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4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구자언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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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여운을 주는 글들 <킬리만자로의 눈 -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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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의 거대한 휴화산, 킬리만자로. 생각보다 너무나 짦은 <킬리만자로의 눈> 소설 속에선 '킬리만자로'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진 않지만, 차가운 느낌의 흰 산이 이 글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아직 잘 모르겠다, 헤밍웨이가 왜 '킬리만자로'를 선택한 것이며, 책의 앞뒤에 죽은 표범과 하이에나의 울음소리를 등장시켰는지.

 

  <킬리만자로의 눈>은 단편집이다. 같은 제목을 가진 단편 소설, 그리고 4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들은 헤밍웨이의 담백하고 꾸밈없는 문체를 담아내고 있다. 짧디 짧은 이야기들 중 마음의 들었던 두 단편, <두 심장을 지닌 큰 강>에서는 오직 낚시와 야영을 하는 주인공의 행동을 묘사한다. 작가는 이야기 속 장면에 어떠한 이유나 구구절절 무언가를 붙이지 않고, 그저 주인공의 행동을 지켜본다. <깨끗하고 환한 곳>에서는 깨끗하고 환한 카페에서 웨이터들이 귀가 들리지 않는 노인에게 술을 대접하며 하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그나마 소설의 메시지가 다른 단편들보다 조금 더 드러나 있다. 모든 것은 '무(無)'이지만 그저 견디어 살아가라는 것, 안쓰러운 노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카페의 웨이터는 중얼거린다.

 

  전체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딱 묶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죽음'과 '아픔'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는 다가오는 '죽음'의 이미지를 자세히 그리고 있다. 평생 글을 쓰는 꿈을 안고 살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주인공. 그러나 그 죽음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허무한 주인공의 모습. 소설의 첫 머리에 죽어있던 표범의 이미지와 주인공의 죽음은 킬리만자로의 시린 이미지 속에 겹쳐지게 된다.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고 있게 될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죽음 앞에서 그저 허무하게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기분이 어땠을까? 다리의 끔찍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반가웠을까, 아니면 못 이룬 꿈에 대해 아쉬움이 들었을까. 안타까운 상황 설정과, 소설의 끝의 하이에나의 울음소리가 마음속에 깊이 남아 여운을 준다.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장황하거나 화려한 수식어는 없지만, 짧은 소설 속에서 생각보다 무거운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게 헤밍웨이가 사랑받은 이유였을까? 그의 글들을 더 많이 접해보고 싶다.

 

 

Underline

 

 

 

 

  - 그는 무너진 사람들을 경멸해 왔다. 그런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해서 꼭 좋아할 필요는 없었다. 신경 쓰지 않으면, 어떤 것도 그를 다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뭐든지 부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좋아. 이제 그는 죽음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가 늘 두려워했던 것은 통증이었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통증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통증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그를 지치게 했고, 뭔가 끔찍할 정도로 아프게 하는 뭔가가 있었고, 통증이 그를 부순다고 막 느껴질 때, 통증이 멎었다. (48p)

 

 

  - 바로 그때, 죽음이 다가와서 야전침대 발치에 머리를 올려놓았다. 그는 죽음의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이 항상 커다란 낫을 든 해골과 같은 모습으로 찾아 온다고는 생각하지 마." 그는 여자에게 말했다. "자전거를 탄 두 명의 경찰관일 수도 있고, 새가 될 수도 있어. 아니면 하이에나처럼 둥근 코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제 죽음은 그의 몸 위로 올라왔지만, 아무런 형체도 지니지 않았다. 공간만 차지할 뿐이었다. (51p)

 

 

  - 얼굴에 검은 천을 두른 소년을 제외하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훈장을 달고 있었다. 소년은 훈장을 받을 정도로 전방에 오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되려는, 무척 창백한 얼굴을 지닌 키가 큰 소년은 이탈리아 돌격대 아르디티에서 소위로 있었고, 우리가 하나씩만 가지고 있는 훈장을 모두 세 개 지나고 있었다. 그는 죽음과 함께 아주 오랫동안 지내서, 약간 죽음을 초월한 것 같았다. 우리도 다들 약간씩 죽음을 초월해 있었고, 매일 오후 병원에서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 마을의 험한 곳을 지나서 코바로 걸어갈 때, 와인 가게에서는 빛과 노래가 흘러나왔다. 때때로 남자와 여자들이 보도 위를 붐빌 때면, 우리는 도로로 들어서야 했고, 지나가기 위해서 그들을 거칠게 밀쳐야 했다. 우리를 싫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함께하는 느낌이 들었다. (127p)

