 문학은 섬세해야 한단다 / 자네 문학이 / 행여나 / 떠밀리고 떠밀려 / 변방 읍내 호프집에 처박히게 될지라도 / 낙담 말게 / 더더욱 외따로 고개 저어 섬세하고 섬세할 노릇일세 / 장차 그 섬세함의 장관이라니 (120p, 후배에게)

 

  - 문맹률 75퍼센트의 그 시절 / 나는 덩달아 시인이 되어버렸습니다 / 가슴에 거멀못 박혀 / 내가 태어난 것이 내 뜻이 아니었듯이 / 꼼짝달싹 못하게 / 내가 시인으로 태어난 것이 / 오래된 내 뜻인 듯 / 여기저기서 구호물자 주는 저녁 예배당 종소리와 / 도벌 남벌 민둥산의 굽은 나무가 / 이따금 한 편의 시를 주면 달게 받아먹었습니다 / 전쟁 / 평화라는 낱말 / 부패 / 기아 / 천년 이어온 초가지붕들 / 이승만 독재의 부정선거 피아노표 올빼미표 / 그런 날들을 지나오며 극단과 극단의 일상이었습니다 / 이슥한 달빛에도 숨을 칼날들이 엇갈려 있었습니다 /

 

   문맹률 0퍼센트의 시절 / 지난날의 폐허에서 시작한 내 시의 엉터리는 / 벌써 50년이 되어갑니다 / 내 또래들 남북의 절반이 죽고 / 나는 술집 탁자 위에서 자다가 떨어졌습니다 / 어느날 밤 내 또래의 귀신들 몇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 너 시인이냐? / 나는 비겁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부인하였습니다 / 아니라고 / 아니라고 / 내가 진짜 시인이라면 / 세상의 한 모서리가 왜 이 지경이겠느냐고 / 아니라고 / 아니라고 (145p, 어떤 신세타령)

 

 

  - 시들이 / 그 이상의 시를 막는다 / 시들이 / 그 이후의 시를 막는다 / 시야 시야 파랑시야 / 시의 연혁 / 시의 패션 / 시의 권위 백년 가까스로 벗어나 / 그대의 시 벌벌 떨며 막 태어나 혼자이거라 (212p, 한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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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에 '허공'이라고 쳤더니, '생명은 소중합니다! 지금, 희망을 클릭하세요.' 문구와 함께

자살예방 상담코너가 뜬다............... 아, 놀랬네. 아닙니다 그런거 ㅠㅠㅠㅠㅠ 전 행복합니다아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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