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색 - 빛의 파편을 줍다
게리 반 하스 지음, 김유미 옮김 / 시드페이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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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파편을 주운 위대한 예술가 <피카소의 색 - 게리 반 하스>

 

 

 After Reading

 

 

  어렸을 때 '피카소'에 대해서 생각하면 '이상한 그림을 그린 예술가'라고만 생각했다. 조각나있는 형태의, 뭔지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은 나중에 '입체파'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피카소의 그림이 이런 '입체파' 말고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렇게 피카소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름을 들을 정도로 유명한 예술가였다. 친구들이랑, 이상한 그림을 그려놓으면 '피카소 같다'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하기도 했었던 기억도 난다.

 

 

 

(왼쪽부터, <삶 1903> <파이프를 든 소년 1905> <아비뇽의 처녀들 1907>)

 

  유명한 화가들의 생애는 그림이 변화한 시기에 따라서 각자의 이름이 붙여진다. 물론 사후에 붙여지는 것이겠지만 참 다양한 이름이 붙는데, 피카소의 경우에는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온통 파란 그림을 그리던 '청색시대(1901-)', 사랑하는 여인 '페르낭드 올리비에'를 만나면서 시작된 장밋빛 시대 (1904-), 그리고 깨진 듯 조각난 자신만의 화풍을 획득한 입체주의 시대(1908-) 로 구분되어 있다. 피카소의 생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그 그림들은 굉장히 큰 반전적 변화가 있음을 그림에서 알 수 있다.

 

  <피카소의 색>은 이렇듯 다양한 변화로 천재적인 그림을 만들게 된 '파블로 피카소'의 생애를 소설적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원래 이북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을 종이책으로 다시 출간하게 되었는데, 시기와 장소에 따른 피카소의 생애를 재밌게 담았다. 스페인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게 된 유년시절과, 파리,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 시대 '피카소라는 인물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사랑하는 여동생을 위해 끝까지 화가의 길을 걸었으며, 선배 화가들의 그림을 줄줄 꿰고 있고,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존심이 컸던 당당한 사람, 그리고 또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 그림을 그렸던 사람, 천재라는 수식어만큼 수많은 노력도 함께 했던 위대한 예술가..  

 

 

 

 

  책 속에는 시대와 장소, 사건이 끝나는 마지막 페이지에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그렇게 어떠한 사건과 연결되는 그림은 그 당시 피카소가 느꼈던 감정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표현된 그림은 마치 그 그림이 피카소의 분신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보이는 것처럼 그려내기보다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는 화가"라는 찬사는 그런 이유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닐지.

 

  연표와 따분한 글로만 봐왔던 피카소의 생애를 소설적으로 표현한 이 책은, 물론 재미 면에서는 좋았지만 간혹가다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약간의 픽션을 더해 더욱더 재미난 소설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또한 획기적으로 생각했던 QR 코드는, 읽다 보니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중간 중간 읽다가, 핸드폰을 들고 계속해서 QR 코드를 스캔하는 과정은 조금 따분하고 귀찮게 느껴졌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대신에 조금이라도 그림이 들어갔다면, 아니면 아예 없었다면 조금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의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지만,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보지 않을 한 화가의 생애를 이 한 권의 책으로 훑어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Underline

 

 

 

   - 파리는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성장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파블로는 미래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도전의 설렘과 두려움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이 도시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뚜렷하게 드러낼 장소가 될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 확신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해 파블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57p)

 

  - "두 작품 모두 전혀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감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죠. 형식이나 추상성을 배제한 역동적인 힘과 생명력 같은 게 느껴졌어요. 당신은 소재를 선택할 때 특별한 의미를 두고 선택하나요?" 파블로는 거트루드의 칭찬에 기분이 약간 좋아진 것 같았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저는 단지 제 흥미를 끄는 소재를 선택해서 그릴 뿐입니다. 저는 미술을 감성적인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숨겨진 의미가 있다면 그건 보는 사람의 해석에 달린 거죠." 레오 스타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당신은 이런 양식을 계속 사용할 생각인가요?" "저는 저 자신을 과학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을 발견할 때까지 끊임없이 탐구를 계속한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제가 과학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물을 분해해서 그것을 캔버스 위에 재구성한다는 것뿐이죠." (119p)