 

 

  - 그가 무서운 것은 뭘까? 두려움이나 공포는 아니었지. 그가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것은 바로 무(無)였다. 모든 것이 무였고 인간도 역시 무였다. 무밖에 없었기 때문에 불빛이 필요했고, 어느 정도 깨끗하고 질서가 잡힌 곳이 필요했다. 무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 안에 계신 우리의 무여, 당신의 이름은 무가 되오며, 왕국도 무이며, 무에서 당신의 뜻이 무가 되듯이 무 안에서도 그렇게 되도록 해주옵시고, 우리에게 일용할 무를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 자신의 무를 없애듯이 우리의 무를 없애주시고, 우리를 무 안에 빠뜨리지 마시고, 다만 우리를 무에서 구하소서. 그러니 무여, 무로 가득한 무를 찬양하라. 무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 것이니, 그는 빙긋이 미소를 짓더니 술집 카운터 앞에 섰다. 반짝이는 커피 머신에서 증기가 나오고 있었다.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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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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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류의 탄생, 또다시 무한한 상상이 펼쳐진다

<제3인류 1,2 -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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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당신이 이 소설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의 오늘이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요. 옛날에 사람들은 '곧 얼굴을 보고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하고 말하면 코웃음을 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화상 통화'는 물론이고, 더욱더 빠르게 발전하고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요.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 그리고 10년 뒤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하여 우리는 새로운 상상을 하면서 또다시 코웃음 칩니다. "에이, 10년 안에 이게 가능하다고?" 그런데, 정말로 그것들이 10년 안에 실현될 수 있다면요?

 

  베르베르의 소설들은 이렇게 우리가 가끔씩 해보곤 하는 조그만 상상들을, 마치 10년 후에 정말 일어날 것만 같게끔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상상이지만 그의 소설 속에서는 너무나 완벽하게 이루어져서 통쾌합니다. 이번 신작 <제3인류>는 작가가 '10년 뒤'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해나가는데... '10년 뒤의 오늘'이라니! 작가의 '근.자.감'인가요? 실현이 되거나 안되거나, 그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 한 마디를 통해서 더욱더 몰입하면서 책을 펼쳐나가기 시작하니까요.

 

 <제3인류>는 '샤를 웰즈'라는 고생물학자 (베르베르 소설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 '에드몽 웰즈'의 증손자)가 팀원들과 함께 미지의 인류인 '호모 기간티스'를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얼음 속에 갇혀 있는 거인들, 그들은 17미터가 넘는 키에 전파를 이용하여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거인들입니다. 이들이 '제1인류'라고 할 수 있지요. 한편 그 '웰즈'의 아들인 '다비드'는 진화에 관한 프로젝트 경연 대회에서 '소형 인간의 생존력'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게 되면서 그 사례와 생존력의 근거를 찾아내기 위해 '피그미'족을 만나러 떠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오로르'는 '아마존 여성 부족'들에 대한 체험과 연구를 통해서 지구에 닥칠 환경, 재해 등의 위험에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그들은 이후 겪게 되는 재난과 위험에 대처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연구의 표본'이자 강한 생존력의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과 친밀감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얻은 유전자로, 강력한 생존 유전자를 지닌 '제3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한 실험에 돌입하게 됩니다. 프랑스의 국가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아 연구소 안에서 비밀스러운 실험이 거행되지요. 그렇게 탄생된 '제3인류', 에마슈. 그들은 알에서 태어나며 여성이 대부분이며, 키가 17센티밖에 되지 않는 소형인간입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이번 신작에 유독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처럼 느껴지는, 살아있는 지구의 생각들이 글로서 표현되면서 소설 속 사건의 진행에 많은 관여를 하게 되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그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많은 부분 (우주나비2호, 전생체험, 신의 등장, 사회의 구성 등)들이 두 번째,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계속해서 보이는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인용>... 그리고 신화 이야기와 뜨문뜨문 등장하는 세계 뉴스, 주인공 다비드의 전생으로 여행하는 부분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약간의 함정입니다. 그러나 전작들과 비슷한 전개 방식으로 이끌어나가는 이야기는 친밀감도 주는 동시에 역시 재밌게 느껴집니다. 역시 사회와 환경에 대한 비판은 빠지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에마슈(소형인간)'에게 종교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는 장면에서는 약간 오싹할 정도로요.