 

 

  - 그녀는 파블로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비애와 고뇌에 찬 모습이지만 미묘하게 시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페르낭드는 파블로의 화가로서의 심오한 영혼을 엿본 것 같아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 페르낭드는 카를로스의 그림을 들어 올려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림은 파블로가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림이었다. 파블로는 이 그림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47p)

 

 

  - "나는 내가 느낀 걸 그대로 그려요. 화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기록하는 사람이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된 존재이기도 하지만."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꼭 절망을 그려 넣을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들은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그림을 사고 싶어 하지 않나요?" 파블로는 단숨에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카를로스의 그림이 놓여있는 이젤 옆에 잔을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나는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사람들이 결정해 주기를 기다리지는 않아요.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거든." (148p)

 

 

  -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파블로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파블로는 늘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만 행동했다. 그때 파블로는 바닥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작은 쐐기 모양으로 부서진 작은 유리 조각이 바닥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깨진 유리 파편에 비친 일그러진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바로 이거야! 타불라 라사!" (192p)

 

 

Add...

 

 

소설은 '아비뇽의 여인들'을 전시회에 발표하는 시점에서 끝나게 됩니다.

중간 중간 유명한 화가들도 등장하네요, 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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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인문학 -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진실한 대답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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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꿈 사이에서, 삶의 지도를 찾아라 <청춘인문학 - 정지우>

 

 

After Reading

 

 

 

 

   청춘을 말하는 책, 수도 없이 만나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들 중에서 가장 솔직하고 확실한 해답을 준다. 어렵고 난해한 말로 지식을 주려고도 하지 않고, 되려 감성적인 위로를 주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청춘에 대한 책들을 보면서, 현실적인 책과 이상적인 책 딱 그 중간의 책을 바라왔다면 바로 이 책이 제격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

 

  가장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청춘에 대한 이미지 정의다. '청춘'은 언젠가부터 너무나 힘들고 고달픈 이미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정말 고달프고 아픈 청춘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버리고 있는 시간 또한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드라마, 영화나 게임, sns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청춘들, 깊이없는 시간때우기로 보내고 난 뒤에 오는 공허감과 갑작스러운 걱정들, 그 걱정들에 순식간에 사로잡히는 청춘은 자신의 과거는 뒤로 한 채, '아픈 청춘'이라고만 느낀다. 또한 타인들로 인해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자기'는 더이상 순수한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사회가 바라는 것, 남들이 바라는 것을 따르는 우리들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청춘, 현대인들이 '삶의 우위'를 가지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것은 모든 보이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고 진정한 나 자신의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현실 속의 장애물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한계점을 만들어 포기하는 적이 많다. 삶의 극적인 변화를 바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바람을 접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 현실을 무조건 포기하는 것만이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리잡힌 '의식'이라는 것이다. 조금씩 자신의 관심을 넓혀나가는 것, '허세'로만 치부되는 삶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해보는 것, 기존의 삶을 조금씩 거부해가면서 여러 관계와 장소에서 배워가는 것. 그것들을 주체적으로 실행할 때, 우리의 삶의 복권이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책 속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삶을 자기 안에서 지켜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결정할 때, 타자의 눈을 의식하고 있는데,  취업, 학교, 결혼, 패션, 많은 것에 있어서 그렇다. 물론 사회 속에서 '타자'와의 공존은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가 우선이지, '타자' 쪽으로 더 기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나 또한 청춘이라 불리는 시기를 걸어가고 있고,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쯤 이 책을 읽었다. 좋아할지도 모르는 것과 확실히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고, 조금 느릴지 몰라도 후자를 선택했다. 현실에 어느정도 맞추었고, 조금은 힘들지만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꿈을 찾아나가고 있는 현재. 이 책을 보고 '나'의 진정한 바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고 보다 더욱더 자율적으로 많은 것을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가끔은 위로가 되는 에세이도 좋지만, 냉철하게 진지하게 삶을 고민할 수 있게 만드는 이런 책도 나와 같은 청춘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Underline

 

 

 

 

   - 우리가 어디에 정말 '만족'할 수 잇고,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탐색하는 일이 반드시 직업적 목표를 찾는 일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자기의 '행복'이나 '만족'에 대해 아는 일은 자기 삶에서 단순히 지루함과 쾌락의 반복이 아닌, 어떻게 자기가 자신만의 주체적인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오히려 '진정한 취미'의 문제에 가깝다. (35p)

 

 

  - 그 가운데 대학 역시 돛대 잃은 배처럼 이 사회를 떠다니기 시작했다. 대학은 더 이상 저항의 상징, 모든 게 비록 상업화되고 속물화되어도 끝까지 '지성을 중심'에 두고, 지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버티고 서서 시대의 정신을 이끌어가는 상징성을 잃어버렸다. 대학 스스로도 앞서서 경영화, 상업화, 업적화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청춘이 학생일 수밖에 없고 학교 안에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과거처럼 학교와 일체된 청춘을 누리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72p)

 

 

  - 현실이 사라진 세상에서 끊임없이 현실을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 때만 누릴 뿐 다음 순간이면 사라지는 '가상의 현실감'만이 남은 시대의 인간이 현대인이다. 경제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몰락과 성장을 반복하며, 아무리 투표를 열심히 해서 정권을 바꾸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점점 정치와 경제, 사회라는 보다 큰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대신 방 안에서 컴퓨터를 통해 접하는 가상의 네트워크 세계만을 접하게 된다. 현실에 대한 요구는 때때로 월드컵 응원이나 촛불 시위 같은 형태로 터져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109p)

 

 

  - '삶'은 수치화하고 가시화할 수 있는 것을 즉각적으로 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구축해가는 것이고, 보거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만의 삶의 견지에서 인생을 산 사람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 그 자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자체에 자아 정체성을 모두 투여해서 여행하는 삶을 산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현실의 논리에 따라 가이드 일을 하거나, 그 때 그 때 나라에서 요리사로 일하거나, 책을 쓰고 번역을 하는 식으로 필요한 일들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현실적 일은 정확히 '삶'과 연관 속에서만 이루어졌다. 이것은 삶이 현실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경우로 그리 많지 않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인생을 살아야 하거나 그렇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삶이 중시되어 삶의 견지에서 직업까지 선택하고 온전히 살아낸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164p)

 

 

  - 현재는 더 이상 다만 지나가는 시간이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비록 현실적인 요건들에 붙잡혀 있다고 하더라도, 의식만큼은 현재에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깨어있음'의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끊임없이 현재에 깨어있으려는 시도는 미래의 환영을 벗겨내고, 점차로 우리가 되찾아야할 시간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만든다. 계속해서 꿈꾸고, 계속해서 깨어있는 일은 점점 우리가 속해있는 현실과는 별개로 우리가 진정 살아야 할 삶을 무엇인지 느끼도록 종용한다. (178p)

 

 

Add...

 

 

 

 

글자 크기도 비교적 크고, 책도 너무 두껍지 않고,

딱딱 정리된 내용에 확실한 해답을 찾기 위한 마음가짐을 주는.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왠지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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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여행하다 - 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전연재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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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집을 여행하다 - 전연재>

 

 

 

 

After Reading

 

 

 