 중요한 것은 이제 1부의 끝이라는 사실 (2부에 해당하는 3권이 곧 출간 예정이라 한다.)! '제3인류'인 에마슈가 '제2인류'의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한 지금, 두 인류가 충돌하여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될지, 아니면 두 인류가 순탄하게 살아가며 세상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베르베르 작가는 후반부를 휘어잡는 능력이 대단하니 마지막 권을 기대해보아도 될 것 같아요.

 

 

 

Underline

 

 

 

  - 나는 확신한다. 나는 빙저호에서 거인들의 유골을 발견했다. 우리는 언젠가 그 거인들과 비슷해질 것이다. 키는 17미터, 몸무게는 7백 킬로그램에 달할 것이고, 천 년을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호모 기간티스들이 그랬던 것처럼 뇌파를 이용해 통신을 하게 될 것이다. 이건 하나의 직관이다. 할아버지의 견해를 뒤엎는 나의 직관이다. 어쨌거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과거의 인간과 미래의 인간 사이에 있는 과도기의 종이다. 미래의 인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한다. (1권, 99p)

 

 

  - "우리 행성의 역사를 그 탄생부터 죽 살펴보면 여기에는 어떠한 논리도 필연적인 귀결도 없습니다. 자연에는 그저 종의 다양성이라는 원리가 지배하고 있을 뿐이에요. 왜 알록달록한 나비들의 종류가 그토록 많은 걸까요? 왜 어떤 동물들은 아침에 생겨났다가 저녁에 죽는 걸까요? 왜 생물의 형태와 행동과 생존 방식이 그토록 다양한 것일까요? 생명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진화의 방향은 그저 ...... 유머일지도 모르지. 혹시 우리는 거대한 농담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닐까? "(1권, 298p)

 

 

  - "우리가 꼭 성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냐. 우리의 의무는 시도하는 거야. 그냥 시도하는 거라고." "하지만 전쟁이......" "설령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진다 해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고 너 자신을 탓할 수는 없어. 그건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냐. 우리는 그저 작은 ......" "개미들이나 다름없다고?" "이를테면 그렇지. 아무튼 만약 느닷없이 커다란 신발이 하늘에서 나타나 우리를 박살내려고 한다 해도, 그건 우리 책임이 아냐. 그런 상황에 맞서 무언가를 해보려 한다는 것은 비록 사태의 흐름을 조금 바꿔 보려는 몸짓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자체가 이미 매우 오만한 행동이야. 사마귀가 앞다리를 들고 수레를 멈추려 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 (2권, 39p)

 

 

  - 그때 번데기에서 우화한 나비 한 마리가 공기를 소리 없이 저으며 그들 곁으로 지나간다. 오로르는 집게손가락을 내민다. 나비는 주황색과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긴 날개를 천천히 접으며 손가락에 자연스럽게 내려앉는다. 다비드가 말을 잇는다. "번데기에서 나비로 탈바꿈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 종이 품어야 할 새로운 야망일 수도 있어." 나비는 무덤 근처의 나무에 핀 꽃을 향해 날아간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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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한 베르베르,

갑자기 뜬금없이 한국에 대한 칭찬이 나와서 흠칫..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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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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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플루토크라트 -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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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두 블록으로 갈라지고 있다, 플루토노미와 그 나머지로"

 

   제목에 붙여진 부제가 오싹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상위 1%가 주가 된 세상,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어찌할 바 없이 살아가는 나머지 사람들. 부의 삼각형은 언제까지나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플루토크라트>는 언론인이자 산업 전문가인 저자가 상위층이라 불리는 부자들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양하고 정확한 통계,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제목인 '플루토크라트'는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말한다. 옛날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여겼던 '계급'은 현대에도 보이지 않게 조용히 존재하고 있다. 그중 가장 높은 층에 서있는 '플루토크라트'들이 세상의 '나머지'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하고 있는가? 경제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그들은 역시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여겨진다. 전용 비행기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놀이방을 갖춘 개인용 제트기에, 잠수함이 딸린 요트까지 상상초월이다. 이전의 도금시대 (Gilded Age : 신흥 갑부들이 금빛 찬란한 삶을 영위하는 동안, 그들 밑에서 민중들은 신산한 삶을 살아가던 당대의 사회상 - 책 속에서 발췌)는 지나고 새로운 세상이 올 거라 믿었지만, 또 다른 도금시대가 등장하면서 세계화와 함께 '플루토크라트'는 세계 각국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쟁취해나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수많은 혁명 속에서 위로 더욱더 오르고 올랐던 그들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현재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상속자들> 속 부자들은 대부분 부를 세습 받은 부유층들이다. 이러한 '세습 받은' 부유층들은 '플루토크라트' 중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까? 놀라운 점은 그 비율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산층에서 자수성가하여 억만장자가 된 부유층들이 대거 존재한다는 사실. 이는 단순히 재산만을 축적하여 소비하고 있는 부자들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며 살아가는 부자들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사회의 소득불평등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쓴소리를 내뱉을 때,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소득 불평등은 심해졌지만 중산층 삶의 수준 또한 높아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세계의 한 쪽에선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리는 달리트 출신의 백만장자가 늘어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고도 놀라운 현실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자본가들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전제로 깔고 있다'고 말하면서 14세기 베네치아의 사례를 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친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영구화하고 부를 세습하려는 시도를 했고 폐쇄적인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버렸다. 현재에는 더욱더 넓고 깊게 자신만의 영역을 창조해 내 가는 플루토크라트들, 그들의 이기심이 세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부자들의 화려한 삶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책이 아닌, 현실 속 세계에 맞추어 더욱 씁쓸하게 여겨지는 책.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과거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부자들의 모습을 중립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대하여 진지하게 통찰하고 있다.

 

 

 

Underline

 

 

 

   - <세상은 두 블록으로 갈라지고 있다, 플루토노미와 그 나머지로.> 그리고 <플루토크라트 세상에서 미국 소비자, 영국 소비자, 러시아 소비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적으로는 아주 적지만 소득과 소비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유한 소비자들이 있다. 그리고 수적으로는 많지만 전체 파이에서 놀라울 정도로 작은 조각만을 차지하고 있는 부유하지 않은 나머지 소비자가 있을 따름이다.> 투자자 집단 내부에서 세상을 부자와 그 나머지로 바라보는 시각은 통념이 된 지 오래다.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 기업인 블랙록의 수석 주식 전략가 밥 돌은 2011년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의 강세와 경제 침체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의 주식 시장과 경제는 점점 다른 동물이 되어 가고 있다.> (27p)

 

 

  - 슈퍼엘리트 집단에 속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일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는 유치원 시절부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고등학교 때부터는 그러한 삶을 살아간다. 베이비 붐 세대들의 기억 속에 흥겨운 파티와 자아 발견을 위한 자유로운 시절로 희미하게 남아 있는 대학 시절은, 미래의 1퍼센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기 위해, 또는 골드먼삭스나 매킨지와 같은 초일류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자격을 갖추어야 할 고난의 기간으로 바뀌어 버렸다. 최근 상류층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애더럴>이라는 금지 약물은 이러한 변화를 말해 주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에 다니는 한 공학도의 설명에 따르면, 애더럴을 복용하면 24시간 동안 자지 않고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92p)

 

 

  -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은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그들도 얼마든지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현실에서 우리는 스타를 응원하는 관중에 불과하지만, 기적이 찾아와 언제든 비즈니스나 스포츠 세상에서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슈퍼스타 경제학의 아이러니다. 사람들은 모두 슈퍼스타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승자 독식 시장에서 정상의 자리는 오직 소수에게만 허락되어 있다. (220p)

 

 

  - 변화에 대한 적응은 플루토크라트로 올라서기 위한 비결이다. 미탈은 내게 <변화는 위대하다>고 말했다. <변화는 환상적입니다. 변화를 읽어내고 거기에 참여할 때, 가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 변화의 방향이 올바른 것일 수도, 그리고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여러분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 창조는 변화가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1944년 부다페스트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 오늘날의 신흥 시장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물론 과감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성공하고자 한다면, 과감해져야만 한다.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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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경제 관련 도서를 읽었더니 어질어질. 유독 약한 분야긴 하지만...