   집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고유한 느낌과 향기를 갖고 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습관, 취미, 분위기가 집 안에서 배어 나온다. 그래서 항상, 남의 집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다. 다른 사람의 공간을 조심스레 발 디디는 설렘도 있고 나와는 다른 무언가를 관찰하고.. 집 곳곳에 간직해온 추억들, 이를테면 사진 같은 것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만약 누군가가 여행을 하게 된다면, 여행 중에 이런 경험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을 계획하게 될 땐 보통 숙소부터 생각하지만, 사람냄새나는 집에 머물기보다는 잠시 묵다가는 숙소를 찾기 마련이다. 무언가에 방해받고 싶지 않거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워일까,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집을 여행하기'란 생각보다 낯선 것일지도 모른다. 생판 모르는 사람 집에 묵고 그 집의 모든 것을 느끼고 마음 놓고 지내는 일, 그 일은 요즘 시대에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특별하고 낯선 여행의 기록인 이 책은 무엇보다 낭만적이고,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여성 건축가인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 집에 머물고, 그 사람과 정을 나누며 여행한다. 모두가 아는 관광지를 찍으러 뛰어다니는 것은 이미 예전에 질렸다는, 이 부러운 여자는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가 만들어주는 뜻밖의 상황과 공간 속을 여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책 속에는 그녀가 머물렀던 각각의 매력적인 '집'들이 등장한다. 집 안에 절대 문을 찾아볼 수 없는 집, 시원하게 트이는 공간감의 로프트로 개조한 집, 하우스보트, 오두막, 가족들의 침대가 모두 한 방에 있는 집... 그 집들은 모두 개성 있고 편안하다.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통해서 비로소 집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집 주인이 있기에 그 집은 두 배 더 특별해진다. 저자는 이처럼 집과 사람을 만나고, 마음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행을 했다.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식탁'에서 풍성하게 차려진 식사도 많이 대접받았다. 처음 만난 그들이지만 저자의 글을 통해서 그들이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깊은 마음을 나눴는지 상상이 간다.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축복일까? 그녀가 본 것들은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집'이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도 즐겁고 편안해 보인다. 그녀가 만난 집과 사람, 모두가 특별하지만, 아마도 저자는 생각보다 더욱더 특별한 사람일지 모르겠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아주아주 다정한 사람. 그런 모습이 글속에 묻어 나오는 것 같아서 참 좋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 그 '집'을 읽는 것, 결국 책 표지에 새겨진 문구처럼 누군가의 '삶'을 읽는 것이 틀림없다. 삶을 읽는 여행, 내밀한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여행, 그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Underline

 

 

   - 산의 중턱에는 방 한 칸, 부엌 한 칸이 전부인 데이비드 친구 제니의 작은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년 전 땅을 사서지었다는 이 오두막은, 도로도 나지 않은 곳이라 큰 자재들은 헬리콥터로,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직접 손으로 옮겨야 했다고 한다. 오두막은 아름다웠다. 자연 외에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고, 집 앞에 펼쳐진 바다와 들판은 드넓었다. 곳곳에는 직접 깎아 만든 나무 의자며, 조개 장식들이 추억과 함께 머물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말을 잃고 그저 햇살을 느끼고, 바람에 귀 기울인다. (116p)

 

 

  - 어린 시절 우리를 가장 기쁘게 하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중 하나는 주변의 하늘을, 구름을, 산을, 꽃을, 엄마와 아빠를, 고양이를 그릴 때였을 것이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내 손과 생각을 통해 그림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다시 다른 이에게 내보일 때 우리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두 눈은 기쁨으로 빛났으리라. 우리 모두는 태생적으로 일상의 예술가이자 몽상가다. 사회의 관념으로 억압되어 있던 그 재능은 눈치 볼 것 없는 자기만의 방에서 비로소 자유롭게 드러난다. (167p)

 

 

  - 여행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는 법이다. 진리는 하나뿐이라고 배우는 좁은 사회에 갇혀 살다 길을 나서면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갖기도 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갈 힘을 얻기도 한다. 길에서 배운 또 하나의 사실은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다 싫다라는 선택이 있을 뿐이며, 진리라는 것이 반드시 단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깨달음은 나의 잣대로 쉽사리 타인을 판단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 역시 분명 그만의 진실을 향해 온 마음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일 테니까. (175p)

 

 

  - 거리를 식당으로 삼을 줄 아는 이들의 집은 무한히 크다. 그들의 집은 온 세상이다. 지금 당신이 머물고 있는 집이 좁다면, 그래서 마음이 갑갑하다면 당장 밖으로 뛰쳐나와라. 테라스로, 거리로, 타인의 식탁으로, 그도 성이 차지 않으면 머나먼 타국으로! 밖으로 나와 거리의 사람과 대화하고, 낯선 풍경과 만나며, 그렇게 자신의 집을 무한히 넓혀나가길. (198p)