나름대로 정리해봤습니다 ;_;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책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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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프랑수아 가르드 지음, 성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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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야만을 넘나든 어느 한 남자의 기록

<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 프랑수아 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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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과 야만의 세계를 두 번씩 넘나든 '흰둥이 야만인' 나르시스 펠티에의 위대한 생존 실화" 19세기 어느 날, 오스트레일리아의 범선 한 척에서 '흰둥이 야만인'이 발견된다.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채, 알몸으로 뛰어다니고 이상한 소리로 말을 하는 정체불명의 한 남자. 백인인 것이 틀림없지만 마치 원주민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햇빛에 비치는 그의 알몸은 백인인 것을 의심할 수 없다. 도대체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은 '스쿠너 선' 선원으로 일했던 15살 소년, 나르시스 펠티에가 호주의 외딴 섬에 표류된 시점부터의 이야기와, 지리학자 발롬브룅이 '나르시스'의 행동을 관찰하고 문명으로 이끌기 위한 시도를 기록한 편지로 구성되어있다. 그 두 시점이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백인종이며 지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나르시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문명에서 야만을 넘나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나르시스의 시점에서는, 순식간의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와 문화, 그리고 모든 것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느끼게 되는 고독감과 적응해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원주민들과 결국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을 통하여 '야만'이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오해를 조금이나마 줄여나가게 된다. 반대로 나르시스를 관찰하는 지리학자의 시점에서 그는 언어가 통하지는 않지만 자기 나름의 의지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의 지성은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화와 예절적인 측면에서 뒤떨어지고, 현대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한다. 그런 '나르시스'의 모습을 통해 지리학자는 계속해서 그가 숨기고 있는 과거의 경험을 캐물으려 한다. 그렇게 점차 문명인이 되어가는 '나르시스, 그와 함께 하는 지리학자는 원래 목적이었던 '연구'를 넘어 그와 친구가 된다. 나르시스는 이 두 세계 조력자들을 통하여 각기 다른 사회에 빠르게 적응해나간다.

 

 이 책에서 '문명'과 '야만'과의 경계는 굉장히 희미하게 느껴진다. 그 극단적인 세계를 오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인 '나르시스'가 문명에서 야만으로 가게 되었는지, 야만에서 문명으로 가게 되었는지 그 순간은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지는 옛 기억처럼, 그렇게 서서히 변화해간 그의 모습.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거라고 생각했던 '흰둥이 야만인'의 자아는, 미개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과 우리가 문명이라고 생각했던 그 두 부분이 혼재하게 된다. 인간의 문화를 문명과 야만이라는 잣대로 가를 수 있을까? 주인공이 결국 두가지 자아를 끝까지 남긴다는 점에서 야만적인 세계란 존재하지 않고, 그저 또다른 문명임을 인식해주는 것 같다. 또한 놀라운 점은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다. 문명과 야만을 두 번씩이나 넘나든 사람,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불리는 '나르시스 펠티에',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 자신의 삶에서 두 가지 존재를 경험한 특별한 사람의 실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며, 이중적인 자아와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군분투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연민을 느낄 수도 있다.

 

 

 Underline

 

   - 그는 아무런 반응 없이 저를 멀뚱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제야 저는, 우리가 고작 세 단어를 주고받은 걸로 무슨 마법의 지팡이 휘두르듯 순식간에 그가 프랑스어의 용법을 되살려 구사하진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죠! 이건 잠긴 수도꼭지를 다시 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요. 그자의 가장 깊은 기억 속에 있는 샘을 어떻게 파내고, 또 거듭 파내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그 샘은 어쩌면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한 방울, 한 방울 겨우 스며 나오게 될지도 모르고, 자칫 완전히 말라 버린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영영 프랑스어를 말하지 못할는지 그 누가 알겠습니까? (45p)

 

 

  - 처음 시작할 때 저는 그의 정신이 제 가르침을 새겨 넣을 하얀 백지에 불과하다고 믿었습니다. 저의 인장을 박아 넣을 밀랍이라고 보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몇 가지 점에서 그가 저항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저의 시도는 좌절되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톤의 동굴을 빠져나와 우리의 세계로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그리하여 19세기의 태양을 향해 당당히 걸어 나가는 나르시스라는 인간의 이미지는 하나의 오류임이 증명된 셈입니다. 대신 그의 내부에 두 명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124p)

 

 

  - 문제의 그 사건을 곰곰이 되새길 때마다 저는 나르시스가 마치 김이 서린 유리창에 그려진 손가락 낙서와 같은 존재임을 느낍니다. 김이 날아가면서 낙서에 담긴 메시지도 영영 사라져버리죠. 따라서 이제는 제가 깨쳤다 해도 머지않아 사라지고 말 모든 것을 일일이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날이 갈수록 나르시스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점점 덜 솔직해질 것입니다. (129p)

 

 

  - 일을 다 치르고 쪼그린 자세로 현실로 돌아온 그는 별안간 울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쾌락에 모든 걸 바친 사람으로서, 지금은 저절로 흐르는 눈물에 자신을 내맡긴 상태다.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방울 하나하나가 부족과 더불어 사는 일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그러면서도 부족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딱한 처지를 담아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신체상 고충과 자기 운명의 불확실성, 나체 생활과 비위생적인 음식에 차츰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한없이 힘들기만 한 건 절대적인 고독감이었다. (168p)

 

 

 Add...

 

 

근데 자꾸 늑대소년이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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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기적의 영어습관 계속 도전! -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는 당신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영어책 하루 15분, 기적! 시리즈 2
전대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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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있게 한 문장씩 영어회화 독학! <하루 15분, 기적의 영어습관 '계속 도전!'>

 

 

 

 모든 공부는 습관을 들이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2외국어를 전공으로 했었던 저는 특히 모든 공부 중에서 '언어'는 습관을 들여야만 많이 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한 사실인 걸 알면서도 언어는 습관적으로 익히기 참 어려워요. 일단 책상 위에 앉는 거부터가 제일 힘들죠, 책을 펴고 며칠 공부하다가도 작심삼일.

영어회화를 익힐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도 찾아보았지만, 은근히 습관들이기 참 힘들어요.

 

 

 

 

영어를 습관으로 만들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 하나의 책이 등장했답니다.

팟캐스트 영어분야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전대건'의 영어 한 문장.

하루에 남는 자투리 시간을 사용해서 잠깐 동안, 그러나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진 책 <하루 15분, 기적의 영어습관>입니다.

원래 1탄이 있었고요, 이번에 2탄이 나왔답니다. 손에 잡히는 200페이지 안팎의 작은 책이지만 은근히 알짜배기 같은 영어회화 독학 책입니다.

한번 내용을 살펴볼까요 - ?!

 

 

 

 

책의 구성은 1탄과 똑같아요, 매일 한 문장 씩 공부할 수 있도록 100개의 문장이 제공되어 있고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사투리가 섞인 재밌는 표현으로, 활용도 100%의 영어 문장들을 보여줍니다.

 

 

 

 

"너 어젯밤에 잠꼬대하더라"라는 말을,

또 다른 문법을 사용해서, 다르게 말할 수 있는 능력! 중요하죠, 유용하기도 하고요.

이것 또한 사투리로 재밌게 설명해주고 있답니다 :)

제대로 된 발음 팁까지 쓰여있어서, 생각보다 이 작은 페이지가 쏠쏠하네요 -

 

페이지에 함께 제공되는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그날의 한 문장을 설명하는 저자의 동영상 강의로 연결됩니다.

이렇게 QR 코드를 찍어도 되고요, 전대건의 영어 한 문장 블로그 ( http://daegoni86.blog.me/ )에서도 강의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뒤 페이지에는 상황 설명으로 두 사람의 대화가 나와있고요,

실감 나는 표현들로, 영어 문장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조금 더 나아가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응용해서 쓸 수 있는 팁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셀프 테스트에는 영어 문장이 나와 있지 않고, 한글만 쓰여있어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재점검할 수 있어요.

역시 그냥 읽는 것보다는, 따라 해보고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읽어보고 하는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

 

 하루 10분, 강의를 듣고 영어의 감을 잡은 뒤에, 5분 동안 감 잡은 표현들을 다시 되새기는 영어공부!

영어실력 향상을 바라고 있지만, 도저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힘든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랍니다.

더 이상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ㅠ,ㅠ!!

 

 

 

1탄도 비슷한 포맷으로, 재밌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pretty9121.blog.me/110156695490

1권을 처음 만나보았을 때, 아주 획기적이었죠 ㅋㅋㅋㅋ 재밌는 사투리 인강을 듣고는 동생도 흥미를 가지더라고요,

필요한 것만 쏙쏙 골라 집어넣은, 부담 없는 영어회화 책.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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