 

 

  - 자연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홀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의 감각은 동물의 그것마냥 예민해진다. 나는 시칠리아의 섬에서 지내는 동안 그곳 사람들이 날씨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지를 지켜보았고, 외딴 시골이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모든 감각을 깨운 채로 살고 있음을 체감했다. 그것은 도시에 사는 우리가 오래전에 잃은 예리한 감각들이다. 온도, 바람, 냄새 등에 예민하다는 것은 생생히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날이 선 감각은 세상의 사물과 현상에 대해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은 것을 흡수하게 만든다. 이는 도시인들이 회복해야 할 감성이기도 했다. (241p)

 

 

Add...

 

 

 

사실 처음에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본 집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을 줄 알고선,

책이 생각보다 싱거운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느 여행에세이와 다를 것 없다는 느낌?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남다른 여행 목적을 느끼게 되면서, 그 느낌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글도 생각보다 참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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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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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경계에 대하여, 색다른 스릴러를 만나다 <영혼의 심판 - 도나토 카리시> 

 

 

 After Reading

 

 

 

 

   "이 이야기는 잊을 수 없는 두 번의 만남 속에서 탄생되었다."

 

 그 두 번의 만남은 첫 번째, 바티칸의 내사원과 사면관, 사제 프로파일러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 한 사제와의 만남. 그리고 두 번째는 카멜레온 연쇄살인범(신원을 빼앗아 범죄를 저지르는)이라고 불리는 N.N이라는 범죄자와의 조우였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범죄학자로 유명했던 작가 '도나토 카리시'는 이러한 두 가지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 <영혼의 심판>을 써냈다.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을 자주 읽는 독자라면 그의 전작인 <속삭이는 자>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전작도 이번 <영혼의 심판>과 마찬가지로 많은 범죄 사건에서 경찰에 분석과 자문을 제공하던 범죄학자로서 지니던 기본 지식과, 새롭게 접하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써내어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수상 경력도 굉장히 많은데다가, 출간되기도 전에 20여 개 국가에서 판권을 사갔다고 한다) 이번 작품도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의 전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을 덮는 순간 바로,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미제 사건을 중심으로 세 주인공의 시점을 반복해서 진행된다. 작가가 실제 사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바티칸의 사면관, 그 허구의 인물인 '마르쿠스', 그리고 르포 사진기자였던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산드라', 그리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뒤쫓는 누군지 모를 '추격자'.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시선을 제외하고, 산드라와 마르쿠스의 시점에서 등장하는 배경과 사건들이 교묘하게 얽히면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범죄사건의 비밀이 하나하나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의 한 줄에서 그 세 개의 이야기가 만나게 되는 순간, 여태껏 가려져 있던 비밀이 풀리며 소름이 쫙 흐른다. 수도 없이 미스터리 소설의 반전을 접해본 독자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독자인 나에게는 굉장히 강렬한 반전이었다.

 

  바티칸의 사제와 그 장소에서 나오는 신비스러움과, 가끔씩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추격자'는 이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높여주는 소재였다.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범죄사건을 등장시키고 비밀을 알려주는 작가의 솜씨가 굉장히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작가는 또한 소설 속 우연히 행하게 되는 누군가의 '선택'과 소설의 제목인 '영혼의 심판'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생각의 여지를 준다. 자신의 동생을 죽인 '연쇄살인범'에게 복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악'의 그 자체였던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관점, 그리고 고해성사를 통해 얻은 바티칸의 어마어마한 범죄에 대한 정보와 그것을 이용하는 '사면관'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소설을 읽고 나서 판단해볼 수 있었던 이러한 문제들은 왜 소설 속에서 그렇게 '빛과 어둠'이란 단어가 등장했는지 비로소 알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의 스릴러라고 하면 조금은 낯설지만, <영혼의 심판>이라는 색다른 작품을 통해 내 머릿속에는 작가의 이름이 강렬하게 새겨진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탄탄하고 치밀한 전개와 계속되는 긴장감과 색다른 소재, 그리고 무거운 메시지까지. 아마도 이 작품은 스릴러를 엄청 좋아하는 독자도, 좋아하지 않은 독자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만 같다.

 

 

 Underline

 

 

 

 

   - 사실, 궁극적으로 그들이 찾고 있는 건 이상 징후였다. 정상적인 골조에 생긴 대수롭지 않은 균열 같은 것. 일반적인 경찰 수사가 따르고 있는 논리 전개를 가로막는 사소한 장애물 같은 것. 그렇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결함 속에 종종 무언가 다른 게 숨겨져 있기도 하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전혀 다른 차원의 진실로 들어가는 통로 같은 것. 그들의 일은 바로 그 이상 징후가 만들어놓은 통로에서부터 시작된다. (1권, 28p)

 

 

  - 먹잇감은 그에게 철저한 규칙과 자기희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다. 놈은 철저하게 환경에 적응해나갔다. 제아무리 불리한 조건 속에 있다 해도, 마치 빛도 닿지 않고, 인간이라면 추위와 압력으로 인해 도달하기도 전에 죽어버릴 심해의 맨 밑바닥에 기거하는 생물과도 같았다. 그곳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존재 그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었다. 추격자가 쫓는 먹잇감이 바로 그랬다. 어떤 측면에서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궁극적으로 먹잇감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1권, 103p)

 

 

  - 우리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일들을 '단순한 우연'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다고. 그런데 정반대로, 우리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우연도 있다. 이런 경우를 '징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이 징조라는 것을 우주, 아니면 저 높은 곳에 있는 절대자가 우리를 유일한 수신자로 간택한 뒤 보내주는 신호라고 여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런 징조는 우리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는 것이다. (1권, 260p)

 

 

  - 이 세상에는 빛의 세계가 어둠의 세계와 만나는 접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바로 모든 일이 비롯됩니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어둠의 세계에서 튀어나오는 일들 말입니다. 우린 그 경계선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간혹 그 경계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존재들을 다시 어둠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일을 합니다. (2권, 33p)

 

 

  - "또 다른 어떤 인간이 죽어가고 있다는 게 정말 반갑고 기뻤다는 겁니다. 사람이 죽어간다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인간이 한 짓은 끔찍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남의 죽음을 즐기게 만들었으니까요. 자신처럼 말입니다. 남의 죽음 앞에서 기뻐할 수 있는 건 괴물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속으로 저 자신에게 이렇게 주문을 걸었습니다. 저 인간이 죽어버리면 또 다른 피해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만 되면 다른 무고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느껴버린 쾌감, 누가 우리를 거기서 빼내줄 겁니까?" (2권, 144p)

 

 Add...

 

 

 

 

작가의 전작인 <속삭이는 자>는 이탈리아 스릴러의 대표 문학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네요.

영혼의 심판을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그 전작은 또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지 !_!

위시리스트에 쏙 넣어놔야겠어요.

 

p.s 작가님 왠지 스릴러+액션 영화에 주인공 할 것 같은 비주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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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뇌 - 우리의 자유의지를 배반하는 쾌감회로의 진실
데이비드 J. 린든 지음, 김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즐거움과 쾌감을 조종하는 신기한 뇌 <고삐 풀린 뇌 - 데이비드 J 린든>

 

 

 

 After Reading

 

 

 

   "우리의 삶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통제 불가능하다면? 모두 뇌 속 쾌감회로 때문이다!"

 

   '쾌락'이나 '쾌감'과 같은 단어는 부정적으로 사용되기 마련이지만, 쾌감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동기가 되며 수많은 행동들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다. 쾌감은 금지된 행동에서만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하게 되는 쇼핑, 운동, 음식, 춤 같은 긍정적인 취미도 포함되며, 마약과 담배, 육체적 쾌락, 도박 등도 역시 포함된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가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자유의지에 벗어나 뇌를 통한 신호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근거 하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에 따르면 뇌에는 '쾌감 회로'가 존재하며 그것이 우리의 본성을 끌어내고, 또한 '중독'의 길로 인도할수도 있다고 말한다. 놀라운 점은 이 쾌감 회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쾌감은 흔히 말하는 악한 행동 (마약 등) 뿐만 아니라, 러너스 하이 (운동의 한계점에서 맛보게 되는 쾌감)와 자선활동으로 인해서도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쾌감 회로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즐거움'을 많은 실험과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같은 양의 마약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통해 그 도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또는 '사람들이 어떨 때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되는지에 대하여' 그리고 '통증도 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등, 6가지 중심 주제를 통하여 책 속에서 쾌감 회로를 통한 사람들의 반응을 설명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 몸을 즐거움 속으로 조종할 수 있는 '쾌감 회로'를, 반대로 우리가 조종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전망하고 있다. 나노로봇을 이용한 뇌의 침투라던지, 쾌감 회로의 뇌 영상을 통한 아동성애자의 구분, 즐거움이 아니라 혐오 반응을 일으켜 절제를 하게 만드는 약물 등의 활용방안을 탐구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한 활용에는 윤리적인 문제나 실현 가능성의 문제가 물론 있지만, '쾌감 회로'를 응용하여 약물 등을 개발할 수 있는 등 다분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처음 보기에도 어려운 신경과학에 관련된 책이지만, 귀여운 분위기의 제목과 표지에 잠깐 기대했었던 나는 책을 펼친 후 여러 번 등장하는 어려운 과학 용어에 역시 굴복하고 말았다. 역시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과학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라.. ) 그러나 신경과학에 관련된 내용으로서 그러한 과학적 설명은 안 하고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적인 정보를 완벽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대신 평소에 접하지 못 했던 '쾌감 회로'라는 신기한 뇌의 영역과, 쾌감을 일으키는 여러 행동들을 탐구해보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에 독서의 의의를 두기로 한다.

 

 

 Underline

 

 

 

  - 사회는 인간의 즐거운 활동을 엄격히 규제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음식, 섹스, 마약, 도박에 탐닉하는 것을 경고한다. 오늘날에는 뇌 스캐너를 통해 인간의 쾌감회로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이 회로는 오르가슴, 단 음식과 기름진 음식, 금전적 보상, 향정신성 약물 같은 '악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선하다고 여기는 많은 행동들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자발적 운동, 여러 가지 명상이나 기도, 사회적 안정, 심지어 자선 기부조차도 모두 인간의 쾌감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신경계에서 선과 악은 하나이며, 우리가 어떤 경로를 취하든지 간에 쾌감은 우리의 나침반이다. (38p)

 

 

  - 우리가 중독을 질병이라고 말하면, 중독자들에게 반사회적인 행동과 선택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게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다.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모델에 따르면 중독의 발병은 중독자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중독에서 회복하는 것은 중독자의 책임이다. 우리는 심장병 환자에게 발병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면 건강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치료제 복용을 통해 병에서 회복하는 것은 환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중독이 병이라는 믿음은 중독자에게 회복과 그에 필요한 모든 노력과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회복은 무임승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87p)

 

 

  - 쾌감의 먼 미래를 상상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마 쾌감에 관련된 과학기술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사회적, 법률적, 재정적 제도일 것이다. 누구나 저렴하고 편리한 비침습성 장치로 자신의 쾌감 회로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남용하고, 상업화하고, 규제할까? 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중독이었다면 미래의 중독은 불경한 혼란일 것이다. (244p)

 

 

  - 결국 쾌감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는 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 만일 쾌감이 도처에 존재한다면, 쾌감과 추상적 관념을 연합하는 인간의 '거대 능력'은 어떻게 될까? 소음의 홍수에 쓸려가버릴까? 만일 쾌감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면, 인간 특유의 목표들은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쾌감이 도처에 존재한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게 될까? (245p)

 

 

 Add...

 

 

 

사람의 뇌는 참 신비스러운 것 같아요... @_@

그리고 참 과학은 끝도 없는 미스터리,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과목이 과학입니다 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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